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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동기마상'에 해당되는 글 38

  1. 2020.05.17 한밤의 페테르부르크, 백야 2
  2. 2019.11.15 11.15 토요일 01 : 늦잠, 고스찌 다시 가서 아점, 네바 강변 산책
  3. 2019.04.14 백야, 천사와 황제, 네바 강 2
  4. 2019.01.27 백야
  5. 2018.10.05 황제와 네바 강, 갈매기와 아틀라스
  6. 2018.09.29 토요일 오후, 슈클랴로프님 화보, 코니 윌리스, 새 찻잔, 꽃들
  7. 2018.09.18 청동기사상, 네바 강
  8. 2018.05.15 더위 퇴치를 위한 한겨울 페테르부르크 2
  9. 2018.03.12 한겨울 해질 무렵의 페테르부르크 4
  10. 2017.11.06 사랑하는 도시, 사랑하는 장소들
  11. 2017.10.08 10.7 토요일 밤 : 사계(일리야 쥐보이 안무) 짧은 메모, 드디어 산책, 수프 비노, 많이 큰 레냐
  12. 2017.09.20 안녕 물과 돌의 도시, 빛과 얼음의 도시 4
  13. 2017.06.28 더위 퇴치를 위한 페테르부르크 12월 사진 두 장 더 8
  14. 2017.01.04 얼어붙은 도시의 석양 4
  15. 2016.11.29 너를 사랑한다 표트르의 창조물이여
  16. 2016.07.21 백야의 네프스키 거리를 따라 청동기사상까지, 엽님과 다시 만나러 가던 길 8
  17. 2016.07.11 발레 청동기사상 - 슈클랴로프의 예브게니 광란 장면(유튜브 링크) 8
  18. 2016.07.09 체리와 창문에 비친 그림자, 프로그램과 백조와 사진들의 연결 고리는... 2
  19. 2016.07.03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화보 몇 장 2
  20. 2016.07.01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커튼 콜(지젤, 청동기사상) 사진 몇장 더
  21. 2016.07.01 6.29 수요일 : 떠나는 날, 아침의 짧은 만남, 마지막 산책, 레냐야 엉엉, 그리고 비행기 탐 2
  22. 2016.06.17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커튼 콜 사진 몇 장(청동기사상, 돈키호테)
  23. 2016.06.13 bravebird님을 위한 석양 사진 몇 장(6.10) 2
  24. 2016.04.01 석양 무렵 청동기사상 사진 몇 장
  25. 2016.03.31 청동기사상(스메칼로프 안무) 오늘 개막.. 2
2020. 5. 17. 21:27

한밤의 페테르부르크, 백야 russia2020. 5. 17. 21:27

 


 

백야의 페테르부르크. 2015년 7월초, 밤중. 네바 강과 청동기사상 주변 산책하며 찍은 사진 몇 장. 빛과 어둠, 물과 하늘이 함께 뒤섞이며 부유하는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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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일어났다. 깨어서는 업무 연락 때문에 한동안 톡과 문자로 일 처리...



밤 공연 보러 가니 오늘의 메모는 나눠서 적는다.



고스찌에 가서 아점 먹었다. 알고보니 런치 메뉴가 계속 있긴 한데 가격이 오름. 선드라이드 토마토와 호박무스 얹은 브루스케타, 보르쉬, 계란과 완두콩퓌레 곁들인 소고기 커틀릿(실제론 함박스테이크 비슷) 세트 시켜서 먹었는데 맛있긴 했으나 메인은 내겐 맛이 무거워서 좀 남김.











비가 안 오고, 해는 안 나지만 하늘이 그래도 약간 파란색이 좀 났다. 그래서 해군성 공원과 청동기사상(안녕하시오 황제), 네바 강 쪽을 좀 산책한 후 꽃집에 들러 오늘의 지그프리드 왕자님 발로쟈를 위한 꽃다발을 사서 방에 돌아옴. 방에서 좀 쉬다가 저녁 공연 맞춰 나가려고 한다. 가방도 마저 싸고... (흐헝 ㅠㅠ)



아 근데 왜 이렇게 졸린가 헉헉.. 늦잠까지 잤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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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4. 14. 20:06

백야, 천사와 황제, 네바 강 2016 petersburg2019. 4. 14. 20:06




예전에 쓰던 글을 꺼내 어제 다시 쓰기 시작하느라 몇년 전 사진들도 뒤적여 보았다. 2016년 6월. 페테르부르크. 백야. 한밤중 해질 무렵 네바 강변 산책하며 찍은 사진 몇 장. 이삭 성당의 천사들 실루엣, 말을 타고 있는 황제 표트르, 가로등 램프 그림자, 교각과 불빛들, 일렁이는 수면, 백야의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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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 27. 00:40

백야 russia2019. 1. 27. 00:40

 

 

돌이켜보니 백야 시즌에 페테르부르크에 다녀온 건 2016년 여름이 마지막이었다. 재작년엔 10월, 작년엔 9월에 갔었다. 16년에는 6월에 갔고 그곳에 3주 넘게 머물렀다. 하지만 그때는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기였기 때문인지 당시에 대한 기억은 백야의 아름다움보다는 차갑고 창백한 느낌이 더 강하다. 오히려 그 전의 백야들이 더 기분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사진들은 2015년 7월에 갔을 때. 밤에 석양 보러 나가서 네바 강변 거닐며 찍은 사진들 몇장. 7월 하순이라 백야 시즌의 절정은 이미 좀 지나 있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환상적으로 아름다웠다.

 

석양 즈음의 네바 강변 산책은 황제. 표트르. 청동기사상부터 시작된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그리고 하늘. 구름. 강물. 빛. 무수하고 아름다운 빛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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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페테르부르크를 떠나던 날. 밤 비행기라 오후까지 거리를 산책하고 차를 마셨었다.

 

 

청동기사상, 네바 강, 그리고 궁전광장과 아틀라스로 이어지는 길을 걸으며 찍은 사진 몇 장.

 

 

 

 

 

 

 

 

 

다녀온지 얼마 안 됐는데 다시 가고프다. 하지만 료샤 말로는 지금 이미 5도까지 내려갔고 곧 눈이 올 거라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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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오후 차 마시는 중.



이번주말은 2집에서 쉬고 있다. 오늘내일 쉬면 여독이 좀 풀리려니 한다.



