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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6. 9. 21:22

사물들 2016 praha2020. 6. 9. 21:22

 

 

 

오랜만에 예전 사진들 뒤적이다가. 2016년 9월 6일, 프라하 흐라드차니와 말라 스트라나 구석구석 걷다 찍은 사진 두 장. 이 당시엔 많이 걸었고 사진도 많이 찍었는데, 프라하에는 여러번 왔었고 아예 두어 달 머무른 적도 있었지만 이 시기에 찍은 사진들은 좀 다르다. 나 자신의 눈에만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하여튼. 이 당시에는 골목과 거리를 걸으면서 계속 찍었는데 거의 기계적이고 무의식적으로 찍었다.

 

 

 

 

 

... 추가) 글을 올린 후 이 폴더의 예전 포스팅을 읽어보니 다른 글에서도 위에서 쓴 내용과 거의 흡사한 얘기를 썼다. 아마 이 당시 사진을 볼 때마다 그때 기분으로 돌아가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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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9. 10. 17. 17:59

겨울의 프라하 2017-18 praha2019. 10. 17. 17:59

 

 

 

작년 12월. 프라하. 이때 어째선지 반대방향 트램을 탔음. 생각없이 앉아 있다가 점점 언덕으로 올라가 어느새 흐라드차니가 나타난 것에 깜놀하여 내린 후 건너서 다시 트램 기다리다 찍음. 프라하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모두 겪어보았지만 맨처음 간 것도 겨울이었고 좀 오래 머물렀던 것도 겨울 즈음이었기 때문인지 나에게 프라하는 이런 이미지가 가장 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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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9. 9. 14. 22:11

흐라드차니, 겨울 2017-18 praha2019. 9. 14. 22:11

 

 

지난 12월. 프라하, 흐라드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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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에 햇살 받으며 산책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나 간절했었다. 그래서 따뜻한 햇살이 가득했던 날 산책하며 찍은 사진 몇 장 올려본다. 2017년 6월, 프라하. 로레타 사원과 말라 스트라나 근방.

 

 

사실 작년 겨울에 갔을 때 몸이 아파 너무 고생한 결과 프라하는 예전만큼 '아 또 가고 싶어'란 마음이 들지는 않지만 아마 또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그리워질 것 같다. 하여튼 그때 아팠던 기억이 생생해서 작년 12월 프라하 사진은 잘 들춰보지 않게 됨. 그리고 사실 프라하는 빛이 많을 때 가는 편이 훨씬 좋기도 했다. 생각해보니 봄, 여름, 가을, 겨울의 프라하를 다 겪어 보았네. 

 

 

 

 

 

 

 

 

햇살 받으며 오래 걷고 싶고 그늘 아래 벤치에 앉아 아이스크림 먹으며 책을 읽고 싶다. 카페에 앉아 글을 쓰고 싶고, 그냥 골목을 따라 걷고 새를 보고 먹이를 주고 싶다. 지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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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9. 1. 17. 21:38

색채들. 흐라드차니 2017-18 praha2019. 1. 17. 21:38



로레타 사원에 종소리 들으러 가서 시간이 남으면 근처를 한바퀴 산책하곤 한다. 구시가지나 신시가지와는 달리 프라하 성과 로레타 사원, 스트라호프 수도원이 있는 흐라드차니는 높은 언덕이라 경치도 다르고 색채도 살짝 다르다. 특히 로레타 사원과 이쪽 카푸친 수도회 건물이 그렇다. 화사한 색채들은 아니지만 그만큼 직관적으로 확 들어온다. 



여기 맞은편에는 관공서 건물과 광장이 있는데 사실은 소련 시절 억압과 감시, 폭력의 상징적인 곳이기도 해서 어쩐지 좀 음산한 기운도 있다. 흑, 나는 로레타 사원 종소리 듣는 걸 좋아해서 프라하 갈 때마다 여기 들르는데 그럴때마다 그 광장과 관공서 건물을 보면 기분이 안 좋고 묘해진다(안 좋아하니까 그쪽 사진은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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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제목은 저렇게 적었지만 사진에는 프라하 성 없음. 



맨 위 사진은 프라하 성 앞 전망대에서 찍은 도시 전경. 다샤님이 프라하의 다홍빛 지붕들 얘기를 하셔서 올려본다 :) 이날 날씨가 많이 흐렸고 음습해서 색깔은 좀 잿빛으로 나옴.







이 날은 프라하 성 한바퀴 산책 후 북적거리는 네루도바 거리 대신 뒷길 따라 내려갔다. 옛날에 첨 갔을 때는 아기자기한 네루도바를 따라 내려가는 게 재밌었지만 이후 그쪽 길은 관광객이 너무 많아서 피하게 되었다. 나는 이쪽 길이 더 마음에 든다. 더 고적하고 아름답다. 이 길을 따라 쭈욱 내려가면 말로스트란스카 지하철역과 버스 정류장이 나온다. 







나는 겨울의 프라하보다는 좀더 밝고 따스할 때의 프라하를 더 좋아하지만 흐라드차니는 겨울에 산책할 때 더 아름다운 것 같긴 하다. 물론, 흐라드차니는 춥다! 윗동네라서 추움!!!! 그나마 이쪽 길은 높은 담장들이 양쪽에 있어 바람을 좀 막아주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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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 2. 22:06

12월의 프라하 산책 2017-18 praha2019. 1. 2. 22:06




12월에 다녀온 프라하, 산책하며 찍은 사진 몇 장. 이번 여행에선 전만큼 사진을 많이 찍지는 않았다. 춥고 음습한 날씨 때문에 DSLR은 특히 거의 안 가지고 다녔고 대부분은 폰으로 찍었다. 그래선지 카메라로 찍은 사진들을 정리해보니 300장도 안됨. 보통은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 여행을 하면 7~8백장은 찍는 편인데 갈수록 적어짐. 아마 프라하는 원체 여러번 다녀온 곳이라 더 그럴지도 모르겠다. 뻬쩨르도 요즘은 카메라보다는 그냥 폰으로 찍는다.



돌아다니면서 대충 찍을 때야 폰이 편한데 그래도 확실히 나중에 파일들을 보면 폰으로 찍은 사진들은 화질도 그렇고 역시 여러모로 카메라보다는 못해서 뒤늦게 아쉬워하곤 한다. 엥이, 카메라로 좀 더 찍을 걸 하고 ㅎㅎ



이건 DSRL 카메라로 찍은 사진들 몇장. 근데 날이 흐리고 진눈깨비가 쏟아질 때 찍은 게 많아서 화질은 딱히...



맨 위 사진은 캄파 쪽의 체르토프카. 아래는 말라 스트라나 골목들과 흐라드차니 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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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오늘 하루는 사실 앞서 올린 스케치에 다 들어 있음. 저게 전부임. 중간에 테스코 가서 미니 샴푸랑 생수 산 거랑 kfc에서 근 십년만에 트위스터 먹은거 빼고. 숙소에 샤워젤은 있는데 샴푸가 없고, 챙겨온 건 다 써서 할수 없이 작은거 하나 샀음.



