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 일요일 밤 : 목욕재계한 쿠야, 내일부터 다시 노동, 축하는 고마운데, 기운내서 이얍!
사진은 목욕과 일광욕 후 깨끗하고 보송보송해져서 돌아온 쿠야. 빗질도 조금 해줬다만 가슴털 외엔 별로 효과가 없네.
시차는 매일 조금씩 적응해가고는 있다만 간밤에도 잠이 잘 안왔다. 아마 별다방 플랫 화이트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빌니우스에 있을 땐 커피를 마셔도 매일 해를 쬐고 많이 걸었기 때문에 자정 전엔 잠자리에 들고 수면에 큰 어려움이 없었다만 확실히 간밤엔 심장이 좀 두근거렸다. 새벽에 깼다가 도로 잠들어서 10시 좀 안되어 깨어났다. 오늘도 꿈 때문에 너무 정신이 없고 산란했다. 업무와 회사사람들도 많이 나왔다. 복귀에 대한 무의식적 부담감이 작용한 것이 아닐까 싶다. 오늘은 내일의 출근을 위해 디카페인 티를 마셨다. 그래선지 또 지금은 머리가 아프다. 이건 카페인 부족에서 오는 두통인가 흐흑...
쉬면서 보낸 하루였다. 늦게 일어나 목욕을 하고 아점을 먹고 디카페인이라 맛은 부족하지만 하여튼 차를 마시고 펠레빈의 P세대를 내내 재독하며 보냈다.
이제 목욕하는 동안에도 복귀 후 업무 일정과 내가 없는 동안 떠넘겨진 과제들, 여러가지 골치아픈 사안들에 대해 거의 자동적으로 이것저것 생각한 것으로 봐서 노동지옥에 돌아간다는 의식이 확실히 켜진 것 같다. 알람도 주중 새벽 5시 반으로 맞춰두었다. 이것저것 자꾸 생각해봐야 별 도움 안될 것 같고 일단 내일 출근해서 하나하나 부딪쳐가야 할 수 밖에 없다. 윗분은 한달동안 있었던 일과 그간의 어려움에 대해 아마 두어시간은 봇물터지듯 이야기를 하실 것 같고... 내일까지 처리해달라고 요청한 감사자료도 있어서(내용만 읽고 손대지는 않았다) 내일은 이것저것 많이 바쁠 것 같다. 업무메일들은 틈틈이 체크했지만 상세히 검토가 필요한 30여 건은 보류해놓았으니 그것도 봐야 하고 사후보고함에서도 선임직원이 대결해준 문서들 중 신경써야 하는 건들은 일일이 살펴봐야 하니 실질적으로는 2~3일 정도는 지난 한달간의 주요내용들을 팔로우업해야 하는데 시간이 날지 모르겠다. 그리고 내일은 월초라 임원이 주재하는 전체 간부회의에도 들어가 부서 계획도 보고드려야 하니 일단 내일 출근하면 그것부터 챙겨야겠다.
근속휴직은 원래 석 달을 쓸 수 있는데 워낙 바쁘기도 하고 맡은 직위가 있어 눈치 보여서 한 달을 간신히 썼다. 그나마도 막판에 여러 이슈로 못 가게 될까봐 무척 스트레스를 받았었는데 그래도 9월의 큰 행사들을 두 개나 마치고 무사히 리가와 빌니우스에 다녀왔고 몸과 마음의 휴식과 충전도 좀 했다. 이 한 달을 내면서도 차후 이것으로 인해 불이익이나 골치아픈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계속 들었고 그 우려는 여전히 진행형이지만 뭐 내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 너무 걱정하지 않는 게 낫다고 생각하려 한다. 하여튼 이번주는 정말 아주 바쁠 게 분명하다. 내일은 비도 오고 기온도 떨어진다고 한다. 11월이라 그런가보다.
아침에 동생과 올케가 카톡으로 작은 선물을 각각 보내왔다. 오늘은 내 양력 생일이다. 우리집은 동생만 빼고 다 음력생일을 기념하는데 유독 동생은 내 생일을 양력으로 챙겨준다. 사실 나도 내 생일이 양력이었으면 좋겠다. 지금 바꾸기에는 여러 모로 불편하고 주민등록에도 음력생일 숫자가 들어가 있어 그냥저냥 매년 바뀌는 날이 생일인가보다 한다만. 하여튼 고마웠다. 그런데 내 동생은 상대가 받고 싶어하는 선물을 주는 게 아니라 철저히 자기 관점에서 고르는지라 선물을 받고 나면 난감할 때가 많다 ㅠㅠ 이번엔 카피바라 인형을 보냈다. 아... 내가 인형을 싫어하는 건 아닌데 난 내 눈에 귀여운 인형만 좋아하는데... 카피바라는 실제 동물도 별로 안 좋아하는데(못생겼다고 생각해서 ㅠㅠ) 흐흑 그런데 이 인형이 꽤 큰 것 같다. 쿠션이나 베개만한 듯. 도착하면 난감할 것 같다. 카피바라처럼 맘편히 릴랙스하며 행복하면 좋겠다고 보냈다고 하니 마음은 참 고마운데... 흐헝... 하여튼 카피바라 인형이 주중에 도착할 예정. 흐헝, 내가 좋아하는 인형은 리락쿠마와 친구들 정도인데... 그래도 생일 챙겨주는 동생이 있으니 고맙게 생각하자.
그러니까, 이런 쿠야 같은 귀여운 애만 좋아하는데... 나 미모지상주의인데...
오늘은 늦지 않게 잠자리에 들어보려고 한다. 노동복귀를 위해. 기운을 내자, 얍!
기운을 내라고 말해주는 쿠야 :) 카페인 종이컵이 옆에 보인다. 저 종이컵 안에 후라칸이랑 엘스카 종이컵도 들어 있는데 아직 어떻게 장식할지 생각을 못해서 지금은 카페 에벨의 명함, 티셰 라벨 등 여행의 자질구레한 파생물들을 담아두었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