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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유튜브 링크 올렸었는데 지워져서 다시 올려봄. 영화 백야 오프닝에 삽입된 클립이라 작품 전체는 아니고 5분 내외로 편집되어 있다.

 

 

나에게 러시아어 전공하게 만든 두가지 이유 중 하나. 도스토예프스키랑 바리쉬니코프 때문에 러시아어 전공했음. 전자는 죄와 벌, 후자는 이 영화 백야(...중에서도 특히 이 오프닝의 젊은이와 죽음!)

 

 

옛날 영화에서 발췌한 클립이라 화질은 아주 나쁘지만... 유일무이하신 바리쉬니코프가 춤을 추신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하리.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나는 젊은이와 죽음을 좋아하고 이 작품을 마린스키 무대에서 볼 때면 전율로 미칠 것 같다. 11월에 뻬쩨르 가면 발로쟈 슈클랴로프님이 이거 추는 거 볼 수 있어서 그게 지금 유일한 낙임 ㅜㅜ

 

 

**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가 춘 젊은이와 죽음 영상 클립 링크는 아래

 

https://tveye.tistory.com/8584 (2018년. 파트너 : 크리스티나 샤프란)

 

http://tveye.tistory.com/8564 (2013년. 파트너 : 예카테리나 콘다우로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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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이 클립은 전에 올린 적 있긴 한데 그땐 유튜브 링크여서 지금은 막혀 있어 다시 올려본다. 롤랑 프티의 '젊은이와 죽음'.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와 예카테리나 콘다우로바가 마린스키에서 춘 것이다. 내가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를 '정말로' 좋아하게 된 첫 작품이기도 했다. 그를 무대에서 처음 본 것은 2006년이었지만 그의 춤과 무대에 온전히 빠져들게 되었던 건 2012년 가을, 마린스키에서 그가 이 작품을 췄을 때였다. 그때도 콘다우로바와 췄다. 콘다우로바도 이 역에 정말 잘 어울린다.

 

위의 영상은 그로부터 몇달 후, 2013년에 그가 데뷔 10주년 기념 공연에서 췄을 때 관객 중 누군가가 찍은 것이다. 슈클랴로프는 그때 라 바야데르 3막의 망령의 왕국, 발란신의 jewels 중 '루비', 그리고 이 젊은이와 죽음을 골랐다. 그러니까, 완벽히 마린스키다운 클래식, 발란신, 그리고 자신의 장기가 가장 잘 드러나는 드라마틱한 작품까지 셋을 골랐던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사람은 발란신에는 좀 안 어울린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루비보다는 차라리 다른 걸 췄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다만.

 

 

하여튼 난 그 기념공연은 못봤지만 작년에 블라디보스톡 마린스키 분관에서 이 사람의 특별 공연은 봤다. 그때 이 사람은 스메칼로프가 안무해준 '날 버리지 마', '발레 101', '고팍', 그리고 '마르그리트와 아르망'을 췄다. 아주 근사한 무대였고 이 사람의 매력이 최고조에 달하는 작품들이었다. 아무래도 앞의 세개는 혼자서 추는 거라 별다른 세트가 필요없어 솔로 무대 보여주기 적합하니 고른 것도 있다. 하여튼 그때 젊은이와 죽음도 다시 춰줬다면 정말 좋았겠지만 이건 무대 세트에 공이 좀 들어가니 더 어려웠겠지.

 

 

젊은이와 죽음은 항상 나에게 특별한 발레였다. 미하일 바리쉬니코프의 영화 백야가 바로 이 작품으로 시작된다. 내가 러시아어를 전공한 이유 두가지 중 하나가 이 영화인데, 이 영화는 동시에 나에게 발레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해준 작품이기도 했다. 이 영화 비디오(!)를 보았던 당시는 중학생이었고 발레에 대해선 역사나 이론들 정도밖에 몰랐고 당연히 롤랑 프티가 누군지도 몰랐다. 심지어 바흐의 파사칼리아도 여기서 처음 들었다. (바흐는 지금도 내가 아주 좋아하는 음악가는 아닌데 그의 작품 중 제일 좋아하는 것 딱 두곡만 꼽으라면 이 곡과 '인류의 기쁨 되신 주'이다)

