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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뻬뜨로빠블롭스끄 요새'에 해당되는 글 30

  1. 2017.03.02 창백한 푸른빛과 황금빛, 물과 얼음의 도시 2
  2. 2016.10.20 흑해의 여름, 춤추는 아이, 달빛 아래의 레나 46
  3. 2016.02.12 눈밭 얼음밭 그림자들
  4. 2016.01.09 백야의 페테르부르크, 일광욕하는 사람들, 많은 빛
  5. 2015.10.15 빛과 그림자
  6. 2015.09.30 반짝이는 강물과 금빛 사원 종루,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요새에서 2
  7. 2015.09.15 가을 아침,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요새와 네바 강의 오리 4
  8. 2015.09.14 월요일엔 언제나 한가롭게 쉬고 싶다..
  9. 2015.08.17 코류슈카, 페테르부르크 명물 생선 튀김 얘기 4
  10. 2015.08.16 페테르부르크 거리에서 마주친 사람들
  11. 2015.08.15 눈과 얼음의 나라 러시아 사진 몇 장 더 2
  12. 2015.08.06 갈매기, 구름, 황금 첨탑과 돔, 붉은 등대, 반짝이는 강물 2
  13. 2015.07.14 더위 쫓으려고 겨울의 페테르부르크 사진 세 장 2
  14. 2015.07.11 추운 동네 보면서 더위 좀 쫓자 2
  15. 2015.06.18 백야의 페테르부르크, 네바 강 4
  16. 2015.06.17 눈밭 산책하다가, 색채가 마음에 들어서
  17. 2015.05.31 눈밭 위에서 더욱 환한 색채들 + 레냐에겐 아주 옛날 2
  18. 2015.05.24 2월의 페테르부르크, 얼어붙은 네바 강과 유빙 4
  19. 2015.05.06 얼음 위에서 놀던 애들 한 장 더
  20. 2015.05.05 빛, 그림자, 눈 4
  21. 2015.05.04 마음의 위안을 위해 4
  22. 2015.04.13 어느 맑은 날, 빛과 그림자에 잠긴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요새
  23. 2015.04.06 얼음과 눈으로 뒤덮인 네바 강 2
  24. 2015.03.23 손에서 미끄러져서 찍혔는데 2
  25. 2015.02.18 2월 17일, 얼어붙은 네바 강 사진 몇 장 + 곶감과 양갱과 미역국은 어떻게 되었나 8


페테르부르크. 얼어붙은 네바 강과 찬연한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요새. 지난 12월.


:
Posted by liontamer

 

 

 

전에 미샤와 트로이, 그들의 친구들이 여름에 여럿이 모여 기차를 타고 흑해에 놀러가는 장면을 발췌한 적이 있다. 그 이야기에서 그들은 기차 안에서 왁자지껄 떠들고 술을 마신다. (http://tveye.tistory.com/4671)

 

흑해로 놀러간 이 친구들은 이 장편의 도입부에서부터 함께 등장하는데, 모두들 비밀 문학 서클의 일원이다. 이 서클은 트로이와 그의 절친 알리사, 그리고 두어명이 주도하여 만든 것으로 금지된 외국 문학을 번역해 돌려 읽거나 반체제 작가, 지하출판물 등을 읽는 모임인데 주로 레닌그라드 국립대학교와 여타 다른 대학들의 외국어 전공 학생, 문학 전공자 등이 참여하고 있다. 미샤는 지인의 소개로 이 서클에 들렀다가 트로이와 친해지게 되었다.

 

그중 소설에 꾸준히 등장하는 인물들은 트로이와 친한 친구들로 료카와 갈랴(둘은 부부이다. 주로 둘의 집에서 모임이 개최된다), 이고리(영화학교 출신. 렌필름 촬영기사), 코스챠, 스베타(미샤를 처음에 데리고 온 친구), 타냐(발레 애호가) 등이다. 그리고 미샤의 팬이라서 억지로 서클에 끼어든 레나라는 소녀가 있다. 이 친구들이 등장하는 에피소드들은 전에 몇번 발췌한 적이 있다. 다같이 썰매타러 가서 논다든지, 표절작가 쥬진스키에게 이고리가 시비를 걸어 싸우는 이야기라든지, 갈랴와 료카의 어린 딸이 메밀죽 먹기 싫다고 트로이에게 떠넘긴다든지...

 

여기 올리는 이야기는 전에 올렸던 흑해 가는 기차 이야기 바로 다음에 이어지는 에피소드이다. 이야기의 주역은 미샤를 짝사랑하던 소녀 레나와, 물론, 주인공인 미샤이다. 그리고 다른 여인이 하나 더 있다. 그건 이야기 속에서.

 

 

시간적 배경은 1973년 여름. 미샤는 발레학교를 막 졸업하고 키로프 발레단에 입단해 데뷔를 앞둔 시점이다. 친구들과 함께 잠깐 흑해에 헤엄치러 놀러 갔을 때이다. 흑해는 예로부터 러시아 최고의 여름 휴양지였다.

 

 

** 위의 사진은 흑해가 아니고 페테르부르크(옛 레닌그라드)의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요새 강변 풍경이다. 작년 여름에 내가 찍은 것이다. 흑해는 안 가봐서 ㅠㅠ

 

 

** 이 에피소드는 아주 약간 15금 정도의 묘사가 있는데 그나마 그것도 여기 올리면서 내가 자체검열로 좀 수정했음

 

 

 

 

 

* 이 글을 절대로 무단 전재, 복제, 배포, 인용하지 말아주세요 *

 

 

 

 

 

 

 

 그들은 알리사 아버지의 인맥으로 해변 근처의 방 세 개 달린 아파트를 싸게 빌렸다. 임신한지 얼마 안 된 갈랴와 료카 부부에게 방을 하나 주고 나머지는 기차를 타고 왔을 때처럼 남녀로 나눴다. 날씨는 아주 좋았고 해변은 사람들로 붐볐지만 그래도 수영을 하고 노는 데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매일매일이 레닌그라드에서는 백야의 여름 중 운 좋은 며칠 동안만 누릴 수 있는 찬란하고 뜨거운 날씨였다. 비는 한 방울도 내리지 않았다. 다들 실컷 헤엄을 치고 일광욕을 했다. 알리사는 약한 피부를 보호하려고 어마어마한 양의 수입산 선크림을 발랐지만 별 소용이 없어서 사흘 째 되는 날 코끝이 홀딱 벗겨지고 어깨와 팔이 빨갛게 달아오르며 물집이 잡히고 말았다. 갈랴가 속상해 하는 알리사를 욕실로 데려가 얼음으로 마사지를 해주고 시장에서 구한 연고를 발라주었다. 미샤는 알리사만큼 피부가 흰 편이었지만 선크림 덕분인지 타고 난 것인지 조금 그을렸을 뿐 아무리 햇볕을 쬐고 다녀도 전혀 화상으로 고생하지 않아 여자들의 부러움을 샀다.

