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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2. 1. 22:54

네바 강변의 석조 난간, 글쓰기 about writing2019. 12. 1. 22:54

 

 

네바 강변의 석조 난간. 강 건너편으로 바실리예프스키 섬과 페테르부르크 국립대학교, 쿤스트카메라, 저 멀리로는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사원이 보인다.

 

나는 이 석조 난간을 따라 걸을 때면 갈매기에게 빵을 던져주고 이 위로 훌쩍 뛰어올라 춤을 추고 그런 그를 끌어내린 친구에게 공연히 벌컥 화를 내는 미샤에 대해 생각한다. 물론 나는 언젠가 아주 오랜 옛날, 먼저 난간을 따라 걸었고 그 이후 그 글을 썼다. 그리고 지금은 거꾸로 그 인물과 글쓰기에 이 난간이 따라온다.

 

 

..

 

 

* 이 글을 절대로 무단 전재, 복제, 배포, 인용하지 말아주세요 *

 

 

 미샤는 돌로 된 난간 위에서 몇 발짝 뛰어올랐다. 꼭 맞는 옷을 입고도 무대 위에서처럼 춤을 췄다. 빵조각을 채간 갈매기의 움직임을 그대로 모방해 추고 있다는 것을 금세 알 수 있었지만 트로이는 그 재능에 놀라거나 감명을 받을 겨를도 없었다. 그는 난간에 몸을 바짝 기댄 채 두 팔로 미샤의 허리와 골반을 감아 바닥으로 홱 끌어당겨 내렸다. 아마 안드레이 트로이츠키가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완전히 잊은 드문 경우였을 것이다. 트로이는 균형을 잡는 데는 별 재능이 없었으므로 하마터면 미샤와 함께 돌바닥에 넘어질 뻔 했다. 미샤가 재빨리 몸을 뒤로 젖히며 한 손으로 난간을 짚고 한쪽 다리로 트로이의 무릎을 떠받쳐 넘어지는 것을 막았다. 싸늘하고 약한 바람이 불어와 미샤의 머리칼이 검은 깃털처럼 공중으로 가볍게 나부꼈다. 



 
 “ 봐, 위보다 아래가 더 위험해. 넘어질 뻔 했잖아. ”


 “ 너 그 위에서 헛디뎠으면 강으로 떨어졌을 거야. ”


 “ 강이야 헤엄치면 되지만 이건 돌바닥이잖아. ”


 “ 괜찮아, 넌 내 위로 떨어졌을 테니까. ”


 “ 미쳤어? 제대로 넘어질 줄도 모르면서. 뻣뻣하기 짝이 없는 사람이. 거짓말이 아냐, 안드레이. 위보다 아래가, 강보다 바닥이 더 위험해. 넌 머리가 깨졌을 거야, 뼈가 부러졌거나. ”



 미샤는 화를 내고 있었다. 까만 눈을 뜨겁게 태우면서 입술을 떨었다. 자기는 그렇게 위험한 짓을 밥 먹듯 하는 주제에 기껏 그가 뒤로 자빠질 뻔한 것을 가지고 화를 내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던 트로이는 그 말을 그대로 해주었다.

 

 

...

 

 

엄밀히 말하면 미샤가 춤을 춘 난간은 이쪽이 아니고 사진 속 강 건너편인 페테르부르크 국립대학교(당시엔 레닌그라드 국립대학교) 쪽에 있다. 미샤는 트로이에게 한소리 들은 후 어쩐지 토라진 채 말도 없이 궁전 교각을 빠르게 걸어서 강을 건너고 이쪽 방향으로 걸어온다.

 

저 짧은 몇 문단이 포함된 파트를 예전에 이 폴더에 발췌해 올린 적이 있다. 앞뒤가 더 붙어 있어 맥락이 좀더 나온다.

링크는 여기 : https://tveye.tistory.com/5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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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오늘 자기 전 크로키는 말썽쟁이 미샤 독점 샷. 머리 뽀골뽀골 볶고 버건디 스카프 매고 장미도 한 송이 물고 포즈 취하고 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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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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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주문해놓았던 로메인과 토마토, 모짜렐라 치즈가 자칫하면 유통기한을 넘길 것 같아 오늘은 오랜만에 제대로 브런치 만들어서 먹음. 예전에는 주말엔 보통 이런 식으로 아점을 만들어먹었고 특히 샐러드는 놓치지 않았는데 요 몇년 동안 너무 바빴고 또 심신이 어렵고 힘들다 보니 인스턴트 등에 의존하게 되어 직접 음식 만드는 일이 드물어졌다. 사실 요리하는 것도 좋아했는데 흐흑... 하여튼 만드는 김에 수프랑 오믈렛, 샐러드 다 준비해서 간만에 제대로 된 아점.

