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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2. 13. 19:17

생선수프 먹고 있음 2016 petersburg2016. 12. 13. 19:17




잠 설쳐서 조식 놓치고.. 마지막 날이라 고골에 점심 먹으러 옴. 여름엔 자리 없었지만 지금은 겨울이라 예약 없이도 한적.


생선수프 우하랑 수도원식 생선파이 주문. 여기 우하 맛있네.. 맨날 보르쉬만 먹었는데(여기 보르쉬 맛있다)


파이는 아직 안 나옴. 수프 먹으니 몸이 좀 따뜻해지는거 같다.


아, 내일 돌아가야 하다니 ㅠㅠ

:
Posted by liontamer

어제 불편한 자리에 앉아 공연 보면서 너무 무리했는지 온몸이 아프고 쑤셨다. 정오 넘어서까지 멍하게 누워 있었다. 그런데 바깥 날씨가 좋았고 일기예보를 보니 내일부터 비가 온다고 해서 오늘 바리쉬니코프 전시랑 수도원에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억지로 일어났다.

 

..

 

 

 

 

일어나긴 했는데 이래저래 나오니 두시 반이 넘어 있었다. 날씨가 좋다 못해 엄청 덥고 뜨거웠다. 땀이 날 정도였다. 아무것도 안 먹었기 때문에 근처 봐두었던 몇개 베이커리 카페에 들렀으나 다들 사람이 엄청 많았다. 인기 많은 곳들인가보다. 그래서 좀 걸어가다가 카잔스카야 거리로 이어지길래 수프 비노에 가기로 했다.

 

지난번에 갔을 땐 알렉세이가 없었는데 오늘은 있었다. 혼자 가게를 보고 있었다. 처음엔 아는 체는 안하고 그냥 인사를 한 후 저번에 먹었던 닭고기 수프와 루꼴라 해산물 파스타, 생강 레모네이드를 주문했다.

 

 

 

다 먹은 후 조용한 목소리가 매력적인 알렉세이에게 살며시 물었다.

 

나 : 제 실수가 아니라면, 알렉세이 맞죠?

알렉세이 : 맞아요, 알렉세이.

나 : 혹시 저 기억하세요? 작년 여름에 왔었는데.

알렉세이 : 네. 사실 들어왔을때 알았어요! 그때 와서 같이 얘기하고 블로그로 알게 된 친구 얘기하셨죠.

나 : 맞아요. 그 친구도 기억하시나요?

알렉세이 : 네, 얼마 전에 왔었어요! 기억해요!

나 : ㅎㅎ 그 친구랑 저랑 여기서 2주 전에 드디어 만났답니다.

알렉세이 : 정말요? 인터넷으로만 안다고 하셨잖아요. 만난 적 없다고.

나 : 네! 그래서 우리 만나면 꼭 페테르부르크에서 만나자고 했는데 그게 이루어졌어요. 같이 여기 오고 싶었는데 시간이 안 맞아서 그 친구는 먼저 따로 오고 저도 얼마전에 왔는데 그땐 당신이 없었어요.

알렉세이 : 아, 그랬구나... 저 없을 때 오셨었군요!

나 : 네, 그때 비와서 춥고 아팠는데 저 닭고기 수프 먹고 엄마 생각이 났고 몸이 따뜻해져서 좋았어요.

알렉세이 : 그 말 들으니까 저도 기분이 좋아요.

나 : 친구는 한번밖에 못왔다고 굉장히 아쉬워했어요. 얘기 많이 나눴냐고 물어보니 별로 못했다고 했어요. 그래서 제가 이렇게 또다시 인사를 하며 얘기를 하기로 했어요 :)

알렉세이 : 너무나 기뻐요. 여기를 기억해준다는 것, 그리고 여기를 다시 찾아주신다는 게요. 친구분도 잘 기억해요.

나 : 그 친구의 닉네임은 독수리고 저는 토끼에요 ㅋㅋ

알렉세이 : 그래서 독수리와 토끼가 만나게 된 것이군요!

나 : 네, 우리는 이삭 성당 앞에서 만났답니다.

알렉세이 : 너무 근사한 얘기네요! 근데 당신은 어떻게 노어를 그렇게 잘 하세요?

나 : 아니에요, 많이 잊어버렸어요 ㅠㅠ

알렉세이 : 아니에요, 노어를 정말 잘해요. 어디서 배우셨어요?

(외국인이라 그렇게 생각한 것임. 진짜 잘해서 그런건 아닐듯 ㅋㅋ)

나 : 전 노어랑 노문학 전공했고 옛날에 여기서 조금 살았어요. 요즘은 1년에 한번쯤 꼭 와요. 페테르부르크가 제 2의 고향 같아요.

알렉세이 : 왜 제2의 고향이에요?

나 : 음, 여기가 너무 아름다웠고... 러시아 문학과 극장이 좋았고... 그냥 도시랑 사랑에 빠졌어요. 부러워요, 이렇게 아름다운 도시에 살고 계시는 것이.

알렉세이 : 우리 도시를 좋아해줘서 저도 기뻐요. 그리고 저를 기억해주고 여기를 기억해줘서도 기뻐요! 러시아 문학을 좋아하신다니 그래서 아까 러시아어로 책을 읽고 있었군요

나 : 네, 도블라토프 좋아해요.

알렉세이 : 우와, 좋은 작가죠.

나 : 그리고 도스토예프스키도요. 기억하세요? 작년에 왔을때 제 친구가 당신이 알렉세이 까라마조프 연상시킨다고 했던 거

알렉세이 : (웃음) 네!

나 : 친구 얘기가 다시 나와서 말인데, 친구랑 여기서 다시 보고팠는데 시간이 안돼서 먼저 돌아갔어요. 저도 며칠 후 돌아가거든요. 그 친구가 꼭 안부인사를 전해달라고 했어요.

알렉세이 : 제 안부도 꼭 전해주세요!

나 : 그리고, 작년처럼 이번에도 저랑 같이 사진 한장만 찍어주세요 :) 친구에게 보내주려고요.

알렉세이 : 그럼요~ 좋아요.

 

그래서 우리는 내 핸드폰으로 좀 웃긴 셀카를 찍었다. 자세가 엉거주춤해서 내 얼굴이 좀 웃기게 나왔다만... 하여튼 bravebird님~ 문자로 사진 보내드렸어요 :)

그때 다른 손님이 왔다, 그래서 나는 알렉세이에게 '저 또 올게요~' 라고 인사했고 알렉세이도 '다시 오시기로 한 거예요~ 또 봐요!' 하고 인사를 나눴다.

 

이곳과 조용한 목소리의 알렉세이를 알게 해주신 bravebird님 고마워요. 다시 얘길 나눈 알렉세이는 작년보다 몇배로 더 좋았어요 ㅎㅎ

 

..

 

수프 비노에서 나와 카잔 성당 앞으로 간 후 버스를 타고 판탄카 근처 시티은행에 가서 다시 돈을 찾았다. 생각보다 돈을 많이 쓴거 같다. 근데 어차피 이번에 온 것 자체가 유리지갑 가루이므로... ㅠㅠ

 

전시 보러 갈 시간은 모자랄 것 같아서 그냥 수도원에 가기로 했다. 료샤에게 연락이 와서 수도원에서 보자고 했다. 그리고는 아무 생각없이 22번 버스를 탔는데... 아뿔싸... 22번은 트롤리버스만 수도원에 가고 나머지는 다른 버스가 가는데 생각없이 버스를 탄 것이다. 보통땐 버스가 오면 무조건 노선도를 잘 읽어보고 타는데 오늘은 좀 정신이 없었다...

 

그래서 점점 버스는 이상한 곳으로 가고... 돌아서 가나 싶었지만 체르니셰프스카야 지하철역을 지나고 또 한번도 안와본 거리 이름이 줄줄이 나오기 시작하자 그때 깨달았다. 완전 잘못 탔네... 내려서 반대방향 차를 타고 네프스키 대로로 도로 가야 수도원 가는 버스를 타려나보다...

