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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테르부르크 카페'에 해당되는 글 28

  1. 2019.07.25 귀여운 카페
  2. 2019.02.20 해골소년 고릭이 말을 걸었던 카페 2
  3. 2018.09.27 늦은 오후의 본치 카페 2
  4. 2018.02.22 본치 카페
  5. 2018.02.12 RED / 빨강
  6. 2017.10.30 북방도시에서 살아 돌아온 그 패딩 4
  7. 2017.10.25 페테르부르크 3
  8. 2017.10.07 10.6 금요일 밤 : 역시 비, 본치 카페, 비싼 걸 포기한 후, 빨간 숄, 그외, 푸쉬킨 4
  9. 2017.10.03 본치 카페
  10. 2017.09.19 모르스 8
  11. 2017.08.29 수프 비노, 작년 6월 2
  12. 2017.02.02 여유를 찾고 싶다 4
  13. 2016.12.19 커피 60루블 홍차 50루블 6
  14. 2016.12.16 나도 러시아에서만 이렇게 마신다 4
  15. 2016.12.14 12.13 화요일 밤 : 내일 돌아감, 충동적으로 왔지만, 책, 천사, 브로치, 아스토리아, 귀부인 코트 입었지만, 가방싸기 싫어, 료샤랑 이야기 10
  16. 2016.12.13 12.12 월요일 밤 : 옛날 기숙사 동네, 프리모르스카야, 까라블레스뜨로이쩰레이 거리, 아주 오랜 추억, 수퍼마켓 다녀옴, 눈 펑펑, 김릿과 료샤 6
  17. 2016.12.09 12.8 목요일 밤 : 나쁜 날씨, 돔 끄니기, 료샤가 나한테 삐쳤다가 풀렸다가 도로 삐친 이유 10
  18. 2016.10.12 해골소년 고릭을 만났던 그 카페 6
  19. 2016.10.08 어디로 갔니 파란 팔찌, 페테르부르크인데 카페 이름은 프라하였음 6
  20. 2016.07.12 창문 안쪽에서 4
  21. 2016.06.20 6.19 일요일 밤 : 조식, 카페인 후유증으로 매우 고생, 호젓한 카페, 세번째 호텔, 스트라빈스키 3악장 심포니와 봄의 제전 공연 메모, 갈매기, 된장국과 김치, 중국 찻잔 2
  22. 2016.06.16 비오는 날, 숙소 옆 카페로 피신
  23. 2016.01.01 Singer 카페에서 카잔 성당 바라보며, 찬란한 겨울 낮에 2
  24. 2015.10.01 발칸 스타일의 사과 케익, 고스찌에서 6
  25. 2015.08.20 늦은 아침식사 된대요 4
2019. 7. 25. 22:31

귀여운 카페 2017-19 petersburg2019. 7. 25. 22:31





네프스키 대로 따라 걸어가다 발견한 귀엽고 앙증맞은 카페. 내부는 그냥 체인 카페 느낌이었는데 저 아이스티랑 아이스크림 그림, 왼쪽 창에 붙어 있는 кофе(커피) 손글씨가 너무 귀여워서 한장 찍음. 들어가보진 않았다. 저때 나뚜라 시베리카 매장에 기념품 사러 열심히 걸어가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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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여기는 몇년 전 초여름, 페테르부르크에 몇주 동안 머물렀을 때 들렀던 루빈슈테인 거리의 어느 카페이다. 그때 많이 힘들어서 정말 '지금 여기서 벗어나지 않으면 죽는다'라는 마음으로 마지막 남은 모든 힘을 짜내서 가방을 꾸려 밤 기차로 올라와 다음날 비행기를 타고 이 도시로 도망쳤었다. 그런데 몇년이 지난 지금, 그렇게 힘들었던 부서로 돌아가게 되니 기분이 묘하다. 이런저런 마음이 들어 그 당시 찍은 사진들을 잠깐 뒤적여보았다.



여기서 해골소년 고릭이 말을 걸었었다. 그 얘기는 그 당시 쓴 적이 있다. 고릭에 대한 이야기와 카페 사진 몇장은 아래. 



http://tveye.tistory.com/4816, https://tveye.tistory.com/5353



이 일에 대해서는 따로 반쯤은 초미니단편이고 반쯤은 일기인 글을 썼었는데(내용 자체는 위의 해골소년 고릭과의 만남에 대한 거라 대동소이하다만) 나중에 기회가 되면 올려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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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8. 9. 27. 22:21

늦은 오후의 본치 카페 2017-19 petersburg2018. 9. 27. 22:21





작년에 발굴해 좋아하게 된 본치 카페. 발샤야 모르스카야 거리에 있다. 이 카페가 있는 건 그전부터 지나다니면서 알았는데 실제로 간 건 작년부터였다. 바깥에서 보는 것보단 안에 들어갔을 때 의외로 참 괜찮은 곳이다.



오후에 가면 이렇게 빛이 스며들고 한적해서 좋다. 



그런데 여기도 사실 좀 유명한 카페이고 번화가의 지하철역 바로 근처에 있기 때문에(게다가 바로 앞에 대학교도 하나 있음) 어떨 때 가면 사람들이 엄청 많다. 이렇게 한적할때 가면 뭔가 수지맞은 기분임. 



여기는 통창문이 있는 바깥 홀이 있고 어둑어둑하고 아늑한 안쪽 홀도 있다. 나는 빛이 들어오는 카페를 좋아하기 때문에 바깥 홀을 선호하는데, 료샤는 여기 오게 되면 안쪽으로 들어간다고 한다. 그래서 이번에 나랑 갔을 때도 나보고 '너는 아늑한게 뭔지 모르냐?' 하면서 투덜댔다. 



'야! 너네 동네 가뜩이나 날씨도 후진데 이렇게 쨍할 때라도 빛 들어오는 홀에 앉아야지!' 했더니 '너 작년에 비 주룩주룩 올땐 비오는 거 보고프다고 이쪽 자리 앉았잖아!' 하고 반론을 제기함. 



그러고 보니 그렇구먼... 난 뭔가 막혀 있는 걸 안 좋아해서.. 그치만 최근 몇년 동안 우리나라에 유행하고 있는 살짝 이거 비슷하면서도 뭔가 싸구려 티나는(쫌 이케아스러운 테이블과 의자들 놓여 있는), 소리가 많이 울리는 카페들은 싫어한다. 아마 우리나라쪽은 땅값이나 세가 비싸니 테이블 간격이 좁고 사람들도 큰소리로 얘기하는 버릇이 있어 더 그런지도 모르겠음. 



(쓰고 보니 뭔가 이케아 의문의 1패인 건가... 개인 취향이긴 한데 이케아 디자인 매우 안 좋아한다 ㅋㅋ)



하여튼 본치 카페는 뻬쩨르에서 아스토리야 로툰다와 함께 내가 좋아하는 곳이다. 여기가 널찍하고 개방적이긴 하지만 의외로 글도 쓰기 좋고 스케치하기도 좋다. 작업용 카페로 맘에 드는 곳이다. 흑, 집 근처에 카페 에벨이랑 이 본치 카페가 있었음 좋겠다. 아스토리야의 로툰다는 너무 '좋은 호텔 카페' 느낌이라 동네 카페로는 차마 바라지 않음.



아, 여기를 좋아하는 이유가 하나 더 있다. 비록 창가 쪽은 아니지만, 홀 중간의 이 장식 선반 옆에 윤나는 빨간색 원형 테이블이 있다~ 이 사진도 그 자리 앉아서 찍었음. 빨간 테이블 좋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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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8. 2. 22. 21:49

본치 카페 2017-19 petersburg2018. 2. 22. 21:49





작년 10월. 페테르부르크.



날씨가 원체 안 좋은 시즌에 가서 맨날 비오고 춥고 고생고생했지만 본치 카페 발굴한 건 즐거웠다. 글쓰기 좋은 카페였다. 조명도 예쁘고 창가 자리는 밝아서 좋았다. 케익도 음료도 맛있었다. 그리고 홀 가운데에는 빨간 테이블이 있고.






처음 갔던 날은 아침 안 먹은 상태라 스메타나 곁들인 블린이랑 생강차 주문했었다. 생강차는 맛있었고 블린도 맛있긴 했는데 좀 식어 있어서 감점...







창가에 앉아 글쓰기 좋은 곳이었다.










그립구나. 다시 가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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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8. 2. 12. 23:41

RED / 빨강 2017-19 vladivostok2018. 2. 12. 23:41





역시 가장 좋아하는 색 :)



블라디보스톡, 페테르부르크, 여기 시골 동네랑 서울에서 이것저것 빨강들 모음





여기저기 다 걸쳐져 있긴 한데 블라디보스톡 사진이 3장으로 젤 많으니 블라디보스톡 폴더에 넣는다





맨아래 빨간 목도리는 금손 쥬인이 짜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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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바로 이 녀석.


몇년전 아울렛에서 싸게 샀는데 얇고 편하긴 했지만 얇기도 하고 깃털이 균일하지 않아서 자꾸 엉덩이 위까지 말려 올라가고 그 아래는 깃털 없이 자꾸 천만 남았다. 한마디로 없어보였다!!


그래서 이번 러시아 갈때 비상용으로 가져갔다. 10월초니 보험용으로 가져간거고 한두번 입다 버려야지 했으나 매일 비오고 바람부는 10월 뻬쩨르에서 이놈은 큰 능력을 발휘! 거의 매일 입었고 결국 고맙고 아까워서 도로 가져옴. 오늘 갑자기 추워져서 심지어 이거 입고 본사 내려옴 ㅋㅋ


사진은 뻬쩨르 떠나던 날 오전. 본치 카페. 벽의 옷걸이에 걸어놓은 패딩. 카페가 이쁘고 조명이 근사하니 덩달아 패딩마저 괜찮아보임 ㅋㅋ






본치 카페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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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7. 10. 25. 23:48

페테르부르크 2017-19 petersburg2017. 10. 25. 23:48




부셰.





카잔스카야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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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으앙 벌써 금요일도 다 갔어... 주말 지나고 나면 돌아가야 한다 엉엉... 그런데 아직 햇빛을 못 봤어 엉엉 오늘도 하루종일 비가 왔어 으아아앙 ㅠㅠ



뭐 어쩌겠는가... 10월 초에 왔으니... 할 수 없지 ㅠㅠ 하여튼 그래서 오늘 사진도 전부 폰으로 찍었다. 비오고 무거워서 카메라 못 갖고 다닌다 엉엉....



어제 비오는 거리를 쏘다니며 수도원이랑 묘지랑 수퍼마켓 등등 돌아다니고 밤에 김릿 한잔 마신 결과 무지무지 피곤해서 엄청 늦게 일어났다. 아침 일찍 깨서 뒹굴다 도로 잠들어서 11시 넘어서 일어났음.



오늘도 종일 비가 왔다. 오늘이 어제보다 더 심했다... 주말에도 비가 온다고 한다. 떠나는 날까지 비오면 참 아쉬울 것 같구나.



한시 다 되어 방을 나섰다. 남은 날은 별로 없는데 계속 비가 오니 산책도 하기 어렵고... 아직 네바 강변 쏘다니지도 못했다. 춥고 비오고... 차라리 눈이 오면 패딩과 모자로 무장하고 눈맞으면서 걸을 수가 있는데 비가 오면 우산을 써야 하니 더욱 걷기가 힘들다. 그래서 겨울보다 오히려 지금 같은 계절이 산책하기는 더 힘들다. 난방도 어중간하고. 예전에 여기서 머물렀을 때도 10월이 제일 힘든 시즌이었다.



