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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위안을 위해. 무척 좋아하는 발레인 알렉세이 라트만스키의 '곱사등이 망아지' 제 1막 초반부의 바보 이반의 춤, 아주 짧은 영상 클립 두 개. 바보 이반은 명불허전의 연기력과 귀여움을 발산하는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올 초에 마린스키에 가서 얘가 추는 이 무대 봤는데 정말 근사했다.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여기 발췌한 건 둘다 1막.  

 

 

삼형제 중 막내로 바보 취급 받는 어리숙하고 착한 이반. 두 형에게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늙은 아버지도 '넌 아직 어려!' 하고 꾸짖고는 나가버리고...

실의에 빠진 이반... '나 안 어려! 키가 벌써 이만큼 컸는데!' 하고 삐쭉거리며 밤중에 밭을 지키다가 휘영청 밝은 달이 떠오르자 신나게 춤을 춘다.

 

(이 뒤에 곧 마법의 말들과 곱사등이 망아지가 나온다만.. 그건 나중에 기회 있을 때...)

 

 

 

역시 1막. 곱사등이 망아지와 친구가 되고 멋있는 준마 두 마리도 얻은 이반. 게다가 밭에 날아온 불새 떼를 목격~ 불새가 흘리고 간 거대하고 멋있는 깃털을 줍고는 기뻐서 어쩔줄 모르며 환희의 춤을 춘다. 멋진 장면이었다.

 

올 초 저 무대 보러 갔을 때 나는 과로로 무척 지쳐 있었는데 정말 마음의 위안을 얻었다. 휘영청 떠오른 거대한 달과 주황빛으로 빛나는 거대한 깃털, 그리고 환희에 젖어 뛰어오르는 슈클랴로프의 춤사위를 보는 것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즐거움이었다.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마음이 힘든 상태인데... 다시 한번 얘가 추는 저 무대 보고 싶다.

 

** 슈클랴로프의 바보 이반과 소모바의 여왕이 추는 근사한 춤 클립 세개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3667

** 슈클랴로프와 소모바의 곱사등이 망아지 커튼 콜 사진과 짧은 메모들은 여기

http://tveye.tistory.com/3608
http://tveye.tistory.com/3558
http://tveye.tistory.com/3507

 

** 이전에 봤던 막심 쥬진과 아나스타시야 콜레고바의 곱사등이 망아지 리뷰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2789

 

** 몇년 전 슈클랴로프와 소모바의 영상 클립은 여기 : http://tveye.tistory.com/2796 

 

** 예르쇼프 원작의 이 곱사등이 망아지를 좋아해서 민담 패러디로 서무의 슬픔 번외편인 곱사등이 흑염소 얘기도 썼었다. 그 얘긴 여기 : http://tveye.tistory.com/3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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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심적으로 많이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마음의 위안을 위해 알렉세이 라트만스키가 안무하고 마린스키 무대에서 공연된 발레 신데렐라의 영상 클립을 몇개 발췌해 본다. 신데렐라는 디아나 비슈뇨바, 왕자는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계모는 예카테리나 콘다우로바.

 

얼마 전 dvd로도 출시됐는데 마린스키 발레나 라트만스키의 작품, 비슈뇨바와 슈클랴로프, 콘다우로바에 관심 있는 분들께 추천한다. 일반적인 고전 발레와는 느낌이 꽤 다르지만 즐겁게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신데렐라와 왕자의 2인무들과 왕자가 2막에서 신데렐라 찾아 삼만리 춤추는 장면들을 좋아한다. 라트만스키의 이 작품에 대한 내 느낌은 지난번에 몇번 쓴 적이 있어서 여기서는 이만...

 

 

 

 

1. 신데렐라와 왕자의 첫 만남. 무도회.

라트만스키는 디아나 비슈뇨바를 염두에 두고 신데렐라를 안무했다고 하는데 그래선지 비슈뇨바의 신데렐라는 섬세하고 사랑스럽다. 비슈뇨바 역시 이 배역을 소중하게 생각한다고 얘기했다.

