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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쉬클리야로프'에 해당되는 글 255

  1. 2017.12.09 크리스마스 분위기 조금씩, 티 타임 2
  2. 2017.11.26 일요일 오후, 2집에서 차 한 잔 + 슈클랴로프님 등 6
  3. 2017.10.22 열받은 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미샤 + 춤과 담배와 알콜 14
  4. 2017.10.15 미샤의 안무 데뷔 - 루슬란과 류드밀라 20
  5. 2017.09.24 2집의 일요일 오후 + 오전의 별다방 4
  6. 2017.09.10 일요일 오후 차 마시며, 부활절 찻잔, 노어바보ㅠㅠ 18
  7. 2017.08.27 여름 블라디보스톡 시내 + 마린스키 분관 사진 몇 장 6
  8. 2017.08.19 붉은 수탉 티포트, 체코슬로바키아랑 중국 애들과 함께, 토요일 오후 6
  9. 2017.08.06 블라디보스톡 공연 떠올리며, 슈클랴로프 화보와 사인으로 2집 장식 + 티타임 2
  10. 2017.08.05 면회 - 발광 페인트 토마토 수프 24
  11. 2017.07.31 슈클랴로프 커튼 콜 : 마르그리트와 아르망 + 아주 짧은 메모 + 좀 아쉬운 오시포바 + 꽃 2
  12. 2017.07.30 극장과 꽃의 기억 4
  13. 2017.07.25 슈클랴로프 블라디보스톡 인터뷰(+ 영상클립 조금) : "저의 가장 중요한 스승은 바로 인생이죠" 6
  14. 2017.07.24 슈클랴로프 Ne me quitte pas 커튼콜 사진 몇 장 4
  15. 2017.07.23 마린스키 블라디보스톡 분관 사진 몇 장 2
  16. 2017.07.23 슈클랴로프 '고팍' 커튼 콜 + 발레101 화보 2
  17. 2017.07.22 슈클랴로프 곱사등이 망아지 커튼 콜 사진 몇장 더(+ 샤키로바에게 꽃 바침) 4
  18. 2017.07.21 슈클랴로프 블라디보스톡 공연 커튼콜 사진 몇 장 4
  19. 2017.07.19 슈클랴로프 화보 + 사인회 사진 두장 8
  20. 2017.07.09 슈클랴로프 : 블라디보스톡 프로모, 바이에른 리허설, 다이아몬드, 잠자는 미녀 2
  21. 2017.07.08 옥사나 본다레바의 근사한 화보들 + 슈클랴로프, 비슈뇨바 2
  22. 2017.06.12 논쟁하는 미샤와 일린, 백야와 페트루슈카, 회색 고양이 28
  23. 2017.05.22 지나이다의 회상, 보드카, 진짜 중요한 것 28
  24. 2017.05.06 세르게이 폴루닌,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아르춈 옵차렌코 4
  25. 2017.04.13 간만에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화보 몇장 4





고대하던 주말이 왔다. 녹아내린 치즈처럼 철푸덕...




이번주에는 피곤해서 화정 안 올라가고 2집에서 쉬고 있다. 2집은 좀 우울하고 갇힌 느낌이기 때문에 기분 전환을 위해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조금 내 보았다 :) 어제 길에서 모아온 빨강까망 열매들과 소나무 가지, 옆회사 구내식당에서 얻어온 분홍장미 등등(전부 다 얻어왔네 ㅋㅋ)









소나무 작은 가지랑 빨간 마가목 열매, 그리고 여름에 프라하의 앤티크 가게에서 싼 가격에 사온 '체코슬로바키아' 빈티지 찻잔이 은근히 잘 어울린다 :)






오전에 별다방에서 조식 먹은 후 근처 파이 가게까지 걸어가서 딸기 타르트 사왔다. 오늘따라 엄청 먹고팠음. 빨간색이 이쁘다~






그래서 찻잔도 빨간 찻잔 선택 :))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님 화보도 칼라풀하고 즐거운 곱사등이 망아지의 이바누슈카 화보로 :)









이건 아침. 10시 반 즈음 일어나 동네 최고 핫스팟 별다방 갔음. 사실 집에 먹을 게 하나도 없었다 ㅠㅠ 이번주 내내 너무 혹사당하며 일해서...









차가운 샌드위치는 먹기 싫고, 따뜻한 건 별로 먹을 만한 게 없고(지난번 먹은 올리브 모짜 모찌는 별로였음), 별 기대 안했지만 하여튼 색깔이 예쁘다는 이유로 새로 나온 크리스마스 스콘을 먹어보았다. 녹차반죽이랑 쌀반죽으로 만들었다고 해서 아예 기대 안 했음. 스콘을 쌀로 만들면 무슨 소용이 있어!







맛은 별로였다. 딱히 쌀이나 녹차 맛이 많이 나진 않았고 밀가루 스콘이랑 비슷했는데 사실 스타벅스는 스콘이 맛없는 편이라서... 하여튼 아침에 배채우려고 먹었다. 귤 한알 가져가서 같이 먹었음.



그래도 녹색 빨강이라 크리스마스 느낌은 좀 났다.





파이 가게에서 딸기 타르트 포장 기다리며. 조그만 트리가 귀여웠다.



:
Posted by liontamer





아침 기차로 2집 내려옴.


낮잠 자기 전에 애프터눈 티까지 성공...






기분전환 하려고 슈클랴로프님 화보 액자도 다른 사진으로 교체. 기념으로 바가노바 발레학교 그려진 찻잔 꺼내서...











오늘 별다방에서 아점 먹고 나오면서 사본 제주 감귤 치즈케이크. 흑, 기대 안 했지만 역시나 별로였음. 맛없고 느끼하고... 결국 남겼다.





지난번 러시아 갔을 때 얻어온 사바까.루 잡지. 디아나 비슈뇨바가 표지에 있어서 :)




오늘 바꾼 슈클랴로프님 화보. 왼편은 신데렐라의 왕자, 오른편은 돈키호테의 바질.




얼마전 별다방에서 샀던 빤짝이 티코스터. 빨간색도 있었는데 그건 나중에 사야지 했더니만 품절됨 흑...



..





이건 오늘 아침 10시. 2집 동네 최고 핫스팟 별다방...


귤은 내가 챙겨온 것임 ㅠㅠ




:
Posted by liontamer


 

 

오늘 발췌하는 글은 a4 3장 정도로 꽤 짧은 장면이다. 에피소드 전체가 아니라 일부이고 실질적인 사건이라기보다는 트로이와 미샤의 대화로 이루어져 있다. 이전에 이 장면 다음에 일어나는 일에 대해 따로 올렸던 적이 있다. 그 링크는 글 아래에 달아보겠다.

 

 

배경은 1976년 초. 소련 레닌그라드. 지금의 상트 페테르부르크. 트로이의 작은 아파트 안이다. 예전에 여러번 등장했던 볼쇼이 안무가 스타니슬라프 일린이 키로프 극장 게스트 안무가로 초빙된 직후이다. 일린은 문화국과 윗분들이 키로프로 밀어넣은 '모스크바' 안무가이므로 키로프 윗선에서는 당연히 그를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 사실 일린이 온 것은 미샤와 지나이다를 위한 작품을 안무하라는 미션을 받았기 때문인데 소설에서는 자세히 묘사하진 않았다. (..사실은 미샤를 모스크바로 낚아가려는 그쪽 윗분들과 볼쇼이 측의 밑밥깔기....)

 

 

하여튼 새로운 것에 목말라 있던 미샤는 일린과 그의 작품, 그가 무용수를 대하는 태도 등에 감명을 받는다. 그래서 같이 작업을 하게 되는데 그게 그리 호락호락하진 않다.

 

 

미샤에게는 극장 내부 적들도 많은데 그 중 대표적인 인물이 울리얀 세레브랴코프 라는 남자 무용수이다. 정통 소련 무용수, 고전적이면서도 늘씬하고 근육질이고 강건한 왕자님/혁명영웅 스타일의 미남자이다. 미샤보다는 10여년 이상 선배이고 공훈예술가인데 미샤가 입단했을 때부터 그를 눈엣가시처럼 미워해 많이 괴롭혔다. (저수지에도 빠뜨리고...) 열받은 지나가 그의 여자친구인 옥사나의 허리를 비틀어 쥐어짠 적도 있음.

 

 

발췌된 부분은, 일린이 새로 안무해주는 작품인 '백야' 연습을 하다가 트로이의 집에 들른 미샤가 그날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는 장면이다.

 

 

..

 

 

위의 화보는 아르춈 옵차렌코. 볼쇼이 무용수.

 

 

..

 

스탄카는 미샤가 일린을 부르는 애칭이다.

 

 

나타샤는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 소설의 여주인공이다. 여기서 일린이 안무하는 춤은 유명한 나타샤의 첫 무도회 장면이다.

 

 

고리키는 그 '막심 고리키'이다.

 

 

프로파간다 발레는 말 그대로 프로파간다 목적을 띤 발레이다. 소설도 그림도 발레도 연극도 영화도 이런 거 많았다. 소련 시절 유명한 발레들 중에도 많다.

 

 

...

 

 

 


* 이 글을 절대로 무단 전재, 복제, 배포, 인용하지 말아주세요 *

 

 

 

 

 

 미샤는 고개를 젖히며 어깨를 한쪽으로 돌렸다. 작년에 다쳤던 곳이 계속 아픈 것이 분명했다. 얼굴을 찡그리며 몇 차례 어깨를 돌리더니 손가락으로 아픈 부위를 꾹꾹 눌렀다. 트로이는 끓는 물을 채운 보온병을 스팀 타월로 둘둘 말아 그에게 건네주었다. 미샤는 티셔츠를 벗더니 어깨를 마사지하기 시작했다. 수증기 때문에 흰 살갗이 금세 빨갛게 달아올랐다.

 

 

 트로이는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 붉게 달아오른 어깨와 팔 위에 입을 맞추고 싶었다. 하지만 그때 미샤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 오늘 스탄카가 세레브랴코프를 자기 세션에 출입 금지시켰어. ”

 

 


 “ 무슨 세션? 백야에 그 작자도 나와? 그 나스첸카 첫사랑 역이야? ”

 

 “ 아니, 백야가 메인이긴 한데 45분 정도 밖에 안돼. 하루 공연 무대로는 모자라지. 짧은 거 두 개가 더 있어. 하나는 톨스토이. 전쟁과 평화지. 그건 나타샤의 독무야. 나머지 하나는 고리키의 인생을 모자이크한 프로파간다 발레고. 어쨌든 당국의 비위를 맞춰주긴 해야 하니까 스탄카가 끼워넣은 거야. 오늘 그 두 개 오디션을 봤거든. 연차와 급수에 관계없이. ”

 

 “ 백야는 너와 지나이다로 정해진 거야? ”

 

 “ 응. 오디션 없이. ”

 

 “ 세레브랴코프는 왜? ”

 

 “ 그 고리키를 추고 싶어 했으니까. 그자는 스탄카를 싫어하지만 어쨌든 포노마레바가 밀어주고 있으니까 같이 작업하는 게 이득이라고 생각했겠지. 게다가 고리키 역이라면 구미가 당겼을 거고. 얘기했잖아, 프로파간다 발레로 뜬 놈이라고. ”

 

 “ 그럼 일린에게 건방지게 굴 리가 없잖아. 왜 출입 금지당한 거야? ”

 

 “ 백야 때문에 나도 그 방에 같이 있었거든. 오디션 보러 온 세레브랴코프는 그것 때문에 꼭지가 돌았지. 난 이미 역을 받았으니까. 그 작자는 해석도 괜찮았고 춤도 꽤 잘 췄어. 아마 곱게 나갔으면 스탄카가 고리키를 줬을 거야. 근데 그 얼간이가 나가면서 내 쪽으로 왔지. ”

 

 “ 그리고? ”

 

 “ 백야 하나로는 성이 안 차느냐, 나타샤 역 때문에 온 것 같은데 굳이 오디션을 보지 않아도 역을 받을 거라고 비아냥댔지. 무도회 드레스를 입고 토슈즈를 신을 수 있을 테니 좋겠다고 하던데. 넌 그런 모습을 상상할 수가 없다고 했지만 그자는 아주 상상이 잘되는 모양이었어. ”

 

 

 미샤가 휘파람을 불었다. 별로 기분이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 재수 없게 스탄카가 그 말을 들었거든. 그래서 정색을 하면서 세레브랴코프를 내쫓았어. 앞으로 자기 세션에는 발을 들여놓지 말라고 했지. 고리키는 레냐에게 줬고. ”

 

 “ 나타샤는? ”

 

 “ 니넬한테 줬어, 아마 넌 걜 모를 거야. 작년에 들어온 애라서. 설마 스탄카가 정말 그걸 나한테 줬을 거라고 생각했어? ”

 

 “ 추고 싶지는 않았어? ”

 

 “ 글쎄, 백야 하나만으로도 머리가 터질 것 같고 드레스는 더 싫지만. 솔직히 말하면 추고 싶긴 하지. 그 작품 모스크바에서 봤었거든, 아주 재미있는 역이야. 하지만 세레브랴코프는 그런 뜻으로 한 얘기가 아니었으니까. 스탄카가 아니었다면 난 그때 화를 내야 했을지도 몰라. 그래야 하는 상황이었으니까. ”

 

 “ 그럼 화가 나지 않았단 말야? 그렇게 비열하게 구는 놈한테? ”

 

 “ 좀 열받긴 했지. 근데 어차피 난 그놈을 볼 때마다 구역질이 나니까 크게 다를 것도 없었어. 내가 열받는 것과 대놓고 화를 내는 건 좀 다른 거야. 그런 상황에서 화를 내지 않으면 입장이 아주 이상해져. ”

 

 “ 일린이 끼어들지 않았다면 싸웠겠네. ”

 

 “ 한 대 갈겨야 했겠지. 포노마레바와 놀아나서 역을 따냈다는 것과 계집애 역을 추려고 안달이 났다는 건 완전히 다른 얘기니까. ”

 

 

 타월로 싼 보온병을 어깨 위로 굴리면서 미샤가 바닥에 벗어놓았던 코트 주머니를 한 손으로 뒤져 담배를 꺼냈다.

 

 

 “ 끊었던 거 아냐? ”

 

 “ 어차피 세 개비 이상 피우지도 못하는데 끊어봤자 무슨 소용이 있어. 알콜이랑 똑같아. ”

 

 “ 몸에서 안 받는 게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해. 건강에 좋지 않을 테니까. 춤에도 방해가 될 거야. ”

 

 


 “ 춤 자체가 비정상적으로 몸을 학대하는 거야. 발끝으로 서고 근육을 비정상적으로 잡아 늘이고 뼈가 부러질 만큼 휘어대는 거라구. 그깟 술 몇 잔, 담배 몇 개비 따위 더한다고 달라질 게 뭐가 있어. ”

 

 


 “ 춤 때문에 머리가 아프거나 필름이 끊기지는 않잖아. ”

 

 


 “ 춤도 가끔 그래. ”

 

 

 

 미샤가 보온병을 내려놓고 담배에 불을 붙였다. 깊게 연기를 빨아들이며 눈을 감았다. 광대뼈 아래로 뺨이 살짝 패이며 콧대가 두드러지게 솟아올랐다. 트로이는 라이터와 보온병을 한쪽으로 밀어버렸다. 그의 곁으로 다가가 미간과 콧등에 입술을 가져갔다. 미샤는 잠시 호흡을 멈췄지만 결국 참지 못하고 연기를 훅 뿜어버렸다.

 

 

 “ 미안, 간접 흡연시켜서 ”

 

 


 “ 전혀 미안한 것 같지 않은 표정인데. ”

 

 


 “ 어차피 넌 나보다 열 배쯤 더 마시잖아. ”

 

 

 트로이는 그의 손에서 담배를 빼앗았다. 카펫에 구멍이 나든 말든 개의치 않고 한 모금 밖에 피우지 않은 담배를 비벼 꺼버렸다.

 

 

 

...

 

 

 

이 다음 이야기를 전에 발췌한 적이 있다. 사실은 바로 다음은 아니고... 위의 분위기대로... 트로이와 미샤의 19금 장면이 조금 있는데 그부분 지나간 후.... 세레브랴코프와의 언쟁이 생각보다 깊이 마음속에 남아 있었던 미샤가 평소에 잘 드러내지 않았던 속내를 토로하고 자신의 춤과 교조주의, 강령에 대해 얘기하는 장면이다. 그 링크는 아래 :

 

http://tveye.tistory.com/4720 : 교조주의, 강령으로서의 예술, 세 개의 메모 :

 

 

..

 

 

울리얀 세레브랴코프와 미샤의 악연에 대해서는 전에 몇번 발췌한 적이 있다. 사실 세레브랴코프 쪽에서 일방적으로 괴롭히는 편이긴 했다만... 하여튼 페름에서의 싸움과 저수지 사건에 대한 두가지 이야기 링크를 각각 아래. 하나는 트로이와의 대화, 나머지 하나는 미샤의 후원자인 드미트리 마로조프의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되었던 단편에서 가져왔다. 둘다 같은 페름 투어에서 일어났던 일인데 미샤는 트로이에게는 저수지 사건만 얘기하고 마로조프에게는 치고받고 싸운 얘기만 한다.

 

http://tveye.tistory.com/3594 미샤의 첫 번째 시즌, 돈키호테, 축구팀과 군대처럼

 

http://tveye.tistory.com/5469 미샤의 신입 시절, 싸움의 이유

 

 

맨날 당하는 미샤가 답답해서... 세레브랴코프의 여자친구이자 역시 미샤의 적인 옥사나가 패악을 부리자 발끈해 그녀를 혼내주는 정의의 여자사람 친구 지나이다의 이야기도 있었음. 그건 아래

 

http://tveye.tistory.com/6176 의리 넘치는 파트너 지나이다

 

 

...

 

 

 

중력을 무시하는 듯한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화보 한 장으로 마무리.

 

..

 

 

글에 대한 이야기는 제게 큰 힘이 됩니다 :)
그리고 제 글은 여기서만 읽어주세요. 절대로 복사하거나 가져가시거나 인용/도용하지 말아주세요.

 

 

:
Posted by liontamer








예전에 이 폴더에 미샤와 그의 극장 동기 레냐(내 약혼자 아님), 그리고 궁전광장과 백야, 페테르부르크에 대한 단편 Illuminated wall 전문과 배경 사진들을 올린 적이 있다. (http://tveye.tistory.com/3385)



그 단편은 아주 오래 전, 페테르부르크에 대한 향수를 담아서 썼던 글인데 초창기에 내가 구상했던 미샤가 등장했다. 거기 등장하는 미샤는 지금 내가 쓰고 있는 미샤와는 많이 닮은 동시에 약간은 다른 면도 있다.



그 단편은 1975년 여름, 소련 레닌그라드(지금의 페테르부르크)를 배경으로 하고 있었다. 권력자의 별장에 춤추러 오라는 명령을 받은 미샤는 그것을 어기고 백야의 레닌그라드 거리를 쏘다니고 궁전광장에서 춤을 춘다. 그때 그는 동료인 레냐에게 자신이 푸쉬킨의 원작을 바탕으로 안무를 할 거라고 얘기하고 광장에서 그 춤의 일부를 보여준다. 그 작품은 푸쉬킨의 '루슬란과 류드밀라'였다. 나의 옛 단편에서 미샤는 루슬란의 적수인 악당 로그다이의 춤을 보여준다.



