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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카테리나 콘다우로바'에 해당되는 글 14

  1. 2020.01.26 젊은이와 죽음 커튼콜 사진 몇장(19년 11월, 슈클랴로프 & 콘다우로바) 4
  2. 2019.11.11 젊은이와 죽음 커튼 콜 사진 세 장(슈클랴로프 & 콘다우로바) 2
  3. 2019.11.09 11.8 금요일 밤 : 젊은이와 죽음 보고 들어옴
  4. 2018.11.04 젊은이와 죽음(슈클랴로프 & 콘다우로바 : 2013년 마린스키 공연 클립)
  5. 2017.10.08 10.7 토요일 밤 : 사계(일리야 쥐보이 안무) 짧은 메모, 드디어 산책, 수프 비노, 많이 큰 레냐
  6. 2016.10.05 폭군 파트너 여왕, 병실의 미샤와 지나이다의 대화 38
  7. 2016.06.20 6.19 일요일 밤 : 조식, 카페인 후유증으로 매우 고생, 호젓한 카페, 세번째 호텔, 스트라빈스키 3악장 심포니와 봄의 제전 공연 메모, 갈매기, 된장국과 김치, 중국 찻잔 2
  8. 2016.02.14 돈키호테 '투우사와 거리의 무희 춤' 클립 두 개(이반첸코 & 페투슈코바, 바이무라도프 & 콘다우로바) 4
  9. 2015.12.13 마린스키 신데렐라 - 비슈뇨바 & 슈클랴로프 영상 클립 몇 개 2
  10. 2015.09.08 마린스키 신데렐라 DVD 트레일러(비슈뇨바&슈클랴로프) 6
  11. 2015.08.26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화보 몇 장 : 젊은이와 죽음, 백조의 호수, Infinita Frida, 로미오와 줄리엣, 라 바야데르 4
  12. 2015.05.16 힘든 심신의 위안을 위한 슈클랴로프 사진 몇 장
  13. 2015.02.05 예쁜 사진들로 눈 정화 : 티포트, 소녀, 콘다우로바, 비슈네바, 슈클랴로프 4
  14. 2015.02.01 발레 화보 : 로파트키나, 비슈네바, 슈클랴로프, 테료쉬키나, 콘다우로바

 

 

 

작년 11월에 마린스키에서 보았던 '젊은이와 죽음' 커튼 콜 사진 몇장.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와 예카테리나 콘다우로바.

 

 

전에 서너장 올렸기 때문에 중복되는 사진도 있다. 화질은 별로 안 좋음. 나 분명히 맨 앞줄에 앉았는데... 앙코르 커튼 콜 할때는 제일 가운데로 나가서 찍었는데 이때 바꾼 카메라가 손에 안 익었던데다 원체 좋아하는 작품 + 좋아하는 무용수 콤보라 흥분하여 손이 떨렸는지(ㅜㅜ) 사진은 몇장 못 건졌다. 하여튼 그때 찍은 거 몇장만 올려본다.

 

발로쟈, 이 작품 때문에 당신의 진정한 팬이 되었었죠 :)

 

 

 

 

잘 안 보이지만 내가 드린 꽃다발도 있음~~

 

 

 

 

 

 

 

 

 

 

 

 

 

 

 

 

 

이 날은 료샤랑 같이 갔기 때문에 공연 끝난 후 기다리지 않고 숙소로 돌아왔는데, 나중에 발로쟈에게서 메시지가 와서 엄청 감격했었다 :)

 

(아악, 기다릴 걸!!! 하고 마구 자책하였음 ㅋㅋ)

 

 

떠나기 전날 백조의 호수 보러 갔을 때는 끝나고 기다렸다가 만나고 왔는데 정말 이 사람의 다정함과 상냥함은 어디까지인지 감동의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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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데이터 로밍은 해왔지만 티스토리 모바일 앱은 해외 나오면 사진 여러 장 올리는게 잘 안돼서, 세 장만 올려봄. 사진 많이는 못 찍었다.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예카테리나 콘다우로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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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가장 좋아하는 무용수가 춘 가장 좋아하는 발레 보고 옴. 밤이 늦어 커튼 콜 사진 두 장으로 오늘 메모를 대신한다. 후기는 나중에. 발로쟈, 멋진 공연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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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이 클립은 전에 올린 적 있긴 한데 그땐 유튜브 링크여서 지금은 막혀 있어 다시 올려본다. 롤랑 프티의 '젊은이와 죽음'.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와 예카테리나 콘다우로바가 마린스키에서 춘 것이다. 내가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를 '정말로' 좋아하게 된 첫 작품이기도 했다. 그를 무대에서 처음 본 것은 2006년이었지만 그의 춤과 무대에 온전히 빠져들게 되었던 건 2012년 가을, 마린스키에서 그가 이 작품을 췄을 때였다. 그때도 콘다우로바와 췄다. 콘다우로바도 이 역에 정말 잘 어울린다.

 

위의 영상은 그로부터 몇달 후, 2013년에 그가 데뷔 10주년 기념 공연에서 췄을 때 관객 중 누군가가 찍은 것이다. 슈클랴로프는 그때 라 바야데르 3막의 망령의 왕국, 발란신의 jewels 중 '루비', 그리고 이 젊은이와 죽음을 골랐다. 그러니까, 완벽히 마린스키다운 클래식, 발란신, 그리고 자신의 장기가 가장 잘 드러나는 드라마틱한 작품까지 셋을 골랐던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사람은 발란신에는 좀 안 어울린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루비보다는 차라리 다른 걸 췄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다만.

 

 

하여튼 난 그 기념공연은 못봤지만 작년에 블라디보스톡 마린스키 분관에서 이 사람의 특별 공연은 봤다. 그때 이 사람은 스메칼로프가 안무해준 '날 버리지 마', '발레 101', '고팍', 그리고 '마르그리트와 아르망'을 췄다. 아주 근사한 무대였고 이 사람의 매력이 최고조에 달하는 작품들이었다. 아무래도 앞의 세개는 혼자서 추는 거라 별다른 세트가 필요없어 솔로 무대 보여주기 적합하니 고른 것도 있다. 하여튼 그때 젊은이와 죽음도 다시 춰줬다면 정말 좋았겠지만 이건 무대 세트에 공이 좀 들어가니 더 어려웠겠지.

 

 

젊은이와 죽음은 항상 나에게 특별한 발레였다. 미하일 바리쉬니코프의 영화 백야가 바로 이 작품으로 시작된다. 내가 러시아어를 전공한 이유 두가지 중 하나가 이 영화인데, 이 영화는 동시에 나에게 발레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해준 작품이기도 했다. 이 영화 비디오(!)를 보았던 당시는 중학생이었고 발레에 대해선 역사나 이론들 정도밖에 몰랐고 당연히 롤랑 프티가 누군지도 몰랐다. 심지어 바흐의 파사칼리아도 여기서 처음 들었다. (바흐는 지금도 내가 아주 좋아하는 음악가는 아닌데 그의 작품 중 제일 좋아하는 것 딱 두곡만 꼽으라면 이 곡과 '인류의 기쁨 되신 주'이다)

 

 

화질 나쁜 비디오 화면으로 어둠과 붉은색과 죽음의 여인, 그리고 격렬하고 처절하게 춤추는 바리쉬니코프를 보았을 때 난 충격을 받았고 거의 사랑에 빠졌던 것 같다. 이 작품의 드라마와 파사칼리아, 콕토의 리브레토와 주인공 청년의 절망적인 춤, 이 모든 것이 나를 온전하게 사로잡았다.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세월이 흐르고 나이를 먹으면서, 그리고 무수한 발레를 보고 아주 많은 예술작품들을 접하면서 나의 시선과 감각은 변해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여전히 나를 잡아흔든다. 사실 아주 내 취향이다. 취향이란 변하기 마련이지만 본질적인 무언가는 변하지 않고 남는다. 젊은이와 죽음은 나에게 그런 발레이다. 여러 무용수들이 춘 무대를 보았지만 직접 본 무대에서는 슈클랴로프의 춤이 가장 좋았다. 내게 최고의 '젊은이'를 꼽으라면 바리쉬니코프, 누레예프, 그리고 슈클랴로프이다. 비록 전자의 두개는 영상으로만 보았지만.. 

 

 

며칠 전 이 사람이 마린스키에서 이 작품을 다시 췄다. 상대역은 크리스티나 샤프란이었다. 짧은 영상 클립과 사진들을 보니 샤프란은 역시 아직 죽음의 여인을 추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만... 아아 나 정말 이 사람이 추는 이 무대 다시 보고 싶어 미치는 줄 알았다 흐흑... 발로쟈... 엉엉 다음에 갈때 꼭꼭 이 작품 다시 춰줘요...

