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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흔들리고 번져서... 곱사등이 망아지 커튼 콜 사진들 중 그나마 슈클랴로프님의 얼굴을 좀 알아볼만하게 나온 사진들은 이제 이게 전부... 크흑... 이럴 줄 알았으면 사진 찍지 말고 그분의 미모나 그냥 집중해서 보며 박수나 더 쳐주고 브라보나 더 외쳐줄 것을 ㅠ




미녀 여왕 역의 레나타 샤키로바랑 손 잡고 인사 중. 샤키로바는 마냥 신났음 :))











자리에 앉아서 줌 당겨 찍었더니 구도가 기울어짐.













자기가 받은 꽃다발을 파트너인 샤키로바에게 바치려는 발로쟈.






몽땅 다 샤키로바에게 바침...



너 근데 작년인가 재작년에 라 바야데르 췄을 땐 파트너인 마트비옌코 말고 망령 중 하나로 나온 아내 쉬린키나한테 꽃다발 다 바쳤지!!!!! (파트너의 기사도보다 아내에 대한 사랑이 우선하는 사랑꾼 ㅋㅋㅋ)










슈클랴로프 옆에서 빙긋 웃고 있는 스메칼로프 표정이 너무 우습다.



시종장 역의 스메칼로프는 엄청나게 귀엽고 매력적이었다. 이 시종장 배역을 추는 건 이고르 콜브, 이슬롬 바이무라도프 무대도 전부 직접 봤지만 역시 나는 스메칼로프 시종장이 딱 취향이다. 특히 슈클랴로프 이바누슈카랑 스메칼로프 시종장의 케미가 좋다.





아아. 볼때마다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발레야... 근데 맨첨에 막심 쥬진이 이바누슈카 춘 무대로 봤을 땐 이만큼 임팩트가 없었던 걸 떠올려본다면 역시 이것은 슈클랴로프의 매력 때문일지도... 이바누슈카 역에 너무 잘 어울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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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위의 사진은 지난 2월, 커튼콜 때 내가 찍은 것. 알리나 소모바와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지난 2월에 마린스키 신관에서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와 알리나 소모바가 나오는 라트만스키 안무의 곱사등이 망아지를 보고 왔는데(이 공연이야말로 내가 그때 페테르부르크에 간 큰 이유 중 하나...) 제발 좀 이들 주역으로 dvd 만들어달라는 간절한 소망만 무럭무럭 피어올랐다. 바보 이바누슈카를 추는 슈클랴로프는 정말이지 축복과도 같은 존재여서 온통 생기와 웃음이 퐁퐁 넘쳤고 소모바의 미녀 여왕은 낭창낭창한 몸매에서 나오는 춤사위와 미모가 딱 그 역할 맞춤이었다.

 

그런데 어제 웹에서 이들이 추는 2막 영상을 발견했다. 몰랐는데 전에 mezzo에서 방영해준 적이 있나보다. 그럼 1막은 어디 있는 거야 ㅠ 슈클랴로프의 곱슬머리 헤어스타일이나 파이널에서 스플릿 점프 대신 푸에테 추는 걸 보니 예전 버전은 아니고 2013~4년인 것 같긴 한데.. 제발 이거 1막 영상도 구할 수 있게 해주세요 ㅠ

 

링크 올려 보려고 했는데 어제 비몽사몽간에 발견한 거라 도로 찾으려 해도 아무리 해도 어디서 찾았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클립 몇개만 발췌해서 올려본다. 그러고 보니 이거 리뷰 언제 쓰지 ㅠㅠ 커튼 콜 사진들만 몇개 올렸네..

 

(작년 초에 갔을 때 막심 쥬진과 아나스타시야 콜레고바 버전으로 본 공연에 대해서는 전에 리뷰 올린 적 있다. 여기 : http://tveye.tistory.com/2789)

 

1. 이바누슈카와 곱사등이 망아지, 미녀 여왕의 만남

 

.. 세계에서 가장 예쁜 미녀 여왕을 데려오라는 왕의 명령을 받들어 세상 끝까지 온 이바누슈카와 곱사등이 망아지. 아름다운 여왕을 만난 이바누슈카는 첫눈에 반해 넙죽 엎드리고.. 여왕도 귀여운 이반이 싫지 않은 눈치~

망아지는 블라디슬라프 슈마코프.

