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riga_vilnius

바닥분수 맞은편 후라칸, 독서

liontamer 2024. 10. 25. 02:38

 

 

 

게디미나스 대로, 내가 머무는 숙소 근처에도 후라칸이 하나 있다. 대성당 광장 방면 토토리우 지점 말고 반대방향의 큰 공원(며칠 전 내가 가서 책 읽었던 곳)과 바닥분수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면 건물 모퉁이에 자리잡고 있음. 후라칸도 대부분 건물 모퉁이에 자리잡고 있다(베로 카페도, 카페인도 대부분 그런 것 같다) 여기는 영원한 휴가님이 예전에 자주 들르던 곳이라 하시기도 했고 또 후라칸은 지점마다 특색이 있는 것 같아서 한번 가보았다. 여기는 오늘의 네번째 카페였다. BREW에서 나와 엘스카에 잠깐 들렀기 때문이다. 

 

 

창가에 앉으면 바닥분수를 볼 수 있는데 내가 들어갔을 땐 그쪽 자리들은 다 차 있었다. 이 지점은 뭔가 구석구석 미로처럼 되어 있었다. 작은 방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해야 하나. 그건 새벽의 문 후라칸과도 좀 비슷한 구조였지만 거기는 좀더 널찍하고 흰색이라 더 밝았고 여기는 뭔가 좀 썰렁하고 휑한 느낌이었다. 이 지점의 가장 큰 특징은 벽면의 레코드 장식들 정도. 나는 맘에 드는 자리가 없었기 때문에 그냥 벽에 등을 대고 앉았다. 테이블이 조금 높긴 했는데 의자는 편했다. 이미 아침부터 가향 홍차, 생강차, 그리고 엘스카 카푸치노까지 마시고 왔기 때문에 여기서는 콤부차를 마셨다. 체리 향 비슷한 맛이었는데 긴가민가. 

 

 

내 옆쪽 창가 테이블에는 인도 출신으로 보이는 남자가 랩탑을 놓고 일하고 있었다. 빌니우스에는 인도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그리고 은근히 영어를 쓰는 외국인들도 많다. 본격적 관광지가 아닌데다 규모가 작은 도시라 어떻게 보면 좀 신기하기도 하다만 그래도 EU니까 당연한 건가 싶기도 하고... 그리고 맞은편에는 대학생 같은 남녀가 앉아 랩탑을 펼쳐놓고 떠들썩하게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꼭 조별 발표 준비하는 애들 같았다. 그런데 옷걸이가 그쪽에만 있었고 첨엔 남자애 하나만 앉아 있었기 때문에 내 코트를 걸어놨다가 점점 학생들이 늘어나는 바람에 '엥 내 코트 못 꺼내겠네' 싶어서 학생 하나가 잠깐 자리를 비웠을 때 얼른 가서 '미안미안합니다~' 하며 옷을 가져와야 했다. 

 

 

여기서 나는 너무너무 졸렸다. 오늘 일찍 일어나 보키에치우 쪽까지 좀 빨리 걸어가서 카페 아침을 먹었고 종일 돌아다니며 마시고 먹고 한데다 날씨가 매우 흐리고 짓누르는 느낌이라 그랬나보다. 그래서 여기서는 책 보다가 사진 정리하다가 졸았던 기억이 가장 크다. 

 

 

여기서 챙겨온 하루키 잡문집을 다 읽었다. 이래서 한국어로 된 책들은 (몇권 안 가져왔지만) 전부 다 재독 완료. 책을 다 읽은 후 바닥분수 후라칸에서 나왔다. 

 

 

 

 

 

 

 

 

 

이건 입구에서 가까운 다른 공간. 이 후라칸은 공간별 테이블 배치가 뭔가 좀 뻘쭘하다. 날씨가 꾸무룩해지고 추워져서 야외테이블은 다 접어두었다. 참, 이 후라칸에도 그 후라카나스는 없었다. 

 

 

 

 

 

 

그러고보니 이 하루키 잡문집도 빌니우스에서 이 카페 저 카페 다녔음!! 좀 무겁고 두꺼워서 스트루가츠키의 10억이나 미운 백조만큼 많이 다니진 않았지만 그래도 가까운 카페들과 심지어 공원에도 같이 갔다. 

 

 

 

 

 

 

이 파트는 내가 좋아하는 얘기라 찍어둠. 무라카미 하루키는 소설가로서는 내 취향이 아니고 글을 쓰는 시선도 100% 일치하는 건 아니다만 방과 밀실에 대한 그의 이야기는 항상 마음에 와닿는다. 

 

 

 

 

 

나와서 한 컷. 7시에 오픈한다고 적혀 있는 것 같다. (아닌가 7유로 어쩌고인가? 매일 아침 7시라고 적혀 있는거 같긴 한데... 아아 한달 가까이 있었는데도 리투아니아어 거의 하나도 몰라 엉엉 의지박약 언어능력 감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