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riga_vilnius

Backstage cafe 본점 - 김치 오믈렛

liontamer 2024. 10. 26. 04:06

 

 

어제 백스테이지 카페가 가는 족족 만석이라 포기하고 숙소 근처 영화관에 딸린 분점에 갔다는 이야기를 썼다. 그런데 오늘 어떻게 자리가 있어서 이 인기많은 카페에서 아침을 먹을 수 있었다. 오늘도 8시 전에 깨어났는데, 조식을 먹으러 내려가야겠지 하며 뒹굴고 있는 중 영원한 휴가님이 나와서 아침 먹지 않겠느냐고 하셔서 나는 '그럴까, 어차피 깼는데' 하고 혹해서 얼른 씻고 방을 나섰다. 원래는 몬에 다시 가서 이번엔 간단한 크루아상 같은 빵을 먹을까 싶었는데 영원한 휴가님이 몬이 아니라 우리가 예전부터 조우하는 장소로 잘 활용한 돈 폰타나스(보키에치우 거리의 분수에 우리가 붙인 이름. 예전에 아이들이 이 분수에서 동전을 주웠기 때문에 돈 분수라는 뜻으로 ㅋㅋ) 앞에서 기다리고 계셨다. 어딜 갈까 하다가 바로 앞에 있는 백스테이지 카페에 다시 도전해보기로 했다. 설마 9시밖에 안됐는데 벌써 만석이겠어? 하면서.

 

그런데! 출입구에 또 줄이 가득 늘어서 있고 우리 앞의 영어를 쓰는 두분은 우리에게 '사람이 너무 많네요' 하고 아쉽게 웃으며 포기하고 떠났다. 나는 '에이 그럼 미련없어요. 우리 몬이나 테이스트 맵에 가요' 라고 했는데 안에 잘 보니 뭔가 비어 있는 테이블이 있었다. 우리 앞에 줄선 사람들은 자리를 맡지 않았으므로 우리는 먼저 안으로 들어가 조그만 빈 테이블을 잡을 수 있었다. 그리하여 빌니우스 도착 22일만에 백스테이지 카페 입성 성공. 아니 여기 이렇게 어려운 곳이었다니! 예전엔 몰랐었네. 

 

여기는 브런치 메뉴가 많다. 그런데 브런치에 김치 오믈렛이 있어서 전부터 궁금했다. 크루아상이나 하나 먹지 했었던 나는 '김치 오믈렛 궁금하니 도전해보겠어요~' 라고 마음이 바뀌었다. 다른 브런치에도 사이드메뉴로 김치를 3.5유로엔가 내주고 있었다. 신기신기! 그래서 김치오믈렛과 페퍼민트 티, 영원한 휴가님은 플랫 화이트와 체리파이를 주문. 

 

김치오믈렛이 나왔다. 앗 생각보다 김치가 그래도 그럴듯한 볶음김치야... 막 맛있고 잘만들고 그런 건 아니지만 그래도 볶음김치였고 심지어 많이 넣어줌! 계란은 2개와 3개 중 고를 수 있었는데 나는 2개로 만들어달라고 했다. 거기에 빵 한조각과... 이게 뭐지? 하고 처음에 혼란을 일으킨 소스 같은 게 나왔으니... 소스 치고는 묽은데, 아니 이거 설마 참기름인가? 냄새를 맡아보니 참기름이었다! 참기름을 마치 올리브유나 발사믹처럼 종지에 상당히 많이 담아줌. 우리는 깜짝 놀랐다. 어, 참기름 비쌀텐데... 참기름 이렇게 먹는 거 아닌데... 우와, 비싼 식재료 이렇게 막 써도 되나?

 

하여튼 그래서 나는 심지어 빵을 참기름에 찍어먹기도 해보았다. 괴식은 아니었고 먹을만은 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참기름 너무 많이 줌. 그럼 여기 사람들은 저 참기름을 다 닦아먹는건가? 우리는 '저 참기름이면 간장계란밥이 몇그릇이야...' 하며 웃었다. 김치 오믈렛과 체리 파이도 나누어 먹었는데 나름대로 맛있었다. 

 

먹는 동안에도 손님이 좀 빠졌다가 또 꽉 차기를 반복했다. 로컬 뿐만 아니라 외국인들도 많았다. 여기는 빌니우스의 카페라기보다는 활기찬 분위기가 좀 미국이나 뭔가 프렌즈 같은 시트콤에 나오는 카페 같은 느낌이 들었다. 사람들은 제각각 무리지어 신나고 떠들썩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뭔가를 먹고 마시고, 카운터와 바에 있는 점원들은 젊고 예쁘고 활기차고. 좀 업되어 있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영원한 휴가님은 여기는 모여든 사람들끼리 좀 큰소리로 얘기를 하는데도 각자의 대화는 또 잘 들리고 나름대로 작업도 잘 되는 것 같다고, 이런 분위기 때문에 손님들이 몰리는 것 같다고 하심. 

 

그리하여 나는 삐쳐있었던 백스테이지 카페 보키에치우 거리 본점에도 재입성에 성공하게 되었다. 김치 오믈렛과 카페 사진 몇 장. 

 

 

 

 

디저트가 많지는 않다. 전에 먹었던 티라미수와 쿠키는 별로였는데 오늘 체리 파이가 달지 않아서 의외로 괜찮았음. 커피는 묽고 맛이 그냥저냥이라고 하신다. 

 

 

 

 

 

 

 

 

이게 체리파이. 

 

 

 

 

 

 

두둥. 김치 오믈렛, 빵, 그리고 참기름! 

 

 

 

 

 

 

오믈렛 위에 치즈를 갈아서 뿌려줬다. 깨도 뿌려주고 ㅎㅎㅎ 김치도 저렇게 아낌없이 넣어주었다. 근데 이 김치가 리미 김치보다 훨씬 낫네. 타마고는 차라리 여기를 벤치마킹하라, 계란밥을 브런치로 내주느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