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전의 이딸랄라, 독서
보르쉬랑 키쉬로 든든한 조식을 먹고 나와서 필리에스와 디조이를 가로질러 루드닌쿠의 비르주 두오나에 팅기니스를 사러 갔는데 하얀 팅기니스가 없어서 캐러멜 팅기니스 한 조각만 산 후 입가심이 하고 싶고 책도 읽고파서 제일 가까운 이딸랄라에 갔다. 그때가 열시 반이 되기 전이었다. 아직 이른 시각이었고 한 단 위에 있는 책상 같은 테이블 하나가 비어서 거기 앉았다. 테이블 위에 막 손님들이 놓고 나간 커피잔과 물잔, 접시들이 가득해서 자리를 잡겠다는 급한 마음에 내가 그것들을 치우고 있는데 가게 운영하는 사장 여인(여인 두명을 자주 봄)이 직접 치워주고 안내해주었다. 이 분이 손님들을 살뜰하게 챙겨서 좋긴 했는데 알바들은 되게 긴장되겠다 싶었음. 오늘은 홍학청년이 없고 아주 친절하고 잘 웃는 곰돌이 같은 여자 점원이 있었다. 엄청 귀여웠다.
얼그레이랑 요거트 케익이란 게 있어서 이건 좀 가볍겠거니 하고 시켰는데 좀 실패함. 흑, 저번 치즈케익은 맛있었는데 이 요거트 케익은 그냥 아무 맛 자체가 안 났다. 달거나 시거나 뭐라도 있었으면 좋으련만. 혹시라도 빌니우스에 여행을 가셔서 이딸랄라에 가시려는 분께서는 요거트 케익은 패스해주세요.
내일 오후에 바르샤바행 비행기를 타러 가는지라 아마 이딸랄라에 갈 시간은 없을 것 같아서 겸사겸사 오늘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들렀다. 이딸랄라는 처음엔 별로였는데 점차 이미지를 만회해서 막판에는 제일 많이 들른 카페 톱2가 되었다. 아마 빛이 잘 드는데다 책 읽기가 좋아서였던 것 같다. 이딸랄라와 엘스카에서 책 읽기가 가장 좋았다. 여기는 돌아가면 많이 그리울 것 같다.
날씨 좋을 때 영원한 휴가님과 함께 앉았던 이 야외 테이블들도.
파스텔톤의 이 색채들도.
오늘도 여기 앉아서 (단어를 뒤져가며) 책을 열심히 읽음. 엘스카에서도 이어 읽어서 이 책을 67페이지까지 읽었다! 한국에 돌아가서도 꼭 끝까지 다 읽어야지.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비주얼은 이쁘지만 맛없었던 요거트 케익. 흑흑.
쿠야도 이딸랄라랑 인사하고 나옴. 여기는 쿠야가 제일 많이 온 카페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