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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은 오늘 찍은 것이 아니고 며칠 전 꽃이 도착했을 때 다듬어서 막 꽂아놓은 직후 찍었던 것이다. 잎이 더 초록색이고 봉오리가 팽팽하다. 꽃 도착했던 날이 수요일이었는데 그날 찍어놓았던 사진 몇 장을 올리는 것을 잊어서 그냥 흘리기 아까워 맨 아래에 접어둔다. 

 

 

 



 

2주째 버티고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버터플라이 라넌큘러스 세 송이. 아마 오늘 지나면 다 시들 것 같다. 그래도 이 종류 치고는 오래오래 버텼다. 

 

 

이번주는 계속 바빴고 수면 부족에 시달렸다. 그리고 그날이 바짝 다가왔고 오늘은 날씨도 우중충했다. 그래선지 계속 자고 또 잤다. 계속 자고만 싶었다. 원래 잠들면 새벽에 두어번 깨는데 오늘은 거의 8시간 가까이 내리 잤다. 깨어난 후에도 다시 두번이나 잠들었다. 더 자고팠지만 이미 열 시간도 넘게 잤기 때문에 억지로 일어났다. 꿈도 어지럽게 꾸었다. 꿈에서 엄마랑 다시 페테르부르크에 갔다. 처음엔 몰랐는데 나중에 길을 건너면서 '아, 여기 바실리섬이네' 라고 깨달았다. 그리고 여전한 꿈의 패턴대로 그곳은 어딘가 휑하고 어둡고 내 기억에 없는 거리들이었다. 그러니 네프스키로 가야 할 것 같았다. 버스를 기다렸지만 오지 않아서 엄마와 다시 횡단보도를 건넜다. 건너편에 네바 강이 있어서 엄마에게 '저게 네바 강변이에요'라고 알려드렸다. 그러나 보통 거닐곤 하던 그 네바 강변(궁전 교각이 있고 쿤스트카메라와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요새, 반대 방향으로는 에르미타주와 해군성이 보이는)이 아니라 훨씬 외곽이었고 강 건너로는 낯선 하얀색 건물과 공사 중인 건축물들과 자재들이 보였다. 우리가 도시의 변두리 쪽으로 왔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요즘 부쩍 페테르부르크 꿈을 자주 꾼다. 해외 입국 격리 면제 얘기에 나도 모르게 '그럼 올해 갈 수 있을까?' 하고 생각했다가 러시아 비행 노선들이 모두 막혔다는 사실을 상기했다. 이런 와중에 다시 가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에 죄책감이 들기도 했다. 내가 사랑하는, 내게 아주 큰 의미를 지닌 곳인데... 코로나 때문에 막혀 있으니 풀릴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고만 생각했던 것이 이제는 다른 문제들 때문에 어려워졌고 심적으로도 좀 고통스럽다. 전쟁에 대해, 희생과 죽음에 대해, 권력과 독재자에 대해, 그리고 끔찍한 전쟁 범죄 앞에서 역시 또다른 나쁜놈 노릇을 톡톡이 해왔다는 건 슬며시 잊혀지고 정의의 사도인양 나대며 은근히 재미보고 있는 쪽에 대해, 하여튼 모든 것들에 대해 조금씩 조금씩 생각하면 언제나 거기서 죽어가고 희생되고 서로 싸우게 되는 건 약자들이라는 사실로 쳇바퀴처럼 되돌아오게 된다. 

 

 

기온을 보면 날씨는 매우 따스했는데 나는 오후 늦게까지 으슬으슬 가벼운 오한이 들었다. 아마 햇살이 들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 며칠 동안은 난방을 안 했는데 결국 오후에 보일러를 가장 약하게 틀었다. 그리고 따뜻한 물로 목욕도 했다. 그날 직전이라 온몸이 쑤시고 아프다. 이제 글을 조금 쓰다가 자야겠다. 

 

 

며칠 전 찍어두었던 장미와 그때까진 시들지 않았던 프리지아, 라넌큘러스 사진 몇 장 아래 접어두고 두서없이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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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