어제 마린스키에서 슈클랴로프님이 청동기사상의 예브게니 췄는데 무지 다시 보고팠다. 아흑 나 있을때 했음 얼마나 좋아ㅠㅠ 재작년 여름에 봤을때 정말 벅찼는데ㅠㅠ



그래서 티테이블 액자 사진을 광란의 예브게니 추고 있는 슈클랴로프로 바꿈(전엔 흑조 2인무의 솔로 추는 슈클랴로프였음ㅋㅋ) 원래 티테이블엔 좀 칼라풀하고 신나는 화보 놓는 편인데 이 역 추던 그분이 넘 보고파서 쫌 격렬한 흑백화보로 바꿈. 사진은 alex gouliaev. 제대로 된 사진은 아래.



​​






꽃돌이님 옆에 어제 사온 조그만 장미들과 전에 말려놓은 장미들을 놓고(ㅋㅋ), 책 읽으며 오후 티타임 중. 오늘 열한시 다되어 일어났음.







좋아하는 sf 작가 코니 윌리스의 옥스퍼드 시간여행 시리즈 최근작 ‘블랙아웃’이 번역되어 좋아하며 주문. 어제 도착했다.



이 사람 팬들은 대부분 끝없는 수다와 코믹함을(옥스퍼드 시리즈에선 대표적으론 ‘개는 말할것도 없고’) 좋아하는데 나는 그쪽보단 좀더 묵직한 화재감시원, 둠즈데이북 취향이라 이번 작품 기대됨. 둠즈데이 북 정말 좋아하는데 문제는 읽을때마다 눈물을 한 양동이씩 쏟아내니 다시 읽을때마다 힘들다 ㅋㅋ







이번 여행에서 사온 로모노소프 새 찻잔. 크기나 모양을 보면 사실 커피잔임. 이거 제대로 된 형태의 코발트넷 찻잔이 이미 있는데(사실 파랑 금색 분홍색 다 있음 ㅋ) 금색은 이런 모양을 샀더니 은근 편했다. 그래서 푸른 코발트넷 요런 모양을 보고 냉큼 집었다. 가격도 안 비싸고..



근데 그때 좀 정신이 없었는지 이게 크기가 좀 작다는 걸 캐치하지 못했음. 차마시기엔 이거보다 한사이즈 큰게 좋긴 한데. 뭐 그래도 이쁘당







어제 사온 조그만 장미. 다홍빨강임. 하얀넘은 장식용으로 꽃집 언니가 끼워줌.









이건 그간 샀다가 화정 갈때 버리기 아까워 매달려 말렸던 장미 몇송이. 줄기 짧게 자르고 샹달프 미니잼 병에 꽂아둠. 은근 어울림~ 잼은 큰걸 사면 다 못먹어서 미니잼을 가끔 사는데 다 먹고 나면 이런 조그만 유리병은 안 버리고 씻어서 놔둔다. 여행갈때 크림 같은거 담기도 좋고(다쓰면 버리면 됨) 이런 용도로도 쓸 수 있음.








망고 생크림케익. 동네 좀 맛있는 케익가게 갔더니 이거랑 초코케익밖에 없었다. 항상 두어종류만 만들어놓음. 흑 무화과케익 좀 만들어놓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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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9. 18. 23:12

청동기사상, 네바 강 2017-19 petersburg2018. 9. 18. 23:12






첫날은 시인에게, 마지막 날은 황제에게 인사를 한다. 안녕, 차르. 또 만나요.







날이 흐려서 네바 강물도 어두운 코발트색으로 넘실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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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정말 더웠다. 내일 비가 온다는데 그래선가 습기도 장난 아니었고... 



더위에 지쳐서, 조금이라도 시원해지려고 한겨울 페테르부르크 사진 한장. 2016년 12월, 해군성을 지나 청동기사상과 네바 강변 쪽으로 걸어가면서 찍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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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3. 12. 22:21

한겨울 해질 무렵의 페테르부르크 2016 petersburg2018. 3. 12. 22:21





석양 무렵, 한겨울의 페테르부르크. 오후 3~4시 즈음이다.



2016년 12월. 료샤와 함께 석양 보려고 네바 강가로 걸어면서 찍은 사진 몇 장. 이삭 성당. 천사. 나무들. 해군성. 청동기사상. 가로등 램프. 네바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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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트 페테르부르크. 페테르부르크. 뻬쩨르부르그. 뻬쩨르. 삐쩨르. 사랑하는 도시.


그리고 그 사랑하는 도시에서 특히 사랑하는 장소 몇 군데.



청동기사상.





알렉산드르 네프스키 수도원.






이삭 성당과 아스토리야 호텔의 붉은 차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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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갔다. 내일 하루만 더 지내고 나면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야 한다. 생각하니 괴롭구나.



낮 열두시 마린스키 신관 발레 공연 티켓을 끊어두었었다. 료샤와 레냐도 갈까 했었는데 이것도 현대 발레이고 또 레냐가 보기에는 너무 플롯이 없어서(사실 레냐보다 료샤가 걱정 ㅋ) 그냥 나 혼자 보러 가기로 했다. 대신 내일 낮 공연은 불새니까 레냐도 볼만해서 같이 가기로 함.



아침에 보니 파란 하늘이 손톱만큼 보였다. 구름이 잔뜩 끼어 있었지만 실낱같은 희망을 품었다.



극장에 갔는데 하늘이 보이기 시작해서 부디부디 공연 끝나고 나와서도 날씨가 개어 있게 해달라고 기도를 했다. 제바아아알... 네바 강변 한번이라도 걷게 해주세요오오... 아직 청동기사상도 보러 못 갔다고요...



오늘 공연은 마린스키 무용수이자 젊은 안무가인 일리야 쥐보이가 안무한 현대발레 '사계'(THE FOUR SEOSONS)였다. 작년 여름에 젊은 안무가 워크숍 공연에서 쥐보이가 Seasons란 제목으로 이 발레의 초안을 올린 적이 있었다. 그때는 2~30분 정도였던 것 같다. 당시에도 막스 리히터의 음악과 쥐보이의 안무가 잘 어우러져서 느낌이 괜찮았었다. 극장에서도 그렇게 여겼는지 2막짜리 발레로 전곡을 써서 안무하게 해주었고 몇달 전 초연을 했었다.