 

 

 긴 금발의 인형 같은 레나는 해변에서 인기가 좋았다. 또래 소년들부터 2~30대 남자들까지 다채로운 유혹이 쏟아졌다. 레나는 밀려드는 데이트 신청을 도도하게 거절하기도 하고 가끔은 보란 듯이 잘생긴 남자를 골라 팔짱을 끼고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한번은 적어도 서른 살은 된 것 같은 콧수염 기른 남자의 추근거림을 받아들여 바에서 시끄러운 재즈 음악에 맞춰 춤까지 췄다.

 

 

 그 바에는 트로이 일행도 모두 와 있었다. 물론 미샤도 있었다. 레나가 왜 그러는지는 뻔했고 타냐와 갈랴는 애가 타서 미샤를 들들 볶았다. 네가 리드를 하지 않으니 레나가 저런 사기꾼 같은 남자와 춤을 추고 있지 않느냐, 분명 유부남일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레나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하느냐  등등 수다스러운 어미새 두 마리처럼 떠들어댔다. 트로이는 그들의 입을 막고 싶었지만 그보다 먼저 미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좀처럼 화를 내거나 짜증을 부리는 적이 없는 애였지만 몹시 귀찮았는지 입술이 가느다랗고 팽팽하게 당겨져 있었다.

 

 

 일행은 미샤가 콧수염 기른 남자로부터 레나를 데리고 나올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는 곧장 연주자들 곁에 앉아 있던 거구의 여자에게 가서 춤을 청했다. 여자는 짙은 화장에 유행이 지난 얼룩덜룩하고 폭이 넓은 치마를 입고 있었는데 아무리 적어도 마흔 살은 넘어 보였다.

 

 

 친구들이 어이가 없어 입을 딱 벌리고 있는 동안 미샤는 그 여자와 시끄러운 재즈 연주에 맞춰 키로프 무대에서는 결코 볼 일이 없을 춤을 췄다. 알고 보니 여자는 연주자들의 매니저였고 몇 년 전까지 바와 클럽을 전전하며 춤을 췄던 경력이 있었다. 자신들의 매니저가 오랜만에 젊은 파트너를 만나 춤을 추는 것을 보고 연주자들은 신이 나서 모든 박자를 무시하고 씽씽 달리는 즉흥 연주를 시작했다. 그건 더 이상 재즈가 아니라 소러시아 민요와 고파크와 소련 군가를 합쳐놓은 듯한 미친 소음으로 변했고 홀은 귀를 찢는 음악과 마루를 걷어차는 발소리와 박수와 휘파람과 고함 소리로 광란과 혼돈의 도가니에 빠졌다. 미샤는 90킬로는 너끈히 나갈 것 같은 거구의 여자를 발레리나 파트너를 다루듯 가볍게 빙글빙글 돌렸고 서너 차례는 공중으로 띄웠다. 감탄과 비명, 환호와 갈채가 연이어 터져 나왔다. 짙은 화장으로 얼굴 윤곽을 제대로 알아보기도 힘든 여자는 연신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리고 소리를 지르며 미샤의 리드에 맞춰 미친 듯이 춤을 췄다.

 

 

 한참 춤이 격렬해졌을 때 여자의 구두 한 짝이 벗겨져 트로이가 앉아 있는 의자 앞까지 날아왔다. 갈랴가 얼굴이 창백해져서 트로이의 어깨를 두들겼다.

 

 

 “ 그만, 그만하라고 해. 빨리 데리고 나와. ”

 

 

 트로이는 갈랴가 레나에 대해 얘기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레나는 이미 테이블에 돌아와 있었고 타냐의 팔에 안긴 채 파랗게 질린 얼굴로 그 광란의 춤을 힐끗힐끗 쳐다보고 있었다. 콧수염 기른 남자는 어디론가 쫓아버린 후였다.

 

 

 “ 왜? 잘 추고 있는데. ”

 

 “ 잘 추고 있다니, 어떻게 그런 소릴 해. 어디서 굴러먹었는지도 모르는 저런 늙은 여자랑... 레나 때문에 저러는 거잖아. 이제 됐으니까 빨리 끌고 나와. ”

 

 “ 레나 때문이라니, 쟤는 그냥 춤을 추는 거야. 가만히 놔둬. ”

 

 

 트로이는 미샤를 끌고 나올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는 취해 있었고 반쯤 넋이 나가 있었다. 그는 광녀처럼 웃고 소리치며 홀에서 춤추고 있는 그 거구의 여인이 되고 싶었다. 저 여자는 자기 손목을 낚아채 회오리처럼 빙빙 돌리고 허공으로 밀어붙이는 저 낯선 상대가 누구인지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평생 잊을 수 없는 순간을 맞고 있다는 걸 알기나 할까? 그런 춤의 상대가 될 수 있다면 알량한 연주단 매니저 따위, 공동아파트의 방 몇 칸 따위, 배급표 따윈 헌신짝처럼 내팽개쳐도 아깝지 않다는 걸 알고 있을까?

 

 

 알리사가 트로이의 뺨을 가볍게 찰싹 때리고 물을 한 잔 주었다.

 

 

 “ 너 완전히 취했어. 물 좀 마셔. ”

 

 

 트로이는 컵을 제대로 잡지 못해 바닥에 떨어뜨렸다. 유리컵이 소리를 내며 깨졌지만 이미 다른 테이블 손님들 몇몇도 취해서 술잔을 내던져 깨며 흥분해 노래를 부르고 있었기 때문에 별로 눈에 띄지도 않았다.

