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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허브 티는 아마도 전에 영원한 휴가님이 주셨던 것 같다. 새벽에 사무실 출근해서 카페인 없는 티를 찾다가 카모마일과 라벤더가 블렌딩된 이 티백이 눈에 들어와서 우려 마셨다. 차는 의외로 달달한 맛이었다. 포장이 예뻐서 찍어뒀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저 껍데기 버리지 말 걸, 책갈피로 썼으면 좋았을걸 아쉬워진다. 
 
 
어제는 너무 피곤해서 열시가 되기 전에 그대로 뻗어서 잤다. 새벽에 두어번 깼다가 다시 자고... 다섯시 반이 되기 전에 일어나서 채비를 하고 출근했다. 평일보다도 더 일찍, 일곱시가 되기 전에 사무실에 도착했다. 기분전환이라도 할 겸 별다방에라도 들러 아침이라도 먹을까 했지만 너무 이른 시간이라 당연히 카페는 문을 열지 않았고 검색을 해보니 토요일이라 여덟시에 연다고 되어 있어서 그냥 포기하고 사무실로 올라왔다. 그래서 저 티백을 찾아내 허브 티를 우려서 언제나처럼 삶은 달걀이랑 같이 아침을 먹었다.
 
 
어제 병원에서 염증 치료를 위해 항생제를 처방받아 왔기 때문에 식후 그것을 먹었는데 역시 항생제는 독하기 때문에 배가 좀 아팠다. 이런 항생제는 꼬박꼬박 하루 세번 처방받은 양을 다 먹어야 되는데 나는 항상 바쁘다보면 중간에 약 먹는 걸 놓치는 편이라 문제다. 오늘도 아침엔 잘 챙겨먹었지만 오후에 귀가해 점심 먹은 후엔 약 먹는 걸 잊어버렸고 차 마신 후에야 먹었다 ㅠㅠ 근데 애매한 시간에 먹어버려서 저녁 먹은 후 이 약을 먹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절대 금주하라고도 했는데 뭐 술은 안 마시니까 그건 잘 지킬 수 있다만... 
 
 
오늘은 작지만 중요한 행사를 진행해야 했다. 아침부터 실무자들과 현장 체크를 했고 이들이 놓치고 있는 디테일들과 동선을 챙겨주었다. 최고임원을 모셔왔고 행사 진행을 했다. 그렇게 어렵거나 부담되지는 않지만 아기자기하고 와글바글하고 손이 많이 가고 현장 대처력이 많이 필요한 행사였는데 최고임원께서 예기치 않은 행동들을 하셔서 좀 당황했지만 하여튼 그간의 경력 덕인지(ㅜㅜ) 순발력을 발휘해 전부 잘 대응해서 끝냈다. 최고임원께서 '토끼는 사회를 참 잘 보네, 진행을 잘 하네' 라고 하고 가셨다고 한다. 아니, 이런 식으로 각인되는 거 별로 좋지 않아... 왜냐하면 난 정말정말 이런 걸 싫어한단 말이야 ㅜㅜ 억지로 노력해서 하는 거란 말이야... 
 
 
행사를 마친 후 일을 좀 하다가 정오가 좀 지나서 퇴근했다. 귀가하는 지하철 안에서 너무 피곤하게 졸았다. 집에 돌아오는데 너무 머리가 아팠다. 수면 부족인가, 어제 잔 걸로는 모자라나, 아니, 스트레스와 걱정 때문이겠지 하며 귀가해 씻고서 대충 점심을 먹었다. 그런데 점심을 먹고 차를 마시고 심지어 조각케익까지 한 조각 먹고 나니 두통이 가셨다. 허기와 카페인 부족 때문이었나보다 ㅜㅜ 
 
 
아마 아버지 걱정 때문이겠지만 책도 손에 잡히지 않고 정신이 좀 산란하다. 차라리 새벽 출근해 일을 하고 있으니 걱정할 시간이 없어서 나은 느낌도 있었지만 그렇다고 무의식의 걱정이 사라지는 건 아니니. 사실 내 몸 상태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있다. 빨리 직장 건강검진 공지가 나와야 할텐데.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은 인생을 살아가는게 좀 많이 피곤하다. 그냥 S로 살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런데 나는 맘먹으면 T처럼 생각할 수는 있지만 정말 아무리 해도 S는 안된단 말이지... 기운을 내자. 너무 생각이나 상상을 많이 하지 말자. 
 
 
주말 중 토요일이 이렇게 날아갔다. 내일은 부모님이 오신다고 한다. 아버지가 제발 빨리 항암치료를 받을만큼 몸이 어느 정도 회복되셔야 할텐데... 따뜻한 위로를 해주신 분들께 너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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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좀 늦게 우려 마신 토요일 오후의 티. 오늘은 이른 새벽 출근해서 행사를 진행하고 오후에 귀가했다. 주말인데 주말 아닌 날. 

 

 

오늘 도착한 꽃은 스타티스인데 이런 짙은 보라색이 올 줄은 몰랐다. 아래 사진들보다는 이 사진 색감이 제일 정확하다. 아래 사진들은 빛이 들어오면서 색이 옅게 나왔음. 이런 색깔 꽃은 포인트로 몇 송이 정도 있는 편이 더 예쁜데 이렇게 우르르 모여 있으니 조금 부담스럽다. 그리고 아무리 스타티스라 해도 그렇지, 이미 꽃이 거의 다 마른 상태로 와서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간만에 주문했던 건데. 연보라색인 줄 알고 ㅜㅜ

 

 

 

 

 

 

 

 

 

 

 

 

 

 

 

 

 

 

 

 

 

 

빛 때문에 색이 조금 날아간 사진. 이 정도 색감이면 그래도 괜찮은데. 아쉽다. 

 

 

너무 졸리고 피곤하다. 하지만 자면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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