 

 

화질 나쁜 비디오 화면으로 어둠과 붉은색과 죽음의 여인, 그리고 격렬하고 처절하게 춤추는 바리쉬니코프를 보았을 때 난 충격을 받았고 거의 사랑에 빠졌던 것 같다. 이 작품의 드라마와 파사칼리아, 콕토의 리브레토와 주인공 청년의 절망적인 춤, 이 모든 것이 나를 온전하게 사로잡았다.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세월이 흐르고 나이를 먹으면서, 그리고 무수한 발레를 보고 아주 많은 예술작품들을 접하면서 나의 시선과 감각은 변해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여전히 나를 잡아흔든다. 사실 아주 내 취향이다. 취향이란 변하기 마련이지만 본질적인 무언가는 변하지 않고 남는다. 젊은이와 죽음은 나에게 그런 발레이다. 여러 무용수들이 춘 무대를 보았지만 직접 본 무대에서는 슈클랴로프의 춤이 가장 좋았다. 내게 최고의 '젊은이'를 꼽으라면 바리쉬니코프, 누레예프, 그리고 슈클랴로프이다. 비록 전자의 두개는 영상으로만 보았지만.. 

 

 

며칠 전 이 사람이 마린스키에서 이 작품을 다시 췄다. 상대역은 크리스티나 샤프란이었다. 짧은 영상 클립과 사진들을 보니 샤프란은 역시 아직 죽음의 여인을 추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만... 아아 나 정말 이 사람이 추는 이 무대 다시 보고 싶어 미치는 줄 알았다 흐흑... 발로쟈... 엉엉 다음에 갈때 꼭꼭 이 작품 다시 춰줘요...

 

 

이 작품을 너무나 좋아했고 또 나에게 특별한 발레였기 때문에 몇년 전 글을 쓸 때 미샤가 이 춤을 (좀 자기 맘대로) 추는 장면을 집어넣기도 했다. 슈클랴로프의 이 무대를 보러 갔을때 마침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할 때였고 미샤와 춤에 대해 상상하던 무렵이라 더욱 깊게 빠져들 수 있었다. 무대를 보면서 이 작품이야말로 내가 생각하는 미샤와 딱 맞을 거라는 생각을 했었다. 강렬하고 비극적이고 격정적이고 너무나도 드라마틱하고, 젊음에서만 나올 수 있는 바닥 없는 절망을 표출할 수 있는 작품. 그것은 내가 생각하고 내가 불러올리고 있던 미샤와 깊게 공명했다.

 

 

하지만 나는 그가 이 춤을 추는 것을 세세히 묘사하지는 않았다. 소설에서는 미샤가 이 작품을 추는 장면이 아주 짧게, 그의 문학 서클 동료였던 알리사의 회상으로 묘사될 뿐이다. 전에 발췌해 올린 적이 있는데 그건 여기 : http://tveye.tistory.com/2390

 


 

 

 

영상 클립만 올리면 좀 아쉬우니 젊은이와 죽음을 추는 슈클랴로프님 화보 한컷. 전에도 올린 적 있다만 좋아하는 화보라서 다시 올려본다. 사진은 alex gouliaev가 찍은 것.

 

극장과 발레의 특성이 그렇듯 실제 무대와 영상은 비교가 되지 않는다. 동영상 클립은 슈클랴로프의 실제 무대에서 느껴진 에너지와 드라마, 불꽃을 온전히 전달하지 못해 좀 아쉽다. 무대는보다 격하고 보다 묵중했다. 불꽃이 이는 무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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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오래 전 루지마토프와 비슈네바가 췄던 젊은이와 죽음 영상 클립. 아쉽게도 이게 비슈네바 등장/퇴장 부분까지만 편집되어 있어 앞부분과 아주 중요한 뒷부분은 잘렸지만.. 그래도 둘의 춤은 아주 근사하다.