 

 

 거구의 여자가 차오르는 숨을 견디지 못하고 나가떨어졌다. 미샤는 여자가 자빠지지 않도록 재빨리 한 팔로 그녀의 허리를 받치더니 공주님을 모시듯 피아노 옆 의자로 데려갔다. 연주자들이 색소폰으로 흐느끼는 듯한 신파 멜로디를 연주하는 동안 그는 여자를 의자에 앉히고 두툼한 손등에 열성적으로 키스를 했다. 휘파람과 박수와 고함 소리가 더 커졌다. 화장이 다 녹아내려 얼굴이 온통 시커멓고 새빨갛게 얼룩진 여자가 미샤를 껴안고 입술이 달아날 정도로 세게 키스를 퍼부었다. 트로이는 여자가 그 자리에서 미샤의 무릎에 올라앉아 치마를 걷어 올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정신이 혼미했다. 그가 알리사가 준 물을 마셨었나? 아니, 컵을 떨어뜨려 깨버렸지.

 

 

 여자가 미샤를 놔주었다. 그녀는 욕정으로 몸을 떨고 있는 게 아니었다. 그녀는 울고 있었다. 황홀하게, 믿을 수 없을 만큼 행복에 겨워서. 트로이는 여자가 미샤를 다시 한 번 끌어당겨 안았을 때 귓가에 하염없이 속삭이는 소리를 들었다.

 

 

 “ 착하기도 해라... 고마워. 정말 고마워. ”

 

 

 미샤가 녹초가 된 여자에게 정중한 인사를 하고 홀에서 걸어 나왔다. 테이블 쪽으로는 오지도 않고 곧장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레나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울음을 터뜨렸다.

 

 

...

 

 

 

 트로이는 그 날 어떻게 숙소로 돌아왔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아마 친구들이 그를 부축해 데려온 것 같았다. 그렇게 많이 마시지도 않았는데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취했던 것이다.

 

 

 그는 너무 목이 말라서 새벽에 깨어났다. 트윈 침대 위에 코스챠와 료카가 신발도 벗지 않고 엎드려 자고 있었다. 카펫 위에는 담요로 몸을 둘둘 만 이고리가 누워 코를 골고 있었다. 자신은 소파 위에 누운 채 바닥에 다리를 반쯤 늘어뜨리고 있었다. 아마 그가 너무 커서 침대에 눕히기에는 힘들었던 모양이었다. 미샤는 없었다.

 

 

 그는 물을 마시러 어두컴컴한 부엌으로 나갔다. 머리가 너무 아파서 두통약이라도 한 알 삼키고 싶었지만 그러려면 갈랴를 깨워야 했다. 포기하고 테이블 위에 있는 주스 팩을 뜯어서 단숨에 마시고 나자 갈증과 두통이 조금 가시는 것 같았다. 화장실에 가려고 거실 쪽으로 나왔다가 그는 반쯤 열려 있는 안쪽 방문 사이로 울음 섞인 목소리가 새어나오는 것을 들었다. 갈랴와 료카의 방이었다. 혹시 임신 초기의 갈랴에게 어딘가 이상이 생긴 건 아닐까? 그러고 보니 그녀는 바에서도 안색이 좋지 않았었다. 걱정이 된 트로이는 문가로 다가갔다. 막 문을 열고 들어가려던 찰나 그는 료카가 자기들 방에서 자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왜 료카는 갈랴와 함께 있지 않은 거지?

 

 

 그는 문 뒤에 멈춰 섰다. 갈랴가 아니었다. 울고 있는 건 레나였다. 작은 침실 한가운데, 카펫도 깔려 있지 않은 마루 위에 서서 훌쩍훌쩍 울고 있었다. 커튼이 없는 방이었기 때문에 창문으로 달빛이 쏟아져 들어와 램프를 켜놓은 듯 환했다. 침대 곁 의자에 미샤가 앉아 있었다.

 

 

 그는 자신이 너무 어리석다고 생각했다. 갈랴는 아픈 것이 아니었다. 료카와 짜고 방을 내준 것이다. 레나와 미샤를 위해.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그는 빨리 몸을 돌려 방으로 돌아가야 했다. 하지만 발이 딱 붙어 버린 것처럼 꼼짝달싹도 할 수가 없었다. 어둠 속에 가려진 채 열린 문 너머로 멍하게 침실 안을 바라보고 있었다. 레나는 하얀색의 짧은 원피스 잠옷을 입고 긴 머리를 허리까지 늘어뜨린 채 그에게서 등을 돌리고 서 있었다. 이따금 밀려나오는 울음 때문에 어깨가 들썩거렸다. 하지만 트로이는 레나에게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그의 시선은 미샤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미샤는 등받이 없는 의자에 앉아 있었다. 머리는 엉망으로 뒤엉켜 검은색으로 물들인 월계관이라도 씌워놓은 것 같았다. 바에서 입고 있던 옷차림 그대로였다. 들어온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았다. 얼굴과 목은 시커멓게 번진 마스카라와 붉은 립스틱 자국으로 온통 얼룩져 있었다. 바에서 춤췄던 여자가 남겨놓은 흔적이었다. 그 얼굴을 닦지도 않고 어디를 쏘다니다 들어왔는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구겨진 얇은 셔츠 소매는 어깨 바로 아래까지 걷어 올리고 있었다.

 

 

 레나는 그를 나무라고 있었다. 화를 내다가 울다가 또 낮게 웃기도 했다. 트로이는 레나가 그렇게 다양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전혀 몰랐었다. 그렇게 달빛 아래 하얀 잠옷을 입고 조그맣게 속삭이고 있으면 인어처럼 아름답게 보인다는 것도. 그 침실 마루 위에서 달빛을 받으며 서 있는 작은 소녀는 너무나 매혹적이어서 빨간 머리와 에메랄드 눈동자의 지나이다 세도바조차도 아무런 상대가 되지 않을 것 같았다. 얇은 잠옷 사이로 날씬한 몸매의 윤곽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미샤가 의자에서 일어났다. 레나에게 뭐라고 한두 마디 했지만 언제나처럼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였기 때문에 잘 들리지 않았다. 레나가 고개를 저으며 달려가 미샤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었다. 한 팔을 허리에 두르며 몸을 밀착시켰다. 다른 손을 들어 미샤의 지저분한 얼굴을 조심스럽게 어루만졌다. 어쩌면 화장품 얼룩을 닦아주려고 했던 것인지도 몰랐다. 미샤가 얼굴을 옆으로 돌리자 레나는 어깨를 세차게 튀기더니 반쯤 뛰어오르듯 발끝으로 서서 그의 턱을 감싸 쥐고 입술에 키스를 했다. 절망적이고 서툰 키스였다. 레나는 키스를 해 본 적이 별로 없는 애였다. 하지만 미인이었고 인어였다. 미샤는 레나를 떠밀지 않고 입맞춤을 받아주었다. 트로이는 그 애가 여자를 품에 안고 제대로 된 키스를 하는 것을 처음으로 보았다. 로미오가 아니었다. 무대 위의 순진해빠진 소년은 절대로 그런 키스를 할 수 없었다.

