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8 목요일 밤 : 역시 바쁜 날, 청소까진 했는데, 손재주 없는 바보의 수난

바쁘고 피곤하게 지나간 하루.
그래도 어제보다는 회의나 보고 같은 것이 덜해서 일은 바빴지만 조금은 나았다. 오랜만에 가장 막내직원들 몇명을 챙겨서 같이 점심을 먹었고 너무 큰 행사들을 치르느라 좀 미뤄두고 있던 조그만 일들을 하나하나 체크하고 실무자들에게 보완 지시를 하는 등 또 나름대로 빼곡하고 바쁘게 보낸 날이었다.
집에 돌아와서는 한동안 고생고생했다. 에어컨 필터 청소를 하라는 신호등이 켜져서 귀가 후 필터를 떼어내 청소한 것까진 좋았는데, 우리집 에어컨이 거실 벽 쪽에 가깝게 설치되어 있고 배관이 짧은 탓에 에어컨을 옆으로 돌리기가 어렵다. 그리고 당최 이넘의 에어컨 필터라는 것이 아귀가 딱 맞아 들어가지가 않아서 아무리아무리 노력을 하고 이리저리 끼워봐도 철컥 하고 짜맞춰지지 않고 한쪽이 계속해서 들린다... 필터 두 장이 모두 그 모양 ㅠㅠ 이게 힘이 아니라 요령으로 딱 끼워맞춰야 하는데, 필터 끼우는 자리는 후면이고 에어컨을 움직일수가 없으니 제대로 보면서 할수도 없고, 요령도 별로 없어서(원래 이런 거 되게 못함. 전등 갈아끼우는 것도 진짜 못해서 예전엔 심지어 욕실 불이 나갔는데 전등갓을 도저히 들어낼 수가 없어 몇달 동안 촛불 켜고 샤워를 했음) 계속해서 실패실패실패... 덥고 피곤하고...
하다하다 도저히 안되고, 너무 덥고 습하고 답답해서 '아 모르겠다 흑흑... 먼지 들어가도 일단 켜야겠다' 하며 제대로 끼워지지 않은 필터망 한쪽을 대충 스카치테이프로 붙여놓고 에어컨을 켰다. 그리고 별수없이 엄마아빠토끼에게 전화를 드려서 도움을 요청했다 ㅠㅠㅠㅠ 아아아아아아 나는 왜 이모양 이꼴이야, 왜 이런 거 하나 제대로 못하는거야 엉엉... 부모님께 좋은 전시 티켓을 드릴 것이 있어서 그걸로 연막을 치고(ㅜㅜ) 본론인 '필터 끼우는 것 좀 도와주소서' 하고 읍소함 ㅠㅠ 내일 와주시기로 하였음.
아아 초라해지는 나 자신 흑흑... 스스로를 책임지며 살아가는 자주적이고 독립적인 인생이 왜 이렇게 힘들단 말인가 엉엉... 이런 거야말로 정말 진실로 우렁이가 필요한 것이 아닌가 ㅠㅠ 아 정말 물리학을 전공해서 다른 차원의 우주에서 우렁이를 소환해오든지, 생물학을 전공해 나에게 필요한 우렁이를 복제합성하든지 했어야...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 정도 능력이 있었으면 이미 애저녁에 노벨상을 받고 부귀영화를 누리고 살고 있어 필터장착 따위로 낑낑거릴 일도 없을듯)
엉엉 자러 가야겠다. 아아 똥손 바보 앞발 기계치 손재주 메주 나는 바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