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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탕자'에 해당되는 글 4

  1. 2019.11.14 에르미타주, 돌아온 탕자 앞에서 10
  2. 2016.12.05 밤, 흉터와 얼룩 27
  3. 2013.11.02 그리운 에르미타주
  4. 2008.02.22 렘브란트, 돌아온 탕자 4
2019. 11. 14. 19:54

에르미타주, 돌아온 탕자 앞에서 2017-19 petersburg2019. 11. 14. 19:54





에르미타주에 왔다(즉 오늘도 날씨가 안 좋다)


힘드니까 좋아하는 전시실만 골라서 돌았다. 에르미타주에서 가장 좋아하는 그림. 렘브란트의 돌아온 탕자. 이 그림은 볼때마다 눈물이 난다. 그림 앞에 앉아 한동안 쉬었다.






오늘은 렘브란트 전시실을 비롯해 2층 일부만 돈 후 내려와 카페에 앉아 잠시 차 마시며 쉬는 중이다. 곧 코트 찾아 입고 나가려고 한다.



료샤가 '오늘은 어디 가?' 해서 '에르미타주' 라고 하자 '윽!!!!' 하는 답이 옴 ㅋㅋㅋ



:
Posted by liontamer
2016. 12. 5. 00:33

밤, 흉터와 얼룩 about writing2016. 12. 5. 00:33

(사진은 프라하, 아녜슈카 수도원)

 

 

 아래 글은 약 2년 전에 쓴 단편 Night의 중반부에서 발췌한 매우 짧은 에피소드와 그 소설에 대한 메모이다. 사실 이 메모는 전에도 한번 올린 적이 있다만... 이 단편은 가브릴로프 본편에 차후 삽입하기 위해 먼저 쓴 글이다. 가브릴로프 시립극장 오케스트라 단원 코즐로프와 새로 온 감독인 미샤의 관계를 다룬다.

 

..

 

Night에 대한 메모(되풀이)

(2016. 8월에 이 소설의 다른 부분 발췌하면서 덧붙였 메모를 다시 붙인다)


 

 약 2년쯤 전에 나는 가브릴로프 본편을 시작했다가 잘 풀리지 않아서 그 본편에 삽입될 에피소드 하나를 독립된 단편으로 먼저 썼다. 지방 소도시인 가브릴로프의 시립극장 예술감독으로 부임한 나의 주인공 미샤가 그곳 오케스트라의 실력자이자 수석 바이올리니스트인 로만 코즐로프와 의견 충돌을 일으킨 후 하룻밤을 보내고 새로운 관계를 맺게 되는 이야기였다. 이야기는 코즐로프의 시점에서 전개된다.



 코즐로프는 이 본편의 외전 격인 서무의 슬픔 시리즈 때문에 어린 애인에게 폭 빠진 다혈질의 흑염소 아저씨(ㅜㅜ)이자 바이올린 깡패로 등극하게 되었지만 원래 본편에선 그런 막가파 캐릭터는 아니었다(아무래도 서무 시리즈 때문에 코즐로프가 제일 웃기게 변한듯... 손해봤어 ㅠㅠ)



 하여튼 그 에피소드는 생각보다는 좀 길어서 실제 본편이 씌어졌을 때는 좀 손을 봐야 할테지만 지금으로선 그냥 독립적인 단편으로 존재하고 있다. 제목은 매우 단순하게도 '밤'(night) 이었는데 다른 제목을 굳이 붙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냥 누군가가 누군가를 만나 밤을 보내고 사랑에 빠지는 무수한 이야기 중 하나일 뿐이니까. 우습지만 이 이야기를 처음 발췌했을 때 후반부에 둘이 사과파이 먹는 장면을 인용했기 때문에 종종 '사과파이 단편'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있다. (서무 시리즈에서 왕재수가 사과파이를 좋아하는 걸로 설정된 건 사실 이 단편 때문이다)



 이 단편은 전에 사과파이 에피소드나 미샤가 백조 솔로를 추는 씬, 그리고 전반부 1~2장 전체를 발췌한 적이 있다. 그냥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술을 못 마시는 미샤가 보드카를 실컷 퍼마시고 인사불성이 되어 코즐로프의 집에서 밤을 보내는 얘기다. 어떤 이야기들이든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간단해지는 법이다.