 

 

 입술을 뗀 후 미샤는 레나의 포옹을 풀지도 않고 그녀의 귓가에 조용히 뭐라고 속삭였다. 레나가 몸을 떨었다. 그녀는 팔을 풀고 미샤에게서 두 발짝 물러났다. 날카롭게 숨을 몰아쉬더니 발을 한번 굴렀다. 그리고 긴 머리채를 두 손으로 흐트러뜨리며 격하게 외쳤다.

 

 

 “ 나도, 나도 다른 애들 못지않게 해줄 수 있어! 나하고 사귀어 달라는 것도 아냐. 그래달라는 게 아니라구! ”

 

 

 레나가 숨을 쌕쌕거리면서 팔을 들어 올려 잠옷을 벗었다. 하지만 단추가 머리에 걸려 잘 벗겨지지 않았다. 흐느껴 울면서 레나는 머리에 걸린 잠옷 단추를 거칠게 잡아 뜯었고 술 취한 여자처럼 발을 동동 구르며 옷을 벗어 내팽개쳤다. 달빛 때문에 작고 날씬한 레나가 은백색 조각상처럼 반짝거렸다. 트로이는 정신이 몽롱한 가운데 레나가 조그만 체구치고는 몸매가 좋다고 생각했다.

 

 

 레나는 다급한 나머지 부끄러움도 잊어버렸다. 그녀는 발레리나라도 된 양 두 팔을 앞으로 길게 뻗으며 미샤에게 다가가 목을 감고 매달렸다. 어깨와 가슴을 미샤의 셔츠 앞자락에 문지르며 귀 아래와 목덜미에 뜨겁게 입을 맞췄다. 트로이는 두 손으로 눈을 가렸다. 끔찍한 광경이었다. 왜 몸을 움직일 수 없는지 알 수가 없었다. 어지러웠고 온몸이 불덩어리처럼 타들어갔다.

 

 

 그때 미샤의 목소리가 들렸다.

 

 

 “ 이러지 마, 후회하게 될 거야. ”

 

 “ 아니야. 그렇지 않아. ”

 

 “ 크세니야. 그 여자 이름이야. 아까 홀에서 춤춘 여자. 같이 있었어. 내일도 같이 있을 거야. 그러니까 이러지 말자. ”

 

 

 레나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갑작스럽게 또렷한 목소리로 물었다.

 

 

 “ 그 여자? 그 코끼리 같은 여자? 그 늙은 여자? 같이? 같이 있었다니? 그 여자랑 뭘 어쨌는데? ”

 

 “ 크세니야랑 잤어. 내일도 갈 거야, 그 여자가 원하면. ”

 

 

 레나가 미샤의 뺨을 세차게 후려쳤다. 두 손으로 가슴팍을 떠밀며 발로 걷어찼다.

 

 

 “ 나가! 꺼져버려! ”

 

 

 그녀는 바닥에 주저앉아 찢어진 잠옷으로 몸을 가리며 비극 여배우처럼 울부짖었다.

 

 

 “ 그냥 싫다고 할 수도 있었잖아! 왜 그런 지저분한 말을 하는 거야? 넌 감정도 없어? 끔찍해! 끔찍하고 더러워! ”

 

 

 미샤는 잠시 아무 말 없이 레나를 내려다보았다. 그 얼굴에는 연민이나 미안함, 혹은 분노 따위의 감정이 전혀 떠올라 있지 않았다. 하지만 검은 마스카라와 붉은 립스틱으로 온통 얼룩져 있었으므로 설령 울고 있다 해도 보이지 않을 터였다. 그는 한숨조차 쉬지 않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 미안해. ”

 

 

 그리고는 침대 위로 올라가 창문을 열더니 밖으로 나가버렸다.

 

 

 

 

..

 

 

재즈 밴드 매니저이자 옛 댄서 크세니야와 미샤의 이야기는 이 흑해 에피소드 후반부에 좀더 이어지는데 레나의 이야기와는 좀 별개라서 올리지 않았다.

 

..

 

 

(가엾은) 레나가 등장했던 이야기들은 아래 링크. 소설 속에서 아래 순서대로 전개된다.

 

http://tveye.tistory.com/4050 : 썰매를 타러 간 미샤와 트로이, 그리고 친구들

http://tveye.tistory.com/4947 미샤와 지나이다의 졸업 무대

http://tveye.tistory.com/4671 흑해로 가는 기차, 새로 온 인간, 새로 온 천사

 

 

 

..

 

 

무용수들 사진 몇장.

 

 

 

아르춈 옵차렌코

 

 

디아나 비슈뇨바

 

이반 바실리예프

 

 

아래 세장은 밴드 즉흥 연주에 맞춰 신나게 팔짝거리며 춤추는 미샤와 크세니야를 생각하며 올려봄. (하긴 크세니야는 많이 팔짝거리진 못했겠지만 ㅠㅠ)

 

 

파루흐 루지마토프.

사진은 nina alovert.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이게 위 에피소드에서 잠깐 언급된 고파크.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지 민속춤)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예브게니야 오브라초바. 돈키호테.

 

 

..

 

 

글에 대한 이야기는 제게 큰 힘이 됩니다 :)

그리고 제 글은 여기서만 읽어주세요. 절대로 복사하거나 가져가시거나 인용/도용하지 말아주세요.

 

 

:
Posted by liontamer
2016. 2. 12. 21:40

눈밭 얼음밭 그림자들 russia2016. 2. 12. 21:40

 

 

2015년 2월, 페테르부르크.