 

 

이 작품을 너무나 좋아했고 또 나에게 특별한 발레였기 때문에 몇년 전 글을 쓸 때 미샤가 이 춤을 (좀 자기 맘대로) 추는 장면을 집어넣기도 했다. 슈클랴로프의 이 무대를 보러 갔을때 마침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할 때였고 미샤와 춤에 대해 상상하던 무렵이라 더욱 깊게 빠져들 수 있었다. 무대를 보면서 이 작품이야말로 내가 생각하는 미샤와 딱 맞을 거라는 생각을 했었다. 강렬하고 비극적이고 격정적이고 너무나도 드라마틱하고, 젊음에서만 나올 수 있는 바닥 없는 절망을 표출할 수 있는 작품. 그것은 내가 생각하고 내가 불러올리고 있던 미샤와 깊게 공명했다.

 

 

하지만 나는 그가 이 춤을 추는 것을 세세히 묘사하지는 않았다. 소설에서는 미샤가 이 작품을 추는 장면이 아주 짧게, 그의 문학 서클 동료였던 알리사의 회상으로 묘사될 뿐이다. 전에 발췌해 올린 적이 있는데 그건 여기 : http://tveye.tistory.com/2390

 


 

 

 

영상 클립만 올리면 좀 아쉬우니 젊은이와 죽음을 추는 슈클랴로프님 화보 한컷. 전에도 올린 적 있다만 좋아하는 화보라서 다시 올려본다. 사진은 alex gouliaev가 찍은 것.

 

극장과 발레의 특성이 그렇듯 실제 무대와 영상은 비교가 되지 않는다. 동영상 클립은 슈클랴로프의 실제 무대에서 느껴진 에너지와 드라마, 불꽃을 온전히 전달하지 못해 좀 아쉽다. 무대는보다 격하고 보다 묵중했다. 불꽃이 이는 무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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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갔다. 내일 하루만 더 지내고 나면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야 한다. 생각하니 괴롭구나.



낮 열두시 마린스키 신관 발레 공연 티켓을 끊어두었었다. 료샤와 레냐도 갈까 했었는데 이것도 현대 발레이고 또 레냐가 보기에는 너무 플롯이 없어서(사실 레냐보다 료샤가 걱정 ㅋ) 그냥 나 혼자 보러 가기로 했다. 대신 내일 낮 공연은 불새니까 레냐도 볼만해서 같이 가기로 함.



아침에 보니 파란 하늘이 손톱만큼 보였다. 구름이 잔뜩 끼어 있었지만 실낱같은 희망을 품었다.



극장에 갔는데 하늘이 보이기 시작해서 부디부디 공연 끝나고 나와서도 날씨가 개어 있게 해달라고 기도를 했다. 제바아아알... 네바 강변 한번이라도 걷게 해주세요오오... 아직 청동기사상도 보러 못 갔다고요...



오늘 공연은 마린스키 무용수이자 젊은 안무가인 일리야 쥐보이가 안무한 현대발레 '사계'(THE FOUR SEOSONS)였다. 작년 여름에 젊은 안무가 워크숍 공연에서 쥐보이가 Seasons란 제목으로 이 발레의 초안을 올린 적이 있었다. 그때는 2~30분 정도였던 것 같다. 당시에도 막스 리히터의 음악과 쥐보이의 안무가 잘 어우러져서 느낌이 괜찮았었다. 극장에서도 그렇게 여겼는지 2막짜리 발레로 전곡을 써서 안무하게 해주었고 몇달 전 초연을 했었다.




내가 리히터를 좋아하기도 하거니와, 쥐보이의 안무도 우아하고 감성적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에 와서 본 세가지 공연 중 오늘 공연이 제일 맘에 들었다. 그러니까, 프렐조카주의 Le Parc보다는 쥐보이의 이 작품이 좀더 내 취향이었다. 물론 주역을 춘 무용수가 예카테리나 콘다우로바이기도 했지만. 하여튼 오늘 공연은 꽤 좋았다.

(커튼콜 사진은 다 번져서 안 올린다... ㅠㅠ 3층 앞줄에 앉아서 너무 멀기도 했고 조명이 너무 밝았다 ㅠㅠ)



..



공연을 보고 나왔는데... 빗방울이 약간씩 떨어지고 있었다. 흐흑... 료샤랑 레냐가 기다리고 있었다. 차를 타고 호텔 앞으로 왔는데 그때 다시 개면서 하늘이 보였다. 나는 '아아... 하늘이 보여, 제발 네바 강변을 산책하자' 라고 징징거렸다.



우리는 해군성 공원을 지나 청동기사상 쪽으로 갔다. 구름이 잔뜩 끼어 있었지만 저 멀리에는 파란하늘도 좀 보였다. 표트르에게 인사한 후 길을 건너 네바 강변을 따라 거닐었다. 아아... 그래도 네바 강변 걷긴 하는구나 엉엉... 석양 보는 거라면 더 좋겠지만 엉엉 이게 어디야...










네바 강변을 쭉 따라 걷다가 에르미타주 쪽으로 틀었다. 궁전광장으로 가니 오늘이 바이커 축제일이었다. 그래서 광장에 수많은 오토바이들 집결. 가죽점퍼의 라이더들 우글우글. 내가 또 이런 걸 좋아해서(ㅋㅋ) 넋놓고 그 해골과 가죽 패션과 멋있는 오토바이들을 보고 있는데 료샤가 '야!' 하면서 날 확 잡아끌었다. 사람 많은데 들어가면 밟힌다고 ㅋㅋ 레냐는 '쥬쥬가 좋아하는 해골 옷이 많아!' 하고 소리를 쳤다 ㅋㅋ



..



그런데... 아틀라스 발을 만지며 소원을 빌고 막 내려오는 순간부터 빗방울이... 아니야 아니야... 나는 이 사실을 필사적으로 부정하고 싶었지만 비가 오기 시작했다..



(비와서 카메라 집어넣고 폰으로 찍음. 우중충해진 거리 ㅜㅜ)




료샤의 차는 호텔 앞에 세워두었으므로 그리로 가야 했다. 그러나 나는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또 금방 그치지 않을까? 우리 그리보예도프 운하 따라 조금만 걸으면 안될까?' 하고 불쌍하게 부탁했다. 료샤는 툴툴댔지만 레냐는 '그래그래!' 하고 내 손을 잡아끌었다.




우산 쓰고 그리보예도프 운하 쪽을 따라 걸어가는데 스파스 나 크로비 사원 앞에서 비가 또 그쳤음. 그래서 우리는 미하일로프스키 정원을 좀 산책했고 다시 운하를 따라 나왔다. 나온 김에 좀더 걸어서 카잔 성당 쪽을 지나서 수프 비노에 갔다. 여기는 전에 bravebird님이 소개해주셔서 알게 된 곳인데 목소리가 다정하고 매력적인 알렉세이가 있는 곳이다. 료샤랑은 안 갔었다. (알렉세이 얘기하면 또 쿠사리 줄 게 뻔해서 ㅋ) 하지만 레냐랑 료샤도 배가 고프다 했고 나는 극장에서 먹은 빵 한조각 파인애플 몇조각이 전부라 정말 배가 고팠다. 수프 비노는 음식이 맛있고...



알렉세이가 있을까 궁금해하며 쭉 걸어서 수프 비노에 갔다. 그런데 슬프게도 알렉세이가 없었고 모르는 남자가 있었다. 생각해보니 전에도 알렉세이는 주말에는 근무를 안했던 것 같음 ㅠㅠ 알렉세이 말고도 안면 있는 점원이 두엇 있긴 한데 오늘 가게 보던 남자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다. 아는 얼굴이었음 알렉세이에게 안부 전해달라고 하고팠는데 ㅠㅠ





하여튼 배고프고 너무 지쳐서 생강 레모네이드랑 치킨 수프랑 해산물파스타를 주문했다. 료샤는 핀란드식 우하(크림이 들어가는 생선수프. bravebird님이 여기 핀란드 우하를 좋아하심. 내 입맛엔 조금 짠 편이라 나는 치킨수프가 더 좋았다), 탕수치킨 비슷한게 곁들여진 볶음밥을 시켰고 레냐는 버섯파스타를 시켰다. 수프는 나랑 나눠먹었다. 이곳의 치킨 수프는 긴 쌀이 가득 들어 있고 무척 따뜻해서 꼭 닭곰탕에 밥 말아먹는 기분이라 몸이 따뜻해진다. 작년 여름에 너무 힘들때 여기서 그 수프 먹고 감동받은 기억이 있다.... 그때 음식을 별로 못 먹던 때였는데...



료샤도 레냐도 음식이 맛있고 분위기도 좋다고 했다. 료샤는 보통 이렇게 조그만 카페 같은 음식점엔 잘 오지 않는다(여기는 테이블이 5개 뿐이고 아주 작다) 사실 덩치 큰 료샤가 앉기에는 의자도 좀 좁은 편이었지만 음식이 맛있고 음악도 좋다면서 의외로 좋아했다. 다 먹은 후 레냐를 위해 치즈케익을 시켜주었다. 작년에 먹었을때 맛있었던 기억이 나서. 레냐는 무척 좋아했다.


..



