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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3 일요일 밤 : 못된놈이 또 빨리 왔네, 어디로 갔나 수면양말, 계속 바쁠 예정, 3연타 나쁜 날씨

liontamer 2022. 10. 23. 21:03





간밤에 매우 늦게 잠들었다. 아마 늦잠을 자서 그랬던 건가 싶다. 새벽 두시가 훨씬 넘어서야 잠들었고 온몸이 너무나도 쑤시고 아팠다. 실내자전거 겨우 20분 탔다고 이렇게 아픈 건가 했는데 평소보다 빠르게 그날이 시작되었다. 지난 달에 많이 늦어졌는데 이번엔 좀 빨라졌음. 스트레스와 과로가 쌓이면 이따금 이럴 때가 있는데 한번 늦어지면 꼭 그 다음은 빨라진다. 그렇게 해서 원래의 주기를 맞춰놓는 건가 싶다. 문제는, 11월 하순에 여행을 가려고 계획해두었는데 이렇게 되면 또 비행기 탈때쯤 이놈이 짠 하고 나타나게 된다는 것이다. 아아 이 망할넘은 정말 왜 이러는 거야 엉엉... 어쩐지 며칠 전부터 계속 머리도 아프고 온몸이 쑤시고 또 잠자리도 불편하더라니...



늦게 자서 늦게 일어났다. 아침에 깼다가 도로 잠들었기 때문에 완전히 깼을 때는 정오가 다 되어 있었다. 늦게 밥 먹고 차를 마시고 책을 읽었다. 글도 좀 썼다. 갑자기 도래한 붉은 군대 때문에 오늘은 좀 피곤했다. 그나마 내일 오는 것보단 오늘 온 게 약간 더 낫다고 위안 중이다만, 내일 아침이 제일 아프겠지 흑흑. 날씨도 추워진댔어 엉엉.




그저께 밤에 수면양말을 신고 잠들었는데 어제 아침에 일어나서 청소를 할 때 보니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았다. 원래는 자기 전에 신고 있다가 잠들기 직전, 혹은 새벽에 양말을 벗어두는데 금요일에는 너무 지치고 피곤해서 완전히 맛이 갔었다. 그러니 분명 뒤척거리다가 무의식 중에 벗었거나, 헐렁한 양말이 자기 혼자 벗겨져서 이불 속에서 돌아다니지 않았을까 싶은데 침실을 아무리 뒤져도 나오지 않았다. 침대와 창가 벽 사이의 좁은 틈을 뒤져봐도 없었고 이불 속에도, 커튼 사이에도 없었다. 침실은 조그맣고 붙박이 옷장과 화장대가 전부인데 어디론가 처박혀 있을 자리도 없고... 정말 미스터리가 아닐 수 없다. 오늘도 침실을 구석구석 뒤져보고, 혹시 내가 무의식 중에 빨래망에 넣었나 싶어 그것들도 뒤져보았지만 없다.




아니, 머리끈이 사라지는 건 이해할 수 있다. 머리끈은 엄청 작으니까. 근데 수면양말은 푹신푹신하고 부피도 좀 있고... 두 짝이나 되는 놈들이 이렇게 감쪽같이 사라지는 게 가능한가? 기억을 더듬어보고... 또 더듬어보고... 어제 아침에 비몽사몽 꽃 다듬으러 나왔을 때 맨발은 추우니까 수면양말을 신고 있었던 걸까? 그리고는 침대로 도로 들어갈 때 벗어서 다른 데다 놔뒀나? 근데 그러면 거실이나 현관이나 소파나 그런 데라도 있어야 하는 거잖아... 온 집안을 다 뒤졌는데도 없다. 엉엉 어디 간 거야... 이러다 나중에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먼지를 잔뜩 뒤집어쓴 수면양말 뭉치가 나타날 것만 같다. 뭐 다른 수면양말도 여러 켤레 있고 없어진 놈은 발목 부분이 늘어나서 버려도 아깝지 않다만 중요한 건 '도대체 그게 어디로 갔느냐'란 거라고.




이번주도 매우 바쁘다. 내일 오전에 회의가 있고 모레도, 글피도 회의가 있다. 목요일엔 저녁 늦게 행사가 있는데 너무 참석하기가 싫다. 금요일에 내 속을 뒤집어놨던 히스테리 직원을 생각하니 다시 머리가 지끈거린다. 사적인 관계라면 애저녁에 손절했을텐데 일로 엮여 있으니 그럴 수도 없고 그냥 참으며 데리고 가야 하니 인내심에 한계가 온 것 같다. 일단은 따끔하게 지적을 해두었으니 한동안 조심할 것 같긴 한데, 당연히 본성이 바뀌지는 않을 거고 나도 더이상은 아량을 베풀어주기 어려울 것 같다.




글을 좀 쓰다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이 글을 거의 10달 가까이 쥐고 있었더니 어느새 글의 시간적 배경인 11월에 실제로 가까워지고 있음. 흑흑... 그리고 하루 동안 일어나는 이야기라 계속해서 비가 오고 추운 날씨... 이게 프리퀄이었던 미니 단편 판탄카의 루키얀 때도 억수같이 비가 왔고, 바로 직전에 쓴 눈의 여왕에서는 우박과 눈이 내렸고 지금 쓰는 글에서도 비가 내리고 있으니 삼연타 나쁜 날씨... 쓰는 자의 심리적 건강을 위해서라도 빨리 이 글을 마치고 보상심리로 하늘이 파랗고 햇살이 따뜻하고 모두 행복하게 뛰어노는 이야기를 써야 하지 않나 싶다!!!










스토크가 더 활짝 피었다. 역시 이 꽃은 다른 꽃들 주문할 때 한두 대 믹스로 꽂혀 있는 편이 더 예쁜 것 같다. 얘들만 모여 있으니 너무 뭉실뭉실한 느낌...








자기 전에 추가)




잠잘 준비를 하러 침실에 들어가 커튼을 치다가 그 문제의 수면 양말 발견! 커튼 아래쪽 레이스 자락 사이에 교묘하게 말려 들어가 있었다! 역시 자다가 벗겨진 놈들이 침대와 벽 사이로 굴러들어간 듯. 얼마전 부모님이 커튼을 새로 쳐 주시면서 창가에 밀착돼 있던 침대를 옆으로 좀 밀어놓으면서 틈이 생겼고, 새 커튼은 안감과 흰 레이스 두 겹으로 되어 있어 이렇게 말려들어갈 여지가 있었다! 분명 어제 이쪽도 뒤져봤는데 안보이더니... 하여튼 양말의 행방을 알게 되어 뭔가 앓던 이 하나가 빠진 듯 시원해짐 (나도 모르게 벗어서 어딘가 두거나 버린 게 아니어서 마음이 놓인다. 하도 기억력이 쇠퇴하는 듯해서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