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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에는 11시 좀 넘어 잠이 들었다. 방이 좁은 것까지는 괜찮은데 의자가 없어서 너무 불편하다. 바닥에 앉아 나이트테이블에 노트북 놓고 써봤지만 테이블이 높아서 결국 허리와 등이 매우 아팠다 ㅠㅠ


새벽에 꺴다가 다시 자기 반복... 원래는 8시쯤 일어날 생각이었지만 '어차피 여기 조식 별로다!' 란 맘이 들어서 그냥 누워서 더 잤다. 다락방이라 천창으로 들어오는 빛 때문에 6시부터 방이 밝아져서 안대를 하고 좀더 잤다.


10시쯤 뭉기적거리며 일어나 샤워를 하고 대충 화장을 하고 어제의 더위를 생각하며 민소매 미니원피스와 청바지를 끼어입었다. 머리도 올려버렸다. 여기도 여름 날씨....


..



조식 시간은 지나버렸기에 카페 사보이에 가기로 했다. 어제 트램 타고 오면서 보니 지금 숙소에서 골목 두번만 돌면 나오는 가까운 거리였다. 11시에 나왔는데 벌써부터 햇살이 쨍했다.


카페 사보이는 이미 복작거렸다. 여기는 아침 일찍 가야 그나마 한적한 것 같다. 여러가지 아침식사 메뉴가 있었는데 전에 컨티넨탈 브렉퍼스트를 먹어봤으나 이건 좀 양이 많고 맛도 그냥저냥이었고 다른 메뉴들은 햄이나 베이컨이 추가되는가 하면 제일 먹어보고픈 프렌치 브렉퍼스트는 구색은 좋으나 양이 너무너무너무 많을 것 같았다(그리고 꽤 비쌈) 그래서 브렉퍼스트 세트 메뉴 대신 프렌치 토스트와 마리아쥬 프레르의 프렌치 브렉퍼스트 티를 주문했다.






프렌치 토스트가 의외로 굉장히 맛있어서 잠이 확 달아났다. (사진은 앞에 따로 올린 포스팅 참조) 역시 아침에 다량의 당분을 투여하니 정신이 드는 것이다 ㅠㅠ



(카페 사보이의 아르누보식 아름다운 천정과 샹들리에)



(카페 사보이에 비치된 엽서들 몇장 가져옴)


..



천천히 토스트와 차로 아침을 먹은 후 사보이를 나왔다. 카페 사보이는 레기 교 입구 쪽에 있다. 레기 교를 건너면 국립극장과 나로드니 트르지다 등이 열이어 있는 신시가지로 이어진다. 나온 김에 테스코에 가서 플레이모빌이나 사야지 하고 레기 교를 지나 걸어갔다. 해가 정말 눈부셨다. 진짜 더웠다. 선크림 바르고 나오긴 했지만 살이 타는 게 느껴졌다.






(레기 교에서는 프라하 성과 카를 교가 잘 보인다)



..



레기 교를 건너온 후 국립극장 쪽에서 어떤 외국 남자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은행이 근처에 어디 있느냐고 영어로 물어왔다. 그래서 나는 '어,,, 글쎄요, 아마도 바츨라프 광장 쪽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요?' 라고 했다. 남자는 자기가 이미 그쪽에 가봤는데 atm 밖에 없고 수수료가 비싸다고 한다. '어, 나도 은행이 어디 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지도라도 봐드릴까요?' 라고 하자 그제야 그는 '앗, 현지인이 아닌가보군요!' 라고 놀랐다.


아니, 아무리 선글라스 끼고 있어도 그렇지!!! 내 얼굴이 어디가 현지인이오 ㅠㅠ


남자는 덴마크에서 온 사람이었고 나에게 어디서 왔냐고 물었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은행에 가서 코루나를 바꿔야 한다면서 지갑을 보여주었다. 뭐라뭐라 하는데 나중에 유추해보니 이 사람은 100코루나 200코루나들 뿐이었고 1000코루나의 큰 지폐가 필요한 거였다. 나에게 1000코루나 있으면 바꿔달라 했는데 그때 나에겐 큰 지폐가 없었고 사실 길거리에서 돈 바꿔달라는 건 아무리 그 사람이 인상이 좋아보여도 만의 하나 위조지폐일 가능성이 있어서 아마 있어도 안 바꿔줬을 것 같다. 미안해요, 야박해도 어쩔수가 없어요 ㅠㅠ



그래서 미안하다고 하고는 내 생각엔 바츨라프 광장 쪽에 은행들이 몰려 있을거 같은데 도움이 안돼서 안타깝다고 하고 헤어졌다. 남자는 연신 고맙다고 하며 사라졌다.