나는 그 이야기를 잊지 않았다. 내 마음속에서 언제나 미샤가 처음으로 안무하게 되는 발레는 그 '루슬란과 류드밀라'였다. 루슬란과 로그다이, 파를라프, 라트미르 4인의 기사들만 등장하는 40분짜리 단막 발레.



몇년 전 다시 글을 쓰고 미샤를 불러낸 후, 나는 장편 하나를 썼다. 미샤의 친구이자 애인인 트로이가 심리적 화자로 나오는 꽤 긴 소설이었는데 거기서 나는 미샤가 루슬란과 류드밀라를 안무하게 했다. 아래 발췌한 부분은 미샤가 그 작품을 안무하는 과정 일부와 작품을 실제로 무대에 올리는 장면이다. 이 소설은 발레계 인물이 아닌 트로이의 시점에서 전개되므로 안무 과정 자체에 대해서는 여기 나온 정도만 적었다.



...




루슬란과 류드밀라는 푸쉬킨이 불과 스무살때 썼던 근사한 작품이다. 어린 시절 러시아 동화로 읽은 분들도 많을 것이다. 그런데 이 작품도 잘 읽어보면 그냥 동화는 아니다. 꽤나 멋지고 매력적인 작품이다.




안 읽으신 분들을 위해 아주 간단한 줄거리(스포일러 있습니다) : 영웅 루슬란이 아름다운 왕녀 류드밀라와 결혼식을 올린다. 그러나 결혼식장에서 수염 기른 마법사 체르노모르가 나타나 류드밀라를 납치한다. 류드밀라의 아버지는 비탄에 빠져 루슬란을 탓하고, 류드밀라를 구해오는 남자에게 그녀와 결혼하게 해주겠다고 한다. 그리하여 4명의 기사가 길을 떠난다. 주인공인 루슬란. 음침하고 파괴적인 로그다이. 좀 비겁한 파를라프. 세속적이고 선량한 라트미르. 이야기는 이 네명의 모험을 번갈아 보여주고, 동시에 마법사의 성에 갇혀버린 류드밀라의 모험도 같이 그려낸다(사실 류드밀라 얘기가 제일 재미있고 생기넘친다. 푸쉬킨은 생기 넘치는 씩씩한 아가씨 묘사를 참 잘한다) 이러저러하여 루슬란은 결국 마법사를 물리치고 류드밀라를 구해낸다. 그 와중에 루슬란을 죽이려고 달려들던 로그다이는 결투에 패해서 죽고(물귀신에게 영혼 끌려감 ㅠㅠ), 라트미르는 온갖 여색과 사치를 즐긴 끝에 도를 깨쳐서 소박한 인생을 살아가게 되고, 비겁한 파를라프는 마녀의 도움으로 막판에 루슬란을 궁지에 몰아넣고 류드밀라를 탈취하려다 결국 실패하게 된다.



미샤는 이 재미나는 이야기 전체를 어린이 발레처럼 안무하는 대신 다른 방식으로 접근한다. 그가 어떻게 안무했는지는 아래 발췌본에 나와 있다.



...



에피소드 도입부에 언급되는 알렉산더 트로치는 영국 현대 작가이다. 오스카 와일드의 '레딩 감옥의 발라드'는 전에 올린 적이 있다.



보리스 아사예프는 키로프 발레단 예술감독, 이반 노비코프는 볼쇼이 발레단 행정감독이다. 물론 여기 나오는 인물들은 모두 내가 만들어냈음.



...



맨 위 화보는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사진은 David Paitschadse.



..




* 이 글을 절대로 무단 전재, 복제, 배포, 인용하지 말아주세요 *







 미샤는 런던에 가기 전에 딱 한번 트로이의 집에 찾아왔다. 알렉산더 트로치의 소설과 오스카 와일드의 ‘레딩 감옥의 발라드’ 때문이었다. 트로치 소설에 대해서는 30분 정도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맨 처음 함께 읽었던 책이었기 때문에 얘기가 잘 통했다. 미샤는 레딩 감옥의 발라드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트로이에게 시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달라고 청했다. 그는 와일드 작품을 가져왔을 때는 항상 그랬다.



 “ 낭송 테이프 구해다줄까? ”




 “ 난 네가 읽어주는 게 더 좋아. ”



 미샤는 잠시 소파에 앉아 트로이가 시를 읽어주는 것을 듣다가 창가로 가서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본 적이 없는 동작이었지만 아마 백야 안무의 일부일 거라고 생각하며 트로이는 계속해서 시를 읽었다.



 한참 읽다가 트로이는 입을 다물었다.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끼며 큰 소리로 물었다.



 “ 그게 뭐야? 그게 춤이야? ”



 미샤는 그의 말이 들리지도 않는 듯 계속해서 움직였다. 전신을 너무 지독하게 경련하며 바닥에 몸을 굴리고 있어서 트로이는 순간 그가 간질 발작이라도 일으킨 것이 아닌가 하는 공포에 질렸다.



 “ 어디 아파? ”



 무릎으로 바닥을 찧어대면서 미샤가 말했다.



 “ 신경 쓰지 말고 계속 읽어. ”


 “ 그게 백야야? ”


 “ 아니, 루슬란과 류드밀라야. 그냥 읽어. ”


 “ 왜 와일드를 들으면서 푸시킨 시를 춰? ”


 “ 도움이 돼. 제발 읽어. ” 
 




 그래서 트로이는 떨리는 음성으로 계속 읽었다. 나중에는 아예 등을 돌리고 읽었다. 낭송을 끝내고 뒤를 돌아보니 미샤가 소파에 거꾸로 누워 머리를 바닥에 댄 채 손을 까딱거리고 있었다.



 “ 일린의 새 작품이야? ”




 “ 내가 만드는 거야. 좀 됐어. ”




 “ 안무를 한다고? ”




 “ 응, 5월에 올릴 거야. ”




 “ 전혀 몰랐다, 그쪽에도 관심 있는 줄은. 일린 때문에 자극받았어? ”




 “ 아니, 작년 여름에 골자는 잡았는데 계속 정신이 없어서 손 놓고 있었어. ”




 “ 지금이 제일 바쁜 거 아냐? ”




 “ 바쁘지. ”




 미샤는 바닥으로 미끄러져 내려와 다리를 길게 뻗고 스트레칭을 하기 시작했다. 셔츠가 말려 올라가며 등이 반쯤 노출되었다. 팽팽하게 당겨진 근육 사이로 척추 마디들이 가지런하게 튀어 올랐다. 트로이는 얼굴을 찌푸렸다.




 “ 뼈가 다 불거지네, 너무 무리하고 있는 거 아냐? 잘 챙겨먹고 다녀. ”




 “ 바빠서 그래. 백야 올리고 나면 나아질 거야. ”




 “ 백야에 런던도 모자라서 그 오싹한 춤까지. ”




 “ 별로 오싹하지 않아, 아까 그 부분만 좀 그래. ”




 “ 무슨 장면이었는데? ” 




 “ 비겁한 짓이 일어나는 장면. 그래서 기분 나쁘게 느껴지는 거야. ”




 “ 루슬란과 류드밀라라며? ”




 “ 아, 근데 류드밀라는 안 나올 거야. 아까 그건 파를라프의 춤이야. ”




 “ 뭐, 자고 있는 사람 칼로 찌르고 여자 뺏는 그 놈? ”




 “ 응, 기분 나쁘게 출 만하지? ”
 




 트로이는 창가로 가서 전날 학교 카페테리아에서 사왔던 치킨 샌드위치와 며칠 동안 굴러다니고 있던 오렌지를 가져왔다.



 “ 좀 먹어라, 맛은 별로 없을 테지만. ”




 
 미샤가 샌드위치를 집어 들었다. 포장지를 벗기고 반으로 쪼갰지만 입에 가져가지는 않고 바닥에 내려놓았다.



 “ 왜, 변했어? 차가운데 놔둬서 괜찮을 텐데. ”




 “ 있다가 먹을게. ”




 “ 그럼 오렌지라도 먹어. ”




 미샤가 오렌지 껍질을 까서 먹기 시작했다. 잔소리를 듣기 싫어서 기계적으로 먹는 게 분명했지만 어쨌든 뭔가를 입에 넣고 있었으므로 트로이는 더 이상 얘기하지 않았다. 얼굴이 더 갸름해져서 얼핏 돌아보면 우물처럼 깊은 눈만 보일 지경이었다. 한동안 가위질도 하지 않았는지 길게 자라난 머리칼이 귀를 덮고 목덜미까지 흘러 내려와 있었다. 구겨진 셔츠와 낡은 청바지를 입고 바닥에 앉아 오렌지를 먹고 있는 그 야윈 모습을 보니 근육질의 클래식 무용수라기보다는 미국 음악 잡지에나 나오는 깡마른 락 가수에나 어울릴 것 같았다. 저질스럽고 별 뜻도 없는 가사로 노래하고 기타를 치고 가죽옷을 입고 그루피들과 난잡하게 뒤엉키고 타락한 자본주의 제국의 소산인 마약이나 찔러 넣는 인간들. 그러나 미샤 뿐만 아니라 그와 갈랴와 이고리, 다른 친구들도, 심지어 알리사까지도 그자들의 음반을 모았다.



 “ 일린과는 그래도 잘 맞는 것 같네. 이제 집에도 잘 들어가고. ”



 트로이는 자신이 왜 그 이름을 입에 올리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할 수만 있다면 스타니슬라프 일린을 완전히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자신이 비이성적인 질투에 사로잡혀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미샤를 볼 때마다 그 조그맣고 사근사근한 남자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 스탄카는 좋아. 얘기가 잘 통해. ”




 “ 지나가 불편해 하지 않아? ”




 “ 지나는 남자들과 잘 지내. 나하고도 사는데 뭐. ”




 “ 그 사람은 혼자 온 거야? 가족은 없어? ”



 그는 차마 ‘그 자식하고도 같이 자고 있어?’ 라고 묻지 못했다.



 미샤는 그의 소리 없는 질문을 눈치 채지 못한 듯 했다. 하긴 알아차렸어도 내색하지 않을 게 뻔했다.



 “ 혼자 왔어. 공연 날 모스크바에서 애들이 올지도 모르지만. ”




 “ 애들? 결혼했어? ”




 “ 했었지, 두 번. 애들은 첫 부인한테서 난 거고. 큰 애가 벌써 열 살인가 그럴 걸. ” 




 “ 별로 애 아버지처럼 안 보이던데. ”




 “ 뭐 자기가 키우지는 않으니까. 그래도 바가노바에서 특강해주는 거 보니까 어린애들 잘 다루던데. ”




 
 그래서 미샤가 고집을 부려도 잘 받아넘기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입 밖에 내지는 않았다. 일린이 이성애자라는 사실에 희미한 안도감이 밀려왔다. 하지만 확신은 서지 않았다.



 “ 지금 안무하는 그 춤도 일린이 도와줘? ”




 
 미샤가 반쯤 먹은 오렌지를 남은 껍질에 싼 채 샌드위치 옆에 내려놓았다. 손바닥에 씨앗을 두어 개 뱉더니 바닥에 놓고 무심하게 굴렸다.



 “ 아니. 스탄카와 나는 많이 달라. ”




 “ 잘 맞는 줄 알았는데? ”




 “ 스탄카가 잘 맞춰주는 거지. 춤에 접근하는 방식은 달라. ”




 “ 일린이 감상적이라는 거야? ”



 미샤가 조금 놀란 듯 고개를 들어 그를 응시했다.



 “ 아, 예리한데. 어떤 사람은 솜사탕처럼 부드럽다고 했지. ”



 물론 트로이는 마로조프와의 대화를 엿들었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 백야 자체가 감상주의에 경도되어 있는 소설이잖아. ”




 “ 음, 스탄카가 그런 쪽을 좋아하긴 하지. 착하고 밝아, 사람을 잘 믿고 포용력도 있고. ”




 “ 그럼 왜 페트루슈카는 그렇게 만든 거야? ”




 “ 나한테 맞춰준 거지. 페트루슈카는 그 사람 원래 작업과는 색깔이 많이 달라. ”




 “ 난 네가 그렇게 우울한 걸 추는 게 싫어. ”




 미샤가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하지만 말은 하지 않았다. 창백하고 야윈 얼굴이 낯설고 쓸쓸하게 보였다. 종종 그 얼굴에는 따뜻한 피와 살로 이루어진 인간이라기보다는 정교하게 세공된 짐승 조각상을 연상시키는 표정이 떠오를 때가 있었다. 그럴 때면 그는 갓 스무 살이 된 청년이 아니라 세월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오래된 사원의 유물처럼 보였다. 트로이는 그런 순간을 목격하는 것이 두려웠다. 그건 아무리 손을 뻗어도 닿을 수 없는 거리였기 때문이다.



 막 트로이가 오한으로 몸을 움츠렸을 때 미샤가 다가와 그의 이마 위에 입을 맞췄다. 부드럽게 머리를 쓸면서 뺨을 비볐다. 
 


 “ 런던 갔다 와서 봐. ”



 미샤가 외투를 껴입고 혹한의 거리로 나간 후 트로이는 천천히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거실 바닥에는 반쯤 먹은 오렌지, 두 개의 매끄러운 씨앗, 그리고 반으로 쪼갠 채 입도 대지 않은 샌드위치가 놓여 있었다. 소파 팔걸이에는 미샤가 잊고 간 흰색 울 스카프가 걸쳐져 있었다. 그는 차나 커피도 없이 샌드위치를 모두 먹어치우고 남은 오렌지 반쪽도 먹었다. 그리고 두 개의 오렌지 씨앗도 알약처럼 털어 넣은 후 씹지 않고 삼켰다.



 그날 밤 그는 그 울 스카프를 두르고 잤다. 무겁게 밀려드는 야생 꿀 냄새를 맡으면서. 꿈속에서 그는 암청색 단추가 세 개 달린 흰 스웨터 위로 짙은 녹색 목도리를 느슨하게 늘어뜨린 채 눈보라와 안개 속을 걷고 있는 미샤 야스민을 보았다.




 ...




 5월에 미샤는 안무가로 데뷔했다. 일린이 총연출을 맡아 세 개의 모던 발레 작품을 소개한 ‘새로운 발레의 밤’에서 마지막 순서로 ‘루슬란과 류드밀라’를 올렸다. 막이 올라가기 직전까지 강력한 후원자들이나 팬들조차도 미샤가 안무를 시도하는 것에 대해 불안감을 품고 있었다. 뛰어난 무용수와 뛰어난 안무가는 완전히 다른 영역이기 때문이다.



 안전한 데뷔 방법은 유명한 원작을 간단하게 손봐 재안무한다거나 짧고 서정적인 음악을 써서 무용수의 움직임에 초점을 맞춘 가벼운 소품을 만드는 것이었다. 하지만 미샤 야스민은 4명의 젊은 무용수를 기용해 팽팽한 플롯의 40분짜리 드라마를 만들었다. 가벼운 음악 대신 보로딘과 무소르그스키를 사용했고 순수한 움직임 자체를 위한 동작은 전혀 쓰지 않았다. 무용수들의 모든 움직임은 철저하게 주제와 플롯에 따라 흘러갔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미샤의 첫 안무작이 일린의 스타일과 비슷할 것이라고 내다보았지만 막상 무대에 올라온 작품은 완급 조절이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도 없다는 듯 40분 내내 격정적으로 내달렸다. 그 작품은 잘 짜인 연극처럼 시종일관 관객들의 감정을 철사처럼 죄어대며 흥분 상태로 몰아갔다. 그 무대에서 부드러운 로맨스나 우아한 감상주의는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 없었지만 미샤는 젊은 안무가가 빠지기 쉬운 무모하고 비논리적인 실험주의도 피해갔다. 독설가인 루바노프스카야조차 ‘매우 성공적인 데뷔작’이라는 표제와 함께 미샤가 소위 ‘새로운 춤’이란 이름으로 자행되는 무의미한 연출가의 자기 독백에 매몰되지 않고 제대로 된 이야기를 알맞은 형식으로 풀어냈다고 평가했다.



 미샤는 푸시킨의 그 유명한 서사시 전체를 다루지 않았다. 수염 기른 마법사 체르노모르도, 동굴의 은자와 황야의 거대한 머리도, 마녀 나이나도 등장하지 않았다. 가장 아이러니컬한 사실은 제목과는 달리 미샤의 작품에 류드밀라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미샤는 오직 네 명의 기사들만을 골랐다. 루슬란, 로그다이, 라트미르, 파를라프. 납치된 류드밀라를 찾아 떠난 경쟁자들. 주인공은 여전히 루슬란이었고 그의 존재는 작품 전체의 축을 이루고 있었지만 미샤는 4명의 인물들에게 동등한 무게를 부여했다. 격정적인 2인무와 4인무, 독무를 통해 발레는 그 인물들에게 내재된 감정의 본질을 그렸다. 전형적인 영웅 주인공인 루슬란의 용기와 고결함, 파멸로 치닫게 될 로그다이의 증오와 분노, 환락에서 벗어나 소박한 삶을 택하는 라트미르의 중용과 우정, 그리고 언제나 도망치면서 기회를 노리는 파를라프의 비겁함과 공포.



 그건 자칫하면 매우 작위적이고 추상적인 묘사로 끝나버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미샤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 무대를 보면서 트로이는 왜 미샤가 자신은 일린에게 의지하지 않는다고 그토록 단호하게 얘기했는지 알 것 같았다. 미샤에게는 추상적인 개념과 감정을 매우 구체적으로 형상화해내는 능력이 있었다. 오랫동안 트로이는 미샤의 그 능력이 자신의 육체와 움직임에 한정된 것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그 날 루슬란과 류드밀라를 보면서 트로이는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미샤는 인간 내부로부터 실질적인 움직임을 끄집어내고 형식을 부여할 줄 알았다. 그건 창작자의 능력이었다. 관객들은 리브레토가 적힌 팸플릿을 읽지 않고도 루슬란과 로그다이, 라트미르와 파를라프가 왜 그런 식으로 움직이는지, 그들이 표출하는 감정이 어떤 것인지 정확하게 이해했다. 그건 논리적이고 계산적이라기보다는 직관적으로 날아오는 메시지들이었다.



 미샤는 루슬란을 추지 않았다. 고전적이며 우아한 레오니드 핀스키에게 그 역을 주었다. 2년 선배이자 성격 연기에 능한 안톤 볼로호프에게 까다로운 파를라프 역을 맡겼고 약간 수도사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잘생긴 이오시프 본다렌코에게 라트미르를 추게 했다. 미샤 자신은 로그다이를 췄다. 트로이는 그 어둡고 파괴적인 배역이 미샤에게 매우 잘 어울린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가 무대 위에서 죽거나 고통을 당하는 역을 출 때마다 관객들이 그토록 강력한 열광에 빠져드는 것이 싫었다. 루슬란과의 격투에서 살해당하는 그 검은 기사의 최후가 너무나 냉혹하고 처참해서 트로이는 가슴 깊이 공포를 느꼈다. 그 두려움이 지나치게 실질적이고 불쾌하게 와 닿았기 때문에 며칠 후 미샤를 만났을 때 왜 너는 항상 무대에서 죽는 역을 고르느냐고 묻기까지 했다.