 

..

 

 

그리고 12월의 짧은 메모

 

아래 발췌한 내용은 Night의 중반부. 코즐로프와 미샤가 밤을 보내면서 일어나는 아주 짧은 이야기이다. 별 내용은 없는데... 하여튼 공개 블로그라 자기검열을 조금 하고... 표현이나 두어가지를 좀 손봤음. 19금은 아니고 15금..? 글쎄다, 14금 정도.

 

 

 

* 이 글을 절대로 무단 전재, 복제, 배포, 인용하지 말아주세요 *

 

 

 

 

 나는 미샤를 똑바로 뒤집었다. 환한 램프 불빛 아래로 그의 몸을 좀 더 끌어당겼다. 미샤는 이제 옆으로 돌아눕거나 버둥거리지 않았다. 머리를 베개에 기댄 채 가만히 있었다. 램프 스탠드 아래 하얗게 뻗어 있는 맨몸 위로 황금빛과 붉은빛 그림자가 부드럽게 번져왔다. 맨 처음 극장에서 마주친 순간부터 난 밝은 빛 아래에서 그 몸을 보고 싶었다. 화보로 본 적은 있었다. 극장 계집애들의 스크랩북에는 별의별 사진들이 다 있었다. 몸에 착 달라붙는 타이츠를 입은 모습도, 상체를 드러낸 채 아랍 팬츠 차림으로 머리에 우스꽝스러운 깃털을 꽂고 아라베스크를 하는 모습도, 스파르타쿠스의 가죽 튜닉을 입고 몸 대부분을 노출한 채 도약하는 모습도 전부 봤다. 하지만 손바닥만 한 평면 화보와 진짜 육체 사이에는 결코 채워지지 않는 거리가 있었다. 아마도 그게 욕망의 깊이일지도 모른다.

 

 자식의 몸은 얼굴보다도 더 하얗고 미끈했다. 역겹도록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정말 조각 같았다. 박물관이나 궁전에 세워놓는 종류의, 대리석을 새기고 깎아 만든 조각상. 그런데 그건 온전하지 않았다. 화보에서 봤을 때보다, 국영채널 필름에서 봤을 때보다 야위었고 근육도 훨씬 줄어들어 있었다. 어쩌면 카메라와 조명의 트릭일지도 모른다. 어차피 난 너무 근육질의 사내애보다는 낭창낭창하고 날씬한 애들이 더 좋으니까 상관없었다.

 

 그 애의 피부는 계집애처럼 하얗고 매끄러웠다. 아마 타고 났을 것이다. 황실 찻잔처럼 고왔다. 그러나 거기에 흠집이 있었다. 여기저기. 목덜미 아래, 가슴팍 언저리, 허리 부근, 늑골 뒤편, 등과 어깨. 거무스름하게 변색되고 희미해지고 있었지만 어쨌든 멍 자국들이 가득했다. 왼쪽 골반 위로 붉은색과 잿빛이 뒤섞인 상처가 작고 두툼한 뱀처럼 길게 돌출되어 있었다. 뾰족한 징이 가득 박힌 군화로 제대로 걷어 채였거나 나이프로 저민 흔적처럼 보였다. 끔찍한 상처였다. 아마 아직 다 아물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건 온전하지 않은 몸이었다. 무너지고 짓밟히고 부서진 몸이었다. 그제야 나는 그 애가 왜 필사적으로 몸을 빼내려고 했는지, 왜 불을 끄고 싶어 했는지 알 것 같았다.

 

 미샤는 내가 자기 몸을 샅샅이 살펴보고 만지도록 내버려 두었다. 골반의 상처에 입술을 대고 키스했을 때는 몸서리를 쳤다. 흥분해서가 아니었다. 몸이 뻣뻣하게 굳어졌으니까. 결국 나는 참지 못하고 얼간이처럼 물었다.