내가 리히터를 좋아하기도 하거니와, 쥐보이의 안무도 우아하고 감성적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에 와서 본 세가지 공연 중 오늘 공연이 제일 맘에 들었다. 그러니까, 프렐조카주의 Le Parc보다는 쥐보이의 이 작품이 좀더 내 취향이었다. 물론 주역을 춘 무용수가 예카테리나 콘다우로바이기도 했지만. 하여튼 오늘 공연은 꽤 좋았다.

(커튼콜 사진은 다 번져서 안 올린다... ㅠㅠ 3층 앞줄에 앉아서 너무 멀기도 했고 조명이 너무 밝았다 ㅠㅠ)



..



공연을 보고 나왔는데... 빗방울이 약간씩 떨어지고 있었다. 흐흑... 료샤랑 레냐가 기다리고 있었다. 차를 타고 호텔 앞으로 왔는데 그때 다시 개면서 하늘이 보였다. 나는 '아아... 하늘이 보여, 제발 네바 강변을 산책하자' 라고 징징거렸다.



우리는 해군성 공원을 지나 청동기사상 쪽으로 갔다. 구름이 잔뜩 끼어 있었지만 저 멀리에는 파란하늘도 좀 보였다. 표트르에게 인사한 후 길을 건너 네바 강변을 따라 거닐었다. 아아... 그래도 네바 강변 걷긴 하는구나 엉엉... 석양 보는 거라면 더 좋겠지만 엉엉 이게 어디야...










네바 강변을 쭉 따라 걷다가 에르미타주 쪽으로 틀었다. 궁전광장으로 가니 오늘이 바이커 축제일이었다. 그래서 광장에 수많은 오토바이들 집결. 가죽점퍼의 라이더들 우글우글. 내가 또 이런 걸 좋아해서(ㅋㅋ) 넋놓고 그 해골과 가죽 패션과 멋있는 오토바이들을 보고 있는데 료샤가 '야!' 하면서 날 확 잡아끌었다. 사람 많은데 들어가면 밟힌다고 ㅋㅋ 레냐는 '쥬쥬가 좋아하는 해골 옷이 많아!' 하고 소리를 쳤다 ㅋㅋ



..



그런데... 아틀라스 발을 만지며 소원을 빌고 막 내려오는 순간부터 빗방울이... 아니야 아니야... 나는 이 사실을 필사적으로 부정하고 싶었지만 비가 오기 시작했다..



(비와서 카메라 집어넣고 폰으로 찍음. 우중충해진 거리 ㅜㅜ)




료샤의 차는 호텔 앞에 세워두었으므로 그리로 가야 했다. 그러나 나는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또 금방 그치지 않을까? 우리 그리보예도프 운하 따라 조금만 걸으면 안될까?' 하고 불쌍하게 부탁했다. 료샤는 툴툴댔지만 레냐는 '그래그래!' 하고 내 손을 잡아끌었다.




우산 쓰고 그리보예도프 운하 쪽을 따라 걸어가는데 스파스 나 크로비 사원 앞에서 비가 또 그쳤음. 그래서 우리는 미하일로프스키 정원을 좀 산책했고 다시 운하를 따라 나왔다. 나온 김에 좀더 걸어서 카잔 성당 쪽을 지나서 수프 비노에 갔다. 여기는 전에 bravebird님이 소개해주셔서 알게 된 곳인데 목소리가 다정하고 매력적인 알렉세이가 있는 곳이다. 료샤랑은 안 갔었다. (알렉세이 얘기하면 또 쿠사리 줄 게 뻔해서 ㅋ) 하지만 레냐랑 료샤도 배가 고프다 했고 나는 극장에서 먹은 빵 한조각 파인애플 몇조각이 전부라 정말 배가 고팠다. 수프 비노는 음식이 맛있고...



알렉세이가 있을까 궁금해하며 쭉 걸어서 수프 비노에 갔다. 그런데 슬프게도 알렉세이가 없었고 모르는 남자가 있었다. 생각해보니 전에도 알렉세이는 주말에는 근무를 안했던 것 같음 ㅠㅠ 알렉세이 말고도 안면 있는 점원이 두엇 있긴 한데 오늘 가게 보던 남자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다. 아는 얼굴이었음 알렉세이에게 안부 전해달라고 하고팠는데 ㅠㅠ





하여튼 배고프고 너무 지쳐서 생강 레모네이드랑 치킨 수프랑 해산물파스타를 주문했다. 료샤는 핀란드식 우하(크림이 들어가는 생선수프. bravebird님이 여기 핀란드 우하를 좋아하심. 내 입맛엔 조금 짠 편이라 나는 치킨수프가 더 좋았다), 탕수치킨 비슷한게 곁들여진 볶음밥을 시켰고 레냐는 버섯파스타를 시켰다. 수프는 나랑 나눠먹었다. 이곳의 치킨 수프는 긴 쌀이 가득 들어 있고 무척 따뜻해서 꼭 닭곰탕에 밥 말아먹는 기분이라 몸이 따뜻해진다. 작년 여름에 너무 힘들때 여기서 그 수프 먹고 감동받은 기억이 있다.... 그때 음식을 별로 못 먹던 때였는데...



료샤도 레냐도 음식이 맛있고 분위기도 좋다고 했다. 료샤는 보통 이렇게 조그만 카페 같은 음식점엔 잘 오지 않는다(여기는 테이블이 5개 뿐이고 아주 작다) 사실 덩치 큰 료샤가 앉기에는 의자도 좀 좁은 편이었지만 음식이 맛있고 음악도 좋다면서 의외로 좋아했다. 다 먹은 후 레냐를 위해 치즈케익을 시켜주었다. 작년에 먹었을때 맛있었던 기억이 나서. 레냐는 무척 좋아했다.


..



나와서 걸어나오다 카잔 성당 앞 벤치에 앉아 잠시 쉬었다. 분수를 보면서. 오래전 미샤가 등장하는 illuminated wall 단편은 이 장소를 배경으로 시작되어 궁전광장의 원주 아래에서 끝난다. 레냐는 작년에 내가 이 분수 앞 벤치에 앉아 그 단편 이야기를 해준걸 기억하고 있었다. 벤치에 앉는데 레냐가 '쥬쥬가 쓴 글에서 미샤랑 레냐-자기랑 이름 똑같아서 잘 기억함-가 여기서 만났어 그치. 레냐가 여기서 아이스크림 먹었어 그치?' 하고 갑자기 떠올려서 반갑고 귀여웠다.