으음, 역시 여기서도 되풀이되고 있어, 모두가 나에게 길을 물어... 나는 현지인이 아니에요.. 나는 동양인이에요 ㅠㅠ 러시아라면 다민족 국가인데다 중국과 비슷하게 '우리가 세상의 중심이니 우리 말로 말하면 다들 알아들어야지!' 라고 하는 스타일이니 이해한다 치지만 덴마크 남자마저 왜 나를 체코인으로 생각하고 영어로 길을 물어보나요??



혹시 나는 길을 가르쳐주는 성인의 별 아래에서 태어난 토끼인가???


..



국립극장 쪽 골목으로 꺾어 뒷길로 천천히 걸어서 나로드니 트르지다까지 갔다. 큰길로 가면 편하긴 한데 너무 번잡하고 뒷골목이 슬쩍 그늘도 지고 뭔가 음습한 것이 또 걸어가며 새로운 길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이렇게 누가 하얀 개 데리고 산책하는 것도 보고~)



테스코에 갔다. 플레이 모빌 사러 간거였음 ㅠㅠ 3년 반 전에 왔을때 여기서 용감한 조지를 비롯한 몇놈의 플레이 모빌을 샀고 집으로도 데려왔다. 그땐 싸게 샀는데 한국에 돌아오니 구하기도 힘들고 비싸다... 그래서 프라하 가면 테스코 가서 용감한 조지 친구들 데려와야지.. 했는데 으앵... 레고밖에 없어 전부 레고야 ㅠㅠ 플레이모빌은 큰 박스 두어개밖에 없어... 플레이모빌 철수했니? 흑, 난 레고보다 얘들이 더 좋은데...


그래서 용감한 조지의 친구는 데려오지 못하고(ㅜㅜ) 예전에 있을때 뻔질나게 드나들던 지하 수퍼에 가서 음료수와 미니 생수 따위를 샀고 나와서는 트램을 타고 우예즈드로 돌아왔다.



..



짐도 무겁고 너무 더운데다 오늘은 통굽구두를 신었더니 발이 아파서 일단 호텔로 들어갔다. 근데 오후 2시 즈음이라 아직 청소가 안되어 있었고 직원이 옆방 청소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신발을 갈아신고 무거운 카메라를 내려놓은 후 하루키 에세이를 한권 챙겨서 어제처럼 페트르진 공원에 갔다. 어제보다 조금 더 높이 올라갔다.


근데 역시 너무 한낮이라 더웠고 풀벌레가 엄청 많았다. 비둘기들이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고 바로 앞까지 다가와 둥근 눈으로 '어서 빵이나 과자를 내놓아라' 하는 시선을 마구 쏘아댔다. 나무 그늘 아래 벤치를 찾아내 앉아서 테스코 수퍼에서 사온 사과주스와 감자칩을 먹으며 하루키 에세이를 3분의 1쯤 읽었다. 이건 예전에 여러번 읽은 거긴 한데 여행갈때 이 사람 에세이를 돌려가며 가져와 읽는다. 내게 하루키는 여행갈때 읽는 '수필' 작가라서...


1시간 20분쯤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꾸 풀벌레가 무는 것 같아서(ㅜㅜ)






주민들은 좋아하며 잔디밭에 벌렁 드러누워 일광욕 중... 그러나 일조량이 여기만큼 적은 동네가 아닌 한국 출신인 나로서는 '살 다 탄다!' + '유행성출혈열 무서워!' 란 공포심이 먼저 솟아오르니 ㅠㅠ



..



방으로 돌아와서 발을 찬물로 씻고 파자마로 갈아입은 후 침대에 벌렁 드러누웠다. 너무 피곤하고 졸렸다. 햇볕을 너무 많이 쬐어서 그런가. 머리도 좀 아팠다. 에어컨 틀어놓고 누워 있으니 시원했고 졸렸다. 지금 자면 안되는데... 하고 참으며 론리플래닛 프라하편을 좀 읽었다. 3년 전에 들고 갔던 건데 그 이후에도 우리나라엔 개정판 번역본 출간이 안됐다. 그냥 다시 들고 왔다. 그땐 지금 묵는 우예즈드 쪽은 와보지 않았고 근처의 카페 사보이나 말로스트란스케 광장, 캄파와 미셴스카 골목 쪽으로 많이 돌아서....