이 영상은 중간 1분 20초 즈음 잠깐 끊김현상이 있는데 좀 놔두면 계속 나온다.

 

 

 

2. 끓는 물에 퐁 빠져서 왕자로 변신하는 이바누슈카

 

.. 늙은 왕의 구애와 청혼을 거절하며 '이 끓는 물에 들어가 멋진 젊은이로 환골탈태하면 결혼하겠어요~'라고 하는 미녀 여왕. 끓는 물이 두려운 왕은 이바누슈카로 먼저 실험을 해본다. 퐁 빠지는 이바누슈카~ 마법을 걸어주는 곱사등이 망아지. 그리고 왕자님으로 변신해 나오는 이바누슈카.

시종장 역은 이슬롬 바이무라도프.

 

 

 

 

.. 잘 보면 왕은 붉은 모자와 붉은색 크레믈린 시계탑이 그려진 옷차림. 이바누슈카는 처음에는 평복이었다가 변신하고 나오면 하얀 모자와 하얀 시계탑이 그려진 옷차림. 이것은 왕권을 상징한다~

근데 고깔모자 쓰고 빨강하양 셔츠 갈아입고 나온 슈클랴로프는 정말정말 귀엽다. 이때 레냐랑 같이 봤는데 슈클랴로프가 짠~ 하고 뛰어내리자 레냐가 눈을 휘둥그레 뜨며 '쥬쥬! 이바누슈카가 왕자님이 됐어!' 하고 정확하게 알아맞춤. 아유, 꽃돌이가 더 귀여운지 레냐가 더 귀여운지 ㅎㅎ

 

 

3. 파이널, 이바누슈카의 춤

 

미녀 여왕의 멋진 독무가 끝난 후, 그녀는 이바누슈카에게도 춤 한번 보여달라고 권한다. 이바누슈카는 쑥스러워서 긁적긁적하다가 조금 추고 철푸덕, 또 조금 추고 철푸덕.. (이게 슈클랴로프가 춤추다 실수하는 게 아니고 안무 자체가 이렇다) 그러다 막판에 휘리릭 뱅글뱅글 돌며 짠~ 하고 마무리를 한다. 예전엔 스플릿 점프를 했는데 최근엔 저렇게 도는 걸로 바꿨다. 내가 2월에 갔을 때도 저렇게 췄음. 뭔들 안 예쁘리..

(사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론 슈클랴로프는 turner라기보단 jumper로서 더 뛰어난 편이라 고전발레도 아니니 여기선 스플릿 점프 보여줬으면 싶었지만..)

 

 

 

.. 사족. 이거 마지막 인사할 때 슈클랴로프의 이바누슈카가 소모바의 여왕을 꼭 껴안는데.. 이거 보고 레냐도 매우 신이 나서 나를 꼬옥 껴안음. 자기가 이바누슈카라고 완전히 이입함 :)

 

.. 사족 2. 마지막 인사할 때 끓는 물에 빠져죽었던 왕이 다시 나와줘서 참으로 다행 :) 인사할 때 나오는 노인은 이바누슈카의 늙은 아버지 역의 블라지미르 포노마료프.

 

 

** 전에 올린 곱사등이 망아지 리뷰(쥬진, 콜레고바 배역 공연)과 동영상 클립은 아래

http://tveye.tistory.com/2789
http://tveye.tistory.com/2796

 

** 2월에 가서 커튼콜때 찍은 슈클랴로프와 소모바 사진은 아래

http://tveye.tistory.com/3608
http://tveye.tistory.com/3558
http://tveye.tistory.com/3507

 

* 그냥 가긴 아까우니 슈클랴로프의 이 배역 화보 몇 장. 태그의 곱사등이 망아지를 클릭해도 이 사람이 춘 이바누슈카 사진들을 여럿 볼 수 있다.

 

 

 

이건 2월에 내가 갔을 때 무대 사진. 사진사는 svetlana avvakum.

 

 

 

이건 mark olich의 사진.

 

 

 

이건 alex gouliaev의 사진.

