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vilnius

빌니우스 카페 2 : 필리에스 케피클렐레 Pilies Kepyklele

liontamer 2022. 8. 4. 19:36







빌니우스 카페 시리즈 두번째는 제일 처음 갔던 곳, 필리에스 케피클렐레이다. 여기는 첫날 메모에도 적었고 티백 홀더가 장착된 찻잔 받침접시 얘기 https://tveye.tistory.com/11507 로도 쓴 적이 있어서 쓸까말까 했는데 그래도 제일 첨 간 곳이고 또 마음에 드는 카페였으므로 적어둔다.




빌니우스 여행 내내 나의 정신적이자 실질적 지주로 활약해주신 영원한 휴가님 덕분에 구시가지의 맛있는 카페, 힙한 카페들 여럿에 가볼 수 있었다. 여기는 영원한 휴가님이 추천해주신 목록 중간에 있었다. 주린 배를 움켜쥐고 숙소에서 나와서 뭐라도 먹어야겠다 생각하니 메뉴에 블린이 있다는 이곳에 가고 싶어졌다. 다른 곳 몇군데도 검색을 했던 것 같은데 여기가 구글맵을 보니 거리가 그중 가까웠던 것 같다(그런데 그 다른 곳들은 어디였는지 지금은 기억도 안 남)




필리에스 케피클렐레는 게디미나스 대로를 쭈욱 걸어가 대성당을 지나면 나타나는 필리에스 거리에 있다. 앤틱 느낌의 아늑한 카페이다. 좀 애매한 오후 늦은 시각이라 손님은 별로 없었다. 카운터에 가서 주문을 하려고 메뉴판을 집어들었는데 마음씨 좋게 생긴 중년 여인이 내게 '어 그 메뉴는 러시아어에요, 영어 메뉴 드릴게요' 라고 하였다. 그래서 엉겁결에 '괜찮아요, 러시아어 메뉴 볼 수 있어요' 라고 했더니 그때부터 이분이 너무나 유창한 노어로 응대를 하셔서 '혹시 러시아 사람인 것인가? 고국의 언어를 아는 외국인이 나타나서 최선을 다해 서비스를 해주시는 것인가?' 하는 의문에 휩싸였다 ㅎㅎ 차라리 외국어 잘 못하는 관광객 모드로 대충 영어로 주문을 했으면 더 편했을 것 같은데 공연히 노어 메뉴판 달라고 한 덕에 최선의 서비스를 해주려던 이 여인이 중간중간 정말 친절하게, 다량의 노어를 구사하셔서 '으앙 그냥 영어 메뉴판 달라 할 걸' 하고 조금살짝 후회했다. 이 모든 것은 내가 언어중추가 퇴화되었는지 노어를 점점 못하고 있어 스트레스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메뉴가 많았고 케익 등 디저트류도 많았던 것 같은데 나는 이때 너무 배가 고팠기 때문에 블린을 먹기로 했다. 도착하자마자 블린을 시켜서 먹었더니 블라디보스톡 생각이 많이 났다. 블라디보스톡에 놀러가면 보통 첨엔 바닷가로 나가기 때문에 그 길에 블린 가게에 들르기 때문이다. 어쩐지 블린은 도착한 날이나 최소 둘째날이 다 가기 전에 먹어줘야 한다는 느낌이 있다. 페테르부르크에 가도 마찬가지이다. 하여튼 빌니우스에 왔는데 노어 메뉴를 보고 노어로 얘기하며 러시아식 블린을 먹으니 기분이 신기했다. 그리고 전쟁 때문에 이 동네에서도 노어를 함부로 쓰지 않는게 좋겠지 하고 생각하고 왔는데 막상 여기저기서 노어를 너무 많이 들어서 그것도 신기했다. 러시아 여행객은 여전히 많았다.




식사용 블린으로는 버섯 속이 든 블린을 시켰고 디저트로는 아이스크림과 딸기잼을 곁들인 블린을 시켰다. 이것도 지금 생각해보니 디저트는 케익을 먹어볼 걸 아깝지만 ㅎㅎ 보통 블린집에 가면 항상 식사용 블린 한 장, 디저트용 블린 한 장(보통 러시아에서는 연유 뿌린 걸 고른다만)을 먹던 버릇이 있다. 식사용은 닭고기와 스메타나 속이 든 것 아니면 버섯과 양파 든 것을 고르는데 여기서는 두가지 종류의 버섯이 들어있는 블린이 있어 그것을 시켰다. 매우 맛있었다. 그리고 디저트 블린은 비주얼이 심히 촌스러워서 '아아 괜히 시켰어' 라는 마음이 들었지만 막상 먹어보니 이것도 맛있어서 만족했다.







바깥에서 보면 이렇다.







주문하고 나서 기다리는 중. 바깥 풍경 구경하려고 앉은 자리.







이건 지난번 받침접시 얘기에서 소개했던 바로 그 알트하우스 찻잔과 접시. 왼편 상단의 티백 홀더 자리 매우 마음에 들었음. 설탕도 주고~~ (비록 설탕을 넣어 마시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것이 버섯 들어 있는 블린. 버섯과 시금치 같은 것이 같이 들어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지금은 가물가물함. 근데 배고파서 마구 먹느라 잘라낸 단면 사진은 안 찍음. 간만에 스메타나를 얹어서 맛있게 먹었다.











촌스러운 비주얼로 나를 시험에 들게 했던 아이스크림과 딸기잼 블린. (모양새가 딱 예전에 러시아에서 내주던 그런 플레이팅이라 추억에 좀 잠겼다 ㅎㅎ) 그런데 의외로 저 케첩처럼 묽어보이는 딸기잼이 아주 맛있었다. 딸기를 직접 갈아서 뿌려준 것 같았다. 그래서 이것도 다 먹어치움! 아이스크림은 그냥 가벼운 우유맛이었다.








내가 입구 근처에 앉았기 때문에 내부가 밝아보인다. 안쪽 홀은 어둑어둑하고 더 아늑한 분위기이다. 나는 보통 빛이 잘 들어오는 쪽을 선호하기 때문에 이런 카페에 가면 창문 근처 등 밝은 쪽에 앉는데, 그러면 내 친구 료샤는 '이 바보, 안쪽이 아늑한데!' 하고 쿠사리를 주곤 한다. 나는 '이상해, 너희는 맨날 햇살이라면 사족을 못쓰면서 어째서? 라고 묻고 이 녀석은 '이 멍충아 그건 아예 야외에 앉을 때 얘기지' 라고 대꾸한다. 아 그렇구나 그런 논리인 거구나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