원래는 숙소에서 매우 가까운 곳에 있는 꽤 유명한 태국 레스토랑인 Noi에 가서 저녁을 먹을까 했는데(팟타이나 새우볶음밥 같은 걸로) 너무 피곤하고 귀찮아서 결국은 컵라면 먹었다. 여기에 아까 테스코 마트에서 발견한 훈제두부를 곁들여 먹었다. 예전엔 두부 구하기도 힘들고 가끔 들어오는 두부도 너무 비싸서 못 사먹었는데 한결 저렴해진 가격으로 밀봉된 그냥 두부와 훈제두부 조그만걸 팔고 있었다!!! 체코어를 못 읽으니 훈제두부는 처음엔 튀긴두부인줄 알고 샀는데 뜯어보니 훈제두부였다. 두부는 베지테리안 코너에 있는데 그래서 꼭 햄처럼 느껴지라고 훈연향 입혀 수입해 파나보다...







어! 이 두부 의외로 맛있어!!!! 기대 안했는데 ㅋㅋ

짬뽕라면에 곁들여 먹으니 불맛 국물에 훈연향 두부라 그런지 나름 잘 어울렸다. 나중에 테스코 가면 또 사와야지. 이거에 푸성귀 좀 곁들이면 그냥 샐러드로 한끼 때울수도 있을듯. (원래 두부 좋아해서 예전에 가끔 1~2킬로 빼고 싶으면 두부 위주로 다이어트했음)



..



먹고 나서는 배도 너무 부르고, 이 방이 좁아서 카페에 가서 오늘의 메모와 사진도 정리하고 글도 좀 쓰기로 맘먹고는 노트북을 챙겨서 나왔다.


그런데...


으윽, 이 동네 카페들 다 6~8시에 문 닫아 ㅠㅠ 가려고 찍어놨던 카페 두곳은 모두 문 닫았고... 말로스트란스케 스타벅스는 좀 오래 할거 같아서 거기나 갈까 하고 쭉 걸어올라가다가(은근히 멀다) 옆골목으로 빠졌더니 조그만 카페가 있었다. 그래서 거기 들어가 생강 레모네이드와 애플파이를 주문했는데... 노트북을 폈더니 점원이 '저, 우리 8시에 닫아요...' 라고 한다 ㅠㅠ (그떄가 7시 20분)


엉엉 ㅜㅜ


다른 동네 카페는 좀 더 늦게까지 하는데도 있는데 이쪽 동네는 아무래도 프라하 성과 네루도바 거리 등 관광지랑 가까워서 어두워지면 관광객들이 다 돌아가니 펍이나 레스토랑 아닌 그냥 카페는 저녁이 되면 문을 닫아버리는 것이었다. 생각해보니 나도 전에는 밤에 카페에 간 적은 거의 없었지... 나도 밤에는 집에서 편하게 글을 쓰는 게 더 좋다고... 이 호텔 방이 이 모양일 줄 누가 알았겠니...





그래서 그 카페에 30분 정도 앉아 있다 일어남 -_- 에잇, 이게 뭐야.



우예즈드 거리를 한참 걸어서 도로 숙소로 돌아왔다. 아이고 다리 아파라...



(걸어오다 찍은 사진 중 맘에 들어서... 카페 사보이 샹들리에와 레기 교에서 찍은 사진 두장, 하얀 개 사진 빼고는 전부 폰으로 찍은 것이다. 카메라가 무거워서 ㅠㅠ)


..



방에 돌아오니 진짜 피곤했다. 샤워를 한 후 다시 한번 방의 구조를 잘 살폈다. 어제의 세팅보다 나은 세팅은 어려웠다... 이런저런 조합을 해보았으나 내 몸과는 안 맞았다. 그래서 결국은 '랩탑'이란 말에 걸맞게(ㅠㅠ) 침대 헤드보드에 베개 놓고 등 기대고 앉아 무릎 위에 쿠션이랑 노트북 파우치 올려놓고 이렇게 타이핑 중이다. 그나마 이게 어제보단 편하다. 근데 오래는 안되겠다...


