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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테르부르크 바'에 해당되는 글 2

  1. 2015.08.20 늦은 아침식사 된대요 4
  2. 2015.02.19 당신의 벨리니..까진 좋았지만, 2월 19일 잠시 2
2015. 8. 20. 08:49

늦은 아침식사 된대요 russia2015. 8. 20. 08:49

 

 

길 가다가 간판과 메뉴판 구경하는 것을 꽤 좋아해서 사진도 종종 찍는다.

이건 7월 26일. 떠나는 날 오후, 러시아 미술관 갔다가 운하 따라 걸어오던 길에 발견한 어느 카페-바의 간판. Leica라는 곳이다. 여기는 영어로 되어 있고...

 

 

옆으로 가면 러시아어로~

피자, 샌드위치, 파스타, 웍. 디저트. 레모네이드. (러시아에서 레모네이드라고 하는 것은 레몬 뿐만 아니라 탄산과 과일즙이 들어간 에이드류를 총칭한다)

늦은 아침식사(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이거 좋네, ㅎㅎ

김이 폴폴 나는 커피 그림도 어쩐지 정감 있다.

 

 

:
Posted by liontamer

 

 

어제 오늘 내내 흐렸고 가느다랗고 기분나쁜 눈발이 계속 흩날렸다.

 

오늘은 오전에 환전을 좀 하고 어제 실패했던 로모노소프 가게에 가서(어제 왜 못 찾았었는지 지금 생각해도 모르겠다. 계속 그 앞을 지나치고 있었던 것이다) 찻잔을 두 개 사고, 서점에 가서 근사한 러시아 요리책과 동생 줄 예쁜 수첩을 샀다. 눈발이 계속 날리고 길도 진창이라 일단 호텔로 돌아왔다.

 

오늘 저녁에는 미하일로프스키에서 돈키호테를 보기로 했다. 레베제프 라 바야데르 때문에 데었지만... 그래도 오늘은 이반 바실리예프가 바질을 추고 키트리도 볼쇼이 솔리스트가 와서 추니까 괜찮을 거라고 기대 중.

 

신나고 즐거운 곱사등이 망아지로 드디어 발레의 장벽이 깨진 료샤(ㅋㅋ), 이 참에 돈키호테에 입문시키기로 했다. 저녁 되기 전에 낮에 잠깐 시간 된다고 해서 호텔 로비 바에서 만나기로 했다. 이 호텔은 제국주의 러시아의 아르누보 시절에 지어진 곳이라 인테리어가 꽤나 화려하고 아름다운데 로비 바도 근사하다.

 

나는 벨리니 주문. 이곳 바의 벨리니는 'your' 벨리니라는 이름이 붙어 있는데, 복숭아/망고/배 등 몇가지 과일 퓨레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다. 그래서 '당신의 벨리니' 인가 보다.

 

료샤 : 어휴, 역시 달달하고 부들부들한 칵테일. 딱 여자들 마시는 거.

나 : 미안하다, 여자가 돼갖고 딱 여자들 마시는 거 골라서 ㅠ

료샤 : 무슨 맛 할 건데?

나 : 벨리니는 당연히 복숭아지!

료샤 : 망고 안 해볼래?

나 : 싫어, 망고는. 원래 망고 싫어해. 그리고 벨리니는 복숭아란 말이야!!!

료샤 : 베니스에서 실컷 마셨을 거 아냐, 복숭아맛 벨리니는. 새로운 거 해봐. 아니면 배맛...

나 : 으잉, 싫어. 너네 나라 배 맛 없어.

 

그때 바텐더가 주문받으러 옴. 료샤가 초치기 전에('망고'나 '배'라고 말할 기세) 잽싸게 '유어 벨리니, 복숭아요!' 하고 선수쳤다. 료샤는 뭔가 내가 모르는 칵테일을 주문했다.

 

'당신의' 벨리니가 나왔다. 복숭아 슬라이스가 꽂혀 있고 복숭아 퓨레가 들어 있다. 그런데 내 생각보다 도수가 강했다. 베니스에서 마시던 벨리니는 식전에 가볍게 마셨기 때문에 알콜 함량도 낮고 가벼운 음료수 같았는데 여기 벨리니는 좀 셌다.

 

 한 입 마셔보라고 주었다. 료샤는 한 모금 마시더니 생각보다 달지 않다고 했다. 뺏아 마시고 싶은 눈치였지만 안 주고 내가 다 마셨다.

 

그 결과 나는 벌을 받았다 ㅠㅠ 벨리니가 생각보다 양도 많고 독해서 점점 취기가 올라왔다 ㅠ 하긴 내내 피로도 누적되어 있었고 오늘 날씨도 안 좋고 잠도 계속 모자랐다. 졸기 시작하자 료샤가 혀를 찼다.

 

료샤 : 이게 뭐야. 복숭아 칵테일 마시고 취하는 인간아...

나 : 나 너무 졸려. 방에 가서 좀 자다가 가야겠어.

료샤 : 야! 나랑 놀아줘야지!

나 : 너는 도로 사무실 들어간다며. 저녁에 극장에서 보면 되잖아.

료샤 : 아직 30분쯤 시간 있단 말이야!

나 : 미안해, 친구야. 나 너무 졸려. zzz..

 

료샤는 툴툴댔지만 할 수 없이 나를 방으로 데려다 주었다. 데려다 줬으니까 내가 방에 와 있고 침대에 누워 있고 구두도 벗고 있겠지 ㅠㅠ 뭔가 머리에 베개 베어주고 애가 나간 것까진 기억나는데 그 다음부턴 비몽사몽.

 

1시간쯤 꿈나라에 갔다가 깨어났다. 머리가 무거웠다. 료샤에게 전화를 했다.

 

나 : 너 사무실 잘 들어갔어?

료샤 : 복숭아 칵테일 한 잔으로 맛이 가다니 -_-

나 : 그게 생각보다 독했어. 역시 낮술은 안되나봐. 예전에도 낮에 와인이나 샴페인 같은 거 마시면 금방 취했거든.

료샤 : 이제 나가서 낮술 마시고 돌아다니지 말라는 교훈을 얻었겠지!

나 : 나가서 마신 거 아니잖아! 호텔 로비 바였어! 그리고 너도 있었어!

료샤 : 이제 다 깼어?

나 : 응. 있다가 극장에서 봐. 친구야, 고마워.

료샤 : 그치! 내가 너 데려다 주고 침대에도 뉘어주고!

나 : 그래그래, 베개 베어줘서 고마워~

료샤 : 망고맛 벨리니였으면 안 취했을 거야.

나 : 그런 게 어디있어!

료샤 : 망고가 더 달잖아! 그러니까 안 취했을 거라고!

나 : 베이스는 똑같은데 어떻게 안 취하니!

료샤 : 너는 망고 싫어한댔으니까 찔끔찔끔 조금 마시고 남겼을 거고 그럼 안 취했겠지~

나 : 아... 나 왜 설득되려 하지.

 

.. 하여튼 그래서 이제 '당신의 벨리니'는 안 마시는 것으로 결론 :)

 

이제 슬슬 준비하고 한 시간 쯤 있다가 극장에 가야겠다. 극장이 가까워서 다행이다.

 

아아... 이제 휴가도 거의 다 가버렸어 흐흑... 일요일 아침에 떠나는데 진짜 코앞이야 엉엉...

 

 

 

로비 바 사진 두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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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