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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6.15 유니버설 발레단 지젤(6.14 - 김나은/이고르 콜브) 간단한 리뷰 6

6.14(토) 저녁 7시 공연.

유니버설 발레단 '지젤'

 

 

캐스팅

지젤 : 김나은

알브레히트 : 이고르 콜브

힐라리온 : 이동탁

페전트 파드 시스 : 홍향기, 송호진, 심현희, 강민우, 민홍일, 샤오 쿤

미르타 : 김애리

 

..

 

오늘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그냥 간단한 리뷰만 남긴다.

 

난 항상 유니버설 발레단 버전 지젤을 좋아했다. 국립발레단 지젤은 무대 미술이나 무용수들은 좋지만 내가 파트리스 바르의 안무를 좋아하지 않는 탓에 무용수들이 아주 춤을 잘 추거나 드라마틱한 감정선을 잘 이어줄 때 좋아지고 그렇지 않으면 '뭔가 잘 차려놓긴 했지만 마음 어딘가는 헛헛하다..' 이렇게 돌아오곤 한다. 이에 반해 유니버설 지젤은 조금 더 고전적이고 아기자기하고 마린스키 버전과 흡사해서(어쩌면 이것 때문인지도..) 이입도 잘 되는 편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내 마음 속 최고의 지젤은 언제나 김주원씨였기 때문에 그녀가 있을 때는 국립발레단 지젤도 아주 좋아했다. 그러나 김주원씨가 떠난 후 국립발레단 지젤을 보러 가면 거의 언제나 뭔가 아쉬웠다. 이동훈씨의 알브레히트는 좋지만 :)

 

오늘 김주원씨가 나오는데.. 사실 난 캐스팅 공지가 나오기 전에 표를 끊었다. 그래서 김주원씨 나오는 것도 뒤늦게 알았는데 이미 토요일 공연을 끊었고, 평소 같았으면 일요일 것도 예매해서 갔을 테지만 오늘 몸이 너무 힘들어서 포기했다. 그래도 콜브의 알브레히트를 봤으니까 만족.

 

전반적으로는 무난하게 봤다. 아쉬운 점 몇 가지를 먼저.

 

1. 페전트 파 드 두가 페전트 파 드 시스로 바뀌었는데 나름대로 이것도 아기자기하고 볼만하긴 했지만 그래도 2인무일 때가 더 좋았다...

 

2. 김나은씨의 지젤은 무난했다. 아무래도 체격이 왜소해서 그런지 선이 곱게 살지 못하는 부분들이 있어 아쉬웠고.. 전체적으로는 나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확 사로잡는 부분도 없어 살짝 아쉬웠다. 2막에서는 상체와 팔이 조금 구부정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지젤 광란 장면에서는 많이 슬펐다. 알브레히트 나쁜놈아 ㅠㅠ

 

3. 미르타는 매우 아쉬움... 미르타의 매력이 무엇인가.. 서릿발 같은 매정함과 카리스마인데 그게 부족했다. 별로 무섭지가 않았다(ㅜ.ㅜ) 미르타 등장 씬부터 시작해 그녀의 동작 하나하나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상당히 아쉬웠다.

 

그러고보니 나는 소수파인가.. 미르타와 힐라리온 지지자 :) 내가 미르타라면 저 나쁜 알브레히트를 가차없이 처단할 것이며 힐라리온은 살려줄 것임!!

 

4. 윌리 군무는 나쁘지 않았지만 숫자가 줄어서 규모도 그렇고 건축학적 아름다움도 조금 손상된 게 아쉽다. 왜 한 줄을 빼버렸지... 페전트는 불렸으면서 ㅠㅠ

 

좋았던 점 몇 가지.

 

1. 문훈숙 단장의 해설

 

유니버설 발레단은 예전에도 지젤 때 자막을 넣어줬던 기억이 난다. 그때도 처음에는 '좀 오글거린다, 자막까지..'라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자막을 보면서 '아니, 내가 그렇게 지젤을 많이 봤는데 여기 이 장면은 이런 뜻이었다는 걸 몰랐네!'하고 놀랐던 기억이 있다.

요즘은 초보자들도 많이 오고 아이들도 많이 오니 자막을 넣어주는 것도 그렇고 단장이 직접 나와 여러 가지 마임과 줄거리를 설명해주는 것도 꽤 좋은 방법인 것 같다. 그리고 지젤을 해설해주는 사람이 바로 문훈숙 단장이라는 것도 딱 어울리고.

 

2. 이고르 콜브~

 

내 입엔 이고리 콜브가 배어 있다만.. 사실 저 이름 이고르는 끝에 연자음 부호가 붙기 때문에 '르'와 '리의 중간 발음이긴 하다.

 

콜브의 알브레히트 무대는 사실 처음이었다. 내게 콜브는 언제나 황금 노예를 비롯해 이국적이고 섹시한 타입의 무용수였다. 지난 3월말 마린스키에 갔을 때 본 곱사등이 망아지에서의 코믹한 악당 시종장 역도 캠피할 정도로 섹시하게 느껴졌고... 그의 알브레히트는 간간이 동영상 클립 몇개를 본 게 전부였고 실제로 무대를 본 적은 없었다. 그래서 과연 콜브의 알브레히트는 어떨지 궁금했다. 섹시한 유혹자일 것인가, 아니면 번듯한 백작님일 것인가. 이 사람이야 나이도 있고 스타일도 그러니 사춘기 소년 같은 알브레히트일 것 같지는 않았다.

