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6

« 2017/6 »

'2017/06'에 해당되는 글 46

  1. 2017.06.29 한겨울 오후 네 시, 눈오는 페테르부르크 거리 4
  2. 2017.06.28 더위 퇴치를 위한 페테르부르크 12월 사진 두 장 더 8
  3. 2017.06.28 이른 아침의 드레스덴
  4. 2017.06.27 겨울의 페테르부르크 그리워하며 8
  5. 2017.06.26 프라하 세 장 8
  6. 2017.06.26 카를 교가 아니라 해골 찍었던 것임 4
  7. 2017.06.25 오믈렛 브런치, 지기 스타더스트 컵, 체리 타르트, 비류자 찻잔 4
  8. 2017.06.24 에벨과 빌니우스 떠올리는 티타임, 체리와 타르트, 이른 아침 별다방에도 갔었다 6
  9. 2017.06.22 여름날 낮의 프라하, 마지막 날 4
  10. 2017.06.22 지하에서 지상으로 6
  11. 2017.06.21 녹색의 캄파 공원 거닐다가 + 레냐 6
  12. 2017.06.19 걸어가면서 마주친 파랑들 4
  13. 2017.06.18 타는 듯한 색채들 6
  14. 2017.06.18 빨강 파랑 티타임, 도자기 토끼랑 쿠야의 만남 8
  15. 2017.06.17 드래곤 라떼 12
  16. 2017.06.17 애송이 신임감독과 폐위된 후계자의 면담 28
  17. 2017.06.17 울리야나 로파트키나 은퇴 소식 10
  18. 2017.06.17 오랜만에 쿠마랑 티타임, 프라하 스페셜, 엘리세예프스키의 배신 6
  19. 2017.06.16 일하다 중간에 아점, 블루베리 치즈케익과 진한 차 한 잔 4
  20. 2017.06.15 아주 녹색, 아주 밝은 빛 10
  21. 2017.06.14 떠나는 날의 산책 8
  22. 2017.06.13 모든 장미가 시들지만 12
  23. 2017.06.12 논쟁하는 미샤와 일린, 백야와 페트루슈카, 회색 고양이 28
  24. 2017.06.11 프라하와 페테르부르크와 드레스덴을 동시에 떠올리며 12
  25. 2017.06.10 본의 아니게 early bird가 됨 4










작년 12월. 오후 4시!!!!


페테르부르크 블라지미르스키 거리.



이때 눈 갑자기 많이 와서 엄청 고생함... 추운데다 짐도 무거워서 ㅠㅠ 그런데 지금 너무 덥고 습하고 답답하다 보니 고생했던 저 날 사진 보면서 마음의 위안을 얻는 중!




:
Posted by liontamer









아 정말 습하고 답답하다. 오늘은 미세먼지 농도마저 나쁜 날이네.



비 좀 좍좍 왔으면 좋겠다.



더위 퇴치하려고 작년 12월에 찍은 페테르부르크 사진 두 장 더. 위는 청동기마상 쪽으로 가는 길. 아래는 모이카 운하.


:
Posted by liontamer
2017. 6. 28. 10:28

이른 아침의 드레스덴 2017-18 praha2017. 6. 28. 10:28

 

 

 

 

 

 

 

 

 

 

 

 

 

 

 

 

프라하에서 새벽 버스를 타고 드레스덴에 오전 8시 반에 도착했다. 일요일 아침이었고 도시는 텅 비어 있었다.

 

 

 

'2017-18 praha'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의 카페 에벨  (6) 2017.07.05
프라하 골목과 파란 하늘  (4) 2017.07.03
프라하 세 장  (8) 2017.06.26
카를 교가 아니라 해골 찍었던 것임  (4) 2017.06.26
여름날 낮의 프라하, 마지막 날  (4) 2017.06.22
:
Posted by liontamer
2017. 6. 27. 21:47

겨울의 페테르부르크 그리워하며 2016 petersburg2017. 6. 27. 21:47






너무 습하고 답답한 날씨가 며칠째 계속되고 있어서 겨울의 페테르부르크 꽁꽁 언 사진 몇 장 올려본다. 알렉산드르 네프스키 수도원. 작년 12월에 갔을 때 찍은 사진 몇 장.



내가 페테르부르크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 중 하나.












:
Posted by liontamer
2017. 6. 26. 23:39

프라하 세 장 2017-18 praha2017. 6. 26. 23:39











피곤했던 하루라 일찍 자려고 누웠지만 한시간 넘게 잠 못이루고 있음. 그냥 평소대로 자정 즈음이 되어야 잠들듯.


잠 안와서 폰에 있는 프라하 사진 몇장 올려봄. 6.5. 떠나던 날 오전에 산책하며 폰으로 찍은 사진들


'2017-18 praha'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프라하 골목과 파란 하늘  (4) 2017.07.03
이른 아침의 드레스덴  (0) 2017.06.28
카를 교가 아니라 해골 찍었던 것임  (4) 2017.06.26
여름날 낮의 프라하, 마지막 날  (4) 2017.06.22
지하에서 지상으로  (6) 2017.06.22
:
Posted by liontamer
2017. 6. 26. 21:47

카를 교가 아니라 해골 찍었던 것임 2017-18 praha2017. 6. 26. 21:47





캄파.



난 분명히 해골을 찍으려고 했는데 창문 너머에 있는 해골이라... 석양빛에 반사되어 유리에 비친 카를 교가 훨씬 선명하게 나오고 해골은 실루엣만 나왔다.



근데 두겹으로 나오니 또 이게 맘에 드는 사진이다.



..




이 사진 찍고 있는데 그때 같이 있었던 료샤가 옆에서 '어이구 또 해골 찍고 있네 해골성애자!' 라고 쿠사리를 주었다... 흑... 똥개... 용이나 잡아먹는 놈이...


'2017-18 praha'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른 아침의 드레스덴  (0) 2017.06.28
프라하 세 장  (8) 2017.06.26
여름날 낮의 프라하, 마지막 날  (4) 2017.06.22
지하에서 지상으로  (6) 2017.06.22
녹색의 캄파 공원 거닐다가 + 레냐  (6) 2017.06.21
:
Posted by liontamer






오늘은 느지막하게 일어났고 간만에 제대로 브런치 만들어서 먹었다.



썬드라이드 토마토와 모짜렐라 치즈를 넣은 오믈렛에 바질 페스토를 곁들였고, 오렌지와 견과, 체리와 모짜렐라 치즈 넣은 샐러드를 만들었다. 드레싱은 발사믹 아주 약간. 레몬이 없어서... (보통은 레몬즙만 끼얹어 먹는 편이다)



그리고 크랜베리 주스에 체리와 오렌지를 잘라 넣어 과일 주스 만들어 마셨다.





얼마 전 혹해 주문했던 예쁜 유리컵. 별과 행성 등등 우주 무늬가 있다. 지기 스타더스트 유리컵이라고 내 맘대로 부르고 있음. 그런데 막상 차가운 음료를 잘 마시지 않다 보니 유리컵 쓸 일이 별로 없어 오늘에야 개장. 이거 말고 다른 디자인 컵이 하나 더 있는데 그건 나중에 :)



빨간 크랜베리 주스 부어놓으니 예쁘다~








시판 크랜베리 주스에 오렌지랑 체리 잘라서 넣었다. 스타벅스 그 레드티 샹그리아인가 뭔가보다 내가 제조한 이게 더 맛있음. 달지도 않고....




너무 작은 프라이팬을 샀더니(이 동네는 하여튼 다 비싸서ㅠㅠ) 속을 넣은 오믈렛을 예쁘게 부치기가 쉽지 않다. 결국 납작 오믈렛으로 선회함 ㅠㅠ



시판용 바질 페스토를 샀는데 개중 약간 비싼 걸 샀더니 맛은 그럭저럭 괜찮았다. 그냥 토마토보다 확실히 썬드라이드 토마토를 넣으니 풍미가 배가된다. 하긴 올리브유가 들어가니 당연히 더 맛있겠지(칼로리 업 ㅠㅠ + 모짜렐라 생치즈도 넣었음)





오늘은 방울토마토가 없어서 오렌지로 대체. 주말에 큰맘먹고 스페인 오렌지 여러개 들어 있는 거 한봉지 샀었다. 내 위장으로는 오렌지 두어개씩만 사서 먹으면 일주일 동안 먹는데 여기는 낱개로 파는 곳도 없고 비싸다... 요즘 비타민 c 부족인지 또 입안에 염증이 나서 그냥 샀다. 오렌지를 귤보다 더 좋아하는 입맛이다.











피자 아니고 오믈렛입니다 흐흑...











오후에는 내내 제5도살장 다시 읽으며 차 우려 마셨다. 금요일에 퇴근하면서 사왔던 타르트 중 남은 체리 타르트.





나는 이 찻잔을 꺼낼때마다 춥고 습하고 칼같은 바람이 불던 12월의 어두컴컴한 페테르부르크가 떠오른다. 복직 며칠 전이었고 나는 충동적으로 짐을 꾸려 다시 페테르부르크로 날아갔었다. 나는 돌아오고 싶지 않았다. 회사에도, 그리고 한국에도.



이 찻잔은 그때 로모노소프 도자기 박물관에 갔을 때 거기 숍에서 산 것이다. 복직 이틀 전 나는 한국에 돌아왔다. 녹초가 되어 화정에 도착했고, 가방을 풀었고 3분의 1쯤의 짐은 그대로 좀더 작은 여행가방으로 밀어넣었다. 그 안에 이 잔도 있었다. 에어캡에 싸인 채. 나는 짐가방을 끌며 2집으로 내려왔다. 가방보다 더 무거운 마음으로. 앞날이 어떻게 될지 도저히 가늠이 되지 않았다. 매우 불행했고 앞이 보이지 않았다.



회사 동료가 쓰다가 이사가면서 나에게 넘기고 간 2집에 와서 청소를 했고 잠이 들었다. 그리고 다음날, 복직 전날 이 잔을 꺼내 차를 우려 마셨다.



'어떻게든 되겠지...' 라고 되뇌면서 차를 마셨지.



뭐 어떻게든 되긴 되고 있다. 버티고 있으니까. 하지만 이 잔을 꺼낼 때마다 그때가 생각난다. 겨우 반년 전의 일이다.



그런데 나는 이 잔을 무척 좋아한다. 정말 내 타입이라서 :)



이 찻잔의 이름은 비류자. 터키석이라는 뜻이다.
















이렇게 오늘 하루가 갔다.



