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토요일 밤 : 쉬었음, 하름스, 에바, 쓰고 싶은데 fragments2024. 3. 2. 21:19
어제 너무 많이 자고 또 차를 진하게 마셔서인지 오늘은 중간에 여러번 깼고 얕은 잠을 충분하지 못하게 잤다. 그래서 종일 몸이 쑤시고 찌뿌둥했다.
쉬면서 보낸 하루였다. 그런데 편안하게 쉰 게 아니라 책도 영상도 그로테스크한 쪽을 봤다. 다닐 하름스 번역본을 읽은 후 원서를 꺼내 뒤적이고 있다. 워낙 좋아하는 작가이지만 이 작가의 작품들을 읽기 위해서는 마음 상태가 좀 중요하다. 너무 산란할 때는 정신 건강에 별로 좋지 않다.
그리고 최근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에반게리온 시리즈를 다시 보는 중이다. TV판의 후기 에피소드들을 몇 개 다시 본 후(카오루가 나오는 24편을 가장 좋아함) 오늘은 엔드 오브 에바를 다시 보았다. 이 작품도 다시 보려면 좀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오랜만에 다시 봤는데 이 작품은 다시 봐도 여러 모로 대단한 뭔가가 있다. 플롯이나 허세나 패러디 뭐 그런 건 그렇다치면 되고 전체적으로 정서적인 면과 연출력에서 격렬한 파워가 있는데 이것은 신극장판에서는 별로 느껴지지 않는, 그 시기 그 순간만의 고유한 매력인 것 같다.
그런데 나는 신극장판 마지막편인 다카포를 아직도 못 봤다. OTT를 이용하지 않는데다 뒤늦은 개봉도 놓쳤다. 그리고 몇년 전 일본에서 개봉했을 때 스토리를 알아버리고는 기분이 팍 나빠져서 좀처럼 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게 되었다. 그래도 DVD라도 사볼까 하고 뒤져보니 최신판 블루레이만 나왔고 그나마도 품절이라 그냥 포기. 엔드 오브 에바도 얼마전 재개봉했는데 그때 너무 심란한 상태라 영화관에 갈 생각은 못했다. 지금 생각하니 좀 아쉽다. 결국 신극장판만(Q까지) 영화관에서 봤네. 큐는 내가 좋아하는 카오루가 많이 나와서 기대하며 갔었으나(포스터에 엄청 낚여서 갔음!) 엄청 기분 나빠진 채 나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함. 전반적으로 나는 TV판과 엔드 오브 에바 쪽이 더 마음에 드는 보수적인 관객인가보다. 그러나 신극장판이 그렇게 맘에 안 들게 된 주요 이유는 아무래도 신규 등장인물이 너무너무 싫었기 때문인 것 같음.(그런데 그 인물이 완결편에서 더욱더 마음에 안 드는 결말을... ㅜㅜ 아무래도 걔 때문에 이 마지막편을 미루고 또 미루다 결국 못 본 것 같다!) 하여튼 오늘 엔드 오브 에바를 다시 돌려보면서도 생각했다. 아니, 이건 내가 젊을 때도 이제 나이먹어서 봐도 내내 변함이 없네, 아무리 봐도 신지 너무 불쌍해 엉엉... 그리고 다시 볼 때마다 미사토 죽을 때 울어 엉엉... 하여튼 이제 신극장판 첫번째 편인 '서'를 다시 보기 시작함. 이건 실내자전거 타면서 아이패드로 돌려보고 있다. 근데 역시 신극장판은 서, 파, 큐 모두 근사하긴 해도 정이 가지는 않는 편이다.
어제부터 다시 실내자전거 타기를 재개했는데 겨우 20분 쉬운 모드로 탔으나 오늘 너무 엉덩이와 허벅지가 아팠다. 얼마나 운동부족이었으면 ㅠㅠ 오늘은 30분 가까이 탔는데 다리가 좀 후들거렸다.
가브릴로프 장편으로 돌아가고 싶어서 이것저것 생각 중이다. 중단된 부분을 이어서 쓰기가 쉽지 않은데 그게 2부 1장이었으니 아예 2부부터 다시 쓰면 어떨까 싶기도 하다. 정 어려우면 그 시기 혹은 최근 몇년 동안 썼던 90년대를 다루는 단편을 하나 더 쓸지도 모르겠다. 하여튼 오늘은 그로테스크한 하름스와 엔드 오브 에바 보며 쉬다가 하루가 다 갔네.
꽃 사진 몇 장 더 접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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