 

생각보다 반듯한 알브레히트였다. 1막의 유혹자일 때는 적극적인 스킨십 등도 그렇고 외모 때문에 막 청년기에 들어서서 자유를 갈망하는 알브레히트라기보다는 성숙한 바람둥이 알브레히트 같긴 했지만. 이 버전의 1막에서는 알브레히트의 춤이 특히 적기도 했고.

 

이전에도 여러번 얘기했듯 보통 나는 언제나 힐라리온 편이고 알브레히트가 아주 춤을 잘 추거나 아주 예쁠 경우 그를 옹호해주게 되는데.. 콜브의 알브레히트라면 지젤이 죽어도 좀 옹호해주고 싶지 않을까 했지만 1막 알브레히트는 역시 못된 놈이었고 정이 갈만한 짓을 안해서 역시 죽일 놈 모드가 되었다. '콜브고 뭐고 알브레히트 나쁜놈~' 하고 부르르 떨고 있는 것이다 ㅋㅋ

 

콜브의 알브레히트는 사실 2막이 더 좋았다. 1막에서는 매력을 발산할 기회가 너무 없었다. 그의 2막 알브레히트는 내 예상과는 달리 화려하고 섹시하다기보다는 매우 유려하고 반듯했다. 동작 하나하나가 섬세했고 잘 계산되어 있었다. 윌리들 앞에서 죽음으로 치닫는 춤을 출 때도 광란과 격렬함, 화려한 테크닉, 이어지는 앙트르샤 곡예 대신 반듯하고 절제된 춤사위를 보여줘서 의외였다. 그런데 상당히 좋았다. 연기력도 뛰어나고, 상체의 움직임도 역시 좋다.

 

3. 힐라리온~

 

이동탁씨의 힐라리온이 좋았다. 나야 뭐 힐라리온 옹호자니까 웬만하면 그의 입장에 이입한다만.. 연기도 괜찮았고 죽음 씬도 좋았다. 나에게 최고의 힐라리온은 일리야 쿠즈네초프이긴 하지만.

 

대체 왜 힐라리온을 죽이는 겁니까.. 무슨 죄가 있다고.. 흐흑...

 

내가 안무가라면 힐라리온을 주인공으로 해서 지젤을 개작하고 말 것이다. 사실 지금 쓰고 있는 글의 주인공도 나중에 안무할 때 힐라리온을 재해석하게 될 거다!! 그렇다고 자기가 출 건 아니고 다른 무용수를 시키겠지만.

(이 주인공은 외모도 그렇고 춤추는 타입도 그렇고 누가 봐도 무대에 올라오면 관객의 시선을 한눈에 받는 사람, 누가 봐도 알브레히트! 혹은 왕자! 주인공!이기 때문에 힐라리온을 맡을 수가 없음 ㅠ)

 

** 이 주인공을 내세워 썼던 글 두어 편에 지젤에 대한 간단한 이야기들이 나온다. 틈나면 나중에 about writing 폴더에 발췌해 보겠다.

 

...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좋았다. 일 때문에 요즘 피폐해져 있었기 때문에 심신을 단비처럼 적셔 주었다 :) 비극은 지젤, 희극은 돈키호테!!

 

...

 

그리고 사족.

 

지젤 볼 때마다 느끼는 것.

 

1막의 파국 장면에서. 지젤이 죽은 후 알브레히트가 힐라리온에게 삿대질할 때부터 나의 분노는 극강으로 치닫는다.

 

'아니 저놈이 뭘 잘났다고 감히 힐라리온에게 삿대질을 하는거얏! 너 때문에 죽은 거잖아. 네놈이 신분 숨기고 평복 입고 순진한 여자 꼬셔서 농락해 놓고, 그래놓고 약혼녀 나타나니까 손등에 키스하며 나몰라라 하고 지젤이 슬피 울며 날뛰는데 고개 돌리고 있었잖아! 뭘 잘났다고 힐라리온에게 난리야!'

 

이 분노는... 알브레히트가 괴로워하다가 망토를 어깨에 휙 걸친 후 마구 펄럭이며 (아주 멋있게) 무대를 가로질러 달려가 퇴장할 때 다시 업그레이드..

 

'아니 저놈이 뭘 잘났다고 망토까지 펄럭이며 멋있는 척이야! 불쌍한 여자 하나 죽여놓고 퇴장할 때는 나 백작~ 나 왕자님~ 하면서 저렇게 망토 멋있게 펄럭이며 허세를 부리는 거야! 이 나쁜놈! 미르타가 되어 네놈을 처단하고 말리라~!!!'

 

ㅋㅋ 그러나 알브레히트가 멋있는 무용수일 때는 이 마음도 조금 약화되어... 한편으로는 저렇게 분노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어머 우리 슈클랴로프는 망토 휘두르는 것도 이쁘기도 하지~'

 '어머 이고르 콜브도 망토 휘두르니 간지가 나네'

 

... 이렇게 모순에 휩싸이게 되는 것이다 :)

 

** 이전에 올렸던 지젤에 대한 리뷰와 클립들 몇개는 아래를 클릭

2008년 유니버설 발레단 지젤 : http://tveye.tistory.com/180
2011년 국립발레단 지젤 : http://tveye.tistory.com/820
마린스키 지젤 3D 후기(사라파노프/오시포바) : http://tveye.tistory.com/1596
2013 국립발레단 지젤 + 마린스키 지젤 클립들(자하로바, 슈클랴로프, 세미오노바, 콘다우로바 등) : http://tveye.tistory.com/2036
예브게니 이반첸코 지젤 클립 : http://tveye.tistory.com/2071
슈클랴로프와 오스몰키나의 페전트 파 드 두 : http://tveye.tistory.com/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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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