나와서 걸어나오다 카잔 성당 앞 벤치에 앉아 잠시 쉬었다. 분수를 보면서. 오래전 미샤가 등장하는 illuminated wall 단편은 이 장소를 배경으로 시작되어 궁전광장의 원주 아래에서 끝난다. 레냐는 작년에 내가 이 분수 앞 벤치에 앉아 그 단편 이야기를 해준걸 기억하고 있었다. 벤치에 앉는데 레냐가 '쥬쥬가 쓴 글에서 미샤랑 레냐-자기랑 이름 똑같아서 잘 기억함-가 여기서 만났어 그치. 레냐가 여기서 아이스크림 먹었어 그치?' 하고 갑자기 떠올려서 반갑고 귀여웠다.





(그 단편에서 화자인 레냐는 이 벤치 중 하나- 잘 보면 오른쪽의 분홍색 옷 입은 분 앉아 있는 저 벤치-에 앉아 책 읽고 있는 미샤와 마주친다)





분수를 보고 있는데 아까 궁전광장에 모여 있던 바이커들이 우르르 몰려 지나갔다. 네프스키 대로를 꽉 채웠고 차들이 다 멈췄다.



우리는 엘리세예프스키 상점에 가서 과자들과 케익 구경을 했다. 뭘 사지는 않았다. 그리고 버스를 타고 호텔 쪽으로 돌아왔다. 료샤는 항상 차를 가지고 다니므로 버스를 타는 일이 거의 없다. 심지어 버스 요금이 얼마인지도 모르고 있어 나랑 레냐가 '바보!' 하고 소리쳤다. (버스 요금이 작년 겨울보다 더 올라서 지금은 40루블임)



호텔 로비에서 잠시 쉬었다. 나는 석양을 보고팠지만 흐려서 실패했다. 대신 황혼녘의 모이카 운하를 좀 거닐었다. 중간에 레냐가 다리 아프다고 했다. 나도 다리가 아팠다. 오늘 많이 걸었다. 나 때문에 어린 레냐가 많이 걸어서 미안해졌다. 안아주고 싶었지만 이제 레냐는 내가 안기에는 너무 크고 무겁다. 곧 나만큼 커질 것이다. 료샤는 예전같으면 레냐를 안아주거나 업어주었겠지만 이제는 그러지 않는다. 이제 다 큰 소년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레냐도 이제 '아빠, 다리 아파 업어줘'라고 떼를 쓰지 않는다. 그냥 '다리 아프다, 좀만 쉬었으면' 이라고 말한다. 레냐는 많이 컸다...



내가 '레냐야 미안해. 내가 오랜만에 뻬쩨르 와서 산책하고 싶었는데 너무 많이 걸었나봐. 다리 많이 아프지?' 라고 묻자 레냐는 '나는 금방 안 아파져! 나는 건강해!' 하고 소리치더니 갑자기 '쥬쥬가 집에 안 갔으면 좋겠어. 그러면 맨날 이렇게 같이 걸을 수 있는데. 그러면 하루에 이렇게 많이 안 걸어도 되는데' 라고 한다. 레냐는 빵긋빵긋 웃으며 그렇게 말했는데 나는 갑자기 그 말에 눈물이 나올 것 같아서 꾹 참았다.






..




우리는 방에 돌아왔다. 레냐는 많이 걸어서 피곤했는지 침대로 기어올라가 살풋 잠이 들었고 나는 료샤와 소파에 앉아(방 업그레이드해준 거 다시 생각해도 참 좋다 ㅋㅋ) 얘기를 좀 나누었다. 감자칩과 하리보 젤리를 깔아놓고 석류 주스를 마셨다. 료샤는 맥주 마시고 싶어했지만 레냐 태우고 운전해야 하므로 나와 주스 나눠마셨다. 그는 몹시도 맥주를 마시고 싶어했다. 그래서 '에이. 여기 방 하나 잡아서 자고 갈까' 하고 정말 진지하게 고민을 하고는 정말 방을 잡았다. 아니... 여기는 무려 아스토리야 호텔인데... 운전 안하고 맥주 마시고프다는 이유로 즉석에서 방 잡아서 자고 갈 수 있는 부르주아 녀석이 부럽구나... 나는 여기 묵어보려고 환불도 안되는 가장 저렴한 요금 간신히 찾아서 그나마도 큰맘먹고 예약한 거였는데...



료샤는 나보고 오늘 얼마나 걸었는지 확인해보라고 했다. 앱을 보니 8.8킬로나 걸었다. 많이 걸었다. 나는 극장도 갔었기 때문에 료샤랑 레냐보다 더 많이 걸었던 것이다. 료샤는 나에게 몸살날지도 모르니 자라고 했다.



우리는 좀더 이야기를 나누었다. 료샤는 레냐를 살살 깨웠다. 레냐가 집에 가기 싫다고 막 울려는데(이럴땐 아직 아기 같음 ㅋㅋ) 료샤가 아래층에서 자고 갈거라고 하자 '쥬쥬도?' 하고 빵끗 웃는다 ㅋㅋ 아니야 레냐야. 나는 여기서 자고 너는 아빠랑 다른 방에서 자는 거야 ㅋㅋㅋ



료샤랑 레냐는 아래층에 자러 가고 나는 씻고 나와 오늘의 메모를 정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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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사진은 로미오와 줄리엣을 연습하고 있는 볼쇼이의 아르춈 옵차렌코와 마린스키의 디아나 비슈뇨바)

 

..

 

 

전에 본편 중 몇가지 이야기를 발췌하면서 미샤의 키로프 발레단 시절 파트너 발레리나인 지나이다와의 이야기를 두어번 소개한 적이 있다.

(지나이다와 미샤의 수첩 대화 : http://tveye.tistory.com/4924
지나이다와 미샤의 졸업 무대 : http://tveye.tistory.com/4947)

 

트로이에게 가장 친한 친구인 알리사가 있듯 미샤에게는 파트너인 지나이다가 있는데 물론 서로의 관계는 각각 다르다. 알리사와 지나이다의 개인적 성격도 다르고 스타일도 다르다. 그런데 그 소설을 쓰면서 항상 그런 생각을 했다. 친구를 사귄다면 지나이다 같은 애가 하나 있었으면 좋겠어.

 

발췌한 이야기는 1975년 9월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미샤가 키로프에서 세번째 시즌을 막 맞이했을 때 즈음이다. 그는 생각지 않은 부상으로 잠깐 병원 신세를 지게 된다. 그리고 파트너인 지나이다가 이 소식을 듣고 병실에 찾아와 그를 들들 볶는다.

 

* 다닐로프와 아사예프는 소설 속 키로프 극장의 행정감독과 예술감독, 아스케로프는 미샤와 오래전부터 관계를 맺어온 병원 의사이다. 폴리나와 세레브랴코프는 발레단 동료 무용수들이다. 알렉산드르 파블로비치는 발레학교 시절 미샤와 지나이다의 은사이다.

 

 

 

 

 

* 이 글을 절대로 무단 전재, 복제, 배포, 인용하지 말아주세요 *

 

 

 

 

 

 미샤는 부상을 입은 것을 극장 관계자 외에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자기 어머니에게도 숨겼다. 물론 극장에도 사실대로 얘기한 것은 아니었다. 버스에서 넘어져 다쳤다고 둘러댔는데 세레브랴코프를 비롯한 그의 적들은 기뻐했고 나머지 동료들은 걱정했으며, 무대 외의 공간에서 미샤 야스민이란 이름이 거론되기만 하면 머리를 감싸쥐는 가엾은 다닐로프는 아스케로프가 내려준 면회 금지령 때문에 이틀 동안 속을 태우다가 병실로 들이닥쳤다. 풋내기처럼 넘어져서 다치다니 믿을 수가 없다면서 조심성 없는 행동과 자기 관리 부족에 대해 꾸짖기도 하고 그간의 징계가 좀 심했다는 것은 자기도 인정하지만 어쨌든 이제 조치가 다 풀렸으니 무대에 올라가기만 하면 되는데 왜 이렇게 운이 없느냐며 탄식하기도 했다.

 

 

 보리스 아사예프를 설득해 개막 공연 배역을 핀스키에게 넘긴 장본인으로서 가책을 느꼈기 때문인지, 미우나 고우나 저 골칫거리가 극장의 간판스타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어서인지는 모르지만 다닐로프는 미샤에게 자기가 타던 차까지 주고 갔다. ‘네가 예뻐서 주는 줄 아느냐, 어차피 오래되어 바꿔야 하는 참에 잘됐다, 곧 수석무용수가 될 인간이 걸어 다니고 버스를 타고 다니다 넘어져서 다치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리냐, 극장의 명예를 이렇게 실추시킬 셈이냐’ 등등 잔소리를 늘어놓으면서.

 

 물론 미샤는 퇴원 후 곧장 다닐로프에게 차를 돌려주러 갔다. 다닐로프는 예의를 모르는 놈이라고 그를 호되게 야단친 후 갑자기 급료를 인상해 주었고 한 달 후에는 수석무용수로 승급시켰다. 타마라의 정보가 사실로 판명된 것이다.