:
Posted by liontamer





토요일 오후 티 타임은 2집 창가 테이블에서.






이번에 프라하 갔을 때 카페 에벨에서 찻잔을 두개 사왔다. 하나는 에스프레소 잔, 하나는 카푸치노 잔. 둘다 찻잔으로 쓰기에는 조그맣지만 에벨은 원래 커피 전문 카페라서.. 그리고 작은 잔은 또 나름대로 재미가 있다.



이 에스프레소 잔은 드레스덴에서 영원한 휴가님 만났을때 선물로 드렸던 잔이랑 똑같은 녀석이다. 쌍둥이~ 그러니까 나의 손이 닿았던 디자인의 이 잔은 지금 여기 2집에도 있고, 프라하의 카페 에벨에도 있고, 빌니우스의 영원한 휴가님 댁에도 있는 것이다 :) 그런 생각을 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이건 작년에 프라하 갔을 때 도브라 차요브나에서 사왔던 파란색 세라믹 잔. 이번에 사온 빨간 세라믹 접시나 그 빨간 세라믹 잔이랑 다들 형제들이다. 잔이 조그맣기 때문에 가끔 이렇게 체리 몇알 담아 먹기 좋다. 색깔 대비 보는 것도 좋고.





동네 타르트 가게에서 사온 자몽망고 타르트. 망고는 별로 안 좋아하는데 이 타르트는 맛있음.















열두시 반 즈음이라 꽤 이른 티타임이었다. 차 우려마시고 타르트와 체리를 먹으며 책을 읽었다.





실은 오늘 아침 일찍 깨버렸다. 그래서 오전 9시에 동네 별다방에 가서 아침 먹었다.








일찍 가니 리코타 치즈 샐러드가 있어서 주문해봤는데 맛이 나쁘진 않았지만 가격 대비 너무 부실하다. 내가 만드는 샐러드가 백배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_-




치즈 과일 샐러드랑 차이 티만 먹으면 빈속에 속 쓰릴 것 같아서 데운 크루아상도 한조각 시켜서 먹었다. 브런치 할인이 되긴 했는데 솔직히 이거 좀 돈 아깝고 부실... 스타벅스는 크루아상이나 빵류 중 맛있는 거 별로 없음. 비싸기만 하다. 요 몇주 동안은 사이렌 오더로 주말에 음료랑 푸드 같이 주문하면 무료 아메리카노 쿠폰을 준다. 나는 커피를 안 마시지만 그래도 쿠폰을 받으면 커피 좋아하는 쥬인에게 쾌척할 수 있으니 그냥 사이렌 오더로 주문했음. 나는나는 쥬인에게 잘해주는 착한 토끼~~







원래 아침 일찍 가서 좀 한적한 별다방에서 글도 쓰고 책도 읽으려 했는데... 아침이라 머리가 안 돌아가서 집중이 잘 안됐다. 그래서 글은 한줄도 못 썼고 책만 좀 읽다 나왔음.



그리고는 집에 와서 맨 위처럼 좀 이른 오후 티 타임을 한 후... 낮잠 잤음 ㅋㅋ


:
Posted by liontamer
2017. 6. 22. 22:18

여름날 낮의 프라하, 마지막 날 2017-18 praha2017. 6. 22. 22:18









프라하를 떠나던 날. 6월 5일.



도브라 차요브나와 카페 에벨에 들른 후 레기 교를 건너 말라스트라나 숙소로 돌아와 예약했던 택시를 탔다.



2주 좀 전의 일인데 벌써 꿈처럼 아득하네...


'2017-18 praha'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프라하 세 장  (8) 2017.06.26
카를 교가 아니라 해골 찍었던 것임  (4) 2017.06.26
지하에서 지상으로  (6) 2017.06.22
녹색의 캄파 공원 거닐다가 + 레냐  (6) 2017.06.21
걸어가면서 마주친 파랑들  (4) 2017.06.19
:
Posted by liontamer
2017. 6. 22. 14:31

지하에서 지상으로 2017-18 praha2017. 6. 22. 14:31

 

 

지난 6월 1일. 프라하. 나메스티 레푸블리키 지하철역. 지하철에서 내려 에스컬레이터 타고 지상으로 올라가다가 앞에 계신 분의 스타일이 맘에 들어 찍음. 저 여자분의 머리색, 옷색깔, 에코백, 그리고 새파란 하늘까지 뭔가 환상적인 느낌이 들었다. 가만히 이 사진을 보고 있으면 단편 소설을 한편 쓸 수 있을 것도 같다.

 

:
Posted by liontamer
2017. 6. 21. 21:33

녹색의 캄파 공원 거닐다가 + 레냐 2017-18 praha2017. 6. 21. 21:33

 

 

지난 6월 초. 프라하 캄파 공원. 저녁에 료샤랑 레냐랑 산책 나갔을 때.

 

 

 

 

 

레냐 사진 조그맣게 한장. 료샤는 카메라공포증과 좀 이상한 불안증이 있어 자신이나 레냐 사진이 찍히는 것을 싫어한다. 그래서 나도 그의 마음을 존중해 사진을 찍지 않는다만... 레냐 이 사진은 멀리서 웅크리고 있는 실루엣만 잡힌 거니까 올려본다. 빛 때문에 머리색이 더 밝게 나왔네. 원래는 조금 더 노란 금빛이다.

 

 

왜 저렇게 웅크리고 있냐면... 저때 무슨 무당벌레인지 뭔지 하여튼 뭔가 날개달린 벌레 있다고 좋아하며 붙잡고 있었음. 나는 벌레 무서워서 이만큼 멀찌감치 도망와서 슬쩍 사진 찍음 ㅋㅋ

 

 

보고픈 레냐 흐흑...

 

'2017-18 praha'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름날 낮의 프라하, 마지막 날  (4) 2017.06.22
지하에서 지상으로  (6) 2017.06.22
걸어가면서 마주친 파랑들  (4) 2017.06.19
타는 듯한 색채들  (6) 2017.06.18
드래곤 라떼  (12) 2017.06.17
:
Posted by liontamer
2017. 6. 19. 22:19

걸어가면서 마주친 파랑들 2017-18 praha2017. 6. 19. 22:19





지난 5월 31일. 프라하 구시가지 산책하면서 찍은 여러가지 푸른색들.



프라하는 색채들을 발견하기도 좋고 그들을 한가지 혹은 여러가지 주제로 묶어내기도 좋은 도시이다. 개인적으로야 빨간색을 제일 좋아하니 프라하 빨강 시리즈를 제일 많이 찍은 것 같긴 하지만.. 파랑 시리즈도 꽤 있다. 작년에 갔을때도 파랑 노랑 빨강 녹색 시리즈를 몇개 올렸던 기억이 난다.



오늘은 두어시간 산책하며 만난 파란색들 시리즈.






















'2017-18 praha'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하에서 지상으로  (6) 2017.06.22
녹색의 캄파 공원 거닐다가 + 레냐  (6) 2017.06.21
타는 듯한 색채들  (6) 2017.06.18
드래곤 라떼  (12) 2017.06.17
아주 녹색, 아주 밝은 빛  (10) 2017.06.15
:
Posted by liontamer
2017. 6. 18. 22:13

타는 듯한 색채들 2017-18 praha2017. 6. 18. 22:13







나는 불타는 듯한 색채들, 쏟아지는 듯한 색채들, 선명하고 대조적으로 모여들고 확장하는 다색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한다. 변화하는 색채들을 보는 것도 좋다. 하지만 정말 끌리는 것은 완벽한 열대의 색채들은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색채들에게는 저마다의 이름이 있고 어울리는 장소와 시간이 있는 것 같다.



5월말에서 6월초. 햇살이 뜨겁게 내리쬐던 프라하 거리들에서 발견한 색채들 사진 몇장.































그리고 카페 에벨은 내가 좋아하는 색채들로 가득한 곳이다.




'2017-18 praha'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녹색의 캄파 공원 거닐다가 + 레냐  (6) 2017.06.21
걸어가면서 마주친 파랑들  (4) 2017.06.19
드래곤 라떼  (12) 2017.06.17
아주 녹색, 아주 밝은 빛  (10) 2017.06.15
떠나는 날의 산책  (8) 2017.06.14
:
Posted by liontamer






이른 아침 기차를 타고 2집 동네에 내려왔다.



잠을 별로 못 자서 기차에서 좀 자려 했는데 시끄러워서 조금밖에 못 잤다. 동네 스타벅스에서 샌드위치와 녹차로 아침 먹고 들어와 청소를 하고 여름옷들을 빨아 널었다. 정오가 좀 넘었을 때쯤 피곤하니 자려고 누웠지만 이상하게 잠이 오지 않아 그냥 일어나 차를 우려 마셨다. 이러다 오후 늦게 낮잠 자버리면 곤란해지는데...






이번에 프라하 갔을 때 찻집 도브라 차요브나에서 사온 빨간 세라믹 미니 받침접시.






사실 작년에 저 조그만 빨간 컵을 사왔는데 사오고 보니 받침접시가 있으면 더 좋을 것 같고, 또 저 컵 자체가 투박한 세라믹이다 보니 일반적인 빨간 받침접시는 안 어울렸다. 그래서 '나중에 도브라 차요브나에 가게 되면 저기 맞는 빨간 접시를 사야지' 했는데 마침 있어서 사왔다 :) 짝 맞춤이 되었다~





도브라 차요브나 생각하며...








새빨간 찻잔이랑 접시에 새파란 디저트 접시~





나는 전생에 그냥 어린이였나보다 ㅠㅠ 선명한 색을 좋아하는 어린이 ㅋㅋ





전에 쥬인이랑 안국 쪽에 놀러갔을 때 득템한 도자기 토끼 :)





도자기 토끼 : 으응? 뭔가 북실북실한 갈색노랑 털뭉치가 있네~





쿠야 : 으왕 나보다 더 조그만 녀석이 있구나~


도자기 토끼 : 그래도 나는 도자기, 너는 털뭉치~~


쿠야 : 사이좋게 지내장~





그래서 둘은 같이 차도 마시고 케익도 먹고~~




흐뭇하게 지켜보던 쿠나, 두 꼬맹이들을 목말 태워주고...