슈클랴로프의 왕자는 부드럽고 로맨틱한 스타일인데 잘 어울린다. 라트만스키가 이 작품을 살짝 꼬고 비틀긴 했지만 그래도 왕자와 신데렐라의 이야기만큼은 굉장히 로맨틱한 분위기라서 '완벽한 남성성과는 거리가 있는', 그러나 '기품있고 우아하고 로맨틱한' 왕자 역을 잘 소화하는 슈클랴로프는 괜찮은 선택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흰 의상 차려입은 슈클랴로프도, 2막에서 빨간 셔츠 입고 뛰어다니는 슈클랴로프도 정말 눈부시다)

이들의 무도회의 첫 만남은 두근거리면서도 어딘가 어색하고 또 경이로운 '첫눈에 반하는 순간'을 잘 그려내고 있다.

 

 

 

2. 무도회 손님들 앞에서 춤추는 신데렐라와 왕자

비슈뇨바의 신데렐라가 사랑스럽고 슈클랴로프의 왕자는 '나는 왕자님~' 하는 느낌이라 귀엽다.

 

 

 

3. 신데렐라와 왕자의 재회

2막. 구두 들고 헤매다 마침내 신데렐라네 집에 온 왕자.. 계모와 두 새언니가 억지로 발에 구두 끼워넣는 것을 보며 절망하는 왕자 앞에 구두 한짝이 톡 떨어지고...

이 부분은 내가 무척 좋아하는 장면이다. 이 발레에서 가장 아름다운 씬은 이 다음에 나오는 신데렐라와 왕자의 파이널 사랑의 2인무인데 무척 로맨틱하고 근사하다. 맨처음 이 작품 영상도 보지 않고 마린스키에서 무대를 봤는데(바토예바와 즈베레프 페어였다) 그 마지막 장면에 너무 가슴이 뛰었다. 궁금하신 분은 dvd 추천. 혹은 유튜브를...

 

** 구두 들고 신데렐라 찾아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슈클랴로프 왕자의 영상 클립은 여기 : http://tveye.tistory.com/3079

 

**  마린스키 발레 신데렐라 dvd 트레일러 : http://tveye.tistory.com/4029

 

** 라트만스키 신데렐라에 대한 이전 메모들은 여기 :

http://tveye.tistory.com/3045 : 슈클랴로프와 오브라초바의 신데렐라 사진
http://tveye.tistory.com/3040 : 라트만스키 신데렐라와 런던 투어에 대한 짧은 메모
http://tveye.tistory.com/2898, http://tveye.tistory.com/2638, http://tveye.tistory.com/2612 : 슈클랴로프, 비슈네바의 신데렐라 사진 몇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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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이번 10월에 마린스키에서 알렉세이 라트만스키가 안무한 프로코피예프의 신데렐라를 dvd로 출시한다. 기다리고 있던 dvd!!

주역은 디아나 비슈뇨바와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라트만스키의 신데렐라는 무대로 꼭 한번쯤 볼만한 작품이다. 나도 슈클랴로프가 추는 버전으로 다시 무대를 보고프다..

 

dvd에서는 마린스키 톱스타인 비슈뇨바와 슈클랴로프를 페어로 내세웠는데 요즘 이 작품 실제 무대에서는 비슈뇨바는 콘스탄틴 즈베레프와, 슈클랴로프는 나제즈다 바토예바와 추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비슈뇨바가 즈베레프를 파트너로 선호하는 것 같기도 하고...

 

내가 보기에는 비슈뇨바와 슈클랴로프는 너무 예쁘고 잘 어울리는 페어이긴 하지만 사실 즈베레프가 키도 더 크고 좀더 듬직한 '남자' 파트너의 느낌이 강하다. 슈클랴로프는 열심히 아다지오도 하고 파트너링도 하지만 일단 외모부터 '내가 너무 예쁘다~' 느낌이 좀 강해서... 슈클랴로프가 원체 동안이다 보니 비슈뇨바와 같이 췄을때 나이차가 많이 나 보인다는 기사도 있었고... (그런데 실제로는 즈베레프가 더 어린데 ㅠㅠ) 어쨌든 남녀 무용수의 합이란 건 미묘한 거라서... 나는 즈베레프가 왕자를 추는 버전으로 신데렐라 무대를 봤는데, 즈베레프의 왕자는 좀더 믿음직하면서도 성숙해보였고 동영상으로 본 슈클랴로프의 왕자는 좀더 소년답고 생기발랄해 보였다.

 

하여튼 dvd는 미남미녀에 톱스타 조합인 비슈뇨바와 슈클랴로프 페어로 나온다 :) 영상으로 보긴 했지만 그게 화질이 좀 떨어지는 편이라.. dvd 매우 기다린다...

