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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내일 하루만 지나면 다시 비행기를 타고 돌아간다. 일상과 노동이 기다리고 있다. 언제 일했냐는 듯 매일 쏘다니며 좋았는데... 진정 좋은 것은 프라하라는 특정한 도시, 기억이 머무는 공간에 다시 왔다는 사실이 아니라 노동의 일상에서 잠시나마 해방되어 그저 골목을 걷고 마음에 드는 카페를 발견하고, 오늘은 무엇을 먹을지, 어제 갔지만 맘에 드는 카페에 또 갈지 다른 곳을 찾을지 등 극히 눈앞의 순간들만 생각하며 걷는 것 그 자체였다.




오히려 이번 프라하는 예전과는 다른 장소들에 머무르며 새로운 거리들을 돌아다녔고, 기존의 추억이 남아 있는 곳들의 감흥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마치 서울 어딘가 잘 모르는 골목들을 돌아다닌 느낌도 들었다. 그래서 이번 프라하의 휴가는 그저 카페들과 새로운 장소들을 오가는 순간들이었고 거기에 옛 기억과 아름다운 풍광들, 끊임없는 사진 촬영은 더 이상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 않았다. 어쩌면 이것이 나이를 먹는다는 증거일지도 모르겠다.


이번 여행 내내 잠을 충분히 못 자고 있어 휴식이 별로 없는 것만 슬프다. 원래는 중간에 드레스덴이나 카를로비 바리, 혹은 체스키 크룸로프나 브르노 중 한곳쯤 다녀올 생각이었으나 모두 버스를 최소 왕복 합쳐 4시간 이상 타야 하는데 겨울이라 낮이 너무 짧고 날씨도 궂어서 그냥 포기했다. 사실 카를로비 바리엔 오랜만에 다시 가고 싶긴 했는데... 에릭이 왔다면 옛 기억을 되살려 같이 갔을지도 모르지.




오늘도 자정 넘어 잠들고 새벽 6시에 깨서 더 못 잤다. 조식을 포기하고 침대에 누워 있었지만 하여튼 더 못 자고 10시 반쯤 방에서 나섰다. 융만노바 쪽 헤드 샷 2호점에서 아침을 먹었다. 라떼와 애플 스트루델을 먹었는데 여기는 디저트와 빵류는 별로인 것으로 판명. 라떼는 매우매우 부드러웠다. 이렇게 커피 자주 마신 건 정말 처음이다. 근데 역시 나는 홍차가 더 좋다. (아 근데 요 며칠 커피를 마셔서 잠이 모자라나?!!!)









헤드 샷 가기 전에 먼저 숙소에서 가까운 나 프르지코페 거리에 갔다. 거기 베네통 매장이 크게 하나 있는데, 블랙 프라이데이 세일 중이고 우리 나라보단 좀 저렴한지라 전에 찍어놓았지만 턱없이 비쌌던 코트가 있나 구경을 갔었다. 바빠서 백화점 갈 시간도 없었으니 여기서 입어보고 사이즈 확인을 해보고, 상대적으로 많아 저렴하면 여기서 사려고 꿈에 부풀었다. 근데 그 코트는 없었다. 체코 베네통 온라인 샵에도 없는 걸 보니 여기는 안 들어온 모양이다. 뭐 돈 굳었다(조삼모사)





오늘은 생각보다 스산하고 추웠다. 헤드 샷에서 나온 후 추워서 옷 갈아입으러 숙소에 잠깐 들렀다. billa에서 다시 할인하는 에비앙 1.5리터를 사서... (어제 korunni라는 물을 샀는데 체코 물은 스틸워터임에도 이따금 묘하게 가스가 좀 섞여 있을 때가 있어 복불복이다. 괜히 새 물 마셔보려다ㅠㅠ 나는 각종 맛은 괜찮지만 가스는 싫어해서... 하여튼 그래서 물을 새로 사옴.



옷을 조금 더 껴입고 나와 트램을 타고 나로드니 트르지다에서 내려 좀 걸어서 전에 살았던 릴리오바 거리에 갔다. 그쪽에 괜찮은 바가 있다고 해서 김릿이나 마실까 했는데 공사 중이라 실패했다.











전에 살았던 아파트 문 앞에서 잠시... 그게 벌써 9년 전이라니 정말 믿어지지 않는다.




나는 관광객으로 혼잡한 카를로바 골목을 싫어해서 뒷길인 레테조바 쪽으로 빠졌다. 에벨이 있던 자리엔 갤러리가 들어섰는데 영업하는 것 같진 않았다. 릴리오바와 레테조바는 다시 오지 않았던 게 나았을 것 같다.




하여튼 전에 산책하던 작은 골목들을 지나 구시가지 광장을 가로질렀다. 오늘밤 트리 점등식이라 하는데 트리와 마켓이 빽빽하게 들어차서 관광객 인파로 도떼기 시장 같았다. 지름길이 아니었으면 여기로 안왔을 듯...













드글드글....




어제 가려다 못간 아르누보 포스터 가게에 갔는데 문이 닫혀 있었다ㅠㅠ 주말엔 쉬나... 상당히 멀리 돌아서 많이 걸었던 터라 기운이 빠졌다ㅠㅠ




대충 늦은 점심을 먹은 후 하벨스카 거리를 통과해 바츨라프 광장 쪽으로 돌아와 도브라 차요브나에 갔다. 여기서 네팔 쿠와파니 라는 또 새로운 차를 마시며 좀 쉬었다. 그리고 며칠 전 셨을때 무척 좋았던 네팔 일람을 100그램 사서 나왔다.











마음의 평화 :) 오늘도 손님이 엄청 많아서 자리가 없을 지경이었다.











이번에 산 홍차들. 사진엔 없지만 에벨에서 그루지야 홍차도 100그램 샀다.





저녁엔 내게 엄청난 도전, 즉 프라하 우체국에서 소포 부치기를 했다. 나는 러시아 시절부터 우체국에 대한 공포가 생겨서 예전에 프라하에서 지낼때도 우체국엔 안 갔다. 근데 지금 숙소 맞은편에 중앙 우체국이 있었고 마침 보낼 물건도 있었다. 각종 어려움을 뚫고(박스 구하는 것부터 힘들었음, 플라잉 타이거 가게에서 버리는 박스 하나 간신히 주워옴 ㅠㅠ), 또 우체국에서 일하시는 영어는 못하지만 친절한 아저씨가 발벗고 도와주셔서 하여튼 발송 성공은 했는데 과연 이게 잘 도착할지 모르겠다 흑흑 우편의 성인이여 도와주세요. 우체국 얘긴 나중에 시간 나면 자세히 올려보겠다.





방에 돌아오니 7시가 다 되었다. 오늘은 한 게 별로 없어보이지만 사실 8.7킬로, 거의 15000보 가까이 걸어서 최고기록을 경신했다. 발목이 시큰거린다. 이것저것 주워먹은게 많은 터라 씻고 첫날 리들에서 사와서 아직도 남아있는 감자칩과 어제 사서 실패한 가스 흔적이 있는 물로 저녁 먹음. 가방도 반쯤 싸 두었다.




재채기가 나와서 인후통 약을 방금 두알 먹었다. 어젯밤에도 목이 붓는 듯해서 그 약 먹고 괜찮았는데...




흐흑 내일만 지나면 돌아가야 한다. 내일은 많이 안 돌아다니고 조금만 걸어야지. 오늘은 제발 중간에 안 깨고 푹 잘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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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