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 장 주네
토요일 오후 티타임. 어제 완전히 녹초가 되었고 오늘도 종일 몸이 안 좋아서 감기약을 먹었다. 그래도 오늘은 홍차를 포기하지 않고 마셨지만 내일은 아까 한 냄비 끓여둔 대추차를 마셔야 할 것 같다.
장 주네의 '꽃의 노트르담'이 번역 출간되었다. 번역제는 '꽃피는 노트르담'. 하지만 오랜 옛날부터 내 입에는 꽃의 노트르담으로 붙어버려서 저 꽃피는~ 이라는 표현이 잘 안 나온다. 오랜 옛날 국내에 번역된 주네의 소설은 도둑일기와 장미의 기적(이건 지금은 절판되었음. 다른 출판사에서 재출간된 것 같기도 한데.... 나에게 있는 건 옛날에 무려 고려원미디어에서 나왔던 버전임) 두 권 뿐이었다. 그래서 이십여년 전 아마존에서 주네의 다른 소설들 영역본을 주문해서 여러번 읽었었다. 불어를 모르므로 할수없이 ㅜㅜ 주네의 첫 소설인 이 책을 마지막으로 읽었던 것도 십몇년 전인 것 같다. 그래선지 다시 읽었더니, 그리고 국문 번역된 버전으로 읽었더니 낯설거나 새로운 부분도 많았다. 특히 내가 읽었던 건 갈리마르 전집에서 나온 버전인데 이 번역본은 초판본 번역이라 갈리마르 출간본에서 삭제되었던 파트들(주로 성적인 묘사들)이 추가되어 있었다. 책을 읽고 있자니 오랜 옛날의 청춘 시절들이 떠올랐다. 지나가버린 젊음들. 주네의 문체는 여전히 매혹적이지만 이 책을 맨처음 읽었을 때와 지금의 나 사이에 너무나 많은 차이와 거리가 존재하게 되었기 때문인지 경탄과 애정의 깊이는 많이 달랐다. 그래도 이 책 다 읽은 후 지금은 오랜만에 '장미의 기적'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주네의 소설은 '브레스트의 퀘렐'인데 아마도 그 소설이 가장 주네답지 않게 '소설'의 형식을 제대로 갖추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하여튼 브레스트의 퀘렐도 번역되면 좋겠다. 안그러면 이것도 집에 있는 영어번역본을 다시 읽어야 할텐데 활자가 작아서 이제 좀 읽기가 피곤할 것 같음 흐흑...
그건 그렇고... 번역해주셔서 너무나 감사하긴 한데 이 번역자의 번역이 내 취향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번역을 잘하시는 분이긴 한데 너무 본인의 문체와 색깔이 강한 분이라... 어쩌다보니 이분이 번역한 책들을 여럿 갖고 있는데 항상 문장에서 몇몇 조사를 생략하는 경향이 있음 ㅜㅜ 그래도 번역이 너무나 어려운 작가의 소설을 번역해주셔서 감사한 마음이긴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