 

그럼 트레일러 발췌. 출처는 mariinsky.tv, 그리고 mariinsky.ru

 

.. 떠들썩하고 화려한 앞부분을 보면서 '이건 내가 생각한 발레랑 좀 다른데..'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그래도 무도회에서 신데렐라와 왕자가 만나는 장면과 마지막 재회의 두 무용수 클로즈업을 보시면 심장이 두근거리실지도...

 

 

 

 

.. 사실 내 개인적으로 느꼈던 이 발레의 진정한 매력은 바로 파이널에 있다. 파이널에서는 라트만스키 특유의 살짝 그로테스크한 유머가 사라지고 진짜 로맨틱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춤'이 나온다. 라트만스키 신데렐라의 결말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발레 엔딩 중 하나이다. 궁금하신 분은 dvd 나오면 꼭 보세요~

 

.. 이전에 내가 발췌해 올렸던 신데렐라 클립(슈클랴로프 왕자가 신데렐라를 찾아 동분서주하며 춤추는 장면)과 이 발레에 대한 내 메모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3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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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매우 바쁘고 힘든 일주일 중 겨우 하루가 갔다. 월요일의 피로를 달래기 위해, 라트만스키의 발레 신데렐라 2막, 왕자의 춤 클립. 마린스키 발레단. 왕자는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

 

 

(사진사는 Mark Olich, 슈클랴로프와 비슈네바)

 

알렉세이 라트만스키의 신데렐라는 흔히 알려진 발레 신데렐라와는 꽤 다르다. 훨씬 현대적이고 약간 그로테스크한 면도 있다. 궁전 무도회 장면조차도 화려하다기보다는 서늘하고 모던하다. 캐릭터들은 전부 어딘가 약간씩 이상한 구석이 있고 코미디는 가끔 신경질적이다. 아마도 일반적인 고전 발레 애호가들에게는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이 신데렐라가 꽤 마음에 들었다. 작년 마린스키 신관에서 봤는데, 일단 무대로 볼만한 작품이었다. 4계절을 형상화한 알록달록 의상의 무용수들을 비롯해 종종 좀 허세넘치고 무모할 뿐 매끄럽지는 않은 느낌도 들지만(이후 라트만스키는 이 작품을 개작하면서 4계절 배역을 빼버렸다) 그래도 왕자와 신데렐라의 춤은 꽤 좋다. 매우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어쩐지 연민을 자아내는 계모도 그렇고.  무엇보다도 내가 좋아했던 것은 여기 발췌한 2막 왕자의 춤과 파이널의 신데렐라와 왕자의 아다지오였다. 여기저기 툭툭 걸리고 상당히 거칠게 진행되는 작품이지만 파이널은 꽤나 로맨틱하다.

 

발췌한 부분은 2막에서 구두 들고 신데렐라 찾으러 다니는 왕자의 춤. 빨간 셔츠와 흰 바지, 빨간 백팩을 둘러멘 왕자라니, 상상이 되시는지. 1막 무도회에서는 다소 경박한 플레이보이처럼 등장하지만 일단 사랑에 빠진 후 2막의 왕자는 순진한 소년처럼 변해버린다. 우왕좌왕, 동분서주. 반해버린 여자가 과연 여기 있나 저기 있나 두리번두리번, 펄쩍펄쩍 뛰고 날아오르고 헤매고 실망하고 슬퍼한다.

 

라트만스키는 신데렐라를 찾아 거리로 나선 왕자의 모험을 조금은 코믹한 어조로 그려내고 있는데, '센 언니들'이즐비한 나이트 클럽이라든지, 어쩐지 동성애자처럼 보이지만 명확한 언급은 되지 않는 캠피한 남자들의 아지트라든지, 일반적인 고전 발레에는 등장하지 않을 법한 밤중의 뒷골목을 헤매는 슈클랴로프의 이 왕자는 꽤나 어리숙하면서도 사랑스럽고 조급해 보여서 응원해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아쉽게도 난 슈클랴로프가 추는 건 못봤고 콘스탄틴 즈베레프가 왕자, 나제즈다 바토예바가 신데렐라, 예카테리나 콘다우로바가 계모를 추는 무대를 봤다. 언젠가 꼭 이 사람이 왕자, 비슈네바나 노비코바가 추는 신데렐라를 보고 싶다. (노비코바는 외모도 그렇고 스타일도 그렇고 청순한 신데렐라에 잘 어울릴 것 같다)

 

말이 길었는데,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가 구두 쑤셔넣은 백팩 메고 무대를 뛰어다니는 라트만스키 신데렐라 2막 클립. 이것도 발췌본이라 화질은 안 좋고 싱크도 살짝 안 맞는 편이지만. 아쉬운 분들은 유튜브에서 검색해보시면 1, 2막을 모두 볼 수 있다. 디아나 비슈네바가 신데렐라,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가 왕자를 춘다. 이 발췌 클립에는 비슈네바는 안 나온다만..

