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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달리 카페 사보이가 정면으로 등장하진 않는다. 하지만 이 사진은 카페 사보이 앞에서 찍었으니까. 사보이 문 앞에 놓여 있던 재떨이였던 것 같다. 

 

 

2016년 9월. 프라하. 

 

 

16년의 프라하와 페테르부르크는 별도 폴더로 정리해두었는데 그 해 여름과 가을에 이 두 도시에 3주씩 머물렀었다. 내게는 무척 힘든 시기였기 때문에 당시 사진들을 보면 그때의 기분, 어떤 식으로 길과 길을 걷고 어떤 마음과 고민에 휩싸여 있었는지, 당시의 햇살과 구름, 바람, 공기, 기온, 습도, 맛과 냄새 그 모든 것들이 기존과 그 후 여행들과는 많이 다른 방식으로 각인되어 재생된다. 

 

 

이때는 말라 스트라나 우예즈드에 있는 로마 호텔의 옥탑 싱글룸에 머물 때였다. 아침에 일어나면 걸어서 다리를 건너고 구시가지에 가거나, 때로는 트램을 탔다. 하지만 주로 걸었다. 9월 초중순이었고 날씨는 찬란했다. 첫 절반은 로마 호텔에 묵었고 이후 구시가지 하벨 시장 근처의 어느 아파트로 숙소를 옮겼다. 숙소를 옮긴 후에는 날씨가 싸늘해졌었다. 

 

 

이날은 카페 사보이에 조식을 먹으러 갔었다. 프렌치 토스트를 먹고 나와서 잠깐 매무새를 다듬다가 카페 앞에 놓인 재떨이를 찍었다. 그리고 카페가 있는 말라 스트라나와 신시가지를 잇는 레기 교를 건너갔다. 

 

 

 

 

 

 

카를 교보다는 항상 이 레기 교를 따라 걷는 것을 더 좋아했다. 말라 스트라나와 캄파 쪽에서는 마네수프 다리를 따라 걷는다. 웬만하면 카를 교에는 발을 들여놓지 않는 편이었다. 처음 놀러 갔을 때는 마냥 웅장하고 아름답다 생각했지만 수차례 이 도시를 방문하고 또 몇달 살기까지 하고 나면 관광객들로 번잡한 곳에는 가급적 발을 들여놓고 싶지 않게 되기 마련이다. 그리고 레기 교에서 바라보는 카를 교와 프라하 성, 구시가지 풍경이 더 아름답다. 

 

 

 

 

 

 

이렇게. 

 

 

 

 

 

 

레기 교를 건너 신시가지로 들어오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큰 도로를 따라 걸으면 북적거리고 번쩍거리지만 조금만 안쪽으로 들어오면 그림자도 공기도 달라진다. 이쪽 골목들은 응달이 많았다. 이따금 이쪽 골목들로 들어가 좀 돌아서 걷다가 길을 건너 카페 에벨이 있는 구시가지로 들어가곤 했다. 이제 레테조바 골목의 카페 에벨은 사라졌으니 그쪽 산책 코스는 아마도 더이상 유효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남은 것은 카프로바 거리의 가장 작은 본점 뿐. 

 

 

 언제 다시 이곳의 골목들을 따라 걷고 다리를 건널지 잘 모르겠다. 다른 해에 방문했을 때 찍은 사진들을 볼땐 안 그런데 16년의 사진들을 보면 마음이 여전히 고동치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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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