(그 단편에서 화자인 레냐는 이 벤치 중 하나- 잘 보면 오른쪽의 분홍색 옷 입은 분 앉아 있는 저 벤치-에 앉아 책 읽고 있는 미샤와 마주친다)





분수를 보고 있는데 아까 궁전광장에 모여 있던 바이커들이 우르르 몰려 지나갔다. 네프스키 대로를 꽉 채웠고 차들이 다 멈췄다.



우리는 엘리세예프스키 상점에 가서 과자들과 케익 구경을 했다. 뭘 사지는 않았다. 그리고 버스를 타고 호텔 쪽으로 돌아왔다. 료샤는 항상 차를 가지고 다니므로 버스를 타는 일이 거의 없다. 심지어 버스 요금이 얼마인지도 모르고 있어 나랑 레냐가 '바보!' 하고 소리쳤다. (버스 요금이 작년 겨울보다 더 올라서 지금은 40루블임)



호텔 로비에서 잠시 쉬었다. 나는 석양을 보고팠지만 흐려서 실패했다. 대신 황혼녘의 모이카 운하를 좀 거닐었다. 중간에 레냐가 다리 아프다고 했다. 나도 다리가 아팠다. 오늘 많이 걸었다. 나 때문에 어린 레냐가 많이 걸어서 미안해졌다. 안아주고 싶었지만 이제 레냐는 내가 안기에는 너무 크고 무겁다. 곧 나만큼 커질 것이다. 료샤는 예전같으면 레냐를 안아주거나 업어주었겠지만 이제는 그러지 않는다. 이제 다 큰 소년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레냐도 이제 '아빠, 다리 아파 업어줘'라고 떼를 쓰지 않는다. 그냥 '다리 아프다, 좀만 쉬었으면' 이라고 말한다. 레냐는 많이 컸다...



내가 '레냐야 미안해. 내가 오랜만에 뻬쩨르 와서 산책하고 싶었는데 너무 많이 걸었나봐. 다리 많이 아프지?' 라고 묻자 레냐는 '나는 금방 안 아파져! 나는 건강해!' 하고 소리치더니 갑자기 '쥬쥬가 집에 안 갔으면 좋겠어. 그러면 맨날 이렇게 같이 걸을 수 있는데. 그러면 하루에 이렇게 많이 안 걸어도 되는데' 라고 한다. 레냐는 빵긋빵긋 웃으며 그렇게 말했는데 나는 갑자기 그 말에 눈물이 나올 것 같아서 꾹 참았다.






..




우리는 방에 돌아왔다. 레냐는 많이 걸어서 피곤했는지 침대로 기어올라가 살풋 잠이 들었고 나는 료샤와 소파에 앉아(방 업그레이드해준 거 다시 생각해도 참 좋다 ㅋㅋ) 얘기를 좀 나누었다. 감자칩과 하리보 젤리를 깔아놓고 석류 주스를 마셨다. 료샤는 맥주 마시고 싶어했지만 레냐 태우고 운전해야 하므로 나와 주스 나눠마셨다. 그는 몹시도 맥주를 마시고 싶어했다. 그래서 '에이. 여기 방 하나 잡아서 자고 갈까' 하고 정말 진지하게 고민을 하고는 정말 방을 잡았다. 아니... 여기는 무려 아스토리야 호텔인데... 운전 안하고 맥주 마시고프다는 이유로 즉석에서 방 잡아서 자고 갈 수 있는 부르주아 녀석이 부럽구나... 나는 여기 묵어보려고 환불도 안되는 가장 저렴한 요금 간신히 찾아서 그나마도 큰맘먹고 예약한 거였는데...



료샤는 나보고 오늘 얼마나 걸었는지 확인해보라고 했다. 앱을 보니 8.8킬로나 걸었다. 많이 걸었다. 나는 극장도 갔었기 때문에 료샤랑 레냐보다 더 많이 걸었던 것이다. 료샤는 나에게 몸살날지도 모르니 자라고 했다.



우리는 좀더 이야기를 나누었다. 료샤는 레냐를 살살 깨웠다. 레냐가 집에 가기 싫다고 막 울려는데(이럴땐 아직 아기 같음 ㅋㅋ) 료샤가 아래층에서 자고 갈거라고 하자 '쥬쥬도?' 하고 빵끗 웃는다 ㅋㅋ 아니야 레냐야. 나는 여기서 자고 너는 아빠랑 다른 방에서 자는 거야 ㅋㅋㅋ



료샤랑 레냐는 아래층에 자러 가고 나는 씻고 나와 오늘의 메모를 정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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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 페테르부르크.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 중 하나인 표트르 1세 청동기사상 앞과 네바 강변 산책하며 찍은 사진 몇장. 석양 무렵. 하지만 오후 3시 즈음이다. 겨울엔 해가 아주 빨리 진다. 여름에는 백야의 도시. 하지만 겨울에는 금방 해가 져버리는 어둠의 도시.





네바 강은 꽁꽁 얼어붙고...






보기만 해도 추워보이죠? 진짜 추움.







이렇게 꽝꽝 얼어붙은 강변을 살살 걸으며 찬 바람을 맞으며 산책을 한다.






궁전 교각 근처에 서 있는 청동사자상. 두 마리가 있다. 사진엔 한 마리만 나왔지만.







이 도시의 상징 중 하나인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요새의 사원 첨탑.




물과 돌의 도시. 빛과 얼음과 눈의 도시. 페테르부르크. 소련 시절 이름은 레닌그라드. 내가 사랑하는 도시. 그리고 내가 쓰고 있는 글의 주인공이 어쩌면 자기 자신보다 더 사랑하는 도시. 불과 바람으로 만들어진 아이. 물과 돌의 도시에 사로잡혀 있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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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정말 습하고 답답하다. 오늘은 미세먼지 농도마저 나쁜 날이네.



비 좀 좍좍 왔으면 좋겠다.



더위 퇴치하려고 작년 12월에 찍은 페테르부르크 사진 두 장 더. 위는 청동기마상 쪽으로 가는 길. 아래는 모이카 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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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1. 4. 22:16

얼어붙은 도시의 석양 2016 petersburg2017. 1. 4. 22:16


한겨울, 오후.