 

 

 다닐로프를 비롯한 극장 관계자들은 의심을 품지 않았지만 지나이다는 달랐다. 그녀는 미샤가 다쳤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병원으로 찾아왔다. 아스케로프가 면회 금지라며 쫓아내려고 하자 파트너는 보호자나 마찬가지라며 버럭 소리를 질러서 의사 선생을 당황하게 만든 후 당당하게 문을 밀어젖히고 병실로 들어가 버렸다. 그때 미샤는 수혈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잠들어 있었고 트로이도 옆자리의 빈 침대에 누워 졸고 있었다. 지나이다는 붉은 머리의 여왕처럼 불쑥 들어오더니 트로이는 본 척도 않고 미샤의 뺨을 톡톡 쳐서 깨웠다. 눈을 뜨고 지나이다를 발견한 미샤는 놀라지도 않았다.

 

 

 “ 지나, 안녕. ”

 

 “ 얼마나 있어야 돼? ”

 

 “ 음, 일주일? ”

 

 “ 거짓말하지 마. 어깨에 금 갔잖아. ”

 

 “ 아, 나도 몰랐던 사실인데. ”

 

 “ 방금 엑스레이 나온 거 보고 왔어. ”

 

 

 미샤는 지나이다의 정보력에 진심으로 감탄하는 것처럼 보였다. 트로이는 옆 침대에 앉아 그 유명한 커플이 대화를 나누는 것을 구경했다. 미샤를 꼼짝 못하게 만드는 상대가 있다는 사실이 재미있었다. 그는 지나이다를 먼발치에서 볼 때마다 그녀의 아름다움에 매혹되곤 했고 정상적인 남자들이라면 모두가 그녀에게 목을 매달 거라고 생각했다.

 

 

 “ 그럼 열흘? 걱정 마, 10월까진 괜찮아질 거야. ”

 

 “ 바야데르 말고 딴 것도 있잖아! 백조는 어떻게 할 건데! 그게 더 먼저잖아. ”

 

 “ 그건 너랑 추는 거 아니잖아. 폴리나 리보브나야. ”

 

 “ 멍청하긴, 차라리 내가 낫지. 폴랴가 얼마나 뚱뚱한지 몰라? 그 여잔 백조가 아니고 거위야! 아까 보니까 그 와중에 더 찐 것 같던데. 그 어깨로는 못 들어. 월말까진 어림도 없어. ”

 

 “ 폴리나는 키가 큰 거지 뚱뚱한 게 아냐. 테크닉도 좋아. ”

 

 “ 그래, 180짜리 여잘 한번 잘 들어봐. 남편 위세로 아직까지 무대에 남아 있는 여자 따위. ”

 

 “ 봄에도 같이 춘 거 기억 안나? 괜찮았어. ”

 

 “ 지금 어깨만 다친 게 아니잖아. ”

 

 

 지나이다가 모포를 휙 걷더니 수혈의 여파로 아직도 핏자국이 군데군데 남아 있는 환자복과 목에 감긴 붕대를 발견했다. 녹색 눈이 화학 약품이라도 쏟아부은 것처럼 확 불타올랐다.

 

 

 “ 너 넘어진 거 아니지? ”

 

 “ 왜? 넘어졌어. 버스에서 밀려서 떨어졌어. ”

 

 “ 내가 바보야? 10년이나 널 봤는데 다른 사람도 아니고 네가 남한테 떠밀려서 이렇게 다칠 수 있다는 걸 믿으라고? ”

 

 “ 무슨 일에든 처음이 있기 마련이야. ”

 

 “ 수혈 받았잖아! 누가 넘어졌다고 수혈을 받아! 그렇게 많이!

 

 

 지나이다가 참지 못하고 소리를 빽 질렀다. 트로이는 그녀가 병원의 누구를 닦달해 이 모든 것을 알아낸 것인지 그저 놀랍기만 했다. 아스케로프조차도 그녀 앞에서는 상대도 되지 않을 것 같았다. 미샤는 서릿발 같은 파트너 앞에서 변명을 늘어놔봤자 소용없다고 생각했는지 전략을 바꿨다.

 

 

 “ 비밀로 좀 해줘, 지나. 안 그러면 다닐로프가 나 자를 거야. ”

 

 “ 언제 그런 거 신경이나 썼어? 그때도 페테르고프에 안 가서 이렇게 된 거잖아. 개막도 뺏기고, 너 때문에 나도 같이 밀렸잖아. ”

 

 “ 잘못했어. ”

 

 “ 월말까지 못 나오면 나 울리얀하고 춰야 될지도 몰라! 그 인간이 이번 솔로르 역 얼마나 눈독 들였는지 알아? 아사예프한테 얼마나 작업하고 다니는지 아냐고! ”

 

 “ 나간다니까. 절대로 네가 세레브랴코프와 출 일은 없을 거야. ”

 

 “ 당연하지, 날 그 병신하고 같이 추게 만들면 넌 진짜 끝장일 줄 알아. 대가리에 똥만 들어찬 그 수탉 같은 자식. ”

 

 “ 극장에선 그런 말 쓰지 마, 아가씨가 그러면 더 미움 받을 테니까. ”

 

 “ 자기 걱정이나 하시지. ”

 

 

 지나이다가 가까스로 흥분을 가라앉히고 침대에 앉았다. 모포를 다시 끌어당겨 목 아래까지 덮어준 후 이제 얼굴을 보며 갑자기 걱정스럽게 물었다.

 

 

 “ 입술에 흉 지는 거 아니지? ”

 

 “ 실밥 뽑으면 괜찮을걸. ”

 

 “ 목은? ”

 

 “ 잘 안보일 거야. ”

 

 “ 모스크바에 진짜 괜찮은 의사 있어. 전화해 줄게. 흉터 안 생기게 해 줄 거야. ”

 

 “ 대충 파우더로 가리지 뭐. ”

 

 

 트로이는 그 프로 의식이 결여된 대답에 지나이다가 다시 폭발하는 게 아닌가 조마조마했다. 다행히 그녀는 화를 내지 않고 가방에서 얇은 노트와 복사본 테이프 몇 개를 꺼냈다.

 

 

 “ 자, 어제 맞춰보다 만 거. 알렉산드르 파블로비치가 동선 다시 짜줬어. ”

 

 “ 이렇게 가는 거 싫다며. ”

 

 “ 알렉산드르 파블로비치 의견이니까 그렇게 가 줄게. ”

 

 “ 왜 내 의견은 안 받아줘, 같은 건데. ”

 

 “ 그땐 네가 재수 없게 말했잖아. ”

 

 “ 넌 문 잠갔잖아. ”

 

 “ 그렇다고 그냥 가는 게 어디 있어!

 

 

 지나이다는 잠깐 발칵 화를 냈다가 갑자기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 어제 나가다가 그런 거야? 내가 문 안 잠갔으면 이런 일 없었을지도 모르겠네. ”

 

 “ 아냐, 절대로. ”

 

 

 미샤가 지나이다의 손을 잠깐 잡아 흔들었다. 그때 트로이는 미샤가 왜 파트너와 친구를 같은 선상에 두면서 신뢰에 대해 말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고 문득 알리사가 사무치도록 그리워졌다.

 

 

 지나이다는 알리사처럼 울음을 터뜨리거나 포옹을 하지는 않았다. 그녀는 에메랄드 녹색 눈을 반짝이면서 한동안 자기 파트너를 책망과 걱정이 섞인 표정으로 내려다보다가 가방을 집어들고 일어났다.

 

 

 “ 참, 12월에 파리에 투어 간대. 브뤼셀이랑 암스테르담도. 제발 이번엔 말썽피우지 마. 말 잘 들으면 백조랑 지젤 둘 다 줄지도 몰라. ”

 

 “ 누구 말을 잘 들으란 거야? 아사예프? ”

 

 “ 전부 다. 특히 내 말을 잘 들어야 돼. ”

 

 “ 그건 별로 어렵지 않네. ”

 

 “ 우리 일린이랑 작업하게 될지도 모른대. ”

 

 “ 누구, 볼쇼이의 그 일린? ”

 

 “ 그래, 그 일린. 그러니까 제발 착하게 굴어. 나 정말 일린이랑 일해보고 싶었어. ”

 

 “ 어떻게 아사예프가 일린을 받았지? ”

 

 “ 아직 안 받았어. 다닐로프가 구워삶고 있는 중이야. 일린이 오면 새 작품을 하게 될 거야. 그러니까 빨리 일어나. ”

 

 “ 올해 듣는 유일한 희소식이군. ”

 

 

 미샤가 처음으로 웃었다. 지나이다는 안심한 듯 그의 머리를 살짝 두들기더니 나가버렸다.