사진은 프라하 성 입구에서 찍음. 성 비투스 성당 등. 나는 패션/뷰티의 고스 룩은 좋지만 진짜 유래인 고딕 양식은 안 좋아함. 비투스 성당 볼때마다 더더욱 깨달음 ㅠㅠ 성당이 너무 크면 신앙심이 사그라드는 기분이다. (역시 날라리 신자ㅠㅠ) 그래서 오늘 메모의 사진은 성에서 내려다본 프라하 전경으로 대체.


하여튼 프라하 성은 그냥 거닐기만 함. 여기서 내가 유일하게 좋아하는건 젤 오래되고 소박한 성 이르지 사원(성 조지의 체코식 이름이다)인데 거기도 들어가진 않았다. 이르지 사원 앞에도 크리스마스 노점들이 가득. 근데 느낌인지 모르겠으나 여태 본 노점들 중 여기 물건들이 젤 있어보이고 음식들도 때깔좋게 해놓았다.


황금소로도 안감. 이쁘긴 하지만 입장료가 무지 비싼데다 사실 실속도 없고 여러번 가봐서 전혀 감흥이 없음. 그렇다고 내가 카프카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니..


한바퀴 돌아서 네루도바 골목 대신 흐라드차니 성벽 쪽 따라 말로스트란스카 역으로 걸어 내려옴. 트램 타고 우예즈드에서 내려 안젤라또에서 아이스크림 먹고 도로 트램 타서 레기 교 건너 신시가지에 내림. Kfc에서 점심 간단히 먹고 테스코 가서 미니샴푸랑 물 사서 숙소 돌아옴.


짐 내려놓은 후 근처의 카페 가서 스케치하고 글에 대한 메모 적고 방에 돌아와 저녁 먹음. 지금은 어제 산 블루베리와 아몬드, 감자칩 약간이랑 역시 어제의 화이트와인 남은거 마시고 있음. 사과주스를 섞어서 달아지고 약해짐 :)



...






재작년 가을에 힘들때 우연히 들어가서 쉬었던 카페. 예쁘고 아늑하다. 에벨과 400미터 거리에 있다. 와이파이 안되는게 흠인데 대신 글쓰기에 좋다. 오늘 스케치도 여기 앉아서 그렸다. 돌아가기 전에 또 갈 것 같다.




밖에 있는데 슈퍼갑에게서 부재중 전화옴. 한국시간 밤 10시 -.- 예산국회도 마무리됐는데... 흑... 이번에 와선 업무멜도 절대 안 열어보고 있구먼... 노트북도 안가져왔고...



회사를 아직 떠나지 못하고 그만큼 시달리고 피를 말리다 보니 즉물적이고 순간 소모되는 여행과 소비들을 하게 되는 거란 생각을 자주 한다. 이번 여행도 조금은 그런 측면이 있다. 어쩌겠나 싶다...




프라하에 대한 메모들을 묶어 한권의 책을 써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뻬쩨르만큼 문학적이지도 내밀하지도 않기 때문에 오히려 더 쉽게 쓸수 있겠지. 일종의 여행에세이든 뭐든... 글은 계속 쓰고 싶다, 많이, 항상. 그러지 못해 답답하기도 하다.


삶에서 회사를 지워내고 자신과 오롯이 마주하게 되면 많은 생각을 하게 되기 마련이다. 내게 필요한건 사람들이지 조직이 아니다. 쉽지 않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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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8. 12. 19. 21:55

프라하 성 다녀오는 길 2017-18 praha2018. 12. 19. 21:55




딱히 프라하 성을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일기예보를 보니 오늘 오후부터 돌아가는 토욜까지 계속 눈과 비가 온대서 그냥저냥 다녀왔다. 역시 윗동네는 추움.



말로스트란스카까지 걸어내려와서 트램 타고 우예즈드에서 내려 지금은 안젤라또에 잠시 앉아 쉬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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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8. 4. 10. 22:25

한적한 흐라드차니 2016 praha2018. 4. 10. 22:25





프라하 흐라드차니. 16년 가을.



프라하 성까지 가는 길은 복작거리지만 막상 로레타와 스트라호프 수도원 쪽으로 나와서 이쪽 흐라드차니 길을 따라 걸으면 의외로 한적하다. 나는 프라하 성은 안 좋아하고 로레타 사원을 좋아한다. 그래서 보통은 시내에서 22번 트램을 타고 포호젤레츠 정거장에서 내려 로레타 사원으로 가서 아름다운 종소리를 들은 후 내키면 스트라호프에 들르고 별로 안 내키면 그냥 그쪽으로 가서 이 길을 따라 천천히 걸어 내려온다(다리 안 아플 때만. 다리 아프면 그냥 다시 트램 타고 내려감)



이 길은 무척 아름답고 정취가 넘친다. 이 길 때문에 예전에 프라하에 두어달 머물때 아예 숙소를 흐라드차니에 잡을까 고민했던 적도 있는데 결과적으로는 여기 숙소 잡았으면 지대가 높아서 다리 쥐나고 추워서 큰일날뻔 ㅋㅋ 여기는 차가 있지 않는 한 이따금 내리막길 산책할때 좋은 것으로... 



격무와 과로 때문에 너무 지쳐서 조금이나마 마음의 여유를 찾아보려고 이 길 사진 찾아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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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7. 3. 21:13

프라하 골목과 파란 하늘 2017-18 praha2017. 7. 3. 21:13

 

 

6월 초. 프라하 흐라드차니와 말라 스트라나 쪽 골목들 산책하다 찍은 사진 세 장. 하늘이 파랗고 아름다웠는데 같은 날이었지만 찍은 장소와 빛에 따라 파란색이 조금씩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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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6. 8. 14:22

프라하의 빛 2017-18 praha2017. 6. 8. 14:22

 

 

 

그저께 돌아와 어제 새벽 기차로 곧장 본사 내려와 출근, 어젯밤에는 9시 즈음 너무 피곤해서 그대로 뻗어서 잤다. 꽤 많이 잤는데 아직도 계속 졸리고 피곤하다.

 

사무실에 앉아 일하고 있자니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프라하 골목들을 쏘다니고 햇살을 받고 바람을 맞으며 걸었던 게 꿈만 같구나...

 

빛과 그림자가 아름다웠던 프라하 사진 몇 장 올려봄.

 

로레타 사원 앞.