석양 보러 해군성 공원을 가로질러 네바 강변으로 나갔다. 

이 도시의 겨울 석양과 어스름을 렌즈에 담는 데는 아무런 필터도 필요없다. 사실 어떤 렌즈와 어떤 필터도 그 아름다움을 그대로 담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청동기사상을 지나서..


안녕, 표트르. 안녕 황제. 환상의 도시를 세운 사람, 지나간 시대의 제왕.





서서히 몰려드는 석양과 줄지어 늘어선 기다란 가로등 램프들은 이 도시를 더욱 환상적으로 느껴지게 만든다.




네바 강은 얼음과 흰 눈으로 두텁게 뒤덮여 있고..


얼음과 눈과 추위, 물과 돌의 도시. 북국의 싸늘한 아름다움. 이것이 상트 페테르부르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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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1. 29. 22:12

너를 사랑한다 표트르의 창조물이여 2016 petersburg2016. 11. 29. 22:12

 

백야. 6월 한밤의 페테르부르크.

제목은 푸쉬킨의 '청동기사상' 첫 연에서.

 

6월 22일 밤. 공연 보고 엽님과 이 청동기사상 앞에서 다시 만나 석양과 황혼과 백야의 어스름 구경.

 

내게 있어 백야의 네바 강변을 걷는 것처럼 아름답고 환상적인 기억은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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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2일이니 근 한달 전. 이날 엽님과 페테르부르크의 아스토리아 호텔 빨간 지붕 아래에서 처음 만났다. 함께 늦은 점심을 먹고 엽님은 마린스키로, 나는 미하일로프스키로 각자 공연을 보러 갔다.

 

공연 끝나고 나와서 청동기사상 앞에서 다시 조우했고 네바 강변을 거닐며 함께 석양을 보았다. 즐거운 기억이다.

 

사진은 미하일로프스키 극장에서 잠자는 미녀 보고 나와서 엽님과 다시 만나기 위해 청동기사상 있는 쪽까지 걸어가며 찍은 것들. 주로 창문과 간판 사진들이다.

 

밤 10시를 훌쩍 넘긴 시각이었지만 백야의 페테르부르크답게 저녁의 빛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막 빠르게 걸어가다가..

여기가 아마 발샤야 코뉴셴나야 아니면 말라야 코뉴셴나야 거리 쯤인데.. 여기서 밴드가 음악 연주하고 사람들이 춤추고 즐겁게 놀고 있어 나도 잠깐 구경했는데... 이러다가 옆에서 어떤 술취한 아저씨가 자꾸 집적거려서 짜증낸 후 씩씩대며 빠져나오느라 좀 늦었다 ㅠㅠ 취객 싫어...

 

 

잰걸음으로 걷다가 모이카 운하에서 석양을 보며 사진 한장 찍고..

 

 

 

역시나 모이카 운하에서 내가 좋아하는 창문과 빛, 수면 사진 한장 더 찍은 후 길을 건너 부지런히 걸었다.

 

네프스키 초입에 있는 버거킹. 레냐가 좋아하는 곳... 맨날 여기 지나갈 때마다 료샤에게 애교부리며 '빠빠, 부르게르낑, 부르게르끼이이잉...' 하고 조른다. 부르게르낑은 버거킹의 러시아식 발음이다 :)

 

 

 

 

그리고 여기서 다시 엽님과 만났다. 내가 페테르부르크에서 제일 좋아하는 장소 중 하나 :) 이곳의 석양은 언제나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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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안오는 새벽. 유튜브에 지난 6.15 슈클랴로프가 춘 청동기마상 중 3막 클라이막스인 광란씬이 올라와서 유튜브 링크 걸어본다. 홍수로 연인 파라샤를 잃은 후 그녀의 환영 속에서 미쳐가는 예브게니의 춤인데 실제 무대 봤을때 다들 숨도 못쉬고 봤다. 중간에 브라보를 할수도 없었다.


예브게니 역은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연인 파라샤는 빅토리야 테료쉬키나. 안무는 유리 스메칼로프. 원작은 푸쉬킨의 청동기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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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별거 없다. 같은 날 점심, 저녁, 밤에 찍은 사진들이라는 것이다.

아점으로 체리랑 견과, 수도원 빵을 먹었던 날인데 저 체리가 너무너무 '체리'처럼 생겨서 찍어놨다.

두번째 사진은 마린스키까지 걸어가다 근처 건물 창문에 비친 것.

마지막 사진은 공연 보고 돌아와서. 극장에서 사온 '청동기사상' 프로그램 책자, 백조 브로치, 슈클랴로프 사진 두장(사랑의 전설과 le parc)

 

이 날 스메칼로프가 안무하고 슈클랴로프와 테료쉬키나가 춤춘 '청동기사상'을 보고 온 날이었다. 이번에 가서 본 여덟개의 공연 중 가장 마음에 남았다. 다시 보고 싶은 공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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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7. 3. 17:08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화보 몇 장 dance2016. 7. 3. 17:08

 

자리 비운 동안 넷에 올라온 슈클랴로프 화보들 몇 장.

나도 저렇게 잘 찍고 싶다 ㅠㅠ 흰 옷 입어 번져버린 커튼 콜 사진들이 눈앞에 어른어른..

 

최근 글린카 극장에서 고팍과 발레101을 춘 슈클랴로프. 먼저 고팍.

아아, 루바슈카와 빨간 바지 입고 고팍 추는 슈클랴로프를 보고 싶다!!! 얼마나 훨훨 날아다닐 것인가. 얼마나 경쾌하고 생기 넘칠 것인가...

 

 

저 헐렁한 루바슈카와 빨간 바지를 보니 너무 귀엽다.. 애 아빠 맞느냐..

 

 

발레 101.

7월에 도쿄에 와서 에튀드와 이 발레101을 춘다는데 이제 나는 파산이라 도저히 도쿄까지는 못 가겠네..

이 사람이 추는 발레 101 진짜 무대에서 보고프다. 영상만 봐도 유머와 생기가 철철 넘치는데..

 

 

 

 

이건 스메칼로프의 '녜 빠끼다이 미냐"(나를 버리지 마)

사진은 Jack Devant

아아, 내가 이번에 가서 찍은 커튼 콜 사진은 흰옷 입은 유령으로 나왔건만..

좋은 작품이었다... 조금만 더 길었으면 싶을 정도로...

