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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7. 31. 18:07

빌니우스 카페 1 : 크루스툼 Crustum 2022 vilnius2022. 7. 31. 18:07






빌니우스에서 들렀던 카페들에 대해서는 그날그날의 메모에서 간단히 언급하거나 시간이 나면 좀더 자세히 적어두었지만 매일의 메모에는 다른 일들도 잔뜩 적혀 있으므로 틈날 때 카페 얘기만 이렇게 따로 하나씩 올려보려고 한다.



여기는 보키에치우 거리에 있는 베이커리 카페 크루스툼이다. 도착 첫날 갔던 카페는 필리에스 케피클렐레이고 그 다음날 갔던 곳이 이곳이다.



원래는 여기를 갈 생각이 아니었다. 영원한 휴가님께서 로컬들이 잘 가거나 특이점이 있거나 맛있는 카페들을 꼽아주셨는데 그 중 하나인 슈가무어에 갈 생각이었다. (그것도 사실은 길을 잃다 어찌어찌 헤매니 그 카페가 있는 보키에치우 거리 쪽으로 들어서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때는 도착 바로 다음날이라 구글맵에만 의존하고 있었던데다 원체 길눈도 어두워서 많이 헤맸다(그렇다고 나중에 덜 헤맨 건 또 아님) 첫번째 숙소인 네링가에서는 조식 포함 예약이 아니었기 때문에 늦잠 자고 나니 배도 고프고 좀 정신이 없었다. 배도 고프고 이때 붉은 군대의 여파로 빨리 약도 먹어야 하는 상황이라 아무 카페에나 가서 대충 차랑 빵 먹어야지 하고 나왔지만 피 같고 금 같은 휴가 며칠 내서 나온 입장에선 사실 그 '아무 카페'가 '진짜' 아무 카페가 되기란 어렵다. 이래저래 고르게 된다.



하여튼 헤매다 보니 아직도 라일락이 조금 남아 있는 나무와 분수대가 나타났고 오른편에 있는 이 카페를 슬쩍 보았다. 깔끔하고 예쁘네 하는 첫인상이었다. 구글맵을 보니 바로 근처에 슈가무어가 있다고 하여 몸을 틀어보니 정말 맞은편에 슈가무어가 있어서 길을 건넜다. 그런데 이날이 일요일이었던 터라 슈가무어에는 브런치든 티타임이든 하여튼 힙한 곳에서 즐기려는 빌니우스 주민들이 득실거렸다. 야외 테이블은 꽉 차 있었고 안에 들어가보니 어딘가 빈 자리는 한둘 있는 것 같았는데 편하게 대충 아침 먹을 분위기는 아닌 느낌이었다(좀 젠체하는 느낌이랄까) 그리고 힐끗 보니 온통 디저트만 있는 것 같아서 도로 나왔다. 그리고는 처음 봤을 때 예쁘다고 생각한 이 크루스툼에 들어가보기로 했다. 그래서 이곳은 추천 없이(ㅎㅎ) 지나가다가 맘에 드는 스타일이라 들어간 곳이 되었다.



이곳은 체인이었다. 빌니우스 공항에도 지점이 있다고 영원한 휴가님께서 얘기해주셨는데 돌아가는 날에는 짐 부치고 들어가기 바빠서 미처 못 찾았다. 지금 생각하니 좀 아쉽다.



크루스툼은 아마 'crust' 에서 온 이름이 아닐까, 패스트리가 많은가 하며 들어갔다. 과연 빵들이 여럿 있었고 케익과 각종 디저트들도 진열장에 많이 있었다. 가격도 별로 비싸지 않았다. 이것저것 먹고 싶었지만 아침에 많이 먹을 수 있는 상태도 아니고 맛이 검증되지 않은 것 같아서 + 메뉴판이 온통 리투아니아어로만 되어 있어서(커피 종류만 영어로 되어 있었음) 이럴 때 고르기 제일 무난한 메뉴, 즉 초콜릿 크루아상과 홍차를 시켰다. 이때는 아직 홍차를 리투아니아어로 뭐라고 하는지 몰랐다. 커피가 kava라는 건 알겠는데(이건 체코어와 똑같음), 도대체 차는 무엇인가. 대충 차이 비슷할 것 같은 단어를 찾아봤지만 없었다. (다음날쯤 알아냈음, 홍차는 arbata였다) 그래서 영어로 블랙 티 있느냐고 물어보니 있다고 해서 잉글리시 브렉퍼스트 티와 초코 크루아상을 시켰다. 팔에 문신을 하고 검은 티셔츠를 입은 패셔너블한 여인이 주문을 받아주었다(좀 멋있었음 ㅎㅎ 그런데 나중에 보니 이 동네에 이렇게 문신을 한 젊은이들이 많았다)