 

그래서 포춈킨스카야 거리(전함 포템킨 그 이름이다)에서 내렸더니 타브리체스키 공원이 있었다. 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곳인데 마침 공원이 있어서 거기 잠깐 들어갔다. 영국식 정원인데 토요일이라 수많은 가족들이 나와서 잔디밭에서 일광욕을 즐기고 있었다.

 

 

공원을 좀 거닐었는데 덥고 목마르고 엄청나게 아이스크림이 먹고팠다. (원래 공원에 오면 러시아 아이스크림이 먹고프다) 다시 네프스키 대로로 나가 수도원으로 갈 생각을 하니 갑자기 너무 힘들어서 료샤에게 연락을 했다.

 

나 : 친구야, 버스를 잘못 타서 듣도보도 못한 곳에 왔어... 무슨 포춈킨스카야 거리에서 내려서 무슨 타브리체스키 공원에 있어.

료샤 : 아이고 이 멍충아! 웬 포춈킨스카야 거리! 수도원이랑 완전 다른 쪽이잖앗!

나 : 잉 ㅜㅜ 나는 외국인이잖아 ㅠㅠ

료샤 : 바부팅이. 거기 울집에서 가까워. 레냐랑 그리로 갈게.

 

료샤는 스몰니 사원 근방에 살고 있다. 대충 지리를 보니 정말 스몰니랑 가까운 것 같긴 했다. 그래서 공원에 잠시 앉아 햇살 쬐며(좀 땀흘리며 ㅠㅠ) 친구를 기다렸다. 가만히 앉아 있자니 내가 먹을 거라도 잘 주게 생겼는지 비둘기 몇마리가 어정거리며 다가왔다. 먹을 거 없어 ㅠㅠ

 

 

..

 

료샤가 잠시 후 차를 몰고 왔다. 레냐가 막 뛰어왔다. 햇살 뜨겁다고 야구모자에 앙증맞은 선글라스까지 껴서 진짜 귀여웠다. 료샤도 모스크바 출장 다녀오느라 며칠만에 보는 거였다. 레냐가 역시나 찰싹 안기며 좋아했다.

 

레냐 : 쥬쥬우~~ 하얀 옷 입었어, 아이 좋아~

나 : 엥, 내가 하얀 옷 입는 게 좋니?

레냐 : 쥬쥬 하얀 옷 입은 거 첨 봤어. 아이 좋아 아이 예뻐~

료샤 : 거봐! 맨날 해골 티셔츠 따위 입지 말고 꽃무늬랑 그런 블라우스랑 뭔가 파진 옷을 입으라 했잖아!

나 : -_- 마지막 단어는 못 들은 것으로... (레냐의 귀를 막아라 ㅋㅋ)

(오늘 그 잔무늬가 있는 흰 블라우스를 입고 나왔었다. 근데 어깨가 헐렁해져서 안에 얇은 캐미솔을 받쳐 입었다만 좀 패여 있긴 했다. 여기서나 입지.. 하긴 돌아가면 도로 살쪄서 블라우스가 헐렁하지 않을지도 ㅋㅋ)

료샤 : 얼굴도 좀 나아졌네. 역시 너는 뻬쩨르가 몸에 맞아. 그냥 여기 계속 있지...

나 : 나도 그러고 싶네 ㅠㅠ

료샤 : 수도원 갈 거야?

나 : 아니, 나 너무 피곤해 친구야...

료샤 : 그럼 모이카 쪽에 맛있는 식당 있는데 거기 밥먹으러 가자.

나 : 그래그래~

 

..

 

 

그래서 나는 료샤 차를 타고 편안하게... 네프스키 대로로 나갔는데... (료샤가 얘기한 모이카 운하 쪽 식당으로 가기 위해서는 네프스키 대로를 통과해야 함) 편안해지려다가...

 

료샤 : 으잉? 이게 뭐야!

레냐 : 아빠! 도로에 사람들이 걸어다녀!!!

 

네프스키 중간까지 왔을 때였다. 그러니까 딱 가스찌니 드보르와 유럽호텔 부근이었는데 거기서부터 차량 통제를 하고 있었다. 알고보니 오늘이 '알릐예 빠루사'(진홍색 돛배 - 유명한 러시아 낭만소설 제목인데 여기서 연루되어 매년 진홍색 돛을 단 스웨덴 범선이 네바 강에 들어오고 그날은 여름 축제날이다) 축제일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졸지에 가스찌니 드보르부터 네프스키 대로는 차 없는 거리가 되었고 사람들이 너도나도 대로로 쏟아져나와 걷고 있었다.

 

 

 

료샤가 막 짜증을 쏟아내려는데 나랑 레냐는 흥분해서 '우와! 네프스키에 차가 없어! 우와! 우리도 나가자!' 하고 뛰쳐나갈 기세였다. 료샤는 한숨을 푹푹 쉬었다.

 

료샤 : 어휴! 이게 뭐야!

나 : 료슈카!!! 나 네프스키에 사람 없는 거 첨봐!!!!

료샤 : 뭐가 그렇게 신기해! 너 옛날에 승전기념일 때 네프스키에서 깔려죽을 뻔 했다며!

나 : 아 맞다. 옛날옛날에 그런 적 있다. 그때도 차량 통제했지. 그치만 그땐 인파 때문에 무서웠는걸. 이거봐, 사람들이 너무 편하게 걸어다녀. 친구여, 차 어디 세워놓고 우리도 잠깐 도로로 나가면 안되니?

 

료샤는 뭐라뭐라 투덜댔지만 하여튼 차를 카잔 성당 뒤쪽 어딘가로 끌고 가서 댔다. 경찰 아저씨와 또 한참 뭐라뭐라 했다. 골치아픈 건 차 주인에게 맡겨두고 나는 레냐랑 뛰쳐나갔다.

 

레냐 : 쥬쥬~ 우리 아이스크림 먹어?

나 : 응, 아이스크림 먹어!

레냐 : 아이 좋아~

나 : 오늘 안 먹었어?

레냐 : 응, 아까 사달랬는데 아빠가 쥬쥬 만나면 분명히 아이스크림 먹을 거니까 그때 먹어야 한댔어.

나 : 너네 아빠가 참 나를 잘 아는구나 ㅠㅠ 가자, 아이스크림 사줄게~

 

나는 레냐 손을 잡고 아이스크림 가판대로 갔다. 레냐는 딸기가 든 마그낫 아이스크림(외제)이 맛있다며 그걸 골랐고 나는 '에스키모 레닌그라드스꼬예 아이스크림'을 골랐다. 료샤는 덥다면서 콜라를 골랐다.

 

레냐 : 쥬쥬는 신기해.

나 : 왜?

레냐 : 러시아 사람 아닌데 러시아 아이스크림 좋아해. 에스키모 먹어. 울 엄마아빠같아. 울 엄마아빠도 에스키모 좋아해.

(에스키모는 소련 때부터 내려오는 전통적 러시아 아이스크림임 ㅋ)

나 : 난 러시아 마로제노예(아이스크림)가 제일 좋아. 레냐가 좋아하는 마그낫이랑 하겐다즈보다 에스키모랑 다샤가 더 좋아.

레냐 : 정말? 하겐다즈보다? 진짜?

나 : 응. 제일 맛있어, 에스키모랑 다샤. 에스키모는 다 맛있어. 콘이랑 하드랑 이 세모난 레닌그라드스꼬예랑.

레냐 : 쥬쥬 옛날 사람 같아.

료샤 : 쥬쥬 옛날 사람 맞어! 아빠 또래야!

레냐 : 아빠는 아저씨고 쥬쥬는 아가씨인데! 내 약혼녀인데!!

료샤 : 쥬쥬가 나보다 두살이나 나이 많...

(내가 잽싸게 그의 입을 틀어막음 -_- 이 자식이... 사랑엔 나이도 국경도 없다고 누누이 말하지 않았느냐!)

 

 

이것이 그 에스키모 레닌그라드스꼬예. 은박지로 싸여 있으니 진짜 촌스러워 보인다 ㅋㅋ 하지만 맛있다. 너무 달지 않고 우유맛도 많이 나고.

