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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오후 티타임. 너무 지쳐서 늦게까지 자고 또 잤다. 아점 먹은 후 차를 마시며 책을 읽었다. 
 
 


줄리아노 다 엠폴리의 '크렘린의 마법사'를 읽는 중이다. 거의 후반부에 이르렀음. 딱히 내키지 않았지만 광고도 그렇고 조금 궁금해서 주문해 읽어보고 있는데, 사실 좀 실망스럽다. 광고와 서평은 너무 과장되었고 러시아와 푸틴, 90~2000년대 러시아와 정치상황 등에 대해서라면 적어도 나에게는 별로 새로운 정보들도 없었다(이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므로 단점이라 하기는 어렵다. 소설을 통해 이런 정보들을 처음 접하는 독자들이 압도적으로 많을테니까) 실망스러웠던 이유는 전반적으로 너무 모범적인 학생 느낌 + 가르치려드는 느낌 + 문체의 허세 때문인 것 같다. 내용 자체는 상당히 단순하며, '예리하거나 깊어보이려고' 하는 것에 비해 얄팍하고 알맹이가 부족하다. 읽는 내내 '열심히 자료 조사를 했구나', '그런 자료들을 엮어서 나름대로 글을 열심히 쓰고 있구나'라는 생각만 들었다. 맨앞에서 자먀찐을 인용하고 중간에 바벨에 대해 언급하는 부분도 솔직히 즐겁다기보다는 그냥 모범적인 느낌이었다. 당시 러시아의 정치사회적 사료들과 인물들에 대한 데이터를 엮고 나름대로는 개성적 인물이라고 묘사하고 있지만 실지로는 상당히 스테레오타입인 인물을 전면에 내세워서 <소설쓰기 매뉴얼>에 따라 차곡차곡 나열한 느낌이 든다. 
 


 
상도 받고 여기저기 번역도 많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나에게 이 소설은 잘 쓴 소설이라기보다는 학위를 따기 위한 대학원생의 모범적 시도와 비슷한 느낌이다. 아마도 나는 좀 헐겁더라도 읽는 즐거움과 함께 작가의 정신과 여백, 번뜩이는 뭔가가 있는 소설들을 좋아하는 편이라 그럴 것이다. 문체도 좀 피곤한데, 이건 원문 때문인지 아니면 번역자의 개성 때문인지 확언하기가 어렵다. 이 번역자분의 번역서를 이래저래 많이 읽기도 했고 분명 실력있는 분이긴 하다만 나는 개인적으로 '글쓰는 사람의 번역'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시인일 경우는 더 그런데, 아무리 노력을 해도(혹은 의도적일 수도 있겠지만) 번역가 당사자의 기본적 문체가 배어나와버리는 경우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하여튼 소설은 이제 후반부에 이르러 2014년 우크라이나와 크림반도 얘기로 접어들었다. 오늘 중 끝까지 다 읽어버리고 다른 책을 읽어야겠다. 

 


 
 

 
 
 
 

 
 
 
 

 
 
 
 

 
 
 
 

 
 
 
 

 
 
 
 

 
 
 
이번 주말의 새 꽃은 잎안개. 오후에 차 마시던 중 도착했기 때문에 티타임 사진에는 없고 추가 사진 몇장. 잎안개가 예쁘고 우아하긴 한데 너무 자잘해서 알맹이가 후두둑 떨어지는 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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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