네바 강 따라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요새로 산책하면서 찍은 사진들 중 그림자 사진들 몇 장.

 

얼어붙은 네바 강 위로 찍힌 발자국들.

 

 

꽁꽁 언 네바 강 위로 쌓인 하얀 눈, 그 위로 드리워진 가로수 그림자들.

 

 

 

여기는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요새 안. 건물 벽에 나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눈밭에 비친 그림자는 아마도 내것인듯.. 이때 너무 추워서 커다란 후드에 목도리로 칭칭 감고 있었기 때문에 그림자가 눈사람 저리 가라다 :)

 

 

 

역시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요새. 네바 강 나가는 쪽. 왼편 저 멀리 보이는 조그만 쿠폴 첨탑 실루엣은 아마도 스파스 나 크로비 사원...

 

 

 

그리고 얼어붙은 네바 강..

 

:
Posted by liontamer

 

 

작년 7월, 페테르부르크.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요새 산책하면서 찍은 네바 강과 강변 사진들, 일광욕하는 사람들 사진 몇 장. 사실 주인공은 이 도시의 빛이다. 백야 시즌 페테르부르크의 찬란하고 눈부신 빛살. 아주 많은 빛.

 

 

 

 

 

 

 

 

 

 

 

 

 

 

:
Posted by liontamer
2015. 10. 15. 21:01

빛과 그림자 russia2015. 10. 15. 21:01

 

 

겨울.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요새.

아주 추운 날이었다. 춥고 맑은 날.

 

지난 5월에 아플때도 그랬지만 심신이 매우 힘들고 아플 때 가끔 이날 찍었던 사진들을 보게 된다. 이날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요새에는 아주 밝은 빛과 아주 차가운 얼음, 그리고 그림자가 다 있었다. 위안을 받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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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가 끝나고 출근했더니 잠도 모자라고 피곤하고 집중도 잘 안되고 정신이 없다. 언제 쉬었냐는 듯 다시 주말만을 기다리고 있음..

 

마음의 위안을 위해 여름에 페테르부르크에서 찍은 사진 몇장. 올 여름은 페테르부르크도 기록적으로 추워서 내가 갔을 때도 비오고 바람불고 9월 중순~하순 그 동네 날씨였는데 다행히 가기 전날 날씨가 이렇게 화창해지고 기온도 올라갔다. 그래서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요새의 강변에는 일광욕하러 나온 사람들도 무척 많았다.

 

료샤와 레냐랑 요새 산책하면서 찍은 사진 몇 장.

 

 

 

 

 

 

 

산책 마치고 돌아나오다가.. 마침 2시라 종이 울리기 시작했다.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사원의 명종곡은 매우 아름답다. 잠시 돌바닥에 앉아서 아름답게 울려퍼지는 종소리를 들었다. 행복했다.

 

.. 저 크록스 샌들을 줄창 신고 다녔더니 무지 편하긴 했지만... 발등에 선크림 바르는 걸 까먹어서 나중에 보니 줄무늬 모양으로 타버렸다... 다른 데는 열심히 발랐는데 발등을 까먹었어 ㅠㅠ

 

 

 

 

 

지난번에 여기 갔다가 카페에서 쉬면서 이때 찍은 핸드폰 사진을 올린 적이 있긴 하다만.. (http://tveye.tistory.com/3901)

그건 폰카라 화질이 떨어지므로 카메라로 찍은 사진도 여기 올림.

 

 

 

종소리 듣고서 돌아나오면서...

 

 

 

요새로 통하는 나무 다리 건너다가.. 아래를 보고 오리가 있어서 반가워하며.. 이쪽에 새들이 무지무지 많이 온다. 오리, 갈매기, 비둘기, 잘 모르는 새들~

 

 

여기는 비둘기들이 모여 있었다...

 

 

 

강을 바라보며 이렇게 호젓하게 둘만의 시간을 보내는 커플도 있고...

 

 

다리 건너와서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사원과 요새를 향해 인사하는 중. 안녕, 또 올게요!

 

... 흑, 또 가고 싶다! 현실은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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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가을.

아침에 네바 강 산책하면서 찍은 사진. 날씨가 좋았다. 바람이 불었고 맑은 날씨였다. 햇살은 아직 뜨겁고 찬란해지기 전. 그맘때 빛은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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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9. 14. 12:50

월요일엔 언제나 한가롭게 쉬고 싶다.. russia2015. 9. 14. 12:50

 

 

바쁘고 피곤한 월요일.

점심 먹고 잠깐 쉬는 중이다.

월요일엔 언제나.. 이렇게 한가롭게 쉬고 싶어진다.

지난 7월, 페테르부르크.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요새 강변 풍경. 계속 비오고 춥다가 간만에 햇살 쨍하고 날씨 좋은 날이라 다들 일광욕하러 나왔다.

 

 이때 나는 료샤 부자와 같이 산책을 했다. 나는 피부 탈까봐 열심히 선크림 바르고 선글라스 쓰고 그늘로 걸었는데 페테르부르크 토박이인 료샤와 레냐는 좋다고 햇살 아래로 뛰어나가는 걸 보니 역시 일조량 부족한 곳에 사는 사람들이라 그렇구나 싶었다.

 

하여튼... 월요일의 괴로움 속에서... 부러운 풍경 몇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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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의 도시 페테르부르크는 여러 가지 상징물들이 있는데, 청동기사상, 이삭성당, 네프스키 대로, 반으로 갈라지는 궁전 다리, 붉은 등대, 정오마다 빵 하고 쏘는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요새의 대포, 에르미타주, 마린스키, 도스토예프스키 등등 다양하지만 이런 거창한 것들 빼고~ 먹거리로 이 동네 사람들이 또 하나 내세우는 게 있으니 그것은 바로 '코류슈카'라는 것이다.

 

예전엔 지나가면서 간판이나 광고에 코류슈카라고 씌어 있거나 물고기 그림이 있으면 그냥 그러려니 했는데 알고보니 이것은 네바 강에서 나는 물고기라는 것이다. 최근 재미있게 읽었던 '비정형화된 여행자들을 위한 페테르부르크 여행서' 시리즈를 보니 늦은 봄부터 코류슈카가 등장하면 주민들은 여름의 향기를 느낀다고 한다. 원체 겨울도 길고 햇빛 보기 힘든 곳에 사는 사람들이라 여름에 대한 이들의 갈망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이기 때문에 왜 그렇게 코류슈카를 좋아하는지 이해도 된다.