 

 

 

역시 alex gouliaev의 사진. 상의를 벗고 있는 건 1막이다. 이러다 나중에 색동 셔츠 받아 입음. 이무리 생각해도 이바누슈카가 상의를 벗고 등장하는 건 관객 서비스용인가.. 바보 이반이라 셔츠 안 입는 건 알겠다만.. 그래도 안무가 라트만스키의 저의가 수상.. ㅎㅎ 어쨌든 대부분의 여성 관객(+일부 남성 관객)이야 고맙지... (물론 나도..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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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사진은 모두 지난 2월 16일 내가 마린스키 신관에서 찍은 것.

나름대로 맨 앞자리에 앉았는데.. 자리에 비해선 사진을 많이 못 건졌다 ㅜㅜ (그 이유는 이때 료샤와 레냐랑 같이 이 공연을 봤기 때문에.. 재미있는 공연에 흥분한 레냐는 계속 신이 나서 말을 시키고, 료샤는 슈클랴로프의 미모에 취해 있는 나를 계속 놀렸기 때문이다 ㅠㅠ)

 

어쨌든, 피곤한 일요일이니 이때 찍었던 귀염둥이 꽃돌이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사진 몇 장 올려본다. 이거 리뷰 언제 쓰지..

 

 

 

 

 

 

이바누슈카를 춤춘 슈클랴로프는 정말 해맑고 귀여웠고 춤도 연기도 좋았다!! 이 사람이 이바누슈카 춘 버전으로 제발 dvd 좀 만들어주지 ㅠㅠ

 

이 역 출 때는 항상 머리를 저렇게 곱슬곱슬하게 부풀리고 헤어밴드까지 하고 나온다.. 밴드 안 두르는 게 더 예쁘긴 한데 뭐 컨셉이겠거니 한다 ㅠ

 

 

 

아름다운 여왕 역의 파트너 알리나 소모바에게 손등 키스 중~

좋겠다!!!

 

 

 

이것도 모자라 포옹 중~ 더 좋겠다 :)

 

 

 

꼬옥~~~

 

이 장면에서 갑자기 레냐가 나를 꼬옥 껴안았다 ㅋㅋ 어린 레냐는 이 공연에 너무나 이입한 나머지 자신이 슈클랴로프의 이바누슈카, 나를 (황송스럽게도) 여왕님이라면서 무대에서 쟤들이 저러는 것과 똑같이 해보고 싶어했다~

(그래서 돌아온 후 레냐랑 곱사등이 망아지 놀이하고 놀았...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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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5. 2. 17. 05:09

곱사등이 망아지 보고 옴, 정말 예쁘다 :) dance2015. 2. 17. 05:09

 

 

피곤해서.. 리뷰는 나중에 따로.

 

두번째로 본 건데 확실히 최고의 캐스팅으로 보니 느낌도 확 다르고... 역시 슈클랴로프는 명불허전의 귀염둥이 바보 이반, 알리나 소모바도 이 배역으로 황금 마스크를 받은만큼 정말 잘 어울렸다. 둘다 너무 예뻤다.

 

슈클랴로프의 너무나 사랑스럽고 생기 넘치는 바보 이반을 보자 연말부터 쌓여있던 업무 스트레스와 우울증, 묵은 체증이 싹 날아가는 기분이었다. 어제의 레베제프 쇼크 포함 ㅋㅋ 이것이 진정한 꽃돌이, 춤도 되고 연기도 되는 미남자의 클래스!!!

 

 

신관 맨 앞자리 가운데 앉아서.. 그의 미모와 에너지, 넘치는 유머와 유연한 춤사위를 실컷 감상 :) 신관에서는 커튼 콜을 많이 반복하지 않기 때문에(다들 제발 나와달라고 소리를 질러댔지만 ㅜㅜ) 막상 찍은 사진은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가까이서 찍었다. 나중에 리뷰 올릴 때 나머지 사진들 올려보겠다.

 

우리 꽃돌이 브라보와 박수 엄청 받음 :)

 

 

받은 꽃다발을 소모바에게 바치며 뽀뽀 중 :) 좋겠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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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어제 올린 3.30 마린스키 발레 곱사등이 망아지 리뷰(http://tveye.tistory.com/2789)에 이어.