 

 

 “ 연습실에서 내쫓길 만하네. 진짜 여왕님 같은데. ”

 

 “ 폭군이야. 화내면 아무도 못 건드려. ”

 

 “ 그래도 네 편 들어주잖아. ”

 

 “ 파트너니까, 열 살 때부터 알았어. ”

 

 “ 파트너 되기 전에 지나 사귄 적 없어, 정말? ”

 

 “ 왜 그런 걸 물어? ”

 

 “ 모두가 궁금해 하는 사실인걸. ”

 

 “ 없어. 지나는 동료야. ”

 

 

 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 여자애들과 사귄 적이 없어. 그런 건 못해. 속이기 싫어. 걔들도, 나도. ”

 

 “ 어릴 땐 잘 모르잖아. 난 여자애들을 먼저 만났어. ”

 

 “ 난 어릴 때부터 알았어. ”

 

 

 미샤는 진통제 때문에 다시 속이 울렁거리는 듯 심호흡을 하더니 베개에 얼굴을 반쯤 파묻었다. 한동안 말이 없었기 때문에 트로이는 그가 자는 줄 알고 침대에 흩어진 노트와 테이프를 치우기 시작했다.

 

 

 “ 넌 아마 결혼을 하게 될 거야, 안드레이. ”

 

 “ 그게 무슨 뜻이야? 왜 그런 말을 하지? ”

 

 “ 정상적으로 살고 싶어 하니까. ”

 

 

 트로이는 미샤의 얼굴에서 베개를 치웠다. 반쯤 감겨 있는 눈을 노려보면서 격하게 말했다.

 

 

 “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 의사 선생 말이 맞아, 넌 사람 마음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 ”

 

 “ 미안. 화내지 마. ”

 

 

 미샤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한 손으로 다리의 상처 부위를 누르며 다치지 않은 쪽으로 돌아누웠다. 트로이는 병원 밖으로 나가 저녁이 될 때까지 네프스키 뒷길 구석구석을 걸었다.

 

 

 

..

 

 

결국 미샤는 지나이다의 말을 잘 들었을 것이다. 이후 파리 투어에 가기 때문이다 :0 일린도 볼쇼이에서 오게 된다. 그 이야기들은 중후반부에서 펼쳐진다. 이 소설을 비롯해 또다른 소설들에 나오는 일린의 이야기는 이 폴더에 몇번 따로 발췌한 적이 있다. 일린에 대한 얘기들은 여러번 올렸으니 링크는 생략.

미샤의 파리 투어에 대한 서구의 반응이 어땠는지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5040

 

..

 

지나이다가 미샤에게 너때문에 개막 공연 밀렸다면서 페테르고프 얘기를 하는 부분은 전에 올렸던 단편 illuminated wall과 관련된 이야기이다. 그 단편에서 미샤는 페테르고프 권력자의 별장에 초청을 받아 춤을 추러 가야 하는 상황에서 제멋대로 행동했다. 전체 이야기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3385

그리고 그 단편에 대해 지난 여름에 카잔 성당 앞 벤치에서 아이스크림 먹으며 레냐에게 이야기를 해주었다. 레냐의 반응은 여기 : http://tveye.tistory.com/4838

 

 

..

 

파트너 무용수들 사진 몇장.

 

 

황금노예를 추는 파루흐 루지마토프. 조바이다 역의 상대 발레리나는 언뜻 얼굴 윤곽을 보면 일제 리에파나 이르마 니오라제를 닮았는데 정면 얼굴이 아니라서 좀 긴가민가하다... 마할리나와 아실무라토바는 아니고... 자하로바도 아니고...

(고백하자면 루지마토프에 눈이 멀어 상대역이 분간 안갑니다 흐흑 ㅠㅠ)

 

 

 

라 바야데르를 추는 파루흐 루지마토프와 율리야 마할리나(..옆얼굴과 체형, 키로 추정...)

 

위의 이야기에서 지나이다가 개막 공연 밀렸다고 다 너때문이라고 하는 공연이 바로 라 바야데르 얘기다. 이 소설에서는 예술감독 아사예프가 라 바야데르를 좀 다른 식으로 리메이크해 시즌 개막공연으로 올리는데 미샤와 지나이다가 주역인 솔로르와 니키야로 낙착되었다가 지나이다의 비난대로 미샤의 말썽 때문에(ㅜㅜ) 다른 날로 공연일정이 밀려버린다...

 

(내가 지나이다였으면 미샤 얼굴 세번은 할퀴었을듯 ㅋ)

 

 

 

한동안 뜸했기에... 이제부터는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스페셜

사진은 모두 alex gouliaev

예카테리나 콘다우로바와 함께 젊은이와 죽음 리허설 중.

 

 

 

사진은 alex gouliaev

예카테리나 콘다우로바와 함께 젊은이와 죽음 리허설 중.

 

 

캡션대로 사진은 alex gouliaev

라트만스키 발레 신데렐라를 연습하는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와 디아나 비슈뇨바.

이 발레는 우리나라에도 dvd로 나와있습니다. 라트만스키와 두 무용수의 팬들이라면 추천~

 

 

역시 캡션대로 사진은 alex gouliaev

라트만스키 발레 신데렐라를 연습하는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와 디아나 비슈뇨바.

 

 

 

이것도 alex gouliaev.  

라트만스키 발레 신데렐라의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와 디아나 비슈뇨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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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 대한 이야기는 제게 큰 힘이 됩니다 :)

그리고 제 글은 여기서만 읽어주세요. 절대로 복사하거나 가져가시거나 인용/도용하지 말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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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비가 오고 쌀쌀한 날씨였다.

 

료샤는 내가 어제 묵은 호텔 조식 자체는 그냥 그래도 9층에 있기 때문에 전망이 좋으니 조식을 추가해서 먹어보라고 했다. 그래서 추가요금을 내고 조식을 먹어보았는데 빵이 의외로 맛있었고 과연 전망이 훌륭했다. 아마 조식 시간이 끝나갈 때 가서 얼마 없는 창가 자리에 앉을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레냐는 오늘 외할머니 생일이라고 해서 거기 갔다. 료샤는 오전에 들러 나와 함께 그 전망 좋은 창가에서 같이 조식을 먹었다. (레냐도 무지하게 같이 먹고 싶어했지만 다음주에 꼭 같이 먹자고 달래놓음. 어른들이 하는 건 다 좋아보이는 것이다 ㅋㅋ)

 

 

밥먹으러 올라갈때 카메라를 안 가지고 가서 그냥 폰으로 찍은 사진 한장만. 며칠 후 다시 가서 묵으면 카메라 가지고 올라가봐야겠다. 내가 좋아하는 트로이츠키 사원(이즈마일로프 사원)도 보여서 이 사진으로..

 

..

 

오늘 숙소를 다시 옮겨야 했다. 료샤가 태워다주겠다고 했으나 나는 짐을 좀 챙겨야 했고 너무 빨리 가면 체크인 시간과 맞지도 않았다. 료샤는 오늘 무슨 물건을 가지러 파블로프스크에 갔다와야 했기 때문에(나한테 같이 가자고 꼬셨으나 나는 오늘 공연이 있었음) 오전에 가고 나는 정오에 체크아웃을 한 후 짐을 맡겨놓고 2시에 택시를 예약해둔 후 일단 거리로 나왔다.

 

근데 너무 추웠고 비가 왔다. 며칠 후 다시 이 호텔로 돌아와야 하니 주변 지리도 좀 알아볼겸 걸었는데 사도바야 거리와 센나야 광장이 금방 나오는 걸로 봐서 지리는 금세 깨쳤다. 문제는 추웠다는 것. 그리고 내내 안 그러다 오늘 오랜만에 조식을 먹으면서 빈속에 차를 좀 마셨고 그 이후 약을 먹었더니 카페인 때문인지 너무너무 가슴이 북받치고 답답하고 괴로웠다. 너무 북받치고 뻐근해져서 잠시 심장발작인가 하고 겁에 질리기까지 했다. 식도염 악화 증상이긴 한데... 아마 카페인 과다 섭취 후 약을 먹어서 그런것 같다. 지난번에도 이런 적이 있었다.

 

비바람 속에서 괴로워하며 목과 가슴을 누르고 헤맸다. 카페도 안 보이고 그나마 보이는 카페는 전부 식당 겸용이었는데 비가 오니 음식 냄새 배는게 너무 싫었다. 그래서 추위와 뻐근함으로 괴로워하며 좀 헤매다 호텔 근처 모퉁이에서 어느 베이커리 카페 발견. 그냥 빵 구워 파는 곳이었는데 의외로 여기가 오아시스였다. 손님도 없고 빵과 케익을 팔고 홀은 좁았지만 창가 자리가 좀 호젓했다!

 

 

구석 귀퉁이의 창가 자리가 무척 호젓해서 가만히 앉아 책 읽고 글쓰기 좋은 자리였다. 며칠 후 저 호텔로 돌아가면 이 카페에 아침 먹으러 와야겠다.

