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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0. 15. 23:02

가을의 북방도시 산책 2017-19 petersburg2018. 10. 15. 23:02






지난 9월. 페테르부르크 산책하며 폰으로 찍은 사진 몇장. 위의 사진은 스파스 나 크로비 사원 맞은편의 미하일로프스키 공원 울타리. 살짝 빛바랜 듯 나와서 어쩐지 옛날 레닌그라드풍 느낌이 들어 맘에 드는 사진이다.







카잔 성당 열주 사이로 바라본 돔 끄니기 건물과 하늘 :)







이렇게 쨍한 날도 있었고,








이렇게 꾸무룩한 날도 있었다. 그래도 올해 뻬쩨르 여행에선 날씨 운이 대체로 좋았다.







운하를 따라 걷는 건 언제나 행복하고...








좁고 한적한 루빈슈테인 거리는 언제나 근사하고 뻬쩨르풍으로 모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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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6. 18. 00:05

2년 전 오늘, 사진 두 장 2016 petersburg2018. 6. 18. 00:05





사진 올리는 사이에 자정이 넘어버려서 날짜가 바뀌었지만 시차를 생각하면 역시 딱 2년 전이 맞긴 하다. 2016년 6월 17일. 백야의 페테르부르크 거리를 걸어가며 찍은 사진 두 장. 위는 내 숙소 근처였던 루빈슈테인 거리 골목. 아래는 네프스키 대로. 이날 알렉산드린스키 극장에서 에이프만 발레단의 안나 카레니나를 보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나는 다음날 다른 동네에 있는 숙소로 옮겨가게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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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페테르부르크. 루빈슈테인 거리.

맛있는 음식점과 카페, 바들이 모여 있는 곳이고 예술가들과 청년들이 많이 모이는 동네이다.

이 거리는 언제나 살짝 산만하고 시끌시끌하고 젊은이들로 가득차 있고 또 다채롭다. 해골소년 고릭도 이 거리의 어느 카페에서 마주쳤다(ㅋㅋ) 이 거리에는 유명한 레프 도진의 말르이 드라마 극장도 있다. 그리고 세르게이 도블라토프가 망명 전까지 살았던 공동아파트도 있다.

 

저녁 무렵 거리 산책하다 찍은 사진 한장. 거리와 사람들의 색채가 맘에 들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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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0. 12. 22:46

해골소년 고릭을 만났던 그 카페 2016 petersburg2016. 10. 12. 22:46

 

페테르부르크 루빈슈테인 거리에는 근사한 카페와 레스토랑들이 많다. 젊은이들과 예술가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지난번 갔을때 첫번째 숙소가 이 거리 근처여서 종종 갔었다.

 

전에 어느 카페에서 밥먹다가 음식 주문을 잘한다는 어이없는 이유로(ㅋㅋ) 말을 걸어왔던 해골옷 펑크 청년이 있었다는 얘길 쓴 적이 있다. 이 카페가 그 해골청년 고릭을 만났던 곳이다.

 

그야말로 북카페로 온갖 책들이 잔뜩 널려 있고 역시나 '힙'한 유행대로 불상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아아, 나는 유럽이나 러시아 카페, 식당에서 불상 보면 좀 웃긴데ㅜㅜ)

 

 

 

 

 

 

 

 

이렇게 조명이 어두웠기에... 해골소년 고릭은 나를 자기 또래로 착각하고 헌팅을 시도하엿던 것이다 ㅋㅋ

 

아래는 폰으로 찍은 사진 두장.

 

 

* 해골소년 고릭과의 짧은 만남 얘긴 여기 : http://tveye.tistory.com/4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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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8. 29. 23:15

순간 설렜는데 2016 petersburg2016. 8. 29. 23:15

 

 

페테르부르크. 6월. 루빈슈테인 거리 산책하다가..

 

왼편 환기구 주목. 첨엔 붉은 입술 장식인줄 알고 와~ 했는데 가까이 가서 보니 그냥 귀퉁이가 찢어진 채 접혀 있는 빨간색 전단지였다.

 

때로는 그냥 멀리서 스쳐지나가야 더 아름다운 것들이 있다니까...

 

그래도 사진으로 보니 또 입술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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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7. 23. 21:44

산책하다 찍은 사진 네 장 2016 petersburg2016. 7. 23. 21:44

 

블라지미르스키 대로의 어느 가게 진열장.