 

 

우리는 차 없는 네프스키 대로로 나가서 햇살을 쬐며 도로를 거닐고 사진을 좀 찍었다. 나는 뜨거운 도로 위에 앉아보았다. 잠깐 눕기까지 했다. 료샤가 혀를 찼다.

 

료샤 : 어휴 너 뭐해... 왜 누워 ㅠㅠ

나 : 네프스키에 차가 없으니 좋아서... 내가 언제 이렇게 해보겠니~

료샤 : 레냐가 따라하잖아! 레냐야 눕지 마! 옷 버려!

레냐 : 쥬쥬는 하얀 옷인데도 누웠는데 ㅠㅠ

료샤 : 쥬쥬는 어른이잖아!

레냐 : 어린이 싫어, 어른 할래 엉엉...

나 : 레냐야 내 무릎에 앉아.

 

그래서 나는 네프스키 대로에 가방을 베고 누웠고 무릎에 레냐를 앉힌 채 파란 하늘과 눈부신 태양, 하늘 위로 깔려 있는 트롤리버스와 트램 전선들, 솟아오른 건물들을 잠시 바라보았다. 바닥에서 열기가 올라왔지만 누우니까 신기하게 좀 시원했다. 무릎에 앉아 있는 레냐는 따스했다. 그리고 옆에 철퍽 주저앉아 콜라를 벌컥벌컥 마시며 촌스럽니 어쩌니 하고 있는 료샤가 웃겼다. 친구야, 명품 선글라스 끼고 명품 재킷 입고 바닥에 퍼질러 앉아서 콜라 마시며 사레들리는 네가 더 웃기거든!!

 

..

 

잠시 후 우리는 일어났고 카잔 성당 분수 앞 벤치로 갔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소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벤치에 앉아 바람을 쐬며 분수를 구경했다. 레냐가 물었다.

 

레냐 : 쥬쥬, 왜 여기가 제일 좋아?

나 : 몰라. 옛날에 처음 왔을때부터 여기가 좋았어. 그래서 내가 한국에 돌아간 후에 너무너무 뻬쩨르가 그리워서 소설을 하나 썼는데 배경이 바로 이 벤치였단다.

레냐 : 우와, 정말?

나 : 응. 그리고 있잖아, 주인공 말고 주인공 친구가 있는데. 이야기를 이끌고 가는 사람이거든. 그 남자 이름이 레냐였단다 :)

레냐 : 우와아! 나야? 내 이름 붙인 거야?

나 : 아니, 그때는 너네 아빠도 알기 전이었고 레냐는 태어나기 전이었어. 근데 레냐라는 이름이 좋아서 붙였어.

레냐 : (으쓱으쓱) 히히히... 레냐는 착해? 레냐는 뭐하는 사람이야?

나 : 레냐는 마린스키 극장 무용수였단다.

레냐 : 슈클랴로프처럼!

나 : 슈클랴로프처럼 ㅋㅋ

레냐 : 우와아... 그러면 주인공은? 주인공 이름은 뭐였어?

나 : 미샤. 그 사람도 마린스키 무용수였단다.

레냐 : 내 친구도 미샤 있어, 세명이나 있어.

나 : 응 그래그래. (젤 흔한 이름이니 ㅜㅜ)

레냐 : 그러면 그건 무슨 이야기야? 레냐랑 미샤가 여기서 아이스크림 먹어? 우리처럼?

나 : 음, 옛날옛날인데, 1970년대였는데, 지금처럼 여름이었어. 레냐는 우리처럼 길에서 아이스크림을 사먹었어.

레냐 : 에스키모?

나 : 아마 그랬겠지? 옛날이니까. 그래서 레냐는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여기로 왔는데 이 벤치에 친구인 미샤가 앉아서 책을 보고 있었단다.

료샤 : 너처럼! 너 공원에 앉아 책보는 거 좋아하잖아.

나 : (엥, 듣고 있었던 거니?) 응, 나처럼. 미샤는 나처럼 이 자리를 좋아했단다. 그래서 분수 앞에서 책을 읽고 있었어.

레냐 : 레냐가 미샤한테도 아이스크림 나눠줬어? 친구는 나눠먹어야 되는데.

나 : 어.... 내가 그 생각은 못해서 안 썼는데... 다음에는 꼭 그렇게 쓸게. 근데 미샤는 아이스크림을 잘 안먹었어. 케익도.

레냐 : 왜애? 그건 쥬쥬랑 틀리네?

나 : 응, 미샤는 무용수라서 단 걸 안 먹었단다.

료샤 : 쳇. 나 그놈 누군지 알아. 그 배나무 거리에 사는 놈! 극장까지 걸어가는 놈, 차도 없고... 축구도 안 한다는 그 불쌍한 녀석.

나 : 어머 너 그거 기억하는구나! (예전에 거리 이름 짓는다고 료샤에게 지금 쓰는 가브릴로프 본편 얘길 잠깐 했었음. 그 얘기들은 맨 아래 링크 추가)

료샤 : 당연하지! 배나무 거리에 살고 축구도 안 하는데 얼마나 불쌍하냐! 기억하지!

레냐 : 아빠, 자꾸 끼어들지 마! 그래서 미샤랑 레냐는 뭐했어?

나 : 미샤는 그때 어딜 가야 했는데 가기가 싫었어. 그래서 안 가고 여기 앉아서 책을 보고 있었는데 레냐가 걱정이 돼서 '친구야, 거기 가보렴' 그랬단다.

레냐 : 레냐는 착해. 미샤는 나쁘다. 말 안들으면 나쁘댔는데.

나 : 미샤는 나쁜게 아니고 옳지 않은 일을 시키는 걸 좋아하지 않았을 뿐이야.

레냐 : 옳지 않은 일이 뭐였는데?

나 : 미샤는 극장에서 관객들을 위해 춤을 추는 무용수인데 높은 사람들이 불러서 자기네 집에 와서 춤을 추라고 했거든.

레냐 : 그건 나쁘다!

료샤 : 뭐가 나빠, 요즘도 다 그런데. 그게 인생인데.

나 : (애기 앞에서 참 좋은 얘기 하는구만 -_-)

레냐 : 아빠, 조용히 해! 그래서 미샤는 안가?

나 : 응, 안가고 레냐랑 미샤는 궁전광장으로 갔단다.

레냐 : 그래서?

나 : 미샤는 높은 사람 집에 가서 춤추는 대신 궁전광장의 알렉산드르 원주 아래에서 이렇게 지나가는 사람들 앞에서 멋있는 춤을 췄단다.

레냐 : 이야!! 나는 미샤가 좋아!

료샤 : 분명히 kgb가 잡아갔을거야 -_-

나 : (그건 그렇긴 하지만... 애기 앞에서 제발 ㅠㅠ)

레냐 : 그래서?

나 : 춤을 춘 다음에 미샤랑 레냐는 사도바야 거리로 걸어가서 블린을 먹었단다. 끝!

레냐 : 우와, 너무너무 좋은 이야기야! 아빠, 우리도 블린 먹어!!!

 

료샤는 모이카 운하 쪽의 근사한 레스토랑 어쩌고 하며 투덜거렸지만 레냐도 그렇고 나도 갑자기 블린이 먹고팠다. 그리고 료샤도 갑자기 '너네 때매 나도 블린 먹고 싶어지잖아!' 하고 이상해했다.

 

그래서 우리는 료샤의 고급 차는 그대로 세워놓고 근처의 체인점에 가서 블린을 왕창 시켜먹고 행복해했다 :)

 

 

.. 아이스크림 먹던 레냐와 저 벤치에 앉아 책 읽던 미샤의 이야기는 전에 writing 폴더에 올린 적 있다. illuminated wall이란 제목이다. 그 이야기는 여기서 읽을 수 있다 : http://tveye.tistory.com/3385

.. 카잔 성당 분수 앞 벤치와 미샤에 대한 얘기 추가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4059

 

.... * 배나무 거리와 미샤에 대해 료샤가 한 말들

- 그가 배나무 거리와 미샤에 대해 알게 된 경위 : http://tveye.tistory.com/3187,

- 그가 배나무 거리의 미샤와 축구에 대해 투덜댄 경위 : http://tveye.tistory.com/3249

- 그가 배나무 거리의 미샤에게 축구 대신 다른 것을 요구한 경위 : http://tveye.tistory.com/3386

 

..