 

 

카페인 없는 열매 티 한잔(약간 히비스커스 블렌드 맛이 남)과 메도빅 주문. 여기 메도빅은 맛있었다. 이 카페 이름이 프라하 카페였는데 그래선가 ㅋㅋ

 

 

어제 서점에서 산 세르게이 도블라토프의 단문집을 좀 읽었다. 무척 재미있었다.

 

메도빅을 먹고 좀 앉아 있었더니 가슴 통증이 좀 가셨다. 아아 조심해야겠다. 다시는 빈속에 차 마신 후 약먹지 말아야지... 한국 돌아가면 의사에게 좀 물어봐야겠다.

 

 

지지난주 토요일, 여기로 날아오기 전에 친구인 쥬인과 홍대에서 만나 놀다가 샀던 팔찌 중 하나. 오늘 파랑하양 체크무늬 원피스를 입었기에 맞춰서 하고 나왔다. 팔찌를 보니 쥬인 보고 싶네.

 

..

 

2시가 되어 택시를 타고 이삭 성당 앞으로 이동. 세번째 호텔에 체크인했다. 여기서는 다섯밤을 자고 다시 아까 호텔로 돌아간다. 이렇게 중간중간 일정을 연장할줄 알았다면 이러지 않았겠지 ㅠㅠ

 

방에 와서는 너무 피곤해서 잠시 침대 위에 드러누워 있었다. 오늘은 5시 공연이었다. 가방을 좀 풀었고 너무 추워서 결국 원피스 포기. 진과 긴소매 티셔츠, 카디건에 트렌치코트 도로 꺼내 입었다 ㅠㅠ 아아 정말 너무해...

 

...

 

추워서 버스 타고 극장에 갔다. 오늘 공연은 마린스키 신관이었다. 오늘은 스트라빈스키의 두 곡을 각기 다른 안무가가 안무한 작품이었는데 사실 이게 아주 보고 싶어서 끊었다기보다는 그래도 두번째 작품이 봄의 제전이라 끊은 것이다. 어쨌든 나의 첫번째 발레라서 애착이 있다. 오늘의 봄의 제전은 사샤 발츠 버전인데 마린스키에서 발츠 버전으로는 본 적이 없어 좀 궁금하기도 했다.

 

 

 

 

오늘 공연은 둘다 신관인데다 별다른 무대 배경 없이 조명이 강해서 사진은 다 번짐. 그나마 여기 올린게 건진 것임 ㅠㅠ 꽤 앞줄이었음에도 별 소용이 없었다. 하긴 슈클랴로프가 안나오니 굳이 열심히 찍고자 하진 않았기에... 정성이 없어서 더 번졌나보다 ㅠㅠ

 

첫번째 작품은 스트라빈스키의 '3악장 심포니'였다. 지난 봄에 '라두 포클리타루'를 초빙하여 안무해 초연했었는데 음악은 몇번 들어봤지만 공연은 영상도 본적이 없었다. 스베틀라나 이바노바와 알렉산드르 세르게예프가 주역으로 나왔고 예카테리나 치브이키나, 타치야나 트카첸코, 알렉산드라 이오시피디가 운명의 3여신으로 나왔다. 내용은... 아무 것도 아니었던 생명의 집단적 원형질에서 남자와 여자가 각각 1명씩 세상에 나와 스스로의 개인적 정체성을 획득하고 사랑에 빠지고 인생을 살아가지만 결국 이들은 운명의 3여신의 붉은 실에 매여 있으며 결국은 전쟁으로 상징되는 3악장에서 인생의 끝에 다다르고 실이 끊겨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인데 이런 스타일의 발레가 그렇듯 플롯보다는 움직임과 무대미술, 음악이 더 강렬했다.

 

글쎄... 내 마음에는 아주 안 들었다. 일단 안무가 너무 작위적이었고 지루했다. 운명의 3여신도, 비둘기에서 독수리로 옮아가는 영상 배경과 개성 없이 단체로 떼지어 춤추는 군무, 아크로바틱한 리프팅과 회전이 이어지는 주인공들의 춤... 모두 그다지 참신하지 않았다. 뭔가 열심히 했지만 남는 건 없었다. 하나 남는다면 음악인가... ㅠㅠ

 

세르게예프와 이바노바는 둘다 좋은 무용수고 잘 췄지만.... 그리고 세르게예프가 여태 본 무대 중 제일 섹시해보였지만... 보는 내내 작품에 비해 알렉산드르 세르게예프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대 발레 안무가들이 너무나 잘 빠지는 함정이 있는데 포클리타루 역시 그걸 피해가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사진도 한 장만. 어차피 다 번졌음 ㅠㅠ

 

 

 

두번째가 내가 보러 간 목적인 봄의 제전.

 

난 사실 사샤 발츠 안무의 제전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그래도 예카테리나 콘다우로바가 제물로 등장하는 제전이라 궁금했고 발츠 안무 제전을 무대에서 직접 본 적은 없으니 실제로 보면 또 다르리라는 기대를 했다.

 

흠...

 

발츠는 내 취향과는 역시 거리가 있었다. 뭐랄까... 원시적이고 격렬하고 광적으로 보이려고 하지만 어딘가 한계가 있는 느낌이랄까, 육체의 광란과 샤먼의 광기를 표출하고는 있지만 실은 굉장히 계산적인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다. 영상으로 볼때도 그랬는데 무대로 봐도 그랬다. 무용수들은 잘 췄고 연주도 아주 좋았다(게르기예프가 지휘했음) 그러니 아마 이것은 발츠의 안무와 내가 맞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좀더 격렬하고 좀더 원초적인 춤을 원했다. 그런데 사샤 발츠의 제전은 내겐 그렇지 않았다. 영상으로도 무대로도 마찬가지였다. 붉은 머리의 늘씬하고 강렬한 콘다우로바는 아름답고 근사하고 처절했지만 그냥 그게 다였다. 내게 콘다우로바는 '진짜 제물' 로 느껴지지 않았다. 반쯤은 발츠가 제물과 종족들의 관계나 움직임을 다루는 방식 때문이었을 것이다. 아쉬웠다.

 

제일 좋았던 건 역시 음악이었다. 그래,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지휘한 봄의 제전을 들은 것만으로도 오늘 공연은 본전 찾았다. 역시... 봄의 제전은 러시아 지휘자와 러시아 오케스트라일 때 제일 좋다.

 

생각해보니 난 마린스키 무대에서만 봄의 제전을 세가지 안무 버전으로 봤구나... 물론 다른 무대에선 또 다른 버전을 봤지만... 하여튼 오늘은 음악이 제일 좋았다.

 

사진 엄청나게 번짐 ㅠㅠ 가운데 자주색 의상의 긴머리 여인이 주역이었던 예카테리나 콘다우로바.

 

 

 

엄청나게 번졌다만.. 발레리 게르기예프 사진도 한 장... ㅠㅠ

 

게르기예프 요즘 백야축제에 아주 자주 나오고 계심.

 

그러고보니 내내 발레 메모까지 전부 러시아 메모에 올리고 있었네... 나중에 각 공연에 대한 메모는 떼어서 발레 폴더로 옮겨놔야겠다. 근데 제대로 리뷰를 쓴건 없어서..

 

..

 

짧은 두개의 작품들이라 끝나니 7시가 좀 넘어 있었다. 비가 멎었기 때문에 운하 따라 걸어서 돌아왔다. 발샤야 모르스카야 거리까지 쭉 올라가서 물과 체리를 사고 길을 건너 또 올라가서 말라야 모르스카야 초입에 있는 부셰에서 빵을 한개 사왔다. 이번 호텔도 조식 불포함이기 때문에 내일 아침에 체리랑 차랑 먹으려고... (전기포트 달라고 해서 얻었음)

 

 

운하 따라 걸어오다 찍은 사진 한장. 엄청 줌 당겼지만 이게 한계... 검정회색 갈매기 한 마리.

 

..

 

전기포트를 드디어 얻었기 때문에 오늘은 누룽지 반봉지와 즉석 된장국 약간에 끓는 물을 부어 볶음김치와 참치, 조식 테이블에서 건져온 삶은 달걀로 늦은 저녁 먹음. 살것 같다, 된장국이랑 볶음김치.. 엉엉...

 

 

 

.. 뜬금없이 안 어울리게 저 화려한 잔은 뭐냐고 하신다면..

첫번째 호텔 옆 쇼핑센터에서 우연히 발견해 샀던 찻잔. 아직 이거 하나밖에 안 샀다. 그냥 저런 스타일 찻잔 하나 있으면 좋겠다 해서 샀는데 사고보니 메이드 인 차이나임 -_- 망했어... 에잇... 여기까지 와서 중국 찻잔을 사다니 ㅠㅠ 짐도 무거운데...

 

하여튼 그래서 이놈을 오늘 개봉하여... 누룽지랑 된장국 담아 먹는 용도로 개시함 ㅋㅋ 미안해 중국 찻잔아... 근데 네가 꼭 메이드 인 차이나라서 그런 거는 아니야... 예전에 로모노소프도 그랬어 ㅋㅋ

 

 

찻잔 : 이쁘다고 살땐 언제고 나 메이드 인 차이나라고 무시하냐! 차도 아니고 된장국에 누룽지로 개시하다니 엉엉...