 

 “ 아파? ”

 

 “ 어떨 것 같은데? ”

 

 “ 아플 수도 있겠네. 30바늘은 꿰맸겠는데. ”

 

 “ 음, 거긴 그냥 놔둬. ”

 

 “ 아파서? ”

 

 “ 아니. ”

 

 “ 나쁜 기억 때문에? ”

 

 

 내가 왜 그런 바보 같은 소리를 지껄이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난 그저 자식을 덮치고 싶을 뿐이었다. 단숨에 집어삼키고 싶을 뿐이었다. 고문을 당했던 아이를 위로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런데 내 입술은 다른 식으로 혼자 춤을 추고 있었다.

 

 

 “ 글쎄. 사실 기억나는 건 없어. ”

 

 “ 그럼 키스하게 놔둬. ”

 

 “ 왜? 난 별로야, 거기 손대는 거. ”

 

 “ 좋아질 테니까. ”

 

 “ 당신이? ”

 

 “ 네가. ”

 

 “ 이상한 논리잖아. ”

 

 “ 이 상황에서도 논리가 생각나나? ”

 

 

 나는 그 끔찍한 상처를 혀로 천천히 핥았다. 우툴두툴하게 부풀어 오른 그 흔적을 입술과 혀로 애무하자 마치 상처를 핥아주는 짐승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계속해서 핥고 입 맞춘다면 정말 나아질지도 모른다. 상처가 아물고 흉터조차 남지 않을 것이다. 좋아질 것이다. 더 이상 그런 식으로 말하지 않을 것이다.

 

 거긴 그냥 놔둬. 별로야, 거기 손대는 건.

 

 그토록 완벽하고 근사한 육체를 가졌던 아이, 그토록 뜨겁게 달아오르고 그토록 사랑스러운 아이가 자기 몸에 대해 그런 식으로 말하는 건 어쩐지 기분 나쁘고 화가 났다. 어디든 놔둘 수 없었다. 모든 곳을 손대고 모든 곳을 애무하고 싶었다. 어느 곳을 건드리든 좋아지기를, 불덩어리처럼 달아올라주기를 원했다. 그 예쁜 입에서 거긴 놔두라는 말이 나오게 만든 놈들, 저 공작새 같은 애로 하여금 환한 불빛 아래 흉터와 얼룩이 드러날 게 두렵고 부끄러워서 램프를 끄고 싶게 만든 개자식들을 죽여 버리고 싶었다. 분명 이전에는 단 한 번도 자기 몸에 대해 그런 식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애였을 테니까.

 

 

...

 

 

(사진은 alex gouliaev, 발란신의 '돌아온 탕자'를 추는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

 

 

이 단편은 예전에 여러 부분을 발췌해 올린 적이 있다. 이야기의 순서대로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물론 중후반부는 중간중간 빠져 있지만)

 

맨 앞 부분(Night : 코즐로프와 미샤의 이야기 중에서) : http://tveye.tistory.com/4118

숙취로 고생하는 미샤와 차이코프스키에 대한 대화 : http://tveye.tistory.com/3253

아침, 여분의 수완, 바느질 : http://tveye.tistory.com/3465

다들 똑같아지면 재미없음, 싫지 않은 것과 보통과 별로 사이 : http://tveye.tistory.com/5087

백조 솔로를 추는 미샤 : http://tveye.tistory.com/3146 

사과파이를 먹는 코즐로프와 미샤 : http://tveye.tistory.com/3165

 

..

 


글에 대한 이야기는 제게 큰 힘이 됩니다 :)

그리고 제 글은 여기서만 읽어주세요. 절대로 복사하거나 가져가시거나 인용/도용하지 말아주세요.

:
Posted by liontamer
2013. 11. 2. 15:21

그리운 에르미타주 russia2013. 11. 2. 15:21

 

 

이번에 갔을 때는 에르미타주를 떠나는 날 오전에 들렀다.

전시실 말고 홀과 창문 사진 몇 장.

원래 겨울 궁전이었기 때문에 내부가 무척 화려하다.