(어쩐지 쿠나가 불쌍해 ㅋㅋ)




일찍 일어나 기차 타고 내려온 건 힘들지만 그래도 일요일 하루를 어영부영 보내지는 않게 된 건 괜찮은 것 같다. 하지만 몸이 쫌 피곤하고나... 아앗 점점 졸려지기 시작한다~



:
Posted by liontamer
2017. 6. 17. 22:21

드래곤 라떼 2017-18 praha2017. 6. 17. 22:21

 

 

이번에 프라하에서 료샤랑 레냐 만났을 때 에벨에 같이 갔다. 전에도 같이 간 적이 있었다. 내가 이번 여행에서 에벨에 자주 갔기 때문에 점원 몇명이랑도 안면 트고 친해졌다. 그래서 어느날 생글생글 잘 웃는 친절한 점원이 나에게 이렇게 멋있는 라떼아트를 보여주었다.

 

 

 

레냐랑 나랑 완전 흥분~

 

말 그리려다 용이 됐다는데 그래선지 말도 닮았고 용도 닮았다. 그래서 내가 호스-드래곤, 아니면 유니콘이라고 농담을했더니 점원도 막 웃었다.

 

그리고...

 

 

 

 

 

 

 

 

 

 

 

 

 

 

 

흑흑... 야만적인 놈... 용 살인마 료샤...

 

 

..

 

 

근데 잘 생각해보니 내가 좋아하는 성 게오르기는 용을 무찌른 성자인데!!! 아, 아니야... 료샤는 성 게오르기랑 하나도 안 닮았어 흐흑... 그 용은 서양 전설의 악마 용이고 저 라떼의 용은 우리나라 용 닮았단 말이야 어헝헝...

 

 

멋있는 용이 한순간에 아빠 입속으로 사라져버린 것에 충격받은 레냐는 10여분 동안 삐쳐서 아빠랑 말도 안 했음 ㅋㅋ 그래서 내가 (양갱으로) 달래 주었음.

 

 

료샤는 여전히 나랑 레냐가 왜 그거 가지고 그렇게 짜증냈는지 이해 못하고 있다 ㅎㅎ

 

'2017-18 praha'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걸어가면서 마주친 파랑들  (4) 2017.06.19
타는 듯한 색채들  (6) 2017.06.18
아주 녹색, 아주 밝은 빛  (10) 2017.06.15
떠나는 날의 산책  (8) 2017.06.14
요상하게 료샤를 연상시키던 분  (6) 2017.06.09
:
Posted by liontamer

 

 

 

내가 몇년 전 다시 글을 쓰기로 하고 미샤를 되살려냈을 때 구상했던 소설은 이른바 가브릴로프 이야기였다. 미샤가 체포된 후 지방 소도시의 보잘것없는 극장 감독으로 전출되고(사실은 유배) 그곳에서 겪는 일들을 그릴 생각이었다. 플롯과 인물들도 거의 다 구성했고 나 자신에겐 꽤나 흥미로운 프로젝트인데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쓰기가 무척 힘들었다. 아마 이 소설은 다른 일을 하면서는 쓰기 어려운 종류의 글인 것 같았다. 그러니까, 틀어박혀 글만 쓸때 잘 풀릴 것 같은 종류의 소설이다. 나머지 글들은 거의 일을 하면서 짬짬이 썼는데...

 

 

하여튼 이 소설에서 최근 몇년 간 쓴 미샤에 대한 모든 글들이 나왔다. 이거 시작하려다 워밍업하려고 마로조프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frost' 단편을 썼고 그러고 나서는 이 소설에 잠깐 등장하는 트로이라는 남자가 궁금해져서 트로이가 심리적 화자로 나오는 소설을 심지어 장편으로 쓰고, 나중에는 또 미샤와 렐랴가 나오는 추리소설 패러디 외전을 쓰고, 그러다 코즐로프가 나오는 단편도 하나 쓰고, 그러다 서무의 슬픔 시리즈를 쓰면서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고 등등등...

 

 

이 가브릴로프 소설을 쓰기는 할 것이다. 다른 글을 쓸때에도 항상 내 마음 속 가운데를 채우고 있는 글이기 때문이다. 사실, '매우 잘 쓰고 싶다'라는 욕망 때문에 쓰기가 어려운 게 분명하다.

 

 

 

발췌한 에피소드는 예전에 먼저 발췌했던 http://tveye.tistory.com/3332 (요즘 쓰는 글, 행정 체계라는 간편한 대답)에서 그대로 이어지는 이야기이다. 실은, 서무의 슬픔 시리즈는 저 행정체계 얘기랑 이 에피소드를 쓰다가 새끼쳐서 나왔음... 

 

 

 

시골 소도시 가브릴로프의 삼류극장에 예술감독으로 부임한 미샤! 하지만 극장에는 구세력들이 우글거리고... 밖으로는 KGB 국장 스페호프, 극장 안에서는 전임 감독 쿠즈네초프와 그 후계자인 니콜라이 레베진스키, 그리고 그의 일파들이 으르렁거리고 있으니~ 이 와중에 폐세자나 다름없이 되어버린 레베진스키가 면담을 요청하는데... 과연 20대 중반의 애송이 감독인 미샤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

 

 

 

* 이 글을 절대로 무단 전재, 복제, 배포, 인용하지 말아주세요 *

 

 

 

 

 

미샤는 오페라에 대해서도 물었다. 사람들은 의외라고 생각했다. 비록 미샤가 극장 전체를 총괄하는 예술감독직을 맡기는 했지만 발레계 출신인데다 가브릴로프 극장 자체가 오랜 세월 동안 무용에 특화되어 있었고 오페라는 구색 맞추기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임 감독이었던 쿠즈네초프 역시 오페라에는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고정 레퍼토리는 발레와 마찬가지로 4~5개뿐이었고 그나마도 한 달에 두세 번 공연하는 것이 전부였다. 미샤는 첫 2주 동안 피가로의 결혼과 라 보엠 무대를 보았고 근 20년 가까이 오페라단을 총괄하고 있는 말레도프스키와도 한 시간 정도 따로 미팅을 했다. 가수들도 만났다. 하지만 정작 무용에 대해서는 별다른 지적을 하지 않았다.

 

 

쿠즈네초프 체제에서 2인자의 자리를 공고히 해왔고 최근 1~2년 동안은 실질적으로 발레단의 레퍼토리와 무용수들의 지도를 총괄해온 것이나 다름없는 수석 안무가 니콜라이 레베진스키는 초조해져서 닷새째 되던 날 류다를 통해 미샤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류다는 전보다 두 배로 아이라인을 두껍게 칠한 눈꺼풀을 무겁게 깜박이며 끝을 길게 끄는 말투로 대꾸했다.

 

 

“ 그냥 노크하고 들어가면 될 거예요. ”

 

 

“ 안에 전화 한 통 넣어주는 게 뭐가 그렇게 어렵다고 유세야! 아무 것도 안 하고 죽치고 앉아서... 새 상사 덕에 팔자가 늘어졌군. 우리 감독님은 사람 만나는 걸 지독하게 싫어하나보지. 일이 줄어서 참 좋겠어. ”

 

 

“ 적어도 커피 타다 주고 두어 시간마다 간식 쟁반 갖다 바치는 일은 안 해도 되니 얼마나 좋은지! 그리고 미샤는 사람 만나는 걸 싫어하는 게 아니에요. 일일이 전화 받는 걸 좋아하지 않는 거지. 문은 열려 있으니까 이름 부르고 들어오면 된다고 했어요.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아까 차이카에서 마주쳤을 때 해도 됐을 텐데. 아니면 무대 점검하러 갔을 때나. ”

 

 

“ 난 공식적인 면담을 요청하는 거라고. ”

 

 

“ 하세요, 누가 말리나요. 지금 들어가세요. 조금 전에 티무르 보리소비치가 나왔으니까 아마 미샤 혼자 있을 거예요. ”

 

 

“ 빨리도 친해지셨군. 감독을 애칭으로 부르지를 않나. ”

 

 

“ 취임 파티 기억 안 나요? 감독님이 부칭 같은 거 붙이지 말고 그 이름으로 불러달라고 했잖아요. 예전부터 다들 그렇게 부른다고. 하긴 그때 당신은 심기가 불편해서 계속 술만 마시느라 못 들었나 보군요. ”

 

 

레베진스키는 류다를 노려보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그녀의 책상을 서류철로 거칠게 한번 내리치더니 안쪽에 있는 미샤의 사무실로 곧장 걸어가 노크도 없이 문을 열었다. 그리고 결의에 찬 표정으로 뚜벅뚜벅 들어갔다.

 

 

 

미샤는 약 20분 동안 레베진스키가 발레단에 대해 떠들도록 내버려두었다. 레베진스키는 발레단의 구조와 운영 현황에 대해, 주요 레퍼토리에 대해, 가브릴로프 발레단의 역사와 특성에 대해, 안무가와 교사들을 비롯한 지도부에 대해, 연습 시간표에 대해 브리핑한 후 마침내 주역 무용수들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막 그가 타마라의 이름을 끄집어냈을 때 미샤가 처음으로 그의 말을 끊었다.

 

 

“ 잘 들었어요, 니콜라이 안토노비치. 도움이 되는군요. 레퍼토리에 대해서도 이제 이해가 됐습니다. 백조, 지젤, 코펠리아, 잠자는 미녀, 호두까기를 순서대로 돌린다는 거죠? ”

 

 

레베진스키는 부아가 치미는 것을 꾹 참고 호두까기 인형은 연말과 새해 시즌에 올라간다고 설명해 주었다. 그 작품의 배경이 언제인지 모르느냐고 한 마디 해주려고 했지만 갑작스럽게 그의 머릿속에 새해 시즌마다 문화 채널에서 방영해주던 키로프 호두까기 인형이 떠올랐다. 저 망할 애새끼가 호두까기 왕자를 췄었지... 심지어 시립 발레학교 학생들은 강당에 모여서 다 같이 그 방송을 보곤 했다.