어휴 의자도 없는 방을 주다니 ㅠㅠ 어쩐지 여기가 좀 싸더라 ㅠㅠ 하지만 의자는 당연히 있을 줄 알았지. 의자 없는 줄 알았으면 돈 좀 더 보태서 싱글룸보단 나은 방 얻었을텐데...


(주말이나 다음주쯤 료샤가 잠깐 놀러온다 했는데 이 방을 보면 짜증낼 듯 -_- 나는 부르주아가 아니니까 어쩔수 없다)


..



내일은 몸이 피곤하지 않으면 트램 타고 올라가서 로레타 성당과 프라하 성 쪽에 가볼까 싶다. 이번주까지만 날씨가 좋고 다음주에 비온대서....


근데 아무래도 주말 되기 전에 호르몬 주기가 올 거 같아 ㅠㅠ 그래서 더 피곤하고 졸린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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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어제 고생 끝에 프라하에 왔고 택시로 숙소에도 잘 도착했다. 이번 숙소는 말라 스트라나 구역의 우예즈드에 위치한 작은 호텔인데 그중에서도 제일 작은 방이라 다락방, 옥탑방 같은 느낌이고 정말 졸지에 소공녀 세라 생각이 난다(그런데 세라는 막판에 다시 대박나는데~)


간밤엔 9시 반쯤 잠자리에 들었고 시차 때문에 새벽에 깼다가 다시 자기를 반복. 꼭 시차 때문이라기엔 한국에서도 그랬어서... 하여튼 도합 7~8시간쯤 잔 후 일어났다.


조식 먹으러 내려갔다. 어제 비행기가 너무 추워서 담요도 두개나 두르고 있었더니 자다가 기침을 해서 아침부터 많이 먹어야 할 것 같았다. 조식은 별거 없었다... 푸성귀가 너무 없어서 슬펐다. 토마토와 파프리카 썰어놓은 것, 삶은 미니당근이 전부였다. 심지어 오이와 양배추조차 없다.. 그래도 빵이랑 치즈랑 잼이랑 버터에 차, 사과주스, 스크램블드 에그와 토마토 갖다놓고 꾸역꾸역 먹었다. 이 호텔에서 12일 있어야 하는데.... ㅠㅠ 아무래도 이러다 얼마 안 가 또 조식은 스킵하고 늦잠자다 다른데 가서 아점 먹게 될지도...


..






날씨가 매우 좋았다. 6월 페테르부르크 날씨 같았다. 해가 매우 뜨거웠고 하늘이 파랬다. 오늘 최고 기온이 28도였다. 긴팔 티셔츠에 짧은 야상 점퍼를 걸치고 나왔는데 곧 점퍼는 벗어서 허리에 둘러야 했다(웬놈의 패션이 그 모양이냐고 비웃지 마세요 엉엉....)



숙소가 말라 스트라나와 스미르호프가 맞닿는 우예즈드 쪽이라서 오늘 원래는 그냥 길 쭉 따라가다 말라 스트라나 구역이나 산책할 생각이었다. 프라하 성은 언덕길 올라가야 하고 로레타는 더 높이 있으니 나중에 트램 타고 가기로 하고 캄파에나 가고 미셴스카 골목 가서 카피치코에 들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우예즈드 거리 쭉 따라 걷고 또 꺾어서 걸어가자 말로스트란스케 광장이 나왔다. 잘 아는 곳이지만 예전에 머물땐 우예즈드에서 걸어가본 적이 없어 새로웠다. 캄파 쪽으로 걸어내려가려다 다른 길로 꺾었더니 새로운 길이 나와서 돌아다니다 어느새 마네수프 다리가 나왔다. 말라 스트라나와 구시가지 광장 쪽은 블타바 강으로 구분되어 있는데 말라 스트라나 쪽에서 바라볼때 왼쪽부터 마네수프, 카를, 레기 다리이다. 카를교가 제일 유명하고 아름답지만 워낙 관광객이 많고 붐벼서 난 항상 마네수프나 레기로 다녔었다.



걷다 보니 마네수프 다리가 나와버려서 그냥 다리 건너서 구시가지로 가기로 했다. 잠시 마네수프 다리 앞 공원에 앉아 물을 마시며 쉬었다.