무척 배가 고팠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었다. 종일 비올 것 같아서 오늘은 그냥 고스찌에서 런치 먹고 본치 카페에 가서 글이나 써야겠다 마음먹었다. 페테르부르크 한두번 와본 것도 아니니 이번 여행에서는 박물관이고 뭐고 다 포기. 바실리 섬에도 안 간다. 멀리 안 가기로 했다. 주변만 좀 돌아다니고 글이나 쓰고 공연 보고 료샤랑 레냐랑 좀 놀다 가는 걸로 족하다... (사실은 부족하지만 ㅜㅜ 어쩔 수 없지)



고스찌에 갔다. 런치 메뉴는 일주일 동안 동일하다. 월요일에 왔었으니까 그때랑 같다. 다만 메인만 비프 스트로가노프 대신 치킨커틀렛으로 바꾸었다. 여기서 말하는 커틀렛은 다진 고기를 구워주는 것이다. 따뜻한 수프를 먹고 치킨완자 커틀렛을 먹으니 몸이 좀 풀리는 것 같았다.


...





밥을 먹은 후 건너편 발샤야 모르스카야 거리의 본치 카페로 갔다. 아쉽게도 테이블 두 개 붙은 창가 자리는 예약이 되어 있어서 테이블 하나짜리에 앉았다. 그래서 노트북 펼치기가 조금 좁았기 때문에 주로 아이패드에 스케치를 했고 글은 열줄 정도 썼다. 이 카페는 아늑하거나 우아한 맛은 없어서 '내 카페다' 하는 느낌은 아닌데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등 작업하기에는 괜찮은 곳이다.





(오른쪽 옆에 좀 나온 게 내 패딩임 흐흑... 패딩 입고 다녀 엉엉... 그나마도 이거 가져온 게 다행임. 깃털도 많이 빠지고 별로 안 예뻐서 여기서 대충 입고 버리려고 가져온 건데 안 가져왔음 큰일날뻔했다... 줄창 입고 다님... 안 예쁘지만 살고 봐야 한다... 근데 또 열심히 입고 다니다 보니 '버리기 아까운데 도로 가지고 가야겠다...'하고 측은지심 발동 중임)




...



본치에서 차 마시고 생 오노레 라는 초콜릿치즈무스 케익을 먹으며 스케치를 하고 글을 좀 쓰다가 나왔다. 와서 짐을 풀고 보니 챙겨온 옷이 전부 칙칙한 검정, 다크 그린, 카키색 뿐이었다. 원체 정신없이 대충대충 싸와서 그렇다. 날씨도 추우니 암거나 가져가서 껴입자고 생각했었고... 추우면 자라 같은 데 가서 사입지 뭐 했다. (여기 자라가 우리 나라 자라보다 싸다!) 좀 걸어서 자라에 가보았다. 네프스키에 꽤 큰 자라 매장이 있다. 근데 별로 맘에 드는 옷이 없었다. 화려한 러시아풍 꽃무늬 블라우스가 하나 맘에 들었는데 가격이 6~7만원 정도였다. 입어볼까 하다가 너무 얇아서 사봤자 비실용적이란 생각에 포기했다.



그리고는 그 옆에 있는 렌에뚜알 이라는 화장품가게(올리브영이랑 비슷한 곳인데 좀더 고급브랜드들이 많다)에 들어갔다. 묵고 있는 호텔에서 쓰는 페라가모의 그 향수가 있나 궁금해서 그 라인은 국내에는 들어와 있지 않았다. 여기에도 없었다. 있어도 비싸서 덜컥 지르기 힘들었을 것 같긴 하지만...



..



이번에 와서는 이것저것 많이 사지 않았다. 실은 사고픈 아이템이 하나 있는데 그게 꽤 비쌀 것 같았기 때문이다. 살까말까 망설이고 있었지만 꼭 갖고 싶은 것으로 러시아 전통숄에 모피후드가 달린 놈이다. 예전에 기념품가게에서 발견했을때도 예뻐서 꼭 갖고팠지만 그때도 비싸서 안 샀었다. 대신 그냥 숄을 샀었다. 사진에서 많이들 보았을테지만 러시아 미녀들이나 할머니 아주머니 아가들이 머리에 마트료슈카처럼 두르고 있는 그 화려한 꽃무늬 숄이다. 이것은 만드는 곳의 이름을 따서 '빠블로보빠사드스꼬이 쁠라똑' 이라고 한다. 크기도 다양하고 질과 무늬에 따라 가격도 많이 다르다. 무늬가 화려하고 섬세할수록 당연히 비싸진다.



내 기억에 보송보송 검정색이나 흰색 털이 복슬복슬한 후드가 달린 숄이 있었다. 나는 본시 조금 추우면 머리에 뭔가를 뒤집어쓰고 다니므로 겨울에는 항상 후드 달린 코트를 입거나 따로 모자를 쓴다. 그러니 후드 달린 숄이 있으면(그러니까 케이프 같은 것이지...) 실용적으로 잘 두르고 다닐테니 비싸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전에 그 예쁜 숄을 보았던 기념품 가게에 갔다. 가는 내내 비가 왔다. 그 가게는 그랜드 호텔 유럽 근처에 있다. 이탈리얀스카야 거리에 있으니 꽤 걸어가야 한다. 전에 그 가게에서 숄도 사고 이쁜 마트료슈카도 사고 내가 좋아하는 목각천사도 샀었다(두 천사 중 첫번째인 녹색망토 가브리엘을 여기서 샀었다) 모피 달린 숄을 발견했는데... 잘 보니 이게 후드가 아니고 그냥 숄 가장자리를 모피로 쫙 둘러 놓은 거였다. 후드 달린 케이프 형태의 숄은 없었던 거였다.



그래도 모피 달린 숄을 사면 이쁘겠다 싶었는데 가격을 보고 곧 포기하였다 ㅠㅠ 젤 싼 게 우리돈으로 30만원이 넘어서... 그 돈을 주고 털달린 숄을 살 수는 없어 ㅠㅠ



대신 호텔 근방의 발샤야 모르스카야 거리에 있는 빠블로보빠사드스꼬이 쁠라똑 샵에 갔다. 여기는 이 숄들만 모아놓고 파는 샵이고 기념품 가게보다 훨씬 저렴하다(원래 기념품 가게는 바가지임) 정품이고 종류도 많으니 여기서 사면 되는 건데 여기에는 털 달린 게 없었기 때문에 굳이 비싼 기념품 가게까지 갔던 것이다. 하여튼 이 샵에 갔고 친절한 주인아주머니의 도움으로 이것저것 둘러본 후 맘에 들고 어울리는 밝은 빨간색의 커다란 숄을 샀다. 전에 기념품가게에서 샀던 숄도 아주 예쁜데 그건 파란색이라서... 빨간 숄 갖고파서. (그때 쥬인에게 빨간 숄 사다주고 나는 파란 숄을 샀었다. 그때는 내 머리색이 오렌지색에 가까운 밝은 갈색이라 그 파란 숄이 빨간색보다 더 잘 어울렸었음)



아주머니에게 '빨강이랑 까망 같이 있는 건 없나요?' 하고 물었더니 아예 빨간 배경이나 아예 까만 배경에 무늬 있는 것만 있고 빨강까망이 어우러진 커다란 건 없다고 했다. 둘러보니 까만색도 잘 어울렸지만 비도 오고 꿀꿀하고 나는 요즘 열받는 일이 많으므로 빨간 숄을 택했다. 아주머니는 내게 빨간색이 더 잘 받는다며 '벌써 명절 준비하니? 어디 가려고?' 하고 웃었다. 여기서 말하는 명절-쁘라즈닉-은 새해이다 ㅋㅋ 새해 파티 가려고 화려한 숄을 사려는 거냔 뜻이다. 숄은 5만원을 약간 넘는 가격이었다. 울로 되어 있고 정품이고 무척 예쁘다. 모피 달린 30만원짜리 숄은 못 샀지만 빨갛고 화려한 숄을 사서 기분이 좋아졌다.



(호텔 방 조명 때문에 좀 노랗게 나왔다만... 실제 색깔은 좀더 밝은 빨강이다. 침대 위에 펼쳐놓으니 담요처럼 크다. 머리도 감싸야 하고 케이프처럼 둘러야 하니 큰 걸 사서 그렇다 ㅋㅋ 내 경우엔 큰 숄이 더 실용적이었다. 하도 머리에 뒤집어써서 그런가 ㅋㅋ)



근처에 있는 부끄보예드 서점에 가서 첫날 찍어두었던 해골과 장미가 그려진 폰케이스도 샀다. 그러니까... 값비쌀 게 틀림없는 털달린 숄을 사기 위해 딴 거 안 사고 있었는데 그게 너무 비싸서 포기하게 되었으니 딴것들 사자~ 이 모드가 된 것이다 ㅠㅠ 역시 조삼모사... 그래도 이것들 다 합쳐도 그 털달린 숄보다 훨씬 싸니까! 하면서 무한정당화 중...



그리고 비싼 모피숄 팔던 기념품 가게 옆에 있는 앤틱 가게 구경갔다가 맘에 드는 소련 시절 물건들 무지 많이 발견했지만 꾹 참고... 80년 모스크바 올림픽 마스코트인 곰돌이 미슈카 조그만 도자기 인형 하나 샀음. 어릴때 각국 올림픽 포스터들 볼때마다 '이상해.. 소련 나쁜 나라인데 마스코트는 제일 귀여워... 저 곰둥이 귀여워..' 했던 기억이 난다 ㅋㅋ



(요 녀석 ㅇㅅㅇ)



..




이런 자질구레한 쇼핑을 하며 돌아다니는 내내 비가 주룩주룩주룩 계속 왔음. 기념품가게는 예술광장에 면해 있으므로... 드디어 광장에 가서 푸쉬킨 영접. 미안해요 알렉산드르 세르게예비치... 이번엔 너무 늦게 와서 ㅠㅠ 비와서 그랬어요...








오늘도 여전히 비오나 안오나 손을 들고 계신 푸쉬킨님. 비 주룩주룩 흑흑... (그래도 비둘기들은 언제나 그분과 함께~)



...



비 때문에 축축한데다 노트북이랑 아이패드 넣고 다녀서 무거운 가방 때문에 어깨가 무지 아파져서 호텔로 돌아왔다. 씻고 좀 쉬고 있자니 료샤가 레냐랑 같이 왔다. 같이 료샤네 집에 왔다. 위의 글은 료샤 기다리면서 호텔 방에서 쓴 것이다. 지금은 료샤네 집이다. 셰퍼드 네바가 나를 무척이나 반겨주었다. 레냐도 료샤도 나에게 빨간 숄이 잘 어울리고 예쁘다고 해서 기분이 좋아졌다 :) 레냐는 좀전에 잠들었다. 잊어버릴까봐 오늘 메모 올려둔다. 스케치랑 본편 발췌글도 방에서 기다릴 때 써두었는데 지금 같이 올려야겠다.



내일은 셋이 마린스키 낮 공연을 보러 가기로 했다.



비만 그치면 얼마나 좋을까 ㅠㅠ 하지만 다 가질 수는 없다! 빨간 숄이랑 곰돌이 미슈카 인형이랑 해골 폰케이스, 그리고 친구랑 레냐가 있으니 행복한 하루이다. (회사도 안 가고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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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7. 10. 3. 22:42

본치 카페 2017-19 petersburg2017. 10. 3. 22:42






발샤야 모르스카야 거리에 있는 본치 카페에서 매우 늦은 아점을 먹었다. 오늘은 어제보다 더 춥다. 기온은 살짝 더 높은 듯한데 내 몸이 안 좋아서 그런가... 습한 바람도 많이 불고 패딩 걸치고 나왔는데도 꽤 추웠다.