 “ 그런 역은 몇 개 없는데... 고전 레퍼토리는 아사예프가 맡기는 거고. ”




 “ 네가 안무한 것도 그랬잖아. 로그다이를 췄잖아. ”




 “ 음, 난 사실 파를라프를 출까 했어. 근데 아사예프가 루슬란을 추든가 로그다이를 추지 않으면 무대에 올려주지 않겠다고 협박했어. 루슬란은 레냐에게 주기로 약속했었거든. ”




 “ 넌 파를라프를 추기엔 너무 눈에 띄어, 어울리지도 않고. 관객들도 이입이 잘 안됐을 걸, 등 뒤에서 칼을 꽂는 겁쟁이 야스민은. ”




 “ 언제나 비겁한 자가 끝까지 살아남아. ”



 미샤는 예의 플라스틱 케이스에서 하얀 알약을 꺼내 삼킨 후 덧붙였다.



 “ 하긴 로그다이를 제일 먼저 안무하긴 했어. 가장 쉬웠고. 제일 어려웠던 건 라트미르였어. 이오시프가 아니었으면 스탄카에게 춰달라고 했을지도 몰라. 이젠 나무토막처럼 뻣뻣해져서 어려웠겠지만. ”




 발레는 다채로운 감정들을 호소력 있게 표출하며 긴장을 늦추지 않고 흘러갔다. 종반부에서 로그다이는 살해당해 어두운 강물 속으로 사라지고 라트미르는 우정의 키스와 함께 루슬란과 작별했다. 주인공 루슬란은 단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류드밀라에 대한 사랑으로 무장한 채 환희에 차 퇴장하고 어둠이 가득한 무대 위에는 슬금슬금 기어나와 주변을 배회하는 파를라프만이 남았다.



 미샤가 류드밀라를 등장시키지 않은 것은 일린이 나스첸카의 첫사랑을 생략했을 때와는 달리 매우 영리한 선택이라는 평을 받았다. 루바노프스카야는 예의 그 평론에서 무대에 등장하지 않는 류드밀라의 존재야말로 작품 전체를 끌고 가는 보이지 않는 힘이라고 썼다. 그녀는 보통 미샤에게 적대적인 입장이었으므로 공연이 정말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었다. 세레브랴코프는 믿었던 루바노프스카야의 호의적 평에 당황했다. 그녀가 유일하게 지적한 것은 미샤가 데뷔작을 통해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려는 욕구에 사로잡혀 가끔 과격한 연출을 선보였다는 것뿐이었다.



 관객들은 그 작품에 매료되었다. 젊은 무용수의 첫 안무작에는 과분할 정도로 열정적인 호응이 쏟아졌다. 꽤 많은 사람들이 보리스 아사예프에게 루슬란과 류드밀라를 계속해서 키로프 무대에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편지를 썼다. 아사예프는 그 반응에 흡족해하며 6월말 백야 축제에 그 작품을 다시 올리기로 결정했다. 이반 노비코프는 그리고로비치와 함께 오직 그 공연을 보기 위해 5월에 다시 레닌그라드에 들렀는데, 아사예프를 구슬려 크레믈린 축제와 볼쇼이 무대에서 각각 한 번씩 루슬란을 올리기로 했다. 볼쇼이에서 밀어 넣은 일린 때문에 자존심이 상했던 보리스 아사예프로서는 ‘우리 골칫거리’가 ‘우리 자랑거리’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그는 미샤에게 괜찮은 작품을 하나 더 안무한다면 다음 시즌 무대에 올려주겠다고 제안했다.



 

...




위의 발췌본은 사실 두가지 장에서 각각 가져왔다. 앞부분의 트로이와 미샤의 대화, 그리고 뒷부분의 미샤의 데뷔 이야기 사이에는 미샤의 런던 공연과 알리사의 이야기, 그리고 일린이 미샤와 지나를 위해 안무해준 백야에 대한 이야기들이 들어 있다. 여기서는 루슬란과 류드밀라에 대한 이야기만 발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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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샤의 루슬란과 류드밀라 안무에 대해서는 전에 세가지 정도의 이야기를 올린 적이 있다.



http://tveye.tistory.com/3385 : 빛나는 벽(illuminated wall) 전문.



http://tveye.tistory.com/5589 : 벨스키와의 면회
(여기서 미샤가 '그 순진하고 무해한 루슬란'이라고 말하는 것이 바로 이 작품이다)



http://tveye.tistory.com/6138  : 별장의 스비제르스키와 미샤.
(게르만 스비제르스키가 미샤의 수첩을 훔쳐본 후 그의 춤연습을 보면서 루슬란과 류드밀라에 대해 이야기한다)



...



트로이와 미샤의 대화에 등장하는 '페트루슈카'는 일린이 미샤의 영국 무대를 위해 안무해준 솔로이다. 포킨의 원작을 각색해 꼭두각시 인형 페트루슈카의 독백 장면만 재안무한 작품인데 물론 이것도 내가 만든 버전임. 미샤가 일린과 함께 이 작품을 연습하는 장면과, 영국에서 이 공연을 보고 알리사가 소회를 밝히는 장면을 각각 발췌한 적이 있다. 링크는 아래.


http://tveye.tistory.com/6544 페트루슈카를 연습하는 미샤와 일린


http://tveye.tistory.com/5178 알리사의 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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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 대한 이야기는 제게 큰 힘이 됩니다 :)
그리고 제 글은 여기서만 읽어주세요. 절대로 복사하거나 가져가시거나 인용/도용하지 말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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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기차를 타고 2집에 내려왔다. 오후의 차 한 잔.







지난주에 내 기분이 조금이라도 좋아졌으면 좋겠다고 후배들이 깜짝선물했던 빨간 장미꽃다발이 나를 맞이하여 주었다. 2집에 들어가면 장미가 있다는 사실 덕에 들어올 때 덜 우울했다.



장미꽃다발이 꽤 컸기 때문에 줄기 아래를 잘라내고 시든 잎사귀들도 쳐낸 후 3등분 해서 각각 꽃병과 페리에 병과 아주 조그만 푸딩 유리병에 나누어 꽂았다. 2집은 원룸이지만 책상 위에도, 침대 곁 테이블 위에도, 텔레비전 옆에도 붉은 장미가 자리잡고 있게 되었다. 붉은 장미는 신이 내린 완벽한 선물 같은 존재이다.







기분 전환하고 싶어서 초여름에 프라하 갔을 때 에벨에서 사왔던 조그만 잔 꺼냈음. 원래는 에스프레소 잔이지만 난 그냥 찻잔으로도 쓴다. 조금씩 조금씩 부어서 마신다.


















장미꽃과 꽃돌이 슈클랴로프님은 항상 잘 어울림 :)





이건 오전에 별다방 들렀을 때. 무료 음료 쿠폰 기한이 오늘까지라 들렀다.





집에서 싸온 빵 약간과 바나나, 그리고 차이 티로 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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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오후. 진하게 차 우려 마셨다. 간밤에 유혹에 빠졌지만 안 먹고 지켜낸 녹차 쉬폰 케익이랑 같이 ㅎㅎ



지난 달력에서 뜯어낸 슈클랴로프님 화보로 액자 장식. 백조의 호수(파트너는 빅토리야 테료쉬키나), 그 옆은 Le Parc. 사진은 alex gouliaev.







2집에도 틈날때마다 찻잔을 좀 갖다놓긴 했지만 역시 한계가 있어서 몇개 없음. 오늘은 부활절 찻잔 꺼냄. 이쪽 면에 그려진 게 러시아 정교 부활절 과자인 파스하.






이건 정교 부활절 케익인 쿨리치. 위의 파스하와 쿨리치 모두 예전에 썼던 부활절 단편 Jewels에서 어린 라라와 아냐가 좋아하며 먹었던 것들이다 :)



접시에 그려진 건 알록달록 부활절 달걀들 ㅇㅇㅇㅇㅇ
















오늘은 그래도 조금이나마 유익한 일을 했음. 얼마전 사놓고 방치해놓고 있던 요즘 러시아어 주요 생활 표현들 50개 정도 열심히 읽어보았음. 모르는 거 많음!!! 역시 흐흑 나는 책상물림... 괜히 료샤가 나보고 '노어바보' 라고 하는게 아니었다... 간만에 소리내서 노어들 읽어보는데 우다례니예(강세)도 다 엉키고 어버버버...



러시아어 공부하는 분들 중 현지 친구들이 있거나 여행갈 일 있으신 분들, 이 책 추천합니다. '네이티브가 가장 많이 쓰는 러시아어 표현 300'. '핸드폰 배터리 다 나갔어' 등등 유용한 표현 많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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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보스톡에 다녀온지 한달 반 정도가 지났는데 벌써 까마득하게 느껴진다. 짧은 일정이기도 했고 주로 슈클랴로프 공연 보느라 별로 돌아다닌 데도 없고 사진도 많이 안 찍었다.



폰 사진들 정리하다 그때 찍은 것들 몇장 추려 올려본다. 위의 몇장은 엄청 덥고 뜨거웠던 날 시내 나갔을 때 찍은 거리 구석구석들. 아래 몇장은 블라디보스톡 마린스키 프리모르스키 분관.
















이건 슈클랴로프님 곱사등이 망아지 보러 간 날, 극장 카페에서 주문해 먹었던 케익. 슬프게도 맛은 별로였다.







리플렛. 맨위에 진하게 적혀 있는 그분의 이름 :)








봐도봐도 멋있는 그분~








공연 다 보고 나와서, 극장 전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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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앙증맞은 붉은 수탉 티포트도 7월에 블라디보스톡 갔을 때 로모노소프 샵에서 건져온 것이다. 이것으로 블라디보스톡에서 사온 도자기들은 끝. 티포트가 자그마하고 거름망이 들어 있지 않아 2집에 가져다 놓고 방치하다 오늘 처음 썼다. 수탉 찻잔들은 전부 화정 집에 있다만 어차피 그 수탉 찻잔들은 이 포트와 크기가 비등비등해서 차 마실 때는 모양 빼곤 어울리지 않을 듯해서...












티포트가 너무 작으니까 찻잔도 앙증맞은 미니 사이즈 꺼냄. 이건 프라하의 앤티크샵에서 건져온 오래된 '체코슬로바키아' 찻잔. 에스프레소 잔 크기라서 진짜 작다.







찻잔 색깔이랑 분위기에 맞추려고 중국 찻잔 받침 접시 꺼냄 ㅋㅋ 작년에 페테르부르크에서 샀는데 러시아 찻잔인 줄 알고 샀으나 알고보니 중국제품이라 툴툴대며 '중국 찻잔!' 하고 부르고 있음. 그러나 꽤 예쁘긴 하다. 가끔 이렇게 받침접시만 따로 꺼내 디저트 접시로도 활용.








별다방이 너무 시끄러워서 일찍 귀가해 창가 테이블에 앉아 차 마시고 스케치를 좀 하고 글도 약간 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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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체 더워서 2집 tv 곁에 있던 액자의 사진을 바꾸었다. 원래 슈클랴로프와 비슈뇨바의 신데렐라 흑백 화보였는데 더우니까 곱사등이 망아지에서 슈클랴로프의 바보 이반이 깊은 바다로 들어가 반지 찾아오는 씬으로 바꿈. 내가 좋아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보면 시원하게 느껴진다.






차 마실 땐 창가 테이블로 잠시 이동 :) 더위 쫓는 중. 이번 블라디보스톡에서 사인받아온 프로그램도 같이.







더우니까 시원한 파란색의 비류자(터키석) 찻잔. 진짜 터키석으로 된 게 아니고 그냥 이름이...




















이건 2년 전에 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 신관에서 곱사등이 망아지 파이널 막 내릴 때 내가 직접 찍은 사진. 이때는 파트너가 알리나 소모바였음.









아아 일요일이 다 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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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8. 5. 22:25

면회 - 발광 페인트 토마토 수프 about writing2017. 8. 5. 22:25

 

 

 

 

 

며칠 전 이 폴더에 글쓰기와 시점에 대한 메모를 올린 적이 있다. 몇년 전 쓴 미샤의 수용소 단편에 대한 글쓰기 메모와 일기였다. 제목은 '1인칭 시점을 선택하지 않았던 이유'. 링크는 http://tveye.tistory.com/6836

 

 

그 수용소 단편은 총 3부로 이루어져 있었다. 수용소 간수가 심리적 화자로 등장하는 3인칭의 1부, 미샤의 후원자였던 공산당 고위간부 게오르기 벨스키가 심리적 화자로 등장하는 3인칭의 2부, 그리고 미샤의 절친한 벗 스타니슬라프 일린의 1인칭으로 전개된 3부인데 각 파트별로 꽤 여러 토막을 이 폴더에 발췌해 올린 적이 있다.

 

 

오늘 발췌하는 부분은 2부. 게오르기 벨스키가 모스크바 비밀클리닉에 입원한 미샤를 후원하러 가서 나누는 대화의 일부이다. 이 파트 바로 앞부분을 전에 발췌한 적이 있다. 여기 발췌문 맨 앞 미샤와 벨스키가 재판에 대해 나누는 이야기 몇 문단은 그때 발췌문 맨뒤와 겹치는데, 그걸 잘라버리면 너무 흐름이 끊겨서 그냥 살려두었다.

 

 

 

이 폴더에야 거의 항상 글을 토막토막 잘라 올리고 있으니 이 부분만 독립적으로 읽어도 크게 문제는 없지만 그래도 앞의 상황이 궁금하시다면 http://tveye.tistory.com/6068 (모스크바 요양소, 재판)를 먼저 읽고 이 파트를 읽으면 된다.

 

 

..

 

 

 

게오르기 이바노비치 벨스키는 앞에서 언급한대로 이 소설의 배경인 1970년대~80년대 초반의 소련 공산당 고위 간부이다.

 

파나예바는 모스크바 비밀클리닉에서 미샤를 담당하고 있는 주치의이다.

 

글루크, 슈스코프는 미샤가 1부에서 갇혀 있었던 수용소의 원장과 정신교화 책임자이다.

 

게르만 알렉세예비치 스비제르스키는 역시 미샤의 오랜 후원자인 공산당 고위 당 간부이자 옛 KGB 고위직 출신이다. 이전에 jewels에서 미샤를 파티에 불러낸 인물이기도 하고 이 본편 우주에서 미샤와 복잡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드미트리 알렉산드로비치 마로조프 역시 미샤의 오랜 후원자이자 애인인 당 간부이다. 스비제르스키는 모스크바 의원이고 마로조프는 레닌그라드 의원이다. 그는 이 2부의 심리적 화자인 게오르기 벨스키를 정치적으로 발굴한 대부이기도 하다.

 

 

아사예프는 미샤가 춤췄던 레닌그라드 키로프 극장의 발레단 예술감독, 지나는 미샤의 발레학교 동기이자 발레리나 파트너이다. (지나와 말썽쟁이 시리즈에 등장하는 그 두둥실 지나 ㅋㅋ) 울리얀 세레브랴코프와 옥사나 셰먀코바는 극장 동료 무용수들이다.

 

 

...

 

 

위의 사진은 alex gouliaev가 찍은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의 '젊은이와 죽음' 화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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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오셨어요, 게오르기 이바노비치? ”

 

“ 파리 때문에. 그 외 다른 문제도. ”

 

“ 파리? 모스크바라고 하셨잖아요. ”

 

 

벨스키는 언제까지 미샤와 이런 식으로 대화를 주고받아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 엉망으로 뒤엉켜 있는 머릿속에 간단하게 정보들을 밀어 넣기로 했다.

 

 

“ 여기 오기 전에. 글루크가 있는 수용소에 가기 전에. 파리에 갔었잖아. 그 니진스키 트리뷰트 때문에. 그 전에는 뉴욕에 갔었고. 자네 그 파리에서 도망쳤었잖아. 그래서 문제가 생겼지. 돌아와서 재판 받았잖아, 그래서 그 수용소로 보낸 거고. ”

 

 

미샤가 오른손을 뻗어 허공을 두어 차례 휘저었다. 눈에는 여전히 초점이 없었다. 기억을 되살리려는 듯 고개를 뒤로 젖히며 가볍게 흔들자 거무스름한 멍들로 뒤덮인 목덜미가 드러났다. 맞아서 생긴 상처 같지는 않았다. 그곳을 맞았다면 쇄골이 부러졌을 터였다.

 

 

“ 도망치지 않았어요.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러 갔었을 뿐이에요. ”

 

 

갑작스럽게 미샤가 아주 또렷하고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그 비공개 재판에서도 아마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아무도 그를 변호하려고 나서지 않았기 때문에 미샤는 직접 변론을 했다. 극장 동료들 몇몇이 유리한 증언을 해주려고 자원했지만 모두 자격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참석을 금지 당했다. 벨스키는 그 재판의 일지와 보고서를 훑어보았지만 중간 쯤 읽다가 그만두었다. 미샤의 변론 대부분에는 붉은 줄이 그어져 있었고 그나마 끝까지 이어지지도 않았다. 재판관이 그의 발언을 중단시킨 후 휴정을 선언했고 30분 만에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벨스키는 그런 종류의 재판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 아, 그랬을 거라고 생각해. 정말 도망친 거였다면 지금 여기 있지도 않았겠지. 그래도 기억이 되살아난 것 같군. 자네 소환됐을 때 파리에서 시끌시끌했던 건 생각나나? 호텔 앞부터 공항까지 피켓 시위자들이 몰렸었지. 기자들도. 자네 가고 나서 그 시위가 좀 커졌거든. 게다가 이상한 오해가 생겼지. 헛소문이 퍼져서 상황이 좋지 않았어. ”

 

 

“ 무슨 소문이요? ”

 

 

“ 뻔하잖아. 자넬 시베리아 강제노동수용소에 처박았다는 얘기. 벌써 루뱐카에서 총살했다는 얘기. 제국주의자들 입맛에 맞는 얘기들. ”

 

 

“ 그게 제국주의자들 입맛에 맞는 얘기예요? ”

 

 

 

미샤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몸을 가누기가 힘든 듯 점점 어깨가 비스듬하게 기울어지고 있었다. 볼품없이 들쭉날쭉 잘린 검은 머리칼이 한 움큼 이마 위로 흘러내려왔다.

 

 

 

“ 그 얼간이가 이상한 소리를 했는데... 누굴 소환한다고. 하지만 걘 아무 것도 몰라요. 절 좋아한 적도 없었어요. 그러니까 걘 놔주세요. 그 여자 정말 아무 것도 몰라요. ”

 

 

“ 누구 얘길 하는 거지? 그 여자가 누구야? 얼간이는 누구고? ”

 

 

“ 아, 소환 같은 건 없었군요. 어차피 허풍이라고 생각했었어요. 진짜 역겨운 놈이었어. ”

 

 

벨스키는 그가 글루크나 슈스코프 중 한 명을 언급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제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파나예바가 정해준 10분은 이미 흘러가버렸고 미샤와 대화를 이어나가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결론부터 말해주기로 했다.

 

 

“ 자네 석방될 수도 있어, 회복되면. ”

 

 

미샤는 별로 좋아하는 것 같지 않았다. 거의 무관심한 표정으로 오른손 손가락들을 오므렸다 폈다 하며 왼팔을 들어 올리려고 애쓰고 있었다. 손목이 3센티미터 쯤 올라갔다가 무겁게 툭 떨어지자 짜증도 내지 않고 계속해서 그 무익한 시도를 반복했다.

