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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페테르부르크. 그랜드 호텔 유럽. 



오랜 옛날 처음 이 도시에서 지낼때는 가난한 학생이었기 때문에 꿈의 호텔로 생각했던 곳이다. 여기랑 아스토리야 호텔 두 곳이 그렇다. 이 호텔에 대해 품었던 소녀의 로망에 대해서는 예전에 petersburg diary 폴더에도 메모를 올린 적이 있다(https://tveye.tistory.com/4390



최근 들어서는 아스토리야에 가느라 여기는 몇년 간 묵지 않았었다. 카페랑 바에만 갔다. 그러다 지난 가을에 오랜만에 가서 며칠 묵었다. 그 사이 인테리어나 어메니티 종류, 서비스 스타일 등이 좀 바뀌어 있었다. 



전반적인 인테리어와 스타일은 아스토리야가 좀 더 내 취향이긴 하다. 하지만 그랜드 호텔 유럽에는 이곳만의 뭔가가 있다. 아스토리야보다 좀더 고풍스럽고 내겐 좀더 옛날 생각이 나는 곳이다. 아마 옛날에 이 호텔 로비에는 편지 부치러 종종 드나들었고 아스토리야에는 들어가볼 엄두를 못 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오래 전 미샤를 처음 만들어내고 단편에 등장시키던 무렵, 나는 그에게 아스토리야 호텔에 가서 창 너머로 뛰어내릴까 말까 고민하게 만들었었다. (나중에 다시 가서 찬찬히 보니 아스토리야 호텔이 내 생각처럼 고층 건물이 아니어서 드라마틱한 효과가 좀 경감되었음) 세월이 지나고 다시 그를 등장시키게 되었을 때 나는 그랜드 호텔 유럽, 당시에는 그냥 '에브로빠'(유럽)이라 불린 이곳을 도입부 배경으로 썼다. 이 사람을 등장시킨 글들에서 두 호텔은 모두 동시에 에로스와 죽음의 공간이기도 했다. 그 느낌은 서로 다르지만...






네프스키 대로의 지하보도 앞에서 꽃 팔던 아주머니에게 레냐가 동전을 한주먹 건네주며 냉큼 사서 나에게 주었던 하얀 장미 :) 레냐의 장미이다.





창 너머로는 유명한 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 홀 건물이 보인다. 레닌그라드 필하모닉이라고 하면 더 귀에 익으려나. 바로 쇼스타코비치의 레닌그라드 교향곡이 초연된 곳이다. 예전에 종종 음악 들으러 가곤 했다. 좀더 윗층의 전망 좋은 방에 묵게 되면 스파스 나 크로비 사원(피의 구세주 사원) 쿠폴도 보일 것 같은데 나는 그 정도 형편은 안돼서... 




창 너머 풍경 클로즈업. 



이 호텔은 한쪽으로는 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 다른쪽으로는 예술광장(푸쉬킨 동상 있는 그곳)을 면하고 있고 대각선 방향에는 미하일로프스키 극장이 있다. 그리고 예술광장을 건너면 러시아 박물관(루스키 무제이)이 있다. 그야말로 최고의 위치이다. 하지만 아스토리야는 에르미타주랑 마린스키, 청동기사상에 더 가깝다는 강점이 있어 둘을 비교하기가 어렵다. 나는 예전에는 여기가 네프스키 중심이기도 하고 그리보예도프 운하, 루스키 무제이, 극장 등등이 다 모여 있어 더 좋다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모이카 운하 따라 산책하거나 마린스키 쪽 가기에는 아스토리야의 위치가 더 맘에 들게 되었다. 이것도 때에 따라 다르지만... 하여튼 그랜드 호텔 유럽에 묵으면 첫날 시인에게 인사를 하러 갈 수 있고, 아스토리야에 묵으면 황제에게 인사를 하러 갈 수 있다. 





그런데 이 화려한 꽃무늬 커튼만은 정말 내 취향이 아니어서 올 때마다 '아 제발 커튼은 좀 바꿔주지...' 하는 생각이 든다. 이쪽보다는 심플하고 흰색/푸른색/붉은색 리넨과 나무 바닥의 아스토리야가 좀 더 취향임. 하지만 꽃무늬와 오리엔탈 스타일을 좋아한다면 단연 이쪽. 



그치만 여기 램프 스탠드는 내 취향이다 :) 이런 스탠드 하나 갖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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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오늘 스케치는 팔짱 끼고 사이좋게 방긋방긋 웃고 있는 미샤랑 지나 페어 :) 저렇게 방실거리다가도 미샤가 뭔가 말썽피울 조짐이 느껴지면 지나가 저 손꾸락들에 힘을 꽉 주면서 말썽쟁이의 팔을 꼬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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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