 

 

 

“ 호두까기 외엔 맞다고 해야겠죠. 그래도 일률적인 배정은 아닙니다. 아무래도 백조 공연이 가장 잦죠. 인기가 제일 많으니까. 그 다음은 지젤. 그리고 코펠리아. 어린애들이 많이 보러 오니까요. 잠자는 미녀는 손이 많이 가서 두세 달에 한 번 꼴로 올라가고. ”

 

 

“ 갈라 공연도 있나요? ”

 

 

“ 관객 대상으로는 아니죠. 모스크바에서 높은 분이 들렀을 때 리셉션 파티용으로 올린 적은 두어 번 있지만. 아, 예외가 하나 있군. 발레학교 졸업 무대. 그거야 당연히 이것저것 섞게 되니까요. 우리 애들도 졸업생들 파트너 해주기도 하고. ”

 

 

“ 내년이 100주년이라고 들었는데 우리 극장 레퍼토리가 그렇게 적은 이유가 뭔가요? ”

 

 

“ 흠, 미하일 세르게예비치.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겠군요. ”

 

 

“ 그냥 미샤라고 부르시죠. ”

 

 

“ 그건 피차 좋을 것 같지 않군요. 그러니까, 내가 감독님과 친해지고 싶지 않다는 얘기가 아니고... 아무래도 주변 시선이 있어서 말이지요. 가뜩이나 여러 가지로 사람들의 오해를 사기 쉬운 상황인데 이름까지 그런 식으로 편하게 부른다면 내가 고의로 무례하게 군다는 말이 나돌 겁니다. 뭐 내가 훨씬 나이가 많은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직위는 직위고 상사는 상사니까요. 그러니 부칭은 그대로 쓰도록 하겠습니다. ”

 

 

“ 그럼 좋을 대로 하시죠. 그런데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부분은 뭐죠? ”

 

 

“ 당신은 큰 극장에만 있었기 때문에 모를 겁니다. 여기는 볼쇼이처럼 거대한 극장도 아니고 키로프처럼 귀족적인 전통을 자랑하는 곳도 아닙니다. 규모 자체가 다르다는 말이에요. 관객들의 수준은 말할 것도 없고. 사실 파벨 유리예비치는 백조와 지젤, 호두까기만 남기려고 했었고 그 생각에는 나름대로 일리가 있었어요. 하지만 내가 주장해서 두 개를 더 살렸죠. 호두까기를 제외하고도 아이들을 위한 작품이 하나 있어야 했고, 그래도 고전 발레를 표방하고 있으니 명목상 잠자는 미녀는 놔둬야 했던 겁니다. 솔직히 말해 이 동네 관객들 수준은 형편없어요. 몇몇 교양 있는 관객들을 빼고는 발레라면 그저 예쁜 여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분장한 남자들이 펄쩍펄쩍 뛰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잠자는 미녀라면 태반이 다 졸아버리죠. 그래도 극장의 예술적 자존심을 위해 일 년에 다섯 번은 올려야 한다고 내가 우긴 겁니다. ”

 

 

“ 극장 규모가 작고 관객 수준이 낮으니 레퍼토리는 인기를 끌만한 작품으로 최소화해야 했다는 얘기인가요? ”

 

 

“ 이를테면 그렇죠. 게다가... 이건 비공식적으로 하는 얘깁니다만, 우리 애들 수준도 거기서 거기예요. 잘 하는 애들 몇 명 빼고는 하향 평준화되어 있죠. 할 수 없잖습니까, 여긴 바가노바 아카데미도 없고. 귀감이 될 만한 스타 무용수도 없으니까요. 하긴 이제 하나 있군요. 당신은 무려 키로프 수석무용수 출신이니까요. 극장에 와본 적이 없는 사람들도 당신 이름은 다 알고. 어제 마감한 우리 발레학교 신입생 추가 모집 접수가 작년보다 몇 배로 늘어났다고 하더군요. 그러고 보니 무대에는 언제부터 올라가실 생각이죠? 적어도 2주 전에는 얘기해주셔야 할 겁니다. 그래야 포스터와 프로그램 인쇄를 바꿀 수 있으니까요. 아무래도 10월 첫 주 백조의 호수부터가 어떨지 싶은데. 역시 상대역으로는 타마라가 제일 나을 것 같군요. 실력도 그렇고 외모로 봐도 가장 잘 어울릴 테니까요. 뭐 브루넷을 선호한다면 레나도 나쁘지 않을 겁니다. 예쁜 애죠, 키는 살짝 큰 편입니다만. ”

 

 

 

미샤는 잠시 수석 안무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찌르는 듯한 눈빛이었다. 그날 감독실에서 보낸 시간 중 니콜라이 레베진스키가 가장 모욕감을 느꼈던 순간이기도 했다. 그는 면담을 마친 후 친분이 두터운데다 때로 같이 자기도 하는 사이인 르이조바에게 분통을 터뜨리면서 ‘그 자식이 날 재보더군. 얼마나 재수 없게 째려보든지. 새파랗게 젊은 것이 그 계집애 같은 눈을 똑바로 뜨고 날 지그시 훑어보면서 어떤 식으로 날 무시해줘야 할지 머리를 굴리더라니까. 키로프에서 그런 짓만 배웠던 모양이야. 동료들과 기 싸움하면서 자리 꿰차고 콧대 세우고... 배역 기용은 자기 권한이라 이거지. 나보고 이래라저래라 하지 말라는 얘기야. 일개 너 같은 놈이 감히 자기 같은 대스타에게 언제 무대에 올라갈지 말지 떠들다니 주제를 알라는 표정이지 뭐였겠어!’ 하고 투덜댔다.

 

 

문틈으로 귀를 바짝 대고서 모든 대화를 엿들었던 류다는 그 얘기가 사무국에 좍 퍼졌을 때 코웃음을 쳤다.

 

 

“ 그건 또 무슨 바보 같은 소리람. 미샤는 그런 말은 한 마디도 안 했어. 그냥 자기는 무대에 올라갈 일이 없을 거라고 했지. 연초에 은퇴했다고. 그리고 무용수들에 대해서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했어. 그리고서 오디션 얘기가 나왔던 거지. 그 사람은 콜랴처럼 잘난 척하면서 말하지 않았어. 파벨 유리예비치처럼 반말을 내깔기지도 않았다고. ”

 

 

 

하지만 류다도 그가 레베진스키에게 제대로 한방 먹인 것은 인정했다. 그때 레베진스키는 미샤의 은퇴 얘기에 한껏 안타까움을 표출하고 있었다.

 

 

“ 미하일 세르게예비치, 그건 농담이라고 생각하고 싶군요. 당신 같은 대스타가 우리에게 와줬는데 무대를 볼 수 없다니 그건 말도 안 되죠. 극장에 그 이름을 걸어놓고 막상 춤을 추지 않는다니! 다들 실망할 겁니다. 세상에 은퇴 생각 한 번 안 해본 무용수가 어디 있겠습니까. 자, 이건 다 떠나서 무용계 선배로서 하는 얘긴데, 춤추다 보면 누구나 그런 생각을 하게 마련이에요. 그만 두겠다는 말도 가끔 내뱉는 법이지만 그건 다 젊어서 그런 거죠. 돌아서면 다시 올라가고 싶은 게 무대인데. 나도 부상 때문에 은퇴했지만 지금도... ”

 

 

“ 난 부상 때문에 그만둔 게 아니라서요. 어쨌든, 니콜라이 안토노비치. 지금까지 발레단을 관리하느라 수고가 많으셨군요. 여름부터는 실질적인 감독 대행으로 공연도 총괄해 오셨다죠. 미안하지만 조금만 더 부탁드려야겠군요. ”

 

 

“ 그거야 전혀 미안할 일이 아니지요, 어쨌든 감독님은 여기 처음이고 난 이십 년 넘게 이 극장에 있었으니까요. 사정도 빠삭하고 무용수들에 대해서도 잘 아니까 당연하지요. 그런데 그 ‘조금만’이라는 것은... ”

 

 

“ 오늘이 9월 20일이군요. 내가 극장 사정을 파악하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 같은데 시즌은 벌써 시작했으니 9월 마지막 주까지는 지금처럼 공연을 총괄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어려운 부탁은 아니겠죠? ”

 

 

“ 아, 물론... 전혀... 그런데 9월 마지막 주라고요? 앞으로 열흘 동안만이라는 건가요? 음, 그러면 10월부터는 어떻게... 그러니까, 10월 공연도 벌써 일정은 다 나왔는데. 설마 그걸 전부 바꾸려는 생각은 아니겠죠? ”

 

 

“ 아뇨, 10월까지는 일단 레퍼토리는 그대로 갈 겁니다. 새 작품을 추가한다 해도 준비 기간이 필요하니까요. 배역은 아마 좀 바뀔지도 모르죠. 하지만 기본적으로 10월까지는 전임 감독과 당신이 짠 일정표와 배역 명단을 수정하지는 않을 거예요. 현실적으로 그럴 시간은 부족하니까요. 대신 오디션을 보려고 해요. 당신 말대로 난 여기 처음 왔고 개별 무용수들에 대해서는 잘 모르니까요. 9월 29일과 30일이 좋겠죠. 오페라가 올라가는 날이니까 무용수들도 부담이 덜할 테고. ”

 

 

 

10월부터는 자신의 권한이 대폭 축소될 거라는 예고에 이어 오디션 얘기를 듣자 레베진스키는 정신이 좀 혼미했다. 무겁게 당겨오는 뒤통수를 한 손으로 어루만지며 헛기침을 했다.

 

 

 

“ 흠, 오디션. 29일과 30일이라고요. 그 오디션이라는 것은, 어떤 배역에 대한 건지. 백조의 호수 얘기겠죠? 공연 횟수가 많으니까. 수석들을 대상으로 하는 건가요, 아니면 제1솔리스트까지? 굳이 이틀이나 잡을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군요. ”

 

 

“ 백조. 지젤. 코펠리아. 주역과 솔리스트 바리아시옹들. 나머지는 10월에 생각하죠. 참가 대상은 제한을 두지 않을 겁니다. ”

 

 

“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제한을 두지 않다니, 그런 식으로 하시면 안 됩니다. 코리페도 모자라 군무 쪽 어중이떠중이들까지 전부 몰려들 거라고요. 그렇게 하면 이틀 가지고는 어림도 없을 걸요. 자기 실력을 착각하고 있는 애들이 얼마나 많은지 아십니까? 자기는 잘났는데 위에서 기회를 안 줘서 군무진에 처박혀 있다고 불만만 더 늘어날 겁니다. 솔리스트들도 마찬가지고요. 아주 골치 아프게 될 거라고요. 그래서 파벨 유리예비치는 웬만하면 오디션을 하지 않았습니다. 드물게 하더라도 비공개로 하나씩 불러다 했고요. 원체 애들에 대해서도 잘 알았고 항상 붙어서 가르쳤으니 실력에 대해서도 잘 알았죠.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감독님이 오디션을 진행한들 크게 달라질 건 없을 겁니다. 지금 수석들 외에는 주역 출 만한 애들이 없어요. 전문가라면 누구든 보는 눈은 같은 법이에요. 공연히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

 

 

“ 글쎄요, 그건 아직 모르는 일이죠. 그리고 모든 역을 균일하게 소화하는 무용수는 없어요. 오디션은 공개로 진행할 겁니다. 낭비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얻는 게 분명히 있을 테니까요. ”

 

 

레베진스키는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감독실을 나왔다.