 

 

“ 왜, 믿지 않아? 내 말인데도? ”

 

 

“ 믿어요. 의원님이 제게 거짓말을 할 이유가 어디 있어요. ”

 

 

“ 그런데 별로 관심이 없나? 수용소가 좋아? 자네 7년형 받았잖아. 다시 돌아가고 싶어? 그 약물 치료 다시 받고 싶을 리가 없잖아. ”

 

 

“ 전 선언문 안 읽을 거예요. 인터뷰도. ”

 

 

미샤가 툭 끊어지듯 거친 음성을 내뱉더니 무겁게 처져 있던 어깨와 허리를 억지로 다시 세웠다. 이마와 목에 파란 핏줄이 돋아 오르며 아랫입술이 덜덜 떨렸다. 벨스키는 파나예바의 경고를 어기고 그의 가슴에 손을 얹어 가볍게 뒤로 밀었다. 미샤는 저항하고 싶은 눈치였지만 벨스키가 조금 힘을 실어 누르자 다시 베개에 몸을 완전히 기댔다.

 

 

인터뷰 할 필요 없어. 그리고 선언문 수준도 아냐. 몇 줄만 읽으면 끝나. ”

 

 

“ 당신들 다 똑같아. ”

 

 

미샤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더니 고개를 돌려 기침을 했다. 베개에 피가 튀었다. 가슴에서 짐승들이 내는 듯 낮게 끓어오르는 소리가 났다. 이제 기침은 하지 않았지만 오른손으로 목을 감싸 누른 채 다시 한 번 피를 토했다. 베개에 쏟아진 피는 그리 많은 양은 아니었지만 발광 페인트처럼 새빨간 색이라 벨스키는 파나예바를 불러야 할지 망설였다. 하지만 지금 파나예바를 부른다면 그녀는 면담을 완전히 중지시킬 것이 분명했다. 그럴 수는 없었다.

 

 

벨스키는 테이블에 놓여 있는 조그만 타월을 미샤에게 건네주었다. 병실에 있는 물품들은 모두 소독을 마쳤을 테니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미샤가 타월로 입과 턱에 흘러내린 피를 닦는 동안 그는 아주 부드럽게 말했다.

 

 

“ 어쩔 수 없잖아. 최소한의 명분은 있어야지. 나나 스비제르스키도, 아니, 드미트리 알렉산드로비치라도 마찬가지야. 서기장이라 해도 그건 어쩔 수 없어. ”

 

 

“ 무슨 명분이요. 거짓말해서 풀려나라고요? 아니면 창녀짓해서? 다른 이름들도 얘기하시지 그래요. ”

 

 

미샤가 몸을 떨었다. 벨스키는 그가 그렇게 감정을 표출하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무대 위에서 보여주는 폭발적 열기와는 달리 사석에서의 미하일 야스민은 아주 침착하고 서늘한 인물이었다. 훨씬 어렸을 때도 그랬다. 하긴 그는 미샤가 자기 몸을 가누지 못하는 것도 본 적이 없었다.

 

 

 

“ 자네 지금 아파서 제대로 생각이 안 되고 있어. 그냥 내 제안대로 해. 원한다면 문구도 자네가 써. 싫으면 내가 써서 보여줄 테니 고쳐도 좋아. ”

 

“ 정치국 위원님은 바쁘실 텐데... ”

 

 

벨스키는 온건한 개혁파 의원이었지만 나이 차이가 두 배 가까이 나는 애에게서 그런 비아냥거리는 말을 듣고도 가만히 있을 사람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전혀 화를 내지 않았다. 미샤가 구겨진 타월 위로 다시 피를 뱉은 후 몸을 심하게 떨면서 완전히 옆으로 누웠기 때문이다. 수척한 얼굴이 백지장처럼 하얗게 질려 있었다.

 

 

“ 왜 그렇게 고집을 부리지, 많이 아프잖아. 자네 정말 죽을 뻔 했어. 스비제르스키 의원이 들르지 않았다면 아마 죽었을 거야. 난 자네가 죽는 걸 보고 싶지 않아. 이렇게 망가지는 것도. 내가 왜 여기까지 직접 왔겠어. 내가 자네 아꼈던 거 몰라? 3분만 자존심 버려. 그러면 여기서 나갈 수 있어. ”

 

 

“ 지금 보내주실 수 있어요? 리허설에 가야 해요. ”

 

 

 

벨스키는 그를 뚫어지게 내려다보았다. 미샤는 오른쪽으로 몸을 튼 채 창문과 벽 사이의 어딘가를 바라보면서 완전히 달라진 어조로 간청하듯 속삭였다.

 

 

“ 제발 보내주세요. 다시 올 테니까. 이 방으로 다시 오면 되잖아요. 지금은 안돼요. 저한테 약속하셨잖아요, 말 잘 들으면 다시는 그 약 안 먹일 거라고. 주사도 안 놓을 거라고 하셨잖아요. 게르만 알렉세예비치, 제발 놔주세요. 너무 아파요. 내일, 내일 다시 올게요. ”

 

 

“ 정신 좀 차려, 난 그 사람이 아니야. 아무래도 파나예바를 불러야겠군. ”

 

 

미샤가 오른손을 뻗어 그의 팔을 잡았다. 손이 타들어가는 듯 뜨거웠지만 여섯 살짜리 어린애처럼 미약해서 슬쩍 움직여도 털어낼 수 있을 정도였다.

 

 

“ 더 이상 뭘 어떻게 하라는 건지 이해가 안 가. 난 말을 들었는데. 시키는 건 다 했는데. 당신 말은 다 들었어, 하나 빼고. 내가 그랬잖아. 당 이름으로 창녀 짓 하는 건 못한다고. 이제 상관없어. 그거 계속 놔도, 가둬도, 못 움직이게 해도. 그냥 죽여주면 좋을 텐데 당신 절대 그런 짓은 안 해. 자꾸 날 막아. 이제 그만 가. ”

 

 

게오르기 벨스키는 군 출신이었고 레닌그라드 국립대학 동문 서클과 그 도시의 실권자인 드미트리 마로조프를 통해 정치계에 들어온 인물이었다. 그 냉철한 마로조프가 그를 실질적 후계자로 점찍고 모스크바 권력의 중심지까지 단숨에 밀어준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벨스키가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라는 데 있었다. 정치적으로는 점진적 개혁파에 속했고 결코 정적들을 원색적으로 비난하거나 모함과 숙청이라는 자연스러운 무기를 대놓고 쓴 적도 없는 온건한 인물이었지만 그에게 상처를 입히거나 충격을 가하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었다. 마로조프는 벨스키를 정치국으로 입성시켰고 놀랍게도 그의 오랜 정적이었던 게르만 스비제르스키조차도 거기에 방해 공작을 펼치지 않았다. 스비제르스키는 사석에서 벨스키에게 ‘당신 뱃속은 쇠망치로 두들겨 패도 충격을 전부 흡수해버릴 쿠션들로 꽉 차 있다니까’ 라고 노골적인 농담을 건네기까지 했다. 그만큼 그를 놀라게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그런데 지금, 게오르기 벨스키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감을 잡을 수가 없어서 자기 앞에 누워 있는 젊은 죄수, 한때 그가 열렬하게 후원했던 무용수를 한동안 물끄러미 내려다보고만 있었다. 그에게는 드문 일이었다.

 

 

 

미샤가 다시 기침을 했다. 숨을 한 번 내쉴 때마다 반 숟갈 가량의 피가 밀려나왔다. 괴로운 듯 베개에 이마를 부딪쳐댔다. 벨스키는 그의 머리를 가볍게 감싸 진정시키려고 했다. 그러자 미샤가 오른손을 들어 벨스키의 손목을 쳐냈다.

 

 

“ 만지지 마. 제발 내 몸에 손대지 마. 나 좀 놔둬. ”

 

 

벨스키는 더 이상 면담을 계속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을 열고 파나예바를 부르자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던 그녀가 곧장 들어왔다. 파나예바는 미샤를 보더니 벨스키에게 책망하는 시선을 던졌다.

 

 

“ 심문하면 안 된다고 말씀드렸는데... ”

 

 

“ 잠깐 얘기를 나눴을 뿐이야, 소장이 너무 낙관적으로 얘기했던 것 아닌가 모르겠군. 전혀 회복이 안된 것 같은데. ”

 

 

“ 의원님께서 그 면담을 고집하지 않으셨으면 훨씬 나았을 거예요. 10분이라고 말씀드렸잖아요. 그 이상은 집중을 못 해요. ”

 

 

파나예바가 미샤의 자세를 바꿔주고 출혈이 멎도록 조치를 취하는 동안 벨스키는 병실에서 나가는 대신 창가에 선 채 생각에 잠겼다. 주로 자신의 스케줄을 한 번 더 비울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었지만 미샤가 파나예바의 손길은 순순히 받아들인다는 사실에 대해 화를 내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뒤섞였다. 어쨌든 그는 5년 이상 미샤를 알았고 가장 강력한 후원자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올가 파나예바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몇 마디 말을 걸었다. 벨스키가 서 있는 자리에서는 내용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미샤의 대답은 잘 들렸다. 체포되기 이전처럼 또렷하고 정확한 발음으로 말했기 때문이다.

 

 

“ 아니, 그건 부다페스트에서였어요. 아사예프가 저와 지나의 호흡을 점검해보고 싶어서 투어 무대에 먼저 올라가게 했죠. 키로프 첫 무대는 12월이었어요. 74년. 폴랴코바가 테라스 장면에서 배경을 바꿨는데 아사예프가 무대가 죽어 보인다고 화를 냈어요. 그 사람 그때 공연 직전까지 계속 화만 냈죠. 진짜 이유는 저와 지나가 금발로 염색하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집시 로맨스를 출 작정이냐고 한 시간 동안 설교를 늘어놓았어요. 지나가 빨간 머리 줄리엣이 뭐가 문제냐고 발끈하더니 저에게 아사예프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집시 분장을 하고 추자고 했어요. 걔는 화를 내면 무섭기 때문에 잠깐 집시 의상까지 입어봤는데 그걸 보고 지나가 포기했어요. ”

 

 

 

파나예바가 웃음 섞인 목소리로 다시 뭐라고 속삭이자 미샤가 대꾸했다.

 

 

 

“ 아, 다른 건 다 됐는데 피부색을 바꿔야 했어요. 집시처럼 보이려면 진한 파우더가 필요했는데 마침 다 떨어졌거든요. 그러고 있는데 아사예프가 들어와서 기겁을 하더니 염색 얘길 더 이상 안 했어요. 그래서 원래대로 췄죠. 이후에도 그거 출 때 금발로 물들인 적 없었어요, 단 한 번도. ”

 

 

‘ 로미오와 줄리엣에 대해 얘기하고 있군. ’

 

 

 

벨스키는 잠시 매혹된 채 파나예바와 미샤 쪽에 시선을 던졌다. 자신이 췄던 작품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미샤는 완전히 정상처럼 얘기했다. 파나예바가 백조의 호수에 대해 묻자 미샤는 니나 크류코바와 췄던 첫 무대나 크레믈린, 해외 투어 무대가 아니라 헝가리 춤을 추고 들어간 발레리나가 떨어뜨렸던 머리장식을 밟고 미끄러질 뻔 했던 무대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 뒤엉킨 머릿속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최고의 찬사를 받은 무대가 아니라 실수를 할 뻔 했던 무대라는 것이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벨스키는 미샤가 얘기하는 공연이 어떤 것인지 잘 알고 있었다. 직접 보지는 않았지만 옥사나 셰먀코바가 고의적으로 장식을 떨어뜨렸다는 소문이 무용계에 파다하게 퍼졌기 때문이다. 당시 셰먀코바는 미샤의 오랜 반대파였던 울리얀 세레브랴코프의 연인이었고 그 서클에서는 끊임없이 각종 방법을 동원해 그를 괴롭히고 있었으므로 꽤 신빙성 있는 소문이었다. 실제로 미샤는 이듬해 볼쇼이로 옮겼는데 벨스키는 세레브랴코프 서클이 그를 조금만 더 심하게 볶아댔으면 더 빨리 옮겨오지 않았을까 하고 아쉬워하기까지 했다.

 

 

벨스키는 자신도 모르게 파나예바가 지젤이나 라 바야데르에 대해 물어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미샤 야스민의 알브레히트나 솔로르를 따라갈 무용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무수한 팬들이 미샤의 무게 없는 도약과 고속 회전, 화려한 테크닉에 푹 빠졌지만 벨스키는 항상 그의 진정한 강점은 드라마 배우로서 타고난 연기력과 음악에 대한 완벽한 감각에 있다고 생각해 왔다. 서방 관객들과 전문가들이 그 젊은 무용수 앞에서 넋을 놓았던 것도 당연했다. 그자들이 어디에서 그런 춤을 볼 수 있었겠는가. 볼쇼이나 키로프에서도 그렇게 춤추는 무용수는 없었다. 그런 재능은 유일무이했다. 누구도 토를 달 수 없는 온전한 재능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 재능이, 그 완벽했던 육체가 부서지고 찢어진 채 반쯤 마비되어 있었고 무용수답지 않게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명료한 이성은 으깬 토마토 수프처럼 뒤섞여 있었다.

 

 

 

... 

 

 

 

 

이 면회의 후반부 대화를 일부 발췌한 적이 있다. 링크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5589 (체제의 이름, 비행사, 천사 이름 붙은 도시)

 

 

이 링크에 발췌된 이야기에는 이 단편의 다른 파트들에 대한 링크들도 좀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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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발췌문에 붙인 제목은 그냥 충동적으로 여기 나오는 단어들을 조합했음. 원래 이 단편은 1부 1~3장, 2부 1~3장, 3부 1~3장으로만 되어 있어 이런 소제목 같은 건 없기 때문에 여기 발췌해 올릴 때 내 맘대로 대충 붙이고 있다. 주인공이 피 토하고 정신 흐릿해진 상태이니 뭐 어울리는 듯... (미샤 : 뭐 임마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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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 대한 이야기는 제게 큰 힘이 됩니다 :)
그리고 제 글은 여기서만 읽어주세요. 절대로 복사하거나 가져가시거나 인용/도용하지 말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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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지난 7월 18일 블라디보스톡 마린스키 극장에서 열린 An evening with Vladimir Shklyarov 공연. '발레 101', '고팍', '날 버리지 마'에 이어 휴식시간 후 프레드릭 애쉬튼의 마르그리트와 아르망 공연. 파트너는 나탈리야 오시포바.



나는 슈클랴로프의 아르망을 2년 전 마린스키에서 보았는데 그때도 무척 좋았지만 이번 공연도 참 좋았다. 춤이 좀 더 원숙해졌고 예전보다 '로미오'보다 '아르망'에 더 가까웠다. 아름답고 정열적이고 격렬했다.



다만 마르그리트 역의 나탈리야 오시포바는... 뭐랄까, 그냥 내가 오시포바가 딱히 취향에 안 맞는 무용수라 그런지도 모르겠는데 '아름다워야 할만큼 아름답지가' 않았다. 이게 외모에 대한 얘기는 아니다. 예전에 슈클랴로프와 춘 빅토리야 테료쉬키나 역시 흔히 말하는 '미인' 무용수는 아니지만 처연한 마르그리트였는데 오시포바는 마르그리트 배역의 춤도 꽤 잘 추고 드라마틱한 연기도 열심히 하는데도 불구하고 어쩐지 '마르그리트 역을 연기하는 오시포바'란 느낌이 들었다. 하긴 생각해보면 그녀는 지젤을 출 때도 '처절한 지젤을 연기하는 오시포바' 느낌이긴 했다.



그리고... 사실 맨처음 마르그리트가 입고 나오는 어깨를 드러낸 드레스는 오시포바랑은 좀 안 어울렸다 ㅠㅠ 그 드레스는 우아하면서도 고혹적이고 화려한, 그리고 산전수전 다 겪은 화류계와 사교계의 여왕에게 어울리는 의상인데 오시포바가 입자 '뭔가 우아하지 않다...' 란 느낌이 들어서 살짝 아쉬웠다.



뭐 오시포바가 우아한 스타일의 무용수는 아니니까... 그래도 설정상 마르그리트의 원숙한 아름다움 앞에 모두가 조아려야 하는데 처음 파티 장면을 보면 '안 예쁜데 다들 조아린다...' 란 생각이 들고, 새파란 프록코트 차림 아르망 역의 슈클랴로프가 나타나 공작새처럼 춤을 추기 시작하면 '진짜 예쁜 애는 여기 있네, 얘한테 다들 조아려야겠네...' 하는 생각이 절로 드니 이것은 팬심도 물론 있었겠지만... 그만큼 오시포바가 좀 눈에 안 찼다. 오시포바 팬들 죄송합니다. 저는 테료쉬키나 마르그리트가 더 나았어요. 그래도 보금자리 장면과 마지막 죽음 장면에선 오시포바도 특유의 파워풀하고 드라마틱한 연기력으로 마음을 사로잡았다!



하여튼 커튼 콜 사진 몇 장. 이때도 맨앞 가운데 앉긴 했는데 플래쉬 안 터뜨렸더니 다 번져서 건진 사진 거의 없음 ㅠㅠ 그래도 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는 관객들이 박수치면 나중에 따로 하늘색 커튼 앞으로 나와주기 때문에 그때 사진 많이 건지는데 여기는 그런게 없고 그냥 무대 위의 모습만 찍어야 해서... 솜씨없고 렌즈 나쁜 나는 그냥 망했음.



맨 위 사진은 흔들렸지만... 내가 바친 꽃을 안고 있어서 :) 저 꽃다발 중 새빨간 장미다발이 내가 바친 것이다~~



아래 커튼 콜 사진 몇 장 더. 화질은 기대하지 마세요 ㅠㅠ













와아 꽃다발 드리는 시간~~










꾸벅~~


저 새빨간 장미 꽃다발이 내가 바친 것 :)





하지만... 바가노바와 마린스키에서 트레이닝받은 기사도 넘치는 슈클랴로프님은 언제나처럼... 자기가 받은 꽃다발을 파트너 발레리나에게 바치고 ㅠㅠ 흐흑..



으앙 오시포바 좋겠당! 뽀뽀도 받고 :)


(실제로 둘이 절친한 사이이다. 사실 오시포바는 한두달 전에 로열발레단에서 처음으로 이 역으로 데뷔했는데 그때 원래 연인인 세르게이 폴루닌과 추기로 했다가 공연 직전에 폴루닌이 갑자기 부상당하는 바람에 부랴부랴 연락해 슈클랴로프가 급하게 날아와 아르망을 춰주었다. 마르그리트와 아르망 자체가 지금 로열발레단과 마린스키 정도에서만 공연하고 있어 이 배역을 출 수 있는 무용수들이 귀하고 특히 오시포바는 그때가 첫 무대라서 호흡이 맞는 파트너가 필요했는데 슈클랴로프가 선뜻 가서 춰준 것이다. 그래서 이번 슈클랴로프 무대에 오시포바가 보은으로 와서 춰준 것도 조금 있긴 한듯. 훈훈~~~ 기자간담회할 때랑 사인회할때도 둘이 꽤나 친하게 조잘거리며 얘기 나눴다)





그래도 내 꽃 오시포바에게 준 건 조금살짝 아깝긴 해 ㅎㅎㅎ








빼먹지 않는 손등 키스~~~





오시포바도 웃음 가득 :)))








마지막은 다시... 멋있게 절하시는 슈클랴로프님으로...



