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2 토요일 밤 : 심신이 닳아 뻗음, 사진으로 몰아둠
완전히 뻗어버렸던 토요일. 날씨도 어둑어둑했고 몸과 마음이 너무 지쳐서 한시 넘어서까지 침대에 뻗어 있었다. 간밤에는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서 아무 생각 없이 연달아 예능 프로그램만 세개를 보며 늦게까지 소파에 기대 있다가 잠자리에 들었다. 새벽 4시 반쯤 깼고 문제의 독버섯 금쪽이와 향후 해결 방향에 대한 고민 때문에 한시간 가량 뒤척이다 다시 잠들었다. 이후 자고 또 자고를 반복, 열시가 좀 넘었을 때 배달되어 온 꽃을 다듬어 꽂아두고는 다시 침대에 들어가 한참동안 뻗어 있었다. 계속 누워 있고 싶었지만 다리가 너무 아팠고(이번주에 행사를 치르느라 좀 무리하긴 했다) 워낙 어둑어둑해서 기분만 더 다운될 것 같았기 때문에 억지로 일어났다.
오늘은 날이 흐려서 집에 빛이 충분히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에, 그리고 게으름 피우느라 오후의 차도 늦게 마셨기 때문에 사진도 어둡게 나오고 몇 장 없어 한꺼번에 몰아놓은 것을 맨 위에. 궁금했던 카이막을 사서 오늘 티타임 때 크래커 위에 올려서 먹어보았다. 맛은 클로티드 크림을 좀더 진하고 꾸덕하게 만든 것 같았고 꿀과 잘 어울렸다. 하지만 가격이 비싸서 다시 사먹을지는 잘 모르겠다.
오른편 아래의 프레쉬 비누는 동료 부서장이자 예전에 함께 일했던 절친한 후배가 나에게 보내준 선물이다. 이 사람은 문제의 독버섯 금쪽이를 바로 직전까지 데리고 일하며 너무 고역을 치른 탓에 지금 내가 얼마나 힘든지 이심전심 공감하는 터라 나를 위로한다고 보내주었음. 흑흑. 비누는 그레이프프루트 향이다. 욕실에 가져다두었다.
오늘의 꽃은 피치 글라디올러스였는데 이미 너무 많이 피어서 도착해 좀 아쉬웠지만 어쨌든 색채가 예쁘다. 이렇게 사진 모음으로 오늘 하루에 대한 얘기를 줄인다. 머릿속이 좀 산란하다. 사진들 한 장 한 장은 아래 접어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