 

 

 

 

캄파에서 블타바 강변 따라 산책하면서 찍은 사진

 

 

 

 

이것도 맨 위와 마찬가지로 로레타 사원 근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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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여행을 오면 너무 시간이 빨리 지나간다. 첫날 도착해 정돈된 차가운 시트 위에 맨 다리를 쭉 뻗고 누울때의 그 기쁨(오늘이 첫날이니까 많이 남았다~)이 벌써부터 그리워지니 ㅠㅠ



옮겨온 호텔 방은 에어컨이 없고 미니 선풍기가 있다. 옛날 건물을 개조한 호텔이라 고풍스럽고 예쁜데 대신 좀 구식이다. 엘리베이터도 도착하면 바깥 도어를 밀어서 열어야 탈 수가 있다.















조식 먹으러 내려와서는 꽤 만족했다. 음식도 나쁘지 않았고(심지어 푸성귀가 있다!) 기사들의 갑옷들이 진열되어 있고 스테인드글라스도 있고 피아노 연주자도 있다.



부르주아라 웬만한 좋은 호텔 다 가본 료샤도 맘에 들어했다. 그도 그럴 것이 맨날 이름있는 삐까한 호텔만 묵어봐서 이런 풍의 호텔은 처음이라는 거였다. 기사 갑옷 입어보고 싶다고 해서 '너 저거 입으면 갑옷 다 터지겠다' 하고 놀려주었다. 그러자 료샤는 '그렇지! 역시 내가 키도 크고 근육질의 멋진 남자니까 저런 갑옷 따위도 나한텐 안 맞겠지~' 라고 좋아했다. 좋아하라고 말해준 건 아니었는데 ㅋㅋㅋ



..




조식 먹은 후 료샤는 일을 잠깐 처리한 후 공항에 레냐를 데리러 갔다. 비서와 그의 아내가 레냐를 데리고 오기로 되어 있었다. 료샤 말로는 비서 베냐에게 일 시켜먹으려고 출장 오게 만들었는데 오는 김에 레냐 데리고 오라고 했단다... 불쌍한 베냐 ㅠㅠ 그래도 료샤는 일이 별로 없고 주말엔 아내랑 프라하에서 놀 수 있으니 이런 출장을 오게 해주는 자기가 얼마나 좋은 보스냐고 으쓱거린다. 야 임마... 그래도 일은 일이라고 ㅠㅠ 나는 일 때문에 해외출장 갔을 땐 한번도 좋은 적 없었어어어 ㅠㅠ



그동안 나는 트램 22번을 타고 로레타에 갔다. 이번 여행에선 프라하 성과 카를 교는 전부 패스하기로 했다. 어차피 좋아하는 곳도 아니고... 원래는 프라하 오면 제일 먼저 가는 곳이 에벨과 로레타인데 이번에는 숙소를 말라 스트라나로 옮기는 후반부까지 로레타를 아껴놓았다.



열한시 반 정도에 도착했다. 일부러 정오 종소리 들으려고 맞춰 간 것이다. 로레타 부근은 가까운 프라하 성 쪽과는 달리 고요하고 한적한 편이다. 주변을 산책하다 10여분 전이 되었을때 사원 앞의 돌계단에 앉았다. 사원 안을 보지 않고 종소리만 듣고 싶을 땐 항상 이 계단에 앉는다. 시계탑과 종들도 잘 보이고 나름 좋은 자리이다.











정오에 종소리가 울려퍼졌다. 여전히 아름답고 쨍하고 깊고 동시에 가벼운 울림과 함께 사라지는 로레타의 종소리. 오늘 하늘은 새파랬다. 햇살이 눈부셨다. 로레타의 지붕은 황금빛으로 반짝거렸고 종들이 순서대로 울려퍼졌다. 로레타의 종소리가 울려퍼질 때만큼 행복하고 충만하고 온전한 순간이 또 있을까? 아마도 네프스키 수도원의 종소리?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사원의 종소리? 하지만 후자들은 경건하고 전자는 경건하다기보다는 그저 아름답고 또 아름답다.




..




종소리를 들은 후 다시 트램을 타고 말로스트란스카 지하철역까지 왔다. 오늘 이제껏 프라하에 여행왔을 때와 지냈던 거 통틀어서 처음으로 트램에서 검표원과 마주쳤다. 그래도 티켓을 끊어놓았기 때문에 다행이었다.





오랜만에 우 크노플리치쿠 카페에 갔다. 빨간 입술 그려진 머그에 차를 우려주고 케익이 저렴하고 맛있는 곳이다. 작년에 머물때 종종 갔었고 글도 썼었다. 오늘도 하니 앤 손즈 다즐링 티백 홍차와 자허토르테를 시켰다. 여기 자허토르테는 좀 조그맣지만 나름대로 딸기에 휘핑크림도 잔뜩 얹어주고 초콜릿 코팅 안에는 살구잼까지 들어있는 등 있을 건 다 있다. 그리고 홍차랑 자허토르테 다 합쳐서 90코루나, 4500원 정도밖에 하지 않는다. 프라하에서 내가 좋아하는 카페 중 가성비가 제일 좋다.




(찻잔 이가 나가서 좀 슬프긴 했지만... 그래도 가성비 좋은 카페니까 용서함... 나도 입술무늬 옆에 내 입술자국 찍음)







..



우 크노플리치쿠에 앉아 스케치를 좀 하며 쉬고 있으니 료샤가 레냐를 데리고 왔다. 레냐는 작년 겨울에 페테르부르크에서 봤을 때보다 또 커 있었다! 그리고 살이 좀 빠져 있었다. 아니 벌써 쭉쭉 크는 나이로 접어드는 건 아니겠지 흐흑...



레냐는 카페 안으로 뛰어들어오더니 '쥬쥬~' 하고 소리치며 곧장 내 테이블로 와서 뽀뽀를 쪽 했다 :)) 그리고는 '쥬쥬! 머리색이 바뀌었어! 쥬쥬! 오늘은 원피스를 입었어~ 해골 어디 갔어?' 하고 조잘댔다. 나는 '해골 옷도 가져왔는데 너네 아빠가 싫어해' 라고 대답했다. 레냐는 하하 웃더니 '나는 해골도 좋아~' 라고 한다. 아이고 귀여워... 내 약혼자의 무한한 사랑 :))


그러더니 역시나 내 접시의 케익을 보며 '우아... 나도 케익. 아빠 나도 케익' 하고 조르기 시작... 료샤는 엄격하게 거절!



료샤 : 안돼! 점심 먹어야 돼! 벌써 두시가 다 됐어!


레냐 : 쥬쥬는 케익 먹었는데 ㅠㅠㅠ


료샤 : 쥬쥬는 한국 사람이니까 우리랑 좀 달라!


나 : 한국 사람이라서 다른 게 아니야아아... 너네 기다리면서 잠 깨려고 차 마셨어. 차 마시면 케익 먹고프단 말이야아


레냐 : 그래 맞아! 차랑 케익 먹으면 맛있어! 초콜릿도!!!!


료샤 : 안돼! 지금은 점심 먹어야 돼!!!!!



..