 

 

..

 

 

 

레베진스키가 '미하일 세르게예비치'라고 부르는 것은 예의를 갖춰 미샤의 본명과 부칭을 함께 부르는 것이다. 러시아 이름은 이름 + 아버지의 이름에서 나온 부칭 + 성으로 이루어진다. 미샤의 아버지 이름이 세르게이 야스민이기 때문에 미샤의 풀 네임은 미하일 세르게예비치 야스민이 되는데 본편에서 미샤는 자기를 이름과 부칭으로 깍듯이 부르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항상 '그냥 미샤라고 불러주세요'라고 말하곤 한다.

 

 

레베진스키는 서무의 슬픔 시리즈에서 여러번 등장했었다. 거기서 좀 바보같게 그려지긴 했었음 ㅠㅠ 하지만 이 글이 오리지널이고 서무는 여기서 파생된 패러디 ㅠㅠ

 

레베진스키가 얘기하는 가브릴로프 극장의 다섯개 레퍼토리는 발레 레퍼토리 중 가장 유명한 작품들에 속한다만... (코펠리아는 그 정도로 대중적이진 않지만 이 동네에선 어린이용 발레로 남아 있다고 가정했다) 하여튼 시를 대표하는 극장이고 한때는 그래도 조금의 명성은 있었던 곳이니만큼 다섯개 레퍼토리만 가지고 줄창 돌려댄다는 것은 솔직히 좀 너무한 상황이긴 하다 :)

 

 

이 가브릴로프 본편은 아직 120페이지 정도밖에 못 썼다... 이 소설은 쓰기가 참 힘들다. 원래 미샤를 되살렸을때 처음 구상한 것이 이 글이었는데... 결국 이 글이 잘 안 써져서 다른 장편과 중편과 단편, 패러디 외전, 심지어 서무 시리즈도 모자라 지나와 말썽쟁이 낙서까지 나와버렸어...

 

아래는 그래도 전에 군데군데 발췌했던 이 가브릴로프 본편의 일부 에피소드 링크들.

 

 

http://tveye.tistory.com/3408 1부 마무리. 키라와 미샤

 

http://tveye.tistory.com/4451 햇살, 본편의 베르닌과 서무의 단추 사이

 

http://tveye.tistory.com/5368 가브릴로프 KGB 등록 절차, 검색대

 

http://tveye.tistory.com/4971 이웃사촌 베르닌, 미샤의 두가지 해법

 

http://tveye.tistory.com/5114 천사가 날개로 쓰다듬고 지나간 사람, 렐랴의 인터뷰

 

 

..

 

 

맨 위 사진은 마린스키 극장 사진 :) 가브릴로프 극장은 내가 만들어낸 곳이라 사진이 없음. 물론 마린스키(당시 키로프)와 가브릴로프 극장의 수준은 하늘과 땅 차이... 미샤가 말을 안해서 그렇지 처음 와서 가브릴로프 발레단 무용수들 무대를 보고 기절할 뻔(ㅜㅜ)

 

 

..

 

 

글에 대한 이야기는 제게 큰 힘이 됩니다 :)
그리고 제 글은 여기서만 읽어주세요. 절대로 복사하거나 가져가시거나 인용/도용하지 말아주세요.

 

:
Posted by liontamer
2017. 6. 17. 22:21

울리야나 로파트키나 은퇴 소식 dance2017. 6. 17. 22:21

 

 

 

 

방금 페테르부르크 기사와 마린스키 쪽에서 접한 소식...

 

울리야나 로파트키나가 마린스키 무대에서 은퇴한다고 한다. 아아 슬퍼라 ㅠㅠ

 

73년생이니 발레리나로서는 나이가 들긴 했지만... 아... 너무 아쉽다. 안 그래도 마린스키에서 로파트키나 무대가 갈수록 적어져서 너무 아쉬웠는데...

 

당신 같은 백조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흐흐흑...

 

아... 아... 아까워 흑흑... 은퇴 무대 제대로 해줬으면 좋겠다. 마린스키가 워낙 이런 데 매몰차서 ㅠㅠ 그리고 솔직히 로파트키나의 실력과 명성과 관객들의 사랑에 비해 마린스키의 대접이 별로였다...

 

앞으로 이런 발레리나는 다시 나오기 힘들텐데 흐흑...

 

울리야나... 제가 발레를 보기 시작했던 초짜 시절부터 아름다웠고 지금도 여전히 아름답고 우아하고 고혹적인 당신... 은퇴하고 춤을 계속하든 다른 커리어를 쌓든 성공과 행복이 함께 하기를!!! 나에겐 최고의 백조!!!!

 

 

 

 

 

 

 

 

 

 

 

 

 

사진은 모두 mark olich.

 

 

 

 

:
Posted by liontamer

 

 

쿠마 : 토끼... 내내 집 비우고 돌아오더니만 딸기랑 크림케익은 안 주고 이게 뭐얏!!

 

토끼 : 흐흑. 그냥 먹어 ㅠㅠ 비싼 체리야.. 그거 우즈베키스탄 체리래...

 

 

(이마트에서 체리 주문했더니 미국산이 아니고 우즈벡산이 왔다. 러시아에서 종종 먹었던 우즈벡 체리라 반가웠는데... 질이 너무 안 좋은 게 왔다. 700그램짜리 주문했는데 3분의 1이 뭉개져 있거나 엉망이었음. 이마트 너무해...

 

 

 

이번에 프라하 갔을 때 구시가지 앤티크 가게에서 건져온 빈티지 찻잔 나머지 하나. 같은 디자인으로 이거랑 흰색금색이 있었다. 첨엔 후자가 우아해서 그거 사려다 역시나 나는 빨간색에 끌려 이걸로 맘을 바꾸었다. 지금 생각하니 그냥 그 흰색금색 줄무늬도 같이 살걸... 흑흑 돌아와서 후회해...

 

 

 

 

이 찻잔도 되게 작다. 차를 자주 따라 마셔야 한다...

 

 

 

 

 

이것도 역시 체코슬로바키아 시절 제품!!!

 

 

 

 

 

받침 접시 바닥에 체코슬로바키아가 씌어 있고 무려 망치가 그려져 있음~ pirke/hammer라는 브랜드인가봄. 참으로 소련시절 답구나...

 

 

1953이라 씌어 있는 걸 보고 어 이거 1950년대 찻잔인가 했는데 이거 위의 사진을 보면 찻잔 바닥에는 연도가 아닌 다른 네자리 숫자가 두개 씌어 있었다. 연도는 아닌 것 같긴 하다만... 하여튼 이 찻잔도 꽤 오래 묵은 것 같다.

 

 

 

 

 

프라하 공항에서 사온 메도브닉. 이거 원래 어제 쥬인 주려고 잘라서 지퍼백이랑 락앤락 포장했던 건데 약속이 무산되어 도로 가지고 왔다. 냉동실에 넣자니 이미 굳어지기 시작한 것 같아 그냥 오늘 내가 먹었다. 냉동실에 몇토막으로 잘라서 넣어두었으니 쥬인에겐 나중에 만나면 그거 갖다 줘야지.

 

 

 

 

 

 

 

 

 

프라하 스페셜. 프라하에서 사온 빈티지 찻잔이랑 작년에 역시 프라하에서 산 오리 접시랑.. 프라하 공항 메도브닉 + 우즈벡 체리. 내가 러시아에서 먹었던 우즈벡 체리는 싱싱하고 맛있었는데 ㅠㅠ 힝, 이마트에서 파는 우즈벡 체리는 정말 실망... 질 너무 안 좋음.

 

 

 

 

 

프라하 스페셜에 맞춰 오늘 우려 마신 차도 프라하의 티숍에서 사온 다즐링 세컨드플러쉬. 위의 사진에서 왼쪽의 녹색 봉지에 든 것. 오른쪽의 다즐링 그린은 2집에 가져다 놓았다. 이 사진은 바로 와이파이 천국이었던(ㅋ) 테스코 코스타 커피에서 찍은 것. 그 티숍이 이 코스타 커피랑 가까운 곳에 있다.

 

 

 

 

종이봉지에 넣어두면 습기를 빨아먹기 때문에 캔에 옮겨담아 두었다. 이 캔은 몇년 전에 페테르부르크의 유서깊은 유명한 델리 상점이자 베이커리인 엘리세예프스키 상점에서 산 건데.. 완전 황당했다. 분명 다즐링이라고 캔에도 씌어 있는데 집에 와서 열어보니 난데없이 자스민 꽃송이 차들이 몇알 들어 있었음!!! 포장을 잘못 해놓았던 것이다. 정말 너무해... 그 자스민 꽃송이 차 다 마시긴 했지만 되게 열받았다. 그래서 그 이후부터는 페테르부르크 가도 엘리세예프스키는 밖에서 사진만 찍고 안에는 안 들어감. 짜증나서!!

 

 

그래도 캔은 예쁘니까 가끔 이렇게 무게 달아서 사온 찻잎들 보관용으로 쓴다. 이 다즐링은 100그램 사왔는데 봉지에 붙어 있는 차 이름이랑 설명 인쇄용지만 오려서 붙여 두었다. 다 체코말이지만 잘 보면 대충 알아먹을수 있음 :)

 

 

:
Posted by liontamer

 

 

 

바쁘고 꽉 찬 하루였다. 아침부터 외부 미팅이 있어서 중간에 간신히 짬을 내어 샌드위치와 아이스티로 아점을 때웠다. 너무나도 따뜻한 홍차를 마시고 싶었지만 오늘 저녁에 쥬인이랑 약속이 있으니 그때 차랑 케익을 먹을것 같아서 카페인을 좀 덜 먹어보려고 무카페인 샹그리아 레드 티라는 신제품을 마셔봄.

 

 

엄청 달았다 -_- 분명 히비스커스랑 레드베리 티에 과일 넣은 거라면서 어떻게 이렇게 달달하고 심지어 복숭아시럽 맛이 날 수가... 여기서 시럽을 다 빼면 딱 내 입맛일 것 같음.

