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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7. 5. 20:26

잠시 - 장을 보러 간 코스챠 about writing2020. 7. 5. 20:26

 

 

 

4월에 꽤 열성적으로 썼던 글을 마친 후 한동안 침체기에 빠져 있다가 5월부터 새 글을 쓰기 시작했다. 좀 쉬어가는 기분으로 가볍게 쓰는 글이라 집중력이 떨어져서 속도가 느리다만 하여튼 조금씩 쓰고 있다. 7개 정도의 짧은 에피소드들로 이루어진 단편인데 지금은 세번째 이야기를 쓰고 있다. 배경은 70년대 어느 새해 전날. 레닌그라드.

 

 

 

아래는 첫번째 에피소드 앞부분에서 일부 발췌한 것이다. 이 에피소드의 주인공은 코스챠라는 순둥이 청년인데 예전에 트로이와 미샤의 이야기들에서 이름이 한두번 언급된 적이 있다. 트로이의 문학 모임 고정 멤버이다. 첫번째 에피소드는 코스챠가 이 문학 모임의 대모인 갈랴와 함께 장을 보러 가는 얘기이다. 굉장히 가볍게 썼다. 길이도 짧다. 코스챠가 첫번째 주인공이 된 이유는.... 이 서클 고정멤버들 중 유일하게 차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라서. (뭐 그것 말고 다른 이유도 있지만 ㅎㅎ) 그래도 살다보니 얘가 비록 초미니 에피소드이지만 주인공으로도 등장하게 되었다 :)

 

 

 

사진은 70년대의 레닌그라드 어느 시장 풍경.

 

 

 

 

 

* 이 글을 절대로 무단 전재, 복제, 배포, 인용하지 말아주세요 *

 

 

 


 아침에 그는 근처에 사는 타냐를 태우고 시장으로 갔다. 시장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주차도 한참 걸렸다. 솜씨 좋게 새치기를 해서 차를 세워놓고 나오니 갈랴가 장바구니를 들고 하염없이 느긋하게 걸어오고 있었다. 코스챠는 전날 밤의 슬픔이 새삼 떠오르며 부아가 치밀었다.

 

 

    “ , 열 시 반까지 오라면서 넌 삼십 분이나 늦게 오냐! 나보고는 차 가지고 일찍 와야 되니까 술도 마시지 말라고 해놓고. ”

 

 

다 계산한 거야. 어차피 주차하는데 그 정도 걸릴 거니까 시간 맞춰서 온 거지. ”

 

 

 

 코스챠는 뭐라고 항의를 해보려 했지만 갈랴를 말로 이길 자신도 없었고 또 가만히 생각해보니 틀린 얘기도 아니어서 그냥 납득했다. 그저 보드카 딱 한 잔밖에 못 마시고 쫓겨난 것만이 서러울 뿐이었다. 트로이라도 옆에 있었으면 자기 역성을 들어 주었을 텐데 싶었지만, 그 녀석은 장 보는 일을 세상에서 제일 싫어해서 지난 몇 년 동안 단 한 번도 새해 파티 준비를 도와준 적이 없었다. 하지만 트로이에게는 다른 면에서 장점이 많았으므로 코스챠는 그를 용서하기로 했다.

 

 

 그래도 이게 벌써 몇 년째인가, 이제 이렇게 짐꾼과 운전기사 노릇을 하는 것은 막내인 미샤가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심지어 그 꼬맹이는 술도 안 마시니 더욱 안성맞춤일 텐데 하는 생각이 꼬리를 물었지만 그런 말을 했다가는 발레 광팬인 타냐가 어디 감히 왕자님에게 허드렛일을 시키려고 하느냐며 두들겨 패려고 할 것 같아 다시 생각을 고쳐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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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