아흑... 공연 볼 땐 너무 좋았는데 지금은 다시 시골에서 일하고 있어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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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7. 7. 30. 19:49

극장과 꽃의 기억 2017-19 vladivostok2017. 7. 30. 19:49

 

 

 

 

어느새 블라디보스톡에 다녀온지 열흘이 넘게 지났다. 원체 짧은 일정이라 그야말로 정말 공연만 본 거나 다름없는 여행이었다. 목표 자체가 그거였으니 만족한다. 좋아하는 무용수가 주역으로 나오는 두시간짜리 발레를 보고, 다음날은 그의 기자간담회에 갔다가 얘기나누고 화보에 사인받고, 그 다음날은 그의 이브닝 특별 무대를 본 후 또 사인을 받고 얘길 나누었으니 복 터진 여행이었음.

 

 

프리모르스키 마린스키 극장 근처에 숙소를 잡아서 시내 구경은 하루밖에 못 나간데다 숙소 있는 동네는 원체 구식이고 또 갈데가 없어서 이번 블라디보스톡 여행은 딱 두개로 요약할 수 있다. 극장과 꽃.

 

 

위의 사진은 7.18 이브닝 무대 후 사인회 때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와 나탈리야 오시포바가 사인해준 프로그램. 이때 사진 두 장에 더 사인을 받았다. 슈클랴로프는 그때 내가 보여준 황금신상 사진에 깜짝 놀라 '이거 어디서 났어요?' 라고 되묻고는 언젠지 기억도 안난다며 진짜 오래전이라고 막 웃었다. 즐거운 기억이다. 그보다 더 근사한 기억은 그의 무대 자체였고. 나는 극장에서 그의 무대를 그래도 꽤 많이 본 편이지만 이번 무대는 손에 꼽힐만큼 좋았다.

 

 

 

 

역시 극장. 블라디보스톡의 프리모르스키 마린스키 분관 한쪽에 진열되어 있던 지젤 1막 의상. 시골 처녀 지젤이 이 옷 입고 종종종 등장해 (사기꾼) 알브레히트와 손잡고 춤을 추고 꽃을 따며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꽃점을 치고... 흑흑 생각하니 또 불쌍한 지젤... 울컥!!

 

 

 

 

이건 18일 슈클랴로프 공연 때. 1막에선 소품 세개를 췄고 두번째 막에선 마르그리트와 아르망을 췄다. 누레예프와 폰테인을 위해 프레드릭 애쉬튼이 안무해준 이 작품은 리스트의 피아노곡 라이브에 맞춰 펼쳐진다. 그래서 피아니스트가 나와 두다다다당 하고 연주~ 나는 피아노도 리스트도 그닥 좋아하지 않지만 마르그리트와 아르망 이 작품엔 꽤 잘 어울린다. 누레예프도 과잉의 무용수였고 리스트도 과잉의 화려한 음악가이니.... 어쩐지 잘 어울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슈클랴로프는 두다당거리는 건반 멜로디에 맞춰 격렬한 아르망을 보여주었다.

 

 

 

블라디보스톡 가서 공연만 보러 다녔으니 극장은 알겠는데 꽃은 뭐냐고 하신다면..

 

 

블라디보스톡은 마을 여기저기 들꽃이 많았다. 특히 주거지에 가면 무성하게 들꽃들이 자라나 있었고 종류도 여러가지여서 그거 보는 즐거움이 있었다. 이건 18일에 버스 잘못 타서 내렸을 때 돌아다녔던 동네에서 찍은 들꽃 사진. 아파트 건물 주변에 만발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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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지난 7월 17일, 마린스키 블라디보스톡 분관 소극장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마린스키 발레단의 유리 파테예프 예술감독,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나탈리야 오시포바가 참석. 나는 그의 화보집 사인회로 알고 갔었는데 그게 아니고 기자간담회여서 블라디보스톡 언론사들에서 많이 참석했다. 내가 찍은 사진들은 다 번져서... 마린스키 측에서 찍은 사진 몇장 올림.

 

 

아래 영상클립 두개는 기자간담회 중 내가 핸드폰으로 찍은 건데, 슬프지만 맨앞줄이 아니었던 관계로, 그리고 사실 내가 폰 영상을 찍어본 적이 없어서 좀 흔들린다. 처음 클립은 중간에 갑자기 줌을 당겨서 웃기기도 하다 ㅎㅎ 내가 찍은 클립은 그가 이번 18일의 이브닝 갈라 무대에서 고른 네개의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들과 스타 무용수로서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들이었다.

 

 

 

인터뷰 영상클립 1.

 

 

인터뷰 영상클립 2.

 

 

... 

 

아래 내용은 블라디보스톡 신문사에서 게재한 그날의 인터뷰. 실제 인터뷰는 더 길었고 질의답변도 더 길었지만 요점들만 정리되어 있다. 일단 노어로 된 기사 그대로 발췌한다. 러시아어 아시는 분들은 읽어보시면 재밌어요. 나중에 시간나면 번역해보겠다. 기자간담회 재미있었다. 이 사람은 말을 참 잘한다. 유머도 넘치고 :)

 

 

(이 기자간담회 끝나고 그분에게 가서 화보집 사인 받고 얘기나눴음~~)

 

 

 

Владимир Шкляров: «Жизнь — мой самый главный учитель»

Премьер Мариинского театра — о балете, Владивостоке и семейной жизни

 

17 июля 2017 

 

 

 

 

 

 

Накануне творческого вечера Владимира Шклярова, который пройдет на Приморской сцене Мариинского театра в рамках II Международного дальневосточного фестиваля «Мариинский» 18 июля, корреспондент PRIMPRESS поговорил с премьером театра.

 

Звезда балета мирового уровня рассказала о своих любимых партиях, графике работы, семейной жизни и фестивале во Владивостоке.

 

 

– Большинство хореографов прошлого и настоящего ставили балеты на женщин, то есть в центре внимания, как правило, женские партии, мужскому же танцу отводится второстепенное значение. Какая роль ваша любимая и почему? И, конечно, какой балет вы любите более всего?

 

- Балет — это искусство для балерины, безусловно, я с этим соглашаюсь. Что касается любимого спектакля, мне очень важно, кто мои партнеры по сцене, будь то женщина или мужчина (например, в балете Григоровича «Спартак» партнерство заключается в противостоянии Спартака и Краса), от партнеров зависит «любимость» спектакля. Если я чувствую отдачу, импульс, вижу глаза, которые зажигаются и зажигают меня, то, безусловно, от этого поднимается градус спектакля и ты вдруг начинаешь быть способен на такие вещи, которых даже близко никто не видел на репетициях в зале.

 

– По какому критерию выбираете репертуар? Есть ли четкий план, расписанный по годам? Или беретесь за роли спонтанно, в зависимости от предложений хореографов?

 

– Если говорить про текущий сезон, который мы вместе с моей женой (Мария Ширинкина— солистка Мариинского театра) провели как бы между Санкт-Петербургом и Мюнхеном — Валерий Абисалович Гергиев дал такую возможность, — я могу сказать, что, конечно, это было здорово — потанцевать новый репертуар, поработать с новыми хореографами. Могу сказать, что в этом сезоне я уже станцевал 10 премьер: абсолютно новых спектаклей и новых редакций — это очень много для артиста балета, огромная работа и колоссальный труд. Прекрасно, когда известно расписание на год вперед, но не всегда так получается, есть и спонтанные решения.

 

На сегодняшний день осталось не так много спектаклей, которые я хотел бы станцевать. Конечно, мечты есть! Мне бы очень хотелось познакомиться со спектаклями Кеннета Макмиллана «Манон», «Майрленг», конечно, «Ромео и Джульетта» в его хореографии. Также Джон Крэнко, в этом сезоне нам выпала возможность станцевать его балет «Ромео и Джульетта», конечно, хочется дальше станцевать и «Онегина», и «Укрощение строптивой». Также очень надеюсь, что все сложится и мы станцуем «Анну Каренину» Кристиана Шпука, поработаем с Уэйном Макгрегором. Следующий год – 15-летие моей творческой деятельности в Мариинском театре, планов много, пока раскрывать не буду. Надеюсь сделать новую интересную программу и показать ее не только в Санкт-Петербурге, а, возможно, привезти и во Владивосток.

 

 

– Кто ваши учителя? Имеется в виду Учителя с большой буквы.

 

–Жизнь – это самый главный учитель

 

– Вас называют баловнем судьбы, почему? Согласны ли вы с этим утверждением?

 

– Мне сложно с этим согласиться, поскольку за всей этой легкостью стоит огромная работа в зале, просто так ничего не бывает. Это задача артистов — выходить на сцену и давать зрителю ощущение легкости, вызывать восхищение.

 

– Опишите кратко ваш обычный рабочий день. Наверное, большая часть каждого дня отводится занятиям и репетициям?

 

– Бывают разные периоды, бывает много спектаклей, бывают более спокойные периоды. Вообще не люблю рано просыпаться, потому что я – «сова». Дни строю по-разному: либо иду на репетицию, либо к массажисту, либо к доктору, либо бегу покупать любимой жене цветы и подарки для сына Лешки. Очень люблю делать приятные сюрпризы своим любимым, своей семье.

 

– Есть довольно известные танцовщики, которые говорят, что репетировать и заниматься нужно минимально, есть и другие, они говорят, что нужно заниматься 8-10 часов ежедневно. Сколько часов и как часто нужно заниматься, чтобы достичь вершин в профессии балетного танцовщика, исходя из вашего успешного опыта?

 

– Я отношусь к той категории танцовщиков, которые ленятся. (Смеется.) Конечно, хотелось бы работать еще более усердно, но порой занимаюсь в зале не так активно, как хотелось бы педагогам, моим балеринам. Однако я всегда отвечаю за свои танцы, все люди разные, кому-то нужно десять репетиций, кому-то две. Самое важное – это результат на сцене. Ну, ленюсь, ленюсь, что тут говорить – ленивый! (Смеется.)

 

 

 

– Каких выступлений вы ждете больше всего, на каких площадках вам нравится выступать самому? Есть ли разница в публике, в том, как и где вас принимают, в чем она?

 

– Не имеет никакого значения, на каких площадках выступать, я считаю, что нужно об этом поменьше думать, а больше заниматься своей работой и стараться быть честным перед зрителями. Выходя на сцену, нужно показывать то, на что ты способен, не объяснять, что у тебя что-то болит, что ты не выспался и вообще прилетел накануне и прочее. Важно быть в форме и быть честным перед самим собой, зритель в любом уголке земли это чувствует.

 

– Вы являетесь премьером Мариинского театра и Баварской оперы. Это положение подразумевает сложнейший график, множество перелетов. Как удается сохранить гармонию в семье, силы на спектакли и ваш совершенно солнечный позитивный настрой?

 

– Действительно, у меня сложный график работы, но я могу сказать однозначно, что у меня золотая жена и у нас прекрасный ребенок, моя семья дает мне силы и энергию, чтобы двигаться дальше. Я стараюсь максимально, насколько возможно, проводить время с семьей. Моя жена – балерина, весь сезон мы танцуем вместе, уже сложился устойчивый дуэт. Мне грех жаловаться! Могу сказать, что это здорово. В таком ритме мне жить гораздо проще. Сложно, когда этого нет. (Смеется.)

 

– Ваша программа, которая заявлена на ll Международном дальневосточном фестивале «Мариинский» во Владивостоке, довольно разнообразна. Что вы хотите рассказать приморской публике в свой первый приезд на Приморскую сцену Мариинского театра?

 

– Мне очень хочется привлечь как можно больше людей в театр и популяризировать балет как самостоятельный вид искусства. Я станцую три соло в дивертисменте и выйду в премьерном спектакле «Маргарита и Арман», в котором мы с Наташей (прима-балерина Лондонского королевского балета Наталия Осипова) буквально месяц назад станцевали в RoyalOperaHouse в Лондоне, была очень хорошая критика. Спасибо огромное Наташе за то, что она откликнулась и поддержала меня и Мариинский театр.

 

– Да, на фестивале вы представите дальневосточную премьеру балета «Маргарита и Арман» в рамках творческого вечера 18 июля, и вашей Маргаритой будет прима-балерина Лондонского королевского балета, мировая звезда балета Наталия Осипова. Расскажите немного о предстоящем событии, о вашем партнерстве в этом спектакле и в целом о творческом вечере.

 

– Что касается соло – это наиболее яркие номера, которые я исполняю: это балет «101» Эрика Готье – очень веселый номер, который всегда публика принимает на ура, «Гопак» - это шлягер уже многие годы! И композиция под музыку очень известного французского барда Жака Бреля, которую будет исполнять оперная певица Приморской сцены Мариинского театра, я пока не знаю, кто это. Номер очень глубокий, непростой, и сам синтез оперного голоса и балетного танца – это интересно, плюс Юра Смекалов (артист и хореограф Мариинского театра) поставил очень талантливо! Надеюсь, что этот номер позволит зрителям посмотреть на балет другими глазами. Собственно, это неклассические номера в исполнении классического танцовщика. Ну а спектакль «Маргарита и Арман» Аштона, который был поставлен для Марго Фонтейн, балерины, которой было уже довольно много лет по балетным меркам, и молодого эмоционального и яркого танцовщика Рудольфа Нуреева. Конечно, прикоснуться к этому шедевру мечтает каждый артист, и я не исключение. Я безумно счастлив, что удастся показать этот спектакль во Владивостоке!

 

– Что для вас участие в фестивале «Мариинский» во Владивостоке?

 

– Мне это безумно интересно. Когда Валерий Абисалович предложил мне участие в фестивале «Мариинский» во Владивостоке, то я не раздумывал и даже отменил два концерта в Мексике, чтобы прилететь и станцевать в спектакле «Конек-Горбунок», затем возникла идея творческого вечера – это очень здорово. Для меня счастье привлекать небалетную публику и быть полезным для театра и Дальнего Востока в целом.

 

Отдельное спасибо хочу сказать Александру Злотникову, который очень помог состояться этой поездке во Владивосто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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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클랴로프 이브닝 공연. 7월 18일 블라디보스톡 마린스키 분관.


세번째 레퍼토리였던 Ne me quitte pas (날 버리지 마). 유리 스메칼로프가 작년에 이 사람을 위해 안무해준 작품이다. 커튼 콜.



이날 이 공연 특히 아주 좋았음. 작년 이맘때 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에서 봤을 때보다 이번 무대가 더욱 절절하고 심금을 울렸다.



하얀 의상 때문에 빛이 너무 번져서 내가 찍은 커튼 콜 사진은 건지고 건진게 이것들 뿐이다 흐흐흑.....





















이 작품까지 보여준 후 1막이 끝났다. 막간 후 마르그리트와 아르망을 공연했기 때문에 1막 마친 후 앞에 나왔던 다른 무용수들도 같이 나와서 인사를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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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찍은 사진 화질이 너무 안 좋으니... 마린스키 블라디보스톡 분관 측에서 찍어서 올린 사진 세 장 추가.











왼편 여인이 노래를 부른 소프라노 성악가. (이 작품은 여성 소프라노가 무대 왼편에서 ne me quitte pas 이 노래를 부르는 동안 슈클랴로프가 무대를 가로지르며 춤을 춘다) 오른편 좀 잘렸지만... 이 작품의 안무가이자 슈클랴로프의 절친한 친구인 유리 스메칼로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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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개관한 블라디보스톡의 마린스키 분관. 프리모르스키 마린스키 극장이라고 부른다. 프리모르스키는 바닷가의 라는 뜻의 형용사이다.




전체적 구조는 페테르부르크의 마린스키 신관이랑 좀 비슷하다. 현대적 극장이다. 그리고 유리창과 파이프 구조로 되어 있어 바다와 졸로또이 모스뜨(골든 브릿지)가 보인다. 석양 보면 근사하다.







7.15부터 마린스키 극동 페스티벌이 개최되었고 슈클랴로프의 공연도 그 일환이었다. 게르기예프 사진이 어마어마하게 크게 떡 버티고 있다. 나는 뭐... 게르기예프를 지휘나 음악 쪽으로야 좋아하지만 글쎄, 잘 모르겠다. 마린스키에 있어 오페라에는 플러스이지만 발레 쪽은 이 사람 이후 많이 죽었다고 생각해서 좀 아깝긴 하고.... 게르기예프가 너무 스타 지휘자이다 보니 이 사람 명성을 너무 울궈먹는다는 생각도 든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마린스키에 가서 발레 공연 볼 때는 게르기예프 말고 다른 지휘자가 지휘할 때가 더 집중이 잘 되는 편이기도 하다.







한중일 러 극동 페스티벌이라 한국어 중국어 일어가 다 적혀 있었다.



프로그램 팔던 저 데스크. 7.18에는 공연 끝나고 슈클랴로프랑 오시포바가 저기 앉아서 사인회 했었다.












첨엔 극장이 아담하다 생각했는데 들어가보니 꽤 규모가 있었다. 3야루스(5층)까지 있으니 갖출 건 다 갖추고 있었다. 설비도 괜찮았고 음향도 의외로 괜찮아서 곱사등이 망아지 연주는 심지어 마린스키 신관에서 들었을 때보다 여기서 들었을 때가 더 신났다.






슈클랴로프님의 미모가 빛나는 LED 모니터 :) 18일의 이브닝 공연 홍보.






이것도 슈클랴로프님. 이건 곱사등이 망아지.






극장 밖에도 이렇게 플래카드 펄럭펄럭.... 뉘집 아들내미인지 참으로 잘생겼구나!!!














지휘대에 놓여 있는 곱사등이 망아지 악보. 막간에 찍음.







창 밖으로 이렇게 바다랑 대교 풍경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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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7. 23. 21:06

슈클랴로프 '고팍' 커튼 콜 + 발레101 화보 dance2017. 7. 23. 21:06






7월 18일 화요일, An evening with Vladimir Shklyarov 공연. 이 사람은 여기서 발레 101, 고팍, 날 버리지 마, 마르그리트와 아르망을 추었고 중간중간에 마린스키 동료들의 잠자는 미녀 그랑 파, 돈키호테 그랑 파, 러시안 댄스 갈라가 들어갔다. 그도 그럴 것이 혼자서 연속으로 네개의 넘버를 쭈루룩 소화하는 건 육체적으로 너무 어렵기도 하고, 의상도 갈아입어야 하고 집중도 해야 하니까.



발레 101은 흰 셔츠에 검은 숏팬츠 차림이라 빛이 너무 번져서 커튼 콜 사진 한장도 못 건지고, 고팍도 건진 거 이거 한장이다. 그나마도 흐리게 나옴 ㅠㅠ 흐흑.....



고팍 정말 끝내줬다. 이거야말로 도약이 훌륭한 남자 무용수를 위한 테크닉 뽐내기용이기 때문이다. 사람들 환호하고 난리도 아니었다. 게다가 흰 루바슈카에 펄럭이는 빨간 바지의 슈클랴로프는 정말이지 근사하게 공중을 훨훨 날아다녔다. 전에 찍은 고팍 화보를 보면 굉장히 소년 같았는데 이때 무대에서는 제대로 된 성숙하고 강인한 남자의 춤을 보여주었다.






그나마 하나 더 건진 것. 이건 더 흔들렸어 흐흑...







그래서 마린스키 블라디보스톡 분관 측에서 제공한 화보 한장 추가. 저렇게 계속 폴짝폴짝 뛰고 날아오르시는데 어찌 환호하지 않으리오.