 

내일 날씨가 좋으면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요새에 가기로 했는데... 제발 비가 안 오게 해주세요 ㅠㅠ

 

:
Posted by liontamer

이곳에 도착한 후 가장 평화로운 하루를 보냈다.

 

오늘은 날씨가 맑았고 하늘이 파랬다. 호텔 조식 먹으러 내려가기가 싫어서 한참 누워 있다가 부스스 일어났다. 날씨가 좋으니 네프스키 수도원에 가기로 했는데 일단 배가 고프니 아점으로 근처 식당에서 잘 먹고 가기로 했다.

 

내가 묵고 있는 호텔에서 조금만 걸어내려가면 자고로드느이 대로가 나오는데 그 대로와 루빈슈테인 거리가 만나는 모퉁이에 우크라이나 식당 '쉬녹'이 있다. 여기는 작년에 bravebird님이 가셨다가 맛있다고 추천해주셔서 나도 가봤는데 그때 무척 맛있게 먹었던 곳이다. 런치로 먹으면 가격도 저렴하다.

 

이번엔 런치에 내가 먹고 싶은 게 없어서 그냥 제값 주고 보르쉬와 키예프식 치킨 커틀릿을 주문했다. 우크라이나 식당이니까 우크라이나의 대표적인 음식을 먹는다. 보르쉬도 여러 버전이라 돼지고기 없는 것으로 추천을 받아 오데사 스타일의 보르쉬를 주문. 쇠고기와 토마토, 감자, 비트, 파프리카 등이 들어 있었는데 무척 맛있었다. 빵껍질이 덮여 나오고 그 빵을 먹을 수 있다. 고골의 보르쉬가 좀더 진하고 크리미한 맛이라면 여기 보르쉬는 딱! 그 보르쉬 맛이었다. 키예프식 치킨 커틀릿 역시 자르는 순간 기름이 주루룩 흘러나오는 것이 진짜(ㅋㅋ) 키예프 커틀릿이었다. 그러나 별로 느끼하진 않았다. (기름진 거 못먹는 내 입에도 나쁘지 않았음)

 

 

 

 

 

 

 

..

 

따뜻한 보르쉬를 먹으니 땀이 좀 났다. 몸이 많이 힘든 상태인가보다. 그래선지 어제 수프 비노의 치킨 수프와 오늘 쉬녹의 보르쉬가 둘다 몸에 필요했던 것 같다.

 

먹은 후 생각보다 날이 더워서 다시 숙소로 갔다. 트렌치코트와 카디건을 벗고 후드재킷으로 바꿔입은 후 나와서 버스를 타고 수도원에 갔다.

 

알렉산드르 네프스키 수도원은 내가 페테르부르크에서 제일 좋아하는 장소 중 하나이다. 난 언제나 날씨가 좋은 날, 햇볕이 따스한 날 이곳에 온다.

 

먼저 수도원 카페에 가서 얼그레이 티와 사과빵을 먹었다. 보통 여기 오면 수도원 모르스를 마시는데 오늘은 차를 안 마셔서... 사과빵은 여전히 담백하고 맛있었다. 전혀 달지 않았다. 지하 카페는 텅 비어 있었지만 잠시 후 러시아인들이 한둘씩 들어와 차와 빵을 먹고 나가곤 했다. 이 카페를 찾는 것은 거의 러시아인들이다. 그도 그럴것이 정교 수도원에 있는 카페이기 때문이다. 나도 이곳에 올땐 정교 신자는 아니지만 잠시 기도를 한다.

 

 

소박한 카페이다. 내가 사랑하는 곳이다. 사진 찍으면 안되는데 마음 속에 오래오래 간직하고 싶어 살짝 찍었다 ㅠㅠ

 

..

 

 

빵과 차로 몸을 데운 후 햇살 아래로 나왔다. 찬란한 오후였다. 하늘은 파랬고 햇살이 눈부셨다. 나는 스카프로 머리를 싸맸고 초를 네개 사서 수도원 내의 교회로 들어갔다. 러시아 정교 사원은 카톨릭이나 개신교 교회와는 많이 다르다. 벽에는 이콘들이 빽빽하게 늘어서 있고 이콘 앞에는 초들이 불을 밝히고 있다. 머리를 스카프로 가린 여자들과 허리를 굽힌 남자들이 이콘과 이콘 사이를 오가며 절을 하고 성호를 긋고(카톨릭과는 순서가 다르다) 한쪽에서는 정교 신부가 예배를 보기도 한다. 신도들은 이콘 앞에서 고개 숙여 인사하고 성호를 긋고 기도하고 이콘을 손으로 만지고 입을 맞추고 다시 성호를 긋고 인사를 한다. 초를 켠다.

 

나도 초를 켰다. 가족과 나를 위해. 우리 집은 개신교니까 엄밀히 말해서 정교 신자는 아니지만 성호도 그었다. 사실 진정한 신앙이 존재한다면 거기 차이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난 언제나 회의주의자인 내게 그런 믿음이 생기기를 바랬던 것 같다.

 

어두컴컴하고 화려하고 조용하고 촛불이 여기저기 총총 빛나고 있는 사원 안에서 잠시 시간을 보낸 후 다시 햇빛 아래로 나왔다. 하늘색과 흰색, 금색으로 칠해진 조그만 천사 이콘을 샀다. 수호천사 이콘이라고 되어 있는데 금발인 것을 보니 가브리엘 같다. 자세히 뜯어보면 좀 조잡한데 그래도 첫눈에 띄었기 때문에 샀다. 마음의 평안을 위해. 그리고 쓰는 글을 위해. 천사가 중요한 상징 중 하나인 글이니까.

 

 

..

 

수도원 경내를 오랫동안 거닐었다. 햇볕을 받으며 나무와 나무 사이를 걷고 꽃들을 보고 향기를 맡았다. 묘지 사이를 걸었다. 검고 축축한 흙을 밟았다. 묘지의 십자가들과 이름들을 보았고 바람을 맞았고 심호흡을 했다. 햇살이 따스했고 눈부셨다. 하늘이 너무나 파래서 온몸을 깨끗하게 통과해 지나가는 것 같았다. 평온이 찾아왔다. 나에게 가장 필요했던 순간이었다. 나는 이곳에 와야 했다. 내가 이곳으로 날아온 가장 큰 이유가 어쩌면 여기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 사진까지는 카메라로 찍은 것.

그리고 수도원 경내로 들어가서는 큰 카메라로 촬영하면 안되니(원래는 촬영 자체가 좀 그렇다) 소리 안나는 앱을 사용해 폰으로만 찍었다. 물론 교회 안은 찍지 않았다.

폰으로 찍은 수도원 사진들은 나중에 따로 올려보겠다. 아래 몇 장만.

 

(러시아 와서 올리고 있는 사진들 중 화질과 심도가 좋은 건 카메라로 찍은 거고 얕고 평면적인 건 폰으로 찍은 것들이다. 후자가 더 많다. 아무래도 휴대하기가 편하고 용량이 작아서 업로드도 쉬워서)

 

 

 

..

 

한참 산책을 하고 햇볕을 쬐다가 화단 안쪽에서 한가롭게 조는 고양이를 한 마리 발견했다. 토실토실하고 예쁜 고양이인데다 원체 사람들이 자주 지나가는 곳이라 웬만한 소음이나 기척에는 놀라지도 않았다. 햇살 받고 조는 고양이를 보니 나도 노곤해졌고 고양이를 바라보며 따뜻한 돌바닥에 한참 주저앉아 있었다. 고양이는 나를 보았고 귀찮아하며 도로 졸았다.

 

 

 

고양이를 바라보며 햇살 쬐며 노곤해하고 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앙증맞고 따뜻한 어린아이 손이 날 확 껴안았다. 그리고는 '쥬쥬~' 하는 조그만 목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라 돌아보니 레냐와 료샤가 뒤에 서 있는 것이 아닌가! 내가 놀라 소리를 지를 뻔 했는데 레냐가 '쉿! 고양이 깨!' 하길래 나도 꾹 참았다 ㅋㅋ

 

..