몸을 따뜻하게 해주려고 수제 생강차 시킴. 생강, 사과즙, 꿀, 레몬 등이 들어가 있는데 꽤 맛있고 몸이 데워지는 느낌이다.





입맛도 없고 들어오면서 근처 일본라멘집에서 밥 먹을 생각이었기에 그냥 블린 시켰다. 스메타나 곁들인 걸로. 맛있었다. 블린이 뜨겁지 않은 게 옥의 티였다.





본치는 살짝 우리 나라나 다른 나라 카페 같다. 널찍하고 밝고 나무로 되어 있고 통유리가 있다. 창밖을 바라보며 글쓰기 괜찮은 곳인데 와이파이를 잡으려면 러시아 전화번호가 있어야 해서 그것만 아쉽다.



여기 앉아서 아침에 꾼 꿈 노트를 자세히 적었다.






역시 러시아 카페답게 바깥은 환하지만 안쪽으로 들어가면 적당히 어두컴컴한 홀이 있다. 나는 환한 쪽을 좋아하므로 창가에 앉았다. 저 안쪽은 친구들이랑 같이 오면 들어가 있기 좋을 듯하다.



...




여기서 나와서 자주 들르던 근처의 야루멘에 갔다. 일본라멘집인데 오늘 첨 카레 시켰다가 완전 피봤다. 카레 진짜 맛없고 밥도 막 덩어리로 나옴. 너무해.... 그래도 텐동이나 라멘은 괜찮아서 여기 동양인들 엄청 우글거리는 곳인디 -_-




대충 밥 먹은 후 호텔 방으로 돌아와 좀 쉬고 있다. 저녁에 공연 보러 가야 한다. 쉬다가 나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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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7. 9. 19. 22:29

모르스 2016 petersburg2017. 9. 19. 22:29





작년 12월. 페테르부르크.



메조닌 카페. 그랜드 호텔 유럽.



러시아박물관 다녀와서 너무 몸이 아프고 힘들어서 혼자 들어가 모르스와 비프 스트로가노프를 주문해 먹었었다. 모르스. 모르스. 모르스. 작년 여름과 겨울, 어쩌면 나에게는 모르스 부호와도 같았던 것. 달콤하고 진하고 슬며시 찐득한 열매주스. 모르스. 지난 여름에 나에게 위안을 주었던 것. 모르스. 체리. 마로제노예 아이스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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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7. 8. 29. 22:33

수프 비노, 작년 6월 2016 petersburg2017. 8. 29. 22:33





작년 6월. 페테르부르크. 카잔스카야 거리의 수프 비노.




여기는 bravebird님의 소개로 알게 된 곳이다. 로컬들이 자주 드나드는 곳, 그리고 따뜻하고 아늑한 곳, 나직하고 부드럽고 조용한 목소리의 알렉세이가 있는 곳이다.




2015년 여름에 처음 갔었다. 작년 6월에 거의 도망치듯 페테르부르크로 날아와 3주 정도 머물렀다. 수프 비노에 두어번 갔고 알렉세이와 다시 대화를 나눴다. 그때 이야기를 나누다가 '전 좀 긴 휴가를 얻었어요. 회사에서 힘든 일이 있었어요' 라고 말했고 알렉세이는 매우 부드럽고 조용한 특유의 목소리와 선량한 눈빛으로 '그랬군요' 라고 말했다. 그런데 그 대답보다는 눈빛과 목소리 때문에 남모를 위안을 받았다. 그건 살짝, 알렉산드르 네프스키 수도원의 묘지 사이를 거닐며 종소리를 들을 때 느끼는 평온함과 위안의 느낌에 가까웠다.



수프 비노. 사진 몇 장.




사족 : 이곳의 치킨 수프는 매우 맛있다. 파스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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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2. 2. 23:44

여유를 찾고 싶다 2016 petersburg2017. 2. 2. 23:44




한달 넘도록 내내 바쁘고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며 일에 파묻혀 있다 보니 두뇌 대부분이 일에 대한 생각으로 채워져서 사적인 일들이나 쓰는 글, 그외 자신을 위해 꼭 필요한 사고/감상 등에 대한 뇌세포는 거의 활동을 멈춘 상태인 것 같다. 매일 멍하게 돌아와 멍하게 잠자리에 들고 다음날이면 일하러 간다.



책도 읽고 글도 다시 조금씩 쓰고 싶은데 토요일에 잠시라도 여유를 되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 나에겐 쇼핑이나 수다, 스포츠 같은 것들보다 실은 저런 일들이 더 필요하다. 제대로 쓰고 읽지 못하고 쉬지 못하니 좀 힘들다.


좀 있으면 나아지겠지.


사진은 12월 페테르부르크, 아스토리아 호텔 로툰다 카페. 내가 좋아하는 창가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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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2. 19. 23:13

커피 60루블 홍차 50루블 2016 petersburg2016. 12. 19. 23:13




블라지미르스키 거리를 따라 눈 맞으며 걷다 발견한 카페. 커피 60, 차 50루블.. 싸다... (커피 1200원 이내)

그래! 우린 커피랑 차가 너무 비싸!!!


저때 눈이 갑자기 많이 쏟아지고 짐도 많아서 급하게 걸어 버스정류장 가고 있었는데 어쩐지 저 문구와 실내를 보니 들어가고팠다..


저기 가보러 나중에 다시 뻬쩨르 가야 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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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2. 16. 14:21

나도 러시아에서만 이렇게 마신다 2016 petersburg2016. 12. 16. 14:21

 

차를 마실 때는 설탕, 레몬, 우유를 넣지 않고 스트레이트로 마시는 취향이다.

예외가 두가지 있는데, 1. 극도로 힘들고 감기몸살 기운이 있을때 레몬과 꿀을 넣어 마심

그리고 2번이 러시아에 있을때, 너무 춥고 힘들때 설탕을 넣어 마시는 것이다. 처음 차를 마시기 시작한 게 러시아에서였는데 그땐 웬만하면 다 립톤 티백이나 더 후진 시꺼먼 티백이었고 다들 설탕을 넣어 마셨기에 나도 그렇게 마셨다. 돌아와서는 설탕 없이 마시게 되었지만 러시아에선 추우니까 설탕을 넣고 마신다. 그래서 홍차 주문하면 '당연히' 설탕을 같이 준다. 꿀을 달라고 하면 추가금액을 좀더 내지만 설탕은 그냥 준다.

 

이번에 갔을때도 너무 춥고 힘들어서 설탕을 두어번 넣어 마셨다. 뜨겁고 진한 홍차에 설탕을 녹여서 첫 모금을 마시면 그 씁쓸하고 단맛에 '러시아 와 있구나' 하는 기분이 든다.

 

사진은 페테르부르크 단골 카페 고스찌. 이때는 런치세트에 나오는 음료로 차를 선택했더니 립톤 티백이랑 찻잔을 주었다. 따로 차를 주문하면 가격이 좀 있는대신 티포트와 잎차를 준다.

 

 

여기는 각설탕 종지가 있음.

 

립톤 우려 점점 까매지고 있는 홍차에 각설탕 투하... 러시아에 왔구나 하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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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아침에 페테르부르크를 떠난다. 9박 10일이지만 경유와 시차 때문에 이곳에서 온전히 보낸 시간은 8일이다. 떠나기 사흘 전에 충동적으로 결정하고 날아왔었다. 그간 쌓아둔 마일리지 덕에 항공권 값은 들지 않았지만 하여튼 먼 곳에 왔다 가므로 이래저래 또 유리지갑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그럴 거 각오하고 온 거였으니까.


돌아가면 당분간 매우매우매우 긴축재정을 해야 한다. 올해 몇달 동안 일을 쉬었고 바깥에는 세번이나 나왔으니 유리지갑은 유리먼지가 되어 있다. 하지만 후회는 없다.


이번에 온 것 때문에 엄마가 굉장히 화를 내시기도 했는데 그것 때문에 사실 기분이 매우 좋지 않은 상태로 왔다. 그렇지만 회사에 돌아가기로 결정한 이상 마지막으로 충동적이고 자신을 위한 짓을 하나 하고 싶었다. 결과적으로는 온 것은 잘한 것 같다. 물론 다음주부터 다시 회사에 돌아가 출근할 것을 생각하면, 그리고 과연 어디로 발령을 받을지 모르므로 더더욱 매우매우 심란하지만 어쨌든 이곳에 잠시라도 와서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오지 않았다면 더 우울하고 더 심란하고 아마 더 두려웠을 것이다.


이번에 머무는 짧은 기간 동안, 해는 더욱 짧았다. 요즘은 거의 여름 시즌에만 왔고 이런 한겨울에 왔던 건 2015년 초였던 것 같다. 그러나 그때는 그나마도 1월말이었기에 지금보다는 해가 길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날씨 운이 별로 없어서 예전만큼 돌아다니지는 못했다. 공연은 두개 봤고 그래도 박물관은 세곳 갔다. 새로운 카페와 식당은 거의 개척하지 않았다. 호텔 카페에 자주 갔고 날씨가 궂어서 가까이 있는 고스찌에 자주 갔다. 이번엔 수프 비노에 가지 못했다. 아쉽긴 한데 눈보라가 자주 쳐서 그 길 따라 걷기가 힘들었음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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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1시 반쯤 잠들었는데, 김릿을 마셨기 때문에 약을 먹지 않았었다. 충동적으로 결정하고 떠나온 터라 병원에 들렀다 오지 못해 약이 조금 모자라기도 하고, 또 약 먹을때 술마시면 안된다 해서 어젠 아침이랑 저녁에 약을 안 먹고 잤다. 원래 약을 먹기 전에도 술 마시면 자다가 깨버리곤 했었다.


하여튼 어제 8킬로 가까이 걸어서 내 기준으로는 엄청 걸었던 건데(무거운 어그부츠와 패딩, 짐, 그리고 눈보라를 맞았으니 체감 10킬로 이상 걸은 듯) 아주 피곤했지만 새벽에 두어번 깼고 두번째 깼을땐 잠이 안와서 한두시간 누워 있다가 조식 알람을 꺼버리고 다시 잤다. 아무래도 귀국 날짜도 다가오고, 귀국보다도 이제 복직 날짜가 코앞이라 그런 것 같다.


여기는 내 로망이었던 아스토리아 호텔이라, 비수기 요금으로 운좋게 묵긴 했지만 그래도 조식을 꼬박꼬박 먹어줘야 이득인 건데 머무는 동안 반타작했다. 반은 먹었고 반은 못먹었다 흐흑... 조식 카운터의 아름다운 여인이 아침에 내가 가면 이름 부르며 '외국에서 와주신 손님이 여러 날 머무르며 아침 드시러 오면 참 반가워요' 라고 했었는데... 그 이후 연이틀 조식 먹으러 안 감 ㅋ 내일 떠나는 날이니 시계 일찍 맞춰놓고 조식 먹으러 가려고 한다. 내일 아침 9시 40분 택시를 예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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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흐렸다. 그래도 어제 펑펑 오던 눈은 그쳐 있었다. 기온은 영하 10도 가량이었지만 물론 이 동네는 바다와 강변, 늪지에 세워진 도시인데다 아스토리아 호텔과 이삭 성당은 네바 강에서 가깝기 때문에 바람이 씽씽 불어서 체감온도가 더 낮다.


오늘이 마지막 날인데 몸도 많이 피곤했고(머무는 내내 그래도 줄기차게 돌아다녔음) 짐도 싸야 했고 돌아가면 이제 숨가쁜 나날들(지방 내려감, 새로운 집2 계약과 집정리, 복직, 새로운 부서 발령, 다시 일 시작, 길 위의 인생 다시 시작)이 기다리고 있으므로 오늘은 그냥 밥먹고 기념품 가게나 잠깐 가기로 했다.