 

하여튼 맛있다고 해서 나도 엄청 궁금해졌다. 그래서 이번에 갔을 때 료샤에게 물어봤다.

 

나 : 코류슈카 맛있니?

료샤 : 앗, 너 그거 안먹어봤어?

나 : 응.

료샤 : 어휴, 뻬쩨르에 살아보기까지 한 애가 코류슈카를 안 먹어봤단 말이냐!

나 : 나는 여름 시즌에는 살아본 적이 없어. 여행이나 왔지...

료샤 : 가자! 내가 오늘 코류슈카 사주마!

 

그리하여 우리는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요새에 갔다. 이 날은 간만에 날씨가 아주 좋아서 진짜 여름날씨였다. 해가 쨍쨍했다.

 

료샤 : 여기 이번에 새로 생긴 레스토랑인데 이름이 무려 '코류슈카'다!!

나 : 우와~~

 

페테르부르크에는 유명한 음식점 브랜드가 있는데 '긴자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고급 레스토랑들과 비스트로 등을 내고 있다. 이 코류슈카도 긴자 프로젝트에서 낸 식당이라고 한다.

 

 

 

생긴지 얼마 안돼서 반짝반짝~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요새로 들어가면 입구 쪽 강변에 있다. 간판에 코류슈카 생선들이 즐비~~

 

료샤 : 원래 코류슈카는 다차(별장) 쪽에 가서 직접 낚아서 불에 구워먹는게 제일 맛있긴 한데, 여기도 나쁘진 않더라고. 너 생선 좋아하니까 괜찮을 거야.

나 : 우왕~~

 

 

 

그래서 이렇게 코류슈카 튀김을 주문..

메뉴판에는 음식 종류도 굉장히 많고 코류슈카도 튀김, 구이, 절임 등등 다양했는데 이게 제일 앞에 나와 있어서 음, 시그니처 메뉴구나 하고 생각해서 이거 시킴.. 1인분에 다섯 마리 들어있음.

 

 

 

레스토랑 내부는 이렇다.

창 너머로는 강변도 보이고 네바 강도 보이고 그 너머 에르미타주와 이삭 성당 등등도 보인다~

 

 

 

이때는 평일 낮이어서 사람이 별로 없었다.

 

 

 

매주 목, 금, 토 9시에는 뮤지컬 위크엔드라고 해서 음악 연주도 있는 모양이다.

 

 

 

목이 마르니 먼저 음료수를..

이것은 딸기 모르스 :) 진하고 맛있었다!

 

 

 

와, 나왔다~~ 코류슈카 튀김~

소스는 나무열매와 버터 등을 섞어서 만든 것 같았는데 내 입맛엔 살짝 느끼해서 소스 안 찍어먹는 게 더 맛있었다.

 

생선이 딱 다섯 마리 밖에 안 들어있음.

이건 원래 머리부터 꼬리까지 뼈까지 다 씹어서 먹는 건데 난 처음엔 다 씹어먹다가 나중엔 귀찮아서 머리는 안 먹었다. 그랬더니 료샤가 나보고 '쳇, 넌 역시 진정한 뻬쩨르인이 아니야~! 머리까지 다 먹는 건데!' 라고 했다 ㅠㅠ

 

코류슈카 튀김은 짭짤하고 맛있었다. 예전에 헬싱키 시장에서 먹었던 생선 튀김도 좀 생각났는데 그것보다는 더 촉촉하고 덜 짰다. 맛있었다~

 

 

 

사진 보니 다시 먹고 싶네..

 

 

 

생선 한 마리 꺼내놓고..

이거 진짜 금방 먹는다 ㅠ

료샤는 이거 술안주라서 잔뜩 쌓아놓고 맥주랑 먹으면 계속 먹게 된다고 했다.

 

 

 

하여튼 친구 덕분에 맛있게 먹고 기분 좋게 나왔다.

하늘도 맑았고.. 창문에 비친 구름이 보이시는지~ 구름도 뭉게뭉게..

그리고 지붕의 저 코류슈카 그림은 참으로 앙증맞았다~

 

다시 보니 먹고 싶다, 코류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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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8. 16. 19:38

페테르부르크 거리에서 마주친 사람들 russia2015. 8. 16. 19:38

 

 

 

 

 

 

 

 

 

 

 

 

이건 어떤 건물 창문에 비친 내 모습의 일부. 이때 이상저온으로 너무 추워서 혹시나 하고 챙겨갔던 저 긴 치마를 꺼내입었는데 치마가 길이만 길 뿐 천은 얇아서 보온에는 별 도움이 안됐음 ㅠ 사진에서도 바람 때문에 치맛자락이 감기면서 펄럭거리고 있음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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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8. 15. 20:49

눈과 얼음의 나라 러시아 사진 몇 장 더 russia2015. 8. 15. 20:49

 

 

오늘은 사우나처럼 덥고 답답한 날씨였다.

어제에 이어 더위 퇴치용으로 지난 2월에 페테르부르크에서 찍었던 추웠던 날 사진들 몇 장. 대부분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요새에 갔을 때 찍은 것.

 

먼저 갈매기~

 

 

 

 

 

 

네바 강은 꽁꽁..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요새 산책하다가.. 담장 너머로 보이는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사원의 황금 첨탑.. 추웠지만 맑고 화창한 날씨라서 사원이 더욱 아름다웠다.

 

 

 

요새에서 나와서 스뜨렐까 쪽으로 걸어올라옴, 공원 너머로 저 멀리 에르미타주가 보인다.

 

 

 

이제 그리보예도프 운하 쪽으로 걸어올라가는 중... 운하는 꽁꽁.. 새들도 옹기종기..

 

 

 

운하 저 너머로 미하일로프스키 성이 보인다.

 

여름아 빨리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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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트로파블로프스크 요새에서 바라본 네바 강과 건너편의 해군성 첨탑, 이삭 성당, 등대.

갈매기도 날아다니고... 네바 강의 수면은 햇살에 반사되어 반짝반짝 빛났다.

 

이번에 갔을 때 계속 비오고 추웠는데 돌아오기 전날은 이렇게 날씨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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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더워졌다 헉헉..