어떤 면에서는 스메칼로프의 초기 안무작이자 역시 슈클랴로프가 나왔던(그땐 오브라초바와 췄지) parting의 보다 원숙하고 고통스러운 버전 같은 느낌도 드는 작품이었다. 아마 둘다 이별을 주제로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해적의 알리를 춘 슈클랴로프

아무리 봐도 콘라드가 지켜줘야 할 것 같은 예쁜 알리...

 

 

악, 그렇게 웃으면 관객들 다 쓰러진다...

 

 

얼마전 아내 마리야 쉬린키나와 함께 춘 라 바야데르. 사진은 캡션대로 elena lekhova

 

 

이 사진 보니 다시 이 사람의 라 바야데르 무대를 보고 싶다. 이 사람은 1막부터 3막까지 점점 사람을 휘어잡는 솔로르로 변해간다. 그러니까, 1막은 좀 철딱서니 없지만 사랑스러운 연인, 2막은 안절부절 못하는 비겁한 배반자, 3막은 참회와 회한으로 몸부림치는 알브레히트 같은 남자인데 이 사람의 연기와 춤은 3막에서 가장 빛을 발하곤 한다.

 

3막에서 이 사람이 스카프를 휘날리며 무대로 뛰어나와 선회하고 망령들의 그림자 앞에서 니키야를 향해 뛰어오를 때면 간혹 숨을 죽이게 된다. 그만큼 사람을 매료시킨다. 2막 결혼식의 화려한 2인무보다는 이 3막의 2인무와 솔로가 훨씬 잘 어울린다.

 

 

청동기사상. 빅토리야 테료쉬키나와 함께

 

최근 내가 본 공연들 중 가장 마음을 사로잡는 연기와 춤과 무대였다.. 비단 슈클랴로프 뿐만 아니고 스메칼로프와 무대 미술, 음악의 승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 가운데에는 분명 광란의 예브게니를 혼신을 바쳐 연기해낸 이 사람이 있었다. 아직도 3막에서 이 사람이 테료쉬키나의 환영을 보며 허우적거리고 미쳐 웃고 청동기사상을 향해 손가락질하던 모습이 아른거린다. 당신은 좋은 무용수이고 동시에 좋은 배우예요.

 

 

 

백조의 호수.

사진은 natalya knyazeva

만일 내가 오데트인데 지그프리드가 저런 표정으로 달려와 '오데트야 미안해 오딜한테 깜박 속아버렸어...' 라고 하면 나는 용서해줄 것 같아... ㅠㅠ

 

잠자는 미녀. 테료쉬키나와 함께.

사진은 두 장 모두 karina edwards

내가 딱히 좋아하는 작품은 아니지만 이 사람은 데지레 왕자 역에 맞춤이나 다름없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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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여독도 안 풀리고 정신이 없어서 이번에 가서 본 8개 공연의 리뷰는 언제 쓸지 모르겠다. 안 쓸지도 ㅠㅠ

 

슈클랴로프 무대를 운좋게 4번 봤다. 돈키호테, 청동기사상, 날 버리지 마, 그리고 지젤이었다. 러시아에 있는 동안 틈틈이 커튼콜 사진 몇장과 짧은 메모는 올렸었는데... 오늘은 지젤과 청동기사상 커튼콜 사진 몇장 더 올려본다. 그나마 지젤은 의상 덕을 봤는데 청동기사상은 흰 의상과 조명 때문에 제대로 사진을 못 건짐 ㅠㅠ 내가 보러 간 날 방송 녹화했는데 청동기사상 제발 방영하거나 dvd 나와줬으면 좋겠다..

 

사진 속 지젤의 파트너는 아나스타시야 마트비옌코. 청동기사상은 빅토리야 테료쉬키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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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밤 짐을 싸고 누웠는데 늦게까지 잠이 오지 않아 뒤척였다. 아마 마지막날 밤이라 그랬나보다. 새벽에도 몇번 깼고 결국 5시간쯤 자고 일어났다.

 

전날 밤 pica님이 페테르부르크에 오셨다가 우연히 나를 발견하고(!) 댓글을 남겨주셔서 이래저래 알게 된 결과! pica님과 친구분이 내가 머무는 호텔에서 10분 거리에 계셨다! 페테르고프에는 정오쯤 가신다 해서 그러면 아침에 잠깐이라도 만나 같이 밥먹기로 했다. 마침 조식 불포함 예약이라 하심((나랑 같음!)

 

그래서 마린스키 앞에서 조우하여 함께 버스 타고 돔 끄니기 징게르 카페에 갔다. 일찍 가서 창가 자리 득템!! 카잔 성당을 바라보며 한시간 정도 함께 얘기나누고 조식 메뉴와 블린 등을 시켜서 맛있게 먹었다. pica님 너무 반가웠어요. 친구분이랑 둘이 오셔서 좋아보였어요. 남은 일정 잘 보내고 돌아가세요! 그리고날씨가 매우매우매우 좋기를!!!

 

나는 11시에 료샤와 약속이 있었기에 아쉽지만 먼저 일어나야 했다. 료샤와 레냐가 돔 끄니기 앞으로 왔다.

 

..

 

 

친구와 약혼자(ㅋㅋ)와 함께 그리보예도프 운하와 궁전광장 쪽을 거닐었다. 섭섭하고 슬프기도 했다. 청동기사상 앞에 왔는데 좀 눈물이 나올 것 같아서 꾹 참았다. 매우 흐린 날씨였다. 사진 색감도 그렇다.

 

 

..

 

 

산책하다 중간에... 그리보예도프 운하 스파스 나 크로비 사원 앞 다리에서 웨딩 촬영이 진행되고 있었다. 신랑이 신부를 번쩍 안아들었다. 신부가 이뻤다.

 

 

 

잠시 구경하는데 레냐가 '나도! 나도 결혼하면 쥬쥬를 저렇게 안아줄거야!' 라고 소리쳤다. ㅋㅋ

 

그런데 레냐는 아직 나보다 작아서... 내가 레냐를 번쩍 안아주었다. (실은 번쩍 안아주려고 했으나 이 녀석이 이미 많이 컸기 때문에 팔 빠지는 줄 알았다. 앞으론 못 안아주겠다 ㅠㅠ 무거워...)