역시나 추워서 멀리 안 가고 호텔에서 걸어서 한두 정거장 거리에 있는 말라야 모르스카야의 고골에 갔다. 여기는 보르쉬가 제일 맛있지만 오늘은 항상 먹어보고팠던(그러나 좀 비싸서 안 먹었던) 생선수프 우하를 먹었다. 나는 우하를 좋아한다. 크림 넣은 핀란드식 우하보다는 맑게 끓인 러시아 우하가 더 좋다. 연어와 대구, 토마토와 감자, 양파, 셀러리가 들어 있었는데 살짝 짰지만 그래도 맛있었다. 그거랑 전에 맛있게 먹었던 수도원식 생선파이를 먹었다. 수프가 생선이니 메인은 딴걸 먹는게 좋았겠지만... 다 먹고 나니 배가 터질 거 같아서 헉헉거리며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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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프스키에 있는 부크보예드 라는 서점에 갔다가 뒤늦게 '페테르부르크 알파벳'이라는 재미있는 책과 옛날에 좋아했던 알렉산드라 마리니나의 옛 추리소설 페이퍼백 두권을 샀다.


그리고 기념품 가게 두어 곳에 들렀다. 전에 샀던 목각 천사의 친구를 사고팠는데 그 이후 올때마다 실패했었다. 천사를 파는 곳이 점점 줄어들었고 그나마 파는 곳도 천사 얼굴이 너무 이목구비가 만화같고 진하고 못돼 보였다. 나는 착하고 온순한 눈빛의 천사가 좋은데...


그런데 이번에 간 곳에서 눈이 덜 크고 온화하게 생긴 천사 딱 하나를 발견. 그걸 고르자 점원 여인이 '어머나, 그거 너무 이뻐서 사실 안 팔고 제가 그냥 할까 했었어요. 걔만 얼굴이 다르거든요' 라고 웃었다. 그래서 내가 '저를 위해 남겨두셨군요~' 라고 했고 둘이 막 웃었다.


(실내에서 찍어서 색이 노랗게 나왔다만.. 원래는 더 파란색이고 더 하얗다)


집에 있는 천사는 녹색 망토, 오늘 산 천사는 푸른 망토이다. 정교 이콘에서 녹색은 원래 가브리엘, 파랑은 미카엘이니까 그렇게 부를까 한다. 물론 노어로 불러야 하니 집에 있는 애는 가브릴라, 오늘 산 애는 미하일... (그러나 둘다 여자처럼 생겼다 ㅋㅋ 집에 있는 애랑 오늘 산 애를 비교하면 얼굴은 가브리엘이 더 이쁜데... 뭐 러시아 이콘들도 보면 미카엘보다 가브리엘이 더 이쁘니까 괜찮음. 미카엘은 싸우는 애고 가브리엘은 자비의 전령이라 그런가 ㅋㅋ)


그리고 조그만 브로치를 두개 샀다. 유리지갑 가루라서 이번엔 책이고 찻잔이고 이쁜 것들이고 거의 안 샀는데... cd도 안 샀고 마린스키에서도 샵의 할머니가 찾아준 루지마토프 젊은 시절 사진들 몇장과 슈클랴로프 사진 한장 외엔 안 샀는데 막상 돌아갈 때가 되니 '돈 조금 더 찾지 뭐' 하며 자신을 위해 작고 이쁜 걸 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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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 방에 돌아오니 호텔에서 컴플리멘트 선물을 준비해 두었다. 테이블에 과일 접시와 아스토리아 호텔 초콜릿, 손으로 쓴 카드가 놓여 있었다. 즐겁고 기뻤지만.. 줄 거면 초장에 좀 주지... 낼 가야 하는데 이 과일이랑 초콜릿을 어떻게 다 먹니 흑흑...


예전에 그랜드 호텔 유럽에 갔을때 거기서 예상치 않은 이런 선물을 받고 무척 기뻤던 적이 있다. 거기는 도착한 날이면 웰컴 과일이 있었고 처음 갔을때는 샴페인과 케익을 주었다. (나중에 두어번 더 갔을땐 샴페인 대신 에비앙으로 바뀌어서 좀 슬펐지만 ㅋㅋ)


아스토리아도 그랜드 호텔 유럽과 비슷하게 친절하고 서비스도 좋긴 한데, 손님을 더 편안하게 해주고 뭔가 더 아늑하고 덜 어색한 건 후자인 것 같다. 비교하면, 그랜드 호텔 유럽은 내가 막 해골옷 입고 돌아다니고 카페에 편하게 내려가도 별로 위화감이 안 느껴지는데 여기는 괜히 좀더 잘 차려입어야 하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렇다고 진짜로 그런 건 아닌데 그냥 내 느낌이 그렇다. (유럽 호텔 문지기 아저씨가 더 친절해서 그런지도... 여기는 문지기 젊은이들-아저씨 아님-이 인사를 해도 잘 안 받아줌 -_-) 그래도 아스토리아는 나무바닥이라 카펫 깔린 유럽호텔보다 인테리어는 더 맘에 든다. 유럽호텔의 그 꽃무늬 커튼보다는 아스토리아의 파란 줄무늬 커튼이 좀더 내 취향이긴 하다.


하여튼 아주 오랜 옛날 불가코프의 거장과 마르가리타 읽었을때부터 로망의 호텔이었으니 여기서 며칠 묵은 것 자체로 뭔가 소녀의 꿈이 또 하나 이루어졌음. (그랜드 호텔 유럽에 묵었을때 소녀의 꿈1 이루고 이번에 꿈2 이룸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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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싸기 전에 차 한잔 마시고 싶었다. 아스토리아에서 대각선으로 좀 걸어가 길을 건너면 포시즌스가 있다. 거기 묵을 형편이야 당연 안되고... 그래도 차는 한잔 마셔보고 싶어서 한번 가볼까 싶었다. 여기야 묵고 있는 호텔이니 가벼운 옷차림으로 카페에 드나들었다만 그래도 포시즌스는 다른 호텔이니 여기 싸와서 한번밖에 못 입은 문제의 그 코트를 걸치고 나갔다(여기 오기 전날 쥬인이랑 백화점 갔다 질러버린 코트. 쥬인이 일명 '다마치까 코트'라고 부른다.


즉 귀부인 코트. ('다마'가 부인, 귀부인이고 다마치까는 지소체 애칭임) 그 이유는 이 롱코트가 로브처럼 끈을 매는 디자인에 풍성한 털이 좀 귀부인처럼 달려 있어서 ㅋ) 그러나 이 있어보이는 귀부인 코트는 복슬거리는 털이 달리긴 했지만 모자가 달려 있지 않아 머리랑 귀가 시리다는 단점이 있다. 그렇다고 여기에 나의 비니를 눌러쓰자니 안 어울리고... 그래서 귀부인처럼 입기 위해 막 추위에 떨며 머리를 내놓고(ㅜㅜ) 긴 코트를 펄럭이면서 호텔을 나왔다.


근데 길을 건너려다 보니 우리 호텔 자매호텔인 앙글레테르에 붙어 있는 카페 샤스찌예의 창가 자리가 하나 비어 있었다. 이 카페는 전에도 몇번 갔는데 음식보단 차랑 디저트가 낫다. 그리고 이삭 성당이 그대로 보인다. 저 자리 비는 적이 별로 없으므로 뭔가 하늘의 계시 같아서 '귀부인이고 포시즌스고 내 팔자에 무슨 귀부인~ 나는 여기로~' 하면서 샤스찌예로 쏙 들어갔다.






그래서 샤스찌예 창가에 앉아 어스름 속의 이삭 성당을 실컷 보면서 얼그레이를 마시고 맛있는 메도빅을 먹었다. 이번에 페테르부르크 와서는 메도빅만 서너번 먹은 것 같다. 그리고 아까 서점에서 산 페테르부르크 알파벳이란 책을 좀 읽었는데 무지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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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간 쯤 후 방에 돌아와 가방을 꾸렸다. 무게가 좀 간당간당한 것 같다. 모스크바로 국내선을 타고 가야 하니 이게 항상 딜레마임. 대한항공 직항이면 모닝캄이라 30킬로까지 괜찮은데.. 여름에 돌아갈떈 오래 머물러서 짐이 좀 무거웠다. 그나마 아에로플롯도 스카이팀이라 무게는 봐주는데 대신 가방 두개로 부쳐야 한다고 했다. 그때 가방 한개가 20킬로가 넘으면 안된다 해서 두개로 급하게 만들어 부쳤었다. 가방 하나만 부치면 23킬로 제한인데...


하여튼 입국할때랑 비교해서 다 쓴것, 선물한 것, 버린 것과 새로 산 것들을 따져보며 지금 가방을 얼추 계산해보면 23킬로가 좀 넘을거 같기도 하다. 겨울옷과 카메라, 렌즈, 노트북 등등이 있어서 그렇다. 풀코보 공항은 예전에 엄청 후졌던 시절엔 그래도 무게 재는 저울이 있었는데 좋아진 지금은 막상 저울이 없다 ㅠㅠ 일단 가방을 싸면서 책들을 에코백에 따로 집어넣었다. 내일 공항 가서 무게 재보고 23킬로 넘으면 그 책들을 잽싸게 빼서 보조가방에 쑤셔넣어 두개로 부쳐야겠다. 아이고 피곤해...


짐 싸는 게 제일 싫다. 여행 가기 위해 싸는 것도 싫은데 돌아가기 위한 짐은 당연히 더더욱 싸기 싫다 ㅠㅠ


..


짐을 다 쌌을때쯤 료샤가 왔다. 그냥 밖에 안 나가고 방에서 얘기 나누었다. 호텔에서 준 과일들이랑 초콜릿, 그리고 어제 세베르에서 사왔던 에클레어를 꺼내놓고 먹었다.


료샤는 여전히 내가 복직하는 것에 반대하고, 그냥 무슨 일이든 찾아서 러시아에 남으라는 마음이긴 하다. 하지만 오늘은 '나 더 이상 너한테 가지 말라고 안할게' 라고 했다.


내가 '왜? 설득하느라 지쳤어? 지겨워?' 하고 묻자 료샤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는 '그만큼 힘들어하면서도 결국 돌아가는 거니까 어쨌든 뭔가가 조금은 남아 있어서 그런거라고 생각해보려고.' 라고 했다.


나는 '뭔가가 조금 남아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돌아가보는 거야. 나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는 거야' 라고 대답했고 료샤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여전히 못마땅한 눈초리로 말했다. '너 힘들게 한 사람들 아직 있잖아. 그 사람들 보기 싫잖아. 난 그거 때문에라도 네가 안 갔음 좋겠어' 라고 덧붙였다.


나는 '가지 말라고 안한다더니!' 하고 쿠사리를 준 후 '나도 그 사람들 다시 보는 게 껄끄럽고 아직 좀 두려워. 이상해, 어린애가 된 것처럼. 그렇지만 가면 또 어떻게든 지나갈거라 생각해' 라고 대답했다.


료샤는 뭐라고 더 말하고 싶은 눈치였지만 그때 내가 귤을 까다가 바닥에 떨어뜨려서 나 구박하느라 화제가 다른데로 옮아갔다.


..


료샤가 돌아간 후 나는 카메라의 사진들을 노트북에 옮겼고 이제 이 메모를 쓰고 있다. 오늘 돌아다닌 것도 거의 없고 한 일도 별로 없는데 메모는 참 길구나...