 

이 당시에는 아직 둘이 헤어지기 전이었던 것 같다. 90년대 후반에 페테르부르크에 있다가 돌아올 때가 되었을 때 몇 달 더 있다 가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을 품었는데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루지마토프의 젊은이와 죽음 광고가 붙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못 보고 돌아와서 무척 슬펐었다. 그 당시 췄던 클립인 것 같다.

 

젊은이와 죽음은 내가 무척 좋아하는 작품이다. 내가 러시아어를 전공하게 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전에 바리쉬니코프, 누레예프, 슈클랴로프 버전 영상 링크도 올린 적 있는데 위의 루지마토프 버전과 비교해 보면 다들 느낌이 다르다.

 

루지마토프의 춤을 보면서 다시금 느끼는 것은, 이 사람은 정말 유일무이한 무용수라는 것이다. 물론 바리쉬니코프와 누레예프는 길이 남을 위대한 무용수이다. 하지만 이 사람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루지마토프의 육체는 아주 유연하고 가볍고 채찍처럼 휘감겨든다. 이 작품 같은 경우도 다른 무용수들이 췄던 버전과 비교해보면 이 사람이 몸을 쓰는 방식은 상당히 느낌이 다르다.

 

중앙아시아 출신인데다 상당히 가부장적이며 남성적인 사고 방식을 지녔고 전성기 내내 자기본위적이라는 평을 들었던 나르시스트이지만, 무대 위에서 뒤틀리고 날아가고 뛰어오르는 루지마토프의 육체는 일반적인 마초 남성 무용수와는 달리 매우 양성적이고 우아하고 부드럽고 가볍다. 저런 육체와 도약과 움직임 앞에서는 오직 경의를 표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2년 전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무용수이자 안무가 주인공을 되살려 냈을 때 루지마토프의 움직임과 그 육체적 특성은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디아나 비슈네바. 이 당시는 아직 한창 젊을 때라 성숙한 느낌은 덜하지만 그래도 볼만하다. 둘의 케미스트리도 좋고...

 

관련 사진 몇 장.

 

 

 

 

 

** 이전에 올렸던 젊은이와 죽음 에 대한 포스팅들은 아래..

 

국립발레단 젊은이와 죽음(김용걸) : http://tveye.tistory.com/2403

젊은이와 죽음에 대한 얘기 + 누레예프, 바리쉬니코프, 슈클랴로프 영상 : http://tveye.tistory.com/2389

젊은이와 죽음을 추는 슈클랴로프 짧은 클립 : http://tveye.tistory.com/2087

젊은이와 죽음에 대해 삽입한 짧은 글 : http://tveye.tistory.com/2390

 

** 사족

 

이전에 페테르부르크에서 간만에 극장 박물관에 갔을 때였다. 박물관 다 돌고 내려와 샵에 갔다가 점원 할머니와 이런저런 얘길 나눴다. 누레예프 책갈피랑 이런저런 책을 권해주시고 비슈네바 엽서를 권해주셔서 루지마토프 엽서 없나요? 했더니 할머니가 무지 반가워했다.

 

" 아, 그 사람 건 지금 없는데.. 루지마토프를 좋아해? "

" 네, 옛날에 여기 살때부터 좋아했어요. 그 사람 무대 너무 멋졌어요. "

" 훌륭한 무용수지. 좋은 사람이고. 정말 훌륭해. "

 

할머니는 계속해서 '훌륭한'이란 형용사를 반복했다.

 

" 여기 자주 왔는데.. 요즘은 조금 뜸하지만. 지금 어디 사는지는 모르겠는데 그래도 매년 와. 좋은 사람이지. "

 

극장과 박물관에서 일하는 할머니들과 얘기하는 건 가끔 참 즐겁다 :)

 

** 태그의 파루흐 루지마토프 를 클릭하면 그간 이 사람에 대해 올린 글이나 영상, 사진들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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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