아쉬우니까 역시 마린스키 블라디보스톡 쪽에서 제공한 발레 101 무대 사진 한 장 더. 영상으로 볼때도 즐거웠지만 정말이지 무대는 더 끝내줬다. 이 사람의 유머가 얼마나 빛을 발하는지 :) 발레 101은 테크닉 위주의 소품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무용수로서의 자신감과 무대 장악력과 여유가 필요한 작품이다. 다른 무용수들의 무대를 몇번 보았는데 그런 여유와 유머와 자신감을 드러내는 게 사실 그리 쉽지 않다. 스텝 하나하나를 클리어하기에 바쁜 것이다. 이 사람은 그런 면에서는 도가 텄다!!!! 그리고 댄서의 육체 하나와 스피커, 마네킹(이건 스포일러인가)만 있으면 되니 무대 준비하기도 쉽고 이 사람의 매력이 팡팡 터지는 작품이라 해외 투어 때 종종 선보이는 작품이기도 하다.



발로쟈, 당신은 최고에요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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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흔들리고 번져서... 곱사등이 망아지 커튼 콜 사진들 중 그나마 슈클랴로프님의 얼굴을 좀 알아볼만하게 나온 사진들은 이제 이게 전부... 크흑... 이럴 줄 알았으면 사진 찍지 말고 그분의 미모나 그냥 집중해서 보며 박수나 더 쳐주고 브라보나 더 외쳐줄 것을 ㅠ




미녀 여왕 역의 레나타 샤키로바랑 손 잡고 인사 중. 샤키로바는 마냥 신났음 :))











자리에 앉아서 줌 당겨 찍었더니 구도가 기울어짐.













자기가 받은 꽃다발을 파트너인 샤키로바에게 바치려는 발로쟈.






몽땅 다 샤키로바에게 바침...



너 근데 작년인가 재작년에 라 바야데르 췄을 땐 파트너인 마트비옌코 말고 망령 중 하나로 나온 아내 쉬린키나한테 꽃다발 다 바쳤지!!!!! (파트너의 기사도보다 아내에 대한 사랑이 우선하는 사랑꾼 ㅋㅋㅋ)










슈클랴로프 옆에서 빙긋 웃고 있는 스메칼로프 표정이 너무 우습다.



시종장 역의 스메칼로프는 엄청나게 귀엽고 매력적이었다. 이 시종장 배역을 추는 건 이고르 콜브, 이슬롬 바이무라도프 무대도 전부 직접 봤지만 역시 나는 스메칼로프 시종장이 딱 취향이다. 특히 슈클랴로프 이바누슈카랑 스메칼로프 시종장의 케미가 좋다.





아아. 볼때마다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발레야... 근데 맨첨에 막심 쥬진이 이바누슈카 춘 무대로 봤을 땐 이만큼 임팩트가 없었던 걸 떠올려본다면 역시 이것은 슈클랴로프의 매력 때문일지도... 이바누슈카 역에 너무 잘 어울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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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분명히 맨앞줄 앉아서 찍었는데 ㅠㅠ 이번 사진 다 망했다 흐흑.... 조명이 오케스트라 핏 바로 아래에서 올라오면서 다 번져버렸음. 그래서 건진 사진이 별로 없다. 너무 아깝다. 이번 곱사등이 망아지랑 이브닝 특별무대의 슈클랴로프님은 정말 미의 결정체였거늘...




하여튼.. 흔들렸지만 그래도 조금이라도 건진 사진 몇 장 올려봄.



곱사등이 망아지 커튼 콜. 절친인 유리 스메칼로프랑 같이 :)






아름다운 여왕님 역은 레나타 샤키로바. 나는 이미 알리나 소모바의 여왕을 보아 버렸기에 솔직히 좀 비교가 많이 되긴 했다. 샤키로바는 아직 연륜이 부족하고 상체가 좀 구부정하고 뻣뻣한 편이라 생기발랄하긴 한데 아무리 봐도 여왕님이라기보단 그냥 말괄량이 아가씨 같은 느낌이었음.






꽃 받으신 발로쟈... 그러나 저 꽃다발도 역시 파트너인 샤키로바에게 넙죽 다 바쳤음 :)







이건 화요일,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이브닝 공연. 세번째 레퍼토리였던 '날 버리지 마' 커튼 콜. 스메칼로프 안무의 소품인데 이 작품 꽤 좋다. 개인적으론 작년에 무대로 봤을 때보다 이번 무대가 더 좋았다. 훨씬 우아하고 원숙하고 절절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이 작품 출때 이 사람의 육체의 유연함과 드라마틱한 표현력이 정말 극에 달한다.






이건 이날의 하이라이트 공연인 마르그리트와 아르망 끝나고. 파트너는 나탈리야 오시포바. 오시포바의 마르그리트는후반부가 더 좋았다. 그리고 임팩트 있긴 했지만 나에겐 작년에 본 테료쉬키나 버전 마르그리트가 더 처연하게 느껴졌다. 아무래도 나에게 오시포바는 너무 힘차고 과잉의 무용수로 느껴지나보다. 볼때마다 그런 느낌이 드니.... 어쩐지 허리가 끊어져라 기침을 하며 나뒹굴어도 맘만 먹으면 슈클랴로프든 누구든 한주먹으로 해치울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래도 돈다발 뿌리는 슈클랴로프의 박력은 장난 아니었음) 아니면 오시포바가 모스크바 스타일 무용수라 그럴지도 모르겠음. 아무래도 나는 모스크바보단 페테르부르크 스타일 무용수들을 더 좋아하는 편이라.



하얀 타이츠와 검은 프록코트 의상의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는 미의 결정체 중 결정체!!!






사인회할 때. 잘 보면 슈클랴로프가 펜을 쥔 손 아래에 황금신상 사진이 있다. 저 사진 보여주자 슈클랴로프가 '우와 이거 어디서 났어요?' 하고 물었었다.



저 록시땅 쇼핑백은 내 앞에 있던 일본 여성 팬이 주고 간 선물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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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들이 좀 더 있긴 한데 다들 화질이 별로임. 흐흑... 주말에 좀더 뒤져보고 건질만한 거 있음 더 올려보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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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7. 19. 22:32

슈클랴로프 화보 + 사인회 사진 두장 dance2017. 7. 19. 22:32

 

 

 

 

슬프지만 이번에 내가 찍은 사진들은 거의 다 망했다. 앞줄 앉아 커튼콜때 열심히 찍었지만 플래쉬 안 터뜨렸더니 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보다 훨씬 더 조명이 번져버렸다. 집에 와서 사진들 확인해보니 다 망했음

 

 

그럼 위의 저 아름답고 화질 좋은 사진은 뭐냐고 하신다면. 이건 프로페셔널 사진가가 찍은 화보랍니다^^; 이번 블라디보스톡 극동페스티벌 프로그램북에 실린 슈클랴로프의 사진. 곱사등이 망아지의 바보 이반 역. 정말 이 역 너무 잘 어울린다. (1막에서 셔츠 안 입고 나와서 더 좋다고... 차마 말할 수 없지만 말하고 있어어어...)

 

 

 

 

 

이건 스메칼로프가 안무해준 '날 버리지 마'. 일년 전 페테르부르크에서 봤을때보다 이번에 봤을 때가 훨씬 더 절절했다. 그리고 몸의 움직임 자체가 더욱 유연해져서 마치 빛과 물이 육체로 변해 흐르는 것 같았다. 드라마틱한 연기력이야 타의추종을 불허하니...

 

 

사진은 블라디보스톡 마린스키 측에서 이번 공연 때 찍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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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어제 공연 끝나고 사인회 때. 줄서서 기다리다 사람들 사이로 찍은 사진. 나 이거 분명 dsrl로 찍은 건데 다 망했음 흐흑... 엉엉... 사인받는 관객들 잘라내니 더욱 구도는 이상해지고... 그저 그의 완벽한 옆얼굴을 보소서...

 

 

바로 앞에서 마주 대하고 느꼈다. 아니 이럴수가, 무대 위에서도 그렇고 영상으로도 그렇고 완벽하게 무대용, 영상용 미모, 타고난 배우로구나 라고 생각했었는데 실물이 훨씬 더 아름답다니!!!! 실물에 비해 사진발이 덜 받는 거였다는 사실에 크나큰 충격을 받음 ㅋㅋ

 

 

 

 

 

 

이건... 나한테 사인해주면서 얘기나눌때 직원이 찍어준 것이다. 이때 프로그램이랑 사진 내밀면서 '안녕하세요 저 왔어요, 한국 넘버원 팬이요' 라고 하지 막 웃고 있는 모습이다. 아이 귀여워 :))

 

 

왼편에 조금 나온 건 내 손이랑 프로그램임.... 블러 처리했습니다 ㅎㅎ 그의 미모에 오점을 남길 수는 없어요!!!

 

옆은 나탈리야 오시포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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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주 블라디보스톡 마린스키 분관에서 슈클랴로프가 곱사등이 망아지 무대 주역을 추고, 그 이틀 후에는 마르그리트와 아르망을 비롯한 4개의 레퍼토리를 보여주는 특별 무대를 준비한다. 이 사람이 바이에른으로 떠난 후 무대를 직접 보지 못해서 근 일년 만이다. 일년 동안 얼마나 더 원숙해졌을지 기대가 많이 된다.

 

그래서 오랜만에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프로모와 무대 영상 몇개 올려봄.

 

위의 사진은 발레 101. 이번 블라디보스토크 레퍼토리에도 들어 있다.

 

 

먼저 이번 블라디보스톡 마린스키 분관 공연 소개 프로모. 흑백 영상은 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 신관 옥상에서 찍은 것.

 

 

이 사람이 빵끗 웃으며 러시아어로 하는 말은 :

 

"친구들 안녕하세요 블라디보스톡 마린스키에서 16일에는 곱사등이 망아지, 18일에는 저의 특별공연이 있답니다. 꼭 보러 오세요~"

 

 

흑.. 낚였어 ㅠㅠ 너 때문에 그래 간다...

 

 

심장폭격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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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바이에른에서 리허설할 때 찍은 영상. 상대역은 예카테리나 본다렌코. 독일에 가버린 후에는 그쪽 영상은 거의 볼 수가 없어 무척 아쉬웠는데 이걸로나마 약간 갈증을 달램. 두 무용수의 워밍업과 리허설 장면이 매력적이다. 그런데 초반부는 예카테리나 본다렌코 옷차림 때문에 좀 아디다스 광고 같아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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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조지 발란신의 jewels 중 다이아몬드 일부. 상대역은 옥사나 스코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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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은 잠자는 미녀 그랑 파 드 두.  상대역은 알리나 소모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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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아름다운 발레리나 화보들로 심신의 정화.

 

 

마린스키 발레리나 옥사나 본다레바 화보들 몇 장.

 

 

본다레바는 원래 미하일로프스키 극장에서 주역을 추다가 몇년 전 마린스키로 옮겨왔다. 세컨드 솔리스트인데 미하일로프스키에서는 꽤나 인기가 많았던 무용수였다. 미모가 뛰어나고 열정적인 스타일이라 화보들이 아름답다.

 

 

다만 내 기준으로 볼 때는 고전 발레에는 확실히 덜 어울린다. 일단 체격 조건이 맞지 않는다. 무척 아름다운 여인이긴 한데 좀 영화배우나 모던 댄서처럼 아름답고 체형은 클래식 발레리나에는 어울리지 않는 편이다. 목선이나 상체 조건 때문에 날씬한 무용수임에도 불구하고 길쭉하고 늘씬해보이지는 않는다. 근육질의 강건하고 자그마한 무용수 느낌이라서... 나탈리야 오시포바도 내겐 좀 그런 느낌인데, 본다레바가 좀 더 그런 편이다. 그래서 본다레바의 무대는 실제로 몇번 보았을때도 그다지 인상에 남지는 않았다. 마린스키 타입 발레리나는 확실히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이런 화보들은 정말 매력적이다. 좀 고양이 같은 외모이고 광대뼈가 넓고 눈이 큰 러시아 미녀 특징도 잘 살아 있다. 그래선지 무대 화보보다는 패션 화보가 더 잘 어울리고 아름답다.

 

사진 출처는 옥사나 본다레바의 instagram : bondareva.oksana.f

 

 

야외 화보는 페테르부르크의 네바 강가와 에르미타주 쪽에서 찍은 것들인데 분위기가 근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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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안 나오면 섭섭하니까~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두 장 :))

 

얼마 전 마린스키 신관 옥상에서 찍은 화보 두 장.

 

너는 어쩌면 야자나무 앞머리를 해도 멋있는 거니...

 

 

 

 

 

 

마지막은 아름답고 우아한 디아나 비슈뇨바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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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오랜만에 본편 일부를 올려본다.


이 에피소드의 앞부분과 뒷부분을 이전에 각각 발췌해 올린 적이 있다. 네프스키의 유명 디저트 가게인 세베르에 나갔던 트로이는 우연히 미샤와 그의 극장 친구들을 마주치게 된다. 거기에는 미샤의 파트너 발레리나인 지나를 비롯해 동기인 레냐 핀스키, 후배인 니넬, 그리고 모스크바에서 초빙되어 온 안무가 스타니슬라프 일린이 있었다. 일린은 토요일이 자신의 생일이라며 그를 파티에 초대한다.


순서는 반대로 일린의 생일 파티를 먼저 올렸었다. 트로이는 파티에 가서 미샤의 극장 동료들과 어울리며 이야기를 나누고, 미샤는 브이소츠키 노래를 부르고, 그러다 술에 취해 나가떨어진다.


이번에 올리는 에피소드는 그 두 이야기 사이에 있었던 일이다. 시간 순서대로 재배열하면 세베르 - 이번 에피소드 - 노래 부르고 나가떨어지는 미샤 이다.




그 두 에피소드 링크는 아래 :


 
http://tveye.tistory.com/6253 세베르에서의 만남, 달콤한 것들, 미샤와 지나 어릴적 스케치 2


http://tveye.tistory.com/5842 생일과 그 다음날, 브이소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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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니슬라프 리보비치'는 일린의 이름과 부칭이다. 제대로 된 이름은 스타니슬라프 리보비치 일린이고 미샤는 그를 애칭인 스탄카라고 부른다.



미샤와 일린이 논쟁을 벌이는 작품은 도스토예프스키의 단편소설 '백야'이다. 나스첸카는 그 소설의 여주인공이다. 내가 쓴 이 소설 속에서 일린은 미샤와 지나를 위해 '백야'를 단막 발레로 안무하고 미샤를 화자였던 남자 주인공, 지나를 나스첸카로 캐스팅했다.



'표도르 미하일로비치'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이름과 부칭이다. 미샤에게는 존경하는 예술가를 이름과 부칭으로 부르는 버릇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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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을 절대로 무단 전재, 복제, 배포, 인용하지 말아주세요 *







 토요일 저녁 7시에 트로이는 미샤와 지나이다의 아파트로 갔다. 생일 파티는 8시에 시작하기로 되어 있었지만 미샤가 백야 때문에 일린과 이견이 생겼다면서 좀 일찍 와달라고 했다. 트로이는 자신이 무슨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알 수가 없었지만 어쨌든 일찍 갔다.



 지나이다가 문을 열어주더니 반색을 했다.



 “ 제발 쟤 좀 말려요. 저러다 스타니슬라프 리보비치를 잡아먹겠어요. ”



 힐끗 보니 부엌 테이블에는 이미 음식들과 안주가 차려져 있었다. 근처 레스토랑에서 준비해 온 게 틀림없었다. 미샤는 원래 요리를 하거나 잘 차려먹는데 관심이 별로 없었고 지나이다도 가정적인 주부 노릇을 하기에는 너무 여왕님 같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술 한 잔 권하기는커녕 코트를 벗는 것도 기다려주지 않고 그의 팔목을 잡아끌며 거실로 데려갔다.



 미샤는 피아노 옆에 선 채 일린과 열띠게 논쟁을 벌이고 있었다. 미샤는 평소에는 나직하고 부드럽게 얘기했지만 논쟁할 때는 명료하고 건조한 말투로 변했다. 그는 빠르게 쏟아지는 일린의 설명을 중간 중간 칼처럼 끊어대며 끼어들었다. 검은 눈에서 불꽃이 연달아 튀었다. 처음에 트로이는 그들이 뭘 가지고 그렇게 가열찬 논쟁을 벌이는지조차 알 수가 없었다. 한참 듣고 보니 주인공이 나스첸카의 첫사랑에게 연애편지를 전해주러 갈 때 무대 어느 쪽에 서야 하느냐, 여자가 그 첫사랑이란 작자에게 달려들어 안길 때 주인공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려야 하느냐 아니면 관객들로부터 등을 돌려야 하느냐 등의 트로이로서는 사소하기 짝이 없는 듯한 문제들을 놓고 싸우고 있었다. 대체 왜 미샤가 자신에게 빨리 와 달라고 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가 전혀 도움이 될 수 없는 문제였기 때문이다.



 한참 열을 내다가 트로이를 발견한 미샤가 좋아하며 손목을 휙 흔들었다.



 “ 아, 잘됐다. 빨리 스탄카한테 설명 좀 해줘. 표도르 미하일로비치가 페테르부르크에 대해 어떤 감정을 품고 있었는지 이 사람한테 좀 알려줘. 그리고 백야가 주인공과 나스첸카의 연애소설이 아니라 페테르부르크에 대한 짝사랑이라는 이론 좀 설명해봐. 구조주의랑 뭐 그런 것도 섞어서. 너 지난번에 세미나에서 발표한 거 있잖아. ”



 “ 구조주의와는 관계가 없는데... ”



 “ 아니, 관계가 있게 설명해줘. 넌 할 수 있잖아. ”



 “ 그거랑 무대에서 등을 돌리고 말고랑 대체 상관이 있어? ”



 “ 있어요. ”



 미샤 대신 일린이 대꾸했다. 역시 얼굴이 상기되어 있었지만 밝은 회색 눈은 부드럽게 빛나고 있었다. 나이에 비해 젊어 보였다, 아마 턱수염을 깎았기 때문인 것 같았다. 그는 트로이에게 자신들의 이견이 어디서 왔는지, 그리고 미샤의 질문과 주인공의 동작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쭉 설명했다. 그는 간결하게 문장을 끊어서 말하는 미샤와는 달리 빠르고 길고 부드럽게 얘기했다. 일린이 어찌나 설득력 있게 조곤조곤 얘기하는지 트로이는 미샤에게 그냥 연출자의 말을 따르라고 충고할 뻔 했다. 하지만 미샤가 간절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에 트로이는 할 수 없이 도스토예프스키와 그의 페테르부르크 소설들에 대해 얘기를 늘어놔야 했다. 나중에는 미샤가 원하는 대로 구조주의 이론도 좀 섞었다.



 얘기를 마쳤을 때 일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 음, 그럼 좀 더 생각해봐야겠는데. 이건 내일 다시 맞춰보는 걸로 해. ”




 “ 등 돌리는 거지? ”




 
 한번 파고들면 절대 포기하는 법이 없는 미샤가 집요하게 물었다. 자신이 일린의 입장이었다면 그 고집 세고 버릇없는 젊은 애에게 화를 냈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일린은 소리 내어 웃었다.



 “ 그래, 등 돌리는 걸로 하자. 이제 페트루슈카 좀 맞춰보면 좋겠는데. 좀 있으면 사람들 올 테니까. ”



 소파에 앉아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지나이다가 일어났다. 피아노 쪽으로 다가오면서 트로이의 뺨에 입을 맞췄다.



