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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3 화요일 밤 : 매일 아이리스, 노화의 증거들, 해결할 수 없는 문제 뻥뻥, 철없는 사람, 원인 제거가 안되니 그냥 스스로를 돌봅시다

liontamer 2022. 12. 13. 21:12

 

 

 

이 사진은 토요일에 찍어둔 것이지만, 어쨌든 아직 봉오리 상태였던 아이리스 두 대 중 한 대는 오늘 귀가하니 반쯤 피어 있었고(이 사진의 아이리스보다 약간 덜 핀 상태였다), 페리에 병에 따로 꽂아둔 건 아직 안 피었다. 확실히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서재 방에 두니까 좀 버티는 것 같다. 집에 도착하면 뭔가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슬며시 서재 방에 들어가 끄라스느이 우골의 꽃병을 확인해보고, 아직 만개를 안 했으면 좀 기뻐진다. 원래는 만개해 있어야 기쁜 것 아닌가 싶지만. 

 

 

오늘 날씨도 참 궂었다. 오후부터는 눈이 펄펄 내렸는데 공기가 안 좋아서 흰 눈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집에 갈 걱정만 되었다. 역시 이것도 나이가 들었다는 증거인 듯하다. 눈이 와도 예쁘거나 설레는 마음이 안 들고 출퇴근 걱정만 된다. 게다가 내일은 엄청 춥다고 하니 정말 출근이 힘들 것 같다 ㅠㅠ 나는 정말 러시아에서 한겨울을 보냈었는데 어째서 이젠 이렇게 겨울이 힘들고 추운걸 못 견디게 된 걸까. 이것도 역시 나이먹어서... 

 

 

오늘도 바쁘게 일했다. 아침엔 일찍 출근해 일하다가 9시 좀 넘어서는 갑자기 너무 피곤하고 졸려서 20분 가량 정신없이 졸았다. 어차피 그 시간대에는 사람이 없어서 졸아도 티가 안 남. 그나마 말이 통하는 선임직원과 어제 뻥뻥 터졌던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그간 있었던 업무상의 주요 문제들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윗분도 출근하셔서 이것저것 또 이야기를 나눠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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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생각지 않은 일이 또 생겨서 그거 해결하느라 정신없었는데, 이것에 이어 저녁에 퇴근 직전 또 생각지 않은, 그리고 이번에는 해결도 안되는 일이 발생했다. 이것은 문제의 히스테리 직원으로부터 비롯되었는데 숫자 계산을 잘못해서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갑자기 예산 잔액이 상당히 발생하게 되었다. 선임직원과 나는 너무 충격을 받았고 이건 도저히 해결할 방도가 없어 머리가 아득했다. 집에 돌아와서도 잠시 잊고 있다가 이 문제가 생각나서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봐도 방도가 없다. 그냥 빵꾸내고 지적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될 것 같다. 이 문제의 원흉은 50%는 계산을 잘못한 히스테리 직원이고 나머지 50%는 분별없이 욕심을 내서 이것저것 요구하셨지만 결국 제대로 된 맵을 그려내지 못하고 계산 능력이 역시 없었던 윗분이다. 너무 피곤해진다. 내가 이러니까 위장에 염증이 그렇게 심하게 생기고 센 약을 먹고 검사 결과를 기다리며 이렇게 전전긍긍하게 된 거야 이게 다 이 인간들 때문이야 ㅠㅠ 정말 너무 피곤하다.

 

 

철없는 윗분은 오늘 사무실에 자기 강아지를 데리고 왔다. 아니, 우리 회사는 반려동물과 같이 출근해도 되는 곳은 아닌데... 정말 모든 것이 자기 마음대로의 공주병 윗분 ㅠㅠ 아아아아아아아아.... 이건 내가 강아지 좋아하는 거랑은 상관없는 거라고 ㅠㅠ 비록 별도 사무실이긴 하지만 내내 자기 강아지를 무릎에 앉혀놓고 일을 하시고, 심지어 공사 현장에 내려가볼때도 그 강아지를 안고서 ㅠㅠ 정말 너무 철이 없다. 재택근무도 아니고... 그런게 용인되는 조직문화도 아니건만 ㅠㅠ 내가 이렇게 온갖 문제들을 해결하려고 애쓰는 동안 이분은 너무나 신나게 강아지를 안고 출근해 무릎에 앉히고 얼러가며 너무나 행복하고 해맑게 ㅜㅜ 

 

 

 

 

 

 

하여튼 막판에 발생한 예산 문제 때문에 너무 피곤한 상태로 귀가했다. 자전거를 20분 타고 밥을 좀 먹고, 엄마와 한참 통화를 하고 빨래를 널고... 그러고 났더니 벌써 9시가 되었다. 내 몸 상태가 별로인 것, 최근 몇년 동안 체중이 늘어나 둥실둥실해진 것, 이것저것 다 안 좋아진 것, 위장의 심한 염증, 기존과 달리 높아진 혈압 이 모든 것의 이유가 오늘 있었던 일들만 돌아보더라도 아주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노화야 물리적인 요인이라지만 그 나머지는 모두 업무와 인간들에게서 오는 스트레스/과로 탓이다. 그렇다고 이 요인들을 다 들어낼 수도 없고 어쩔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것들이니 식이조절을 하고 운동을 좀더 하면서 내가 자신을 돌보는 수밖에 없을 듯 ㅠㅠ 그러니 오늘 늦지 않게 잠자리에 들자고 결론. 어제는 일찍 누웠지만 생각보다 늦게 잠들었다. 아마 그래서 오늘 아침에 너무 피곤해 졸았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