빨간 부츠라서 찍어놓음.

 

 

역시 블라지미르스키 대로에서 발견한 낙서.

신발에 낙하산이 달렸다!

 

 

이건 마린스키 근처. 아마도 데카브리스트 쪽이거나 림스키 코르사코프 거리 쪽이었던 듯.

이거랑 비슷한 낙서 해놓은 게 주변에 하나 더 있었다. 그건 나중에 추가로 올려보겠다.

 

 

이건 루빈슈테인 거리.

자주색과 검정색, 흰색 간판이 맘에 들어서 찍어봄. 키노 하우스라고 씌어 있다. 입술 아래에는 안티키노극장 이라고도 씌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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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페테르부르크에 갔을때 처음 열흘은 블라지미르스키 대로에 있는 호텔에 머물렀다. 뒷길로 가면 바와 카페가 즐비한 루빈슈테인 거리가 있다(예술가들, 젊은이들이 많이 찾고 마린스키나 미하일로프스키 무용수들도 사적으로 잘 놀러오는 곳이다) 열흘 동안 저쪽에 머물면서 나도 가끔 이 거리 가서 밥도 먹고 차도 마시고 좀 쏘다니기도 했었다.

 

간지 얼마 안됐을 때 발견한 간판... 음.. 저 '가라오케'란 단어만 아니었어도 사실 무지 들어가보고 싶은 곳이었는데...

 

 

 

왜냐하면 반지하 출입구에 이렇게 해골이 떡하니 그려져 있었거든요... 해골옷 입은 나는 당연히 들어가보고 싶었지요...

 

근데 여기 들어가면 어쩐지 그 불상 있는 카페에서 만났던 해골청년 만화가 고릭과 다시 마주쳤을지도..

(해골청년 고릭 얘긴 여기 : http://tveye.tistory.com/4816)

 

하여튼 이때 몸이 안 좋아서 반지하의 탁한 공기를 견딜 수 있을 것 같지 않았고 또 '가라오케'란 단어 때문에 안 가봤다. 근데 돌아오고 보니 좀 후회되네..

 

 

 

 

혼자 들어가긴 좀 뭐해서... 사실 료샤가 왔을 때 저길 가리키면서 '친구야 나랑 저기 가서 한잔만 마셔보면 안될까?' 라고 꼬드겨보았지만 료샤는 '해골 싫어!' 하며 단칼에 거절해 내 마음을 아프게 했다 흐흑.. 해골 멋있잖아 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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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지난 6월.

 

이날은 네프스키 중간쯤에 있는 알렉산드린스키 극장에서 보리스 에이프만의 '안나 카레니나'를 보고 나왔다. 알렉산드린스키 공원을 통과해 네프스키 대로로 나왔고 판탄카 운하를 건너 쭉 걸어간 후 오른쪽의 블라지미르스키 대로로 꺾어 숙소로 걸어갔다. 밤 11시 즈음이었던 것 같다.

 

천천히 걸어가며 폰으로 찍은 사진 몇 장. 해는 이미 진 후라서 어스름이 깔리고 있었다. (백야라서 2시쯤이면 다시 밝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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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이번에 페테르부르크에는 3주 동안 머물렀는데 첫 열흘 동안은 블라지미르스키 대로에 있는 호텔에 묵었다. 길 뒤로 빠져나가 조금만 걸으면 루빈슈테인 거리가 나와서 한동안 그 거리에서 밥먹고 차마시고 지냈다. 사실 그 열흘 동안은 아직 아프기도 하고 여러가지로 힘든 때라 바깥에 나가는 거 절반, 방안에 누워 있는 거 절반이었던 것 같다...

 

저녁 7시 무렵. 루빈슈테인 거리 사진 세장. 매우 환했다. 11시 즈음 해가 지니까... 하지만 눈부신 빛 대신 부드러운 빛에 잠긴 사진 세 장만 올려본다.

 

 

 

 

저 원피스 맘에 들어서 지나다닐때마다 열심히 구경했음. 근데 노란색 옷은 입어본 적이 없어서 자신이 없다... (사실 가격표도 안봤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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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7. 2. 22:58

하늘의 세 가지 푸른 빛 2016 petersburg2016. 7. 2. 22:58

 

 

써놓고 나니 뭔가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가 생각나는 제목이네...