 

우리는 원래 내가 산책을 마친 후 수도원 앞에서 만나기로 했었다. 근데 둘이 생각보다 좀 일찍 도착해서 수도원에 들어왔다고 한다. 좀 걷다가 보자마자 나인 줄 알았다고 하길래 나는 의아했다.

 

나 : 어떻게 난줄 알았어? 나 머리에 스카프 두르고 있었는데!! 뒷모습만 보고!

 

료샤 : 그걸 모르냐~

 

나 : 또 호빗이라 할라고!

 

료샤 : 아니야! 수건 두르면 뭐해! 땅바닥에 요가 자세로 앉아 있는데 그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된다고! 놀라운 동양의 신비!!

 

나 : (아, 맞다. 나 양반다리 하고 앉아 있었지 ㅋㅋ) 그거 동양의 신비 아니야 이 바보야 ㅠㅠ 나처럼 둔한 사람도 다 하는 거야..

 

레냐 : 아니야! 나는 알아! 뒷모습만 봐도 알아~ 쥬쥬우우우~~

 

..

 

우리는 함께 수도원을 조금 거닌 후 한쪽에서 수도원 시장이 열린다고 해서 거기도 가보았다. 수도원에서 만들었다는 꿀을 먹어보고 배아플 때 좋다는 꿀을 사고 또 각종 향초가 배합된 차를 이것저것 시향한 후 차를 사고 있자니 료샤가 혀를 찼다. 척 봐도 '상술에 넘어가는 바보 토끼!'라는 눈빛이었지만 나는 '수도원에서 만든 거니까 살 거야!'라는 시선을 마구 쏘아주었다 ㅋㅋ

 

료샤의 차를 타고 걔네 집으로 갔다. 레냐가 피자를 먹고 싶어해서 근처 이탈리안 식당에 갔다. 나는 해산물 리조또를 시켜서 막 먹었다. 료샤가 혀를 찼다.

 

료샤 : 왜 그렇게 정신없이 먹니.. 굶었냐?

 

나 : 쌀밥이라서... 밥 먹고 싶었어... 밥이다 밥...

 

료샤 : 너 왜 이렇게 오늘 불쌍하게 굴어 ㅠㅠ 수건 쓰고 요가자세로 앉아 고양이 보고 있지를 않나, 꿀 찍어먹고 찻잎 냄새 맡고 비닐봉다리에 꿀이랑 차 사지 않나... 쌀이라고 리조또를 막 욱여넣질 않나...

 

나 : 안 불쌍해! 수도원 오면 원래 그런 거야! 그리고 집 떠나오면 원래 쌀밥 먹고픈 거야!

 

료샤 : 불쌍해. 많이 먹어. 한 접시 더 시켜줄까?

 

나 : 내가 돼지냐!

 

레냐 : 아니야! 쥬쥬는 돼지 아니야, 쥬쥬는 토끼야~ 토끼여왕이야~

 

우리는 함께 식사를 했고 료샤네 집에 가서 허브차를 마셨다. 레냐는 내일 학교에 가야 하는데다 엄격한 엄마 탓에 귀가 시간이 정해져 있었으므로 료샤는 레냐를 먼저 집에 데려다 주었고 그다음에 나도 숙소로 데려다 주었다. 료샤는 숙소가 맘에 안 든다며 나에게 도로 자기 집으로 가서 자고 가라고 했지만 그냥 내일 보기로 했다. 얘도 어제 출장에서 돌아와 많이 피곤한 거 안다.

 

내일 우리는 같이 공연을 보러 갈 것이다. 아마 저녁도 먹을 것이다. 레냐랑은 모레부터 만나 다시 놀 것이다.

 

여기 수도원이 있고 햇살이 있고 친구가 있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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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2월. 페테르부르크.

 

페테르부르크에 가면 한번은 꼭 들러서 식사를 하거나 차를 마시는 곳이 있으니 그곳은 바로 네프스키의 명소인 Singer 카페이다. 유명한 돔 크니기 건물 2층에 자리잡고 있는데 창 너머로는 카잔 성당이 보이는 명소이다. 창가 자리는 잡기가 쉽지 않아서 타이밍을 잘 맞춰야 한다.

 

이 날은 굉장히 추운 날이었지만 하늘이 파랬고 햇살이 쨍 하고 내리쬐는 날이었다. 마린스키에서 운하 따라 실컷 산책한 후 지친 몸으로 여기 왔는데 창가 자리가 비어 있어 행복해 하며 앉았다. (그러나 너무 햇볕이 따가워서 나중엔 좀 괴로웠다 ㅠ)

 

 

 

이렇게 카잔 성당이 보인다.

 

겨울이라 분수는 작동하지 않지만... 따스해지면 분수도 보인다. 그때 사진은 다음에 또 올려보겠다.

 

이 곳 음식은 대체로 맛이 괜찮은 편이고 블린이나 디저트도 맛있다. 그러나 도심인데다 명소이기 때문에 가격은 다른 카페나 음식점보다는 비싼 편이다.

 

 

 

이때는 런치 메뉴를 주문했다. 나무열매 모르스, 야생버섯 수프, 새우 크림 파스타였다.

 

 

 

겨울 햇살이 정말 찬란하고 따가웠다.

 

 

 

 

 

스메타나 넣어서 먹었다. 수프 맛있었다.

 

 

 

 

 

 

 

이번 겨울에도 가고 싶었는데... 2월까지 너무 바쁘니 과연 갈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그리우니 사진만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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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10. 1. 09:00

발칸 스타일의 사과 케익, 고스찌에서 russia2015. 10. 1. 09:00

 

 

부쩍 추워졌다. 출근하는데 스산하고 빗방울 떨어지고 바람 불고 어두컴컴해서 딱 러시아 가을 날씨였다. 이런 날씨엔 따뜻한 차 한 잔 마시며 아늑한 카페에 틀어박히고 싶은 것이 인간의 본능이건만.. 출근해서 이제 일을 시작해야 하고... 슬픈 마음에 그 아늑한 카페와 따뜻한 차와 맛있는 케익 사진 올려본다.

 

지난 7월, 페테르부르크 갔을 때. 항상 들르는 카페 겸 레스토랑 고스찌. 여기는 음식도 맛있고 디저트도 맛있다. 세르비아 출신 부부가 주방장/파티셰를 하고 있다.

 

이 날 갔을때 아주 친절한 남자 점원이 디저트를 이것저것 추천해주기도 하고, 주인이 세르비아인이라 식재료를 세르비아와 발칸에서 공수해온다는 얘기도 해주었는데 무척 재미있었다. 내가 여기 메도빅이 최고라고 하자 매우 좋아했고 자기도 메도빅을 좋아한다, 축제 분위기 나는 케익이라서..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스메딴닉 케익과 브라우니를 추천해주었다. (떠나는 날 다시 와서 그 스메딴닉을 먹어봤는데 슬프게도 스메딴닉은 내 취향은 아니었음 ㅠㅠ)

 

사진의 케익은 '발칸 스타일의 사과 케익'이란 이름이 붙어 있었다. 맨 위에 놓여 있는 파란 체리 같은 것이 미니 사과인가 싶었다(장식용인지 살짝 떫었음). 케익 아주 맛있었다.

 

 

 

여기가 그곳이다. 예전에 사진 올렸지만.. '다이어트 따위에 낭비하기엔 인생은 너무 짧다'란 문구가 붙어 있는 그 카페. 진열대의 케익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세뇌되어 끄덕끄덕 :) 여기 케익들은 그런 문구를 붙일 자격이 있다.

 

진열대 너머로 점원의 등이 보인다. 뒷모습을 보니 이 사람은 나랑 얘기한 그 점원은 아닌 듯.