오늘은 부디 편안하게 쭈욱 잘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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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갑작스럽게 결정하고 여기 날아온지 일주일째 되는 날이다. 수요일 아침에 떠난다. 모스크바에서 갈아타야 하니 한국에는 목요일 아침에 도착할 것이다. 생각하니 좀 심란하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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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박물관이랑 마린스키 다녀오느라 녹초가 되어 정오 다 될때까지 정신없이 잤다. 허리와 등이 아프지 않았다면 더 잤을 것이다. 조식은 놓쳤고... 꼼짝도 하기 싫었지만 창 밖을 보니 하늘이 푸르스름해서 또 저 날씨가 아까워서 기어나갔다.





아침 못먹고 나와서 근처의 단골 카페/레스토랑인 고스찌에 가서 런치를 먹었다. 평일 런치 시간에 가면 380루블(7~8천원)에 샐러드, 수프, 메인과 음료를 먹을 수 있다. 제대로 된 요리를 서빙할떄보다 양은 절반에서 3분의 2 가량이지만 사실 나야 많이 안 먹으니 이 런치 양이 딱 좋다. 파프리카와 오이, 토마토와 양상추가 들어간 야채 샐러드와 진한 토마토 수프, 연어와 대구살 으깬 완자 커틀릿을 먹었다. 먹고 나니 정신이 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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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올 때만 해도 날씨가 좋았다. 어디 갈까 하다가 어제 로모노소프 박물관 가느라 지하철 타고 로모노소프스카야 역에서 내렸을떄 그 동네 풍경이 옛날에 맨첨 페테르부르크 와서 살았던 기숙사 동네랑 참 비슷해서 좀 향수가 치솟아 지하철 타고 거기로 갔다. 프리모르스카야 역이다. 여기는 종점 역이었지.





3~4년 전에 가고 한동안 안 갔었는데 역 주변은 그 사이에 또 많이 바뀌었다. 옛날에 이 역 주변은 황량했고 재래시장이 있었고 길거리에는 목도리 한장, 살충제 한개 등 자질구레한 물건 한두개를 들고 파는 아주머니들이 있었는데 이제는 상가 건물들이 잔뜩 들어서 있다. 쥬인과 내가 추위로 얼굴 발그레해져서 장갑 낀 손을 꼭 잡고 그래도 그 동네에서 제일 큰 수퍼마켓(가반스끼 우니베르막...)까지 걸어가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쪽 길도 바뀌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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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기숙사 쪽으로 걸어가는 길은 그대로였다. 쥬인이랑 발 동동 구르며 버스 기다리던 정류장. 얼어붙은 운하. 검은 나무들, 흐루쇼프 시절 지어진 닭다리 아파트들(옛날 우리가 지나다닐때보다야 훨씬 더 낡아버렸다), 운하 건너편 살풍경한 건물들(당시에는 리틀 우즈란 브랜드가 붙어 있었다)...


그래도 이 길에 있는 그 흐루쇼프 시절 지어진 서민용 닭다리 아파트 보러 몇년 전 다시 갔었다. 왜냐하면 그때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미샤가 발레학교 들어가기 전에 엄마랑 둘이 살던 동네를 이쪽으로 설정했고 그 아파트에서 사는 것으로 했기 때문이었음... 프리모르스카야의 살풍경한 동네에서 뛰놀던 꼬마 아이. (프리모르스카야는 바닷가라는 뜻이다. 기숙사 뒤로 나가면 바다가 있다. 엄청 추웠다)



(이게 바로 미샤랑 엄마가 살았던 그 아파트 동네... 가느다란 축으로 떠받쳐져 있어 속칭 닭다리 아파트라 불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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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얼어붙은 그 길을 걸어서 옛날옛날 기숙사에 가보았다. 지하철역에서 한 3~4 정거장 걸어가면 기숙사가 나온다. 여기도 3~4년 전에 가보고는 안갔다. 10년 전에 다시 갔을땐 딴 동네 기숙사에서 지냈었고.







기숙사 건물은 3동으로 되어 있는데 몇년 전보다 더 황량했다. 사람이 사는 방이 거의 없었고 쥬인이랑 맨날 장보러 가던 기숙사 앞 상가 건물인 '자랴'는 공사 중이었다. 아마 워낙 낡은 건물들이라 기숙사 건물이랑 그 상가 건물을 부수거나 리노베이션하거나 뭐 그러는 모양이었다.


많이 걸었다. 옛날 생각 많이 났다.


바닷가에 가볼까 하고 쭉 걸어갔는데, 몇년 전 갔을땐 공사를 하느라 바닷가 진입로가 막혀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도 힘들게 갔더니만 여전히 공사벽이 쳐져 있었다. 그래서 툴툴거리며 다시 길을 건너 버스를 탔다. 엄청 다리 아프고 추웠다. 날은 흐려져 있었고 곧 해가 질 것 같았다(이때가 오후 세시 좀 넘은 시각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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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사 살때 맨날 타던 7번 버스 타고 가다가 바실레오스트로프스카야 지하철역에서 내려 지하철을 탔다. 오후부터는 버스가 밀리는데다 특히 궁전다리를 건너 네프스키로 들어가는 그 길이 지옥처럼 밀리기 때문이다. 실은 피곤해서 그냥 호텔로 들어갈까 했는데(많이 걸어서) 곧 돌아가니 수퍼마켓에 가야 해서...


마야코프스카야 역에서 내려서 이 동네에서 제일 크고 삐까한 수퍼마켓 중 하나인 랜드에 갔다. 여기는 블라지미르스카야 역에 붙어 있다. 여름에 왔을땐 이 쇼핑몰 옆에 호텔이 있어서 편했다(그 후진 호텔의 유일한 장점 ㅋ)


그런데 내려서 블라지미르스카야 역으로 걸어가는 동안 눈이 내리기 시작... 으아... 4시였고 이미 어둠이 내리고 눈이 내린다.


수퍼로 가서 자질구레한 것들을 산 후 나왔더니 거의 폭설 수준!!!!




(잉잉 ㅠㅠ 갑자기 눈 많이 오고 그래 힘들어 흑, 짐도 있구만)



정류장까진 꽤 걸어야 한다. 패딩과 어그, 짐 떄문에 뒤뚱거리며 걸어서 네프스키 대로까지 나가 간신히 버스를 탔다.

(저녁에 만난 료샤가 나보고 바보같다고, 그냥 근처 카페에 앉아 죽치고 기다렸으면 자기가 끝나고 그리로 갔을 거 아니냐고 한다. 근데 난 짐도 있었고 너무 피곤해서 빨리 그 패딩을 벗고 싶었단 말이야... 방에 가고 싶었단 말이야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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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헤치고 돌아오다 너무 배가 고프고 어지러워서 호텔 한두정거장 거리에 있는 블린 가게인 쩨레목에 가서 제일 좋아하는 블린인 알료샤 뽀뽀비치를 먹었다. 닭가슴살과 채썬 양배추를 스메타나 소스에 재워서 블린으로 돌돌 말아주는 것이다. 그것을 정신없이 흡입하고 회생... 또 눈을 맞으며 간신히 호텔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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료샤는 오늘 일이 좀 늦게 끝나서 생각보다 늦는다고 했다. 나는 지쳐서 두터운 패딩과 짚업과 내복 대신 껴입었던 기모스타킹을 벗었고 이마에 마구 달라붙은 앞머리를 좀 정리했고 립스틱을 바른 후 좀 얇아진 옷차림으로 호텔 카페에 내려갔다. (그래서 김릿을 마셨다. 그 얘긴 여기 : http://tveye.tistory.com/5653)


앉아서 김릿을 한잔 마시고 있자니 료샤가 왔다. 나보고 먼저 밥먹었다고 되게 툴툴댔다. 그럼 어쩌란 말이야 난 배고파 미치겠는데. 지가 늦게 와놓고. 그래서 료샤도 그냥 호텔 카페에 앉아 간단한 저녁을 먹었고 그동안 나는 김릿을 마셨다. 료샤가 내 김릿을 한모금 뺏아먹더니 '기집애 맛이다!' 라고 했다. (이게 알콜 탄 아주 시큼한 라임주스 맛이라 약간 레모네이드 같기도 함)


나는 '웃기시네! 이건 필립 말로와 테리 레녹스의 칵테일이야! 남자 중의 남자 필립 말로! 하드보일드 원조 탐정! 너 '기나긴 이별' 안 읽었냐!' 라고 응수했다.


료샤는 흠칫하더니 '필립 말로 실망이야, 멋진 남자였는데 이런 걸 마시다니' 라고 대꾸했다. 그래서 나는 '뭐 이건 말로가 원래 마시던 게 아니라 테리 레녹스라고 걔 친구가 마시던 거니까' 라고 말해주었다. 료샤는 '기나긴 이별'은 안 읽었고 '빅 슬립'과 '안녕 내 사랑'만 읽었음. 그래도 얘가 읽은 (얼마 안되는 ㅠㅠ) 책이라 필립 말로에 대한 대화는 좀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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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에 와서 료샤랑 디카페인 차 마시고 아까 내가 오래된 카페 세베르에서 사온 소련시절 디저트인 룬노예 케익을 같이 먹으며 얘기를 나눴다. 료샤는 내일 아침에 무슨 조찬 미팅이 있어서 일찍 일어나야 한다고 괴로워하며 좀전에 돌아갔다.


조찬 미팅이라니, 뭔가 있어보인다고 내가 놀리자 료샤는 엄청 괴로워하며 '아빠가 잡은 거야!!!! 나였음 절대 안 잡아.. 넘 싫어 아침부터 일하는거' 라고 징징댔다. 그래그래 나도 이해해... 나도 싫어 ㅠㅠ 나도 회사에서 무슨 조찬 미팅이나 이른 아침 회의 있으면 정말정말 싫었어...


('그래도 나는 그 회의들 직접 다 준비했지만 너는 준비해주는 비서가 있잖아! 복에 겨운 줄 알아라 부르주아야!' 해주고 싶었지만 우정을 생각해 그 말은 안했음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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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내일 하루만 보내면 돌아가야 한다 ㅠㅠ

내일은 눈이 안 오게 해주세요, 내일은 날씨가 좋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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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박물관에 공연까지 좀 무리해서 그런지 오늘은 많이 피곤했다. 잠도 많이 못 자서 졸렸지만 억지로 일어나 조식을 먹고 나섰다. 겨울이라 해가 짧기도 하고 이번에 머무는 일정이 그리 길지 않고, 또 돌아가면 이제 곧 지방 본사와 새로운 집2로 가야 하기 때문에 어쩐지 시간이 아까운 느낌이었다.


그러나... 오늘 진눈깨비가 내렸고 날은 아주 흐렸다. 차라리 춥고 눈오는 게 낫다... 기온이 영하 1도~영상 1도를 오락가락하자 길에 쌓였던 눈이 녹아 진창으로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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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눈깨비가 추적추적 내려서 돌아다닐 수 있는 날씨가 아니었기 때문에 버스 타고 네프스키 대로로 나가 돔 끄니기로 직행. 도블라토프 책 두권과 페테르부르크 출신 락뮤지션이자 작가가 쓴 레닌그라드에 대한 책을 샀다. 도블라토프는 사실 전에 샀던 두꺼운 책에 들어 있는 단편들인데 두껍고 무거운 하드커버 책은 가지고 다니면서 읽기가 어려워서 그냥 얇은 페이퍼백으로 분권되어 있는 걸로 두권 샀다. 실은 도블라토프 작품들은 거의 다 가지고는 있는데 역시 하드커버는 집에서 집중해 읽기가 힘들어서... 막 들고 다니며 읽는 페이퍼백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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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식을 열시쯤 먹고 나왔기에 배는 고프지 않았지만 날씨가 워낙 안 좋아서 돔 끄니기 2층의 카페 singer에 가서 차 마시고 책 읽을까 했지만 창가 자리가 다 차 있었다. 그래서 그냥 나왔다. 그러면 차라리 케익이 더 맛있는 고스찌에 가기로... 그전에 정류장 근처에 있는 예카테리나 카톨릭 성당에 가서 다시 초를 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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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타고 말라야 모르스카야 거리로 와서 고스찌 1층에 갔다. 여긴 2층은 레스토랑, 1층은 카페이다. 점심시간에 가서 저렴한 런치도 가능했지만 배고프지 않았기 때문에 얼그레이와 메도빅(페테르부르크 최고의 메도빅. 여기 거랑 아스토리아 카페 것)을 주문했다. 창가에 앉아 차 마시고 케익 먹으며 친구들과 잠시 톡을 하고 책을 좀 읽었다. 그리고 료샤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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료샤는 일요일에 코펜하겐 쪽에 출장을 갔다가 오늘 아침에 돌아왔다. 내가 페테르부르크에 오기로 결정하고 마일리지 표를 끊고 호텔 예약한 게 지난 금요일이라...