 

유튜브에 캠 버전이긴 하지만 전막 촬영분이 올라와 있긴 한데 오늘따라 눈에 잘 띄지가 않아서 그냥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와 알리나 소모바가 춘 짧은 클립 두어 개, 유리 스메칼로프가 시종장으로 나오는 후반부 클립 하나, 그리고 이 사람들이 러시아 문화 채널인 '꿀뚜라'의 프로그램 인터뷰 하는 클립 올려본다. 노어 아시는 분들은 마지막 클립 보셔도 재미있을 듯 :)

 

 

시종장의 음모로 늙은 왕에게 세상에서 제일 예쁜 여왕님을 신부감으로 데려오는 임무를 덜컥 맡게 된 바보 이반.. 곱사등이 망아지의 도움으로 불새가 뛰노는 여왕님의 왕국 도착. 여왕님을 만났는데 한눈에 반해 그냥 인사도 아니고 넙죽 절을 해버린다 :) 빨리 여왕을 데리고 가야 하는데 서로 반해서 사랑의 눈빛만 주고받는 이 커플 때문에 망아지 마음만 급하다... :)

 

미녀 여왕은 알리나 소모바. 이 역이 무척 잘 어울린다. 이반은 슈클랴로프. 둘이 여러 배역을 같이 췄지만 로미오와 줄리엣보다 이 커플이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근데 내가 저 미녀 여왕이라 해도 저렇게 귀여운 바보 이반이 와서 넙죽 엎드리면 나사 풀리며 그냥 따라갈 것 같아 :)

 

 

어쨌든 늙은 왕의 궁전으로 미녀 여왕을 데려오는 임무 완수. 예쁜 여왕에게 완전히 혹한 늙은 왕... 아무리 수작을 걸어보려고 해도 너무 늙어서 잘 안됨 ㅠㅠ 이루어질 수 없는 운명 탓에 시무룩해진 바보 이반, 그리고 역시 그를 좋아하는 미녀 여왕. 눈치 없는 늙은 왕의 트라이앵글~!

 

 

이건 후반부. 이땐 아마 미하일 로부힌이 바보 이반 역이었던 듯. 이걸 올린 이유는 중간 즈음 불쌍한 늙은 왕이 끓는 물에 빠져죽고 시종장이 놀라서 슬퍼하는 장면이 있어서. 확실히 스메칼로프의 시종장은 내가 본 콜브 버전과 다르다. 스메칼로프 시종장은 슬퍼하는 모습조차 진짜 슬픈 것 같지 않고 뭔가 음모와 야비함이 묻어나는 것이... 참 악당 같다. 콜브의 시종장은 좀 더 불쌍하고 좀 더 캠피했다. 스메칼로프 버전도 보고 싶다. 악당 스메칼로프라면 언제나 대환영 :)

 

 

이건 러시아 문화 채널(꿀뚜라)의 곱사등이 망아지 인터뷰. 무용수들 뿐만 아니라 공연 관계자들 얘기도 좀 나온다. 스메칼로프도 얘기하고.. 나중에 소모바와 슈클랴로프도 인터뷰. 공연 중간중간 장면도 조금 나옴. 노어 아시는 분은 한번 들어보세요. 모르시는 분들도 영상만 봐도 재밌을 듯.

 

 

 

이건 보너스. 2011년 뉴욕에서 이거 공연했을 때. 빅토리야 테료쉬키나와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커튼 콜.

 

맨 처음 나오는 왕 역의 안드레이 이바노프, 시종장 유리 스메칼로프

 

암망아지 역의 예카테리나 콘다우로바, 두 마리 말 역의 안드레이 예르마코프, 카밀 얀구라조프

 

곱사등이 망아지 역으로 바실리 트카첸코. 그리고 미녀 여왕 빅토리야 테료쉬키나, 바보 이반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커튼 콜 영상은 무엇이든 보기 즐겁다.