크루아상을 먼저 담아줬기 때문에 그 접시를 들고 자리를 잡았더니 잠시 후 차가 담긴 머그를 가져다 주었다. 그런데 매우 기뻤던 것은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티백이 아니라 잎차를 내주었다는 것이다. 거름망과 더불어 그것을 내려놓을 수 있는 받침접시 겸 뚜껑도 얹어서. 그래서 이곳은 나에게 아주 좋은 이미지로 남았다. 사실 크루아상 자체는 그냥 무난해서 '오 엄청 맛있어, 오오 버터맛의 진수야' 이런 건 아니었다. 좀 퍼석한 편이었고 그냥저냥 딱 그 가격만한 초콜릿 크루아상이었지만 이때 원체 배가 고팠고 또 잎차로 인해 좋아진 기분, 사람이 거의 없어 한적한 카페 내부, 통창 너머로 보이는 사람들, 여행 둘째날 아침의 여유 등이 어우러진 덕분에 빵도 나름대로 맛있게 먹었다. 통유리 문 너머로 보이는 슈가무어를 힐끗거리며 '저거 봐, 저기 사람 엄청 많아. 여기가 훨씬 좋다~' 하며 여유롭게 ㅎㅎㅎㅎ (이 기억 때문에 나에게 슈가무어는 '어쩐지 젠체 하는 곳, 힙한 척 하는데 비싸고 사람 많은 곳'으로 각인될 뻔했지만, 나중에 그곳에 가서 엄청 맛있는 디저트를 먹은 덕분에 결국은 좋은 곳으로 결론이 났음~)



빌니우스에서 갔던 카페들은 대부분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여기는 그냥 무난한 베이커리 카페 체인일 수도 있었지만 여러가지 제반 상황이 작용하면서 역시 마음에 드는 곳으로 남았다. 빌니우스에 다시 갈 기회가 생긴다면 여기는 다시 가서 빵도 그렇고 디저트도 이것저것 먹어보고 싶다 :) 여기 인테리어도 은근히 마음에 들었다. 근데 아마 여름에 왔기 때문에 좋았던 건지도 모른다. 겨울에 왔으면 바람 들어와서 엄청 추웠을 것 같긴 함.



이제 사진 여러 장으로 마무리.







이 자리가 좀 아늑하고 바깥 구경하기 좋은 자리라 골라 앉음 :) 첨엔 손님이 하나도 없다가 내가 앉을 때쯤 문가의 저쪽 테이블에 여자분 하나가 와서 앉았다. 그리고 내가 빵을 거의 다 먹었을 무렵 손님들이 줄줄이 왔다. 그중에는 러시아어를 하는 누가 봐도 좀 여행객처럼 보이는 가족도 있었기 때문에 '나처럼 슈가무어 갔다가 실패한 사람들인가~' 하며 공연히 재미있어했다.







생각지 않은 기쁨을 안겨준 잎차 :) 다른 디저트 카페들은 여기보다 비싸고 고급스러운 곳임에도 불구하고 티백 차를 내줬기 때문에 다시 돌이켜봐도 크루스툼에 플러스 10점을 드리겠습니다~







다른 카페들 열심히 다니느라 여기선 디저트를 못 먹어봤는데 사진 볼 때마다 '아악 하나라도 먹어볼걸' 하고 아까워한다 ㅎㅎ 빌니우스에서 먹었던 디저트들은 대부분 맛있었으니 여기도 기본은 하지 않을까 함. 그리고 잘 보면 까눌레가 1유로임. 빌니우스에선 빵집들에서 파는 까눌레 가격이 저렴했다. 우리 나라에서는 까눌레 하나에 4~5천원대라서 사먹기 어렵다고 했더니 영원한 휴가님이 놀라셨음 흑흑... 근데 정말 까눌레가 그렇게 비싼 이유는 무엇인가 ㅠㅠ







빵들이 놓여 있는 쪽 진열대. 그런데 지금 잘 보니 윗쪽에 뭔가 속이 든 파이처럼 생긴 것들도 있었네... 하지만 이때는 그냥 제일 실패 확률이 적은 무난한 걸 고르다 보니 초콜릿 크루아상으로 낙착. 왜 그냥 크루아상을 고르지 않았느냐고 묻는다면, 그냥 크루아상은 오히려 진짜 잘 만들지 않으면 맛없는 게 너무 티나기 때문에 초콜릿이라도 박혀 있어야 커버가 되어 그럭저럭 성공 타율이 올라가기 때문임! 이것은 마치, 어쩔 수 없이 들어간 분식집 같은 식당에서 뭐라도 먹어야 할때 실패 확률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라면을 시키는 것과 비슷한 이치임(라면은 크게 실패하기 어려운 품목이라) 왜 여행 카페 얘기에서 라면으로 흘러갔는지 좀 우습지만 하여튼.










이때 선글라스를 꺼내놓고 매우 행복해했음 :) 2년 반만에 여행 나왔고 선글라스는 3년 만에 챙긴 거라서 이걸 다시 쓰게 되다니 하고 엄청 뿌듯해했다. 심지어 이거 말고 하나 더 챙겨왔었음. 그런데 막상 나중에 돌아다닐 때 선글라스는 거의 쓰지도 않았음.









이렇게 크루스툼 카페 이야기 끝. 다른 카페 얘기들도 시간 나면 이렇게 하나씩 써보겠다. (언제가 될지는 나도 잘 모르겠음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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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