주말에 얘기했더니.. 깜놀 + 기뻐하면서 이 녀석이 하는 말...


료샤 : 드뎌 그만뒀구나!!!

나 : 아니야 ㅜㅜ 돌아가기 전의 마지막 일탈이야.

료샤 : 어휴 바보!

나 : 나 바보 아니야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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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찌에서 기다리자 오후에 료샤가 왔다. 피곤해 보였다. 그래도 수트 대신 편한 티셔츠와 패딩점퍼, 청바지 차림이었다.



나 : 그래도 집에 들렀다 왔구나,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왔네. 잘했어.

료샤 : 응. 근데 저녁에 아빠가 오라 했어. 그래서 옷 있다가 또 갈아입어야 돼. 아 가기 싫다...

나 : 무섭고 근엄하지만 멋있는 너네 아빠~~

(* 료샤네 아빠 좀 숀 코너리 닮음. 소련 붕괴시 노브이 루스끼로 부를 축적했던 벼락부자 미노년 ㅋㅋ 전에 한두번 본 적 있고 그 집에 가본 적도 있음. 경호원 있는 저택에 살고 계심!)


료샤 : 야! 너 우리 아빠 넘보지 마! 내 아들 하나로도 모자라냐!

나 : -_- 안 넘봐! 글고 너네 아빠 부인 너보다 어리잖아!

료샤 : 쳇. 하여튼 가기 싫어라...

나 : 근데 왜 갑자기? 너 원래 아빠한테 잘 안 가잖아. 사업이 잘 안되니?

료샤 : 오늘 아빠 생일 ㅠㅠ

나 : 아 그렇구나. 축하한다고 전해드려.


료샤 : 너 나랑 같이 갈래?

나 : 싫어!!!! 가기 싫은 자리에 혼자 가지 왜 나까지 끌고 가!

료샤 : 아빠는 맨날 잔소리한단 말이야 ㅠㅠ 근데 아빠는 너를 좋아해. 그니까 너랑 가면 잔소리 안할지도 몰라. 그래도 울아빠는 여자 앞에선 나 안 혼내.

나 : 너네 아빠가 나 좋아해??? 나도 너네 아빠 멋있었어 ㅋ

료샤 : 똑똑하다고 ㅠㅠ 내 돼먹지 못한 친구 중 너만 보기 드물게 인텔리겐치야래 ㅠㅠ

나 : 어마나 나 똑똑! 나 인텔리겐치야!! 너네 아빠 짱 멋짐~

(생각해보니 몇년 전 료샤 아빠네 갔을때 서재에 있는 책들 보고는 불가코프에 대해 이야기 나눈 적 있었음. 료샤는 불가코프 안 읽었음 ㅠㅠ)


료샤 : 그니까 같이 가자 ㅠㅠ 아빠가 잔소리할때 실드 좀 쳐줘

나 : 싫어 싫어 ㅠㅠ 너네 아빠네 집에는 경호원도 있고... 도베르만도 있고(개는 다 좋아하지만 도베르만은 무서워)...너네 아빠 부인 무서워...

료샤 : 나도 싫어, 나타샤... 못되게 생겨서 입술은 맨날 시뻘개... 가슴만 왕 커!

(나타샤 : 료샤 아빠의 어린 아내. 금발 글래머 미녀. 몇번째 아내인지 기억도 안남 ㅋ)

나 : 야! 여자를 그런 식으로 판단하지 마! 그리고 너 글래머 좋아하잖아!

료샤 : 나타샤는 싫단 말이야! 목소리도 째지고 맨날 헐벗고 있고! 옷인지 속옷 쪼가리인지!!!!

나 : 나타샤 이쁘던데...

료샤 : 나타샤랑 아빠랑 편먹고 나 공격할 거란 말이야 아....



료샤가 불쌍해서 하마터면 넘어갈뻔 했지만... 나도 무지 가기 싫었다! 나타샤는 딱 한번 봤는데 목소리도 정말 크고 째지고(프렌즈의 재니스랑 비슷한 목소리 ㅠㅠ) 이쁘긴 한데 사람을 무지 깔본다(그때도 내가 청바지랑 운동화 차림으로 갔는데 왕 무시했음 ㅠㅠ) 그리고 료샤네 아빠가 멋있긴 하지만 경호원과 도베르만 있는 집에 가기 싫었다.



나 : 친구야, 가주고 싶지만 나도 (불여우 같은 ㅋ) 나타샤 무서워. 그리고 너네 아빠 생일이면 가족끼리 모이는 자리잖아... 사업 파트너들도 올 거 아니야. 백번 양보해서 간다 쳐도 나 봐라, 어그 부츠에 패딩! 명품 입고 모여 있는 사람들 앞에 이러고 가라고!!! 나타샤가 얼마나 비웃겠냐!   

료샤 : 그건 그렇지만... 아 가기 싫어...

나 : 레냐도 데려가?

료샤 : 아니, 레냐는 지난주에 이라랑 따로 가서 아빠랑 밥먹었어.

나 : 하긴... 애기니까 저녁에 술마시고 만찬 먹고 할땐 좀 그렇겠다.


료샤 : (곰곰 생각...) 야, 울집에 여자 드레스 있는데 너 그걸로 갈아입고 가면 되지 않을까?

나 : 뭐야, 싫어!!!! 내가 왜 남의 옷을 입고 가니!!! 글고 나한테 맞지도 않을 건데...

료샤 : 하긴 길어서 너한텐 안 맞겠다. 아...

나 : 그래도 여자 옷이 있는 걸 보니 요즘 데이트 생활은 좀 잘되나보구나 ㅋㅋ

료샤 : 아니야!!!! 접때 그 망할 그 여자가 놔두고 간 거야!

나 : 앗, 그 여자랑 뽀뽀도 안 하고 헤어졌다더니 ㅋㅋ

료샤 : 그 여자가 그냥 놔두고 갔어!!!!! 간악한 여자!!! 그래놓고 막 브 콘탁테에 자기 옷 내 소파에 걸어놓은 사진 올리고!!! 악마 같은 여자 ㅠㅠ

(얼마 전 료샤는 어떤 여자를 사귈뻔 했으나... 좀 이상한 여자라서 두어번 만나고 말았지만 이 여자가 동네방네 이상한 소문을 내고 다녀서 얘는 자기 sns 계정도 다 폐쇄했음. 무서운 불여우 같은 여자라고 혀를 내두르고 있음 ㅋ)


나 : 뭐 그냥 놔두고 간 거든 역사가 있었든 상관은 없다만... 너 나보고 그 여자가 입었던 옷 입으라는 거야 지금!!!!!

료샤 : 어, 생각해보니 그것도 좀 그렇긴 하다. 생각해보니 그 여자 170 넘었는데 그 옷 너한텐 맞지도 않겠다.

나 : (-_- 어쩐지 나 의문의 1패한 것 같음 ㅠㅠ) 근데 그 여자 그렇게 싫어하면서 그 옷은 왜 안 돌려줬어?

료샤 : 무서워서... 옷 돌려주려면 연락해야 하잖아, 또 무슨 거짓말을 꾸며내고 브 콘탁테랑 인스타에 사진 올릴지 어떻게 알아 ㅠㅠ

나 : 그럼 나같으면 그 옷 버렸다! 아님 불우이웃한테 기부했거나!

료샤 : 청소 아줌마한테 버리라고 했는데 아줌마가 안 버리잖아 ㅠㅠ

나 : 네가 버리면 되잖아!

료샤 : 손대기도 싫단 말이야! 보기도 싫어!


난 가끔 얘의 행동 양태가 이해가 잘 안되지만... 하여튼 료샤는 기가 세고 목소리 크고 위압적인 여자를 매우 무서워하므로 그러려니... (성차별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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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튼 그래서 우리는 고스찌에서 좀 앉아 있다가 내 방으로 와서 한동안 얘기 나누었다. 그리고 료샤는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슬픈 눈으로 아빠 생일잔치에 갔다. 불쌍했다.


하도 풀죽고 불쌍해보여서 한 45% 정도 '그냥 같이 가줄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음. 그러나 료샤가 나한테 옷 때문에 신경쓰이는 거면 가다가 괜찮은 데 가서 한벌 사주면 되지 않냐고 해서 확 열받아서 45%는 0%가 되었다.


아니 도대체 내가 왜 친구가 사주는 옷까지 입고 부르주아 생일파티에 가야 되냐!!!!!!!!! 나는 기모바지랑 보세 니트랑 베어파우 어그 신고 패딩 입고 그냥 걸어서 쏘다니고 방에서 유니클로 티셔츠랑 파자마 입고 편하게 쉴 거다!!!!


그래서 료샤는 슬퍼하며 6시쯤 방에서 나갔고... 나한테 좀 삐쳤지만 아빠네 가다가 전화해서 '옷 사준다 해서 화나서 안 간다 한 거지? 안 그랬음 갔을 거지? 미안해 친구야' 하고 사과했다.


그래서 나는 '옷 사준다 해서 열받은 건 맞는데, 안 그랬어도 안 갔을 거야. 45 대 55였어' 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료샤는 다시 좀 삐쳐서 '쳇 친구 맞아?' 하고 전화 끊음.


삐치면 안되는데... 내일 레냐랑 같이 보기로 했었는데 ㅠㅠ 친구야 삐치지 말고 아빠 생일잔치 잘 다녀오고 무서운 나타샤 어택도 잘 이겨내렴 ㅠㅠ (왜 난 잘못한 것도 없는데 공연히 잘못한 것 같지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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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튼 료샤는 가기 싫은 아빠네 집에 가고. 나는 샤워를 하고 유니클로 티셔츠와 파자마를 입고, 볶음김치와 참치와 누룽지로 저녁을 먹고, 그저께 호텔 로비 카페에서 준 크리스마스 쿠키를 뜯어서 에르미타주에서 사온 컵에 디카페인 차 우려 마시고 방에 비치된 잡지를 읽으며 평화롭게 밤을 보내다 이제 오늘의 메모 쓰는 중. (료샤는 나에게 '울 아빠네 안 가면 너 뭐할건데!' 라고 해서 '나는 샤워하고 파자마 입고 한국에서 가져온 인스턴트 밥 먹고, 쿠키랑 차 마시면서 잡지 볼거다!' 라고 했더니 엄청 부러워했었음 ㅋㅋ)


근데 이렇게 써놓고 나니 료샤 좀 불쌍해. 그냥 같이 가줄걸 그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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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0. 12. 22:46

해골소년 고릭을 만났던 그 카페 2016 petersburg2016. 10. 12. 22:46

 

페테르부르크 루빈슈테인 거리에는 근사한 카페와 레스토랑들이 많다. 젊은이들과 예술가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지난번 갔을때 첫번째 숙소가 이 거리 근처여서 종종 갔었다.