 

 

 

 

 

 

 

전에도 몇번 이곳 사진 올린 적 있지만.. 아늑하고 따스한 내부. 이 카페 너무 좋다. 밥 먹을 땐 2층으로 올라가서 먹는데 2층은 좀 더 밝고 널찍한 분위기이고 1층, 흔히 말하는 반지하층의 이 카페는 아주 아늑하다. 러시아어로는 '우유뜨나'한 분위기라고 한다.

 

 

 

 

 

아아.. 추워지니 저 케익들과 저 아늑한 카페가 너무나 그립구나!!

 

 

그래서 마지막으로 케익 사진 한 장 더...

 

** 이날의 메모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3900

 

.. 혹시라도 페테르부르크에 여행가실 분들은 고스찌에 꼭 가보세요. 이삭 성당으로 내려가는 쪽 방향의 말라야 모르스카야 거리에 있습니다~

 

.. 태그의 고스찌를 클릭하면 전에 올린 사진들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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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의 도시 페테르부르크는 여러 가지 상징물들이 있는데, 청동기사상, 이삭성당, 네프스키 대로, 반으로 갈라지는 궁전 다리, 붉은 등대, 정오마다 빵 하고 쏘는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요새의 대포, 에르미타주, 마린스키, 도스토예프스키 등등 다양하지만 이런 거창한 것들 빼고~ 먹거리로 이 동네 사람들이 또 하나 내세우는 게 있으니 그것은 바로 '코류슈카'라는 것이다.

 

예전엔 지나가면서 간판이나 광고에 코류슈카라고 씌어 있거나 물고기 그림이 있으면 그냥 그러려니 했는데 알고보니 이것은 네바 강에서 나는 물고기라는 것이다. 최근 재미있게 읽었던 '비정형화된 여행자들을 위한 페테르부르크 여행서' 시리즈를 보니 늦은 봄부터 코류슈카가 등장하면 주민들은 여름의 향기를 느낀다고 한다. 원체 겨울도 길고 햇빛 보기 힘든 곳에 사는 사람들이라 여름에 대한 이들의 갈망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이기 때문에 왜 그렇게 코류슈카를 좋아하는지 이해도 된다.

 

하여튼 맛있다고 해서 나도 엄청 궁금해졌다. 그래서 이번에 갔을 때 료샤에게 물어봤다.

 

나 : 코류슈카 맛있니?

료샤 : 앗, 너 그거 안먹어봤어?

나 : 응.

료샤 : 어휴, 뻬쩨르에 살아보기까지 한 애가 코류슈카를 안 먹어봤단 말이냐!

나 : 나는 여름 시즌에는 살아본 적이 없어. 여행이나 왔지...

료샤 : 가자! 내가 오늘 코류슈카 사주마!

 

그리하여 우리는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요새에 갔다. 이 날은 간만에 날씨가 아주 좋아서 진짜 여름날씨였다. 해가 쨍쨍했다.

 

료샤 : 여기 이번에 새로 생긴 레스토랑인데 이름이 무려 '코류슈카'다!!

나 : 우와~~

 

페테르부르크에는 유명한 음식점 브랜드가 있는데 '긴자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고급 레스토랑들과 비스트로 등을 내고 있다. 이 코류슈카도 긴자 프로젝트에서 낸 식당이라고 한다.

 

 

 

생긴지 얼마 안돼서 반짝반짝~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요새로 들어가면 입구 쪽 강변에 있다. 간판에 코류슈카 생선들이 즐비~~

 

료샤 : 원래 코류슈카는 다차(별장) 쪽에 가서 직접 낚아서 불에 구워먹는게 제일 맛있긴 한데, 여기도 나쁘진 않더라고. 너 생선 좋아하니까 괜찮을 거야.

나 : 우왕~~

 

 

 

그래서 이렇게 코류슈카 튀김을 주문..

메뉴판에는 음식 종류도 굉장히 많고 코류슈카도 튀김, 구이, 절임 등등 다양했는데 이게 제일 앞에 나와 있어서 음, 시그니처 메뉴구나 하고 생각해서 이거 시킴.. 1인분에 다섯 마리 들어있음.

 

 

 

레스토랑 내부는 이렇다.

창 너머로는 강변도 보이고 네바 강도 보이고 그 너머 에르미타주와 이삭 성당 등등도 보인다~

 

 

 

이때는 평일 낮이어서 사람이 별로 없었다.

 

 

 

매주 목, 금, 토 9시에는 뮤지컬 위크엔드라고 해서 음악 연주도 있는 모양이다.

 

 

 

목이 마르니 먼저 음료수를..

이것은 딸기 모르스 :) 진하고 맛있었다!

 

 

 

와, 나왔다~~ 코류슈카 튀김~

소스는 나무열매와 버터 등을 섞어서 만든 것 같았는데 내 입맛엔 살짝 느끼해서 소스 안 찍어먹는 게 더 맛있었다.

 

생선이 딱 다섯 마리 밖에 안 들어있음.

이건 원래 머리부터 꼬리까지 뼈까지 다 씹어서 먹는 건데 난 처음엔 다 씹어먹다가 나중엔 귀찮아서 머리는 안 먹었다. 그랬더니 료샤가 나보고 '쳇, 넌 역시 진정한 뻬쩨르인이 아니야~! 머리까지 다 먹는 건데!' 라고 했다 ㅠㅠ

 

코류슈카 튀김은 짭짤하고 맛있었다. 예전에 헬싱키 시장에서 먹었던 생선 튀김도 좀 생각났는데 그것보다는 더 촉촉하고 덜 짰다. 맛있었다~

 

 

 

사진 보니 다시 먹고 싶네..

 

 

 

생선 한 마리 꺼내놓고..

이거 진짜 금방 먹는다 ㅠ

료샤는 이거 술안주라서 잔뜩 쌓아놓고 맥주랑 먹으면 계속 먹게 된다고 했다.

 

 

 

하여튼 친구 덕분에 맛있게 먹고 기분 좋게 나왔다.

하늘도 맑았고.. 창문에 비친 구름이 보이시는지~ 구름도 뭉게뭉게..

그리고 지붕의 저 코류슈카 그림은 참으로 앙증맞았다~

 

다시 보니 먹고 싶다, 코류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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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페테르부르크에 갔을 때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곳을 소개하겠다. 네프스키 대로 근방에 있는 슈베드스키 페레울록에 위치해 있는 '두셰브나야 꾸흐냐'(Душевная кухня)라는 카페이다. 이 이름의 뜻은 영혼의 부엌, 소울 키친 정도 된다.

 

이 날은 눈도 오고 길은 진창이고 무척 음습하고 힘든 날이었다. 러시아 박물관 갔다가 로모노소프 찻잔 사러 갔는데 평소 잘만 찾아다녔던 코뉴셴나야 거리의 그 가게가 이날따라 아무리 찾아도 눈에 띄지 않았다. 게다가 엎친데 덮친 격으로 궂은 날씨 때문인지 길도 잃어서 운하변을 따라 뺑뺑이를 돌고 무척 고생을 했다.

 

이미 찻잔은 포기. 너무너무 피곤하고 춥고 정신이 없고 배도 고프고 멍해서 일단 어디 들어가 몸을 녹이고 밥이라도 먹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길 잃고 헤맬 때 눈에 띄었던 카페가 있어 그곳에 갔다. 스웨덴 대사관 근처에 있는 카페인데 간판도 예쁘지만 대문에 붙어 있는 메모가 어쩐지 마음에 들었던 곳이었다.

 

대문에 씌어 있는 메모는 찍진 않았는데... 이렇게 씌어 있었다.

 

' 우리 가게 문이 좀 무거워요, 잘 안 열릴 때도 있으니 겁먹지 마시고 용기를 내어 세게 밀어 보세요!~'

 

어쩐지 그 메모가 위안을 주는 것 같기도 하고, 살짝 웃게 만들기도 하는 거였다. 아무리 여행을 많이 다녀도 문이 닫혀 있는 카페에 혼자서 쑥 들어가는 게 사실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니까.

 

 

 

이렇게 가로등 램프 아래 카페 간판이 걸려 있다.

 

 

 

카페 두셰브나야 꾸흐냐 라고 적혀 있음. 아래 그림들도 아기자기 귀엽다.