그래서 우리는 가까운 거리에 있는 카페 사보이에 점심 먹으러 갔다. 사실 어제부터 영원한 휴가님 포스팅에 있던 프렌치토스트 때문에 사보이의 맛있는 프렌치토스트가 먹고프긴 했는데 점심 시간이라 밥을 먹어야 했고 게다가 나는 이미 자허토르테를 한조각 해치운 후라서 토스트는 포기...






대신 치킨 슈니첼 시켰는데 이것이 꽤나 맛있었다. 곁들여준 감자샐러드도 맛있었다. 그래서 지난번 드레스덴에서 먹었던 얇고 질긴 가죽같던 비엔나 슈니첼의 슬픔을 만회하였다(물론 오늘 먹은 건 송아지 고기가 아니라 닭고기였지만...) 슈니첼 양이 많아서 레냐에게도 좀 나눠주었다. 료샤는 포크 슈니첼을 먹었고 레냐는 뭔가 완자 같은 음식을 먹었다. 나보고 먹어보라 했지만 돼지고기가 들어 있어서 먹지는 못했다 ㅠㅠ






레냐는 카페 사보이의 화려한 천정 장식을 보며 좋아했다. 화장실에 가고 싶어해서 내가 손잡고 데려갔다. 카페 사보이 화장실은 지하에 있어서 나선계단 따라 내려가야 하는데 아이 혼자 내려가는 게 어쩐지 위험한 것 같아서. 화장실이 있는 층에는 통유리창이 있고 주방이 그대로 보인다. 레냐는 신기해했다.


다시 계단을 올라오면서 레냐가 물었다.



레냐 : 쥬쥬, 프라하가 페테르부르크보다 더 좋아?


나 : 아니. 페테르부르크가 제일 좋아.


레냐 : 근데 왜 여름에 우리한테 안 오고 프라하로 왔어?


나 : 으응, 페테르부르크 가는 비행기가 더 적고 더 비싸서 ㅠㅠ


레냐 : 그렇구나... 그러면 프라하 온 거 용서해줄게.



아빠보다 더 쿨한 아들 레냐 ㅋㅋㅋ



..




카페 사보이에서 나와서 우리는 골목을 좀 거닐었고 호텔로 돌아왔다. 레냐가 하품을 했다. 아침에 비행기 타고 온데다 간밤에 게임하느라 늦게 잤다고 한다. 나도 졸렸고 무척 피곤했다. 료샤가 선심썼다는 듯 '낮잠 자고 좀있다 놀자!' 하고 선언했다. (사실은 이놈도 밥먹으면서 맥주 한잔 마셔서 졸렸던 것임)



그래서 우리는 각각 방으로 돌아가서 낮잠을 좀 잤다. 한시간 좀 넘게 잤는데 정말 피곤하고 달게 잤다. 몸이 막 침대로 빨려드는 느낌이었다.



낮잠 잔 후 좀 게으름피우다가 나오니 저녁 일곱시였다. 같이 캄파 공원과 블타바 강변을 산책했다. 공원에서 두명의 뮤지션이 퍼커션과 일렉트릭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있었다. 완전 내 취향이었다. 바이올린보다는 첼로를 더 좋아하지만 그건 클래식일 때 그렇고, 일렉트릭 바이올린으로 연주하고 적당한 비트가 가미되는 모던은 나도 좋아한다. 모르는 음악이었지만 리히터를 좀 연상시키는 리듬과 멜로디여서 한동안 근처에 서서 음악을 들었다.






료샤는 지루한 것 같았지만 나와 레냐가 손잡고 음악을 듣고 있으니 할수 없이 기다렸다. (레냐는 음악을 좋아한다. 작년엔 나랑 둘이 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 연주회도 갔었다)



한곡 더 듣고팠지만 료샤가 불쌍해서 우리는 다시 공원을 산책했다. 그리고 안젤라또에 가서 아이스크림을 사먹었다. 료샤는 목마르다면서 망고 소르베를 시켰고 레냐는 스트라치아텔라(내가 추천함), 나는 쌀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료샤는 '야! 어제는 올리브유 바질 먹더니 오늘은 쌀이야?' 하고 기가 막혀 했다.



나 : 너 리조 아이스크림 안 먹어봤어? 쌀로 만든 아이스크림 되게 맛있는데. 덜 달고 담백하고...


료샤 : 달지 않으면 그게 아이스크림이냐!


나 : 달긴 달아 근데 많이 달지 않은 거지... 맛있어, 한번 먹어봐


료샤 : 싫어! 어제처럼 피볼 거야!


레냐 : 나는 먹어볼래 쥬쥬!






레냐는 쌀 아이스크림을 한 입 먹더니 눈을 동그랗게 떴다. 맛있다는 것이다. 그래, 맛있다니까!


료샤도 좀 궁금해졌는지 한 입 먹어보았다. 그러더니 이건 괜찮다고 함. 칫, 올리브유 바질도 맛있었다고... 지는 망고 먹으면서... (정작 나는 망고 아이스크림 매우 싫어해서 맛도 안 봤음 ㅋㅋ)



..




료샤 방에 올라가서 체리랑 샌드위치랑 과자 같은 거 늘어놓고(+ 레냐를 위해 내가 사온 양갱도) 같이 늦은 저녁 먹으며 윷놀이함... 셋이서 윷놀이를 한 결과... 료샤 1등, 레냐 2등, 나 꼴등... 사실 레냐에게는 내가 져주긴 했는데... 죽어도 료샤는 못 이기겠다... 그에게 도박꾼의 피가 흐르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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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4. 10. 21:34

로레타 사원 앞에서 잠시 2016 praha2017. 4. 10. 21:34




작년 9월. 프라하.


작년에는 여러모로 많이 힘들었고 어떻게든 스스로를 주워모으고 일으키기 위해 거의 무의식적으로, 혹은 자력에 이끌리듯 바깥으로 나다녔다. 새로운 곳에 가지는 않았다. 이미 익숙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내가 이방인으로 있을 수 있는 곳. 동시에 무척 사랑하는 곳. 페테르부르크와 프라하에 가서 몇주씩 머물렀다.


여기는 프라하. 로레타 성당 앞 돌계단에 잠시 앉아 지친 발을 쉬는 중이었다. 햇살이 쨍했고 상당히 더운 날이었다. 비둘기 한 마리가 어정거리며 다가왔다. 빵조각이라도 먹고 싶었던 것 같은데 나는 목말라서 물만 마시고 있었다.





아무것도 안 주자 '그럴 줄 알았다~' 하며 시크하게 지나쳐감






아픈 발을 좀 쉬고 물을 마신 후 이 문을 통과해서 티켓을 사고 성당 안으로 들어갔다. 내가 프라하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 중 하나이다. 이 사원 자체보다는 이곳의 종소리를 좋아한다. 프라하에서 딱 한 곳만 가라고 하면 카페 에벨이고 두 곳을 가라고 하면 카페 에벨과 이곳이다. 여기서 종소리를 듣는 것은 정말 행복하고 가슴 벅찬 일이다. 이곳의 종소리를 듣고 있으면 상처가 치유되는 기분이다.