일 때문에 정신 못차리고 더워서 울렁거리고... 헉헉.. 그래도 오늘을 버텨내야 해.

 

더위 쫓으려고 2월에 찍은 페테르부르크 사진 세 장.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요새 안에서.

 

 

 

역시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요새. 그리고 얼어붙은 네바 강

 

 

 

네바 강. 스뜨렐까. 멀러 보이는 에르미타주. 조그맣게 보이는 금빛 쿠폴은 스파스 나 크로비 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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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7. 11. 21:59

추운 동네 보면서 더위 좀 쫓자 russia2015. 7. 11. 21:59

 

 

사우나 같은 날씨 때문에 참 괴로운 여름날이다.

추웠던 때 사진 보면서 조금이라도 더위를 달래보는 중. 지난 2월 페테르부르크 갔을 때 찍은 사진 몇장.

이건 모이카 운하. 눈 꽁꽁~

 

 

 

역시 모이카.

 

 

 

이제부터는 얼어붙은 네바 강.

가운데는 이렇게 얼음이 깨져 있었다. 가운데로 보이는 건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요새와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사원.

 

 

 

더워서 그런지 얼음이 전부 빙수로 보인다...

 

 

 

 

 

 

 

마지막은 갈매기 한 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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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6. 18. 16:25

백야의 페테르부르크, 네바 강 russia2015. 6. 18. 16:25

 

 

작년 7월 중순. 페테르부르크에 갔을 때.

밤 11시에서 12시 사이에 네바 강변 산책하며 찍은 사진들 몇 장.

 

아아... 지금 저 동네 가면 얼마나 좋을까...

 

전에 올렸던 사진도 한두 장 끼어 있을 수 있다.

 

페테르부르크의 하늘은 언제나 변화무쌍하고 아름답지만 특히 백야의 한밤중이면 희미한 어스름과 다양한 색채가 어우러져 너무나도 근사하고 신비롭다.

 

위에서 아래로 갈 수록 점점 시간이 자정으로 다가가는 중..

 

이때는 백야 절정이 지난 후라서 새벽 1시 쯤이면 많이 어두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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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6. 17. 15:23

눈밭 산책하다가, 색채가 마음에 들어서 russia2015. 6. 17. 15:23

 

 

지난 2월 17일.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요새 산책하다가.

날씨 좋았던 날. (추웠지만...)

 

눈밭과 헐벗은 관목, 빨강 노랑 건물들 위로 드리워진 그림자와 빛이 마음에 들어서 찍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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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요새 산책 갔을 때.

워낙 추워서 눈이 쌓인 길은 온통 꽁꽁 얼어붙어 있었지만 그래도 러시아 엄마들은 한겨울에도 꿋꿋하게 유모차 밀고 산책을 나온다. 이래야 아기 때부터 추위에 익숙해지고 면역력도 키울 수 있단다.

사진의 유모차 미는 분은 엄마가 아니라 할머니였던 것 같다.. 하여튼 하얀 눈밭 위로 파랑 노랑 유모차를 밀고 가는 빨간 패딩 하얀 모자 할머니의 모습이 선명하고 예뻐서 살짝 찍었다. 멀리서 찍어서 얼굴 전혀 알아볼 수 없으니 살짝 올려본다.

 

.. 이때 내 옆에는 료샤와 레냐가 있었다. 레냐가 유모차를 가리키면서...

 

레냐 : 아가는 유모차 타!

료샤 : 너도 몇 년 전까진 저렇게 유모차를 탔단다. 아빠가 밀고 다녔단다.

레냐 : 아니야! 유모차는 아가만 타는 거야! 나는 아가가 아닌데!

료샤 : 그러니까 몇 년 전이라 했잖니.

레냐 : 아니야, 아주아주 옛날이야!

 

웃다가 카메라 떨어뜨릴 뻔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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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페테르부르크.

추운 겨울이었지만 그래도 정말 추운 한겨울은 지난 후여서 네바 강의 얼음도 군데군데 녹았고 파란 강물이 흐르는 모습도 조금씩 볼 수 있었다. 그때 찍었던 얼어붙은 네바 강과 그 위로 쌓인 눈, 그리고 유빙과 파란 강물 사진들 몇 장. 전에도 이때 풍경 몇번 올린 적 있다. 오늘은 주로 얼음 깨진 모습들 위주~

 

먼저 유빙이 안 보이는 사진부터. 스뜨렐까(활의 호 모양으로 뻗어내린 산책로이다)에서 찍은 네바 강과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요새와 사원.

 

 

 

 

저 배는 일종의 미니 쇄빙선 같았다. 배가 지나가자 그 뒤로 얼음이 깨지는 것 같았다. 그런데 또 지금 생각하니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썰매처럼 지나갔나?? 그때 보면서는 전자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부터는 스뜨렐까에 갔다가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요새로 걸어가면서, 혹은 요새 앞 강가에서, 혹은 돌아오면서 찍은 사진들.

 

 

 

 

얼어붙은 강 위로 나가지 말라는 표지판이 그렇게 많이 붙어 있지만 보란듯이 여기저기 발자국들..

 

 

 

 

 

맞은편에 보이는 기다란 건물이 에르미타주 박물관이다.

 

 

 

이건 다리 건너가면서 교각 난간 사이로 (무서움을 무릅쓰고) 찍은 것. 이렇게 얼음 깨진 부분도 있고 유빙도 흘러다니고.. 으어 무서워...

 

 

 

꺅..

근데 또 마음 한구석으로는 빙수 생각도 났음...

 

 

 

그러니까 얼어붙은 강 위로 나가면 위험하다고요!

전에 올렸던 서무 시리즈 9편 '눈보라와 패딩코트'(http://tveye.tistory.com/3524)에서도 이런 풍경을 생각하며 썼다. 그거 맞다, 베르닌과 왕재수가 얼어붙은 강 건너다가 풍덩 빠졌던 거.. (미안하다 얘들아)

 

 

 

 

 

에르미타주 박물관 클로즈업..

가까이서 보면 이렇게 얼음 녹은 부분이 꽤 넓게 퍼져 있다. 날이 원체 쨍해서 강물이 더욱 더 시리도록 파래 보였다.

 

 

 

 

 

 

 

얼음 동동동..