 

 

 

 

 

이게 원래 차갑게 먹는 샌드위치인데 빈속인데다 음료도 차가우니 데워달라 했다. 데웠더니 야채가 축처진 미역처럼 변해서 사실 맛이 없었음 ㅠㅠ

 

 

 

아까워서 나중에 이 안에 있는 과일(사과, 오렌지, 포도) 다 건져 먹었음. 과일들 자체는 달지 않았는데 냉동했다가 막 녹은 식감이 났다.

 

 

 

오늘 업무 약속 하나와 쥬인과의 약속이 펑크나서...

 

이른 저녁에 동네로 돌아와서.. 배도 고프고 또 너무 어질어질해서 카페인 섭취하기 위해 지하철역 앞 카페로 곧장 들어감. 그간 모아놓은 포인트를 써서 블루베리 치즈케익도 주문. 여기는 가성비가 너무 안 좋다 -_-

 

 

 

비록 티백이지만 그래도 다즐링 진하게 우려서 마심. 아아 살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페테르부르크 출신 일러스트레이터 소피야 콜로프스카야의 '페테르부르크 알파벳'이란 스케치집. 그림도 예쁘고 내용도 재밌다. 페테르부르크 토박이들만이 잡아낼 수 있는 유머와 감성으로 가득하다.

 

 

 

 

그래서 여기 앉아 오늘의 스케치도 좀 하고... 간신히 정신차린 후 귀가하였다.

:
Posted by liontamer
2017. 6. 15. 21:04

아주 녹색, 아주 밝은 빛 2017-18 praha2017. 6. 15. 21:04

 

 

 

 

프라하. 6월. 캄파.

 

저녁 6시가 좀 넘은 시각이었던 것 같다. 걷기 좋은 시간이었다.

 

 

 

 

 

 

 

'2017-18 praha'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타는 듯한 색채들  (6) 2017.06.18
드래곤 라떼  (12) 2017.06.17
떠나는 날의 산책  (8) 2017.06.14
요상하게 료샤를 연상시키던 분  (6) 2017.06.09
스타벅스 간판은 어디에나  (2) 2017.06.09
:
Posted by liontamer
2017. 6. 14. 09:24

떠나는 날의 산책 2017-18 praha2017. 6. 14. 09:24




지난주 월요일. 체크아웃 후 택시시간까지 너댓시간이 남았었다. 나는 트램을 탔고,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를 좀 걷고, 도브라 차요브나와 에벨에서 남은 시간을 보냈었다.


그때 폰으로 찍은 사진 몇장.
























'2017-18 praha' 카테고리의 다른 글

드래곤 라떼  (12) 2017.06.17
아주 녹색, 아주 밝은 빛  (10) 2017.06.15
요상하게 료샤를 연상시키던 분  (6) 2017.06.09
스타벅스 간판은 어디에나  (2) 2017.06.09
프라하의 빛  (0) 2017.06.08
:
Posted by liontamer
2017. 6. 13. 20:42

모든 장미가 시들지만 about writing2017. 6. 13. 20:42


멀고도 가까이, 꽃들이 죽어간다.

이 도시에 비는 내리지 않을 것이다.



...



위의 두 문장은 아주 오래전 내가 썼던 소설에 등장하는 구절이다. 그 소설의 주인공은 락 가수였는데 저 두 줄은 그가 만든 노래의 일부이다. (그러니까 엄밀히 말하자면 내가 만들어낸 노래 가사이다) 소설 속에서 저 노래 가사가 전부 등장하지는 않는다.



그때도 지금도 나는 여전히 꽃을 좋아한다. 그리고 꽃이 시들어가는 것을 보면서 좀 우습게도 저 구절을 되뇌곤 한다. 자기가 만든 구절을 자기가 되뇌고 있는 걸 보면 참 유치하다.









장미를 좋아한다. 믿기 어려울지 모르겠지만 장미는 다른 꽃들보다 오래 꽂아놓을 수 있다. 겉의 꽃잎부터 시들기 때문이다. 며칠이 지나면 바깥쪽부터 힘없이 벌어지면서 툭 떨어지기도 하고 시들어 살며시 오그라들기도 한다. 장미를 꽂아둔 날들이면 아침에 일어나서 제일 먼저 꽃병의 물을 갈아준다. 그리고 시든 겉꽃잎 몇장을 딴다. 일하고 돌아와서도 마찬가지이다. 제일 먼저 하는 것은 꽃병의 물을 갈아주는 것. 그리고 다시, 시든 겉꽃잎을 살며시 따주는 것.



그래서 날이 갈수록 장미는 작아지고 날씬해지고 마침내 아주 가늘고 춥고 외롭게 변한다. 커다랗고 화려하고 두툼한 아름다움을 벗어버리고 아주 조그맣고 조용하고 쓸쓸한 안쪽 꽃잎들만 남는다. 마지막 남은 순간의 장미는 더 작고 더 둥글어서 때로는 조그만 열매처럼 보인다.



나의 이제까지의 경험으로 볼때 언제나 붉은 장미보다는 흰 장미가 오래 갔다. 붉은 장미는 한꺼번에 진다. 아주 작고 외롭게 끝까지 버티지는 않는다. 혹은, 내가 그것을 참지 못하고 어느 정도 꽃잎이 떨어지면 과감하게 버리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흰 장미가 가장 오래 남는다. 노란 장미도 좀 오래 가고 분홍 장미도 붉은 장미보다는 오래 간다. 그러나 흰 장미가 가장 오래 남는다. 아마도 흰색이기 때문에, 그래서 겉꽃잎이 한장 한장 떨어져 나가고 몇장 남지 않아도 그 아름다움의 변화에 있어 진폭이 별로 크지 않아서일지도 모른다.



지난주 목요일에 사왔던 노란 장미는 신품종이었다. 한 송이에 천원이었다. 고전적인 흰 장미는 한 송이 2천원. 노란 장미 한 송이는 빨리 져버렸고 나머지 한 송이는 아직 저렇게 버티고 있다. 겉꽃잎의 절반이 이제 사라졌다. 대부분은 한쪽 귀퉁이에 생긴 얼룩 때문이었다. 나는 꽃집 주인에게 좀 속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꽃을 들고 와서 집에서 잘 보니 이미 그때부터 얼룩이 있었다. 흰 장미도 밖에서 두겹까지는 얼룩이 군데군데 있었다.



흰 장미는 얼룩진 두겹의 꽃잎을 떼어내 버렸다. 그 후부터는 얼룩이 거의 생기지 않았다. 저 장미의 꽃잎은 두껍고 견고한 편이다. 그리고 작약을 닮은 이 신품종 노란 장미는 얼룩이 전염병처럼 번진다. 아주 깊은 곳까지 겹겹이 그 얼룩이 번져 있었다. 꽃잎도 얄팍하고 빨리 시들어버린다.



이 품종의 장미는 한번 사서 꽂아둔 것으로 만족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저 우아하고 차갑고 고집센 흰 장미는 앞으로도 종종 사게 될 것이다. 예전에도 그랬듯이.



이 동네 꽃집에서는 붉은 장미를 잘 가져다 놓지 않는다.





:
Posted by liontamer






오랜만에 본편 일부를 올려본다.


이 에피소드의 앞부분과 뒷부분을 이전에 각각 발췌해 올린 적이 있다. 네프스키의 유명 디저트 가게인 세베르에 나갔던 트로이는 우연히 미샤와 그의 극장 친구들을 마주치게 된다. 거기에는 미샤의 파트너 발레리나인 지나를 비롯해 동기인 레냐 핀스키, 후배인 니넬, 그리고 모스크바에서 초빙되어 온 안무가 스타니슬라프 일린이 있었다. 일린은 토요일이 자신의 생일이라며 그를 파티에 초대한다.


순서는 반대로 일린의 생일 파티를 먼저 올렸었다. 트로이는 파티에 가서 미샤의 극장 동료들과 어울리며 이야기를 나누고, 미샤는 브이소츠키 노래를 부르고, 그러다 술에 취해 나가떨어진다.


이번에 올리는 에피소드는 그 두 이야기 사이에 있었던 일이다. 시간 순서대로 재배열하면 세베르 - 이번 에피소드 - 노래 부르고 나가떨어지는 미샤 이다.




그 두 에피소드 링크는 아래 :


 
http://tveye.tistory.com/6253 세베르에서의 만남, 달콤한 것들, 미샤와 지나 어릴적 스케치 2


http://tveye.tistory.com/5842 생일과 그 다음날, 브이소츠키




...




'스타니슬라프 리보비치'는 일린의 이름과 부칭이다. 제대로 된 이름은 스타니슬라프 리보비치 일린이고 미샤는 그를 애칭인 스탄카라고 부른다.



미샤와 일린이 논쟁을 벌이는 작품은 도스토예프스키의 단편소설 '백야'이다. 나스첸카는 그 소설의 여주인공이다. 내가 쓴 이 소설 속에서 일린은 미샤와 지나를 위해 '백야'를 단막 발레로 안무하고 미샤를 화자였던 남자 주인공, 지나를 나스첸카로 캐스팅했다.



'표도르 미하일로비치'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이름과 부칭이다. 미샤에게는 존경하는 예술가를 이름과 부칭으로 부르는 버릇이 있다.



..





* 이 글을 절대로 무단 전재, 복제, 배포, 인용하지 말아주세요 *







 토요일 저녁 7시에 트로이는 미샤와 지나이다의 아파트로 갔다. 생일 파티는 8시에 시작하기로 되어 있었지만 미샤가 백야 때문에 일린과 이견이 생겼다면서 좀 일찍 와달라고 했다. 트로이는 자신이 무슨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알 수가 없었지만 어쨌든 일찍 갔다.



 지나이다가 문을 열어주더니 반색을 했다.



 “ 제발 쟤 좀 말려요. 저러다 스타니슬라프 리보비치를 잡아먹겠어요. ”



 힐끗 보니 부엌 테이블에는 이미 음식들과 안주가 차려져 있었다. 근처 레스토랑에서 준비해 온 게 틀림없었다. 미샤는 원래 요리를 하거나 잘 차려먹는데 관심이 별로 없었고 지나이다도 가정적인 주부 노릇을 하기에는 너무 여왕님 같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술 한 잔 권하기는커녕 코트를 벗는 것도 기다려주지 않고 그의 팔목을 잡아끌며 거실로 데려갔다.