 

커튼 콜 영상 여러 개 있는데 그 중 이거 올린 이유는... 바보 이반 배역 그대로 테료쉬키나에게 넙죽 절하는 슈클랴로프가 재미있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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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곱사등이 망아지 (2014.3.30, 마린스키 극장 신관)

 

음악 : 로지온 쉐드린

 

안무 : 알렉세이 라트만스키

 

무대 및 의상 디자인 : 막심 이사예프

 

<출연진>

 

바보 이반 : 막심 쥬진

여왕 : 아나스타시야 콜레고바

곱사등이 망아지 : 블라지슬라프 슈마코프

황제 : 드미트리 프이하초프

시종장 : 이고리 콜브

암망아지 / 바다 공주 : 소피야 구메로바

노인(이반의 아버지) : 블라지미르 포노마료프

 

 

벌써 한 달도 더 지나서 그냥 간단하게 리뷰.

 

이 발레는 표트르 예르쇼프의 '곱사등이 망아지'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원작 역시 아주 창의적인 건 아니고 수많은 러시아 민담들을 재미있게 결합한 것이다. 바보 막내 이반의 이야기라든가, 불새, 소원을 들어주는 망아지(혹은 늑대 등등 신비로운 동물들), 세상에서 가장 예쁜 공주님, 여러 가지 시련, 마침내 이를 모두 극복하고 성장해 공주와 결혼하고 왕이 되는 주인공 등등... 사실 나도 발레보다는 원작을 먼저 알았다. 발레 자체는 1960년대에 로지온 쉐드린의 작곡으로 볼쇼이에서 초연되었지만... 지금 마린스키에서 공연되는 곱사등이 망아지는 알렉세이 라트만스키 버전이다.

 

지금 마린스키 레퍼토리 중 라트만스키 작품은 곱사등이 망아지, 신데렐라, 안나 카레니나 3가지이다.

앞의 두 개는 무대에서 봤고 안나 카레니나는 영상으로만 봤는데 이것도 무척 무대에서 보고 싶은 작품이다(가능하면 브론스키 백작으로 슈클랴로프 - 안나 카레니나로 로파트키나/테료쉬키나 - 카레닌으로 스메칼로프 버전이면 더 좋겠다만...)

 

내가 무대에서 제대로 본 라트만스키 작품은 곱사등이 망아지와 신데렐라 뿐이고 둘다 희극 발레라서 그의 스타일을 딱 이거다! 하고 규정하기란 어불성설이지만 어쨌든 이 두 작품에는 공통점이 있다. 무대 미술이 모던하다는 점. 희극적인 움직임과 마임이 강하다는 점. 춤 자체보다는 배경, 의상, 음악, 코믹한 연기 등 부대적 요인들이 강하다는 점. 실지로 두 작품 모두 진짜 '춤'의 비중은 그렇게까지 크지 않다.

 

그나마 신데렐라는 신데렐라와 왕자의 2인무가 상당히 사랑스럽고 감정적 상승 작용을 불러일으키는데(이런 점에서는 일반적 고전 발레의 아다지오와도 흡사하다), 곱사등이 망아지의 경우에는 좀 더 연극적이어서 평소 고전 발레의 우아함과 테크닉 쪽에 더 끌리는 분이라면 좀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나 같은 경우는 원체 곱사등이 망아지를 무대에서 보고 싶기도 했고 러시아 민담도 좋아하고 알록달록하고 러시아 아방가르드 미술 느낌 물씬 풍기는 의상 보는 것도 괜찮아서 꽤 볼만하긴 했지만.

 

발레는 꽤 재미있었다. 막심 쥬진의 바보 이반은 배역 성격답게 사랑스럽고 생기 넘쳤고 마법을 부려 이반을 도와주는 곱사등이 망아지 역의 슈마코프도 좋았다. 슈마코프는 6일에 본 백조의 호수에서도 광대 역을 맡았는데 망아지나 광대 등 희극적이면서도 운동 능력이 요구되는 캐릭터를 잘 소화하는 것 같았다. 아마 라 바야데르의 황금 신상 역도 잘 췄을 것 같다. 미녀 여왕 역의 아나스타시야 콜레고바는 딱히 춤보다는 미모 덕에 어울렸고. 암망아지 역과 바다 왕국 여왕 1인 2역을 소화한 소피야 구메로바는 베테랑답게 원숙했다.