무거워서 후들거리고 레냐를 곧 내려놓자(ㅜㅜ) 료샤가 비웃었다 ㅠㅠ 그리고는 보란듯이 자기가 한팔로 레냐를 번쩍 안아주었다. 뭐냐!!! 그런 걸로 자랑이냐! 사내들이란 ㅠㅠ 토끼 한마리 앞에서 근력 자랑하면 뭐하냐!! 그 키에 그 덩치에!!

 

이 일의 유일한 낙은 레냐가 아빠한테 막 짜증내며 '아빠랑 내가 결혼할 것도 아닌데 왜 안아줘! 내가 쥬쥬를 안아줄거야!' 하고 대들었다는 것이다 ㅋㅋ

 

그리고는 레냐가 자못 점잖은 듯 나에게 '앞으로 내가 쥬쥬를 안아줄테니 좀만 기다려~ 원래 사나이가 여자를 안아주는 거야' 라고 말한 것이다. 어린 것이 벌써부터 어디서 저런 마초의식을 ㅠㅠ 이 녀석아, 여자가 안아줄수도 있는거야!!

 

..

 

 

 

이렇게 난 네바 강변에서 마지막 아이스크림을 먹고...

 

..

 

료샤가 차로 풀코보 공항까지 태워다 주었다. 짐도 무겁고 경유도 해야 해서 힘든 여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레냐는.. 나와 함께 한국에 가겠다고 나름대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왔던 거였다. 배낭을 메고 야구모자를 쓰고 운동화를 신고 뭔가 결연한 모습으로 나타났는데 알고보니 같이 비행기를 타고 가겠다는 거였다 ㅠㅠ 공항에서 막 울고 떼를 써서 엄청 난감하고 섭섭했다.

 

레냐 : 아빠! 비행기 표 사와!

료샤 : 무슨 비행기 표!

레냐 : 서울 가는 거! 나도 쥬쥬랑 같이 갈 거야!

료샤 : 표 없어. 매진이야. 쥬쥬도 표 없어서 모스크바에서 갈아타고 가잖아.

레냐 : 앙앙, 아빠 돈 많으니까 표 사줘!

료샤 : 안돼!

레냐 : 앙앙, 나 쥬쥬 가방에 들어갈래!

나 : 아아, 어쩌지 ㅠㅠ 레냐야 나중에 또 올게...

 

(료샤보고 레냐 데리고 서울 놀러오라 하고 싶었지만 레냐 엄마가 반대할 게 뻔할 뻔자라 ㅠㅠ 가뜩이나 내가 놀러왔을때 레냐랑 보는 것도 별로 안 좋아한다 ㅠㅠ)

 

레냐 : 앙앙, 나도 비행기.. 앙앙, 나도 한국... 앙앙..

나 : 레냐야, 착하지. 있잖아, 레냐는 뻬쩨르 여름이랑 아이스크림 좋아하잖아. 그치? 지금 여름이지?

레냐 : 응.

나 : 한국은 여름에 되게되게 덥고 습해서 숨이 탁탁 막혀. 아이스크림도 여기처럼 맛없어. 그니까 여름엔 뻬쩨르에서 엄마아빠랑 있고 나중에 또 만나자!

 

보통 이렇게 달래면 레냐가 잘 넘어가는데... 이번에는...

 

레냐 : 앙앙, 한국 그렇게 안 좋은데 쥬쥬 왜 가! 가지 마 앙앙... 뻬쩨르 여름이 좋으니까 나랑 여기 있어, 앙앙... 쥬쥬 불쌍해, 한국 덥고 숨막히는데 아이스크림도 맛없대... 앙앙...

 

ㅠㅠ

 

그래서 레냐 달래느라 한참 땀빼고... 또 내 짐이 28킬로 가까이 나왔는데 다행히 아에로플롯이 스카이 팀 멤버라 대한항공 모닝캄인 덕분에 짐을 두개로 부치면 오버차지는 내지 않되, 짐 한개가 20킬로가 넘으면 안된다 해서 공항 바닥에 퍼질러 앉아 트렁크를 풀고 보조가방에 화장품과 책 등을 마구 쑤셔넣어 간신히 오버차지를 면하는 등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

 

훌쩍훌쩍 울던 레냐는 결국 포기를 하고, 갑자기 또 의젓하게 '가을에 내가 한국 갈거야! 그때 만나!' 하고는 뽀뽀를 쪽 하고 헤어졌다. 료샤는 내가 들어갈때까지 레냐랑 지켜보면서 마지막으로 '밥 좀 잘 챙겨먹어!' 라고 소리쳤다. 한국이나 러시아나 밥 먹으라는 건 똑같구먼...

 

고마워 친구야... 진짜로.

 

그리고 고마워요, 나의 마음 속 도시...

 

..

 

그래서 나는 페테르부르크에서 모스크바로 가는 국내선 비행기를 탔고, 모스크바 공항에서 짧은 환승 시간을 극복하고 다시 모스크바에서 인천으로 오는 아에로플롯을 탔다.

 

그렇게 나의 3주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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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본 청동기사상과 돈키호테 커튼 콜의 슈클랴로프 사진 찍은 거 몇 장.

 

하얀 옷 입고 나온 슈클랴로프는 매우 근사하고 아름답긴 했으나.. 찍사로서의 내 능력부족으로 인해(ㅜㅜ) 그 흰 옷과 조명이 너무 번져서 제대로 건진 사진이 거의 없다... 아쉬워라..

 

먼저 어제의 청동기사상 커튼 콜 몇장 더. 이건 진짜 많이 못 건짐. 둘다 흰옷에다 마린스키 신관 무대 조명도 원체 밝아야지 ㅠㅠ

 

 

 

페테르부르크와 푸쉬킨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이 무대배경에 가슴 뛰지 않을 수 없으리라..

 

제정 러시아와 푸쉬킨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 주인공 예브게니 역의 슈클랴로프도 프록코트와 조끼를 차려입고 심지어 귀 옆으로 조그맣게 구레나룻까지 붙이고 나와서 깨알같았다. (근데 그거 붙이고 나와도 예쁠 수가 있다니!)

