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6 토요일 밤 : 쉬었음, 지금 읽는 책은, 역시 차가운 작가야, 이런 디자인은 필요없다고요, 토끼샐러드 다시 시작

늦게 잠들었고 늦게 일어났다. 오늘 아침에도 정신없이 꿈을 꾸다 깼는데 지금은 꿈의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니 어제보다는 더 깊게 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래도 오늘도 종일 좀 졸렸다.
깨어난 후에도 한참 침대에 달라붙어 가능한 한 최대로 게으름을 피우다 일어났다. 어제 청소를 안 했기에 슬퍼하면서 대충대충 물걸레청소포로 집을 닦아냈다. 배란통으로 추정되는 통증과 몸살기 때문에 힘이 들어서 목욕을 하고 나서도 이러면 진통제를 먹어야 하나 고민했으나 다행히 뜨거운 물로 목욕을 하고 나자 통증이 누그러졌다.
좀 늦게 차를 마시며 스타니스와프 렘의 '무적호'를 중반까지 읽었다. 번역되어서 사놓은지는 좀 됐는데 다른 책들 읽느라 몇페이지씩 읽다 자꾸 중간중간 미뤄놓은 책이다. 재미있긴 한데 렘은 사실 상당히 차가운 작가라서 읽다 보면 좀 피곤한 구석이 있다. (솔라리스를 굉장히 좋아해서 이따금 다시 읽긴 하는데, 그 소설도 아주 훌륭하지만 사실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작품은 아니어서) 하여튼 오늘은 이 책을 집중해서 읽어나갔는데, 흑흑, 승무원들이 몰살당한 순양함의 묘사에 이어 금속입자로 이루어진 거대 구름의 벽이 나타나고 그것이 비행선을 집어삼키는 장면이 나오자 역시나 섬찟섬찟. 역시 차가운 작가야 허허헉...
그런데 이 책은 내부 텍스트와 레이아웃, 폰트와 디자인을 왜 이따위로 해놨는지 모르겠다. 특히 쪽번호! 나름대로 근사한 디자인이라 생각하며 만들었겠지만 편안한 독서를 상당히 방해함! 책이란 건 가독성이 우선이란 말이야!!! 나만 이렇게 생각한 건 아니었는지 비슷한 후기들을 좀 봤음. 아니 대체 왜 이런 짓을 하는 것인지. 이건 정말 아니잖아.
이번주에 너무 과로를 해서 그런지 내내 소화도 잘 안되고 컨디션 하락에 시달리고 있다. 입맛없고 소화 잘 안되는 것을 차라리 기회로 오늘 드디어 간단한 실내운동과 저녁 식이요법을 시작했다. 간만에 실내자전거를 좀 탔더니 진짜 최하의 속도로 맞춰놓고 탔음에도 허벅지와 다리근육이 엄청 당겨온다. 겨우 30분도 못 탔는데 ㅠㅠ 그리고 저녁엔 방울토마토와 생치즈 약간과 견과로 토끼샐러드 1호를 만들어 먹었다. 이제 여행 가기 전까지 저녁마다 이렇게 토끼샐러드를 먹으려고 하는데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흐흑.... (토끼샐러드는 토끼고기가 들어 있는 샐러드-으악!-가 아니고 내가 대충 만들어먹는 샐러드-보통 방울토마토와 견과를 베이스로 생치즈나 닭가슴살이나 두부, 삶은 달걀 중 1종의 단백질이 추가됨-에 붙인 이름임 ㅋㅋ)
티타임 사진 몇 장 접어두고 마무리. 이제 글을 쓰다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