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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달력을 넘겼다. 어느새 올해가 두 달이나 지나갔다니 놀랍고, 대선까지 일주일밖에 안 남았다는 생각을 하니 좀 멍해진다. 

 

 

너무 피곤해서 늦게까지 잤다. 꿈을 정신없이 꿨다. 어제 종일 지나치게 일하고 집중하고 또 신경을 써서 그런 것 같다. 오늘 날씨마저 우중충하고 비도 와서 이른 오후까지 집이 어둑어둑했다. 일어나자마자 배가 아파서 고생을 했다. 

 

 

쉬면서 며칠 전부터 읽고 있는 후베르트 자이펠의 '푸틴 : 권력의 논리'를 이어 읽었다.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는 읽으면서도 그렇게까지 마음이 불편하지 않았는데 이제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생각하니 읽는 내내 심란하다. 그와는 별개로 이 책은 상당히 추천할 만하다. 90년대 소련 붕괴 이후 옐친을 거쳐 푸틴이 권력을 쥐는 과정과 서구(특히 미국과 독일)와의 관계, 올리가르히들과 언론과의 관계, 우크라이나와 조지아 등 20여년 전의 배경부터 시작해 상당히 예리하게 묘사되어 있다. 그리고 미국과 서구 편향적인 시선이 아니기 때문에 적어도 '왜 푸틴이 저렇게 행동해왔는가?' 에 대한 논리를 찾아내는데도 도움이 된다. (그렇다고 정당화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이미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 푸틴은 끔찍한 독재자이고 전범이다. 거기 더해 미국도 결코 깨끗하지 않으며 전범이라는 타이틀에서 그렇게까지 자유롭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1차 협상이 별 소득 없이 끝나고 또다시 공격이 자행되고 미사일 폭격과 무시무시한 살상무기 사용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민간인들이 희생되고 러시아 군인들도 아무것도 모른채 끌려와 전쟁에 내던져지고 있다고 한다. 제발 이 모든 것이 어서 그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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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무용수인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와 그의 아내 마리야 쉬린키나가 침묵을 깨고 전쟁에 반대한다는 메시지를 올렸다. 마린스키 예술가들은 거의 모두 침묵 중이다. 국립극장이기도 하고 정부의 탄압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기 때문에 그저 '전쟁 반대' 혹은 '평화'를 말하는 것조차도 큰 용기가 필요하다. 알렉세이 라트만스키는 볼쇼이에서 신작 초연을 앞두고 이를 중단하고 미국으로 돌아갔지만 그는 생활 기반을 미국으로 옮긴지 오래되었으므로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들과는 사정이 다르다. 슈클랴로프 인스타에는 응원과 지지, 고맙다는 댓글이 많이 달리긴 했지만 크나큰 분노를 터뜨리며 언팔하거나 비판하는 댓글도 연이어 달렸다. 주로 '그럼 2014년 돈바스 때는 넌 왜 침묵했느냐', '국립극장에서 춤추며 심지어 나라에서 내려준 공훈예술가 타이틀까지 받았으면서 어떻게 정부를 비판하느냐', '그냥 춤이나 추지 감히 어떻게 그런 말을 하느냐' 등등의 논리들이다. 나는 그를 지지하면서도 내심 좀 걱정이 된다. 원체 지금 러시아 국내 사정이 안 좋고 푸틴이 예전에 비해 좀더 막가파로 바뀌고 있는 것 같아서. 말르이 드라마 극장의 유명한 레프 도진 감독은 정부를 향해 전쟁 반대 편지를 썼다. 설마 레프 도진 같은 유명인사까지 탄압하려나 싶다가도 원체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는 나라라서 걱정이 된다. 

 

 

이와는 결이 다르지만 발레리 게르기예프(푸틴의 친구)는 지난 빈필 공연 취소에 이어 뮌헨 오케스트라 감독에서 해임되었는데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반대 의견을 밝혀달라는 요구에 거절했기 때문이다. 찬성한다는 말도 반대한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이것까지는 잘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게르기예프의 정치적 포지션에 찬성하지도 않고 음악가로서는 존경하지만 마린스키의 수장으로서 발레쪽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긍정적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의 공연을 비토할 수도 있고 보러 가지 않을 수도 있다. 나 같아도 전쟁에 찬성하는 사람이 지휘하는 연주회에 가지 않을 것이다. 지휘자로서의 게르기예프를 좋아하지만 그가 만일 내한을 해서 지금 오케스트라 연주를 한다면 갈지 말지 굉장히 고민을 하고 결국 가지 않았을 것 같다. 하지만 며칠 간의 기한을 준 후 대답을 하지 않자 해임해버리는 건 좀 사정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아마 그가 갖는 권위와 상징성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료샤와 다시 잠깐 얘기를 나눴다. 현금 확보를 했느냐, 회사는 괜찮냐고 물어보았다. 그의 아버지가 원체 선견지명이 있는(그 판에서 닳고 닳은) 사람이라 외화와 현금 확보는 미리 좀 해두었지만 아마 앞으로 아주 힘들 것 같다고 한다. 기사들에도 계속 나오지만 은행들은 난리이고 atm기에 정말 현금이 없다고 한다. 사람들이 계속 체포되고 있는데 어제는 차를 타고 지나가다가 차 창밖으로 경찰 두명에게 젊은 여자가 통째로 들려져 끌려가는 걸 봤다고 울분을 토했다('거의 너만큼 작은 호빗같은 여자였다고!' 하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러다 도산하는 거 아니냐, 회사 접게 되는 거 아니냐고 조심스럽게 물었더니 '몰라 울 아빠가 알아서 할 거야. 그냥 예전에 영국 국적 딸 걸 그랬나' 하고 반쯤 농담섞어 투덜댔다. (영국에서 공부한데다 아버지 인맥으로 예전에 그럴 기회가 있었음. 내 기억에 료샤네 아버지는 그때 이중국적 취득까지 했는데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다)

 

 

 

 

 

 

 

하여튼 이제 휴일이 다 지나갔다. 내일 다시 출근을 해야 한다. 오늘은 글을 하나도 못 썼다. 머릿속이 뒤엉키고 어지럽다. 우리 나라고 남의 나라고 다 엉망이라 그런가. 

 

 

티타임 사진 몇 장 접어두고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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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