여기 종소리 cd도 사오긴 했는데 역시 파란 하늘 아래 울려퍼지는 라이브 종소리에는 비할 바가 못된다. 그래도 아름답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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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2. 23. 20:59

물과 빈 병 2016 praha2017. 2. 23. 20:59



작년 9월. 프라하 성. 황금 소로 쪽으로 걸어가다가.


한쪽에서는 오래된 파이프로부터 물이 흘러나와 꾸준히 조금씩 쏟아지고 있었는데 그 옆에는 텅 빈 콜라병이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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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1. 23. 22:17

부드럽고 진한 녹색 2016 praha2017. 1. 23. 22:17

 

 

프라하. 흐라드차니.

 

2016년 9월.

 

..

 

너무 바쁘고 정신없고 피곤하고 춥다. 빛도 많고 따뜻하고 밝았던 때를 떠올려보며 눈도 식히고 마음에도 작은 위안을... 이때 많이 걸어다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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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1. 15. 16:15

프라하 전경, 흐라드차니에서 2016 praha2017. 1. 15. 16:15

 

 

9월. 로레타 사원에서 종소리 듣고 스트라호프 수도원 들렀다 내려가는 길. 흐라드차니 언덕길 따라 내려가면서 찍은 사진 세 장.

 

 

 

왼편에 삐쭉 솟아 있는 게 프라하 성과 성 비투스 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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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2. 5. 00:33

밤, 흉터와 얼룩 about writing2016. 12. 5. 00:33

(사진은 프라하, 아녜슈카 수도원)

 

 

 아래 글은 약 2년 전에 쓴 단편 Night의 중반부에서 발췌한 매우 짧은 에피소드와 그 소설에 대한 메모이다. 사실 이 메모는 전에도 한번 올린 적이 있다만... 이 단편은 가브릴로프 본편에 차후 삽입하기 위해 먼저 쓴 글이다. 가브릴로프 시립극장 오케스트라 단원 코즐로프와 새로 온 감독인 미샤의 관계를 다룬다.

 

..

 

Night에 대한 메모(되풀이)

(2016. 8월에 이 소설의 다른 부분 발췌하면서 덧붙였 메모를 다시 붙인다)


 

 약 2년쯤 전에 나는 가브릴로프 본편을 시작했다가 잘 풀리지 않아서 그 본편에 삽입될 에피소드 하나를 독립된 단편으로 먼저 썼다. 지방 소도시인 가브릴로프의 시립극장 예술감독으로 부임한 나의 주인공 미샤가 그곳 오케스트라의 실력자이자 수석 바이올리니스트인 로만 코즐로프와 의견 충돌을 일으킨 후 하룻밤을 보내고 새로운 관계를 맺게 되는 이야기였다. 이야기는 코즐로프의 시점에서 전개된다.



 코즐로프는 이 본편의 외전 격인 서무의 슬픔 시리즈 때문에 어린 애인에게 폭 빠진 다혈질의 흑염소 아저씨(ㅜㅜ)이자 바이올린 깡패로 등극하게 되었지만 원래 본편에선 그런 막가파 캐릭터는 아니었다(아무래도 서무 시리즈 때문에 코즐로프가 제일 웃기게 변한듯... 손해봤어 ㅠㅠ)



 하여튼 그 에피소드는 생각보다는 좀 길어서 실제 본편이 씌어졌을 때는 좀 손을 봐야 할테지만 지금으로선 그냥 독립적인 단편으로 존재하고 있다. 제목은 매우 단순하게도 '밤'(night) 이었는데 다른 제목을 굳이 붙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냥 누군가가 누군가를 만나 밤을 보내고 사랑에 빠지는 무수한 이야기 중 하나일 뿐이니까. 우습지만 이 이야기를 처음 발췌했을 때 후반부에 둘이 사과파이 먹는 장면을 인용했기 때문에 종종 '사과파이 단편'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있다. (서무 시리즈에서 왕재수가 사과파이를 좋아하는 걸로 설정된 건 사실 이 단편 때문이다)



 이 단편은 전에 사과파이 에피소드나 미샤가 백조 솔로를 추는 씬, 그리고 전반부 1~2장 전체를 발췌한 적이 있다. 그냥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술을 못 마시는 미샤가 보드카를 실컷 퍼마시고 인사불성이 되어 코즐로프의 집에서 밤을 보내는 얘기다. 어떤 이야기들이든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간단해지는 법이다.

 

..

 

 

그리고 12월의 짧은 메모

 

아래 발췌한 내용은 Night의 중반부. 코즐로프와 미샤가 밤을 보내면서 일어나는 아주 짧은 이야기이다. 별 내용은 없는데... 하여튼 공개 블로그라 자기검열을 조금 하고... 표현이나 두어가지를 좀 손봤음. 19금은 아니고 15금..? 글쎄다, 14금 정도.

 

 

 

* 이 글을 절대로 무단 전재, 복제, 배포, 인용하지 말아주세요 *

 

 

 

 

 나는 미샤를 똑바로 뒤집었다. 환한 램프 불빛 아래로 그의 몸을 좀 더 끌어당겼다. 미샤는 이제 옆으로 돌아눕거나 버둥거리지 않았다. 머리를 베개에 기댄 채 가만히 있었다. 램프 스탠드 아래 하얗게 뻗어 있는 맨몸 위로 황금빛과 붉은빛 그림자가 부드럽게 번져왔다. 맨 처음 극장에서 마주친 순간부터 난 밝은 빛 아래에서 그 몸을 보고 싶었다. 화보로 본 적은 있었다. 극장 계집애들의 스크랩북에는 별의별 사진들이 다 있었다. 몸에 착 달라붙는 타이츠를 입은 모습도, 상체를 드러낸 채 아랍 팬츠 차림으로 머리에 우스꽝스러운 깃털을 꽂고 아라베스크를 하는 모습도, 스파르타쿠스의 가죽 튜닉을 입고 몸 대부분을 노출한 채 도약하는 모습도 전부 봤다. 하지만 손바닥만 한 평면 화보와 진짜 육체 사이에는 결코 채워지지 않는 거리가 있었다. 아마도 그게 욕망의 깊이일지도 모른다.

 

 자식의 몸은 얼굴보다도 더 하얗고 미끈했다. 역겹도록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정말 조각 같았다. 박물관이나 궁전에 세워놓는 종류의, 대리석을 새기고 깎아 만든 조각상. 그런데 그건 온전하지 않았다. 화보에서 봤을 때보다, 국영채널 필름에서 봤을 때보다 야위었고 근육도 훨씬 줄어들어 있었다. 어쩌면 카메라와 조명의 트릭일지도 모른다. 어차피 난 너무 근육질의 사내애보다는 낭창낭창하고 날씬한 애들이 더 좋으니까 상관없었다.