 

 

 

 

** 이전에 올렸던 신데렐라 관련 포스팅들은 아래

http://tveye.tistory.com/3045 : 슈클랴로프와 오브라초바의 신데렐라 사진
http://tveye.tistory.com/3040 : 라트만스키 신데렐라와 런던 투어에 대한 짧은 메모
http://tveye.tistory.com/2898, http://tveye.tistory.com/2638, http://tveye.tistory.com/2612 : 슈클랴로프, 비슈네바의 신데렐라 사진 몇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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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어제 올린 3.30 마린스키 발레 곱사등이 망아지 리뷰(http://tveye.tistory.com/2789)에 이어.

 

유튜브에 캠 버전이긴 하지만 전막 촬영분이 올라와 있긴 한데 오늘따라 눈에 잘 띄지가 않아서 그냥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와 알리나 소모바가 춘 짧은 클립 두어 개, 유리 스메칼로프가 시종장으로 나오는 후반부 클립 하나, 그리고 이 사람들이 러시아 문화 채널인 '꿀뚜라'의 프로그램 인터뷰 하는 클립 올려본다. 노어 아시는 분들은 마지막 클립 보셔도 재미있을 듯 :)

 

 

시종장의 음모로 늙은 왕에게 세상에서 제일 예쁜 여왕님을 신부감으로 데려오는 임무를 덜컥 맡게 된 바보 이반.. 곱사등이 망아지의 도움으로 불새가 뛰노는 여왕님의 왕국 도착. 여왕님을 만났는데 한눈에 반해 그냥 인사도 아니고 넙죽 절을 해버린다 :) 빨리 여왕을 데리고 가야 하는데 서로 반해서 사랑의 눈빛만 주고받는 이 커플 때문에 망아지 마음만 급하다... :)

 

미녀 여왕은 알리나 소모바. 이 역이 무척 잘 어울린다. 이반은 슈클랴로프. 둘이 여러 배역을 같이 췄지만 로미오와 줄리엣보다 이 커플이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근데 내가 저 미녀 여왕이라 해도 저렇게 귀여운 바보 이반이 와서 넙죽 엎드리면 나사 풀리며 그냥 따라갈 것 같아 :)

 

 

어쨌든 늙은 왕의 궁전으로 미녀 여왕을 데려오는 임무 완수. 예쁜 여왕에게 완전히 혹한 늙은 왕... 아무리 수작을 걸어보려고 해도 너무 늙어서 잘 안됨 ㅠㅠ 이루어질 수 없는 운명 탓에 시무룩해진 바보 이반, 그리고 역시 그를 좋아하는 미녀 여왕. 눈치 없는 늙은 왕의 트라이앵글~!

 

 

이건 후반부. 이땐 아마 미하일 로부힌이 바보 이반 역이었던 듯. 이걸 올린 이유는 중간 즈음 불쌍한 늙은 왕이 끓는 물에 빠져죽고 시종장이 놀라서 슬퍼하는 장면이 있어서. 확실히 스메칼로프의 시종장은 내가 본 콜브 버전과 다르다. 스메칼로프 시종장은 슬퍼하는 모습조차 진짜 슬픈 것 같지 않고 뭔가 음모와 야비함이 묻어나는 것이... 참 악당 같다. 콜브의 시종장은 좀 더 불쌍하고 좀 더 캠피했다. 스메칼로프 버전도 보고 싶다. 악당 스메칼로프라면 언제나 대환영 :)

 

 

이건 러시아 문화 채널(꿀뚜라)의 곱사등이 망아지 인터뷰. 무용수들 뿐만 아니라 공연 관계자들 얘기도 좀 나온다. 스메칼로프도 얘기하고.. 나중에 소모바와 슈클랴로프도 인터뷰. 공연 중간중간 장면도 조금 나옴. 노어 아시는 분은 한번 들어보세요. 모르시는 분들도 영상만 봐도 재밌을 듯.