토끼 : 야, 옛날에 로모노소프님들은 심지어 개시할 때 볶음김치랑 컵라면도 담아먹었어! 된장국이랑 누룽지면 양호한 줄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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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위안을 위해 이번주는 발레 영상 클립 몇 개 올릴 예정. 매일 오후 세시에 예약 걸어두었다. 오늘은 마린스키 발레의 트레이드 마크 중 하나인 돈키호테에서 내가 아주 좋아하는 부분인 투우사 춤. 사실 돈키호테야 너무너무 좋아하는 발레이긴 하지만(돈키호테 꿈 빼고 다 좋다 ㅠㅠ) 특히 투우사들의 망토 춤을 좋아한다.

 

발췌한 클립은 예브게니 이반첸코가 투우사, 아나스타시야 페투슈코바가 거리의 무희를 추는 버전. 이반첸코가 전성기 때는 늘씬한 것이 투우사가 정말 잘 어울렸는데.. 지금도 근사하긴 하지만 그래도 예전의 파릇파릇하던 시절이 좀 그립긴 했다.

 

페투슈코바는 사실 내 취향으로는 이 거리의 무희에는 살짝 안 어울리는 느낌이지만... (돌다가 하나 쓰러뜨린다 ㅠ) 정열적인 집시 춤이나 인도 춤 등 캐릭터 댄스에 매우 강점이 있는 무용수이기도 하다.

 

 

 

페투슈코바가 좀 아쉬워서.. 에카테리나 콘다우로바가 거리의 무희, 그녀의 남편인 이슬롬 바이무라도프가 투우사 춘 버전으로 하나 더. 늘씬한 콘다우로바의 자태가 근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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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적으로 많이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마음의 위안을 위해 알렉세이 라트만스키가 안무하고 마린스키 무대에서 공연된 발레 신데렐라의 영상 클립을 몇개 발췌해 본다. 신데렐라는 디아나 비슈뇨바, 왕자는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계모는 예카테리나 콘다우로바.

 

얼마 전 dvd로도 출시됐는데 마린스키 발레나 라트만스키의 작품, 비슈뇨바와 슈클랴로프, 콘다우로바에 관심 있는 분들께 추천한다. 일반적인 고전 발레와는 느낌이 꽤 다르지만 즐겁게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신데렐라와 왕자의 2인무들과 왕자가 2막에서 신데렐라 찾아 삼만리 춤추는 장면들을 좋아한다. 라트만스키의 이 작품에 대한 내 느낌은 지난번에 몇번 쓴 적이 있어서 여기서는 이만...

 

 

 

 

1. 신데렐라와 왕자의 첫 만남. 무도회.

라트만스키는 디아나 비슈뇨바를 염두에 두고 신데렐라를 안무했다고 하는데 그래선지 비슈뇨바의 신데렐라는 섬세하고 사랑스럽다. 비슈뇨바 역시 이 배역을 소중하게 생각한다고 얘기했다.

슈클랴로프의 왕자는 부드럽고 로맨틱한 스타일인데 잘 어울린다. 라트만스키가 이 작품을 살짝 꼬고 비틀긴 했지만 그래도 왕자와 신데렐라의 이야기만큼은 굉장히 로맨틱한 분위기라서 '완벽한 남성성과는 거리가 있는', 그러나 '기품있고 우아하고 로맨틱한' 왕자 역을 잘 소화하는 슈클랴로프는 괜찮은 선택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흰 의상 차려입은 슈클랴로프도, 2막에서 빨간 셔츠 입고 뛰어다니는 슈클랴로프도 정말 눈부시다)

이들의 무도회의 첫 만남은 두근거리면서도 어딘가 어색하고 또 경이로운 '첫눈에 반하는 순간'을 잘 그려내고 있다.

 

 

 

2. 무도회 손님들 앞에서 춤추는 신데렐라와 왕자

비슈뇨바의 신데렐라가 사랑스럽고 슈클랴로프의 왕자는 '나는 왕자님~' 하는 느낌이라 귀엽다.

 

 

 

3. 신데렐라와 왕자의 재회

2막. 구두 들고 헤매다 마침내 신데렐라네 집에 온 왕자.. 계모와 두 새언니가 억지로 발에 구두 끼워넣는 것을 보며 절망하는 왕자 앞에 구두 한짝이 톡 떨어지고...

이 부분은 내가 무척 좋아하는 장면이다. 이 발레에서 가장 아름다운 씬은 이 다음에 나오는 신데렐라와 왕자의 파이널 사랑의 2인무인데 무척 로맨틱하고 근사하다. 맨처음 이 작품 영상도 보지 않고 마린스키에서 무대를 봤는데(바토예바와 즈베레프 페어였다) 그 마지막 장면에 너무 가슴이 뛰었다. 궁금하신 분은 dvd 추천. 혹은 유튜브를...

 

** 구두 들고 신데렐라 찾아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슈클랴로프 왕자의 영상 클립은 여기 : http://tveye.tistory.com/3079

 

**  마린스키 발레 신데렐라 dvd 트레일러 : http://tveye.tistory.com/4029

 

** 라트만스키 신데렐라에 대한 이전 메모들은 여기 :

http://tveye.tistory.com/3045 : 슈클랴로프와 오브라초바의 신데렐라 사진
http://tveye.tistory.com/3040 : 라트만스키 신데렐라와 런던 투어에 대한 짧은 메모
http://tveye.tistory.com/2898, http://tveye.tistory.com/2638, http://tveye.tistory.com/2612 : 슈클랴로프, 비슈네바의 신데렐라 사진 몇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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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10월에 마린스키에서 알렉세이 라트만스키가 안무한 프로코피예프의 신데렐라를 dvd로 출시한다. 기다리고 있던 dvd!!

주역은 디아나 비슈뇨바와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라트만스키의 신데렐라는 무대로 꼭 한번쯤 볼만한 작품이다. 나도 슈클랴로프가 추는 버전으로 다시 무대를 보고프다..

 

dvd에서는 마린스키 톱스타인 비슈뇨바와 슈클랴로프를 페어로 내세웠는데 요즘 이 작품 실제 무대에서는 비슈뇨바는 콘스탄틴 즈베레프와, 슈클랴로프는 나제즈다 바토예바와 추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비슈뇨바가 즈베레프를 파트너로 선호하는 것 같기도 하고...

 

내가 보기에는 비슈뇨바와 슈클랴로프는 너무 예쁘고 잘 어울리는 페어이긴 하지만 사실 즈베레프가 키도 더 크고 좀더 듬직한 '남자' 파트너의 느낌이 강하다. 슈클랴로프는 열심히 아다지오도 하고 파트너링도 하지만 일단 외모부터 '내가 너무 예쁘다~' 느낌이 좀 강해서... 슈클랴로프가 원체 동안이다 보니 비슈뇨바와 같이 췄을때 나이차가 많이 나 보인다는 기사도 있었고... (그런데 실제로는 즈베레프가 더 어린데 ㅠㅠ) 어쨌든 남녀 무용수의 합이란 건 미묘한 거라서... 나는 즈베레프가 왕자를 추는 버전으로 신데렐라 무대를 봤는데, 즈베레프의 왕자는 좀더 믿음직하면서도 성숙해보였고 동영상으로 본 슈클랴로프의 왕자는 좀더 소년답고 생기발랄해 보였다.

 

하여튼 dvd는 미남미녀에 톱스타 조합인 비슈뇨바와 슈클랴로프 페어로 나온다 :) 영상으로 보긴 했지만 그게 화질이 좀 떨어지는 편이라.. dvd 매우 기다린다...

 

그럼 트레일러 발췌. 출처는 mariinsky.tv, 그리고 mariinsky.ru

 

.. 떠들썩하고 화려한 앞부분을 보면서 '이건 내가 생각한 발레랑 좀 다른데..'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그래도 무도회에서 신데렐라와 왕자가 만나는 장면과 마지막 재회의 두 무용수 클로즈업을 보시면 심장이 두근거리실지도...

 

 

 

 

.. 사실 내 개인적으로 느꼈던 이 발레의 진정한 매력은 바로 파이널에 있다. 파이널에서는 라트만스키 특유의 살짝 그로테스크한 유머가 사라지고 진짜 로맨틱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춤'이 나온다. 라트만스키 신데렐라의 결말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발레 엔딩 중 하나이다. 궁금하신 분은 dvd 나오면 꼭 보세요~

 

.. 이전에 내가 발췌해 올렸던 신데렐라 클립(슈클랴로프 왕자가 신데렐라를 찾아 동분서주하며 춤추는 장면)과 이 발레에 대한 내 메모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3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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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의 휴일도 다 가고.. 힘을 내기 위해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의 화보 몇 장 올려본다.

먼저 젊은이와 죽음. 상대역은 예카테리나 콘다우로바.