 

루빈슈테인 거리에서 찍은 하늘.

 

 

 

여기도 루빈슈테인 거리. 그러나 좀 다른 건물, 다른 시간대.

 

 

이건 밤중. 11시 넘어 해 진 후. 이삭성당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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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어제 수면부족으로 일찍 누웠으나 역시 3~4시간만에 깨어났다. 그리고는 새벽 3시부터 두어시간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이다 약을 먹고 다시 잠들어 늦게 일어났다.

 

내일 숙소를 옮겨야 하므로 가방을 좀 꾸렸다. 내일 옮기는 숙소는 하루만 묵고 또 모레 옮긴다. 그리고는 며칠 후 다시 내일 가는 숙소로 옮긴다. 중간에 일정을 추가해서 그렇게 됐다. 참 피곤하긴 하다 ㅠㅠ 가방을 몇번 풀어야 하는겨..

 

너무 졸리고 피곤했는데 오늘 그날이 시작되었다. 어쩐지... 너무 졸리더라니. 내일 호텔 옮기려면 힘들겠다. 택시 불러달라 해야겠다.

 

 

샐러드와 체리로 아주 간단한 아점을 먹었다. 어제 먹은 것도 느끼했고 근 열흘간 제대로 된 '밥'을 못먹었다. 계란볶음밥과 리조또를 좀 먹긴 했지만 그건 흰밥이 아니니까 무효.

 

마침내 느끼함을 견딜 수 없어 오늘은 루빈슈테인 거리에 있는 중국 레스토랑에 밥 먹으러 갔다. 근데 내겐 그냥 아무 중국집이나 뭔가 마파두부나 매운게 있으면 되는 거였는데 이 거리는 워낙 요즘 뜨는 거리이다 보니 중국집마저도 고급화되어 가격도 비싸고 마파두부도 엄청 조금 나와서 빈정상했다. 나 원래 많이 안먹는데 -_- 내가 보기에 적으면 그거 진짜 적은 거라고요!! 그나마 베지테리안 메뉴라 돼지고기가 들어 있지 않았다. 맛은 간장 맛이 강해서 많이 달았고 전혀 맵지 않았다. 하여튼 오랜만에 그냥 흰밥을 먹으니 살것 같았다. 비록 긴쌀이지만 그래도 밥이 어디야..

 

 

 

 

하여튼.. 본시 중국집이란 세계 어딜 가도 비슷비슷하고 또 싼 가격에 많이 먹을 수 있는게 장점이고 한국 식당대신 뭔가 매운거 먹고플때 갈수 있는 곳이거늘... 아무리 루빈슈테인 거리라 해도 그렇지... 비싸고 양 적어!!! 될말이냐 ㅠㅠ

 

그래도 흰밥이랑 두부 먹고 좀 나아짐. 생각해보니 러시아로 떠나오기 전에도 근 일주일 가까이 제대로 못 먹었다. 일하고 울고 괴로워하고...

 

 

여기 와서 며칠 만에 살이 많이 빠졌다. 아마 그때 힘들었던 게 누적되어 그런 것 같다. 떠나오기 며칠 전 홍대에서 샀던 자잘한 무늬의 흰 블라우스를 오늘 꺼냈다. 극장 갈때 입으려고 챙겨온 건데 그사이 살이 빠져서 어깨가 다 드러났다. 좀 파진 옷이긴 했지만 이렇진 않았는데. 결국 그 옷 대신 다른 옷 입었다. 회사 있을땐 계속 일하고 지방과 서울을 오가도 운동을 못해서 그런지 아무리 힘들어도 살이 안 빠졌는데 여기 오니 살이 쭉쭉 빠지네.. 예쁘게 빠지는 게 아니라서 별로 좋진 않다. 료샤와 레냐가 날 보고는 작년보다 살빠졌다고 슬퍼했고 레냐는 나에게 메도빅과 고기를 많이 먹여줘야 한다고 했음. (그래봤자 토끼긴 하지만)

 

..