 

 

 

이건 보너스. 2011년 뉴욕에서 이거 공연했을 때. 빅토리야 테료쉬키나와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커튼 콜.

 

맨 처음 나오는 왕 역의 안드레이 이바노프, 시종장 유리 스메칼로프

 

암망아지 역의 예카테리나 콘다우로바, 두 마리 말 역의 안드레이 예르마코프, 카밀 얀구라조프

 

곱사등이 망아지 역으로 바실리 트카첸코. 그리고 미녀 여왕 빅토리야 테료쉬키나, 바보 이반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커튼 콜 영상은 무엇이든 보기 즐겁다.

 

커튼 콜 영상 여러 개 있는데 그 중 이거 올린 이유는... 바보 이반 배역 그대로 테료쉬키나에게 넙죽 절하는 슈클랴로프가 재미있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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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곱사등이 망아지 (2014.3.30, 마린스키 극장 신관)

 

음악 : 로지온 쉐드린

 

안무 : 알렉세이 라트만스키

 

무대 및 의상 디자인 : 막심 이사예프

 

<출연진>

 

바보 이반 : 막심 쥬진

여왕 : 아나스타시야 콜레고바

곱사등이 망아지 : 블라지슬라프 슈마코프

황제 : 드미트리 프이하초프

시종장 : 이고리 콜브

암망아지 / 바다 공주 : 소피야 구메로바

노인(이반의 아버지) : 블라지미르 포노마료프

 

 

벌써 한 달도 더 지나서 그냥 간단하게 리뷰.

 

이 발레는 표트르 예르쇼프의 '곱사등이 망아지'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원작 역시 아주 창의적인 건 아니고 수많은 러시아 민담들을 재미있게 결합한 것이다. 바보 막내 이반의 이야기라든가, 불새, 소원을 들어주는 망아지(혹은 늑대 등등 신비로운 동물들), 세상에서 가장 예쁜 공주님, 여러 가지 시련, 마침내 이를 모두 극복하고 성장해 공주와 결혼하고 왕이 되는 주인공 등등... 사실 나도 발레보다는 원작을 먼저 알았다. 발레 자체는 1960년대에 로지온 쉐드린의 작곡으로 볼쇼이에서 초연되었지만... 지금 마린스키에서 공연되는 곱사등이 망아지는 알렉세이 라트만스키 버전이다.

 

지금 마린스키 레퍼토리 중 라트만스키 작품은 곱사등이 망아지, 신데렐라, 안나 카레니나 3가지이다.

앞의 두 개는 무대에서 봤고 안나 카레니나는 영상으로만 봤는데 이것도 무척 무대에서 보고 싶은 작품이다(가능하면 브론스키 백작으로 슈클랴로프 - 안나 카레니나로 로파트키나/테료쉬키나 - 카레닌으로 스메칼로프 버전이면 더 좋겠다만...)

 

내가 무대에서 제대로 본 라트만스키 작품은 곱사등이 망아지와 신데렐라 뿐이고 둘다 희극 발레라서 그의 스타일을 딱 이거다! 하고 규정하기란 어불성설이지만 어쨌든 이 두 작품에는 공통점이 있다. 무대 미술이 모던하다는 점. 희극적인 움직임과 마임이 강하다는 점. 춤 자체보다는 배경, 의상, 음악, 코믹한 연기 등 부대적 요인들이 강하다는 점. 실지로 두 작품 모두 진짜 '춤'의 비중은 그렇게까지 크지 않다.

 

그나마 신데렐라는 신데렐라와 왕자의 2인무가 상당히 사랑스럽고 감정적 상승 작용을 불러일으키는데(이런 점에서는 일반적 고전 발레의 아다지오와도 흡사하다), 곱사등이 망아지의 경우에는 좀 더 연극적이어서 평소 고전 발레의 우아함과 테크닉 쪽에 더 끌리는 분이라면 좀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나 같은 경우는 원체 곱사등이 망아지를 무대에서 보고 싶기도 했고 러시아 민담도 좋아하고 알록달록하고 러시아 아방가르드 미술 느낌 물씬 풍기는 의상 보는 것도 괜찮아서 꽤 볼만하긴 했지만.