 

전에 어느 카페에서 밥먹다가 음식 주문을 잘한다는 어이없는 이유로(ㅋㅋ) 말을 걸어왔던 해골옷 펑크 청년이 있었다는 얘길 쓴 적이 있다. 이 카페가 그 해골청년 고릭을 만났던 곳이다.

 

그야말로 북카페로 온갖 책들이 잔뜩 널려 있고 역시나 '힙'한 유행대로 불상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아아, 나는 유럽이나 러시아 카페, 식당에서 불상 보면 좀 웃긴데ㅜㅜ)

 

 

 

 

 

 

 

 

이렇게 조명이 어두웠기에... 해골소년 고릭은 나를 자기 또래로 착각하고 헌팅을 시도하엿던 것이다 ㅋㅋ

 

아래는 폰으로 찍은 사진 두장.

 

 

* 해골소년 고릭과의 짧은 만남 얘긴 여기 : http://tveye.tistory.com/4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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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에 회사 때문에 정말 너무나 힘들었던 주였다. 토요일에 홍대에 가서 머리를 했고 쥬인을 만나 오후에서 저녁 늦게까지 놀았다. 플리마켓 같은 곳에 가서 팔찌를 세개나 샀다.

 

그때 산 팔찌 중 하나. 이거 밴드 형태라 편한데다 의외로 저 파란 사각형 돌멩이(ㅋ)가 예쁘고 심플해서 좋아했는데... 분명 페테르부르크에서 자주 하고 다녔는데 돌아와서는 아무리 찾아봐도 다른 두개만 보이고 이게 안 보인다. 어디로 갔니 파란 팔찌야 흑흑...

 

이 사진은 비가 무척 많이 오고 추웠던 날 아침에 사도바야 거리와 림스키 코르사코프 거리 근방의 어느 카페에서 찍은 것이다. 너무 추웠는데 갈곳은 없고, 또 이때 아침에 먹은 약이 잘못되었는지 너무 심장이 북받치고 아파서 좀 무서웠던 때였다. 그래서 마침 발견한 이 카페에 들어갔는데 카페 이름이 프라하 어쩌고였음.

 

 

 

그래서 프라하 카페라고 되어 있어 메도빅을 먹었음(러시아에선 메도빅이라 부르고 체코에선 메도브닉이라 부른다) 여기 메도빅 맛있었다. 그리고 카페인을 먹으면 절대 안될것 같아 히비스커스로 추정되는 베리 티를 시켰었다.

 

비가 많이 왔었다. 메도빅을 먹으니 북받치는 건 좀 가셨었다.

 

나중에 이 카페에 다시 한번 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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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7. 12. 21:20

창문 안쪽에서 2016 petersburg2016. 7. 12. 21:20

 

 

이건 6월 19일. 두번째 숙소를 체크아웃하고 세번째 숙소로 옮기기 전 시간이 남아서... 비오고 추운 날이었다. 아프고 추워서 헤매다 근처 어느 카페에 들어가 비를 피하고 달콤한 뭔가를 먹어서 가슴 통증을 달랬던 날이다.

 

창 너머로 사람들이 비를 맞으며 지나갔다. 비가 많이 왔다.

 

 

 

 

 

 

이건 6월 18일. 두번째 숙소에는 하루만 머물렀었다.

근처 어느 가게 안에서 바라본 창밖 풍경. 횡단보도 건너 공연매표소가 보인다.

 

모든 창문은 각각의 액자이다.

 

 

이건 다시 6월 19일. 세번째 숙소에 들어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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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돌아오니 창밖을 볼 일이 그리 많지 않다. 일단 너무 더워서 커튼을 젖혀 놓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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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고 쌀쌀한 날씨였다.

 

료샤는 내가 어제 묵은 호텔 조식 자체는 그냥 그래도 9층에 있기 때문에 전망이 좋으니 조식을 추가해서 먹어보라고 했다. 그래서 추가요금을 내고 조식을 먹어보았는데 빵이 의외로 맛있었고 과연 전망이 훌륭했다. 아마 조식 시간이 끝나갈 때 가서 얼마 없는 창가 자리에 앉을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레냐는 오늘 외할머니 생일이라고 해서 거기 갔다. 료샤는 오전에 들러 나와 함께 그 전망 좋은 창가에서 같이 조식을 먹었다. (레냐도 무지하게 같이 먹고 싶어했지만 다음주에 꼭 같이 먹자고 달래놓음. 어른들이 하는 건 다 좋아보이는 것이다 ㅋㅋ)

 

 

밥먹으러 올라갈때 카메라를 안 가지고 가서 그냥 폰으로 찍은 사진 한장만. 며칠 후 다시 가서 묵으면 카메라 가지고 올라가봐야겠다. 내가 좋아하는 트로이츠키 사원(이즈마일로프 사원)도 보여서 이 사진으로..

 

..

 

오늘 숙소를 다시 옮겨야 했다. 료샤가 태워다주겠다고 했으나 나는 짐을 좀 챙겨야 했고 너무 빨리 가면 체크인 시간과 맞지도 않았다. 료샤는 오늘 무슨 물건을 가지러 파블로프스크에 갔다와야 했기 때문에(나한테 같이 가자고 꼬셨으나 나는 오늘 공연이 있었음) 오전에 가고 나는 정오에 체크아웃을 한 후 짐을 맡겨놓고 2시에 택시를 예약해둔 후 일단 거리로 나왔다.

 

근데 너무 추웠고 비가 왔다. 며칠 후 다시 이 호텔로 돌아와야 하니 주변 지리도 좀 알아볼겸 걸었는데 사도바야 거리와 센나야 광장이 금방 나오는 걸로 봐서 지리는 금세 깨쳤다. 문제는 추웠다는 것. 그리고 내내 안 그러다 오늘 오랜만에 조식을 먹으면서 빈속에 차를 좀 마셨고 그 이후 약을 먹었더니 카페인 때문인지 너무너무 가슴이 북받치고 답답하고 괴로웠다. 너무 북받치고 뻐근해져서 잠시 심장발작인가 하고 겁에 질리기까지 했다. 식도염 악화 증상이긴 한데... 아마 카페인 과다 섭취 후 약을 먹어서 그런것 같다. 지난번에도 이런 적이 있었다.

 

비바람 속에서 괴로워하며 목과 가슴을 누르고 헤맸다. 카페도 안 보이고 그나마 보이는 카페는 전부 식당 겸용이었는데 비가 오니 음식 냄새 배는게 너무 싫었다. 그래서 추위와 뻐근함으로 괴로워하며 좀 헤매다 호텔 근처 모퉁이에서 어느 베이커리 카페 발견. 그냥 빵 구워 파는 곳이었는데 의외로 여기가 오아시스였다. 손님도 없고 빵과 케익을 팔고 홀은 좁았지만 창가 자리가 좀 호젓했다!

 

 

구석 귀퉁이의 창가 자리가 무척 호젓해서 가만히 앉아 책 읽고 글쓰기 좋은 자리였다. 며칠 후 저 호텔로 돌아가면 이 카페에 아침 먹으러 와야겠다.

 

 

카페인 없는 열매 티 한잔(약간 히비스커스 블렌드 맛이 남)과 메도빅 주문. 여기 메도빅은 맛있었다. 이 카페 이름이 프라하 카페였는데 그래선가 ㅋㅋ

 

 

어제 서점에서 산 세르게이 도블라토프의 단문집을 좀 읽었다. 무척 재미있었다.

 

메도빅을 먹고 좀 앉아 있었더니 가슴 통증이 좀 가셨다. 아아 조심해야겠다. 다시는 빈속에 차 마신 후 약먹지 말아야지... 한국 돌아가면 의사에게 좀 물어봐야겠다.

 

 

지지난주 토요일, 여기로 날아오기 전에 친구인 쥬인과 홍대에서 만나 놀다가 샀던 팔찌 중 하나. 오늘 파랑하양 체크무늬 원피스를 입었기에 맞춰서 하고 나왔다. 팔찌를 보니 쥬인 보고 싶네.

 

..

 

2시가 되어 택시를 타고 이삭 성당 앞으로 이동. 세번째 호텔에 체크인했다. 여기서는 다섯밤을 자고 다시 아까 호텔로 돌아간다. 이렇게 중간중간 일정을 연장할줄 알았다면 이러지 않았겠지 ㅠㅠ

 

방에 와서는 너무 피곤해서 잠시 침대 위에 드러누워 있었다. 오늘은 5시 공연이었다. 가방을 좀 풀었고 너무 추워서 결국 원피스 포기. 진과 긴소매 티셔츠, 카디건에 트렌치코트 도로 꺼내 입었다 ㅠㅠ 아아 정말 너무해...

 

...

 

추워서 버스 타고 극장에 갔다. 오늘 공연은 마린스키 신관이었다. 오늘은 스트라빈스키의 두 곡을 각기 다른 안무가가 안무한 작품이었는데 사실 이게 아주 보고 싶어서 끊었다기보다는 그래도 두번째 작품이 봄의 제전이라 끊은 것이다. 어쨌든 나의 첫번째 발레라서 애착이 있다. 오늘의 봄의 제전은 사샤 발츠 버전인데 마린스키에서 발츠 버전으로는 본 적이 없어 좀 궁금하기도 했다.

 

 

 

 

오늘 공연은 둘다 신관인데다 별다른 무대 배경 없이 조명이 강해서 사진은 다 번짐. 그나마 여기 올린게 건진 것임 ㅠㅠ 꽤 앞줄이었음에도 별 소용이 없었다. 하긴 슈클랴로프가 안나오니 굳이 열심히 찍고자 하진 않았기에... 정성이 없어서 더 번졌나보다 ㅠㅠ

 

첫번째 작품은 스트라빈스키의 '3악장 심포니'였다. 지난 봄에 '라두 포클리타루'를 초빙하여 안무해 초연했었는데 음악은 몇번 들어봤지만 공연은 영상도 본적이 없었다. 스베틀라나 이바노바와 알렉산드르 세르게예프가 주역으로 나왔고 예카테리나 치브이키나, 타치야나 트카첸코, 알렉산드라 이오시피디가 운명의 3여신으로 나왔다. 내용은... 아무 것도 아니었던 생명의 집단적 원형질에서 남자와 여자가 각각 1명씩 세상에 나와 스스로의 개인적 정체성을 획득하고 사랑에 빠지고 인생을 살아가지만 결국 이들은 운명의 3여신의 붉은 실에 매여 있으며 결국은 전쟁으로 상징되는 3악장에서 인생의 끝에 다다르고 실이 끊겨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인데 이런 스타일의 발레가 그렇듯 플롯보다는 움직임과 무대미술, 음악이 더 강렬했다.

 

글쎄... 내 마음에는 아주 안 들었다. 일단 안무가 너무 작위적이었고 지루했다. 운명의 3여신도, 비둘기에서 독수리로 옮아가는 영상 배경과 개성 없이 단체로 떼지어 춤추는 군무, 아크로바틱한 리프팅과 회전이 이어지는 주인공들의 춤... 모두 그다지 참신하지 않았다. 뭔가 열심히 했지만 남는 건 없었다. 하나 남는다면 음악인가... ㅠㅠ

 

세르게예프와 이바노바는 둘다 좋은 무용수고 잘 췄지만.... 그리고 세르게예프가 여태 본 무대 중 제일 섹시해보였지만... 보는 내내 작품에 비해 알렉산드르 세르게예프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대 발레 안무가들이 너무나 잘 빠지는 함정이 있는데 포클리타루 역시 그걸 피해가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사진도 한 장만. 어차피 다 번졌음 ㅠㅠ

 

 

 

두번째가 내가 보러 간 목적인 봄의 제전.