 

 

 

이 칠판에는 '두셰브노 이 베셀로', 마음 따뜻하고 즐거운 곳이란 메모가 적혀 있다.

 

 

 

 

 

슈베드스키 페레울록은 말라야 코뉴셴나야 거리와 발샤야 코뉴셴나야 거리를 잇는 조그만 뒷길이다. 스웨덴 대사관이 있는 곳이다. 이 골목으로 꺾어들면 저 안쪽에 있다.

 

문은 정말 무거웠다. 용기를 내어(ㅋㅋ) 밀고 들어갔다.

 

 

안은 따스했다. 카운터에는 젊은 남자 직원 하나가 앉아 있었다. 내가 멍해 하자 방긋 웃으며 안으로 들어오라고 안내해주었다. 이때 난 눈도 맞고 바람도 맞고 춥고 길도 잃고 하여튼 반쯤 유체이탈 상태라 노어도 잘 안 들리고 정신이 없었다. 점원은 내가 외국인이라는 걸 알자 약간 당황했으나 아주 친절했다. 손님이 전혀 없었다. 맨 앞 테이블(이 사진에서 왼편에 보이는 주황색 소파 테이블)에 앉을까 했으나 앉아보니 테이블이 내겐 너무 높아서 가장 안쪽으로 들어갔다.

 

청년이 코트를 받아주러 왔다. 친절하게 말을 걸었다. (이후 알게 되었는데 그의 이름은 데니스였다)

 

데니스 : 너무 추워서 얼었군요?

나 : 어... 네. 얼었어요. 밖이 추워요.

데니스 : 그럼 몸 녹이도록 차나 커피를 먼저 드릴까요?

나 : 아, 네.

 

 

 

데니스가 차를 한잔 먼저 가져다 주었다. 그냥 그린필드 티백이었다. 하지만 따뜻해서 정말 몸이 녹았다.

 

메뉴판을 보고 주문을 했다. 이때 너무 추워서 일단 뜨거운 수프가 절실했다. 핀란드식 우하(생선수프)가 있어 그것을 골랐다. 우하는 원래 좋아하지만 여기 우하가 연어로 끓인 거라고 되어 있어 잠시 망설였으나 그냥 주문. 그리고 메인으로는 야채 가니쉬를 곁들인 치킨 필레를 주문했다. 수비드로 쪄서 기름에 살짝 볶고 사과소스를 쓴다고 되어 있었다.

 

데니스는 매우 친절했다. 차를 마시고 나니 몸도 살짝 녹았고 정신도 좀 돌아왔다. 음식이 나오기 전에 카페 내부를 좀 구경했다. 아주 아늑했다. 내가 아주 좋아하는 타입의 카페였다. 즉, 서재 스타일의 인테리어에 아늑하고 살짝 어둡고 살짝 인텔리겐치야 냄새가 나는 곳이었다.  

 

 

내가 앉았던 창가 자리. 외국어 서적들을 비롯해 러시아 서적들, 사진 관련 도서들이 있었다.

 

책을 저렇게 무심한 듯 근사하게 흩어 놓는 것도 기술이다. 나 같은 정리벽 있는 성격은 절대 저걸 못한다. (결국은 똑바로 정렬하고 있으니 ㅠㅠ)

 

 

 

 

 

이렇게 가장 안쪽에는 책상과 책꽂이, 책들이 있고 근사한 사진들도 많다.

 

그리고 먼저 수프인 핀란드식 우하가 나왔다. 

 

 

핀스까야 우하. 따끈하게 데운 흑빵 한 조각과 함께.

 

나는 러시아에서 우하를 여러 번 먹어봤다. 가끔은 내가 직접 만들어 먹기도 했다. 그리고 농담 안 하고, 이 우하는 여태껏 내가 먹었던 우하 중 최고였다. 정말이다.

연어는 자잘하게 조각나 있었고.. 아마도 크림이 섞인듯한 수프로 허브가 들어 있었고... 난 평소 우하에 크림을 넣지 않고 맑게 끓이는 편이고 평소에는 크림 들어간 수프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우하는... 정말 맛있었다. 난 이렇게 맛있는 우하를 처음 먹어봤다. 몸이 사르르 녹았다. 살짝 간간했지만 짜지도 않았고.. 비린내 전혀 없고 너무나 부드럽고 너무나 담백하고 구수하고 맛있었다. 저 우하 한 그릇을 끝까지 다먹었다. 흑빵도 따스하고 살짝 시큼하고 구수한 것이 정말 맛있었다. 두셰브나야 꾸흐냐가 맞았다. 정말 맛있는 수프였다. 두고두고 생각날 음식이었다.

 

 

사진 보니 생각난다. 다시 먹고 싶다. 정말 맛있었다.

 

 

 

이어 수비드로 요리한 치킨 필레 등장.

 

보통 러시아에서 닭요리를 시키면 기름에 튀겨진 커틀릿이 많이 나온다. 그렇지 않더라도 하여튼 기름기가 많다. 그러나 이 치킨 요리는 전혀 기름기가 없었다. 일단 닭가슴살을 수증기로 찐 후 기름에 구운 거라서 안은 촉촉했고 전혀 느끼하지 않았다. 소스는 식초가 들어간 듯 살짝 새콤하면서도 달콤하고 조금 묵직한데 홀머스터드가 섞여 있어 느끼하지 않고.

 

거기에 가니쉬로 곁들인 저 파프리카가 진짜 맛있었다. 언젠가부터 소화가 잘 안되는 느낌이라 파프리카를 안먹은지 꽤 됐는데 이것은 소스가 어찌나 달콤한지.. 사과와 꿀이 들어간 것 같았다.. 진짜 달콤하고 맛있고 파프리카는 부들부들하고 물컹한게 정말 맛있었다!! 전부 다 먹었다. 

 

이날 이 카페에서 먹은 이 늦은 점심은 이번 페테르부르크 여행에서 먹은 음식 중 최고였다. 고골의 보르쉬도, 징게르 카페의 근사한 치킨감자 블린도, 심지어 그랜드 호텔 유럽의 비프 스트로가노프보다 더 훌륭했다. 

 

 

 

다 먹고 나니 데니스가 그릇 치우러 왔다. 음식이 입에 맞느냐고 물었다. 아주 맛있었다고 대답.

 

데니스 : 어디서 오셨어요?

나 : 한국이요.

데니스 : 거기 날씨는 어떤가요? 여기처럼 추워요?

나 : 한국도 춥지만 여기가 더 추워요.

데니스 : 거기도 여기처럼 눈 오나요?

나 : 그럼요. 근데 여기가 더 많이 와요. 오늘 날씨 너무 안 좋아요.

데니스 : 여기 춥지만 그래도 지금은 많이 안 추워요. 제 친구는 ㅇㅇ에서 왔는데(못 알아들은 지명) 거긴 영하 30도거든요!

나 : 아, 저 옛날에 여기 살았었는데 그때 한번 영하 30도 내려갔었어요. 뜨람바이 타고 가다 엔진 얼어서 내린 적 있어요.

 

우리는 웃었다.

 

계산을 한 후 나오면서 코트를 찾자 데니스는 오해를 하고 화장실을 가르쳐 주었다. 아니요, 코트요~ 하니까 자기도 잊었다면서 웃으며 코트를 가져다 주었다. 아마 내가 외국인이라 그도 살짝 긴장했던 듯 ㅋ

 

나 : 이 카페가 너무 우유뜨나하고 예뻐요. (우유뜨나는 아늑하고 따스하다는 뜻의 노어이다) 정말 우연하게 찾았는데...

데니스 : 우리 카페에 오는 사람들이 거의 다 그렇게 우연히 들어와요 :)

나 : 너무 좋았어요. 친구들에게 소개하고 싶어요.

데니스 : 친구들 꼭 데려오세요~

 

이 날 길 잃고 헤매서 너무 힘들고 짜증났는데 맛있는 음식에 친절한 사람, 좋은 분위기 카페 덕에 기분이 완전히 전환되었다. 역시 맛있는 음식과 따스한 분위기만으로도 사람은 행복해진다.