 

 그 애의 피부는 계집애처럼 하얗고 매끄러웠다. 아마 타고 났을 것이다. 황실 찻잔처럼 고왔다. 그러나 거기에 흠집이 있었다. 여기저기. 목덜미 아래, 가슴팍 언저리, 허리 부근, 늑골 뒤편, 등과 어깨. 거무스름하게 변색되고 희미해지고 있었지만 어쨌든 멍 자국들이 가득했다. 왼쪽 골반 위로 붉은색과 잿빛이 뒤섞인 상처가 작고 두툼한 뱀처럼 길게 돌출되어 있었다. 뾰족한 징이 가득 박힌 군화로 제대로 걷어 채였거나 나이프로 저민 흔적처럼 보였다. 끔찍한 상처였다. 아마 아직 다 아물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건 온전하지 않은 몸이었다. 무너지고 짓밟히고 부서진 몸이었다. 그제야 나는 그 애가 왜 필사적으로 몸을 빼내려고 했는지, 왜 불을 끄고 싶어 했는지 알 것 같았다.

 

 미샤는 내가 자기 몸을 샅샅이 살펴보고 만지도록 내버려 두었다. 골반의 상처에 입술을 대고 키스했을 때는 몸서리를 쳤다. 흥분해서가 아니었다. 몸이 뻣뻣하게 굳어졌으니까. 결국 나는 참지 못하고 얼간이처럼 물었다.

 

 “ 아파? ”

 

 “ 어떨 것 같은데? ”

 

 “ 아플 수도 있겠네. 30바늘은 꿰맸겠는데. ”

 

 “ 음, 거긴 그냥 놔둬. ”

 

 “ 아파서? ”

 

 “ 아니. ”

 

 “ 나쁜 기억 때문에? ”

 

 

 내가 왜 그런 바보 같은 소리를 지껄이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난 그저 자식을 덮치고 싶을 뿐이었다. 단숨에 집어삼키고 싶을 뿐이었다. 고문을 당했던 아이를 위로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런데 내 입술은 다른 식으로 혼자 춤을 추고 있었다.

 

 

 “ 글쎄. 사실 기억나는 건 없어. ”

 

 “ 그럼 키스하게 놔둬. ”

 

 “ 왜? 난 별로야, 거기 손대는 거. ”

 

 “ 좋아질 테니까. ”

 

 “ 당신이? ”

 

 “ 네가. ”

 

 “ 이상한 논리잖아. ”

 

 “ 이 상황에서도 논리가 생각나나? ”

 

 

 나는 그 끔찍한 상처를 혀로 천천히 핥았다. 우툴두툴하게 부풀어 오른 그 흔적을 입술과 혀로 애무하자 마치 상처를 핥아주는 짐승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계속해서 핥고 입 맞춘다면 정말 나아질지도 모른다. 상처가 아물고 흉터조차 남지 않을 것이다. 좋아질 것이다. 더 이상 그런 식으로 말하지 않을 것이다.

 

 거긴 그냥 놔둬. 별로야, 거기 손대는 건.

 

 그토록 완벽하고 근사한 육체를 가졌던 아이, 그토록 뜨겁게 달아오르고 그토록 사랑스러운 아이가 자기 몸에 대해 그런 식으로 말하는 건 어쩐지 기분 나쁘고 화가 났다. 어디든 놔둘 수 없었다. 모든 곳을 손대고 모든 곳을 애무하고 싶었다. 어느 곳을 건드리든 좋아지기를, 불덩어리처럼 달아올라주기를 원했다. 그 예쁜 입에서 거긴 놔두라는 말이 나오게 만든 놈들, 저 공작새 같은 애로 하여금 환한 불빛 아래 흉터와 얼룩이 드러날 게 두렵고 부끄러워서 램프를 끄고 싶게 만든 개자식들을 죽여 버리고 싶었다. 분명 이전에는 단 한 번도 자기 몸에 대해 그런 식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애였을 테니까.

 

 

...

 

 

(사진은 alex gouliaev, 발란신의 '돌아온 탕자'를 추는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

 

 

이 단편은 예전에 여러 부분을 발췌해 올린 적이 있다. 이야기의 순서대로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물론 중후반부는 중간중간 빠져 있지만)

 

맨 앞 부분(Night : 코즐로프와 미샤의 이야기 중에서) : http://tveye.tistory.com/4118

숙취로 고생하는 미샤와 차이코프스키에 대한 대화 : http://tveye.tistory.com/3253

아침, 여분의 수완, 바느질 : http://tveye.tistory.com/3465

다들 똑같아지면 재미없음, 싫지 않은 것과 보통과 별로 사이 : http://tveye.tistory.com/5087

백조 솔로를 추는 미샤 : http://tveye.tistory.com/3146 

사과파이를 먹는 코즐로프와 미샤 : http://tveye.tistory.com/3165

 

..

 


글에 대한 이야기는 제게 큰 힘이 됩니다 :)

그리고 제 글은 여기서만 읽어주세요. 절대로 복사하거나 가져가시거나 인용/도용하지 말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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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프라하 성과 그 위 로레타 사원, 스트라호프 수도원 등이 있는 구역이 흐라드차니인데 특히 프라하 성까지 내려오기 전까지의 구역이 평화롭고 고적해서 걷기 좋다. (내려올때만... 올라갈때는 다리 부러짐.. 그래서 갈땐 트램타고, 내려올때만 보통 걸어옴)

 

흐라드차니 따라 걸어내려오며 찍은 사진들 몇장.

 

위의 사진에서 h란 간판은 예쁜 레스토랑 host이다. 여기서 닭가슴살 스테이크랑 생강 레모네이드를 먹었는데 맛있었고 바깥 전망도 근사했다.

그냥 걸어내려오면서, 내 취향 저격하는 풍경들 찍은 사진들. (창문이라든지, 선명한 색채라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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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척거리며 자다깨다 어쨌든 일고여덟 시간 정도는 자고 있다. 낮에 돌아다니다 보니 밤에 잠이 안 오지는 않는다. 누우면 곧 잠들긴 하는데 중간에 깨는 건 변함이 없다...


조식 안 먹을까 하다가 방에 의자도 없는데 밥이라도 먹어주마 싶어서 아침에 머리도 안 말리고 화장도 안 하고 부시시한 모습으로 내려가 스크램블드 에그와 토마토, 빵 한쪽과 주스, 차, 그리고 웬일로 오늘 서양자두가 있어서 반가워하며 그거 한 알 먹었다.



..



오늘도 날씨가 좋고 더웠다. 주말 쯤 호르몬 주기 때문에 드러누울 게 뻔하므로 오늘 로레타 성당이랑 프라하 성에 다녀와야겠다고 맘먹었다. 갔다가 내려오는 길에 피곤하지 않으면 미셴스카 골목의 카피치코에 가야지 하고도 생각했다.