잘 보면 얼음 위에는 갈매기도 앉아 있고 오리도 앉아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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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5. 6. 21:11

얼음 위에서 놀던 애들 한 장 더 russia2015. 5. 6. 21:11

 

 

그저껜가 마음의 위안을 위해 올렸던 사진(http://tveye.tistory.com/3706)에 나왔던 얼음 위에서 놀던 두 아이들.

사진 한 장 더 있어서 올려봄. 이것도 얼굴 안 나왔으니까..

 

그건 그렇고 저 바닥 진짜진짜 미끄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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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5. 5. 19:52

빛, 그림자, 눈 russia2015. 5. 5. 19:52

 

 

지난 2월 17일. 페테르부르크.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요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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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5. 4. 21:20

마음의 위안을 위해 russia2015. 5. 4. 21:20

 

 

우울한 하루였다.

우울함과 약간의 불안감을 달랠 겸, 마음의 위안을 위해 지난 2월 페테르부르크에 갔을 때 찍은 사진 두 장.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요새 안으로 들어가서.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사원의 황금빛 돔과 십자가. 그리고 조각상.

 

 

 

이날은 영하 17도였다. 아주 추웠지만 햇살이 쨍한 날이었다. 요새 안으로 들어가자 바닥에 쌓인 눈이 반질반질하게 얼어붙어 스케이트장이나 다름없었다. 나는 넘어질까봐 조심조심 걸었지만 아이들은 신나게 미끄러지며 놀았다.

 

예쁜 아이들이었다. 노는 걸 보니 형제 같았다. 얼굴 안 나왔으니 올려본다.. 작은 아이는 함께 산책하고 있었던 레냐 또래였다. 그래서 레냐가 자기도 저렇게 놀고 싶어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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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7일.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요새.

매우 춥고 맑은 날이었다. 요새 안을 산책하며 찍은 사진들 중 빛과 그림자가 함께 있는 사진 몇 장.

 

 

 

 

 

 

 

 

 

 

 

 

아주 피곤하고 바쁘기 이를 데 없는 월요일이다. 너무 바쁘다... 대충 도시락 먹고 점심 시간에도 일하는 중.. 잠깐 이때 사진 보면서 눈이라도 휴식해본다.. 이제 다시 일해야지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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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4. 6. 09:22

얼음과 눈으로 뒤덮인 네바 강 russia2015. 4. 6. 09:22

 

 

피곤한 월요일 아침. 2월 페테르부르크 사진 세 장으로 잠시 눈 푸는 중.

꽁꽁 얼어붙은 네바 강. 왼편 멀리 이삭 성당 실루엣이 보인다. 강 위로 사람들이 지나다니고 있다. 이 날은 료샤랑 레냐랑 셋이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요새에 산책 갔다. 걸어가면서 찍은 사진.

 

 

 

왼편으로 보이는 쿠폴은 스파스 나 크로비 사원, 오른편 건물은 에르미타주.

 

 

 

쭈욱 걸어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요새 앞까지 도착했다. 다리 건너 들어가기 전에 사진 한 장 :)

맑은 날이면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저렇게 휘황하게 빛나는 사원 첨탑이 근사하다. 멀리서 찍어서 잘 안 나왔지만 첨탑 꼭대기에는 천사상이 있다.

 

.. 그럼 힘을 내서 일해야지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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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3. 23. 14:31

손에서 미끄러져서 찍혔는데 russia2015. 3. 23. 14:31

 

 

 

 

지난 2월, 페테르부르크 갔을 때.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요새에 산책하러 갔는데 이때 옆에 있던 레냐가 팔에 꼭 매달리는 바람에 카메라가 미끄러져서 찍힌 사진. 근데 그냥 내 맘에 들어서 남겨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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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추웠지만 하늘이 파랬다. 한낮에 료샤와 레냐와 함께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요새 쪽으로 산책 갔었다. 갔다가 얘네 집에 가서 카레와 미역국과 쌀밥, 부드러운 계란찜, 간장을 쓴 포근포근한 감자양파조림과 불고기를 만들어 주었다. 대성공 :)

 

레냐는 밥이 너무 맛있었던 나머지 한국에 가서 살고 싶다고 했다. 그래, 남편이 아내 따라 와서 살아야지 ㅋㅋ 이렇게 나의 요리솜씨로 7세의 약혼자를 옭아매는 데 성공! 료샤가 부러워하더니... 한국에서는 원래 시부모 모시고 사는 거 아니냐면서 자기도 따라오겠다고 한다 ㅋㅋ

 

일요일에 만났을 때 곶감과 초콜릿과 양갱을 풀었다. 레냐가 제일 좋아한 것은.. 의외로 양갱이었다!! 깜놀! 양갱이 곶감보다 초콜릿보다 더 맛있다면서 더 달라고 아우성이었다. 근데 양갱은 내가 장난기가 동해 가져간 거라.. 두개 밖에 안 가져갔었는데 ㅠㅠ 미안해 레냐야 양갱 더 없어...

 

곶감은 료샤가 엄청나게 좋아했다. 레냐는 첨에 시꺼멓다고 안 먹으려 했다. 호랑이와 꼬깜의 그 꼬깜이라 해주자 레냐는 어려서 그런지 꼬깜이 맛있다는 건 까먹고 호랑이가 도망갔다는 것만 기억나는지 '무서워! 무서운 거잖아!'라고 찡찡댔다. 료샤가 곶감을 홀랑 먹더니 너무 맛있다 해서 레냐도 먹어보았다. 좋아했다. 맛있다고 했다. 그러나 양갱이 더 좋다나... 곶감은 모두 료샤가 가져갔다 ㅋㅋ 얘 웃기다.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요새 산책하다가..

 

꽝꽝 얼어붙은 네바 강. 어디까지가 강이고 어디까지가 강변인지 모호하다. 강변에 이렇게..

'얼음 위로 나가는 거 금지!'라고 표지판이 서 있지만... 다들 나몰라라 하고 얼어붙은 강으로 나가 산책하고 있다..

 

 

 

 

이 사람은 얼음 낚시 중..

 

 

발자국도 잔뜩~

 

나도 옛날에 여기서 지낼 땐 친구랑 겨울에 얼어붙은 네바 강 건너갔었는데.. 난 무서워했지만 친구는 좋아했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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