 

난 사실 사샤 발츠 안무의 제전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그래도 예카테리나 콘다우로바가 제물로 등장하는 제전이라 궁금했고 발츠 안무 제전을 무대에서 직접 본 적은 없으니 실제로 보면 또 다르리라는 기대를 했다.

 

흠...

 

발츠는 내 취향과는 역시 거리가 있었다. 뭐랄까... 원시적이고 격렬하고 광적으로 보이려고 하지만 어딘가 한계가 있는 느낌이랄까, 육체의 광란과 샤먼의 광기를 표출하고는 있지만 실은 굉장히 계산적인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다. 영상으로 볼때도 그랬는데 무대로 봐도 그랬다. 무용수들은 잘 췄고 연주도 아주 좋았다(게르기예프가 지휘했음) 그러니 아마 이것은 발츠의 안무와 내가 맞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좀더 격렬하고 좀더 원초적인 춤을 원했다. 그런데 사샤 발츠의 제전은 내겐 그렇지 않았다. 영상으로도 무대로도 마찬가지였다. 붉은 머리의 늘씬하고 강렬한 콘다우로바는 아름답고 근사하고 처절했지만 그냥 그게 다였다. 내게 콘다우로바는 '진짜 제물' 로 느껴지지 않았다. 반쯤은 발츠가 제물과 종족들의 관계나 움직임을 다루는 방식 때문이었을 것이다. 아쉬웠다.

 

제일 좋았던 건 역시 음악이었다. 그래,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지휘한 봄의 제전을 들은 것만으로도 오늘 공연은 본전 찾았다. 역시... 봄의 제전은 러시아 지휘자와 러시아 오케스트라일 때 제일 좋다.

 

생각해보니 난 마린스키 무대에서만 봄의 제전을 세가지 안무 버전으로 봤구나... 물론 다른 무대에선 또 다른 버전을 봤지만... 하여튼 오늘은 음악이 제일 좋았다.

 

사진 엄청나게 번짐 ㅠㅠ 가운데 자주색 의상의 긴머리 여인이 주역이었던 예카테리나 콘다우로바.

 

 

 

엄청나게 번졌다만.. 발레리 게르기예프 사진도 한 장... ㅠㅠ

 

게르기예프 요즘 백야축제에 아주 자주 나오고 계심.

 

그러고보니 내내 발레 메모까지 전부 러시아 메모에 올리고 있었네... 나중에 각 공연에 대한 메모는 떼어서 발레 폴더로 옮겨놔야겠다. 근데 제대로 리뷰를 쓴건 없어서..

 

..

 

짧은 두개의 작품들이라 끝나니 7시가 좀 넘어 있었다. 비가 멎었기 때문에 운하 따라 걸어서 돌아왔다. 발샤야 모르스카야 거리까지 쭉 올라가서 물과 체리를 사고 길을 건너 또 올라가서 말라야 모르스카야 초입에 있는 부셰에서 빵을 한개 사왔다. 이번 호텔도 조식 불포함이기 때문에 내일 아침에 체리랑 차랑 먹으려고... (전기포트 달라고 해서 얻었음)

 

 

운하 따라 걸어오다 찍은 사진 한장. 엄청 줌 당겼지만 이게 한계... 검정회색 갈매기 한 마리.

 

..

 

전기포트를 드디어 얻었기 때문에 오늘은 누룽지 반봉지와 즉석 된장국 약간에 끓는 물을 부어 볶음김치와 참치, 조식 테이블에서 건져온 삶은 달걀로 늦은 저녁 먹음. 살것 같다, 된장국이랑 볶음김치.. 엉엉...

 

 

 

.. 뜬금없이 안 어울리게 저 화려한 잔은 뭐냐고 하신다면..

첫번째 호텔 옆 쇼핑센터에서 우연히 발견해 샀던 찻잔. 아직 이거 하나밖에 안 샀다. 그냥 저런 스타일 찻잔 하나 있으면 좋겠다 해서 샀는데 사고보니 메이드 인 차이나임 -_- 망했어... 에잇... 여기까지 와서 중국 찻잔을 사다니 ㅠㅠ 짐도 무거운데...

 

하여튼 그래서 이놈을 오늘 개봉하여... 누룽지랑 된장국 담아 먹는 용도로 개시함 ㅋㅋ 미안해 중국 찻잔아... 근데 네가 꼭 메이드 인 차이나라서 그런 거는 아니야... 예전에 로모노소프도 그랬어 ㅋㅋ

 

 

찻잔 : 이쁘다고 살땐 언제고 나 메이드 인 차이나라고 무시하냐! 차도 아니고 된장국에 누룽지로 개시하다니 엉엉...

토끼 : 야, 옛날에 로모노소프님들은 심지어 개시할 때 볶음김치랑 컵라면도 담아먹었어! 된장국이랑 누룽지면 양호한 줄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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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6. 6. 16. 21:49

비오는 날, 숙소 옆 카페로 피신 2016 petersburg2016. 6. 16. 21:49






잠도 모자라고 머리도 아파서 숙소 옆 베이커리 카페에 차 마시러 왔다. 어제 공연 본 후 늦게 돌아왔고 료샤와 얘기하느라 늦게 잤고 아침엔 몇가지 일을 처리하느라 너댓시간밖에 못 잤다.


아까 나갔을때 소나기가 억수처럼 내렸다. 바지가 다 젖었다. 방에 가서 노트북 들고 내려옴. 아쉬운대로 옆 쇼핑센터 베이커리 카페로 피신. 근데 의외로 여기 분위기가 좋다.


저녁에 료샤와 레냐 만나기로 했으니 그때까지 이 카페에서 좀 쉬고 공연 메모도 정리해야겠다.


..






아까 숙소 근처 어느 근사한 북카페 컨셉의 카페-레스토랑에서 혼자 수프랑 생선 먹었다. 근데 이때 헌팅 시도가 있었다. 별 영양가는 없었지만 그래도 요즘 의기소침하던 차라 약간 뿌듯하기까지 함. 조명이 어두워 그런가. 앞으론 이렇게 어두운 데를 가야 하려나보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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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2월. 페테르부르크.

 

페테르부르크에 가면 한번은 꼭 들러서 식사를 하거나 차를 마시는 곳이 있으니 그곳은 바로 네프스키의 명소인 Singer 카페이다. 유명한 돔 크니기 건물 2층에 자리잡고 있는데 창 너머로는 카잔 성당이 보이는 명소이다. 창가 자리는 잡기가 쉽지 않아서 타이밍을 잘 맞춰야 한다.

 

이 날은 굉장히 추운 날이었지만 하늘이 파랬고 햇살이 쨍 하고 내리쬐는 날이었다. 마린스키에서 운하 따라 실컷 산책한 후 지친 몸으로 여기 왔는데 창가 자리가 비어 있어 행복해 하며 앉았다. (그러나 너무 햇볕이 따가워서 나중엔 좀 괴로웠다 ㅠ)

 

 

 

이렇게 카잔 성당이 보인다.

 

겨울이라 분수는 작동하지 않지만... 따스해지면 분수도 보인다. 그때 사진은 다음에 또 올려보겠다.

 

이 곳 음식은 대체로 맛이 괜찮은 편이고 블린이나 디저트도 맛있다. 그러나 도심인데다 명소이기 때문에 가격은 다른 카페나 음식점보다는 비싼 편이다.

 

 

 

이때는 런치 메뉴를 주문했다. 나무열매 모르스, 야생버섯 수프, 새우 크림 파스타였다.

 

 

 

겨울 햇살이 정말 찬란하고 따가웠다.

 

 

 

 

 

스메타나 넣어서 먹었다. 수프 맛있었다.

 

 

 

 

 

 

 

이번 겨울에도 가고 싶었는데... 2월까지 너무 바쁘니 과연 갈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그리우니 사진만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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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5. 10. 1. 09:00

발칸 스타일의 사과 케익, 고스찌에서 russia2015. 10. 1. 09:00

 

 

부쩍 추워졌다. 출근하는데 스산하고 빗방울 떨어지고 바람 불고 어두컴컴해서 딱 러시아 가을 날씨였다. 이런 날씨엔 따뜻한 차 한 잔 마시며 아늑한 카페에 틀어박히고 싶은 것이 인간의 본능이건만.. 출근해서 이제 일을 시작해야 하고... 슬픈 마음에 그 아늑한 카페와 따뜻한 차와 맛있는 케익 사진 올려본다.

 

지난 7월, 페테르부르크 갔을 때. 항상 들르는 카페 겸 레스토랑 고스찌. 여기는 음식도 맛있고 디저트도 맛있다. 세르비아 출신 부부가 주방장/파티셰를 하고 있다.

 

이 날 갔을때 아주 친절한 남자 점원이 디저트를 이것저것 추천해주기도 하고, 주인이 세르비아인이라 식재료를 세르비아와 발칸에서 공수해온다는 얘기도 해주었는데 무척 재미있었다. 내가 여기 메도빅이 최고라고 하자 매우 좋아했고 자기도 메도빅을 좋아한다, 축제 분위기 나는 케익이라서..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스메딴닉 케익과 브라우니를 추천해주었다. (떠나는 날 다시 와서 그 스메딴닉을 먹어봤는데 슬프게도 스메딴닉은 내 취향은 아니었음 ㅠㅠ)

 

사진의 케익은 '발칸 스타일의 사과 케익'이란 이름이 붙어 있었다. 맨 위에 놓여 있는 파란 체리 같은 것이 미니 사과인가 싶었다(장식용인지 살짝 떫었음). 케익 아주 맛있었다.

 

 

 

여기가 그곳이다. 예전에 사진 올렸지만.. '다이어트 따위에 낭비하기엔 인생은 너무 짧다'란 문구가 붙어 있는 그 카페. 진열대의 케익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세뇌되어 끄덕끄덕 :) 여기 케익들은 그런 문구를 붙일 자격이 있다.

 

진열대 너머로 점원의 등이 보인다. 뒷모습을 보니 이 사람은 나랑 얘기한 그 점원은 아닌 듯.

 

 

 

 

 

 

 

전에도 몇번 이곳 사진 올린 적 있지만.. 아늑하고 따스한 내부. 이 카페 너무 좋다. 밥 먹을 땐 2층으로 올라가서 먹는데 2층은 좀 더 밝고 널찍한 분위기이고 1층, 흔히 말하는 반지하층의 이 카페는 아주 아늑하다. 러시아어로는 '우유뜨나'한 분위기라고 한다.

 

 

 

 

 

아아.. 추워지니 저 케익들과 저 아늑한 카페가 너무나 그립구나!!

 

 

그래서 마지막으로 케익 사진 한 장 더...

 

** 이날의 메모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3900

 

.. 혹시라도 페테르부르크에 여행가실 분들은 고스찌에 꼭 가보세요. 이삭 성당으로 내려가는 쪽 방향의 말라야 모르스카야 거리에 있습니다~

 

.. 태그의 고스찌를 클릭하면 전에 올린 사진들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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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5. 8. 20. 08:49

늦은 아침식사 된대요 russia2015. 8. 20. 08:49

 

 

길 가다가 간판과 메뉴판 구경하는 것을 꽤 좋아해서 사진도 종종 찍는다.

이건 7월 26일. 떠나는 날 오후, 러시아 미술관 갔다가 운하 따라 걸어오던 길에 발견한 어느 카페-바의 간판. Leica라는 곳이다. 여기는 영어로 되어 있고...

 

 

옆으로 가면 러시아어로~

피자, 샌드위치, 파스타, 웍. 디저트. 레모네이드. (러시아에서 레모네이드라고 하는 것은 레몬 뿐만 아니라 탄산과 과일즙이 들어간 에이드류를 총칭한다)

늦은 아침식사(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이거 좋네, ㅎㅎ

김이 폴폴 나는 커피 그림도 어쩐지 정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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