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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3. 14. 22:09

쓰는 중 - 단어와 기억, 그 외 about writing2020. 3. 14. 22:09

 

 

 

계속 쓰는 중이다. 전반부의 두 문단 발췌. 중간에 한두 문단 정도 생략되어 있다. 전에 발췌했던 부분들과는 흐름이나 말투가 좀 다르다. 나의 글들에서 이 사람은 예전에는 이런 식으로 말한 적이 없다. 하지만 여전히 화자는 미샤이다.

 

 

글에서 언급되는 이름인 안드레이는 미샤의 친구인 트로이의 본명이다.

 

 

 

 

* 이 글을 절대로 무단 전재, 복제, 배포, 인용하지 말아주세요 *

 

 

 

 

.. 나는 그 시를 안드레이의 수첩에서 발견했다. 그는 언제나처럼 몰래 시를 썼고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았다. 내 명예를 위해 덧붙이자면, 나는 그 수첩을 우연히 발견했다. 안드레이는 대청소 중이었고 식탁 위에 책들과 수첩과 노트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펼쳐진 책들은 읽히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것들을 읽었다. 안드레이가 쓰고 내가 읽었다. 나는 그 시들의 일부를 지금도 기억한다. 단어들은 더 많이. 안드레이는 내가 그 모든 것들을 잊기를 바랐을 것이다. 혹은, 내가 모든 것을 금세 잊어버리기 때문에 괜찮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중략)

 

 

 

나는 여전히 안드레이의 말을 글보다 더 생생하게 기억한다. 하지만 그 시는 잊지 않았고 아주 오랫동안 나를 따라다녔다. 나는 그가 언제 그 시를 썼는지도 알 것 같았다. 여름이었고 흑해로 향하는 기차 안이었다. 우리는 객차 연결 통로에 나와 있었다. 안드레이는 만취했고 멀미를 하고 있었지만 내가 잘 수 있도록 어깨를 빌려주었다. 그때 그는 바퀴와 레일과 불꽃과 자갈을 바라보고 있었다. 덥고 습한 바람이 불었다. 안개는 없었다. 먼지와 바람뿐. 나는 졸면서도 볼펜이 종이 표면을 사각거리며 긁는 소리를 들었다. 열기와 갈망으로 가득한 그의 눈길을 느꼈고 반쯤은 일부러 졸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면서.

 

    

..

 

 

사진 속의 무용수는 다닐 심킨. Mariam Medvedeva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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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