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vilnius

여행의 설렘 두 조각

liontamer 2022. 7. 28. 10:07

 

 

 

 

여행지에 도착해서 가장 설레는 순간 중 하나는, 숙소에서 키카드를 받아 막 새 방에 올라왔을 때이다. (좀 좋은 숙소일 때 더 설레는 것은 인지상정) 물론 장시간 비행과 경유까지 겹쳐 한밤중에 도착하면 그런 설렘을 느낄 겨를도 없이 녹초가 되어 세면도구와 잠옷만 풀어놓고 급하게 씻고 침대로 들어가기 급하지만, 가까운 여행지이거나 좀 밝을 때 도착하면 창문 너머로 빛이 들어오는 가운데 키카드가 담긴 케이스를 테이블에 내려놓고 잠깐 멍때리면서 '와, 도착했구나' 하는 즐거움의 순간을 만끽한다. 케이스나 키카드가 예쁘면 그런 기분이 배가된다. 이것도 사실 한순간이라, 종이 케이스를 들고 다니기는 불편하여 보통은 키카드만 빼서 지갑에 넣고 다니게 되니 사실 그 순간의 기분을 담아놓은 사진은 거의 없는데, 지난번 빌니우스에서는 중간에 숙소를 한번 옮겼기 때문에 두번째 호텔인 켐핀스키에 들어와서는 이렇게 잠시 사진도 찍어둘수 있었다. 여기 키카드가 좀 이뻤다. 그리고 낮이라서 잠깐 멍때릴 수도 있었다. 케이스를 보니 내 방은 409호였네.

 

 

 

 

 

 

 

 

이것은 보통은 설렘보다는 아쉬움의 상징이다. 떠나는 날 오전 비행기가 아니라 오후나 저녁 비행기면 오전 체크아웃 후 잠시 바깥에서 노느라 짐을 카운터에 맡겨놓게 되므로 보관표를 받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아아 조금만 있으면 저 짐을 찾아서 공항으로 가야 하는구나, 여행이 끝났구나' 하는 서글픔과 아쉬움의 결정체가 된다. 그런데 이 번호표는 위의 켐핀스키 이동하는 날 받은 거였다. 체크인 시간 전에 도착해서 아직 방 준비가 덜 되었다고 하여 가방을 맡겨두고 중간에 우주피스에 산책을 다녀왔는데 그때 받은 보관표 두 장이다. 이런 걸 받으면 혹시나 잃어버릴까 싶어 사진을 꼭 찍어둠. 그래서 이 보관표는 떠나는 날의 아쉬움이 아니라 새 숙소에 들어간다는 설렘의 한 조각이 되었다 :)

 

 

 

그건 그렇고, 2시 반쯤 켐핀스키에 다시 갔는데 이 보관표를 제시할 필요가 없었다. 내 방에 가방을 가져다두었기 때문이다. 그러면 저 보관표를 그냥 기념으로 가져와서 책갈피로 쓰면 좋았을텐데 저걸 어떻게 했는지 아무런 기억이 없다. 그날 너무 더웠기 때문에 지쳐서 이것저것 방에서 짐정리하면서 그냥 버렸던 것 같음. 지금 생각하니 좀 아까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