 미샤는 피아노 옆에 선 채 일린과 열띠게 논쟁을 벌이고 있었다. 미샤는 평소에는 나직하고 부드럽게 얘기했지만 논쟁할 때는 명료하고 건조한 말투로 변했다. 그는 빠르게 쏟아지는 일린의 설명을 중간 중간 칼처럼 끊어대며 끼어들었다. 검은 눈에서 불꽃이 연달아 튀었다. 처음에 트로이는 그들이 뭘 가지고 그렇게 가열찬 논쟁을 벌이는지조차 알 수가 없었다. 한참 듣고 보니 주인공이 나스첸카의 첫사랑에게 연애편지를 전해주러 갈 때 무대 어느 쪽에 서야 하느냐, 여자가 그 첫사랑이란 작자에게 달려들어 안길 때 주인공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려야 하느냐 아니면 관객들로부터 등을 돌려야 하느냐 등의 트로이로서는 사소하기 짝이 없는 듯한 문제들을 놓고 싸우고 있었다. 대체 왜 미샤가 자신에게 빨리 와 달라고 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가 전혀 도움이 될 수 없는 문제였기 때문이다.



 한참 열을 내다가 트로이를 발견한 미샤가 좋아하며 손목을 휙 흔들었다.



 “ 아, 잘됐다. 빨리 스탄카한테 설명 좀 해줘. 표도르 미하일로비치가 페테르부르크에 대해 어떤 감정을 품고 있었는지 이 사람한테 좀 알려줘. 그리고 백야가 주인공과 나스첸카의 연애소설이 아니라 페테르부르크에 대한 짝사랑이라는 이론 좀 설명해봐. 구조주의랑 뭐 그런 것도 섞어서. 너 지난번에 세미나에서 발표한 거 있잖아. ”



 “ 구조주의와는 관계가 없는데... ”



 “ 아니, 관계가 있게 설명해줘. 넌 할 수 있잖아. ”



 “ 그거랑 무대에서 등을 돌리고 말고랑 대체 상관이 있어? ”



 “ 있어요. ”



 미샤 대신 일린이 대꾸했다. 역시 얼굴이 상기되어 있었지만 밝은 회색 눈은 부드럽게 빛나고 있었다. 나이에 비해 젊어 보였다, 아마 턱수염을 깎았기 때문인 것 같았다. 그는 트로이에게 자신들의 이견이 어디서 왔는지, 그리고 미샤의 질문과 주인공의 동작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쭉 설명했다. 그는 간결하게 문장을 끊어서 말하는 미샤와는 달리 빠르고 길고 부드럽게 얘기했다. 일린이 어찌나 설득력 있게 조곤조곤 얘기하는지 트로이는 미샤에게 그냥 연출자의 말을 따르라고 충고할 뻔 했다. 하지만 미샤가 간절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에 트로이는 할 수 없이 도스토예프스키와 그의 페테르부르크 소설들에 대해 얘기를 늘어놔야 했다. 나중에는 미샤가 원하는 대로 구조주의 이론도 좀 섞었다.



 얘기를 마쳤을 때 일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 음, 그럼 좀 더 생각해봐야겠는데. 이건 내일 다시 맞춰보는 걸로 해. ”




 “ 등 돌리는 거지? ”




 
 한번 파고들면 절대 포기하는 법이 없는 미샤가 집요하게 물었다. 자신이 일린의 입장이었다면 그 고집 세고 버릇없는 젊은 애에게 화를 냈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일린은 소리 내어 웃었다.



 “ 그래, 등 돌리는 걸로 하자. 이제 페트루슈카 좀 맞춰보면 좋겠는데. 좀 있으면 사람들 올 테니까. ”



 소파에 앉아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지나이다가 일어났다. 피아노 쪽으로 다가오면서 트로이의 뺨에 입을 맞췄다.



 “ 고마워요, 덕분에 공연이 파탄나지는 않겠네요. ”




 “ 무슨 도움이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다행이군요. ”




 “ 그냥 쟤를 얌전하게 만든 것만으로도 성공이에요. ”




 지나이다가 피아노 앞에 앉았다. 스트라빈스키의 페트루슈카 테마를 치기 시작했다. 미샤가 바 앞으로 가더니 목과 팔을 기형적으로 꺾은 채 지푸라기 인형처럼 스텝을 밟기 시작했다. 일린이 박자를 셌다. 중간 중간 동작을 지시하기도 하고 손을 내저으며 음악을 중단시키기도 했다. 백야를 놓고 열띠게 대들던 것과는 달리 미샤는 일린의 모든 지적에 온순하게 따랐다.




 “ 팔을 더 내려야 해. 허리는 좀 더 펴고. 무릎이 더 나가야지. 다시 해봐. 어깨도 내리고. ”




 미샤가 다시 포즈를 취했다. 일린이 뒤로 다가와서 왼쪽 어깨를 아래로 세게 내리눌렀다. 아픈 부위였기 때문에 미샤가 잠깐 얼굴을 찡그렸지만 불평 없이 어깨를 더 내렸다. 일린이 손을 치우자 그는 정말로 꼭두각시 인형 같은 모습으로 허공에 매달린 듯 서 있었다. 트로이는 금방이라도 미샤가 무릎을 꺾고 바닥에 넘어질까봐 오싹했다.



 지나이다가 다시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다. 이제 일린은 박자를 세는 것 외에는 아무런 지적도 하지 않고 피아노 옆에 선 채 미샤를 지켜보고 있었다. 미샤는 검은 머리칼을 털실이나 지푸라기처럼 들썩이며 사지를 상하좌우로 흔들었다. 몇 차례 이어지는 도약조차 무릎을 구부린 채 낮게 뛰었다. 발레란 몸을 가능한 한 곧게 펴고 길게 늘이는 것이라고 믿었던 트로이에게 있어 그 춤은 전혀 아름답거나 우아하지 않았다. 끊임없이 아래로 떨어져 내리는 팔과 어깨 동작이 특히 그랬다. 불협화음과 구슬픈 멜로디가 뒤섞인 스트라빈스키의 음악 속에서 미샤는 점점 더 어두워지고 우울해지고 고통스러워졌다. 얼굴 전체가 일그러지며 외롭고 슬프게 변했다. 두 손을 털실로 감친 인형 손처럼 둥그렇게 뭉쳐서 가슴을 치며 옷을 잡아당기고 어깨를 떨며 이따금 구부러진 다리를 바깥으로 한두 번 찼다. 피아노를 치면서 지나이다가 살짝 떨리는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 너무 슬픈데. 꼭 저걸 가져가야 하나... ”




 미샤가 몸을 돌려 일린 쪽을 바라보았다. 아마도 무대에 존재하지 않는 발레리나 인형이나 독재자 흥행사를 바라보는 것이겠지만 피아노 옆에는 스타니슬라프 일린이 있었고 그 밝은 회색 눈은 더 이상 부드럽지 않았다. 예리한 칼처럼 자기 앞의 무용수를 주시하고 있었다. 미샤는 두 손을 어색하게 뻗더니 삿대질을 하고 턱짓을 했다. 그리고 어깨를 홱 떨구더니 한 바퀴 빙글 돌고 바닥에 넘어졌다.



 일린이 손바닥을 마주쳐 딱 소리를 냈다.



 “ 훨씬 좋아졌네. 어깨 동작만 좀 손보면 되겠어. 런던에서 좋아할 거야. ”




 미샤는 심하게 숨을 헐떡였다. 트로이는 그가 연습하면서 그렇게 힘들어하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그게 어려운 동작 때문인지 마음이 산란해서인지 알 수가 없었다. 한동안 그는 고개를 들지도 않았다. 면 티셔츠가 땀에 젖어 몸에 철썩 달라붙어 있었다. 그는 거실 마룻바닥에 반쯤 엎드린 채 두 손으로 머리와 가슴을 감싸고 숨을 몰아쉬면서 가만히 있었다. 방금 춘 춤에서 빠져나오는 것이 힘든 것 같았다. 마침내 일린이 다가가 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 씻어야지, 뭘 더 입든가. 런던 가기도 전에 감기 걸리면 안되잖아. ”




 “ 나 좀 놔둬. ”




 미샤가 목쉰 음성으로 무뚝뚝하게 중얼거렸다. 여전히 머리를 들지 않은 채였다. 지나이다가 일어나더니 모른 척하면서 부엌으로 갔다. 일린은 다른 말을 하는 대신 소파에 펼쳐져 있던 카디건을 가져와 미샤의 머리와 등을 덮었다.



 잠시 후 미샤가 일어났다. 여전히 숨을 거칠게 몰아쉬면서 카디건을 일린에게 휙 던지고 한 손으로 어깨를 누르면서 욕실로 갔다. 스위치를 찾지 못해 한참 문 옆 벽을 더듬었다. 트로이가 다가가서 불을 켜주었다. 미샤는 고맙다는 말도 없이 욕실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곧 물이 쏟아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일린은 바를 붙잡고 아까 미샤가 하던 동작 몇 개를 되풀이하고 있었다. 정확하기는 했지만 나이 때문인지, 무용수에서 은퇴한지 오래됐기 때문인지 미샤보다는 훨씬 뻣뻣했고 우아한 느낌도 적었다. 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어깨를 올렸다 내렸다 했다. ‘좀 더 내려야 하는데...’ 하고 안타까운 듯 중얼거렸다. 트로이는 견디지 못하고 끼어들었다.



 “ 더는 아파서 안 될 거예요. 그 어깨 아픈지 반년 가까이 됐어요. ”




 “ 아니, 그 정도예요? 왜 아프다고 얘길 하지 않는 건지... ”




 “ 자존심이 강해서 그래요. ”




 “ 저 정도로 추면 자존심 내세워도 돼요. 아픈 건 별개지만. ”




 “ 백야만 추는 줄 알았는데, 런던은 무슨 얘기죠? ”




 “ 2월 런던 페스티벌 있잖아요. 경쟁부문에도 초청됐어요. 참가진도 꽤 화려하고. 그래서 페트루슈카로 정한 거예요, 누가 뭐래도 러시아 춤이니까. ”




 “ 미샤가 정했어요? ”




 “ 아뇨, 하나 안무해달라고 해서 내가 고른 거죠. 물론 포킨 오리지널에서 가져온 거지만. ”




 “ 그럼 런던에 함께 가요? ”




 “ 글쎄요, 당국에서 나까지 허가를 내줄 것 같지는 않아요. ”




 일린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 그 정도로 아프다면 동작을 바꿔야겠는데... ”




 “ 미샤에게는 내가 그런 말 했다고 얘기하지 마세요. ”




 “ 자존심 앞에는 친구도 소용없나 보죠? ”




 “ 자기 춤 앞에서라고 하는 게 정확하겠죠. ”




 “ 그럴만해요. 내가 저렇게 출 수 있었다면 목숨이라도 내놨을 테니까. ”




 스타니슬라프 일린이 투명한 회색 고양이처럼 미소를 띠었다. 트로이는 사라토프의 시골에서 할머니가 고양이들을 자루에 넣어 강물에 빠뜨려 죽였던 것을 떠올렸다. 일린을 향해 솟구치는 부당한 증오심에 그는 소스라쳤다.