 

덥고 습한 날이었다. 밤에 비가 온다고 했다. 오늘은 알렉산드린스키 극장에서 보리스 에이프만의 안나 카레니나를 보기로 한 날이었다. 시간이 좀 남아서 차 한잔 마시고 가기로 했다. 알렉산드린스키 극장 뒤에는 극장 박물관이 있는데 전에 박물관 갔다가 들르지 못했던 디아길레프 카페에 갔다. 카페 이름이 디아길레프, 그리고 안에는 박스트의 발레 일러스트 액자들이 걸려 있어 꼭 가보고 싶은 곳이었다.

 

근데 카페가 작고 에어컨을 틀지 않아서 엄청 더웠다. 긴 소매 블라우스 입고 갔다가 쪄죽는 줄 알았다. 하여튼 차 한잔과 메도빅(여기 와서 오늘 첨 먹음) 한개 시켜놓고 앉아서 몇달 전 샀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를 읽었다. 여행을 위해 안 읽고 아껴뒀던 책이다.

 

 

 

(오른편 창가에 디아길레프 초상화가 보인다)

 

여기 메도빅은 너무 달고 끈적해서 내 입맛엔 안 맞았다. 그래도 푹신한 소파에 기대어 한국어로 번역된 책을 읽고 있자니 좋긴 했다.

 

..

 

 

내가 소설가로서의 하루키는 좋아하지 않고 수필가로서의 하루키만 좋아한다고 수차례 말한 적이 있다. 그러나 작가로서 하루키가 자신을 어떻게 정의하는지, 그리고 소설쓰기에 대해 어떻게 접근하는지 읽는 것은 역시 흥미로웠다.

 

 

'인간이 소설을 쓰려고 하는 곳은 모두 다 밀실이고 이동식 서재입니다' 라는 저 문장은 나와 매우 공명하는 부분이 있었다.

 

그리고는 더워서 조금 일찍 나와 알렉산드린스키 공원 벤치에 앉아 바람을 맞으며 책을 좀더 읽었다.

 

 

문득 얼마만에 바깥 바람을 맞으며 하늘 아래에서 책을 읽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오랜만이었다. 행복하다기보다는 살짝 우울했다. 어쩌면 행복해서 우울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

 

8시 공연이었다. 에이프만 발레를 무대에서 보는게 너무 오랜만이었다. 에이프만은 내게는 아주 특별한 예술가이고 내게 지금 쓰는 글과 미샤라는 주인공에 대한 영감을 준 사람이다.

 

에이프만의 안나 카레니나는 전에 본적이 없었다. 라트만스키 버전으로 마린스키에서만 봤다. 사실 그 작품도 큰 감흥은 없었는데 그것은 아마 내가 톨스토이와 그의 원작을 그리 좋아하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내겐 언제나 도스토예프스키가 더 맞았다.

 

에이프만의 안나 카레니나도 실은 마찬가지여서 난 까라마조프가 더 맘에 들었다. 에이프만은 과감하게 모든 등장인물들을 쳐내고 카레닌과 안나, 브론스키 3인에게만 집중하고 특히 안나에게 온전히 스포트라이트를 비췄는데 필요한 부분이기도 했지만 그만큼 플롯은 단선화되었다. 솔직히 말해 피곤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1막은 큰 감흥이 없었고 에이프만 특유의 안무(팔과 다리 동작, 리프팅 등)가 반복되는게 약간 매너리즘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브론스키보다 카레닌의 춤이 더 멋지고 매력적으로 느껴지다니... 브론스키 실패한 거야? 아니면 카레닌 역의 올레그 마르코프가 워낙 더 매력적이어서였을지도 모르지. 올레그 가브이셰프의 브론스키는 평면적으로 느껴졌고 좀 너무 순정파처럼 보였다. 아마 에이프만이 안나에게 집중하느라 브론스키를 평면적으로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만... 브론스키가 너무 후줄후줄해서 카레닌이 더 멋있었음 ㅠㅠ

 

안나 역의 마리야 아바쇼바는 훌륭했다. 예전의 베라 아르부조바를 좀 연상시켰다.

 

2막 중간까지도 큰 감흥이 없었고 오히려 나는 회사와 그곳에서 있었던 일, 앞으로 내가 나아가야 할 길 등에 대해 상념에 빠지기까지 해서 좀 우울해지고 있었다. 그러나 역시 에이프만답게 후반부의 박력은 굉장했고 안나가 최후를 앞두고 육체와 정념이 들끓는 마음속 지옥에서 허우적거리고 마침내 무용수들과 소음으로 이루어진 기차로 뛰어드는 결말까지 약 15분 정도는 숨을 쉴수 없을만큼 몰입해서 봤다. 아마 그 후반부는 내 취향에 맞는 드라마틱함과 처절함으로 충만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결국 좀 감동해서 나왔다.