지금 숙소의 장점은 바로 앞에 트램 22번이 온다는 것이다. 22번은 로레타 사원, 프라하 성, 그리고 테스코와 무스텍 역이 있는 나로드니 트르지다를 연결해서 관광객들이 많이 탄다. 트램 타고 로레타 사원 근방에서 내렸다. 관광객들은 대부분 두정거장 전인 프라하 성에서 우르르 내리기 때문에 로레타는 찾는 이들이 좀더 적은 편이다. 나는 프라하 성보다는 로레타와 스트라호프 수도원 쪽이 더 좋다.


내가 프라하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을 꼽자면, 개인적이고 내밀한 공간은 카페 에벨과 미셴스카 골목(+카피치코)이겠지만 '프라하'를 사랑하게 된 곳, 혹은 프라하의 깊은 아름다움에 감동받은 곳은 로레타 성당과 아녜슈카 수도원이다. 프라하 성의 비투스 사원은 거대하고 화려하지만 전혀 내 취향이 아니다(오히려 프라하 성에서는 거기보단 가장 오래된 성 이르지(성 조지) 사원을 더 좋아한다)






로레타 성당은 성당 자체가 아름다워서라기보다는 종소리 때문에 좋아한다. 십년 전 추운 겨울날 로레타에서 정오를 알리는 명종곡을 들었을 때 나는 종소리가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종소리가 사람의 영혼 깊이 평온을 안겨준다는 것을 처음 알았고 사원의 종소리를 들으며 울 수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아녜슈카 수도원은 그곳의 중세 미술들과 어둠 속으로 스며드는 빛 때문에 좋아한다.



..



성당에 도착하자 마침 정오가 다 되어 있었다. 초를 켜고 기도를 한 후 정오의 종소리, 아름다운 명종곡을 들었다. 맑고 아름다운 음악이 울려퍼지는 순간 온몸이 정화되는 기분이었고 파란 하늘 아래에서 쇠종들이 딸랑딸랑 짤랑짤랑 땡땡 뎅뎅 대--앵 등 흔들리며 내는 소리들이 내 몸 전체를 관통하고 지나가며 샤워처럼 물줄기를 퍼붓는 느낌이었다.







사랑해요, 로레타. 내게 사원의 종소리를 들으러 떠나고 싶다는 열망을 처음으로 간직하게 해준 곳.



2층에는 이 성당의 유명한 성물들(보석 박힌 어마어마한 성물이 많다)이 전시되어 있는데 전에는 없던 전시물이 하나 생겨 있었다. 바로 로레타 종소리의 비밀!!!! 짧은 다큐 영상으로 명종곡이 어떻게 울리게 되는지 종탑의 내부구조, 톱니와 실린더, 건반과 종을 때리는 해머 등등 복잡한 모든 구조가 나와 있었고 그림으로도 그려져 있었다. 오오 이것은 나를 위해 새로 생긴 것인가!!!


헤드폰 쓰고 약 15분 정도 열심히 영상을 봤다. 아, 저렇게 해서 27개(맞나? 22개인가 아 헷갈려)의 종들이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하게 되는구나... 나는 그냥 종을 친다고 생각했지만 영상을 통해 수많은 종들을 울려 아름다운 명종곡을 연주하는 것은 아주 작은 오르간을 연주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으음, 난 종치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무작정 땡땡 치기만 해서 되는 게 아니었어 엉엉... (대신 지금 구상하는 글 어딘가에 반영할 수 있게 되어서 아까 카페에 앉아 열심히 메모를 했다)








..



이후 로레타를 나왔다. 프라하 성에 가려고 걸어내려가다가 스트라호프 수도원 방향으로 향하는 흐라드차니 언덕길의 좁은 골목 사이에 있는 예쁜 레스토랑을 발견했다. 예전에도 지나갈때 간판만 봤었는데 엄청 좁은 골목에 있는 간판이라 맨날 예쁜 사진만 찍었던 곳이었다. 배도 엄청 고팠고 덥고 피곤해서(1시 반쯤 되어 있었다) 안으로 들어갔다.










런치는 175코루나로 저렴한 게 있었는데 이게 구운 고기 곁들인 감자덤플링과 디저트로 이루어진 거라 아무래도 돼지고기 같아 나는 그냥 돈 좀 더주고 정식 요리를 먹었다. 요거트 소스를 곁들인 야채와 함께 구운 닭고기를 주문했다. 그리고 음료는 생강 레모네이드. (나온 걸 보니 레모네이드는 아니고 그냥 시원한 생강 음료였는데 나쁘지 않았다)


올리브유에 구운 닭가슴살(..로 추정) 스테이크와 역시 구운 파프리카, 적양파, 버섯이 나왔는데 처음엔 좀 짰지만 그래도 다른데보다는 짜지 않았다. 그리고 먹을 수록 맛있었고 오히려 요거트 소스 없이 닭고기와 야채, 올리브유, 소금, 허브의 조합으로 아래에 촉촉하게 고여 있는 육수 소스(ㅋㅋ)가 더 맛있었다. 하긴 올리브유와 야채와 닭고기, 바질, 굵은 소금이 들어가는데 맛이 없을 리가.... 

 

레스토랑 창 너머로는 스트라호프 수도원과 흐라드차니, 프라하 전경이 보였다. 작고 호젓하고 맘에 드는 곳이었다. 친한 사람들과 함께 오고 싶은 곳이다. 료샤 데리고 와볼까...



..



다 먹은 후... 프라하 성 가는 거 포기. 왜냐하면 이 골목길을 따라 내려가면 그대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산책로인 흐라드차니 언덕길이기 때문이지... (그리고 프라하 성 가기엔 다리가 아프기 시작했음)


이 길은 무척 아름답다. 그런데 엄청 언덕길이라 절대!! 내려갈때만 걸어가야 함. 올라갈땐 트램 타고 로레타 쪽에서 내려서 이쪽으로 내려와야 함!!! 옛날에 맨첨 왔을땐 암것도 모르고 이 언덕길 따라 올라가다 토할뻔....


오랜만에 다시 흐라드차니 언덕길을 걸으니 행복했다. 사진도 많이 찍었는데 여긴 와이파이 상태가 별로니까 나중에 많이 올려보고 여기는 몇 장만...




흐라드차니 언덕길 따라 내려가면 프라하 전경이 이렇게 보인다.




뒤돌아보면 보이는 스트라호프 수도원. 영화 아마데우스의 무대가 된 곳인데 나는 아마데우스보다는 여기 가면 장대한 도서관 때문에 정신이 혼미하고 황홀하다. (안으로 들어가 열람은 못하고 그냥 줄쳐놓은 바깥에서 구경만 할수 있음 ㅠㅠ 그래도 아름답게 장정된 중세의 거대한 책들이 전시된 걸 좀 볼수 있다. 칼라풀한 성서 필사본과 삽화들은 그야말로 아름다움의 절정!)




