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0 금요일 밤 : 천근만근 엄청 피곤, 부모님 댁 다녀옴,그런 음악만은 싫어요, 우렁이에게 나름대로 합리적 소망을
아이스크림 먹으며 모두가 행복한 금요일 밤~ 이기를 바라며 귀여운 쿠마 패밀리 그림. SAN-X
그러나 실제로는 오늘 너무 피곤해서 실컷 두들겨맞은 듯 몸이 무겁고 졸음이 마구 쏟아진다. 불금이지만 즐기지 못하고 늦지 않게 침대로 들어가 뻗을 것 같다.
오후 반차라 오늘 평소보다도 더 일찍 일어나 출근, 사무실에 7시 40분에 도착했다. 오전에 회의도 두 개나 하고 이것저것 바빴다. 잠도 모자랐다. 오후엔 부모님 댁에 갔다. 평일에 이사하셔서 도와드리지 못했던 게 맘에 걸리기도 했고 이래저래 들러보았다. 부천까지 가는 지하철 안에서 피곤하게 졸았다.
새로 이사하신 집은 예전 집보다 좁았고 이것저것 낡고 맘에 안드시는 게 많아서 속상했다. 아무래도 지방에 내려가셨다가 다시 올라오시는 과정에서 집값도 많이 오르기도 했고 어서빨리 돌아오시려는 마음에 급하게 집을 구하셔서 그런 것도 있다. 하지만 좁아진 집안 여기저기 짐정리를 깔끔하게 잘해두셔서 그렇게 번잡하진 않았다. 나는 그닥 살림이 별로 없고(책만 많은데 그나마도 이사 몇번 하는 과정에서 책을 정말 많이 정리해서-거의 5~60% 이상 처분했음) 집 자체는 작아도 상대적으로 휑한 편인데 부모님은 아무래도 이것저것 쟁여놓으신 것도 많으니... 내가 엄마에게 김치냉장고 하나는 처분하고 올라오시라 했지만 결국 엄마는 김치냉장고 2개, 냉장고 1개를 다 가지고 오셨음.
엄마가 나 온다고 점심때 꽃게탕을 한 냄비 끓이셨다. 엄청 맛있었다. 거기에 엄마표 두부조림까지 추가되어 좀 늦은 점심을 엄청 잘 먹었고 이른 저녁마저 먹고 왔다. 저녁은 점심 메뉴와 거의 비슷했지만 하여튼 그래도 맛있었음. 그리고 골드 키위도 한 알 먹고... 흑임자찹쌀떡마저 반 개 먹었다. 그래서 배가 엄청 불렀다. 돌아와서 너무 힘들었지만 자전거를 25분 가량 탔고 그런 내가 대단하고 기특하게 느껴짐(이런 게 대단하고 기특하게 느껴진다는 사실에서 내가 얼마나 게으르고 운동부족인 저질체력자인지 여실히 알 수 있음!) 부모님도 보고 동생네도 오후에 들러서 간만에 가족들과 다 얼굴 봤다.
저녁에 택시 타고 귀가함. 부천에서 김포공항 지나 우리 집 오는 길은 당연히! 저녁인데다 금요일이므로 많이 밀렸다. 평소엔 30분 좀 넘게 걸리는 길이었지만 오늘은 50분 가까이 걸렸다. 그것까진 그러려니 하는데 오늘 탄 택시가 정말 괴로웠다. 레이싱 택시여서가 아니고... 택시기사가 젊은 남자였는데 이분이 내내 틀어놓은 음악이 정말 내가 너무 싫어하고 괴로워하는 종류라 50분 내내 고문당하는 기분이었다. 과연 무슨 음악이었을까요? 트로트? 땡!(시러하긴 한다만) 헤비메탈? 땡!(심지어 헤비메탈 좋아함)
그것은 바로... 알앤비, 소울, 소몰이, 고음.... 아아아... 정말 나는 이런 노래들을 견딜 수가 없다. 그런데 이런 노래들이 예전부터 우리 나라에서 참 인기가 많다. '워우워어~어~어~' 하고 내지르고 바이브레이션 넣고 막 목소리 뒤집어지면서 쇳소리도 나고... 나는 정말 이런 노래들을 견디기가 어렵다. 청각이 예민한 편이라 고음도 싫어하고 쇳소리 뒤집어지는 워우워어 소리도 싫고, 또 이별타령하는 가사들도 괴롭다. 돌이켜보면 그래서 옛날에도 가요를 거의 안 듣고 팝을 들은 것이, 아마 집중하지 않으면 가사를 못 알아먹어서인 이유도 있는 것 같다. (팝도 당연히 리듬앤블루스, 소울 그런 쪽은 싫어했음) 오늘 나온 노래들은 다들 그런 것들이라 진짜 괴로웠음. 왜케 노래를 울부짖으며 하냐고... 내가 왜 이런 울부짖고 징징대고 발악하고 소를 몰고 바르르르르 떠는 노래를 50분 동안 들어야 하는가 하며 슬퍼했는데 그렇다고 또 밀리는 도로를 타고 노동 중인 기사님에게 노래 좀 바꿔주면 안되냐고 하기엔 소심하여 그냥 가만히 있었다. 정말 귀가 아프고 울렁거렸다. 너무 스트레스 받았다. 택시에서 내리자 정말 살 것 같았다. 원체 내가 소음이나 특정 음역에 민감하긴 하다. 클래식도 마찬가지라 소프라노 아리아 안 좋아함. 테너보단 바리톤. 바이올린보단 첼로임. (그런데 락과 헤비메탈은 또 나쁘지 않음 ㅋ)
너무 힘들었지만 엄마표 집밥을 많이 먹어서 배가 터질 것 같고 또 50분 동안 힘든 택시 주행을 견뎌내느라 멀미도 나서 꾸역꾸역 자전거를 25분 타고 욕조에 뜨거운 물 받아서 거품목욕을 좀 했다. 그랬더니 온몸이 천근만근이다. 이번주에 너무 과로해서 그런 것 같다. 책 좀 읽다가 자러 가야겠다. 주말이라 정말 다행이다. 흑흑, 자고 일어나면 우렁이가 청소 다 해놨으면 좋겠다. 덤으로 여행가방도 절반쯤은 꾸려놨으면 좋겠다(전부 꾸려놓으라 하기엔 어쩐지 찔려서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