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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차가 아니라 노화의 문제인지 매일 새벽 4시에 깨는데 어젠 운이 좋아서 다시 잠들었지만 오늘은 실패했다. 살풋 약간 졸았지만 결국 업무 전화 때문에 깼고 매우 수면 부족...





프라하 온지 일주일 만에 첨으로 푸른 하늘을 봤다. 완전히 쨍한 건 아니었지만 잠시나마 파란색을 본 걸로 위안을... 그래서 피곤했지만 트램을 타고 로레타에 갔다. 숙소에서 나로드니 트르지다로 걸어가서 타면 되는데, 내가 이쪽 동네엔 묵어본적도 없고 예전에도 신시가지는 나로드니 트르지다를 기점으로 돌아다녔던 터라(바츨라프 광장은 번잡해서 도브라 차요브나 갈때만 왔었다ㅠ) 아침에 완전히 길을 잘못 들어서 삥 돌아서 갔다. 로레타는 전적으로 명종곡만 들으러 가는 거라 매 정시에 가지 않으면(특히 정오) 한시간 가까이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맘이 급해서 막 빨리 걸었더니 다리가 너무 아팠다.




하여튼 11시 46분에 포호젤레츠 정거장에 내려서 로레타에서 정오의 명종곡을 들을 수 있었다. 하늘도 파래졌고 차가운 공기를 뚫고 울려퍼지는 종소리가 너무나 아름다웠다. 고생하고 온 보람이 있는 아름다움, 겨우 2분도 안되지만 최상의 순간이다.


다시 정거장으로 가서 트램 타려다 하늘 파란 게 아까워서 스트라호프-프라하 성-네루도바로 이어지는 길로 걸어내려왔다. 오랜만의 산책 코스였다.










이 사진은 맨첨 프라하 왔을 때부터 항상 이 길을 지나갈 때마다 찍는다 :) 그래서 이번에도.











파란 하늘 흑흑..




이 사진 찍은 곳에서 좀 걸어올라가면 저 전망을 보며 야외 테이블에 앉아 식사하는 레스토랑이 있다. 십년 전 쥬인과 거기 앉아서 엄청 맛없는 커피, 무슨 식빵에 아이스크림 적셔놓은 듯한 끔찍한 티라미수와 사과주스를 먹었던 기억이 있다. 회사 친구는 따로 갔을 때 거기서 사슴고기 요리를 먹었는데 무지 맛없었다고 한다. 전망 보는 값인가보다.











프라하 성엔 안 갔기 때문에, 그쪽으로 최소한 좀 올라갔어야 뒷길을 타고 말로스트란스카 역으로 갈수 있는데(여기도 좋아했던 산책로), 다리 아파서 그거 조금 올라가기 싫어서 번잡한 네루도바 거리 따라 내려왔다. 그나마 겨울이라 관광객이 별로 없었다. 더 내려가서 캄파에 갈까 하다 다리도 아프고 너무 피곤해서 그냥 말로스트란스카 역으로 가서 지하철 1정거장 타고 스타로메스트카에서 내렸다. 에벨에 가려고.





그러나 에벨의 테이블 두 개는 꽉 차 있었고 손님도 있었다. 슬퍼하며 ‘에이 엽서나 사러 갈까’ 하는 마음에 들로우하-리브나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그 동네에 전에 가끔 가던 아르누보 포스터 가게가 있음) 그러다 중간에 나오는 두슈니 거리에서 한국 식당을 발견, 아 모르겠다 밥을 먹자 하고 들어가서 난데없이 김치찌개를 먹었다. 여기도 비싸긴 했지만 며칠전 그 한국식 중국집보다는 쌌다. 김치보다 파랑 양파가 더 많이 들어 있어 슬펐지만 그냥 먹었다. 난 여행 나와서 한국식당 찾아가는 타입이 딱히 아니었고 김치찌개는 우리나라에서도 식당에서 안시키는데(울 엄마 김치가 맛있어서 식당 김치찌개 안 좋아함) 하여튼 힘든 상태라 맛있게 먹고 몸이 좀 따뜻해져서 나왔다.





그리고는 포스터 가게고 뭐고 그 사이 에벨에 자리가 났으려나 싶어 도로 돌아서 가보았다(10분 거리)










이렇게 구시가지 광장을 가로질러서... 파란 하늘이라 찍어놓음. 카메라 가지고 나왔어야 했는데. 이번 여행에서 내 dslr은 내내 트렁크 안에서 잠자고 있음. 이제 갈수록 큰 카메라 못 들겠고 예전처럼 사진 열심히 찍지도 않아서 모든 것은 폰으로 해결 중인데 그래도 다녀오고 나면 가끔 심도 얕은 폰 사진이 좀 아쉽긴 하다.