 

무엇보다도 이 발레에서 가장 눈에 띄는 역은 주인공 이반보다는 바로 코믹한 악당 시종장 역의 이고리 콜브였다. 그것 때문에 신데렐라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거기서도 새엄마 역이 오히려 임팩트가 강하고 재미있기 때문이다. 이번 공연에서도 시종장 역의 콜브만 수석 무용수였다.

 

콜브는 비열하고 야비하고 잔머리를 열심히 굴리지만 그래도 어딘가 모자란 구석이 있는 악당 시종장을 천연덕스럽고 코믹하게 잘 소화해 냈다. 전에 영상으로 볼 때도 그랬지만 무대로 보니 더욱 그런 느낌이 들었는데, 빨간 하트 무늬가 그려진 엉덩이 부분이 강조된 의상도 그렇고 낭창낭창한 움직임이라든가 과장된 표현 양태 등 그 시종장 배역은 어딘가 꽤나 캠피했다. 스메칼로프 버전을 좀 보고 싶었지만 콜브의 시종장도 좋았다. 그런데 못된 시종장 치고는 저 사람 너무 섹시한 거 아닌가 ㅠㅠ 저렇게 우스꽝스런 의상을 입고도 어딘가 섹시하다!

 

아무래도 민담을 소재로 한 발레다 보니 관객석에 어린아이들이 참 많았다. 역시 아이들에게 인기만점은 바로 곱사등이 망아지! 망아지 역의 슈마코프가 나올 때마다 환호하고 좋아했다 :0  내 앞에도 8~9살 정도 되는 사내아이가 앉아 있었는데 엄마에게 '망아지 언제 나와?' 하고 묻고 있었다 :)

 

그런데 이 발레도 무대 미술이나 의상은 의외로 그로테스크하고 음산할 때가 있다. 특히 후반부의 바다 왕국 씬은 꽤 어두워서 애들 보기엔 좀 무섭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난 제일 맘에 든 장면이었음) 이 바다 왕국 부분은, 예쁜 공주가 나이많은 왕과 결혼을 앞두고 '바닷속 깊이 가라앉은 보석 반지를 결혼 선물로 가져다 주지 않으면 결혼 안 할래요~'라고 하자 시종장이 떠밀어서 할수 없이 바다 왕국에 반지 찾으러 간 이반의 모험 부분이다. 바다 왕국의 여왕이 마음 착한 이반과 곱사등이 망아지의 사연을 듣고 신하들에게 명령해 반지를 찾아주게 한다.

 

맨 위에 첨부한 이미지가 바로 그 바다 왕국. 그것 하나만 보면 아쉬우니 슈클랴로프가 이반 췄을 때의 바다 왕국 사진도 한 장. 내가 여왕이라도 반지 찾아줄 듯. (저 사람이 추는 이반이 귀여워서!!)

 

 

발레는 2막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마지막 장면은 원작과 마찬가지였다. 노인네 대신 젊은이와 결혼하고 싶으니 늙은 왕에게 물 끓는 솥에 들어가 환골탈태해달라는 공주의 요구 때문에 이반이 희생양이 되어 솥에 곤두박질쳤다가 망아지 마법 덕에 근사한 왕자님으로 변신해 나온다. 왕도 혹해서 솥에 들어갔다가 죽어버리고(ㅠ.ㅠ) 공주는 백성들의 동의를 얻어 이반과 결혼해 나라를 다스리며 행복하게 잘 살게 된다.

 

흑흑, 불쌍한 왕. 원작 때도 그랬고 이거 무대로 볼때도 그랬는데... 발레에서도 늙은 왕은 딱히 악당도 아니고 그냥 노쇠하고 코믹한 인물인데 끓는 물에 삶아져 죽다니 불쌍했다. 그리고 시종장의 경우도 악당이라면 끝까지 못되게 나와야 하거늘.. 왕이 죽은 걸 보고 너무너무 슬퍼하며 통곡한다. 난 항상 악당에게 끌리는 편인지 그 장면은 꽤나 코믹한데도 불구하고 시종장이 너무 불쌍한 거였다. 그리고 워낙 이고리 콜브의 시종장이 캠피하게 나와서 그런지 그 불쌍하게 우는 장면 보고는 '혹시 시종장이 늙은 왕을 사모하는 사이였나?'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

 