 

 

 

 

아아, 어디 가... 왜 이렇게 빨리 들어가 ㅠㅠ

 

마린스키 신관은 구관보다 커튼 콜이 항상 짧아서 아쉽다. 여기는 막 앞으로 나오지만 구관은 얇은 하늘색 커튼이 드리워지고 그 앞으로 무용수들이 뛰어나오기 때문에 팬들이 계속계속 소리치고 박수치면 몇번이고 나와주는데 ㅠㅠ

 

 

그래도 9일 돈키호테 때 찍은 사진은 화질이 좀 낫다. 여긴 마린스키 구관이라서...

 

하지만 이때도 아나스타시야 마트비옌코랑 슈클랴로프 둘다 흰옷이라 빛은 번지고 ㅠㅠ

 

흰옷이 예쁘긴 하지만... 사진을 위해선 제발 짙은 옷을 입어다오 흐흑...

 

 

 

 

이제 들어가려면서 우아하게 인사 중.

 

어머나 참 우아하고 근사하기도 하지... 무슨 이발사 청년이 이렇게 품위있고 멋있단 말이냐... 이발사로 변장한 왕자... 귀족... (ㅋㅋ) 저런 바질이 딸 달라고 하는데 안 주겠다는 키트리 아빠는 이상한 사람~

 

 

발로쟈 : 나 이제 들어갈게요~ 마지막으로 나의 미모를 감상하시라~

팬들 : 아아... 들어가지 마...

 

 

 

잉, 들어가버렸다...

 

..

 

 

24일 지젤에 갑자기 얘가 나온다고 공지가 떴다. 이럴수가 ㅠㅠ 진작 알았으면.. 이미 표가 없다. 엉엉... 하긴 며칠 전까지만 해도 24일에 돌아가려 했으니 저날 공연은 생각도 안했지. 며칠 더 있을거라 생각했으면 누가 나오든 끊긴 했을텐데. 지젤을 원체 좋아하니까... 아쉽다.

 

이제 내가 끊은 이 사람 공연은 20일의 젊은 안무가 공연의 '나를 버리지 마' 만 남았다. 10분 이내의 짧은 작품인데다 또 흰옷 입고 나온다. 내겐 이게 이 사람을 마린스키 무대에서 보는 마지막 기회가 되겠구나, 최소 1~2년은...

 

7월 초에도 차이코프스키 파 드 두에 나오긴 하지만 도저히 그때까진 못 있는다.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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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0일 밤. 계속 비오고 추웠는데 이 날만은 오후부터 맑아졌다. 석양이 아름다운 날이었다. bravebird님과 함께 백야의 네바 강변과 궁전 광장을 천천히 걸었다, 그리고 운하를 따라 카잔 성당까지 걸어갔다.

 

입밖에 내서 얘기하진 못했지만 정말 소중한 시간이었어요, bravebird님.

 

그때 함께 봤던 석양 사진 몇 장 올려드립니다~

 

석양은 항상 아름답지만 혼자 볼때보다는 동행이 있을 때 더 좋아요 :)

 

 

 

덕분에 황제에게 인사도 하고..

뾰뜨르 임마, 나 왔어.

 

저는 취향 도져서 다시 물웅덩이에 비친 나무를 찍고 있었고 ㅋㅋ

 

분명히 우리 눈으로 봤을 땐 완전 멋있었는데 줌 당겨 찍으니 무슨 점 뿌려 놓은 것처럼 되어버린 원래는 멋있었던 갈매기떼 ㅋㅋ

 

 

해진 후 쿤스트카메라와 네바 강의 아름다운 수면!

 

 

 

이때 수면에 번진 빛이 너무 예쁘다며 서로 좋아했었죠

 

 

그리고 운하 따라 돌아가는 길에 제가 좋아하는 짐느이 까날-겨울 운하 한 장 잽싸게 찍고...

 

편안한 귀국 비행 하셨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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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4. 1. 19:56

석양 무렵 청동기사상 사진 몇 장 russia2016. 4. 1. 19:56

 

 

 

아침에 꾼 꿈(http://tveye.tistory.com/4566)에서 청동기사상이 하늘을 활강하는 광경을 봤다. 기념으로 청동기사상 사진 몇 장. 작년 7월 백야, 해질무렵 밤에 찍은 사진들이다.

 

태그의 청동기사상이나 청동기마상을 클릭하면 푸쉬킨의 시와 이 청동기사상에 얽힌 이야기들, 사진들, 그리고 스메칼로프가 재안무한 발레 등등에 대한 포스팅들을 볼 수 있다.

 

이곳은 오래 전 페테르부르크에서 나의 두군데 비밀장소 중 하나였던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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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3. 31. 20:56

청동기사상(스메칼로프 안무) 오늘 개막.. dance2016. 3. 31. 20:56





오늘 마린스키 발레 페스티벌이 개막한다. 개막작은 유리 스메칼로프가 리메이크한 메드느이 브사드닉, 즉 청동기사상이다. 내가 푸쉬킨 작품 중 제일 좋아하는 작품이다. 페테르부르크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개막일 주역은 슈클랴로프와 테료쉬키나, 표트르 대제는 코르순체프이다.


아아, 너무나 보고 싶다.. 영상이라도 올라오면 좋을텐데... 연인을 홍수에 잃고 광기에 사로잡혀 황제의 동상을 향해 달려들고 오열하다 죽어가는 예브게니 역의 슈클랴로프는 얼마나 드라마틱하고 처절할 것이며 풍채 좋은 코르순체프는 또 얼마나 멋질 것인가.


스메칼로프의 사전 인터뷰와 군무 연습 영상은 봤는데 막상 궁금한 슈클랴로프와 테료쉬키나 모습은 안 보였다 ㅠㅠ



스메칼로프는 인터뷰에서 소련 시절 제작된 원작 발레와는 달리 이번 리메이크는 주인공 예브게니와 파라샤의 비극적 사랑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라고 했다. 그러니 더 보고 싶은데...



아쉬우니 포스터와 무대 디자인 사진, 슈클랴로프 모습이나 몇 장..






Natasha Razina의 사진.






Maria Shirinkina(마리야 쉬린키나)가 자기 instagram에 올린 슈클랴로프의 사진. 리허설 중 배역에 몰입해 있는 자기 남편 사진이란다. 역시 이 사람은 평소엔 면도를 안 한다..


..



태그의 청동기사강이나 청동기마상을 클릭하면 내가 찍은 이곳의 사진들과 페테르부르크 홍수신화, 이 발레의 원작인 푸쉬킨의 서사시 등등의 이전 포스팅들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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