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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2. 13. 20:17

토요일 오후 티타임 + 일리아스 tasty and happy2021. 2. 13. 20:17

 

 

 

 

토요일 오후 티타임은 이렇게 보냈다. 저 책은 무려 중학생 때인가 고등학생 때 샀던 것인데 부모님댁에 있던 것을 들고 왔다. 책이 너무 오래되어 누렇게 바랬고 글씨도 흐려짐. 되게 오랜만에 다시 읽고 있는데 역시 한번 잡으면 놓을 수가 없다. 이거 다 읽으면 당연히 오디세이아를 이어 읽어야 함. 학창 시절부터 닳도록 읽었던 책들인데 옛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마지막으로 읽었던 건 10년도 훨씬 전이었던 것 같다. 

 

 

 

일리아스에는 무수한 누구의 아들인 a와 또 누구의 아들 b가 맞붙는 순간들이 이어지고 상대방 중 하나는 창이든 칼이든 화살이든 돌멩이든 하여튼 맞아서 죽는 장면들이 끊임없이 나온다. 특출난 영웅들은 물론 예외지만, 수많은 인물들이 파도치듯 밀려오고 스러지며 나아간다. 누구의 아들, 어느 가문, 어느 왕국, 또 누구의 아들이 계속해서 등장하고 이기고 죽는다. 재미로 따지자면 오디세우스 1인에 집중되고 각종 아기자기한 모험들이 이어지는 오디세이아가 더 재미있겠지만 일리아스 안에는 정말이지 모든 것이 다 있다. 

 

 

그건 그렇고 이 책은 읽을 때마다 '우와... 엄청 간결한 문구들이지만 진짜 정곡을 찌르게 잔인한 묘사다!' 하는 생각이 절로 듬. 창을 던졌더니 눈으로 들어가 혀를 꿰뚫고 턱으로 나왔다느니, 화살이 엉덩이뼈를 부수고 방광을 꿰뚫었다느니, 무릎이 꺾어지기 전에 머리와 코와 입이 먼저 아래로 떨어졌다느니 등등... 한 문장 안에서 공격과 파괴, 죽음이 동시에 다 일어나고 완결된다.

 

 

그리고 이 완역본을 읽기 앞서 초등학생 때 어린이문고로 읽었던 '트로이의 목마'나 역시 어린이 판본의 그리스 신화까지 거슬러올라가봐도 나는 어릴때부터 지금까지 언제나! 트로이를 응원했었다. 트로이 쪽이 너무 불쌍했다. 그리고 파리스가 뭐 그리 잘못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어차피 운명의 장난! 그저 여신들 싸움에 등터진 거 아닌지... 권력과 재물, 지혜, 아름다움 이 세가지 중 고르라고 했을 때 아름다움을 고른 것이 뭐 그리 잘못인가! 뭐 별로 용감한 인물이 아니어서 파리스는 딱히 좋아하진 않았지만 고결한 헥토르를 좋아했었음. 헥토르 죽을 때랑 목마 들어와서 트로이 망할 때 눈물 흘렸었다 흐흑...

 

 

 

오후에 차 마시면서 열심히 읽어서 이제 파트로클루스의 출전 장면을 앞두고 있다. 이 사람이 또 불쌍하다. 아킬레우스라는 인간은 딱히 정이 안 가는데 파트로클루스는 훨씬 인간적인데다 비극적으로 죽게 되니 불쌍함. (생각해보니 비극적으로 죽는 등장인물들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는 것인가... 하다가, 일리아스에서 안 죽는 사람이 별로 없고 이 책엔 안나와도 트로이 전쟁 막바지부터 귀국 후까지도 왕창 죽어나가니 꼭 그래서도 아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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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