 

 

에르미타주는 워낙 크고 넓기 때문에 전시실과 복도들을 따라 걷다 보면 이렇게 창 너머로 네바 강과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요새 등 바깥 풍경들을 볼 수 있다. 이 날은 날씨가 흐려서 좀 우중충하게 나오긴 했지만..

박물관 안이라 조그만 똑딱이를 썼더니 더 그럴지도..

 

 

예전에 페테르부르크에서 지낼 때 에르미타주 왔다가 이쪽 창가에 서서 바깥의 저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요새 첨탑 구경하고 있는데 누가 말을 건 적이 있다. 멋있는 미중년의 영국 아저씨였는데 내게 도스토예프스키가 저기 갇혀 있었다는 걸 아느냐고 물었다. 아저씨, 도씨는 저의 (문학적) 첫사랑이라니까요! (http://tveye.tistory.com/10)

그래서 페트라셰프스키 사건을 비롯해 죽음의 집의 기록 등 도씨에 대한 몇몇 가지 이야기를 나누다 점심을 같이 먹은 적이 있다. 그때 명함도 받았는데 돌아와서는 연락하는 걸 잊고 흐지부지됐다.

다시 저 창가에 서자 그때 생각이 갑자기 떠올랐다. 그 아저씬 잘 지내고 있으려나, 이름이 윌리엄이었나 해리였나 가물가물. (분명 영국 왕자 이름 중 하나였다는 것만 기억나고 둘 중 뭐였는지는 모르겠다!)

 

 

 

렘브란트 전시실 너머에서 찍은 사진. 내가 에르미타주에서 제일 좋아하는 그림 중 하나인 렘브란트의 '돌아온 탕자' 그림이 보인다. 저 그림 볼 때마다 눈물이 핑..

에르미타주 갈 때마다 두근거리는 그림이 두 점 있는데 하나는 저 돌아온 탕자, 나머지 하나는 마티스의 '춤'이다. 그런데 나이를 먹고 내가 변해갈 수록 마티스의 '춤'에 대한 옛 설레임은 조금씩 퇴색되어가는 반면 렘브란트의 저 그림은 볼 때마다 가슴이 터질 것 같다.

 

(마티스의 춤에 대한 글은 여기 : http://tveye.tistory.com/8)

(돌아온 탕자 이미지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150)

 

 

천정의 아름다운 장식 문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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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08. 2. 22. 23:08

렘브란트, 돌아온 탕자 arts2008. 2. 22. 23:08



사용자 삽입 이미지
 

렘브란트, 돌아온 탕자


에르미타주 박물관은 언제나 관광객들로 우글거리는데 특히 필수로 들르는 코스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조그만 그림 두점을 거쳐 렘브란트 전시실로 가는 길입니다. 에르미타주의 렘브란트 전시실은 다나에, 이삭의 번제, 십자가에서 내려오는 예수, 돌아온 탕자 등 훌륭한 그림들로 꽉 차 있어요. 그래서 거의 항상 관람객들로 붐벼요.

훌륭한 그림들이 다 그렇지만 특히 렘브란트는 빛을 너무나 미세하고 섬세하게 다루기 때문에 원작과 이미지 파일이나 도록 사이의 간극이 커요. 이 그림도 원본으로 보면 훨씬 밝고 부드럽고 섬세하답니다

렘브란트 전시실에서 제일 붐비는 것은 바로 다나에. 하지만 저는 지난번 포스팅했듯 '하만이 자신의 운명을 깨닫다'와 바로 이 그림을 가장 좋아했어요

돌아온 탕자입니다. 성서에 나오는 얘기죠. 발란신도 이 주제로 발레를 안무했고,..

이 그림은 매우 개인적으로 다가오곤 했어요. 항상 이 그림 앞에 서면 한국에 계신 아부지 생각이 어찌나 많이 나는지.. 눈물이 핑 돌곤 했죠. 제겐 매우 소중한 그림이에요.

렘브란트의 '하만이 자신의 운명을 깨닫다'는 아래를 클릭
http://tveye.tistory.com/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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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