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EW. Specialty Coffee (다른 동네)
여기는 빌니우스에서 내가 갔던 카페 중 반경 상 가장 멀리 있는 곳이다. algirdo 거리에 있는데 테이스트 맵보다 더 떨어져 있다. 그런데 이것이 실제 거리 상 가장 멀리 있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구시가지를 중심으로 여기저기 길이 퍼져 있기 때문이다. 하여튼 체감 상으로는 가장 멀었음. 언덕길을 올라가서 걸어가면 나오는 주택가 쪽에 있다. 며칠 전 공원 언덕을 따라 올라가서 계란밥을 먹었던 '타마고'가 있는 윗동네인데 거기서도 좀더 걸어가야 한다. 테이스트 맵도 쭉 따라 걸어가면 나온다는데 여기서 나와서 테이스트 맵을 갈까 하다가 나는 엘스카로 갔다.
이름이 낯익다면, 맞다, 그 언덕 올라가기 전에 갔었던 곳. 공부카페라고 생각하고 갔는데 막상 공부카페는 그 옆의 카페인이어서 '아악 가짜 공부카페!'라고 나에게 매도당한 BREW의 로스터리 지점이다. 처음 갔던 브루 지점은 작고 좁고 좀 답답하고 특색이 별로 없었는데 여기는 주택가와 회사 쪽에 있었고 공유 오피스 건물에 입주해 있어서 그런지 상당히 쾌적했고 작업하기 좋은 조용한 카페였다. 영원한 휴가님이 자택과 가까운 곳이라 자주 오시는 곳이라고 한다. '몬'에서 아침을 먹은 후 오르막길을 따라 올라가서(거리 이름은 기억 안남 ㅠㅠ N자로 시작했던 것 같은데... 아닐지도 몰라) 그릇 도매상가에 잠깐 들르고 이후 조금 더 걸어가서 이 카페에 갔다. 가짜 공부카페라고 놀린 거 미안해요, 브루. 이 지점 덕분에 이미지 매우 만회하셨습니다!
여기는 서울에서 많이 보이는 스타일의 카페이다. 인테리어 스타일도 그렇고. 혼자 와서 노트북이나 태블릿으로 일하는 손님도 그렇고. 하지만 우리 나라 카페에는 옷걸이가 없지. 오늘 여기 앉아 이야기를 나누면서 '우리 나라도 점점 겨울도 길어지는데 카페에 옷걸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하긴 근데 난 사무실에 옷걸이가 있어도 결국 코트랑 점퍼 전부 벗어서 내 의자 등받이에 걸쳐놓긴 하지만...'이라고 말했다. 카페에 옷걸이가 있으면 기분이 좋다. 그런데 이 얘기를 하자 영원한 휴가님이 한국 식당에서 뚜껑 열면 옷 넣을 수 있는 의자나 옷 넣는 통 얘기를 하셔서 '아앗 우리에게는 또 그런 것이 있지!' 하고 새삼 상기함 ㅎㅎ
여기는 약간 커피빈 느낌이 들었다. 그러니까, 좀 좋았던 시절의 커피빈. 난 별다방보다 콩다방을 좋아했었는데 갈수록 콩다방의 입지가 흔들리고 가격만 비싸지고 그냥저냥이 되어가서 아쉽다. 갑자기 콩다방에 대한 아쉬움으로 마무리. 이미지 쇄신한 브루 사진 몇 장과 함께.
오르막길 걸어올라오고 공구상가 들렀다 오는 길에 약간 추워진데다 치즈 샌드위치랑 홍차를 먹었기 때문에 여기서는 생강차를 주문했다. 꿀이 든 작은 병을 줘서 이때 이미 매우매우 점수를 높게 받으면서 가짜 공부카페의 (억울한) 오명 탈출. 근데 그러고보니 이 지점이야말로 공부카페란 말에 어울리는 스타일인데... 공부라기보단 작업카페. 꿀은 본 마망이었다. 본 마망 잼은 많이 먹어봤는데 미니 꿀은 처음 보는 것 같다. 아니, 전에 아스토리야에서 줬었나? 거긴 다른 브랜드였는데... 하여튼 생강차는 좀 싱거웠다. 전에 커피도 그랬고 전반적으로 음료가 좀 싱거운 것 같다만 꿀 따로 줬으니까 괜찮아.
안쪽에 로스터리가 있었다. 원두 자루도 많이 쌓여 있음.
여기서도 인증된 10억 책. 그리고 영원한 휴가님의 플랫 화이트는... 설탕을 넣고 너무 힘차게 휘저으셨는지 철퍽 쏟아짐. 달리의 라떼 아트 같다고 하셔서 웃었다. 근데 막상 설탕이 다 녹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데 설탕 넣으면 정말 잘 안 녹음. 처음부터 넣고 녹이지 않는 한 어쩔 수 없나보다.
** (순전 내 착각의 결과) 가짜 공부카페로 매도당했던 모 뮤지엄 앞 BREW 지점 얘기는 여기
moonage daydream :: 공부 카페 BREW + 정정 : 공부 카페 아닌 공부 카페 (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