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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공연 보고 운하 따라 산책하며 석양과 황혼 구경하느라 늦게 돌아온데다 갑자기 며칠이나 빨리 그날이 시작되어 오늘은 완전히 뻗어 있으려 했다. 아침에 깼다가 도로 자서 열한시에 일어남.


그런데 오늘 온다던 비가 안와서 결과적으론 오늘도 많이 걸어다님. 이 동네는 비 안오는날이 귀해서 날씨가 좋으면 자꾸 이렇게 된다.



내가 좋아하는 카잔 성당 맞은편 부셰에 가서 연어 오믈렛으로 늦은 아점 먹었다. 십년도 전에 맨첨 발굴해서 뻔질나게 드나든 부셰는 말라야 모르스카야 거리에 있고 여기는 작년에 왔을때 가봤는데 여러가지로 앉아서 먹기에 훨씬 좋다.



부셰에서 나와 따끈한 햇볕 받으며 본치 카페까지 걸어갔다. 오늘 옷차림이 너무 캐주얼해서 아스토리야 카페에 가긴 좀 뭐해서 대신 본치에 갔다. 료샤가 일을 마치고 본치로 왔다. 오자마자 내가 시킨 살구타르트를 냉큼 절반이나 잘라 뺏아먹음.



졸지에 타르트 뺏긴 내가 '야!' 하니까 '뭐! 살구는 내가 좋아하는데! 넌 살구 안좋아하잖아! 넌 사과 좋아하잖아!' 하고 도리어 당당함 ㅋㅋ



그 살구 타르트는 카페 신제품이라 해서 시켜본건데 되게 달았다. 평소엔 '윽 달다..' 했을텐데 오늘은 그날인데다 몸이 안좋아선지 한입 먹자마자 눈이 번쩍 뜨이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맛있어하고 있었는데 절반이나 강탈당함!



본치에서 수다떨다가... 날씨가 너무 아깝고 진통제 먹고 아픈게 좀 잦아들어서 해군성 공원에 갔다. 그리고는 정해진 산책로에 따라 청동기사상으로(안녕하시오, 황제!), 네바 강변으로, 궁전광장쪽으로 걸었다.



산책 후 료샤네 집으로 가서 나이든 셰퍼드 네바와 재회했다. 나를 엄청 반겨줌. 역시 똑똑한 네바. 네바랑 같이 근처를 좀 산책함. 네바가 이제 많이 늙어서 멀리는 못 나간다ㅠㅠ



료샤네 집에서 볶음너구리(그가 사랑하는 음식) 같이 먹고 놀다가 좀전에 숙소로 돌아왔다. 힝 방이 좁다... 료샤가 너는 어째 요즘 맨날 고르는 방마다 이렇게 좁냐고 한다... 야 너같은 부르주아넘이 뭘 알아 엉엉....



낼이나 모레쯤 레냐도 볼수 있다. 엄마랑 외가에 놀러가 있다고 함. 레냐야 보고파...



방에 돌아오니 천둥소리도 나고 비가 오기 시작... 엉엉 비오는거 싫어 흑흑....



... 티스토리 앱이 말썽이라 사진 업로드가 안됨. 계속 실패함. 그래서 오늘 메모는 사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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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