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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과 대학생 초창기 시절을 떠올려보면 당시 '꽃다발'이란 장미와 안개꽃 조합이 대부분이었던 것 같다. 빨간 장미와 하얀 안개꽃. 지금은 아마 그런 조합 같은 건 촌스러움의 전형으로 여겨질 것 같다. 나는 옛날에도 그 두개 조합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빨간 장미는 옛날에도 지금도 여전히 좋아하지만 자주 사지는 않는다. 안개꽃은 꽃집들에 가면 항상 바깥에 장식용으로 하늘색 물을 들인 놈들이 생화나 드라이플라워로 주렁주렁 달려 있어 식상하게 느껴지고 '굳이 안개꽃을?' 이란 마음이 들게 한다.

 

 

하지만 겨울이 오면 갑자기 하얀 안개꽃을 한 다발 사고 싶을 때가 있다. 아무런 물을 들이지 않은 생화 안개꽃은 자기들끼리만 모아놓으면 은근히 예쁘고 풍성하다. 촌스럽다거나 구태의연하다는 표현이 미안해질만큼 예쁘고 심지어 향기도 좋다. 아마도 흰색 안개꽃이 하얀 눈송이를 떠올리게 해서 그런 것 같다.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실제로 펑펑 내리는 눈송이를 보면 출퇴근길이 걱정만 되니 그냥 하얀 안개꽃으로 대리만족, 마음의 위안을 삼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휴가를 냈기 때문에 오늘 안개꽃 한 단을 주문해 받았다. 안개꽃은 잎을 다듬을 것도 없어서 참 편하다. 

 

 

 

 

 

 

해마다 아주 바쁘거나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마지막 날은 휴가를 내고 집에서 마음을 가다듬는다. 작년엔 마지막날 종무식이 있었고 내가 참석해야 하는 뭔가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출근을 했지만 올해는 종무식도 하루 당겨서 어제 했고 일은 잔뜩 쌓여 있긴 하지만 어쨌든 오늘 휴가를 냈다. 올해는 12월 31일이 일요일이라 연휴가 되었다. 

 

 

너무 피곤하고 힘이 들어서 정신없이 잤고 꿈에도 엄청나게 시달렸다. 주로 일과 관련된 꿈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아침에는 부서원 한명이 회계 처리와 관련해 큰 실수를 한 탓에 나에게 다급하게 구조 요청 전화가 왔고, 회계 쪽 부서장에게 연락을 해서 갖은 야단을 맞아가며 수습을 하느라 모자란 수면을 충분히 채우지는 못했다. 그외에도 회사에 닥쳐온 크나큰 시련 때문에 윗분이 아침에 또 톡을 하셨다(간밤에도 한시간이나 이 문제로 통화를 했었음) 쉬어도 쉬는 게 아님. 

 

 

오늘 아버지가 퇴원을 하시는 날이라 휴가도 낸 겸 내가 가보려고 했는데 퇴원 시간이 나오지 않아서 오후에 가야겠다 하고 기다리고 있던 차에 아버지 혼자 수속을 밟고 퇴원하셨다. 다행히 아프거나 힘들지는 않다고 하셨다. 어제는 밤까지 이런저런 일들로 힘들어하셨는데 오늘은 나아지셨다. 용종과 관련한 진료는 다다음주 월요일로 잡혔다. 진료 후에 제거 수술 날짜를 잡게 될 것이다. 여전히 걱정이 되어 기도 중이다. 

 

 

힘이 들어서 정오가 훌쩍 넘도록 침대에 붙어 있다가 나왔다. 밥도 늦게 먹었고 차도 늦게 마셨다. 책을 읽으며 쉬다가 저녁엔 청소를 하고 먹을 게 다 떨어져서 반찬을 좀 만들고 국을 끓였다. 부모님과 통화도 했다. 그랬더니 하루가 다 갔다. 그래도 이 메모를 마치면 글이라도 좀 쓰다 자려고 한다. 

 

 

회사에 닥쳐온 시련은 이미 작년부터 예상하고 있던 것이었다. 그리고 모종의 이유로 올해 중반부터는 이것이 더욱 강력한 환란이 될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지금껏 겪어온 일들로 인해 이미 빅데이터가 쌓여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별로 놀라울 일까진 아니지만 상당히 걱정스럽고 우울하다. 이제 이건 단순히 내년 조직개편과 인사이동만의 문제는 아니게 되었다. 여러가지로 고민이 된다. 간밤에는 온몸을 두들겨맞은 것 같고 마음이 정말 무거워서 아주 힘든 상태로 잠자리에 들었다. 오늘은 그냥 좀 무감각해졌다. 아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고 이 모든 것이 외부에서 오는 압력이기 때문일 것이다. 

 

 

자꾸 생각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나 싶다. 쉬는 동안에라도 마음을 비워야겠다. 글을 쓰다 자야겠다. 일요일까지는 이 글을 꼭 다 마치고 싶은데... 

 

 

안개꽃과 지난주에 와서 살아남은 카네이션 사진 몇 장 접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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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