 

 

 

 

그러나 이것은... 레토르트의 힘을 좀 빌렸음 ㅋㅋ 시판용 닭곰탕에 토마토 등을 추가해 내가 좋아하는 약간 산미 도는 치킨수프 대용으로 둔갑시켰다 :) 그래서 잘 보면 치킨 수프에는 없는 무랑 파가 들어 있음. 그러나 맛은 치킨 수프랑 비슷하다. 토마토 들어간 치킨 수프.

 

 

 

원래는 여기에 견과를 넣고 드레싱도 레몬즙을 뿌리곤 했는데 재료가 원체 없어서... 그냥 모짜렐라 치즈와 토마토, 로메인에 올리브유+발사믹 섞은 드레싱 한 스푼으로 간단하게 만들었다. 견과의 유무에 따라 맛에 큰 차이가 나기 때문에 좀 아쉬움.

 

 

 

 

오믈렛은 너무 조그만 팬으로 만들었더니 찌그러졌음 ㅠㅠ 모짜렐라 치즈 3분의 2는 샐러드에 넣고 나머지는 오믈렛에 넣었다. 치즈 오믈렛~ 이쁘게 나오지는 않았지만 맛은 좋았다. 곁들인 포카치아는 한달 동안 냉동실에 처박혀 있었던 거 해동해서 4분의 1토막만 :)

 

 

 

칼라풀~

 

 

 

 

낮에 차를 마셔야 하므로 아점에는 홍차 대신 도라지차 곁들임. 양식 브런치처럼 보이는데 도라지차 곁들여 먹음 ㅋㅋ(뭐 사실 치킨 수프로 위장한 닭곰탕도 있으니까~) 전에 푸른난초님께서 생일선물로 보내주신 도라지차. 구수하고 맛있다.

 

 

지난달에 뻬쩨르에서 발굴한 기념품샵에서 득템해 온 러시아 작가 머그컵 중 하나 오늘 추가로 개봉. 니콜라이 고골~ 아아아 고골 이 캐리커처 너무너무 귀엽다. 나는 원래 러시아 문학으로만 따지면 고골보다는 푸쉬킨이나 마야코프스키를 더 좋아하는데... 캐리커처들 중에선 이게 제일 귀여워서 도저히 저버릴 수가 없어 두 시인을 다 배반하고 그림이 귀여운 고골님을 택했음 ㅋㅋ

 

 

 

 

수프 접시를 내려다보며 '맛있겠군~' 하고 있는 듯한 이 표정 ㅋㅋ

 

 

(고골은 소러시아 출신이고 음식에 대한 묘사가 뛰어나서 이 사람 문학에 나타난 음식에 대한 의미를 다룬 논문들도 많다.)

 

 

 

진지한 옆모습~

 

(이 캐리커처 넘 맘에 들어서 요리조리 사진도 많이 올려봄 ㅋㅋ)

 

 

 

 

도스토예프스키 컵과 마찬가지로 이 컵에도 고골 소설에서 발췌한 문장이 하나 적혀 있다. 이게 내용은 쉽지만 매끄럽게 번역하기 좀 애매한 문장인데... 완전히 직역하면 '너의 것은 너로부터 떠나가지 않는다' 이다. 이 작가의 '초상화'라는 단편에 나오는 문장임. 애당초 네 것이라면 그건 영영 사라지지 않고 너에게 남아 있을 거다라는 뜻인데, 여기서 파생되어 보통 네 거라면 잃지 않을 것이고 잃어버린다면 애시당초 네 것이 아니었을 거다 란 뜻으로 요즘 사람들 사이에선 경구처럼 쓰인다. 특히 남녀관계 뭐 그런데서. 그런데 작품을 읽어보면 그 밈과는 살짝 다른 뜻으로 느껴지긴 한다.

 

 

 




아점을 먹은 후 오후의 차를 우려 마셨다. 아점을 이미 1시에나 먹었으므로(ㅜㅜ) 먹고 나서 곧장 차 마시는 위엄... 날씨가 하도 우중충해서 오늘은 가벼운 에세이 읽으며 쉬는 중.

 

 

 

 

 

문양과 색채가 화려해서 좋아하는 찻잔 꺼냄.

 

 

 

 

 

 

 

 

으앙 오후도 다 가버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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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