 

 

2층 벨에타쥐 두번째 열에 앉았다. 극장이 작아서 잘 보이긴 했는데 하여튼 조명 때문에 커튼콜 사진은 거의 못 건짐. 다 번졌다. 오늘 무거워서 좀 작은 렌즈를 가져가긴 했었다.

 

리뷰를 따로 써보고픈데 과연 언제 쓸지..

 

..

 

 

끝나고 네프스키를 따라 판탄카 운하와 아니치코프 다리를 건너 숙소까지 걸어왔다. 두세 정거장 거리라서.

걸어오면서 폰으로 찍은 사진 몇 장. 폰인데다 해가 진 후라 좀 어둡게 나왔다.

 

 

..

 

좋은 공연을 보았고 오랜만에 책도 읽었는데 좀 마음도 가라앉고 우울하다. 아마 자신의 미래가 불확실하기 때문인가보다.

 

이제 자고 내일 숙소 옮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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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3일 날씨 좋더니만 역시 전형적인 페테르부르크 날씨가 돌아왔다. 후덥지근해지더니 뇌우가 치고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다... 우산도 소용이 없어 흠뻑 젖었다.

 

어제 청동기사상 공연 끝난 후 료샤네 집에 가서 새벽까지 얘기하느라 늦게 자고, 아침에 걔 출근할때 따라 나와 방으로 돌아오느라 잠 설침. 아니 이놈은 맨날 비서한테 일시켜먹는 놈이 왜 오늘은 이렇게 아침 9시까지 나간다고 난리인가... 왜 갑자기 열심히 일하는 척하느냐고 물어봤더니 '야! 나도 일해! 나 출장 갔다왔잖아!' 하고 툴툴댄다. 쳇 그래봤자 프롤레타리아도 아닌 놈이.

 

하여튼 4~5시간밖에 못 잤고 방에 돌아와서도 좀 자보려 했으나 처리할 일들이 몇가지 있어 그거 하느라 결국 더 못 잤다. 머리도 아프고 주기가 시작되기 직전이라 몸이 괴롭다.

 

페테르부르크에 머무는 날을 조금 더 연장했다. 비행기와 숙소 변경하느라 오전에 좀 정신이 없었다. 6월말에 돌아갈 것 같다. 이로써 나의 유리지갑은 이제 먼지로 화했다만... 아마도 나는 돌아가는 시점을 할수 있는 한 미루고 싶은 것 같다.

 

..

 

1시쯤 배가 고파서 기어나갔다. 뒷길의 루빈슈테인 거리에 갔고 며칠 전 찍어두었던 북카페 같은 곳에 갔다. 카페 겸 레스토랑으로 책들이 매우 많았고 여기저기 불상이 앉아 있는것이 내겐 좀 우스웠지만 여기 사람들에겐 이른바 '힙'한 스타일인가보다.

 

 

 

(카메라 렌즈 덕에 사진은 좀 밝게 나왔지만실제로는 꽤 어두컴컴한 곳이다)

 

버섯수프와 잘 모르는 이름의 생선요리를 시켰다. 설명을 들어보니 흰 생선이고 살이 부드럽다 해서. 둘다 맛있긴 했는데 문제는 이것들이 둘다 크림소스라... 나중엔 엄청 느끼했다. 아아, 김치찌개 먹고싶다 엉엉..

 

 

어두컴컴한 테이블에 앉아 혼자 밥을 먹으며 책장에서 오래된 러시아 문학책을 꺼내 뒤적였다. 글쓰러 오기 좋은 카페이긴 한데 너무 늦게 알았다. 모레 나는 숙소를 옮기니까. 그리고 뭔가 장소는 좋은데 어딘가 약간 편하지 않은 점이 있다. 불상 때문인가?? 두셰브나야 꾸흐냐와 좀 비슷한 분위기이지만 여기가 더 어두워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나는 웬만큼의 빛이 들어오는 곳을 더 좋아하는 편이라.