 

.. 그래서 페테르부르크 떠나기 전날, 카페에 다시 갔다!

 

 

나 : 저 다시 왔어요.

데니스 : 다시 왔네요~ 물론이죠!!

 

 

 

 

 

이번엔 멋진 새 조각품이 있는 창가에 앉았다 :)

 

메뉴를 보고 이번에는 보르쉬와 생선 크넬리(우리 나라의 전과 좀 비슷한 음식) 주문.

 

 

음식 나오기 기다리면서 귀여운 램프 발견~

 

 

여기저기 아기자기한 소품이 많다 :)

 

 

 

이번엔 티포트로 차 주문. 첨에 마셨던 차 한 잔은 50루블, 이렇게 포트로 나오는 건 100루블. 환율이 떨어져서 지금 100루블이면 약 1800원 정도이다.

 

 

보르쉬가 나왔다.

 

사실 우하 다시 먹고 싶었는데 이곳 음식이 맛있었으니 보르쉬도 먹어보고 싶어서. 다만 어떤 곳은 쇠고기 대신 돼지고기를 쓰기 때문에 물어봤더니 우리는 특이하게 오리고기를 써요~ 라는 대답. 신선한 허브와 스메타나가 같이 나왔다.

 

 

스메타나와 허브 얹어서 보르쉬를 먹었다.

보르쉬도 맛있었다. 내가 스메타나를 좀 많이 넣어서 내 입맛엔 살짝 짠 편이었지만 그것 빼곤 만족!

(그래도 역시 그 우하가 최고였다)

 

 

 

그리고 농어 크넬리가 나왔다. 아마 체코의 크네들리키랑 비슷한 요리가 아닐까 싶은데. 밀가루 반죽 같은 것으로 생선 완자를 감싸서 기름에 구워낸 요리이다. 아래에는 감자 팬케익이 깔려 있다. 이게 양이 상당히 많았다. 맛은 좋았는데 양이 많아서 팬케익은 좀 남겼다. 소스도 그렇지만 감자 팬케익 반죽에는 마늘과 고추가 들어가 살짝 매콤하고 톡 쏘는 맛이 났다. 술을 부르는 맛!!! (하지만 난 차를 마셨지..)

 

맛있게 먹은 후..

 

나오기 전에 데니스와 이야기를 좀 나누었다. 카페 여기저기에 17-19 라는 메모가 붙어 있어 그게 무슨 뜻인지 묻자 이 카페가 예전에는 17-19라는 이름으로 다른 곳에 있다가 작년에 이쪽으로 이사오면서 이름이 바뀌었다고 했다.

 

나 : 저 내일 한국으로 돌아가요. 오늘이 삐쩨르(페테르부르크의 애칭) 마지막 날이라 이번 여행에서 제일 마음에 들었던 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왔어요 :)

데니스 : 영광이에요! 다시 오실 거죠?

나 : 네, 언젠가는. 백야 때 오고 싶은데 아직은 희망사항이에요 :)

데니스 : 꼭 백야 때 오세요!

나 : 친구들에게 소개해주고 싶은데 사진 찍어도 돼요?

데니스 : 그럼요! 우리 약속해요. 백야 때 당신은 친구들을 한 패거리(ㅋㅋ) 데리고 오고 전 차와 커피를 서비스로 드리겠어요~!!

나 : 약속한 거예요 :)

 

그래서 데니스 사진을 두 장 찍었다. 카페 명함도 받았다. 주소와 사이트, 인스타그램 주소 등이 적혀 있었다. 데니스가 자기 이름도 써 주었다. 나도 내 이름을 알려주었다. 페이스북 대신 이 블로그 주소를 알려주었다.

 

나 : 근데 제 블로그는 한국어로 되어 있어요 ㅎㅎ

데니스 : 괜찮아요, 이 참에 외국어 공부 좀 하죠. 공부는 좋은 거예요 ㅋㅋ

 

그리하여 우리는 행복하게 웃었고, 나는 그의 따스한 환송 인사를 받으며 카페를 나왔다. 그리하여 나의 페테르부르크 마지막 날은 행복한 하루가 되었다.

 

그럼 우리의 훈남 청년 데니스(Denys) 사진 두 장. 블로그에 올려도 된다고 허락받음 :)

노어로는 '제니스'에 가깝게 발음된다.

 

 

 

정말 친절한 청년이고 미소가 해사했다. 데니스 덕분에 이 카페가 더욱 더 두셰브나야 꾸흐냐가 된 것 같았다 :)

 

그러니 혹시라도 페테르부르크 여행을 가실 분들은, 시간을 내서 이 카페 'Душевная кухня' (두셰브나야 꾸흐냐)에 꼭 한번 가보세요. 영어 메뉴판도 있음! 그리고 문이 무거워도 겁먹지 마시고 세게 밀고 들어가세요. 혼자 가셔도 겁낼 필요 없어요. 친절한 데니스가 있으니까요.

 

이 카페 지도를 올리고 싶은데 내가 구글 맵 첨부하는 방법을 모르는 컴맹이라.. 카페 사이트 주소들을 아래 첨부한다. 노어 아시는 분들은 아래 주소를 보세요.

 

'Душевная кухня' (Dushevnaya kukhnya)

ШВЕДСКИЙ ПЕРЕУЛОК, 2
(между Малой и Большой Конюшенными, метро «Невский проспект»

전화번호 : 8 911 009 55 48


<인터넷 주소들>

http://17-19.ru/

http://vk.com/club17188019

instagram soul.kitchen

혹은 페이스북에서 'Душевная кухня бывшее 17-19'를 검색해도 나온다. 근데 이게 다 노어로 되어 있다는 함정이 있네..

 

백야 시즌에 꼭 다시 돌아갈 수 있기를. 고마웠어요 데니스!

 

Спасибо, Денис!

 

** 이 카페 처음 갔던 날 메모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3509

** 치즈홍차님 요청으로 크림 넣은 핀란드식 우하 레시피 찾아내 번역해 올림 : http://tveye.tistory.com/3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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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5. 2. 10. 16:11

고스찌의 꿀케익 메도빅 russia2015. 2. 10. 16:11

 

 

러시아나 프라하에 가면 내가 꼭 먹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꿀케익 메도빅. 체코에서는 메도브닉이라 부른다. 견과와 꿀이 가미되어 여러 겹 겹쳐 만드는 맛있는 케익이다. 이것은 정말 맛있다 :)

 

맨처음 이걸 먹은 건 오래 전 러시아에서 공부할 때였다. 그때 이걸 사먹었던 가게에서는 '묘도보예 삐로즈노예', 즉 꿀 조각케익이라고 해서 난 내내 '묘도보예'란 이름으로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 러시아에선 '메도빅', 체코에서는 '메도브닉'이라고 불렀다. 재작년 프라하에 머물 때 그 동네 메도브닉 진짜 여러 종류 먹어봄 :) 근데 솔직히 말하자면.. 체코 메도브닉이 좀 더 맛있었다 ㅎㅎ '메드', '묘드'는 꿀이란 뜻이다.

 

여기는 페테르부르크의 유명한 레스토랑/디저트 카페인 고스찌. 전에 몇번 포스팅한 적 있다. 음식도 괜찮지만 디저트 케익이 일품이다. 특히 이 메도브닉은 크림도 풍부하고 정말 맛있다!~

 

계속 잠도 모자라고 입맛도 없고 몸도 피곤해서 훌륭한 메도빅 사진 올려본다 :0

 

 

 

 

 

가게 안은 이렇게 생겼다. 편안하고 아늑한 분위기. 여긴 반지하 1층이고, 레스토랑은 2층에 있다.

 

 

진열장 안에 근사한 케익들이 가득가득!!

 

 

흔들리고 번졌지만.. 이런 글귀가 붙어 있다.

" 다이어트 따위에 낭비하기엔 인생은 너무 짧다! "

훌륭하다!!!

 

* 태그의 고스찌 를 클릭하면 이곳에 대한 이전 포스팅들을 볼 수 있다

* 태그의 메도브닉을 클릭하면 아마 전에 체코에서 시도했던 여러 메도브닉이 나올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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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