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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시안셔스가 활짝 피었다. 돌아와서 쉴 집이 있고 거기 꽃이 있다는 사실이 지치고 피곤한 나날의 위안이다. 역시 집토끼라서 그런가보다.



종일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원래부터 비오는 날을 싫어하는데 겨울비라면 더 싫다. 너무 지치고 기분이 가라앉는다. 오늘처럼 진료 때문에 먼 길을 오가야 하는 날이면 더욱. 게다가 그날까지 시작되어 무지 힘들었던 하루. 귀가 지하철에서 정말 피곤하게 졸았다.



친한 선배가 곧 퇴사한다고 하여 점심을 같이 먹었다. 너무 섭섭하고 허전했다. 안그래도 여자 선배가 별로 없는데...




우리 회사는 상당히 보수적인 곳이었고 내 위로 여성 공채가 몇명 없었다. (뭐 어디나 그렇겠지만) 음모가 횡행하는 남성 중심적 조직에서 여러가지로 어려움을 겪으며 어쨌든 이제껏 버텨왔고 알게모르게 동지애와 서로에 대한 안쓰러움, 응원의 마음이 쌓였다. 아직도 여성 간부의 숫자가 적고 지금도 때로는 일종의 트로피처럼 취급당한다. 업무에 대한 열정과 엄청난 노력을 보며 ‘와 나는 저렇게는 못할텐데 참 대단하다’ 생각했던 유일한 여자 선배였는데ㅠㅠ 이야기를 나누니 처음 입사해 보송보송했던 서로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하고 같은 부서에서 의지하며 일했던 것도 생각나서 먹먹했다. 그때도 지금도 한결같이 나에게 ’토끼씨 너무 일 잘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뛰어나‘ 하며 진심으로 말해주고 북돋워주는 선배의 말에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이번주에 여러모로 심란하고 좀 의기소침해져 있었는데 고마웠다. 흑흑 똑똑하고 좋은 사람들은 다 떠나고 기댈 언덕은 이제 거의 없다.



늦은 오후엔 진료받느라 머나먼 길을 오갔다 귀가해서 정말 녹초가 되었다. 그래도 너무 막막하고 우울했던 일주일이라 주말에 마음이 많이 힘들 것 같았는데 오늘 선배와 밥도 먹고 의사와 이야기도 해서 최악의 산란함에선 좀 벗어났다. 주말엔 푹 쉬어야겠다. 진통제를 먹었는데도 두통이 심하다. 아이고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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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