이 열매 이름이 무엇일까요.. 아는 분 꼭 가르쳐주세요 :)

마가목이랑 비슷하긴 한데 아닌거 같고.. 마가목 열매는 더 빨간데 이건 나중에 보라색, 검정색으로 변하던데...







..



쭈욱 내려가 카를교 앞까지 왔다. 물론! 난 카를교 안 건넌다!! 카를교 복잡해! 뭐 오랜만에 왔으니 한두번은 건너야겠지만...


내가 제일 좋아하는 코스인 카를교 왼쪽 골목으로 빠져 미셴스카 골목 가기 시전.





가슴이 두근거렸다. 에벨 다음으로 좋아했던 카페가 바로 미셴스카 골목의 카피치코였다. 금연 카페. 빛이 잘 들고 아늑한 곳. 저렴한 가격에 커다란 포트와 워머가 완비된 다즐링, 그리고 45코루나에 맛있는 메도브닉을 주던 곳. 내가 좋아하는 골목에 있는 카페.


근데... 미셴스카 골목 접어들어서 반갑고 설레던 맘도 잠시...


으악, 카피치코 없어졌어 ㅠㅠ 아악, 문닫았어... 다른 가게로 바뀌었어 엉엉...


론리플래닛에도 나오고 사이트들에도 많이 소개되고 인기많은 곳이었는데 왜, 왜, 왜!!!!


넘 충격받았다, 어데 갔니 카피치코야 엉엉 ㅠㅠㅠ



(창문 모양이랑 디자인마저 비슷하지만 다른 가게야 어흑.. 다른 간판, 창문에 그려진 그림이랑 글씨도 다 달라... 카피치코 어디갔어 ㅠㅠ)




너무 섭섭하고 아쉬웠다... 이번에 머무는 동안 전반부는 말라 스트라나, 후반부는 구시가지쪽으로 숙소 잡은 것도 전자는 카피치코가 가깝고 후자는 에벨이 가까워서인데... 카피치코에 글쓰러 갈 생각이었는데 ㅠㅠㅠ


아아 카피치코야 ㅠㅠ


완전 문 닫은 거 아니고 다른 데로라도 옮겨서 살아 있었음 좋겠다... 프라하 최초의 금연카페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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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셴스카 골목 맞은편의 셰익스피어 앤드 선즈 서점에 잠깐 들러 영문책들을 구경하다 나왔다. 여전히 카피치코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해 슬퍼하며 도로 길을 거슬러 올라와 말로스트란스케 광장을 지나 숙소 있는 우예즈드 쪽으로 걸어갔다. 덥고 피곤했다 ㅠㅠ 카피치코에서 다즐링 마시고 이번 프라하 첫 메도브닉 먹으려 했단 말이야 우앵....




그저께 찍어놓은 카페 하나가 있어 거기 갔다. 실은 어제 저녁에 가려고 했는데 알고보니 6시에 문을 닫아서 허탕친 곳이다. 비엔나의 유명한 Julius Meinl 쪽에서 낸 가게인 것 같은데 빵과 케익 종류가 많았고 차와 커피도 있고 안쪽 자리가 편해 보였다. 다즐링과 메도브닉을 주문하고 안쪽에 앉았는데 오, 여기 괜찮았다... 밤까지 하면 좋겠지만... 낮에 여기로 글쓰러 와야겠다. 의자도 그리 불편하지 않고...



나에게는 뭔가 글이 써지는 카페라는 곳이 있는데 이게 뭐라고 딱 찝어서 이런 곳이라고 말하기가 어렵다. 그건 그냥 그 카페에 들어가서 앉아봐야 안다. 그런 데가 별로 없다. 에벨은 처음부터 그랬다. 카피치코도. 그리고 여기도 그랬다.








(수첩 메모를 블러로 지웠더니 사진이 지저분해졌다 ㅠㅠ)



메도브닉도 맛있었고(카피치코보단 훨씬 비쌌지만 우리 물가로는 그리 비싼 건 아니다. 4천원 정도) 다즐링도 잎차 티백이라 나쁘지 않았고 창가로 빛이 스며들었고 바깥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였다. 앉아서 수첩을 꺼내 두어장 메모를 했다. 에벨에서 다시 풀기 시작한 메모가 좀더 확장되었다. 오늘 로레타에서 종소리 들으면서 새롭게 떠오른 개념들도 적었다.


이 동네 있는 동안 가끔 갈것 같다.


그래서 카피치코는 잃었지만 새 카페를 하나 얻었으니 완전 마이너스는 아니다. 카페 이름은 u zlateho pstrosa 라고 한다. 체코어 표기로는 s 위에 뭐가 달려야 하는데 귀찮아서 그냥 영자판으로 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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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에 돌아오니 엄청 덥고 끈적하고 피곤했다. 샤워를 했다. 점심 잘 먹었으니 저녁은 그냥 방에서 먹어야지 했는데 으악, 생수 안 사왔어 ㅠㅠ 물 거의 없는데...


그래서 노트북 들고 기어나와 근처 식료품점에서 생수 사고, 등이랑 허리 덜 뽀개지려고 호텔 로비 바에 앉아 노트북 펴고 오늘 메모 적고 사진 옮김. 여기도 딱히 편하진 않다. 소파는 너무 커서 등을 기댈 수가 없고.... 역시 등이랑 허리 아프다. 그나마 소파에 앉아서 엉덩이가 덜 저린다는 게 낫다.


로비 소파니까 그냥 앉아서 노트북 쳐도 될거 같긴 한데 그래도 바와 카페가 있으니 좀 그래서 라즈베리에이드 시켰다. 근데 의외로 맛있고 시원하다. 별로 달지 않고.


정 궁하면 밤에는 여기 내려와야겠다. 근데 날벌레가 있네 ㅠㅠ


하여튼 이 글만 올려놓고 방으로 올라가야겠다.


글 남겨주시는 이웃분들 항상 감사해요!!!!!  



** 화질 좋고 선명하고 쨍한 게 카메라로 찍은 것, 약간 파스텔톤에 화질 흐린 사진과 정사각형 사진은 폰으로 찍은 것이다. 오늘은 흐라드차니 언덕길에서 네루도바, 미셴스카 등 산책하며 카메라 많이 쓰긴 했는데 순발력 있게 찍을 수 있는 건 확실히 폰이 좋은 거 같다. 아이폰4 시절엔 생각도 못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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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몇년만에 다시 로레타 성당에 왔고 아름다운 명종곡을 들었다. 종소리는 역시 너무나 아름다웠다.


초를 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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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서 근처의 아주 호젓하고 예쁜 레스토랑에 우연히 들어와 맛있는 점심 먹음. 약간 가격대는 있지만 연이틀 컵라면에 즉석국밥 먹었으니 괜찮다고 세뇌 중 ㅋ









스트라호프 수도원 부근이라 창 너머로 프라하 전경이 바라보인다. 좋은 사람들과 같이 오고 싶은 곳이다.







이제 힘내서 언덕길 내려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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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