 

그건 그렇고 밥먹은 후 산딸기에이드를 마시고 있는데 반삭발에 귀걸이, 해골 반소매 티셔츠 차림의 척 봐도 범상치 않은 청년이 갑자기 내 곁에 와서 앉아도 되느냐 물었음. 아마도 내가 징 박힌 후드 재킷과 해골 티셔츠를 입고 있어서 동류의식을 느꼈나... 그는 자기 소개를 했는데 이름이 '고릭'이었다. 게오르기 아니면 그리고리의 애칭인갑다. (추가 : 생각해보니 이고리의 애칭인가보다)

 

고릭 : 나 아까부터 너를 주의깊게 관찰하고 있었어.

나 : (뭐냐 이 무례함!) 왜?

고릭 : 외국인인데 되게 편안하게 주문을 해서. 생선 종류도 물어보고 뭔가 당황하지 않는게 인상적이어서.

나 : (내가? 난 세상에서 주문하는 게 젤 무서운데!) 어, 그래...

고릭 : 노어 잘하네. 관광객? 학생?

나 : (어머나 학생이라니~ 오오...) 아, 난 잠시 여행왔어.

고릭 : 아 그렇구나. 나 만화 그려.

나 : 어, 그래? 그렇구나...

고릭 : (자랑스럽게 뭔가를 뒤적뒤적하더니 스케치북에 펜으로 그려놓은 만화를 보여줌) 내가 그린 거야.

나 : (어두워서 안보여.. 글씨가 너무 빽빽해 ㅜㅜ) 아, 대단하구나!

고릭 : 그렇지? 나 이 근처에 화실 있는데 구경갈래? 너 만화 그리는 거 못봤지?

나 : 어, 저기... (이거 뭐지?)

고릭 : 화실에 좋은 와인도 있고 샴페인도 있다. 맥주 좋아하면 맥주도...

나 : (이노미...) 아, 그래. 고마운데 나는 약속이 있거든.

고릭 : (휘파람 + 푸르르) 남자?

나 : 어, 으응... (남자 맞긴 하지.. 남자들. 료샤와 레냐. 둘중 하나는 나의 '8세' 약혼자 ㅠㅠ)

고릭 : 에이 어쩐지. 편안하게 주문을 하더라니.

나 : (? 남자랑 약속 있는 것과 외국인이 노어로 편하게 주문하는 것 사이에는 대체 무슨 연관이 있는가??) 만화 보여줘서 고마워.

고릭 : 그래, 나중에 약속 없을때 여기 와. 나 자주 오니까 언제 화실 보여줄게.

나 : 으, 으응...

 

그리하여 펑크 청년 고릭은 나타났을때와 마찬가지로 뜬금없이 자리를 떴다.

 

흠.. 뭔가 황당하지만 그래도 조금살짝 헌팅당한 느낌이니 조금 뿌듯해하기로 함. 역시 조명이 어두운 데로 가야 한다는 것을 깨달음! (나이를 숨김 ㅋ)

 

..

 

아까 료샤에게 전화왔길래 그 얘기 해줬더니 료샤가 짜증을 냈다.

 

료샤 : 야! 아무나 말 건다고 덥석덥석 대꾸하지 마! 그런 놈 위험해!

나 : 위험하기보단 어벙해보이고 엄청 속이 들여다보였어. 대놓고 화실 가서 술마시자 했어.

료샤 : 반삭에 펑크에 해골!! 개날라리! 거기 질나쁜 어린애들 많어!

나 : 나 해골 티 입고 나왔는데 ㅠㅠ

료샤 : 어이구, 못살아... 너 왜케 해골 좋아해. 저녁에 레냐 봐야 하니까 해골 티 입지 마! 레냐가 어제 나한테 해골 티 사달랬어! 다 너때문이야!

나 : (아아, 내가 어린이에게 악영향을??) 아, 알았어.

 

 

..

 

그런데 결국 오늘 저녁 료샤와 레냐와의 약속은 취소되었다. 뇌우가 너무 치고 비가 많이 오자 레냐네 엄마가 레냐를 외출금지시켰다. 레냐가 감기 걸렸다 나은지 얼마 안돼서 그럴만도 하다. 그래서 나도 료샤에게 너도 출장 다녀와 피곤할테니 오늘은 쉬고 내일 보자고 했다.

