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1 화요일 밤 : 다시 뻗음
어제 출근한 것이 몸에는 무리였다. 특히 윗분과 업무 얘기를 많이 해서 목을 쓴 것이 가장 나빴던 것 같다. 밤에 완전히 뻗었는데 5시 반 새벽 알람에 깨어났을 때는 코가 완전히 꽉 막혀서 거의 숨을 쉬기가 어려울 정도였고 목은 완전히 잠기고 가버렸다. 열도 마구 올랐다. 기침도 되살아났다. 도저히 일어날 수가 없었다. '안돼, 오늘 업무미팅도 있는데 일어나야 해' 라고 억지로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너무 어지러웠고 물 한 모금 마실 기운도 나지 않았다. 결국 뻗어버렸다. 정신없는 꿈에 시달리다 8시 좀 넘어서 다시 깼다. 몸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윗분께 전화를 드리고 휴가를 냈다. 예전엔 이런 경우라도 억지로 기어나갔는데 오늘은 정말 그렇게 되지가 않았다. 휴가원을 올리기 위해 pc를 켜고 vpn에 접속하는 것도 너무 힘이 들었다. 간신히 휴가를 올려놓고 열이 오른 채 물만 한 모금 마시고 다시 뻗었다.
열시가 좀 지난 후 억지로 일어났다. 계속 자고 또 잘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너무 덥고 몸이 뜨거웠다. 목도 불타는 것 같았고 코는 여전히 꽉 막혀 있어서 빨리 뭔가를 먹고 약을 먹어야 할 것 같았다. 그때쯤 업무 톡들도 오고 있었다. 억지로 일어나 샤워를 하고 체온을 좀 떨어뜨린 후 밥을 먹었다. 후각과 미각이 정말 많이 감퇴했다. 어쨌든 뭔가를 먹고 약을 먹었더니 좀 나아지는 것 같긴 했다. 대추차를 마시고 남은 대추를 탈탈 털어서 다시 차를 한 냄비 끓였다.
집에서 쉬다가 오후에는 업무 체크를 하느라 결국 결재도 하고 메일도 읽고 이것저것 일을 하긴 했다. 아파서 휴가를 쓰게 되면 정말 그 휴가가 아깝다. 오후에 병원에 가볼까 했지만 지난주에 여러번 들러서 받아온 약들이 남아 있었고 밖에 비가 너무 많이 와서 그냥 포기했다. 내일 퇴근길에 들러볼까 싶다. 그런데 사실 이게 출근과 말하는 것이 심한 악영향을 끼치는 거라서 약을 받아온다고 뭐가 나아지려나 싶긴 하다. 오늘은 종일 집에서 말을 하지 않았더니 목이 좀 나아졌다. 그러나 내일은 다시 새벽 출근에 업무상 얘기를 많이 해야 하니 도루묵이 될 듯. 하지만 더 이상 휴가를 낼 수도 없고 또 일도 너무 많으니 이제 뭐가 어떻든 출근해서 일을 해야 한다.
비가 종일 너무 많이 왔다. 이런 비는 정말 싫다. 부모님 걱정이 되어 톡과 전화를 드렸다. 여름은 이래저래 힘든 계절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올해는 연초부터 너무 힘이 들었다. 일도 사람도 몸도 모든 것이 다 어렵다. 좋아질만한 게 뭐 없을까 생각해봐도 별로 답이 나오지 않는다.
오늘의 유일한 좋은 것. 글을 한 페이지 가량 이어서 썼다. 기운이 있었으면 오늘 몰아서 다 썼을텐데.
오늘 밤엔 좀더 잘 자고, 내일은 꿋꿋하게 새벽 출근을 하고, 말을 별로 안 해도 되기를. 약을 먹고 잠자리에 들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