 “ 고마워요, 덕분에 공연이 파탄나지는 않겠네요. ”




 “ 무슨 도움이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다행이군요. ”




 “ 그냥 쟤를 얌전하게 만든 것만으로도 성공이에요. ”




 지나이다가 피아노 앞에 앉았다. 스트라빈스키의 페트루슈카 테마를 치기 시작했다. 미샤가 바 앞으로 가더니 목과 팔을 기형적으로 꺾은 채 지푸라기 인형처럼 스텝을 밟기 시작했다. 일린이 박자를 셌다. 중간 중간 동작을 지시하기도 하고 손을 내저으며 음악을 중단시키기도 했다. 백야를 놓고 열띠게 대들던 것과는 달리 미샤는 일린의 모든 지적에 온순하게 따랐다.




 “ 팔을 더 내려야 해. 허리는 좀 더 펴고. 무릎이 더 나가야지. 다시 해봐. 어깨도 내리고. ”




 미샤가 다시 포즈를 취했다. 일린이 뒤로 다가와서 왼쪽 어깨를 아래로 세게 내리눌렀다. 아픈 부위였기 때문에 미샤가 잠깐 얼굴을 찡그렸지만 불평 없이 어깨를 더 내렸다. 일린이 손을 치우자 그는 정말로 꼭두각시 인형 같은 모습으로 허공에 매달린 듯 서 있었다. 트로이는 금방이라도 미샤가 무릎을 꺾고 바닥에 넘어질까봐 오싹했다.



 지나이다가 다시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다. 이제 일린은 박자를 세는 것 외에는 아무런 지적도 하지 않고 피아노 옆에 선 채 미샤를 지켜보고 있었다. 미샤는 검은 머리칼을 털실이나 지푸라기처럼 들썩이며 사지를 상하좌우로 흔들었다. 몇 차례 이어지는 도약조차 무릎을 구부린 채 낮게 뛰었다. 발레란 몸을 가능한 한 곧게 펴고 길게 늘이는 것이라고 믿었던 트로이에게 있어 그 춤은 전혀 아름답거나 우아하지 않았다. 끊임없이 아래로 떨어져 내리는 팔과 어깨 동작이 특히 그랬다. 불협화음과 구슬픈 멜로디가 뒤섞인 스트라빈스키의 음악 속에서 미샤는 점점 더 어두워지고 우울해지고 고통스러워졌다. 얼굴 전체가 일그러지며 외롭고 슬프게 변했다. 두 손을 털실로 감친 인형 손처럼 둥그렇게 뭉쳐서 가슴을 치며 옷을 잡아당기고 어깨를 떨며 이따금 구부러진 다리를 바깥으로 한두 번 찼다. 피아노를 치면서 지나이다가 살짝 떨리는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 너무 슬픈데. 꼭 저걸 가져가야 하나... ”




 미샤가 몸을 돌려 일린 쪽을 바라보았다. 아마도 무대에 존재하지 않는 발레리나 인형이나 독재자 흥행사를 바라보는 것이겠지만 피아노 옆에는 스타니슬라프 일린이 있었고 그 밝은 회색 눈은 더 이상 부드럽지 않았다. 예리한 칼처럼 자기 앞의 무용수를 주시하고 있었다. 미샤는 두 손을 어색하게 뻗더니 삿대질을 하고 턱짓을 했다. 그리고 어깨를 홱 떨구더니 한 바퀴 빙글 돌고 바닥에 넘어졌다.



 일린이 손바닥을 마주쳐 딱 소리를 냈다.



 “ 훨씬 좋아졌네. 어깨 동작만 좀 손보면 되겠어. 런던에서 좋아할 거야. ”




 미샤는 심하게 숨을 헐떡였다. 트로이는 그가 연습하면서 그렇게 힘들어하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그게 어려운 동작 때문인지 마음이 산란해서인지 알 수가 없었다. 한동안 그는 고개를 들지도 않았다. 면 티셔츠가 땀에 젖어 몸에 철썩 달라붙어 있었다. 그는 거실 마룻바닥에 반쯤 엎드린 채 두 손으로 머리와 가슴을 감싸고 숨을 몰아쉬면서 가만히 있었다. 방금 춘 춤에서 빠져나오는 것이 힘든 것 같았다. 마침내 일린이 다가가 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 씻어야지, 뭘 더 입든가. 런던 가기도 전에 감기 걸리면 안되잖아. ”




 “ 나 좀 놔둬. ”




 미샤가 목쉰 음성으로 무뚝뚝하게 중얼거렸다. 여전히 머리를 들지 않은 채였다. 지나이다가 일어나더니 모른 척하면서 부엌으로 갔다. 일린은 다른 말을 하는 대신 소파에 펼쳐져 있던 카디건을 가져와 미샤의 머리와 등을 덮었다.



 잠시 후 미샤가 일어났다. 여전히 숨을 거칠게 몰아쉬면서 카디건을 일린에게 휙 던지고 한 손으로 어깨를 누르면서 욕실로 갔다. 스위치를 찾지 못해 한참 문 옆 벽을 더듬었다. 트로이가 다가가서 불을 켜주었다. 미샤는 고맙다는 말도 없이 욕실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곧 물이 쏟아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일린은 바를 붙잡고 아까 미샤가 하던 동작 몇 개를 되풀이하고 있었다. 정확하기는 했지만 나이 때문인지, 무용수에서 은퇴한지 오래됐기 때문인지 미샤보다는 훨씬 뻣뻣했고 우아한 느낌도 적었다. 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어깨를 올렸다 내렸다 했다. ‘좀 더 내려야 하는데...’ 하고 안타까운 듯 중얼거렸다. 트로이는 견디지 못하고 끼어들었다.



 “ 더는 아파서 안 될 거예요. 그 어깨 아픈지 반년 가까이 됐어요. ”




 “ 아니, 그 정도예요? 왜 아프다고 얘길 하지 않는 건지... ”




 “ 자존심이 강해서 그래요. ”




 “ 저 정도로 추면 자존심 내세워도 돼요. 아픈 건 별개지만. ”




 “ 백야만 추는 줄 알았는데, 런던은 무슨 얘기죠? ”




 “ 2월 런던 페스티벌 있잖아요. 경쟁부문에도 초청됐어요. 참가진도 꽤 화려하고. 그래서 페트루슈카로 정한 거예요, 누가 뭐래도 러시아 춤이니까. ”




 “ 미샤가 정했어요? ”




 “ 아뇨, 하나 안무해달라고 해서 내가 고른 거죠. 물론 포킨 오리지널에서 가져온 거지만. ”




 “ 그럼 런던에 함께 가요? ”




 “ 글쎄요, 당국에서 나까지 허가를 내줄 것 같지는 않아요. ”




 일린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 그 정도로 아프다면 동작을 바꿔야겠는데... ”




 “ 미샤에게는 내가 그런 말 했다고 얘기하지 마세요. ”




 “ 자존심 앞에는 친구도 소용없나 보죠? ”




 “ 자기 춤 앞에서라고 하는 게 정확하겠죠. ”




 “ 그럴만해요. 내가 저렇게 출 수 있었다면 목숨이라도 내놨을 테니까. ”




 스타니슬라프 일린이 투명한 회색 고양이처럼 미소를 띠었다. 트로이는 사라토프의 시골에서 할머니가 고양이들을 자루에 넣어 강물에 빠뜨려 죽였던 것을 떠올렸다. 일린을 향해 솟구치는 부당한 증오심에 그는 소스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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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 페트루슈카에 대해서는 전에 몇번 올린 적이 있다. 디아길레프의 발레 뤼스의 초창기 메인 안무가였던 미하일 포킨이 니진스키를 위해 안무한 단막 발레이다. 러시아 전통시장과 놀이문화, 마슬레니차의 흥겨움과 화려함, 거기에 꼭두각시 헝겊 인형 페트루슈카와 독재자 흥행사, 아름다운 발레리나 인형과 폭압적인 무어 인형이 등장한다. 음악은 스트라빈스키. 원체 음악이 유명해서 종종 따로 오케스트라 연주회에서 연주되기도 한다.



이 소설에서 미샤가 추는 페트루슈카는 포킨 원작이 아니고 일린이 그 원작을 따와서 미샤를 위해 변형시킨 작품이다. 여기 발췌한 적은 없지만 이후 미샤는 안무가가 되었을 때 니진스키를 위한 트리뷰트 작품을 안무하고 거기에 자신만의 해석을 가미한 페트루슈카를 재등장시킨다.




런던에서 미샤가 춘 페트루슈카에 대한 이야기는 아래.

공연을 본 알리사가 트로이에게 해주는 이야기이다.


http://tveye.tistory.com/5178 프라하의 두 개 메모, 문을 여는 사람, 악령과 성모



마린스키에서 본 페트루슈카 무대에 대한 짧은 메모와 사진은 여기 :


http://tveye.tistory.com/3515

http://tveye.tistory.com/36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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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하일 포킨의 페트루슈카를 춘 바츨라프 니진스키.






최근에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가 발레 뤼스 디아길레프 갈라에서 페트루슈카의 모놀로그를 추었다. 마린스키에 오리지널 페트루슈카가 레퍼토리로 들어 있긴 하지만 이 사람은 그전까지는 페트루슈카를 춰본 적이 없었다. 인스타그램에 올려준 연습 영상을 보니 무척 보고팠는데 공연 영상은 올라오지 않았다. 무대 분장 사진을 보니 오리지널 페트루슈카를 그대로 따온 것 같긴 한데... 나에겐 실제 분장 사진보다 이 연습 사진이 더 인상깊었다.


페트루슈카는 남자 꼭두각시 인형이지만 최근 디아나 비슈뇨바가 젊은 안무가인 블라지미르 바르나바가 새로 안무한 작품에서 페트루슈카 역할을 추기도 했다.


리허설 중인 슈클랴로프 사진 몇 장 더.








글에 대한 이야기는 제게 큰 힘이 됩니다 :)
그리고 제 글은 여기서만 읽어주세요. 절대로 복사하거나 가져가시거나 인용/도용하지 말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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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오랜만에 본편을 약간 발췌해 본다. 요즘 지나와 말썽쟁이 낙서하며 노느라 정작 원래 글은 한줄도 안 썼고 다른 글도 거의 안 썼다. 노는 건 좋은데 이게 문제야. 노는 건 편하고 쉬우니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거든. 그래서 서무 시리즈도 그렇게 줄줄이 썼는데...

 

전에 트로이가 지나이다와 미샤의 아파트에 보드카를 마시러 간 이야기를 조금 발췌했던 적이 있다. 미샤의 공연을 보고 나오던 트로이와 마주친 지나가 그에게 아파트로 보드카 마시러 오라고 초대를 한다. 지나의 약혼자인 마르크 카라바노프는 트로이와 같은 학교의 영문학과 부교수라서 친분이 있다. 앞 에피소드에서 공연을 마친 미샤가 돌아오고 카라바노프는 어서빨리 같이 보드카 마시자고 성화를 부린다....

 

(그 이야기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5643 - 보드카를 따지 않는 건 죄악, 옷 빌려입기, 위선자)

 

 

아래 얘기는 그 에피소드에서 그대로 이어진다. 샤워를 하고 나온 미샤를 남겨두고 트로이는 거실로 나온다. 그리고 카라바노프가 염원하고 또 염원하던 보드카를 딴다. 미샤도 나온다. 지나이다는 학창시절에 대해 이야기한다. 간단히 얘기하자면 그런 이야기이다.

 

지나와 말썽쟁이 시리즈에서 놀고 있긴 하지만 이 둘의 학창시절 관계는 사실 이랬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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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톨리츠나야'는 보드카 상표 이름이다. 러시아에선 스탄다르트와 스톨리츠나야가 유명 보드카 브랜드임.

 

마이야 필리포브나는 미샤의 오랜 후원자인 노멘클라투라 귀부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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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사진은 사실 이 글과는 별 관계없지만... 최근 마린스키에서 라 바야데르의 솔로르를 춘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사진 한 장. 내가 좋아하는 씬이기도 하고 이 사람은 이 의상 입고 이 포즈 취할 때 참 멋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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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이가 부엌으로 나왔을 때 카라바노프는 한 손에 여전히 보드카 병을 쥔 채 지나이다와 키스를 하고 있었다. 한순간 그는 마르크 카라바노프가 되고 싶었다. 거리낌 없고 적극적이며 단순하고 모두와 쉽게 친해지고 어디를 가나 사랑받는 남자. 자신이 원하고 사랑하는 여자를 얻은 남자. 모두의 눈에 흡족하게 비쳐질 남자. 무난하고 성공적인 인생을 사는 남자. 정상적인 가정을 이루게 될 남자. 모든 것이 정상인 남자.

 

 

“ 아니, 미하일은 왜 안와? ”

 

“ 공연 때문에 피곤한 것 같던데. 그냥 자라고 했어. 어차피 걔한테는 그림의 떡이잖아. ”

 

“ 불쌍한 친구 같으니, 보드카와 캐비아를 놔두고 자러 갔다고? 이건 다 발레학교가 애들을 어릴 때부터 너무 잡았기 때문이야. 맞지, 지나샤? ”

 

“ 학교가 우릴 잡아댄 건 맞는데 바보는 그런 게 별로 안 통했어. 술만 못 마시는 거지 부릴 수 있는 말썽은 다 부렸으니까 전혀 불쌍하게 생각할 필요 없어. ”

 

 

카라바노프가 염원하던 스톨리츠나야의 마개를 땄을 때 미샤가 부엌으로 나왔다. 지나이다 옆에 앉더니 꽤 묵직해 보이는 종이 상자를 열어 빈 접시 위에 초콜릿 트러플과 조그만 커스터드 슈, 금박지로 포장된 캐러멜과 투명하게 꿀이 입혀진 아몬드 캔디를 주르르 쏟아놓았다.

 

 

“ 오, 이 끔찍한 것들은 뭐야, 어디서 가져온 거야! ”

 

 

지나이다가 비명을 질렀다. 정말 끔찍해서가 아니라 너무 좋아서 그런 것 같았다. 에메랄드빛 두 눈에 반짝거리는 광채가 일었다.

 

 

“ 어제 마이야 필리포브나가 주고 갔는데 깜박 잊고 있었어. ”

 

“ 그럼 진짜 브뤼셀에서 가져온 거겠네. 지극정성이다, 그 여자. 막상 바보는 이런 거 먹지도 않는데. ”

 

“ 마이야 필리포브나가 누군데요? ”

 

“ 있어요, 바보 추종자 중 하나. 쉰 살도 넘었을걸요. 무슨 인민 영웅 미망인인데 돈도 많고 엄청 잘난 척해요. ”

 

“ 그렇게 말하면 마이야가 상처받을 거야. 마흔다섯 살이라고 했는데. 그리고 이거 너한테 주라고 한 거야, 내가 안 먹는 건 알거든. ”

 

“ 독이 들었을지도 모르겠네. 그 아줌마가 전에 나한테 여우같은 년이라고 했는데. 바보한테 꼬리친다고. ”

 

“ 결혼 소식 듣고 아주 좋아했으니까 독 같은 건 안 들었을 거야. 정 의심되면 마르크와 트로이에게 하나씩 먼저 먹여. ”

 

“ 자기가 먹는다는 얘긴 끝까지 안하네. ”

 

 

달콤한 초콜릿과 캔디들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는 카라바노프가 더 이상 견딜 수 없다는 듯 손가락을 부딪쳐 소리를 내더니 직접 잔들을 끌어당겨 보드카를 따랐다. 지나이다의 잔에는 와인을 넘치도록 부어준 후 의기양양하게 외쳤다.

 

 

“ 미인을 위해! ”

 

 

다들 건배를 하고 술을 들이켰다. 지나이다는 한 모금 밖에 마시지 않았다. 모든 관심이 마이야의 초콜릿들에 쏠려 있었기 때문이다. 독 운운하더니 초콜릿 트러플을 두 개나 집어 조그만 입 안으로 쏙 집어넣었다. 이미 행복해진 카라바노프가 두 번째 잔을 따랐고 상투적인 구호대로 건강을 위해 건배했다.

 

 

미샤는 첫 잔은 단숨에 비웠지만 두 번째 잔은 기침을 하면서 몇 모금으로 나눠 마셨다. 첫 잔부터 눈물이 순식간에 차올라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것을 보니 카라바노프의 스톨리츠나야는 순도 높은 진짜 보드카가 분명했다. 카라바노프는 미샤가 잔을 다 비울 때까지 참을성 있게 기다려 주었다가 강의실에서 학생을 격려하듯 쾌활하게 말했다.

 

 

“ 이번 거 한 잔만 더 받아. 자기를 위한 건배는 받아야지. 미하일을 위해! 최단시간 내에 인민예술가가 되기를! ”

 

 

트로이는 미샤를 힐끗 쳐다보았다. 그 기원의 말이 어쩐지 귀에 익었기 때문이다. 이콘 후광 같은 머리와 채찍 같은 몸. 루뱐카에서 그자가 그렇게 말했다고 했지.

 

 

 

그는 당이 내게 거는 기대가 크다고 했어. 오전의 만남은 자기들과 나 양측에 모두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했지. 가능하면 볼쇼이에서 보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어. 가장 빠른 시간 내에 인민예술가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입에 발린 칭찬을 늘어놓았어.

 

 

 

다행히 미샤는 그 끔찍했던 말을 기억하는 것 같지 않았다. 그냥 웃었고 잔을 들어올렸다. 지나이다가 한 손을 그의 머리칼 사이로 집어넣어 부드럽게 헝클어뜨렸다.

 

 

“ 천천히 마시고 가서 자, 멍청이. ”

 

 

“ 이제 더 이상 신경써주지 않는구나, 멍청이로 바뀐 걸 보니. ”

 

 

“ 아직 문법이 제대로인 걸 보니 덜 취했네. ”

 

 

“ 취해도 제대로 말할 수 있어. ”

 

 

 

하지만 미샤는 세 번째 잔을 비우지 못했다. 절반 정도 마셨을 때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지나이다의 뺨에 키스를 하고 부엌을 나갔다. 심하게 비틀거리며 식탁과 벽에 부딪치는 것을 보니 이미 꽤 취한 것 같았다. 카라바노프가 재빨리 일어나 뒤따라갔다. 트로이는 희미한 질투심을 느꼈지만 지나이다와 카라바노프가 보는 앞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그 애의 팔을 끼고 침실로 데려갈 자신이 없었으므로 그게 낫다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들은 한 시간 정도 함께 술을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얘기하는 쪽은 주로 카라바노프였다. 지나이다는 미샤가 가져다 준 초콜릿과 캔디들 때문에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약혼자의 어깨에 기대어 가끔 대화를 거들었다. 카라바노프가 베라에 대한 화제를 꺼내자 지나이다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 그 루빈슈테인 병원 의사? 데이트해요? ”

 

“ 그냥 친구예요. 가끔 만나요. ”

 

“ 남녀 사이에 그냥 친구가 어디 있어. 그렇게 얘기하면 베로츠카가 분명히 섭섭해 할걸. ”

 

“ 인사도 안 했으면서 벌써 베로츠카라니. 정말 넉살이 좋네. ”

 

“ 친구가 만나는 여자라면 애칭으로 불러도 괜찮아. 미하일도 여자 친구를 좀 보여주면 좋을 텐데. 자넨 만나봤지? 궁금해 죽겠네, 어떤 여잔지. 지나랑 다른 타입이라고 했잖아. ”

 

 

트로이는 제멋대로 둘러댔던 말을 카라바노프가 기억하고 있다는데 놀랐고 더듬대며 대꾸했다.