 

그래서 나는 계속 해골 티를 입고(ㅋㅋ) 억수같이 쏟아지는 빗속에서 서점에 한군데 다녀왔지만 빈손으로 돌아왔고 숙소 옆 그 쇼핑센터에 붙어 있는 카페에서 차를 한잔 마신 후 수퍼마켓에서 자질구레한 것을 사서 방으로 돌아왔다. 이 쇼핑센터에서 호텔은 20초만 뛰면 되는데 우산 안가지고 나왔다가 진짜 흠씬 젖었다. 양동이로 들이붓는 듯 비가 왔기 때문이다 ㅠㅠ

 

..

 

 

 

돌아와서는 너무 피곤하고 졸려서 한시간 쯤 그대로 덮개도 안 벗긴 침대 위에 쓰러져 누워 있었다. 자고 싶었지만 밤잠 설칠까봐 꾹 참았다.

 

원래 오늘은 글도 쓰고 공연 리뷰들도 정리하려 했는데 마냥 피곤하다. 이러다 곧 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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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유일한 즐거움은 나보다 엄청 어린 남자애에게 조금살짝 헌팅을 당했다는 것 뿐이구나. (고릭 그 녀석이 스스로 나이도 밝힘. 22살이라 함 ㅋㅋ 내가 어둠 속에 앉아 있었기 망정... 해골청년 고릭은 내가 같이 화실 가자고 밖으로 나왔으면 '앜 속았어~' 하고 도망갔을지도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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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예전 러시아 사진들 뒤적이다 발견한 2013년 페테르부르크 사진들.

 

이건 당시 면세점에서 샀던 조그만 소니 똑딱이로 찍은 것인데 카메라가 너무 작기도 하고 소니의 색감은 나와 영 맞지 않아서 이때 좀 찍은 후 안 가지고 다녔다. 이따금 바보사업 행사를 할때 자료사진 촬영용으로 대충 찍으려고 썼을 뿐이다. 그래서 2013년에 페테르부르크 갔을때도 이걸로 찍은 사진들은 따로 폴더를 만들어 처박아놓고 잊고 있었다.

 

다시 봐도 화질도 색감도 맘에 안 들지만.. 하여튼 잊고 있었던 사진들이라 반가워서 올려본다. 너무 맘에 안 드는 사진 몇 장은 살짝 필터를 넣어 보정을 조금 했다. 이때 이 카메라로 찍은 사진들은 사이즈 설정을 실수해서 이렇게 기다란 비율로 찍혔다. 지나고 보니 좀 색다르긴 하다.

 

이건 2013년 9월에 페테르부르크에 갔을 때이다. 2012년과 2013년에 갔을 때에는 한창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던 무렵이라서 페테르부르크 골목 여기저기를 다니면서 이 글의 주인공 미샤와 그의 친구들이 주로 다니던 곳들이나 글의 중요한 배경이 되는 곳들을 산책하고 사진도 많이 찍었다. 이 골목도 그런 목적으로 다시 갔었다. 바로 루빈슈테인 거리이다.

 

루빈슈테인 거리는 네프스키 대로에서 뻗어나온 조그만 골목 같은 거리이다. 위치는 모스크바 기차역과 판탄카 사이, 블라지미르스카야 거리와 자고로드느이 대로 근방에 있다. 조그맣고 좁은 골목이지만 이곳은 요즘 페테르부르크의 소위 '힙'한 카페와 음식점들이 많이 몰려 있는 곳이다.

 

물론 내가 쓴 글에서 이 루빈슈테인 거리는 음식점 거리가 아니라 다른 배경으로 나온다. 루빈슈테인 거리는 미샤의 본편 우주 중 트로이가 나오는 장편에 종종 등장하는 곳인데, 이곳에 미샤의 오랜 연인인 의사 유리 아스케로프가 근무하는 시립병원이 있는 것으로 설정했다. (유리 아스케로프는 서무 시리즈에서도 왕재수의 편지를 전해주러 온 베르닌에게 자신의 목걸이를 건네주는 것으로 특별 출연했었다) 실제의 루빈슈테인 거리에는 병원도 없고 상당히 조그만 골목이므로 이것은 어디까지나 소설적 허구이다.