하여튼 에벨에 갔더니 중간 휴식 시간이라고 문이 닫혀 있었는데 두시에 연다고 적혀 있어 5분 정도 서서 기다렸더니 문이 열렸고 행복하게 테이블에 앉음 :)












이번 프라하 여행에서 커피를 3번이나 마시는 대기록 달성. 김치찌개 때문에 맵고 짜서 부드러운 카푸치노로 입안을 달래는 게 가능했다. 확실히 어제 헤드 샷 커피보다 여기 카푸치노가 조금 더 진하고 풍미가 깊다. 그런데 나는 본시 커피를 거의 못 마시는 자라, 어린이처럼 카푸치노보단 라떼가 더 낫다는 결론 ㅎㅎㅎ




테이블 두개 뿐이고 계속 손님이 오니 도저히 오래 앉아 있을 수가 없어 카푸치노 마신 후 초콜릿을 사서 구냥 나왔다. 여기는 레테조바의 옛 에벨과는 영영 같아질 수 없겠지 ㅠㅠ


코로나 이후 다시 돌아온 프라하에는 이제 내가 가장 좋아했던 레테조바의 에벨이 없지만, 새롭게 발견해 무척 맘에 드는 카페가 하나 생겼으니 그래도 위안이 된다. 바로 헤드 샷 커피. 여기는 에벨처럼 아기자기 따스하기보단 모던하고 작지만 에벨이 붉은색으로 날 사로잡았듯 근사한 민트블루와 깔끔하고 간결한 디자인으로 내 마음에 들어왔다. 알고보니 내가 어제와 그저께 갔던 곳은 2호점이고 융만노바에서 프란치스코 공원 쪽으로 가면 조금 더 큰 1호점이 있었다. 심지어 거기가 숙소에선 약간 더 가깝다!




그래서 에벨에서 나와선 지하철을 또 1정거장 타고 무스텍에서 내려 조그만 프란치스코 공원으로 갔다. 여기는 쇼핑몰 주랑이나 작은 골목을 통과해야 나오는 좀 비밀스럽고 작은 공원이라 관광객들은 별로 안온다. 나도 예전에 살 때만 몇번 산책온 게 전부다. 가게가 별로 없는 쇼핑몰 한쪽에, 창가 자리 하나를 공원에 면한 채 헤드 샷 커피 1호점이 있었다. 여기는 테이블이 그래도 예닐곱 개는 됐다. 지금 생각하니 이 카페는 어쩐지 내게 뻬쩨르의 본치 카페를 떠올리게 하는 구석이 있다. 스타일은 다르지만 아마 색채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단숨에 마음에 들었나...




창가 자리는 차 있었지만 구석 테이블이 하나 비어 있어 거기 앉아 얼그레이와 크림롤 과자를 주문해 먹었다. 차는 잘 우려 주었고 크림롤은 에클레어 같으리라 생각했으나 소련 과자 같았다 ㅎㅎ 바닥에 콘센트도 있어 폰 충전도 하고 쥬인과 잠시 통화도 했다. 아 이제 토, 일 이틀 남았는데 1호점 2호점 번갈아 가야 하나 ㅠㅠ 그리고 첫날 봤던 조용한 목소리의 친절한 남자분이 카운터에 있는 걸 나중에 발견함. 역시 주인인가?











탐나는 그 창가 자리. 돌아가기 전에 저 자리에 꼭 앉아보고픈데 가능하려나...


4시 좀 안되어 나와 숙소로 걸어 돌아왔다. 이미 어둑어둑한데다 오늘 많이 돌아다녀서 그냥 쉴까 하다 돌아갈 날이 다가오니 너무 아까워서 책을 들고 다시 나감. 그런데 이 숙소는 제일 번잡한 바츨라프 광장 바로 뒤에 붙어 있어서 편하게 책 읽을 저렴한 체인 카페가 의외로 없다(광장 위로 쭉 올라가면 코스타와 별다방이 있는데 오르막인데다 사람 엄청 많음) 이것만 보면 첫 숙소 앞 별다방이 좀 그립다(이미 마음의 카페임 ㅋ 3번이나 갔음!) 그래서 주변 나 프르지코페 거리, 광장 등을 그냥 빙 돌며 야경 구경하다(이미 야경임) 5시 좀 넘어 방으로 돌아옴.





그렇게 걷던 사이에 며칠전 들렀다가 그냥 나왔던 근처 러시아 식품점에 갔다. 알룐카 미니 초코 몇알, 쥬인을 위한 흑빵 한 덩어리, 그리고 플롬비르 아이스크림이 있어 그것을 사서 걸어오며 먹었다. 아이스크림은 정말정말 러시아 것이 제일 맛있다. 추억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정말이다. 크렘 브률레 맛으로 골랐는데 역시 맛있었다. 초코 입힌 에스키모가 없는게 슬프다. 체코도 에스키모가 있지만 맛이 미묘하게 다름.









이 녀석. 내게 있어 플롬비르와 에스키모는 러시아 마로제노예의 최고봉.




근데 확실히 ‘외국 식료품’이라 비싸긴 했다. 저 소박한 플롬비르 러시아에선 저렴한데 여기선 30코루나, 1800원이나 했다. 아마 코루나 환율이 예전에 내가 지내던 때보다 올라서 더 그렇게 느껴지나 싶다(뻬쩨르도 물가가 꽤 오르긴 했다)




방에 돌아와 씻고 대충 저녁 때우고(안 먹어도 될만큼 오늘 이것저것 먹었기에 조금만 먹음), 이 메모를 엄청 오래 적고 있음. 아 왜 이렇게 힘들지 헉헉 오늘따라 길다. 근데 오늘 8.3킬로, 13000보 넘게 걸어 최고치를 경신했으니 메모가 긴 것도 당연하다 ㅠㅠ 토, 일 이틀 남았어 흑흑. 밤부터 또 비온다고 한다. 제발 내일도 파란 하늘이 나오게 해주세요. 그리고 새벽에 안 깨고 길게 푹 자게 해주세요.





너무 많이 돌아다녔는지 목이 아프기 시작해서 황급히 인후통 약을 두 알 먹었다. 약기운에 지금은 좀 가라앉았다만... 낼 조식 때 홍차에 꿀을 더 타야겠다 (도착 후 내내 아침마다 홍차에 레몬, 꿀 넣어 마시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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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