 

 

“ 아... 나도 못 봤어. 미샤는 그런 얘긴 잘 안 해. ”

 

“ 음, 분명히 눈이 새파란 금발 미녀일 거야, 좀 얼음공주 같은 스타일의... 그래야 지나랑 다른 타입이 되지. ”

 

 

지나이다가 입술을 푸르르 떨면서 카라바노프의 입에 캐비아를 얹은 흑빵을 밀어 넣었다.

 

 

“ 왜 100킬로 쯤 나가는 갈색머리 연상녀라고는 생각 못해? 온 세상에 나랑 다른 타입들이 널렸는데. ”

 

“ 그 다른 타입이란 표현에도 숨겨진 조건들이 있는 거야. 적어도 당신만큼 예뻐야 한다든가. 미하일은 일단 자기가 너무 잘났어. 그러니까 여자도 엄청 까다롭게 고를 거야. ”

 

“ 그 바보는 고르지도 않아. 지금까지 사람 마음을 제대로 받아준 적도 없을 걸. 누굴 사귄다니 믿을 수 없어. 그런 걸 할 줄 알았으면 바보라고 불렀겠어? 그 멍청이. 사람이 다른 사람을 왜 질투하는지, 왜 울고 괴로워하는지 이해해본 적도 없을 거야. ”

 

“ 아니, 정말 자기 파트너를 너무 가혹하게 깎아내리는 거 아냐? 여태까지 내가 만난 젊은이들 중에 제일 괜찮은 친군데. 다 갖췄잖아, 잘나고 실력도 좋고 착하기까지 한데. 당신 말은 다 들어주고. ”

 

“ 그 중 하나라도 안 갖췄으면 훨씬 나았을 거야. ”

 

 

지나이다는 갑자기 입맛이 떨어진 듯 초콜릿 접시를 한쪽으로 밀어놓더니 트로이나 카라바노프에게 청하지도 않고 자신의 빈 와인 잔에 보드카를 약간 따라 한 입에 마셔버렸다.

 

 

“ 학교 다닐 때 여학생들 연애편지에 답장 안 해 줬다고 사람 마음을 제대로 받아준 적 없다고 판단하면 안 되지. 나도 학생 때 맘에 안 드는 여자애가 고백한 거 거절한 적이... ”

 

“ 니넬이 그런 얘기 안 해? 정신 나간 팬 하나가 학교로 찾아와서 바보 파트너를 가위로 찌르려고 했다는 얘기. ”

 

“ 기억나, 사귀는 줄 알고 그랬다고. 그 여자 이름이 뭐였더라. ”

 

“ 마루샤. ”

 

 

트로이가 니넬의 이야기를 기억해내며 끼어들었다. 지나이다는 트로이 쪽을 보면서 희미하게 웃었다.

 

 

“ 미친 여자애는 끌려 나갔고 마루샤는 살짝 긁히기만 했지만 그걸로 끝난 게 아니었어요. 마루샤는 학기 마치고 일반 학교로 전학 갔어요. 다들 그 사건 때문에 충격 받아서 춤을 그만둔 거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었죠. 이건 아무도 모르는 얘기예요. 양호실로 그 바보가 문병을 갔는데 마루샤가 고백을 했어요. 무대를 하나 차려도 될 정도로 열렬하게. 가위에 찔려 죽어도 좋다고, 정말 너와 사귀다 그런 거라면 상관없다고. ”

 

아니, 오글거리는 게 진짜 무대 위에서 하는 말 같네. 사춘기라서 그런가? ”

 

“ 그럼 학교에서 매일 배우고 춤추는 게 왕자랑 공주의 로맨스에 온갖 낭만적이고 비현실적인 레퍼토리들뿐인데 제정신인 애들이 얼마나 있었겠어? 여자애들만 그런 것도 아냐. 다들 꿈이랑 현실을 구분 못했어. 극장에도 아직 그런 사람들 많아. 근데 미샤는 안 그랬어. 꿈같은 로맨스 따윈 믿지도 않았고 다른 애들의 환상을 받아주지도 않았어. 그 자리에서 마루샤를 거절했는데 그 불쌍한 여자애가 너무 상심해서 걔가 보는 앞에서 창밖으로 뛰어내렸어. ”

 

“ 뛰어내려? 장난이 아닌데! 전학 갔다고 했으니 다행히 무사했나보네. ”

 

“ 겨우 2층이었는걸. 마루샤야 제정신이 아니었으니 일단 뛰어내린 거고. 하나도 안 다쳤어. 미샤가 걜 안고 다시 양호실로 데려왔는데 그때 마루샤가 완전히 맛이 갔지. 울면서 자기가 뛰어내릴 때 안 잡아줬다고, 분명히 옥상에서 뛰어내렸어도 가만 놔뒀을 거라고 소리를 질렀어. ”

 

“ 불쌍한 미하일, 난 그 친구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는데. 좋아하지도 않는 여자를 울고불고 한다고 받아줘야 하는 건 아니잖아. ”

 

 

“ 그래서 어떻게 됐어요? ”

 

 

트로이는 레나를 생각하고 있었다. 흑해에 함께 갔던 소녀, 작은 인어 같던 레나. 그 애도 소리를 지르며 울고 있었다. 지나이다는 한숨을 조그맣게 내쉬더니 약혼자 대신 트로이 쪽을 보면서 말을 이었다.

 

 

“ 미샤가 달래주려고 가까이 갔는데 그때 마루샤가 베개 밑에서 재봉 가위를 꺼내서 걜 찔렀어요. 진짜로 찔렀어요, 그 팬 계집애가 슬쩍 긁은 것과는 비교가 안 되게. 바보가 그때 조금만 늦게 피했으면 가슴에 박혔을 걸요. ”

 

 

카라바노프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트로이와 자신의 잔에 보드카를 철철 따르며 중얼거렸다.

 

 

“ 아니, 그렇게 끔찍한 얘기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 토슈즈를 신고 드레스를 나풀거리는 귀여운 여학생이 그렇게 무서운 짓을! 전혀 낭만적이지 않잖아! ”

 

“ 왜, 아주 낭만적이지. 역시 당신은 아직 발레를 잘 몰라. 지젤만 해도 버림받으니까 미쳐서 심장도 터져 죽고... 라 바야데르도 연적을 독사를 풀어 제거하는걸. 내 무대 제대로 안 봤지? ”

 

“ 그래서, 미하일은 무사했어? ”

 

“ 뭐 안 죽었으니까 무사했다고 해야 하나. 팔로 막았는데 꽤 많이 베었지. 내가 마루샤 떼어놓지 않았으면 완전히 난도질당했을 걸. 공포 영화가 따로 없었지. ”

 

“ 당신은 어떻게? ”

 

“ 그때 몸살이 나서 양호실에 누워 있었거든. 제일 안쪽 침대에 있어서 걔네가 날 못 봤었어. 있는 줄 알았어도 똑같았겠지만. 그래서 유일한 목격자가 된 거야. 미샤가 아무한테도 얘기 못하게 했거든. ”

 

“ 왜? 그런 무서운 일이 일어났는데도? ”

 

“ 몰라. 귀찮아서 그랬겠지. 위에 불려가는 걸 제일 싫어했으니까. ”

 

“ 마루샤가 퇴학당할까봐 그랬을지도 모르죠. ”

 

“ 글쎄요, 귀찮아서 그런 거였으면 차라리 더 나았을 것 같아요. 사람 마음을 받아주지도 않으면서 걱정해주는 건 더 나쁘니까. 걘 그걸 이해 못해요. 아마 지금도 모를 걸요. ”

 

 

트로이는 그녀가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이해했다. 아마 지나이다는 그가 이해했다는 것을 모를 것이다.

 

 

“ 그래서, 지나샤, 어떻게 됐어? 아가씨는 진정했어? ”

 

“ 절대 진정 안하지. 사춘기 여자앤데. 뭐 내가 재우긴 했어. 따귀 두어 대 갈긴 다음에 보드카를 우유컵에 가득 채워 먹였거든. 바보는 캐비닛에서 약이랑 붕대 꺼내서 자기 혼자 치료하고. ”

 

“ 그땐 둘이 같이 추기 전이었나요? ”

 

“ 그때까진 그랬죠. 며칠 후에 알렉산드르 파블로비치가 우릴 파트너로 엮었어요. ”

 

 

지나이다는 접시 위에 쌓여 있는 초콜릿과 캔디들을 바라보며 느릿느릿하게 말했다.

 

 

“ 난 걔랑 같이 추고 싶지 않았어요. 그런 일을 목격하고서 파트너가 되고 싶을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운 나쁘면 광팬한테 습격당할 거고 더 나쁘면 나도 마루샤처럼 그 바보한테 빠졌다가 돌아버릴까 봐 겁났어요. 아니, 당신 그런 생각하지 마. 같이 해보니까 저게 완전히 바보란 걸 알게 돼서 반할 일이 눈곱만큼도 없었으니까. ”

 

“ 아니, 뭐... 내가 무슨 그런 생각을 했다고. 설사 그랬다 해도 어릴 때야 다들 짝꿍에게 반하니까 난 이해해. ”

 

 

지나이다는 약혼자의 살짝 질투어린 시선을 무시했다. 그녀는 트로이를 향해 나직하게 속삭이듯 말했다.

 

 

“ 난 걔한테 그대로 얘기했어요. ‘너랑 같이 추기 싫어, 마루샤처럼 되고 싶지 않아.’ 라고. 그러니까 그 바보가 자기는 나와 같이 추고 싶다는 거예요. 전부터 그랬다나. 그래서 이유를 물었더니 이렇게 대답했어요. 지금도 그대로 기억나요. ‘여자애들 중에서 네가 가장 뛰어나. 무대를 어떻게 쓰는지 알지. 절대음감은 아니지만 음악도 잘 따라가고. 절대 겁먹지도 않잖아.’ 근데 난 그 말에 또 발끈해서 ‘절대음감이 아니라는 건 뭐야, 그럼 넌 그렇다는 거야?’ 라고 화를 냈어요. 그러니까 그 건방진 게 자기는 그렇다는 거예요! ”

 

 

카라바노프가 아는 척하면서 끼어들었다.

 

 

“ 그 절대음감이라는 게 진짜 존재하긴 해? 그냥 하는 말이 아니고? ”

 

“ 아, 바보가 거기 아주 가깝긴 해. 뭐든지 한번 들으면 그 자리에서 정확하게 연주할 수 있어. 악보도 그려줄 수 있고. 지금 이 잔 부딪치는 소리도 무슨 음인지 정확히 잡아줄 수 있을 걸. 근데 자기 입으로 그런 말을 하는 건 정말 재수 없잖아. 그래서 내가 그랬지, 너 갈수록 건방지고 재수 없어진다고. 우린 1학년 때부터 같이 수업 들어서 친하긴 했지만 파트너로 춰본 적은 없었거든. 걘 나보다 훨씬 빨리 알렉산드르 파블로비치 반으로 옮겼으니까. 어쨌든 걔는 이해가 안 된다는 얼굴로 묻더라고, ‘나랑 추는 게 싫은 이유가 건방지고 재수 없어서야? 그게 그렇게 중요해?’ 라고. 근데 그 말을 들으니까 갑자기 나도 그런 생각이 들었어. 그게 뭐가 그렇게 중요해? 그렇게 출 수 있는 애는 학교에 걔 하나 밖에 없는데. 선배들도 그렇게 추진 못했어. 극장에는 너 같은 게 널렸을 테니 지금에나 실컷 잘난 척하라고 해주긴 했지만 사실 그때도 알았어. 극장에 와도 그 바보처럼 추는 사람은 없으리란 거. 그래서 그냥 같이 추기 시작한 거야. ”

 

“ 전혀 로맨스는 없었던 거야? ”

 

“ 없었다니까. 저 바보가 춤이라도 잘 춰서 다행이지 안 그랬으면 지금까지 멀쩡하게 걸어 다니지도 못했을걸. 주변에 마루샤 같은 추종자들이 한둘이어야지. 바보는 지금도 마루샤가 왜 자기한테 그렇게 굴었는지 이해 못 할 거야. ”

 

 

지나이다가 의자에서 일어섰다. 몸이 결리는지 가느다란 팔과 다리를 길게 뻗으며 유연하게 스트레칭을 했다.

 

 

“ 이제 그만 마셔, 마르크. 벌써 한 시가 다 돼 가는데 저 가방들은 옮겨놔야지. 나 내일도 오전에 리허설 있어. ”

 

“ 그럼 얼른 자. 내가 지금 차로 옮길게. ”

 

“ 당신도 바보라고 불리고 싶어? 보드카를 그렇게 바닥내놓고 차를 몰 생각을 하다니! 운전은 내가 할 테니까 짐이나 옮겨. ”

 

 

여왕에게 복종하는 신하처럼 카라바노프가 절을 하면서 거실에 내놓았던 트렁크들을 가지러 갔다. 지나이다가 트로이에게 부드럽게 말했다.

 

 

“ 자고 가요, 많이 늦었는데. 마르크만큼 마셨잖아요. 버스도 이제 없고. ”

 

“ 괜찮아요, 걸어가도 30분 정도 밖에 안 걸려요. ”

 

“ 미샤 옆방에도 침대 있어요. 2층 침실도. 스타니슬라프 리보비치가 돌아간 후로 그 방 비어 있거든요. ”

 

 

그녀는 거실 쪽을 힐끗 보더니 목소리를 낮춰서 속삭였다.

 

 

“ 저 바보를 혼자 두고 나가고 싶지 않아서 그래요. 남아주면 좋겠어요. ”

 

 

트로이는 그녀의 녹색 눈과 단정하게 다물어진 입술을 물끄러미 응시했다. 그 단호하고 명쾌한 여왕 같은 모습 너머로 병원 복도에 엎드려 울부짖던 고통스러운 얼굴이 겹쳐져 보였다. 자기도 모르게 그는 조용히 물었다.

 

 

“ 전에도 그런 적 있었어요? ”

 

“ 뭐가요? 마루샤? ”

 

“ 아니, 유럽 호텔. ”

 

“ 바보가 얘기 안하는 걸 내가 얘기할 필요는 없죠. ”

 

“ 당신에겐 아무 얘기 안 해요? ”

 

“ 무슨 얘기? ”

 

“ 왜 그랬다든지... ”

 

“ 절대. 바보라고 했잖아요. 난 농담한 게 아니에요, 춤이라도 잘 춰서 다행이에요. 쟤한텐 그것 하나 밖에 없어요. 그런데도 자기 춤을 안 믿어요. 그냥 믿으면 되는데. 아무 것도 안 믿어요. 멍청이. 파리에 남았으면 좋았을 텐데. 런던에라도... ”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마지막 말을 내뱉고는 창백해지면서 입을 막았다.

 

 

“ 아, 잊어버려요. 취했나봐. ”

 

“ 미샤가 로쉬 얘길 했나보죠? ”

 

 

지나이다가 웃었다. 그 매끄럽고 완벽하며 아름다운 얼굴에 갑작스럽게 주름이 지면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 아뇨, 걔가 그런 말을 파트너에게 감히 어떻게 하겠어요. 우린 그런 말 절대 안 해요. 내가 디나에게 걔 방 열쇠를 줬어요. 난 디나가 걜 자기들 쪽으로 데려가길 바랐죠. 이제 지금 했던 말 다 잊어요. 편하게 자고 가세요, 내일 아침 열 시까지 바보가 안 일어나면 꼭 깨워주세요. 감독 면담에 가야 할 테니까. ”

 

 

그녀는 트로이의 어깨를 잡아당겨 고개를 낮추게 한 후 입을 맞췄다. 그리고는 약혼자와 함께 아파트를 나갔다.

 

 

 

..

 

 

 

마루샤에 대해 미샤와 지나의 후배 니넬이 늘어놓은 이야기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5842

 

 

파리의 프리마 발레리나 디나 로쉬와 미샤의 이야기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5040

 

 

마루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트로이가 떠올린 레나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5389

 

 

..

 

 

 

글에 대한 이야기는 제게 큰 힘이 됩니다 :)

그리고 제 글은 여기서만 읽어주세요. 절대로 복사하거나 가져가시거나 인용/도용하지 말아주세요.

 


 

:
Posted by liontamer

 

 

 

최근 다큐 필름 댄서 (the dancer)와 take me to church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꽤 유명해져서 그런지 내 블로그에도 세르게이 폴루닌으로 검색해서 들어오시는 분들이 자주 있다.

 

그런데 좀 미안하게도 사실 내 dance 폴더는 거의가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화보들로 채워져 있는데다 폴루닌 사진은 몇장 없고, 그나마도 올릴 때마다 '멋있긴 한데 뭔가 화보용이나 연예인 같고 poser에 무용수 자체로서는 그렇게까진 내 취향 아님'이란 말을 써놔서 ㅠㅠ (사실 내가 폴루닌 사진들이나 영상을 이따금 모은 것은 이 사람의 외모가 어딘가 내가 옛날에 좋아했던 파루흐 루지마토프를 연상시켜서...)

 

하여튼 그래서 속죄(ㅎㅎ)하는 마음으로 세르게이 폴루닌의 최근 멋진 화보 몇 장. 러시아 페테르부르크 잡지인 사바까.루(sobaka.ru에서 인터뷰와 함께 찍은 패션화보이다.

 

 

 

 

광대뼈에 써놓은 글자는 러시아어로 '평화'와 '세계'를 동시에 의미하는 '미르'

 

 

 

 

 

 

 

 

하지만 결국 여기는 슈클랴로프 사랑으로 가득찬 곳이므로 기승전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

 

백스테이지, 무대 등에서 찍힌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몇 장. 

 

 

 

 

이건 아내인 마리야 쉬린키나와 함께 해적 2인무 갈라 추는 중

 

 

 

 

멋있는 알리 :)

 

하지만 아무리 봐도 무대 위의 이 사람은 알리보다는 솔로르가 더 잘 어울린다. 알리도 어울리긴 한다만 알리는 연기할 게 별로 없어서 그런지 솔로르가 훨씬 몸에 잘 맞는 느낌이다.

 

 

 

 

청동기사상. 사진은 alex gouliev

 

이 무대 정말 좋았다. 작년 여름에 이 사람이 추는 이 무대 보고 눈물 쏟음 ㅠㅠ

 

 

 

 

청동기사상 한컷 더. 사진은 역시 alex gouliev

 

 

 

기승전 슈클랴로프로 끝내려 했으나 좀 찔려서... 마지막은 아르춈 옵차렌코 사진 한장. 볼쇼이 극장.

 

 

:
Posted by liontamer
2017. 4. 13. 22:41

간만에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화보 몇장 dance2017. 4. 13. 22:41




격무에 지쳐 주말만 기다리는 중. 간만에 슈클랴로프 화보들 몇장. 대부분 스파르타쿠스 화보들. 출처는 대부분 이 사람과 팬들의 인스타그램/ 바이에른 발레단 측 사진들. 사진사는 거의 alex gouliae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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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최근 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예전에 폴루닌 버전 필름만 봤는데 이 사람이 추는거 너무 보고프다.






존 크랑코 안무 로미오와 줄리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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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스파르타쿠스





이것도 스파르타쿠스






이건 유리 스메칼로프 안무의 parting. 아내인 쉬린키나랑 최근에 다시 춤





이 사람 셀피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드레스 리허설 때.

아무리 봐도 너무 잘생긴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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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