 

 

 

역시 젊은이와 죽음.

사진사는 Irina Tuminene

 

 

 

이건 얼마전 유리 스메칼로프가 안무했던 Infinita Frida. 제목에서 알 수 있듯 프리다 칼로에 대한 발레이다. 초연은 멕시코에서 했고 최근 페테르부르크 알렉산드린스키 극장에서 공연. 역시 사진사는 Irina Tuminene.

 

슈클랴로프는 트로츠키 역을 맡았다. 초연에서는 블라지미르 말라호프가 트로츠키를 췄고 페테르부르크 공연에서는 슈클랴로프가 췄다고 한다. 스메칼로프의 말에 따르면 드라마틱한 연기력을 요하는 배역이라 말라호프의 빈 자리를 슈클랴로프로 캐스팅했다고 함.

 

 

 

백조의 호수.

상대역은 빅토리야 테료쉬키나.

 

 

 

로미오와 줄리엣. 상대역은 디아나 비슈뇨바.

 

뒷모습만 나왔지만 좋아하는 캡처 화보이고 실지로 이 2인무에서 이 장면도 좋아한다. 슈클랴로프는 바닥 없는 사랑에 빠진 연인 역에 굉장히 잘 어울린다. 간절함과 애끓는 사랑이 그대로 배어나는 포옹이다.

 

 

 

그리고 이 세 장은 내가 라 바야데르 필름에서 캡처한 것 :) 니키야가 죽고 나서 회한에 몸부림치며 아편 피우다 환각에 빠져들고 있는 솔로르 :) 이 장면 음악도 좋고 몸부림치는 솔로르-슈클랴로프를 보는 것도 좋다. 이 사람이 추는 라 바야데르 무대는 이번 7월까지 치면 세번 봤는데 솔로르 역에 참 잘 어울린다.

 

그건 그렇고.. 원래 솔로르가 이렇게 아편을 피우는 것은 망령의 왕국 씬을 위한 준비과정에 지나지 않는데... 이때 몸부림치며 괴로워하는 슈클랴로프 솔로르는 너무나 근사한 나머지... 무대를 보면서도 '그냥 계속 아편만 피우고 있지... 망령 안 나와도 되는데...' 이런 생각이 절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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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서 쉬는 게 쉬는 것이 아닌 주말이다.

몸은 괴롭고 마음은 지쳐서 조금이라도 위안을 얻고자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발레 화보 몇 장.

 

유리 스메칼로프가 안무한 '나르키소스를 위한 레퀴엠' 중.

 

 

 

사진은 svetlana avvakum.

파트너는 빅토리야 테료쉬키나. 그리고로비치의 '사랑의 전설' 중.

 

 

 

사진은 katya kravtzova.

얼마 전 마린스키 발레 페스티벌에서 선보인 '젊은 안무가 창작 발표 공연' 중 유리 스메칼로프가 안무했던 '지하왕국의 오르페우스' 중. 상대역은 옥사나 본다레바.

 

 

 

이것도 위와 마찬가지. 역시 사진은 katya kravtzova.

 

 

 

젊은이와 죽음을 리허설 중인 슈클랴로프와 예카테리나 콘다우로바

사진은 alex gouliaev.

 

 

역시 젊은이와 죽음 리허설.

사진은 alex gouliaev.

 

 

마지막 사진도 alex gouliaev.

앙줄랭 프렐조카주의 le parc. 상대역은 올레샤 노비코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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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잠도 모자라고 일 때문에 스트레스 받아서..

마음의 위안을 위해 예쁜 것들 사진 몇 장.

갖고 싶어서 가끔 러시아 로모노소프 홈페이지에서 구경만 하는 티포트 :)

35,000루블. 환율 많이 떨어져서 예전보다는 훨씬 싸졌지만 그래도 56만원 정도네... 그림의 떡.

 

 

 

이건 상트 페테르부르크 가이드 페이스북에서 얻은 사진. 예쁜 러시아 소녀. 너무 귀엽다!!!

 

이제부터는 아름다운 무용수들 사진

 

 

예카테리나 콘다우로바

얼마 전 뉴욕 투어 가려고 마린스키 앞에서 공항 가는 버스 타러 걸어가는 중. 사진은 svetlana avvakum

정말 너무 멋지다. 다 갖췄다! 내가 좋아하는 거.. 예쁘고 빨간 머리에 키크고 늘씬하고 롱코트 잘 어울리심!!! 아아 미의 결정체!! 한번이라도 이렇게 되어보고 싶다!!!!

 

 

 

이번엔 아담한 디아나 비슈네바

지난 뉴욕 투어 때 게르기예프가 주최한 파티에서..

아름다우심~

 

 

비슈네바 한 컷 더.

사진사는 gene schiavone

 

 

전에 올렸던 뉴욕 투어 때 백조 리허설 사진 하나 더.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와 빅토리야 테료쉬키나

 

 

 

슈클랴로프와 테료쉬키나 하나 더. 포즈와 의상 보니 잠자는 미녀인 듯

잠자는 미녀는 안무 자체는 별로 내 취향은 아니지만 그래도 젤 처음 본 고전발레라 애정이 있다 :)

 

 

둘이 하나 더. 차이코프스키 파 드 두

 

 

마지막은 전에 올렸던 건데... 내가 찍은 사진이다. 작년 여름, 마르그리트와 아르망 커튼 콜.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저 의상 진짜 잘 어울렸다. 오케스트라 핏 앞까지 뛰어나가 찍었음 ㅋㅋ 그의 미모는 정말 광채를 발했다.. (료샤에게 엄청 쿠사리당함 ㅠㅠ)

댄스 폴더에서 마르그리트와 아르망으로 검색하면 리뷰와 이때 찍은 사진들 있다

 

.. 무용수들이 많으니 이 포스팅은 댄스 폴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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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병을 달래는 마린스키 무용수 화보 몇 장.

 

말이 필요없는 최고의 발레리나, 울리야나 로파트키나로 시작.

마린스키 브 콘탁테 페이지에서 얻어온 사진. 캡션이 달려 있긴 한데 노어라서.. 2013년 3월의 제13회 마린스키 국제 발레 페스티벌 때, '한여름밤의 꿈' 무대 화보이다. 사진사는 Gene Schiavone.

 

 

 

그리고 아름다운 디아나 비슈네바. 분장실 사진 두 컷.

이건 비슈네바의 페이스북에서 얻은 것 같은데 긴가민가..

난 분장실이나 연습실의 무용수들 사진들을 매우 좋아한다.

 

 

 

 

이제부터는 사심 가득한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화보 몇 장 :)

이건 최근 뉴욕 투어. 백조의 호수 추는 중. 빅토리야 테료쉬키나와 함께.

아무리 봐도 지그프리드가 백조들보다 더 예쁜 건 반칙이지만.. 어쨌든 눈호강!!

사진사는 Jack Vartoogian.

 

 

 

역시 Jack Vartoogian의 사진 한 컷 더.

테료쉬키나 오데트를 안고 있는 슈클랴로프 지그프리드..

 

잘못했어, 오데트야.. 나 용서해줘 ㅠㅠ 나는 많이 예쁘니까 좀 용서해줘 ㅠㅠ 나처럼 예쁜 왕자 어디 가서 구하기 쉽지 않아... 저 영국 가봐, 왕세자가 66살이야..

 

 

 

테료쉬키나 오데트를 떡하니 허벅지에 올려놓고 포즈 잡는 슈클랴로프 지그프리드.

 

이걸 잘해야 진짜 마린스키 지그프리드임!!! 이거 못하면 좀 빈정 상함.. 이거랑 로트바르트 날개 멋있게 뜯는 거.. 게스트 무용수가 마린스키 와서 지그프리드 출 때마다 유심히 보는데 확실히 이 두 개가 좀 약함 ㅋㅋ 슈클랴로프는 물론 잘한다 :)

 

 

뉴욕 투어 갔을 때. 백조 리허설 중인 슈클랴로프와 빅토리야 테료쉬키나.

사진은 Natalie Keyssar.

역시 리허설 사진들은 날 끌어당기는 뭔가가 있다.

 

 

마지막은 예카테리나 콘다우로바와 함께 춘 젊은이와 죽음.

사진은 Alex Gouliayev.

전에도 쓴 적 있지만 내가 슈클랴로프를 무용수로서 재평가하게 된 무대였다. 그전까지는 귀엽고 반듯하고 예쁜 무용수였다면 이 무대를 직접 본 후 배우로서의 그의 역량을 평가하게 되었음.

얘가 추는 이 무대 다시 한번 바로 앞에서 보고 싶다. 원체 좋아하는 작품이기도 하고. 롤랑 프티의 모든 작품들을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이 작품만은 매우 좋아한다.

태그의 '젊은이와 죽음'을 클릭하면 전에 이 발레에 대해 올렸던 포스팅, 사진, 영상들을 볼 수 있다. 덧붙여 writing 폴더에 발췌했던 미샤와 이 작품에 대한 짧은 대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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