..



마네수프 다리를 건너 구시가지로 향했다. 나중에 옮기는 숙소가 구시가지 쪽이라 여긴 그때 실컷 다녀야지 했는데 어찌어찌 발길이 이쪽으로 왔다. 아마 내 무의식이 원하는 장소가 있었던 것 같다.


낯익은 골목들을 지났다. 시청 건물을 지나고 카를로바 골목과 후소바 골목을 지나서 3년 전 두달 동안 머물렀던 릴리오바 골목으로 들어오자 기분이 묘했다. 골목은 거의 비슷했지만 카페 하나는 없어졌다. 맨날 자질구레한 식료품 사러 가던 가게는 그대로 있었고 동생과 함께 갔던 예쁜 초콜릿 카페도 그대로였다. 그리고 내가 살았던 그 아파트도 그대로 있었다.





문득 저 무거운 문을 열고 들어가 컨시어지의 야나를 찾아가고 싶었다. 야나가 아직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언제 오든 환영하겠다고 했던 야나, 내가 떠나는 날 인사를 하려고 교대 근무를 바꿨던 야나. 그런데 저 문은 키카드가 있어야 들어갈 수가 있고... 아니면 벨을 누르고 '야나를 찾아왔어요, 전에 살았던 사람이에요' 라고 해야 하는데 전자는 불가능했고 후자는 좀 부끄러워서 못했다. 아직 시간 있으니 돌아가기 전까지 꼭 야나가 있는지 보러 가야지.


..



여기까지 왔으니 당연히 오늘은 에벨에 가야 했다. 그 전에 점심을 먹기로 했다. 릴리오바에 왔으니 이 골목에 있는 그 펍에 가기로 했다. 항상 축구경기 틀어주는 펍이라 저녁엔 무서워서 못갔지만 낮에는 런치 메뉴가 있고 한산한 곳이다. 오늘도 역시 손님이 별로 없었고 런치 메뉴로 치킨슈니첼과 음료가 145코루나였다. 약 7~8천원 사이이다.


치킨슈니첼과 스몰 비어를 시켰다. 맥주나 소프트음료 중 고를 수 있는데 당연히 프라하에 왔으니 맥주.... 난 맥주 못 마시는 체질인데 신기하게 프라하에서 맥주 마셨을 땐 아픈 적이 거의 없었다.


너무 더웠고 갈증도 났고 많이 걸었기 때문에 맥주 첫 모금은 정말 시원하고 맛있었다. 3년만에 돌아온 프라하에서의 첫 맥주였다. (스몰 비어라 0.3리터 정도 됐는데 역시 내겐 많아서 3분의 2만 마셨다)





맥주를 보면, 특히 프라하에서 맥주를 마시게 되면 항상 쥬인이 생각난다. 4년전 여름에 같이 왔을때 쥬인이 프라하 맥주를 너무 시원하게 들이켰었지... 쥬인, 내가 쥬인 생각하며 마셨어.





전엔 포크 슈니첼 먹었는데 이젠 알레르기가 생겨서... 그런데 마침 오늘 런치는 포크가 아니라 치킨 슈니첼이어서 기뻤다. 여기 치킨 슈니첼은 그닥 고급은 아니고 살짝 맥너겟 맛이 나지만 관광 중심지에서 이 정도 가격에 런치로 맥주까지 주고 감자튀김에 레몬까지 주니 이 정도면 나쁘지 않다. 간은 짜다. 슈니첼을 먹고 있으니 '아, 역시 짠 것이 프라하에 온게 맞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입맛에 짠 거니까 다른 분들은 그냥 '살짝 간간하네 맛있다' 정도일 듯. 이 집이 덜 짠 편!!!


꾸역꾸역 감자튀김까지 다 먹음!




낮의 한산한 펍 내부가 평화로웠다. 유일한 창가에는 두 아저씨가 스코틀랜드 액센트가 강한 영어로 담소를 나누며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나처럼 밥먹으러 온 것도 아니고 낮 12시 반에 그냥 맥주만 마시고 계심 :)


..


노트북으로 올리고 있어서 모바일보다는 업로드가 잘 되는 거 같긴 한데... 사진이 여러 개니까 오늘 메모는 두개로 끊어서 올린다. 일단 여기까지 1부. 다음 2부에선 카페 에벨과 공원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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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