...




발레 페트루슈카에 대해서는 전에 몇번 올린 적이 있다. 디아길레프의 발레 뤼스의 초창기 메인 안무가였던 미하일 포킨이 니진스키를 위해 안무한 단막 발레이다. 러시아 전통시장과 놀이문화, 마슬레니차의 흥겨움과 화려함, 거기에 꼭두각시 헝겊 인형 페트루슈카와 독재자 흥행사, 아름다운 발레리나 인형과 폭압적인 무어 인형이 등장한다. 음악은 스트라빈스키. 원체 음악이 유명해서 종종 따로 오케스트라 연주회에서 연주되기도 한다.



이 소설에서 미샤가 추는 페트루슈카는 포킨 원작이 아니고 일린이 그 원작을 따와서 미샤를 위해 변형시킨 작품이다. 여기 발췌한 적은 없지만 이후 미샤는 안무가가 되었을 때 니진스키를 위한 트리뷰트 작품을 안무하고 거기에 자신만의 해석을 가미한 페트루슈카를 재등장시킨다.




런던에서 미샤가 춘 페트루슈카에 대한 이야기는 아래.

공연을 본 알리사가 트로이에게 해주는 이야기이다.


http://tveye.tistory.com/5178 프라하의 두 개 메모, 문을 여는 사람, 악령과 성모



마린스키에서 본 페트루슈카 무대에 대한 짧은 메모와 사진은 여기 :


http://tveye.tistory.com/3515

http://tveye.tistory.com/3686


..





미하일 포킨의 페트루슈카를 춘 바츨라프 니진스키.






최근에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가 발레 뤼스 디아길레프 갈라에서 페트루슈카의 모놀로그를 추었다. 마린스키에 오리지널 페트루슈카가 레퍼토리로 들어 있긴 하지만 이 사람은 그전까지는 페트루슈카를 춰본 적이 없었다. 인스타그램에 올려준 연습 영상을 보니 무척 보고팠는데 공연 영상은 올라오지 않았다. 무대 분장 사진을 보니 오리지널 페트루슈카를 그대로 따온 것 같긴 한데... 나에겐 실제 분장 사진보다 이 연습 사진이 더 인상깊었다.


페트루슈카는 남자 꼭두각시 인형이지만 최근 디아나 비슈뇨바가 젊은 안무가인 블라지미르 바르나바가 새로 안무한 작품에서 페트루슈카 역할을 추기도 했다.


리허설 중인 슈클랴로프 사진 몇 장 더.








글에 대한 이야기는 제게 큰 힘이 됩니다 :)
그리고 제 글은 여기서만 읽어주세요. 절대로 복사하거나 가져가시거나 인용/도용하지 말아주세요.


:
Posted by liontamer






일요일 정오 조금 넘은 무렵, 좀 이른 티 타임.



여행을 갈 때면 쿠폰과 적립금을 써서 인터넷 면세점에서 포숑 다즐링 홍차를 한 캔씩 사곤 하는데, 이번에 보니 캔 디자인이 바뀌어 있었다. 예전의 납작한 타원형 용기에서 이렇게 칼라풀하고 화려한 원통형 용기로 바뀌었다. 이 바뀐 디자인이 완전히 내 취향 저격이다. 원래 이렇게 선명하고 칼라풀한 색채들을 좋아함 :)



마침 전에 사왔던 다즐링이 다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이것은 그대로 2집으로 들고 내려왔다.





오늘 차를 마시면서 세 개의 도시를 동시에 떠올릴 수 있어 좋았다. 프라하, 페테르부르크, 드레스덴.





이건 프라하 올드타운의 들로우하 거리였는지 두스니 거리였는지 좀 헷갈리는데 하여튼 첫번째 숙소에서 구시가지 골목으로 걸어가다가 발견한 앤티크 가게에서 득템한 아주 조그만 찻잔이다. 사실 찻잔이라기보단 에스프레소 잔으로 추정된다. 꽤나 오래되고 손때묻은 물건인지 금박도 좀 벗겨져 있고 문질러도 지지 않는 얼룩도 좀 있다. 뭐 나는 이만 빠지지 않으면 빈티지도 상관없이 막 쓰는 인간인지라... 그냥 사왔다. (예쁘고 값비싼 거라도 마찬가지... 예쁘다고 모셔놓거나 장식만 하는 일은 절대 없다... 예쁜 건 써야 함~)






받침 접시 밑바닥에는 긁히고 지워진 녹색 글씨가 아직 남아 있다. 체코슬로바키아!!!!! 그러니까 소련 시대 물건이라는 거겠지.



나에게 '체코슬로바키아'는 항상 두가지를 떠올리게 한다. 하나는 소련 시대, 나머지 하나는 마크 벰의 스릴러 소설 '아이 오브 비홀더'이다. 후자는 영화로도 나왔지만 나는 영화보다는 이 원작 소설을 훨씬 좋아했다. 벰의 이 매혹적인 소설에서 '체코슬로바키아'의 '수도/capital'은 일종의 맥거핀이자 가슴 시린 상징으로 등장한다. 그래서 체코슬로바키아란 옛 국가명을 들으면 언제나 자동적으로 아이 오브 비홀더 소설이 생각나곤 한다. 그리고 그 중요한 장면에서 간판에 붙어 타오르는 불길도...




포숑의 다즐링은 noir란 이름에 걸맞게 좀 진한 편이다. 그리고 이 잔은 정말 작았다. 한두모금 마시면 잔이 비었다. 에스프레소가 생각났다가 보드카가 떠오르기도 했다.





보기 즐겁고 프라하의 그 앤티크 가게가 떠올라 행복해지는 예쁘고 낡은 잔이지만 마시기는 조금 불편...





이건 페테르부르크와 프라하와 드레스덴이 한 자리에 모여 있는 사진이다.


접시는 작년 이맘때 페테르부르크에 갔을 때 쇼핑몰에서 충동적으로 구매했던 찻잔에 딸린 받침접시이다. 그때 난 블라지미르스키 대로의 도스토예프스키 호텔에 묵고 있었는데 호텔 바로 옆에 쇼핑몰이 있었다. 거기 종종 갔었다. 거기 붙어 있는 베이커리 카페에도 가끔 갔다. 금색과 파란색 무늬를 보고 화려하니까 기분 전환이 되겠지 하고 샀었는데 나중에 접시를 뒤집어보니 중국에서 만든 거라 막 실망해서 '중국 찻잔!' 하고 짜증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거기 머무는 내내 나는 이 찻잔과 이 접시를 많이 사용했다. 체리도 담아 먹고 조각케익도 담아 먹고 차도 우려 마셨었다. 그때 나는 몸과 마음이 많이 아팠었다. 열흘 예정으로 날아갔다가 머무는 기간을 두번이나 늘려서 3주 넘게 머물렀었다. 백야의 페테르부르크에서, 반쯤은 어둠 속에 잠긴 채 보냈던 시간이었다. 그래서 이 중국 찻잔과 접시를 꺼낼 때마다 그때 생각이 나는 것이다.


빨간색 포장지의 할바는 프라하의 도브라 차요브나 찻집에서 사온 것이다. 저 할바를 보면 도브라 차요브나 마당의 뜬금없지만 이젠 친숙해진 불상과, 찻집에서 풍겨오는 향 냄새가 떠오른다.


그리고 저 빨강하양 포장지의 쿠키는 드레스덴의 어느 카페에서 가져온 것이다. 프라거 거리에서 영원한 휴가님과 만나 구시가지로 가서 야외 테이블에서 점심을 먹은 후 근처의 고풍스러운 카페로 들어갔었다. 나는 홍차, 영원한 휴가님은 에스프레소와 카푸치노를 주문했고 거기에 딸기무스 케익을 추가했다. 차와 커피에 이 쿠키가 곁들여져 나왔다. 영원한 휴가님은 그 자리에서 쿠키를 드셨다. 포장지를 뜯으셨을 때 '아 쿠키였구나' 하고 깨달았다.


나는 케익을 먹고자(ㅋㅋ) 쿠키를 파우치에 챙겼다. 몇년 전부터 여행가서 들어간 카페나 레스토랑에서 포장된 조그만 티푸드나 일회용 설탕, 성냥갑, 냅킨, 물수건 따위를 모으는 버릇이 생겼다. 티푸드는 돌아와서 정말 그 여행이 그리울 때나 차랑 곁들여 먹을 게 정말 없을 때 꺼내 먹는다. 오늘은 드레스덴의 그 카페와 영원한 휴가님 떠올리며 :)









 나에겐 생소한 독일어가 인쇄된 포장지 안에 들어 있는 쿠키.


우습지만 빨간색과 하얀색이라 맘에 든다 :)









개봉해서 다시 접시에..


슬프게도 쿠키는 비행기 타고 또 ktx 타고 건너오면서 귀퉁이가 부스러졌다... 투박한 하트 모양이었던 것 같은데... 맛은 그냥 초코칩 쿠키 맛이었다.


도브라 차요브나의 할바는 내가 좋아하는 맛이다. 먹기 편하게 내가 잘랐다. 찻집에선 저 위에 시나몬 슈거파우더를 뿌려줘서 더 맛있었는데...





그리고 빠질 수 없는 체리 :)


이 접시는 재작년인가 페테르부르크 갔을 때 로모노소프 가게에서 사온 찻잔에 딸려 있는 받침접시.






내가 다녀온 곳은 아니지만, 쥬인이 나가사키 다녀와서 선물로 준 기념품 테이블 러너도 함께.













차 한 잔을 마시면서 동시에 세 도시의 기억을 떠올린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
Posted by liontamer
2017. 6. 10. 10:59

본의 아니게 early bird가 됨 tasty and happy2017. 6. 10. 10:59






어젯밤에도 너무 졸려서 10시 안되어 쓰러져 자고, 한두시간마다 깼다가 도로 자고 반복. 9시 안되어 일어났고 대충 선크림 바르고 동네 스타벅스에 옴.


샌드위치로 아침 먹고 글을 좀 쓰려는 중. 와아 일찍 일어났다!~


:
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