 

어쨌든 그 본편에서 이 거리는 일종의 상징성을 띠는 곳이었다. 심리적 화자인 트로이는 일련의 질투심과 복잡한 감정 때문에 아스케로프를 종종 '루빈슈테인 거리의 의사'라고 칭한다. 소설의 몇몇 이야기도 그 병원에서 전개되기도 하고... 이전에 about writing 폴더에 발췌했던 미샤의 키로프 첫 시즌에 대한 이야기에서 그가 폐렴에 걸려 입원했다가 아스케로프로부터 정체불명의 약물을 투약받고 돈키호테를 추러 나갔던 곳도 바로 이 거리의 병원에서였다. 

(그 이야기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3594)

 

이 사진을 찍으며 산책했던 것은 그 장편을 모두 마친 후였는데, 오랜만에 루빈슈테인 거리를 산책하면서 다시 주변을 둘러보니 역시 병원이 들어설만한 장소는 없었다 :) 하여튼 소설적 상상력의 공간으로 변형시킨 것으로 해두자. 나는 1970년대 소련의 레닌그라드를 생각하며 썼지만... 사진은 2013년 9월, 러시아 페테르부르크이다.

 

 

 

이건 루빈슈테인 거리는 아니고, 블라지미르스카야 거리. 이 길을 따라 쭉 가다가 루빈슈테인 쪽으로 접어들었기 때문에...

 

 

 

페테르부르크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비둘기들. 비둘기 외에도 까마귀와 갈매기가 많다.

 

 

 

연극 광고들이 붙어 있다. 그 이유는...

 

 

 

여기 유명한 MDT, 즉 말르이 드라마 극장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엔 아마 말리 극장이라고 번역되었을 것이다. 예전에 엘지아트센터에서도 몇번 공연해서 연극 좋아하는 분들은 잘 아는 곳. 유명한 레프 도진이 이끄는 극장이다. 오른편을 보면 9월 공연작들의 리스트가 주욱 늘어서있다. 체호프의 세 자매를 비롯해 도스토예프스키의 악령 등 쟁쟁한 작품들이 줄줄...

 

 

 

건너편에서 전면을 찍어보았다. 그런데 구도가 완전히 비뚤어졌네.. 길이 좁아서 주차된 차들을 피해 찍을 수 없었음..

 

 

 

루빈슈테인 거리 11번지 표지판. 그리고 왼편에는 음식점 간판. 이 거리에는 근사한 카페와 레스토랑들이 많다.

 

 

 

 

 

카페-바 '레오나르도'의 메뉴 간판. 따뜻한 닭고기를 곁들인 샐러드가 370루블,  에클레어 70루블 등등..

 

 

이건 수공예 선물가게.

 

 

 

여기도 카페 앞. 비즈니스 런치 간판이 붙어 있는데 그 앞 의자에 젊은 남자가 앉아 문자를 보내고 있었다. 다가오는 여자도 그렇고 골목 풍경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굉장히 '페테르부르크' 느낌이라서 사진 찍었다.

 

 

 

 

 

 

 

 

 

거리 전경은 이렇다. 짧고 좁다. 지금이야 이렇게 차가 빽빽하게 늘어서 있지만 소련 시절엔 안 그랬을 것이다.

 

 

 

창가의 이 남자는 내가 좋아하는 창문 사진 찍다가 우연히 렌즈에 들어왔다. 거리를 내려다보고 있는 모습과 전체적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 남겨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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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3. 10. 19. 13:40

루빈슈테인 거리의 메뉴 광고판들 russia2013. 10. 19. 13:40

 

 

네프스키 대로에서 뻗어나가는 좁은 거리인 루빈슈테인 거리. 블라지미르스카야 거리 근방에 있다. 요즘 이곳이 페테르부르크에서 맛집 거리로 거듭나고 있다는 얘길 작년에 호텔에 비치된 잡지에서 읽은 적이 있다.

맛집 때문은 아니고 다른 이유 때문에 이 거리에 갔다가, 거리에서 발견한 몇개의 손글씨 메뉴판들.

이건 '카페 아락스' 라는 곳. 집밥처럼 맛있는 음식. 비즈니스 런치 170루블!

 

 

이곳은 카페-바 레오나르도. 치킨 샐러드 370루블, 에클레어 70루블 등등..

 

 

여기 적힌 음식은 잘 모르는 음식이네..

1700루블이라는 걸 보니 그렇게 저렴한 레스토랑은 아닌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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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