 

발레는 꽤 재미있었다. 막심 쥬진의 바보 이반은 배역 성격답게 사랑스럽고 생기 넘쳤고 마법을 부려 이반을 도와주는 곱사등이 망아지 역의 슈마코프도 좋았다. 슈마코프는 6일에 본 백조의 호수에서도 광대 역을 맡았는데 망아지나 광대 등 희극적이면서도 운동 능력이 요구되는 캐릭터를 잘 소화하는 것 같았다. 아마 라 바야데르의 황금 신상 역도 잘 췄을 것 같다. 미녀 여왕 역의 아나스타시야 콜레고바는 딱히 춤보다는 미모 덕에 어울렸고. 암망아지 역과 바다 왕국 여왕 1인 2역을 소화한 소피야 구메로바는 베테랑답게 원숙했다.

 

무엇보다도 이 발레에서 가장 눈에 띄는 역은 주인공 이반보다는 바로 코믹한 악당 시종장 역의 이고리 콜브였다. 그것 때문에 신데렐라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거기서도 새엄마 역이 오히려 임팩트가 강하고 재미있기 때문이다. 이번 공연에서도 시종장 역의 콜브만 수석 무용수였다.

 

콜브는 비열하고 야비하고 잔머리를 열심히 굴리지만 그래도 어딘가 모자란 구석이 있는 악당 시종장을 천연덕스럽고 코믹하게 잘 소화해 냈다. 전에 영상으로 볼 때도 그랬지만 무대로 보니 더욱 그런 느낌이 들었는데, 빨간 하트 무늬가 그려진 엉덩이 부분이 강조된 의상도 그렇고 낭창낭창한 움직임이라든가 과장된 표현 양태 등 그 시종장 배역은 어딘가 꽤나 캠피했다. 스메칼로프 버전을 좀 보고 싶었지만 콜브의 시종장도 좋았다. 그런데 못된 시종장 치고는 저 사람 너무 섹시한 거 아닌가 ㅠㅠ 저렇게 우스꽝스런 의상을 입고도 어딘가 섹시하다!

 

아무래도 민담을 소재로 한 발레다 보니 관객석에 어린아이들이 참 많았다. 역시 아이들에게 인기만점은 바로 곱사등이 망아지! 망아지 역의 슈마코프가 나올 때마다 환호하고 좋아했다 :0  내 앞에도 8~9살 정도 되는 사내아이가 앉아 있었는데 엄마에게 '망아지 언제 나와?' 하고 묻고 있었다 :)

 

그런데 이 발레도 무대 미술이나 의상은 의외로 그로테스크하고 음산할 때가 있다. 특히 후반부의 바다 왕국 씬은 꽤 어두워서 애들 보기엔 좀 무섭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난 제일 맘에 든 장면이었음) 이 바다 왕국 부분은, 예쁜 공주가 나이많은 왕과 결혼을 앞두고 '바닷속 깊이 가라앉은 보석 반지를 결혼 선물로 가져다 주지 않으면 결혼 안 할래요~'라고 하자 시종장이 떠밀어서 할수 없이 바다 왕국에 반지 찾으러 간 이반의 모험 부분이다. 바다 왕국의 여왕이 마음 착한 이반과 곱사등이 망아지의 사연을 듣고 신하들에게 명령해 반지를 찾아주게 한다.

 

맨 위에 첨부한 이미지가 바로 그 바다 왕국. 그것 하나만 보면 아쉬우니 슈클랴로프가 이반 췄을 때의 바다 왕국 사진도 한 장. 내가 여왕이라도 반지 찾아줄 듯. (저 사람이 추는 이반이 귀여워서!!)

 

 

발레는 2막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마지막 장면은 원작과 마찬가지였다. 노인네 대신 젊은이와 결혼하고 싶으니 늙은 왕에게 물 끓는 솥에 들어가 환골탈태해달라는 공주의 요구 때문에 이반이 희생양이 되어 솥에 곤두박질쳤다가 망아지 마법 덕에 근사한 왕자님으로 변신해 나온다. 왕도 혹해서 솥에 들어갔다가 죽어버리고(ㅠ.ㅠ) 공주는 백성들의 동의를 얻어 이반과 결혼해 나라를 다스리며 행복하게 잘 살게 된다.