하여튼 늙은 왕은 끓는 물에 들어가 죽고 나머지 사람들은 다 행복하게 팔짝팔짝 뛰며 짠~ 하고 해피 엔딩이다. 이 장면에서 이반이 신나게 점프하며 잠깐 춤을 추는데 그것도 꽤 즐겁다. 다만 무용수별로 그 파이널 소화하는 타입이 달라서 전에 본 영상에서 슈클랴로프는 기세좋게 스플릿 점프를 계속했지만 막심 쥬진은 빠르게 피루엣을 했다. 스플릿 점프를 별로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어쩐지 이 발레는 그게 어울릴 것 같았기 때문에 조금 아쉬웠다.

 

전반적 소회는... 춤 자체보다는 무대 미술과 의상 보는 재미가 더 컸다. 무대 미술은 신데렐라와 마찬가지로 모던하고 군더더기가 없다. 무대 자체에 많은 장치를 넣지 않고 이동 가능한 심플한 소품들을 이용한다. 무엇보다도 이 발레의 특징은 칸딘스키나 말레비치 등 20세기 초 러시아 아방가르드/모더니즘 화가들의 스타일을 인용하는 동시에 크레믈린이라든지 소련 정권 등을 살짝 연상시키는 풍자적 그림들을 의상에 변용해 썼다는 것이다. 볼만하고 재미있기는 했는데 또 어떻게 보면 이건 민담을 원작으로 했으니까 좀 더 아기자기한 무대 배경도 괜찮았을 것 같았다. 너무 모던해 버리니까 보기 근사하긴 하지만 살짝 엇나간 느낌이랄까.

 

꽤 재미있게 봤는데 사실 슈클랴로프가 이반을 추는 버전으로 다시 한번 보고 싶다... 그 사람이 추는 건 풀 영상도 아니고 군데군데 봐서 아쉽다. 꽤 잘 어울렸기 때문이다.

 

공연 다 보고 나왔는데 지하 코트 보관소가 터져 나갔다. 어째서 직원이 두 명 뿐인 거냐.. 줄서는데 워낙 이골이 나 있는 러시아인들도 이제는 못 참겠는지 '이해가 안되네 어째 두 명 뿐이냐' 하고 계속 짜증냈다. 한참 기다렸다가 간신히 재킷을 받아 입고 나와 버스 타고 숙소로 돌아갔다.

 

.. 이날은 앞서 마린스키 신관 포스팅할 때(http://tveye.tistory.com/2784) 얘기했듯 2층 4번째 열이라 무대와 좀 멀어서 커튼 콜 사진은 화질 극악. 전날 후지X가 문제를 일으켜서 니콘 가져갔더니 역시 플래시 엉망.. 그래도 커튼 콜 사진 몇 장 올려본다.

 

 

 

하얀 x자 테이핑 가슴에 붙이고 바지 가운데 새빨간 패치 붙인 사람이 시종장 역의 이고리 콜브. 앞에 나와 인사하는 모자 쓰고 빨간 옷 입은 사람이 늙은 왕 역의 드미트리 프이하초프.

 

 

 

 

 

화질이 너무 안 좋지만.. 가운데 긴 머리 아가씨가 여왕 역의 콜레고바. 그 옆에서 손 흔들고 있는 남자가 바보 이반 역의 막심 쥬진.

 

 

아이들이 제일 좋아한 캐릭터. 곱사등이 망아지 역의 슈마코프 :)

 

 

 

다같이 인사...

 

마지막 장면을 제대로 촬영한 예쁜 사진은 아래.

 (당연히 내가 찍은 거 아니고 마린스키 관련 사진에서 얻어옴.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가 이반, 빅토리야 테료쉬키나가 미녀 여왕. 시종장은 유리 스메칼로프. 이 사진 너무 행복해 보여서 올해 달력 만들 때 12월 사진으로 넣었다)

 

 

.. 그리고 아쉬우니 마린스키 사이트와 슈클랴로프 관련 사이트에서 업어온 곱사등이 망아지 관련 이미지 몇 장들.

 

 

 

미녀 여왕과 불새들. 사진이 작긴 한데 아마 알리나 소모바인 듯.

 

 

포킨 발레 불새와는 확연히 다른 스타일의 불새들.

