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 화요일 밤 : 어느새 녹음, 진짜 바쁘고 피곤, 또다른 전생이 있었나봐, 올리브와 시계
출근하면서 보니 사무실 근방 나무가 벌써 이렇게 녹음이 무성해지고 있었다. 연두색 잎사귀가 돋아나던 게 아직도 생생한데 흑흑 벌써 이렇게 짙어지다니. 죽어라 일하는 동안 또 시간이 흘러가는구나.
오늘은 어제보다도 더더더 바빴다. 종일 정말 꽉 짠 스케줄로 엄청 바쁘게 일했고 오전 오후 모두 상당히 심적으로 피곤한 일들을 해야 했다. 오전엔 크나큰 부담을 주는 갑님을 맞이하여 온갖 접대용 미소와 사교적 가면으로 중무장 필살기(정말 돈벌어먹고 살기 너무 힘들다ㅠㅠ), 사업 소개에 시설 투어를 진행했고 오후엔 정말이지 말 안 듣고 자기 생각만 하기로는 세상 둘째가라면 서러울 지경의 몇몇 전문직무 부서원들과 워크숍을 하며 이들이 듣고 싶어하지 않는 소리를 좀 하고 사업 체계와 절차에 대한 매뉴얼을 들이밀었다. 정말이지 너무 피곤했다.
여기 더해서 다른 부서에서 우리랑 협의도 없이 엮어온 다른 회사와의 인적 교류 건 때문에 그 회사와 연락해서 밀고 당기기를 하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이를 받아들이고 '전향적'인 방향으로 바꿔보기로 했다. '아니 그런 걸 엮어올거면 자기들 부서랑 할 것이지 ㅠㅠ' 라고 하고 싶지만 다른 부서들에는 가봤자 얻을만한 게 없고 우리 부서는 직무 특성상 상당히 플러스가 되니 당연히 그 다른 회사에서는 우리를 원함 ㅠㅠ 우리 부서원들도 엉망진창인데 생초짜 남의 회사 파견사원까지 양성해줘야 하다니 도대체 나는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을까 ㅠㅠ 갑들이나 싸가지없는 인간들 혹은 철없고 골치아픈 사람들에게 일 때문에 시달릴 때면 항상 '에휴 전생에 나는 마구 횡포를 부리던 고관대작이었다. 아마 내가 저 인간의 등짝을 밟고 가마를 탔나보다. 그래서 그 죄값을 지금 받나보다' 하고 스스로를 달래는데 이 전생에 또 다른 뭔가가 더 있었던 것만 같다 흐흑...
힘들어선지 모르겠는데 그날도 당초 시기를 좀 넘겼음. 안되는데... 더 늦어지면 6월초로 예정해둔 나의 여행 스케줄에 악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_- 부디 아무리 늦어도 내일에는 도래하시기를. 몸만 힘들고 피곤하다.
귀가하여 자전거를 20분도 채 못 탔다. 책을 읽으며 자전거를 타는데 보통 페이지 수로 시간을 잰다만 오늘은 너무 가볍고 편한 책이라 상당한 페이지를 넘겼음에도 계산에 실패했다. 빨리 베란다에 작은 시계를 사다 놔야 하는데 맨날 까먹는다. 흑흑.
본래 어린이날에도 출근해서 밀린 일을 좀 해볼 생각이었는데 컨디션이 안 좋아서 몸 상태에 따라 결정해야 할 것 같다. 하여튼 오늘은 늦지 않게 자야겠다. 피곤한 꿈에 시달리다(꿈에서도 일 때문에 고생했고 골치 썩이고 있는 철딱서니 없는 부서원이 나와서 징징대서 마구 화를 냈음 ㅜㅜ) 새벽에 알람보다 일찍 깨버리고 도로 잠 못 들어서 한참 뒤척이는 등 잠이 모자란다.
오늘의 식단.
아침 : 무가당 아몬드유 1팩
점심 : 큐브스테이크 덮밥. 딸기 밀크티 1/2(흑흑, 심지어 당도 50%로 먹음)
중간중간 : 다크 펄 초콜릿 몇 알
저녁 : 토끼샐러드 (방울토마토, 파인애플, 삶은 달걀 1, 두부 1/3모, 올리브 두 알, 하루견과 1봉, 모짜렐라 치즈 약간)
점심의 큐브 스테이크 덮밥이 은근히 고기가 많았고 저녁도 양은 충분해서 배가 부르다. 딸기 밀크티만 안 먹었으면 괜찮았을텐데 오늘 너무 피곤하고 스트레스 받아서 먹어버림.
그건 그렇고 올리브를 다 먹어서 내일 새로 사야 하는데 과연 게으른 나는 올리브와 작은 시계를 살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