 

흑흑, 불쌍한 왕. 원작 때도 그랬고 이거 무대로 볼때도 그랬는데... 발레에서도 늙은 왕은 딱히 악당도 아니고 그냥 노쇠하고 코믹한 인물인데 끓는 물에 삶아져 죽다니 불쌍했다. 그리고 시종장의 경우도 악당이라면 끝까지 못되게 나와야 하거늘.. 왕이 죽은 걸 보고 너무너무 슬퍼하며 통곡한다. 난 항상 악당에게 끌리는 편인지 그 장면은 꽤나 코믹한데도 불구하고 시종장이 너무 불쌍한 거였다. 그리고 워낙 이고리 콜브의 시종장이 캠피하게 나와서 그런지 그 불쌍하게 우는 장면 보고는 '혹시 시종장이 늙은 왕을 사모하는 사이였나?'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

 

하여튼 늙은 왕은 끓는 물에 들어가 죽고 나머지 사람들은 다 행복하게 팔짝팔짝 뛰며 짠~ 하고 해피 엔딩이다. 이 장면에서 이반이 신나게 점프하며 잠깐 춤을 추는데 그것도 꽤 즐겁다. 다만 무용수별로 그 파이널 소화하는 타입이 달라서 전에 본 영상에서 슈클랴로프는 기세좋게 스플릿 점프를 계속했지만 막심 쥬진은 빠르게 피루엣을 했다. 스플릿 점프를 별로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어쩐지 이 발레는 그게 어울릴 것 같았기 때문에 조금 아쉬웠다.

 

전반적 소회는... 춤 자체보다는 무대 미술과 의상 보는 재미가 더 컸다. 무대 미술은 신데렐라와 마찬가지로 모던하고 군더더기가 없다. 무대 자체에 많은 장치를 넣지 않고 이동 가능한 심플한 소품들을 이용한다. 무엇보다도 이 발레의 특징은 칸딘스키나 말레비치 등 20세기 초 러시아 아방가르드/모더니즘 화가들의 스타일을 인용하는 동시에 크레믈린이라든지 소련 정권 등을 살짝 연상시키는 풍자적 그림들을 의상에 변용해 썼다는 것이다. 볼만하고 재미있기는 했는데 또 어떻게 보면 이건 민담을 원작으로 했으니까 좀 더 아기자기한 무대 배경도 괜찮았을 것 같았다. 너무 모던해 버리니까 보기 근사하긴 하지만 살짝 엇나간 느낌이랄까.

 

꽤 재미있게 봤는데 사실 슈클랴로프가 이반을 추는 버전으로 다시 한번 보고 싶다... 그 사람이 추는 건 풀 영상도 아니고 군데군데 봐서 아쉽다. 꽤 잘 어울렸기 때문이다.

 

공연 다 보고 나왔는데 지하 코트 보관소가 터져 나갔다. 어째서 직원이 두 명 뿐인 거냐.. 줄서는데 워낙 이골이 나 있는 러시아인들도 이제는 못 참겠는지 '이해가 안되네 어째 두 명 뿐이냐' 하고 계속 짜증냈다. 한참 기다렸다가 간신히 재킷을 받아 입고 나와 버스 타고 숙소로 돌아갔다.

 

.. 이날은 앞서 마린스키 신관 포스팅할 때(http://tveye.tistory.com/2784) 얘기했듯 2층 4번째 열이라 무대와 좀 멀어서 커튼 콜 사진은 화질 극악. 전날 후지X가 문제를 일으켜서 니콘 가져갔더니 역시 플래시 엉망.. 그래도 커튼 콜 사진 몇 장 올려본다.

 

 

 

하얀 x자 테이핑 가슴에 붙이고 바지 가운데 새빨간 패치 붙인 사람이 시종장 역의 이고리 콜브. 앞에 나와 인사하는 모자 쓰고 빨간 옷 입은 사람이 늙은 왕 역의 드미트리 프이하초프.

 

 

 

 

 

화질이 너무 안 좋지만.. 가운데 긴 머리 아가씨가 여왕 역의 콜레고바. 그 옆에서 손 흔들고 있는 남자가 바보 이반 역의 막심 쥬진.

 

 

아이들이 제일 좋아한 캐릭터. 곱사등이 망아지 역의 슈마코프 :)

 

 

 

다같이 인사...

 

마지막 장면을 제대로 촬영한 예쁜 사진은 아래.

 (당연히 내가 찍은 거 아니고 마린스키 관련 사진에서 얻어옴.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가 이반, 빅토리야 테료쉬키나가 미녀 여왕. 시종장은 유리 스메칼로프. 이 사진 너무 행복해 보여서 올해 달력 만들 때 12월 사진으로 넣었다)

 

 

.. 그리고 아쉬우니 마린스키 사이트와 슈클랴로프 관련 사이트에서 업어온 곱사등이 망아지 관련 이미지 몇 장들.

