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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10.23 고속철 삽산, 유럽인 사이즈의 고충
2012. 10. 23. 14:42

고속철 삽산, 유럽인 사이즈의 고충 russia2012. 10. 23. 14:42

지난번 모스크바에서 페테르부르크로 이동할 때는 고속철인 삽산(Sapsan)을 탔다. 새벽 6시 45분 기차인가 그랬는데 3시간 50분이 걸렸다. KTX보다는 훨씬 느린 편이지만 그래도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또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오거나 예전처럼 8시간~10시간 걸리는 기차를 타는 것보다는 훨씬 편한 루트였다.

가격은 KTX에 비교하면 꽤 비싼 편이었다. 어쨌든 기차 내부는 훨씬 넓었고 좌석도 편했다. 독일 회사에서 만든 기차라 그런지 유럽인 사이즈에 맞게 설계된 것 같았다. 의자가 넓어서 좋았다.

그러나 유럽인 사이즈 기차는 나름대로의 불편함이 있었으니..

혼자 다닐 때는 여행가방을 끌고 다니는 것이 참 고역이다. 가능한 한 고생을 줄이기 위해 이동할 때는 무거운 카메라, 넷북 등도 몽땅 트렁크에 쑤셔넣는다. 밥은 대충 때우더라도 공항에 갈때는 꼭 택시를 탄다(ㅜ.ㅜ) 모스크바에서도 기차역 갈때 택시를 불러 타고 갔다.

그러나 기차에 오르는 것도 힘든 일이었다. 일단 가방을 낑낑거리며 끌고 올라왔다. 수트케이스이므로 복도에 놓을 수도 없고 좌석 앞에 두기도 어려웠다. 다행히 객차 사이에 3단 짐칸이 있었다. 그러나 슬프게도 맨 아랫칸은 꽉 차 있었다. 어찌어찌 2단 칸에는 자리가 남아 있었기 때문에 가방을 올려놓으려고 갖은 힘을 다했다.

그런데 아무리 노력을 해도 20킬로도 안되는 트렁크를 도저히 번쩍 들어 올려놓을 수가 없었다. 아, 산삼이라도 한뿌리 먹고 천하장사가 되고 싶다. 낑낑거리고 있는데 객차에 올라타던 어떤 러시아 청년이 나를 힐끗 본다. 혹시 도와주려나 싶어 불쌍한 눈빛을 보냈지만 그는 시크하게 안으로 들어가버렸고 난 우울하게 투덜대며 다시 무익한 노력을 하고 있었다.

30초 후 그 시크한 청년이 다시 나타났다.

" 도와줄게요. "

으아, 고마워요. 복받으세요!

그런데 청년의 도움으로 가방을 들어올렸지만 크기가 맞지 않아 칸막이 안에 들어가지를 않았다. 청년은 착하게도 가방을 이리 돌리고 저리 돌려서 어찌어찌 집어넣어주었다.

" 엄청 고마워요! "

착한 러시아 청년의 도움으로 가방을 집어넣은 후 유럽인 사이즈의 좌석에 몸을 파묻고 3시간 50분 동안 편안하게 기차 여행.

마침내 페테르부르크의 모스크바 역에 도착했다.

(러시아는 행선지 이름을 역에 붙인다. 즉 모스크바 오가는 기차를 탈 수 있는 역 이름이 모스크바 역이다)

짐칸에서 가방을 내리는 것은 올리는 것보다는 쉬웠다. 그러나 플랫폼에 내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역시나 유럽인 사이즈에 맞춰진 기차는 계단이 너무 높았던 것이다 -_-

커다란 여행가방을 들고서는 도저히 우아하게 내려갈 수가 없었다. 틈새도 무척 넓었고 계단은 높았다. 에라 모르겠다 하고 가방 손잡이를 꽉 쥔 채 펄쩍 뛰어내렸다.

가방이 무거워서 하마터면 앞으로 홱 고꾸라져 자빠질 뻔 했다 ㅜ.ㅜ

뒤늦게 차장이 와서 부축을 해주었지만 이미 다리는 후들거리고 머리는 멍했다.

.. 어쨌든 페테르부르크에 도착해서 기분은 좋았다 :) 

맨 위 사진은 삽산 내부. 아래 사진은 페테르부르크에 도착해 가방을 붙들고 겨우 한숨 돌린 후 그나마 기차 겉모습 찍어보겠다고 폰으로 찍은 것. 그러나 워낙 햇살이 쨍하고 역광이 심해서 저렇게 다 번졌다^^;

근데 사진으로 보니 계단이 하나도 높아보이지 않네^^;

 

** 삽산 탔을 때 올렸던 글은 아래~ 그래도 기차 안에서 와이파이가 터져서 무척 감동했었다^^ 러시아에서는 조그만 일에도 쉽사리 감동하게 되는 것이다.

http://tveye.tistory.com/1477
http://tveye.tistory.com/1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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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