 

 

 

이 사진들부터는 슈클랴로프가 바보 이반 췄을 때 사진들.

 

이건 이반이 망아지 도움으로 미녀 여왕을 데리고 온 후 그녀에게 반해 결혼하자고 엉기는 늙은 왕의 모습. 그러나 이미 사랑에 빠져버린 선남선녀... 늙은 왕을 가운데 두고 둘이 눈 맞추고 있음. 그걸 엿보며 음모를 꾸미는 악당 시종장. 여기서는 스메칼로프.

 

 

이건 초반부. 마법의 암망아지를 잡았다가 놔주는 대가로 훌륭한 말 두 마리와 곱사등이 망아지를 얻은 바보 이반. 두명의 형님이 말을 훔쳐 왕국 시내의 시장에 갖다 팔려는 걸 찾아내 자기가 말 주인이라며 으쓱으쓱.. 그러나 그는 마음만 착하지 머리는 좀 모자랐기에... 왕이 예쁜 모자를 보여주자 그것에 혹해 말 두 마리를 다 내줌 ㅠ.ㅠ

 

전반부에서 이반이 이렇게 상의를 탈의하고 나오는 이유는... 원래 러시아 민담에서도 좀 모자란 막내에 대한 얘기가 나오면 '셔츠도 안 입은 바보 이반'이란 묘사가 종종 있다 :) 그런데 아무래도 이건 팬 서비스일지도!!! 바보 이반이라 셔츠도 안 입고 마냥 즐거워 헤헤 뛰노는데 이 사람 외모만은 귀족 가문 도련님 ㅠㅠ

 

 

곱사등이 망아지와 함께~

 

 

 

끓는 솥단지에 들어갔다가 왕자로 환골탈태한 이반, 사랑하는 미녀 여왕과 춤추고 있음.

 

그런데.. 이 솥단지에 들어가서 환골탈태..라는 것도.. 실은 이반이 저 화려한 상의를 걸치고 나오는 걸로 '이제 환골탈태해서 왕자님이다~'라는 설정임. 믿어야 함 :)

 

 

뒤에 있는 사각 상자가 바로 끓는 물 담긴 솥단지. 저 안에 들어가서 열심히 옷 갈아입고 나옴. 이건 솥단지 들어가기 직전, 무서워하고 있는 바보 이반. 독려하는 망아지와 미녀 여왕.

 

오른편 시종장의 뒷모습. 맨처음 시종장이 돌아서서 저 빨간 패치 달린 엉덩이를 보여주면 아이들이 와르르 웃는다.

 

 

 

 

마지막 장면. 미녀 여왕이 부추기며 춤 좀 보여줘요~ 라고 하면 부끄러워하다가 폴짝 뛰어오르는 이반.

 

슈클랴로프는 이렇게 스플릿 점프를 했지만 내가 본 무대의 쥬진은 이것 대신 빠르고 격렬한 피루엣 :)

 

 

 

이것도 마지막 장면.

 

에휴.. 늙어빠진 왕은 끓는 물에 빠뜨려 죽여놓고 좋다고 저렇게 춤추고 있는 주인공들 ㅠㅠ

 

하긴 어떤 면에서 이 발레는 내용도 그렇고 무대 의상도 그렇고 소비에트 정권에 대한 풍자로 읽을 수도 있을 것이다. 스탈린이라든지.. 민중 혁명이라든지... 리브레토 자체도 노어로 된 이야기를 쭉 읽어보면 살짝 그런 면이 있긴 하다. 하지만 그거야 그쪽으로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그럴 거고.. 보통은 그냥 재미나는 러시아 민담을 소재로 한 유쾌하고 즐거운 발레다.

 

 

근데 아무리 봐도 저 슈클랴로프 이반은 너무 귀여워서 꼭 저 사람이 추는 버전을 보고 싶긴 하다...

 

.. 내일이나 모레 쯤 이 발레 영상 클립 링크들도 몇개 올려보겠다.

(추가 : 영상 클립 올렸다. http://tveye.tistory.com/2796)

 

다음 리뷰는 미하일로프스키 극장에서 본 폴리나 세미오노바와 레오니드 사라파노프의 라 바야데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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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