 

 

 

미녀 여왕과 불새들. 사진이 작긴 한데 아마 알리나 소모바인 듯.

 

 

포킨 발레 불새와는 확연히 다른 스타일의 불새들.

 

 

 

이 사진들부터는 슈클랴로프가 바보 이반 췄을 때 사진들.

 

이건 이반이 망아지 도움으로 미녀 여왕을 데리고 온 후 그녀에게 반해 결혼하자고 엉기는 늙은 왕의 모습. 그러나 이미 사랑에 빠져버린 선남선녀... 늙은 왕을 가운데 두고 둘이 눈 맞추고 있음. 그걸 엿보며 음모를 꾸미는 악당 시종장. 여기서는 스메칼로프.

 

 

이건 초반부. 마법의 암망아지를 잡았다가 놔주는 대가로 훌륭한 말 두 마리와 곱사등이 망아지를 얻은 바보 이반. 두명의 형님이 말을 훔쳐 왕국 시내의 시장에 갖다 팔려는 걸 찾아내 자기가 말 주인이라며 으쓱으쓱.. 그러나 그는 마음만 착하지 머리는 좀 모자랐기에... 왕이 예쁜 모자를 보여주자 그것에 혹해 말 두 마리를 다 내줌 ㅠ.ㅠ

 

전반부에서 이반이 이렇게 상의를 탈의하고 나오는 이유는... 원래 러시아 민담에서도 좀 모자란 막내에 대한 얘기가 나오면 '셔츠도 안 입은 바보 이반'이란 묘사가 종종 있다 :) 그런데 아무래도 이건 팬 서비스일지도!!! 바보 이반이라 셔츠도 안 입고 마냥 즐거워 헤헤 뛰노는데 이 사람 외모만은 귀족 가문 도련님 ㅠㅠ

 

 

곱사등이 망아지와 함께~

 

 

 

끓는 솥단지에 들어갔다가 왕자로 환골탈태한 이반, 사랑하는 미녀 여왕과 춤추고 있음.

 

그런데.. 이 솥단지에 들어가서 환골탈태..라는 것도.. 실은 이반이 저 화려한 상의를 걸치고 나오는 걸로 '이제 환골탈태해서 왕자님이다~'라는 설정임. 믿어야 함 :)

 

 

뒤에 있는 사각 상자가 바로 끓는 물 담긴 솥단지. 저 안에 들어가서 열심히 옷 갈아입고 나옴. 이건 솥단지 들어가기 직전, 무서워하고 있는 바보 이반. 독려하는 망아지와 미녀 여왕.

 

오른편 시종장의 뒷모습. 맨처음 시종장이 돌아서서 저 빨간 패치 달린 엉덩이를 보여주면 아이들이 와르르 웃는다.

 

 

 

 

마지막 장면. 미녀 여왕이 부추기며 춤 좀 보여줘요~ 라고 하면 부끄러워하다가 폴짝 뛰어오르는 이반.

 

슈클랴로프는 이렇게 스플릿 점프를 했지만 내가 본 무대의 쥬진은 이것 대신 빠르고 격렬한 피루엣 :)

 

 

 

이것도 마지막 장면.

 

에휴.. 늙어빠진 왕은 끓는 물에 빠뜨려 죽여놓고 좋다고 저렇게 춤추고 있는 주인공들 ㅠㅠ

 

하긴 어떤 면에서 이 발레는 내용도 그렇고 무대 의상도 그렇고 소비에트 정권에 대한 풍자로 읽을 수도 있을 것이다. 스탈린이라든지.. 민중 혁명이라든지... 리브레토 자체도 노어로 된 이야기를 쭉 읽어보면 살짝 그런 면이 있긴 하다. 하지만 그거야 그쪽으로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그럴 거고.. 보통은 그냥 재미나는 러시아 민담을 소재로 한 유쾌하고 즐거운 발레다.

 

 

근데 아무리 봐도 저 슈클랴로프 이반은 너무 귀여워서 꼭 저 사람이 추는 버전을 보고 싶긴 하다...

 

.. 내일이나 모레 쯤 이 발레 영상 클립 링크들도 몇개 올려보겠다.

(추가 : 영상 클립 올렸다. http://tveye.tistory.com/2796)

 

다음 리뷰는 미하일로프스키 극장에서 본 폴리나 세미오노바와 레오니드 사라파노프의 라 바야데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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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